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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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다시 불안의 문턱에 섰다
[경제일보] 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하다. 아직 폭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가볍지 않다. 매매가격은 다시 오르고, 전셋값은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출 규제는 강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강남 몇몇 단지의 신고가 경쟁으로 치부하기에도 어렵다. 상승세는 서울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올랐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07%, 수도권은 0.14%였다. 지방 상당수 지역이 보합권에 머무는 사이 서울의 상승폭은 뚜렷했다.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전국 시장과 다른 온도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경계해야 할 곳은 전세시장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29% 올랐다.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높다. 전세는 실수요자의 체감 지표다.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는 더 비싼 전세를 감수할지, 외곽으로 밀려날지,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살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의 압박이 쌓이면 전세 불안은 매매 수요로 넘어간다. 서울 주택시장 불안은 전세에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전셋값이 안정돼 있을 때 매매가격 상승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 실수요자는 기다릴 명분을 잃는다.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에게 “조금 더 기다리면 집값이 잡힌다”는 말은 쉽게 먹히지 않는다. 몇 년 전 전세난과 집값 급등을 겪은 사람들은 같은 조짐이 보이면 더 빨리 움직인다. 이번 상승세가 강남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강남·서초·송파 등 핵심지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온기가 강북과 중저가 지역으로 번질 때다. 성동, 동대문, 강북, 성북, 강서 등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지역의 매매와 전세가 함께 오르면 시장의 불안은 훨씬 넓어진다. 강남 집값은 남의 일처럼 볼 수 있어도,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여겼던 지역의 전세와 매매가 동시에 오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시장을 안심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폭발해야만 가격이 오르는 곳이 아니다.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가 관망을 접으면 적은 거래로도 호가가 바뀐다. 특히 서울처럼 대체 주거지가 제한된 시장에서는 몇 건의 상승 거래가 주변 가격의 기준선이 된다. 거래가 조용해 보여도 가격은 먼저 움직일 수 있다. 금융 흐름도 불안을 키우는 쪽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4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5000억원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만 보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담대 증가폭이 여전히 크다는 것은 주택 매입과 관련한 자금 수요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대출 규제가 시장을 완전히 식히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었다.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낮췄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 한도를 줄였다. 수요 억제의 신호는 강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규제가 거래를 늦출 수는 있어도 공급 불안과 전세난을 대신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대출 규제는 필요하다. 투기 수요를 누르지 않고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세난에 밀려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까지 같은 선상에 세우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금 보유자는 버티고,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뒤로 밀린다. 결국 실수요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좁아진다. 기다리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규제도 버틴다. 그 믿음이 약해지는 순간, 관망은 매수로 바뀐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규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정부가 공급을 말해도 시장은 실제 입주 물량과 사업 속도를 본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말해도 인허가, 사업성, 공사비, 조합 갈등, 금융비용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도심 공급 확대를 말해도 언제, 어디에, 얼마나 들어서는지 분명하지 않으면 수요자는 기다리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 대책은 발표문이 아니라 일정표로 평가된다. 전세시장 안정도 별도의 과제로 봐야 한다. 전세는 매매시장의 부속 변수가 아니다. 서울 주거시장의 한 축이다.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 매매시장 안정도 흔들린다. 세입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 여력은 줄고, 주거 이동은 어려워진다. 전세가격 급등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도시 생활비 상승 문제다.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이 서울에 살기 어려워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에도 부담이 된다. 정책 메시지도 정교해야 한다. 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말만 반복하면 실수요자는 자신이 보호 대상인지 규제 대상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서울 주택시장에는 투기 수요도 있지만 전세난에 떠밀린 실수요도 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정책은 거칠어지고, 거친 정책은 우회로를 만든다. 부동산 정책은 강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
2026-06-11 07: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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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말 한마디에 춤추는 한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국내 증시가 사상 유례없는 폭등세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소식과 그가 던진 말 한마디에 코스피 전체가 요동치며 이른바 ‘9천피’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났고, 전 세계는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 자부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이 화려한 잔치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글로벌 빅테크 권력자 한 명의 행보에 한 국가의 경제 체계 전체가 이토록 쉽게 흔들리는 현상은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시장을 지배하는 ‘AI 포모(FOMO·소외 불안 증후군)’ 붐은 투자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자원의 극단적인 편중을 낳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특정 인물과 산업에 명운을 건 한국 경제는 지금 안전한가. 동양 철학의 정수인 《도덕경(道德經)》 제9장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나온다.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더 채우려고 하는 것은 그만두는 것만 못하고,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지금의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AI라는 하나의 칼날만을 극단적으로 날카롭게 벼리고 있는 형국이다. 날카로울수록 쉽게 부러지는 법이며, 가득 찬 잔은 작은 흔들림에도 넘치기 마련이다. 특정 분야의 성과에만 도취해 경제의 다원성과 기초체력을 소홀히 한다면, 그 풍요는 오래 보존될 수 없다. 우리가 처한 또 다른 현실은 국제 정치와 생존의 냉혹함이다. 인류의 오랜 전쟁 지혜를 담은 《인류교전(人類交戰)》의 전략적 원칙을 살펴보면, 승리는 결코 하나의 무기나 단일한 진형에만 의존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어선과 보급로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기본이다. 군사학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 한국 경제는 ‘반도체’라는 단 하나의 요새에 모든 병력과 군량을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다. 만약 글로벌 AI 거품이 꺼지거나 무역 대진동으로 인해 이 요새가 고립된다면, 전체 경제 전선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위험이 크다. 외교와 안보, 그리고 경제는 다변화된 포석을 가질 때 비로소 견고해진다. 상식과 도덕적 관점에서도 작금의 ‘쏠림 현상’은 우려스럽다. 주식 시장으로만 돈이 몰리고 특정 대기업만 비대해지는 현상은 중소기업과 내수 시장의 장기 침체라는 부작용을 심화시킨다. 진정한 국가 경제의 건강함은 낙수효과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 생태계가 골고루 숨 쉴 때 완성된다. 우리는 과거 특정 산업의 붕괴가 국가 전체를 흔들었던 수많은 역사적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젠슨 황의 찬사에 환호하기 전에, 그가 언제든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리에 도취한 방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기를 감지하는 혜안이다. 성공의 정점에서 멈출 줄 알고, 균형을 잡는 것이 시대를 관통하는 최고의 생존 전략이다. 정부와 기업은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결실을 미래지향적인 신산업 발굴과 기초 과학 육성, 그리고 내수 경제의 생태계 복원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 칼날을 너무 날카롭게 세우지 않고, 잔을 가득 채우려 욕심내지 않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춤추는 화려한 순간일수록, 땅을 딛고 있는 우리 두 발의 균형 감각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2026-06-02 10: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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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패권보다 세계 안정과 평화의 지혜 모아야
[경제일보] 9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135분 동안 이어진 이번 회담은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대신 일정 수준의 관리와 공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두 초강대국 정상이 직접 마주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세계 시장과 국제사회에는 하나의 안도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직접 언급하며 미국과의 공존 필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이 충돌로 치닫는 역사의 악순환을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현재 국제 질서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안보·기술 분야에서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와 공급망, 에너지 질서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의 붕괴나 충돌은 곧 세계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전과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였다. 과거처럼 중국을 정면으로 압박하기보다는 협력과 관계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미국 기업인들을 대거 동행시켜 경제 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은 미국 역시 중국과의 완전한 대결보다는 관리 가능한 경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미·이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미국 내 물가 상승, 에너지 가격 불안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한정 감당하기 어려운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마냥 낙관적인 신호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한 입장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확인됐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규정하며, 잘못 처리할 경우 양국 충돌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여전히 동아시아와 세계 안보의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쉬운 점은 세계가 주목했던 미·이란 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나 공동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는 하지만, 휴전이나 종전을 위한 실질적 공조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세계가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패권 경쟁의 승패가 아니라 전쟁의 종식과 국제 질서의 안정이다. 중동의 불안은 단순히 한 지역의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 폭등과 물류 차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전 세계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세계 최강을 다투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평화와 경제 안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 큰 책무도 지니고 있다. 자국의 국익만을 앞세운 무한 경쟁은 결국 세계 경제를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패권을 향한 과도한 집착은 갈등을 키우고 국제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절제와 책임의 리더십이다. 미국은 패권 유지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협력 질서를 존중해야 하며, 중국 역시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두 나라는 중동 전쟁의 조기 종식과 에너지 시장 안정,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세계가 두 초강대국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분명 갈등 관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대화만으로 평화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진정한 시험대는 앞으로다. 두 나라가 경쟁 속에서도 국제 질서의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협력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그리고 세계 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줄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지켜보고 있다. 강대국의 진정한 위대함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힘에 있지 않다.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세계 평화를 지켜내는 지혜에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패권 경쟁을 넘어 인류 공동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책임 있는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2026-05-14 18: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