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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맡길 수 있나"…美, K-조선에 첫 정보요청
[경제일보]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사에 함정 건조·설계 역량을 묻는 정보요청(RFI·Request for Information)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논의가 투자 구상 단계를 넘어 미 국방부와 해군의 실무 검토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국내 조선사들에 각각 전투함과 중형급 급유함 관련 RFI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조선협력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측이 RFI 형식으로 국내 조선소의 함정 역량을 공식 타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RFI는 최근 한미 정상 간 대화가 공개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상 차원의 관심 표명이 미 국방부와 해군의 실무 검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RFI는 발주가 확정된 입찰 절차는 아니다. 미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르면 RFI는 정부가 당장 계약을 체결하려는 단계가 아니라 가격, 납기, 시장 정보, 수행 역량 등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절차다. 다만 미국 정부가 어떤 업체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 공식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각사의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두 회사에 삼성중공업까지 더해 국내 조선 3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절차가 주목받는 것은 한미 조선협력의 무게중심이 상선과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함정 건조 가능성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삼성중공업은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와 각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조선업의 생산성과 납기 경쟁력이 필요하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이 장기간 예산 초과와 일정 지연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여러 조선 프로그램이 비용 증가와 납기 지연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해군력 확대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동맹 조선소 활용 방안을 검토할 유인이 커진 셈이다. 다만 실제 수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법 10 U.S.C. §8679는 미군 함정과 선체·상부구조물의 주요 구성품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예외를 허용할 수 있지만, 의회 통보 등 절차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미국 함정 협력이 당장 국내 조선소의 완성함 건조로 이어지기보다 MRO와 생산기술 협력부터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 MRO는 본토로 복귀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개된 7함대 함정을 한반도 인근에서 정비하는 개념”이라며 “한국 조선소가 일정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조선업은 인력 부족 문제가 큰 만큼 한국의 자동화 설비와 로봇 기반 생산기술이 현지 조선소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조선소의 건조 슬롯도 한정돼 있어 미국 물량을 모두 한국에서 지어주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미국 조선소 신설·현대화, 조선 인력 양성, 미 해군 MRO, 공동 건조 등이 포함된다. 이번 RFI는 이 같은 협력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마스가 프로젝트에는 미국 조선소 신설·현대화, 조선 인력 양성, 미 해군 MRO, 공동 건조 등이 포함된다. 이번 RFI는 이 같은 협력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07-08 1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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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사업 발표 임박…한화오션, TKMS와 50대 50 승부
[경제일보]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임박했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양강 구도로 경쟁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역대 최대 잠수함 수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오는 7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캐나다의 안전과 회복력, 번영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날 마크 카니 총리가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4년 7월 최대 12척의 재래식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요구 조건은 단순한 연안 작전용 잠수함이 아니라 북극권 운용이 가능한 수중 감시·억제 전력이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이 북극·대서양·태평양을 모두 접한 국가라는 점을 들어 신형 잠수함이 해상 접근로 감시와 위협 억제에 필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TKMS와 한화오션을 CPSP의 2개 적격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양측과 심층 협의를 진행해 왔다. 캐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첫 잠수함을 늦어도 2035년까지 인도받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현대화 작업을 거쳐 운용될 예정이다. 국내 정부도 수주 가능성을 신중하게 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청와대 뉴미디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스코어로 물어보면 50대 50인 상황”이라면서도 “캐나다는 한국과 완전히 대칭적 구조를 가진 나라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우리는 첨단산업부터 기간 제조업까지 뒷받침이 잘돼서 협업하면 힘이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조기 납기와 실전 운용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캐나다 측에 2035년까지 잠수함 4척을 인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캐나다가 전력 공백을 피하려면 첫 잠수함 인도 시점이 핵심 변수인 만큼, 이미 한국 해군에서 운용 중인 장보고-Ⅲ 계열 잠수함의 검증된 생산·운용 경험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수주전은 잠수함 성능만의 경쟁이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자국 해양·방산 산업의 일자리와 장기 정비 기반을 키우는 계기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1월 캐나다 기업들과 철강, 우주, 인공지능, 센서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스틸과 잠수함 건조·유지보수에 활용할 현지 철강 공급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최대 60조원이라는 사업 규모도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정비, 후속 군수지원, 산업협력 등을 포함한 업계 추산이다. TKMS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함께 내세우는 212CD 잠수함은 NATO 동맹 내 상호운용성을 앞세운다. AP통신은 TKMS 측이 자사 잠수함이 NATO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TKMS는 잠수함 외에도 희토류, 광업, 인공지능, 배터리 등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캐나다 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결국 캐나다의 선택은 ‘속도와 실전 운용 경험’이냐, ‘동맹과 기존 NATO 체계’냐의 구도로 요약된다.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한국 조선·방산 산업은 상선과 지상무기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넘어 잠수함이라는 고부가 특수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특히 G7 국가이자 NATO 회원국인 캐나다에 한국형 잠수함을 공급하는 길이 열리면 향후 북미·유럽 방산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의 신뢰도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곧바로 최종 계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 뒤에도 가격, 기술 이전, 현지 정비, 장기 군수지원, 산업협력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자국 산업 기여와 장기 운용 지원 능력을 중시하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에도 최종 계약까지는 상당한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이번 CPSP가 특수선 사업의 체급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다. 국내 조선업이 LNG운반선과 친환경 선박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면, 잠수함은 기술 보안과 국가 간 신뢰가 결합된 방산 시장이다. 캐나다가 한국을 선택할 경우 한화오션은 단순 건조사를 넘어 장기 정비·훈련·산업협력까지 묶는 해양 방산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2026-07-06 15: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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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길고 긴 싸움 끝났다…KDDX 선도함 건조 최종 확정
[경제일보] 2년 넘게 이어진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의 주도권 경쟁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한화오션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장기간 표류했던 KDDX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선도함 1척 건조를 넘어 향후 한국 해군의 차세대 전력과 국내 특수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전날 방위사업청으로부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음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11일 업체 선정평가에서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잠정 선정된 이후 HD현대중공업의 이의신청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되면서 최종 선정이 확정됐다. 계약금액과 계약기간은 향후 정부와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KDDX는 총사업비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한국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 가운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비는 약 8820억원 규모다. 기존 구축함보다 향상된 탐지·지휘·전투 능력을 갖춘 첫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으로, 통합전기추진체계(IEPS)와 첨단 전투체계, 자동화 기술 등이 집약되는 국내 함정 산업의 대표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번 사업은 원래 지난해 사업자 선정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본설계 단계에서 불거진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공정성 논란,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업이 2년 이상 지연됐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경쟁입찰을 다시 진행했고, 현장실사와 기술·가격 평가를 거쳐 지난달 한화오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검토한 끝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화오션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최종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최대 수상함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KDDX는 단순한 함정 건조 사업이 아니라 향후 한국 해군의 핵심 전력 확보와 국내 함정 기술 발전을 동시에 이끌 사업으로 꼽힌다. 사업 지연이 길어질수록 전력화 일정은 물론 국내 특수선 산업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을 위해 10여 년간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2년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하며 통합전기추진체계와 통합마스트, 통합네트워크, 병력절감 자동화 기술 등 핵심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신개념 함정 설계와 함정 생존성 향상 기술 등에 대한 자체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준비해 왔다. 지난해에는 자체 기본설계한 '차세대 전략수상함'으로 영국 로이드 선급(Lloyd's Register)의 기본설계 인증(AiP)을 획득했다. 차세대 전략수상함에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레이저 무기, 자폭드론 대응 다층 방어체계, 자동화·무인화 기술 등이 적용돼 미래 해군 작전환경을 고려한 기술력이 반영됐다. 이번 선정은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선도함 건조 경험은 향후 후속 함정 사업뿐 아니라 해외 함정 수출 과정에서 중요한 실적(레퍼런스)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함정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KDDX 사업 수행 경험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완료된 단계로, 계약금액과 계약기간 등 세부 계약 조건은 정부와의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화오션은 최종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 관련 내용을 다시 공시할 예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첨단 함정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만큼 정부와 협상에 성실히 임해 사업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26-07-02 11: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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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서 방산·조선·우주 '산업복합체'로…한화, M&A로 재계 5위 '점프'
[경제일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 변신의 폭이 가장 큰 그룹 중 하나다. 출발은 화약이었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시작한 한화는 전후 복구에 필요한 산업용 화약을 국산화하며 성장했다. 도로, 터널, 공장과 항만을 짓던 시대의 뒤편에 한화의 화약이 있었다.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기술, 대형 산업 현장을 뒷받침하는 공급 능력, 국가 기간산업과 맞닿은 제조 감각이 한화의 초기 DNA였다. 약 70년의 시간이 지나 한화의 무대는 크게 달라졌다. 화약은 로켓 추진체와 정밀무기로 이어졌고, 방산은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항공엔진과 레이더로 넓어졌다. 조선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선·특수선, 미 해군 정비사업으로 확장됐다. 태양광은 미국 현지 생산망을 통해 에너지 안보 산업으로 바뀌었다. 한화는 이제 방산·조선·우주·에너지를 묶어 산업 플랫폼을 만드는 그룹으로 거듭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한화는 재계 순위 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삼성 방산 계열 인수, 대우조선해양 인수, KAI 지분 확대 움직임이 누적된 결과다. 한화는 회사를 사서 덩치만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사들인 회사를 기존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M&A로 체급 바꾼 한화식 성장법 한화 DNA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체급 변화다. 결정적 전환점은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였다. 당시 삼성그룹이 방산·화학 계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화가 이를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는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거래는 한화 방산의 판을 바꾼 승부수가 됐다. 삼성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삼성탈레스는 한화시스템의 축으로 이어졌다. 항공엔진, 방산전자, 레이더, 지휘통제, 정밀무기라는 가치사슬이 한화 안에서 연결되기 시작했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두 번째 체급 변화였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시켰다. 한화 계열 5개사는 약 2조원을 투입해 한화오션 지분 49.3%를 확보했다. 조선은 한화에 낯선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산·에너지와 맞닿아 있다. LNG 운반선은 에너지 운송이고, 특수선은 해양 방산이며, 해양플랜트는 대형 엔지니어링이다. 한화는 조선을 별도 산업이 아니라 방산과 에너지를 잇는 플랫폼으로 본 셈이다. 최근 한화가 KAI 지분 확대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는 올해 말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그룹 합산 12%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 항공기 개발·제조 기업이자 위성·항공 전투체계 역량을 가진 기업이다. 이에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항공기, 위성, 엔진, 레이더, 발사체를 묶는 '한국형 항공우주 체계'를 구상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화 방산의 성장세도 이와 같은 전략을 뒷받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앞세워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노르웨이에 장거리 포병체계와 로켓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따냈다. 유럽 안보 불안과 각국의 재무장 흐름은 한국 방산에 기회가 됐고, 한화는 빠른 납기와 검증된 양산체계로 그 기회를 잡고 있다. 방산·조선·우주로 이어지는 산업 플랫폼 한화의 강점은 단품 무기를 넘어 체계를 팔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주포, 다연장로켓, 항공엔진, 레이더, 함정, 위성, 정비, 금융 조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한화는 한국형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한화오션은 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화력과 엔진, 한화시스템은 눈과 두뇌, KAI 지분 확대는 하늘과 우주를 향한 연결고리를 맡는 구조다. 이 조합이 실제 시너지로 이어지면 한화는 한국 재계에서도 드문 산업 복합체가 된다. 태양광 사업도 한화 DNA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 태양광 셀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잉곳·웨이퍼·셀·모듈을 한곳에서 만드는 미국 내 수직계열화 공장이다. 방산과 태양광은 달라 보이지만, 한화가 읽는 문법은 비슷하다. 공급망을 장악하고, 현지 생산을 깔고, 국가 전략산업의 흐름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방산에서는 안보가, 태양광에서는 에너지 안보가 시장을 움직인다. 한화의 방향은 뚜렷하다. 한화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라기보다 국가 인프라와 안보, 에너지, 해양, 우주를 잇는 산업재 그룹으로 자신을 다시 규정하고 있다. 삼성은 '초격차', 현대차는 '제조와 공급망', SK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말한다면, 한화는 산업의 뼈대를 사들여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 DNA의 본질은 화약 그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고, 큰 산업을 버티며, 필요한 기업을 사들여 새 체계를 만드는 능력"이라며 "지금의 한화는 가장 한화다운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화약회사에서 출발한 기업이 방산·조선·우주라는 폭발력 있는 산업으로 돌아왔다"며 "체계와 신뢰, 안전과 기술로 증명돼야 하고, 이는 재계 5위로 올라선 한화가 마주한 다음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2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2 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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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깃발을 누가 꽂을 것인가? 캐나다 CPSP 최대 60조원의 승부수
[경제일보] 이달 캐나다 재래식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국과 독일의 경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이뤄 검증된 기술력과 대규모 경제 패키지로 승부하는 반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는 NATO 동맹의 공동 잠수함 체계와 풍부한 건조 실적을 앞세운다. 이번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건조부터 정비·훈련까지 아우르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패키지다. 북극·대서양·태평양 3개 해역에서 동시 작전이 가능한 장기 잠항·원해 작전 능력이 핵심 요구조건이다. 특히 캐나다는 빅토리아급 퇴역에 따른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납기와 높은 가동률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발표는 단순한 12척의 향방을 넘어선다. 한국이 수주할 경우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토를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승부는 ▲플랫폼의 기술력과 납기 ▲캐나다에 안길 경제 효과 ▲동맹·산업 협력 구도라는 세 갈래에서 갈릴 전망이다. 기술력의 한국 vs 실적·납기의 독일 플랫폼 경쟁력만 놓고 보면 양측은 팽팽하다. 그러나 '검증된 실적'과 '납기'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결이 갈린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KSS-Ⅲ Batch-Ⅱ는 한국 해군이 실제 운용 중인 3000t급 잠수함의 개량형이다. 작전반경 7000해리 이상, 533㎜ 어뢰발사관 6문과 수직발사체계(VLS)를 갖췄다. 기술적 차별점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디젤 잠수함이라는 데 있다. 잠항 지속 능력과 저소음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설계다. 무엇보다 강점은 '운용 실적'이다. 지난 5월 23일 도산안창호함이 약 1만4000㎞를 항해해 캐나다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하며 대양 작전 능력을 실전에서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이 성사되면 1번함을 2032년, 4척을 2035년까지 인도하고 이후 매년 추가 건조해 최대 12척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반면 독일(TKMS)이 제안한 212CD 잠수함은 독일·노르웨이가 공동개발한 신형 2500t에서 3000t급 잠수함이다. 차별점은 연료전지 기반 AIP로, 최장 41일을 잠항할 수 있다. 다만 212CD는 아직 양산 초기 단계로,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의식한 듯 독일은 납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5월 28일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CANSEC 현장에서 212CD 4척을 2036년까지 인도하겠다고 직접 공약했다. 독일·노르웨이가 자국 도입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우선 전용하는 방식이다. 양강 구도의 승부는 납기 연도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35년까지 4척을 독일은 2036년까지 4척을 인도할 계획으로 1년 정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80년대 영국에서 건조돼 1990년대 중고로 도입된 노후 잠수함이다. 실질적인 운용 수명이 2030년대 중반에 다다른다. 따라서 납기가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 2만2500개 일자리'… 캐나다가 진짜 따지는 것 캐나다의 선택 기준은 잠수함 성능에만 있지 않다. 누가 캐나다에 더 많은 일자리와 산업을 남기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 캐나다의 산업·기술 혜택(ITB·Industrial and Technology Benefits)이 이번 수주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이번 수주를 따낸 기업은 계약액과 동일한 규모의 경제활동을 캐나다 안에서 수행할 의무를 지게 된다. 즉, 무기를 팔려면 그만큼 캐나다 현지에 생산·투자·고용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캐나다 카니 총리는 주요 방산 계약과 관련해 캐나다 전역에 직접적인 경제활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만큼 무기를 넘어 캐나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일자리 창출과 GDP 효과를 앞세웠다. 한화오션은 KPMG 평가를 근거로 연간 2만25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940억 미국 달러의 GDP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CANSEC 2026'에서 한화오션은 전시장 내 ‘범캐나다 경제 전략(Pan-Canada Economic Strategy)’ 코너를 통해 캐나다와의 산업 협력 네트워크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홍보했다. 단순히 무기 거래가 아닌 '국가적 산업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르블랑 노바스코샤 장관은 "문은 열려 있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와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독일은 기존 독일·노르웨이가 공동 추진 중인 공통설계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편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독일은 사업 전 주기 누적 GDP 약 86조원(860억 캐나다달러), 연인원 65만4695명의 고용 효과를 제시했다. 단, 이 수치는 누적 기준이라 한화오션이 제시한 연간 수치와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원팀' vs 독일 'NATO 동맹망'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국가 간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경쟁사였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손잡은 이례적인 '원팀'과, 독일이 내세운 'NATO 동맹망'의 대결이기도 하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구축함 사업 'KDDX'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선박 수주가 아니라 향후 한국 해양방산 주도권을 가르는 사업인 만큼 양보가 어렵다. 최근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사업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두 기업의 경쟁 구도는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런 두 기업이 어떻게 '원팀'으로 묶일 수 있었을까. 답은 해외 시장의 생리에 있다. 국내에선 맞수지만, 독일·노르웨이 같은 강력한 경쟁자와 겨루는 해외 수주전에서는 한국 기업끼리 힘을 합치는 편이 승산이 높다. 한화오션의 잠수함·특수선 역량에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건조 실적을 더해, 국내 조선·방산 기술을 하나로 결집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추진하던 212CD 프로그램을 캐나다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공통 언어·운용절차·군수·정비 체계를 이미 공유하고 있는 만큼 상호운용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캐나다는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의무상 미국과 보안 센서·통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대 제프리 콜린스 교수는 이미 서방 동맹 체계에 엮인 플랫폼이 운용상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CPSP 사업의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승부는 △플랫폼 검증·납기 △경제 기여 △동맹·산업 구도 세 갈래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수주에 성공하면 방산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인 동시에, 지상무기에 편중됐던 K-방산이 고부가가치 해양 무기체계로 영역을 넓히는 분기점이 된다.
2026-06-01 15: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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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탄 K-조선… 몸집 키우고, 글로벌 영토 넓히고, 플랜트 특화
[경제일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대한민국 조선업계에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순풍을 맞이한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향하는 목적지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한화오션은 ‘글로벌 거점 확장’,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해양 설비 특화’를 미래 생존 전략으로 낙점했다.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는 세 회사가 앞으로 어떤 시장에 무게를 둘지 보여 주는 예고편과 같다. 올해 1분기 한국 조선 3사의 영업이익률은 9.4~15.3%를 기록하며 일반 제조업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통상 2~3년이 걸리는 조선업의 수익 인식 구조 덕분이다. 2022~2023년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일감이 올해 손익계산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직계열화 vs 밸류체인 확장 vs 초격차 기술…3사가 택한 미래 생존법 HD현대중공업의 핵심 무기는 ‘규모’와 ‘수직계열화’다. 1분기 매출은 5조9163억원, 영업이익률은 15.3%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중형선 전문 계열사인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견인한 또 다른 축은 ‘자체 엔진 사업’이다. 선박과 엔진을 함께 만드는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에 엔진기계 부문 영업이익률은 조선 부문을 웃도는 21.1%를 기록했다. 현재 약 3년 치 수주잔량을 확보한 이 부문은 국내 조선업계의 ‘공통 엔진 공급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확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분기 매출 3조2099억원으로 2위에 오른 한화오션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LNG 밸류체인’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미국 필리조선소(약 1435억원) 인수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전문기업 다이나맥(약 8800억원)을 연이어 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미국 LNG 수출 터미널 운영사인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6.8%(1803억원) 확보다. 이는 단순히 배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LNG 밸류 체인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화오션의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1분기 739억원 적자는 아쉬운 대목이다. 대규모 해외 거점 및 에너지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철저하게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했다. 1분기 매출은 2조9023억원으로 3사 중 가장 적었지만, 재무 체력은 가장 극적으로 회복됐다. 1분기 말 기준 5000억원의 순현금을 기록하며 2012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순현금 체제로 전환했다. 핵심 동력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다. 한 기당 3조~4조원에 달하는 대형 FLNG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대형 FLNG 5기를 수주해 3기를 인도했다. 또한 올해 ‘코랄 노르트’와 ‘델핀 LNG’ 프로젝트 등 최대 4기(약 12조~16조원 규모)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LNG운반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로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미래 신사업으로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꼽는다. 최근 미국(ABS)과 영국(LR) 선급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개념 설계 인증을 받았고, 오픈AI(OpenAI) 등과의 협력도 모색 중이다. 장밋빛 전망 이면의 과제… ‘지속가능성’ 증명해야 할 시간 조선 3사가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지만, 넘어야 할 공통의 파도도 존재한다. 우선 올해 1분기 조선 3사 모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겪었고, 미국 무역 정책의 변화와 고부가 선종(LNG선 등) 시장까지 노리는 중국 조선소의 맹추격은 상당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노르웨이 선급 DNV가 “IMO의 넷제로(Net-Zero) 프레임워크 채택이 1년 지연됐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기후 규제 지연으로 암모니아·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선박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으로 가는 큰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라면서, “조선업이 다시 한국 경제의 효자가 됐고, 10년 뒤에도 이 호황이 이어질 때 이른바 빅3 중 누가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 3사는 각자 다른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풀어야 할 뚜렷한 과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당면 과제는 ‘합병 효과 그 이후’를 증명하는 것이다. 2분기부터 도크 운영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등 본연의 체질 개선 결과가 실제 숫자로 확인돼야만 진정한 ‘규모의 경제’를 입증할 수 있다. 가장 과감한 미래 베팅에 나선 한화오션은 투자 회수(ROI)라는 긴 호흡의 싸움을 견뎌야 한다. 미국 필리조선소와 싱가포르 다이나맥 인수,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투자는 미국 LNG 밸류체인을 선점하겠다는 명확한 청사진이다. 그 사이 견뎌야 할 에너지플랜트 부문의 적자와 특수선 사업의 실적 변동성은 경영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LNG 명가’로 거듭난 삼성중공업은 수주 변동성 극복이 핵심 과제다. FLNG는 초고부가가치 시장임이 명확하지만, 발주 건수 자체가 적어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회사 전체의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좁은 선택지다. 삼성중공업이 LNG 운반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 전반으로 분산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 중인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역시 아직은 개념 설계 인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수주와 매출 창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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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HD현대중공업 KDDX 가처분 기각…방사청 손 들어줬다
[경제일보]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본설계 자료 공유와 관련해 법원이 방위사업청의 손을 들어줬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는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낸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 배포 및 자료 공유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KDDX는 우리 해군이 추진하는 차기 구축함 사업이다.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대형 방산 사업이다. 선체뿐 아니라 이지스 체계까지 국내 기술로 만드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갈등은 KDDX 사업을 누가 맡을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내 특수선 분야의 대표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수주를 두고 오랜 기간 경쟁해왔다. 사업 초기에는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다. 개념설계는 배의 기본 방향과 큰 틀을 잡는 작업이다. 어떤 임무를 수행할 배인지, 크기와 성능은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 등을 정하는 단계다. 기본설계는 그보다 한 단계 더 구체적이다. 실제 함정을 어떻게 만들지, 주요 장비와 구조를 어떻게 배치할지 등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통상 이런 사업에서는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이후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중간에 논란이 생겼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자료를 촬영·유출해 유죄를 받은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방사청은 특정 업체와 바로 계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KDDX 사업자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정하겠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입찰 준비 과정에서 나왔다.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를 지명경쟁 대상자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배부할 예정이었다. 제안요청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사업 내용을 이해하고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문서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반발했다. 자신들이 수행한 기본설계 결과물 일부에는 최신 공법, 신기술, 제품 사양 등 회사의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자료가 경쟁사인 한화오션에도 제공되면 입찰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심각한 불공정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24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은 본격적인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당장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막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기본설계 제안요청서를 배포하거나 관련 자료를 공유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HD현대중공업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방사청은 기존 절차에 따라 KDDX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방사청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은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정부 소유자료 등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적법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적법하게 KDDX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유감을 나타냈다. 회사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당사의 중요한 영업 비밀이 경쟁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국가 사업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방사청이 KDDX 사업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이 요구한 자료 배포 금지가 받아들여졌다면 입찰 절차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방사청은 관련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기본설계 자료를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방사청은 정부 소유자료 제공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자료 안에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KDDX 사업은 다시 입찰 절차를 밟게 됐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사업 추진에는 힘이 실렸지만, 설계자료 공개 범위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6-05-08 1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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