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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 실종시킨 여야 대표, 선거 끝나면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일은 2026년 6월 3일, 사전투표는 5월 29~30일 진행된다. 지방선거라면 본래 시민의 하루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 내 집 앞 도로를 누가 고칠 것인가. 지역 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청년 일자리와 돌봄, 교통, 주거, 지방재정의 해법은 무엇인가. 그러나 이번 선거판에서 유권자가 가장 자주 들은 말은 정책이 아니라 적대의 언어였다. 여당은 야당을 심판하자고 외쳤고, 야당은 정권을 견제하자고 맞받았다. 지방정부를 뽑는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그 책임의 맨 앞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정 대표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가장 강한 기반에서 터졌다. 전북도지사 선거다. 전북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관영 후보가 맞붙으면서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가 아니라 ‘민주당 내부 분열’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전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라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026년 5월 25~26일 전북특별자치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관영 후보 51.9%, 이원택 후보 35.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격차는 16.6%포인트로, 표본오차 ±3.1%포인트(신뢰수준 95%)를 넘어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새전북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5월 21~22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관영 후보 47.3%, 이원택 후보 38.7%로 나타났다. 격차는 8.6%포인트로 95% 신뢰수준의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벗어났다. 이 정도면 단순한 지역 선거의 변수가 아니다. 정청래 지도부의 공천, 통합, 갈등 관리 능력에 대한 심판이다. 김관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된다면 정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가장 강해야 할 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한다면 그것은 후보 개인의 패배에 그치지 않는다. 당 대표가 텃밭을 관리하지 못했고,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으며, 유권자에게 납득 가능한 공천의 명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 막판 전북이 민주당 전체 리더십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다만 “이원택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이기지 않으면 정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거나 “2~3%포인트 차 신승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는 여권 일각의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정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텃밭에서조차 당심과 민심이 갈라졌다면 당 대표는 먼저 자신의 언어와 방식, 공천과 선거 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의 더 큰 문제는 선거의 품격을 높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민주당 대표라면 지방선거를 지역정책 경쟁으로 끌고 갔어야 했다. 전북에서는 새만금, 산업, 농생명, 금융중심지, 인구소멸 대응을 놓고 싸웠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주거와 교통, 재정과 복지를 놓고 경쟁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판에는 ‘심판’과 ‘응징’의 언어가 앞섰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향해 ‘윤 어게인 공천’ ‘내란 맞춤형 공천’이라는 강한 표현을 썼다. 물론 야당 공천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의 언어가 매일같이 전투 구호로 흘러가면, 지방선거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는다. 장동혁 대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견제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견제론만으로는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장 대표는 선거 전부터 당내 책임론에 시달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내홍이 커졌고, 일부 후보들이 중앙당과 거리를 두는 흐름까지 나타난 게 사실이다. 장 대표의 방미를 두고도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선거를 앞둔 당 대표가 지역 민심의 한복판에 있어도 모자랄 때, 당 안팎에서 ‘미국에 지방선거 표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면 이미 리더십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장 대표는 보수 결집에는 일정한 효과를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는 결집만으로 이길 수 없다. 특히 지방선거는 중도층, 생활형 유권자, 지역 현안에 민감한 무당층을 설득해야 한다. 정권 견제 구호가 아무리 선명해도 유권자의 밥상과 일자리, 교통과 집값에 대한 답이 약하면 표의 확장성은 막힌다.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보수 재편, 중도 확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 막판까지 당의 얼굴은 새로움보다 분열에 가까웠고, 메시지는 생활보다 이념에 가까웠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출마 또는 선전 여부가 장 대표 책임론의 또 다른 뇌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장 대표의 선거 리더십과 한 전 대표의 독자적 경쟁력이 비교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만약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 한 전 대표가 선전하고, 국민의힘 전체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장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누가 당의 간판이었느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여야 대표의 공통된 실패는 선거를 ‘국민의 삶’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생존’으로 끌고 갔다는 점이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의 압도적 기반을 통합의 장으로 만들지 못했고, 장동혁 대표는 보수의 분노를 중도 확장의 언어로 바꾸지 못했다. 한쪽은 텃밭 분열을 방치했고, 다른 한쪽은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 둘 다 선거를 크게 만들었지만, 정작 지역을 크게 만들지는 못했다.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과로 심판받는다. 《논어》에 “군자는 말을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 한다”는 뜻의 구절이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은 말이 넘친다. 그러나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거친 말의 승리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의 결과다. 지역을 살리겠다는 정책, 갈등을 줄이겠다는 태도, 상대 진영 유권자까지 설득하겠다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대표는 그 기본을 놓쳤다. 선거가 끝나면 양당은 변명부터 찾을 것이다. 민주당은 ‘무소속 변수’를 말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불리한 구도’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는 유리한 판에서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어려운 판에서 판을 바꾸라고 세운 자리가 당 대표다. 정청래 대표가 전북을 잃거나 신승에 그친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오만과 내분 관리 실패에 대한 경고다.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그것은 보수가 중도층을 설득할 언어를 잃었다는 판정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망친 책임은 후보들에게만 있지 않다. 정쟁을 키우고 정책을 밀어낸 여야 대표에게 더 크다. 선거가 끝난 뒤 두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남 탓이 아니다. 성적표가 참담하다면 물러나는 것이 책임 정치의 출발이다. 정치는 자리를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지는 윤리다. 그 상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진짜 패자는 어느 당 후보가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가 될 것이다.
2026-05-29 16: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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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조폭 연루설' 제기한 장영하, 대법서 '유죄' 확정… '허위 폭로' 대가 치렀다
[경제일보]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 조폭 연루설’의 실체가 허위로 드러났다. 12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선거 국면에서 유력 후보를 겨냥한 무분별한 폭로와 ‘가짜 뉴스’ 유포에 사법부가 엄중한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박철민 씨의 변호를 맡았던 장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조폭 측에 사업 특혜를 주는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현금 뭉치가 담긴 사진이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18년 박씨가 본인의 렌터카 사업과 사채업 홍보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사진임이 밝혀지며, 폭로의 신뢰성은 즉각 무너졌다. 당시 민주당은 장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장 위원장이 박씨의 말을 사실로 믿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민주당이 재정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재판이 시작된 ‘법적 공방의 결과물’이 이번 대법원 판결이다. 1심은 장 위원장에게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장 위원장이 적어도 쟁점 사실이 허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채 기자회견을 강행했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특히 법조인 출신인 피고인이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자극적인 현금다발 사진과 범죄자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한 점을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이번 판결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쟁점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행태가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을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허위 폭로에 대해 법적 책임을 엄히 묻겠다는 사법부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장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공소시효 만료 및 재정신청 기한 위반”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법원 판결의 위헌성을 다투는 ‘재판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는 최근 시행된 ‘사법 3법’ 중 하나인 재판소원제를 활용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다시 한번 흔들어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재판소원은 재판의 결과가 아닌 ‘법률의 위헌성’이나 ‘재판의 공정성’ 등을 다투는 것이지, 대법원의 사실관계 확정을 뒤집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선거 국면에서 벌어지는 ‘아니면 말고 식’ 폭로 문화에 큰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 등 서구권에서도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허위 정보 유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중대 범죄로 다루어진다. 특히 SNS를 통해 가짜 뉴스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현대 정치 지형에서, 사법부의 이번 엄단 조치는 ‘정치적 폭로’와 ‘범죄적 허위 유포’ 사이의 명확한 경계선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법 3법 시행과 맞물려 ‘재판소원’이라는 새로운 법적 도구가 등장했지만, 그 도구가 사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이번 장 위원장 건을 시작으로, 선거를 앞두고 발생하는 고의적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수위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며, 이는 한국 정치 문화의 자정 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2026-03-13 07:3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