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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호르무즈 압박, '거래' 아닌 '전략'으로 돌파해야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쏟아낸 불만 섞인 발언이 심상치 않다. 특히 중동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를 주한미군 주둔과 안보 기여도와 연계한 대목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다. 이는 한미관계 전반에 구조적 격랑을 예고하는 신호다. 동맹의 가치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아닌 ‘비용’과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식 ‘아메리카 퍼스트’가 다시 한국 외교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 스타일은 철저히 상업적이다. 동맹국이라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비용 부담이 적다고 판단되면 압박 수위를 높인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보여준 고압적 태도와 관세·안보를 결합한 협상 방식이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청구서’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더욱 무겁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SMA) 증액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파병 불응을 ‘무임승차’ 근거로 삼아 주한미군 유지 비용 인상을 압박할 수 있다. 통상 분야에서도 공세가 예상된다. 대미 무역 흑자를 겨냥해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력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강화할 수 있다. 안보 카드도 활용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재배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나아가 단순 파병을 넘어 다국적 군사 행동 전반에 대한 포괄적 참여를 요구할 여지도 있다. 이 같은 압박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최대 양보를 끌어내는 협상 방식은 이미 국제 정치의 현실이 됐다. 정부 대응 역시 감정이나 임기응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원칙은 분명히 하되 전략은 유연하게 가져가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보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70년 넘게 이어온 전략적 이해와 가치의 결합이다. 이를 단순 비용으로 환산하려는 시도에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동시에 방위비 분담 문제는 객관적 데이터와 투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 역시 국익 중심의 다층적 판단이 필요하다. 에너지 수송로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기여 명분은 존재한다. 그러나 군사적 실효성과 헌법적 절차,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외교적 압박에 밀린 졸속 결정은 더 큰 전략적 비용과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통상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맞서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자동차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중동·유럽·아시아 등과의 외교적 협력을 확대해 전략적 선택지를 넓히는 다자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메시지 관리 역시 중요하다. 모호한 태도나 침묵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명확한 입장과 일관된 논리, 국민과의 소통이 병행돼야 외교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외교의 본질은 신뢰이며 이는 원칙과 예측 가능한 행동에서 나온다. 지금 상황은 한미동맹의 결속력과 한국 외교 역량을 동시에 시험하는 분수령이다. 근거 없는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정부의 선택에 따라 한미관계의 방향과 국제 질서 속 한국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치밀한 전략만이 ‘거래’의 압박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2026-04-03 11:45:38
정부, '美무역법 301조 조사'에 "불리하지 않은 대우 받도록 협의"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해 우리 기업이 주요국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조사 단계를 넘어 한국 수출 경제 전반을 압박하는 새로운 통상 갈등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국 측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301조를 통해 기존 관세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중국·일본 등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 부과의 사전 절차인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를 무효로 판단한 이후 나온 후속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행정부가 기존 관세 정책의 법적 기반이 흔들리자 무역법 301조라는 강력한 통상 수단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정책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직접 조사와 보복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조사 권한을 행사하며 필요할 경우 고율 관세나 수입 제한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이 일본의 급격한 산업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했던 ‘슈퍼 301조’의 연장선상에 있는 통상 압박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 대상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제조국이 동시에 포함된 것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아시아 산업 구조 전반에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적 신호로도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 부활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핵심 정치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301조 조사는 관세 부과뿐 아니라 투자 이전과 생산 구조 재편을 요구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 의존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핵심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기계 등 주요 산업 대부분이 미국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산업은 직접적인 관세 대상이 아니더라도 장비와 소재, 데이터센터 투자 등 공급망 전반이 미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산업 역시 미국 시장 비중이 높아 추가 관세나 통상 압박이 현실화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급성장한 전기차 배터리 산업 역시 미국 내 생산 확대 정책과 맞물려 투자 구조 재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사례를 봐도 301조 조사는 단순한 통상 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의 통상 압박 속에서 자동차 수출 물량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자율 규제’를 받아들였고 이후 대미 투자 확대를 통해 갈등을 완화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했다. 한국 역시 비슷한 방식의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 체계가 트럼프식 통상 전략 앞에서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시장 개방과 교역 규범을 유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기존 통상 질서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미국 내 투자 확대나 공급망 이전 요구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통상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의 일부로 보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국까지 포함해 공급망 재편을 압박하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은 관세 부담뿐 아니라 생산 거점 이전이나 투자 전략 수정 등 구조적인 선택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가 대미 수출 중심 구조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은 생산 거점 이전이나 대미 투자 확대라는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는 동남아와 인도, 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중장기 전략의 필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301조 카드는 단순한 통상 분쟁을 넘어 글로벌 산업 질서를 재편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조사가 실제 보복 조치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는 수출 감소와 투자 구조 변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이 다시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통상 외교의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03-12 11: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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