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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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까지 피의자 입건…'탱크데이' 논란, 결국 경찰 수사로
[경제일보]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다만 이번 입건은 시민단체 고발에 따른 절차상 조치로, 경찰이 혐의 정황을 확인했거나 소환 조사를 진행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모욕 및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두 사람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던 지난 18일 텀블러 프로모션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5·18 유공자와 유족 등을 모욕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의 이번 입건은 고발 절차에 따른 형식적 피의자 신분 전환이다. 아직 정 회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통상적으로 말하는 혐의 정황이 발견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찰은 향후 스타벅스코리아가 해당 프로모션을 어떤 경위로 기획했는지, 내부 검수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5·18 당일 ‘탱크’라는 표현이 1980년 광주 당시 계엄군의 군사 진압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고, ‘책상에 탁’ 문구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까지 겹치며 파문이 커졌다. 신세계그룹은 논란 직후 손 전 대표를 해임하고, 행사 기획·주관 담당 임원도 책임을 물어 해임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당시 관련 책임자와 관계자에게 중징계를 지시했고, 관련 임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도 착수했다. 그럼에도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방부는 스타벅스코리아와 체결한 장병 복지 증진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스타벅스코리아와 ‘히어로 프로그램’ 업무협약을 맺고 격오지 부대 음료 지원, 순직·공상 군인 자녀 장학금 지원, 전역 예정 장병 취업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 정서와 스타벅스코리아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일부 사업을 중단하거나 순연했다. 정부 부처 차원의 거리두기도 이어졌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엑스에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국가보훈부도 이번 사안에 유감을 표하며 5·18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모니터링과 시정 조치 강화를 언급했다. 정 회장은 오는 2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설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자체 진상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앞서 사과문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그룹을 대표해 사죄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문구 실수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역사 감수성과 검수 체계 문제다. 대형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특정 날짜와 문구가 결합될 경우 사회적 의미가 증폭된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 역사적 사건인 만큼 이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상업적 이벤트에 사용한 데 대한 사회적 반발은 예고된 측면이 컸다. 경찰 수사는 고의성 여부와 내부 보고·승인 구조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형사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 부주의를 넘어 5·18 유공자나 유족 등에 대한 모욕 의사, 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구체적 행위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면 기업 차원의 사회적 책임은 형사책임 인정 여부와 별개로 이미 상당 부분 발생한 상태다.
2026-05-25 0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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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박형준 초접전…부산 민심 어디로 향하나
[경제일보] 6·3 부산광역시장 선거가 전국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여론조사마다 격차를 달리하며 접전을 이어가면서 부산 민심 향배에 정치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박형준 후보가 조직력과 보수 결집을 바탕으로 방어전에 나선 가운데 전재수 후보 역시 지역 변화론과 중앙정부 협력론을 앞세워 추격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를 단순한 지방권력 경쟁 이상의 의미로 해석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영남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상징적 승부처이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핵심 지지기반 수성 여부가 걸린 선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마다 달라지는 수치…공통점은 ‘접전’ 근 여론조사 흐름은 혼전 양상을 보여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026. 5. 16.~17. 부산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재수 후보 44%, 박형준 후보 38%로 집계됐다. 두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다. MBC는 직전 조사보다 두 후보 격차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부산MBC·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전재수 후보 47.7%, 박형준 후보 40.2%, 정이한 후보 2.9%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전 후보가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반면 제이투인사이트랩 조사에서는 전재수 후보 43.9%, 박형준 후보 43.7%로 두 후보 격차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사실상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KNN 역시 최근 부산시장 선거 흐름과 관련해 양당 후보가 확정된 이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며 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기관과 시점에 따라 수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두 후보가 접전권에서 맞붙고 있다는 점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이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전재수의 변화론…“부산 경제 체질 바꿔야” 전재수 후보는 ‘부산 변화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보수 시정 아래 부산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산업 재편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 해양수도 전략 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 후보는 중앙정부와의 협력론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장이 돼야 국비 확보와 지역 현안 추진에서 유리하다는 논리다. 실제 전 후보는 해양수도 부산 재도약과 미래산업 육성, 청년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를 영남 확장의 교두보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부산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과거보다 확대되고 있다는 점 역시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정치권에서는 전 후보 전략 핵심을 ‘세대교체와 도시 전환’으로 본다. 북항 재개발과 해양산업 고도화, 미래산업 유치 등을 통해 부산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메시지에 중도층과 젊은층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형준의 안정론…“하던 일 마무리해야” 반면 박형준 후보는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시정 연속성을 핵심 무기로 내세운다.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이전 추진 등 기존 사업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 후보 측은 시간이 갈수록 보수층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경선 이후 지지층이 빠르게 재결집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전략 핵심을 ‘검증된 행정 경험’으로 본다. 실제 박 후보는 부산시정 안정성과 행정 연속성을 강조하며 중도층과 경제계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특히 가덕도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같은 대형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와 부산시, 재계 협력이 동시에 필요한 만큼 행정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 경제계 일각에서도 사업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강서벨트와 중도층 이동이 승부처 역별 표심도 중요한 변수다. 해운대·수영 등 동부산권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반면 북·강서벨트는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부산진·동래 등 원도심·내륙권 역시 선거 때마다 민심 변화 폭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강서구와 북구는 젊은층 유입과 신도시 개발 영향으로 과거보다 정치 지형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역 표심 향배가 부산시장 선거 전체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도층과 무당층 이동도 핵심 변수다. 최근 조사에서는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부동층 규모 역시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율 역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부산은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중도층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조직력이 강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산 경제와 민생이 최대 의제 이번 선거 핵심은 결국 경제와 민생이라는 평가가 많다. 부산은 제조업 침체와 청년 인구 유출, 지역 경기 둔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등 대형 현안 역시 선거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재수 후보는 산업 재편과 미래산업 육성, 청년 정주 여건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박형준 후보는 진행 중인 도시개발 사업 완성과 안정적 시정 운영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부산시장 선거 막판 승부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보수층 결집이 어디까지 이뤄질 것인가. 둘째 중도층과 부동층이 어느 후보로 이동할 것인가. 셋째 변화론과 안정론 가운데 어느 메시지가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인가다. 전통적 보수 도시 부산에서 벌어지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를 넘어 향후 영남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2026-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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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기념이 됐지만, 진실과 배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제일보] 5·18민주화운동이 46주년을 맞았지만 오월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가기념일로 자리 잡고 기념식은 매년 열리고 있지만 발포명령자 규명, 행방불명자 확인,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온전한 배상, 왜곡·폄훼 대응,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가장 큰 미완의 과제는 진상규명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024년 종합보고서를 내고 4년여 활동을 마무리했다. 조사위는 민간인 학살과 희생자 사망 경위, 일부 왜곡 주장의 허구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지만, 핵심 쟁점인 발포명령자와 행방불명자 문제는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 활동 종료로 추가 조사는 중단됐고, 조사위는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를 권고하는 데 그쳤다. 발포명령자 규명은 5·18 진실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와 판결을 통해 확인됐지만, 누가 최종적으로 발포를 명령했는지에 대한 법적·역사적 결론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행방불명자와 암매장 의혹 역시 유족들에게는 ‘끝나지 않은 5월’로 남아 있다. 배상 문제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올해 1월 5·18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1990년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별도 위자료 청구 길을 연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기존 보상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동안 5·18 피해 보상은 사망·부상·구금 등 물리적 피해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계엄군 폭력과 고문, 가족의 사망과 실종, 오랜 낙인과 침묵이 남긴 정신적 피해는 충분히 평가되지 못했다. 유족과 생존자들은 단순 보상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의 성격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왜곡과 폄훼 대응도 여전히 난제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허위사실에 근거해 5·18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도입됐지만, 실제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지만, 예술·학문·연구·보도 목적 등에 대한 면책 조항이 넓어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북한군 개입설과 희생자 모욕, 유공자 특혜 주장 같은 허위 정보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된다. 5·18기념재단 등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삭제 요청에 나서고 있지만, 플랫폼 확산 속도와 익명성을 따라잡기 어렵다. 왜곡은 단순한 표현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이자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 요구가 커지고 있다. 헌법 전문 수록 문제도 올해 다시 쟁점이 됐다.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개헌안 국회 의결이 무산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5·18 46주년을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는 헌법 전문 수록 표결 불참과 무산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사회는 5·18정신의 헌법 수록이 특정 지역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헌정사적 정당성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주장했다.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단순한 상징 논쟁이 아니다. 1980년 광주의 저항을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의 핵심 가치로 명문화하느냐의 문제다.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6월항쟁과 함께 5·18을 헌법 질서 안에 분명히 새겨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정치권의 합의 부족과 개헌 절차의 난맥 속에 매번 문턱을 넘지 못했다. 46주년을 맞은 광주의 과제는 세 갈래로 압축된다. 첫째, 진상규명은 조사위 보고서로 끝낼 수 없다. 발포명령자와 행방불명자, 암매장 의혹 등 남은 쟁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후속 조사와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 둘째, 배상은 금전 지급을 넘어 국가폭력 피해의 실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보완돼야 한다. 셋째, 왜곡·폄훼 대응과 헌법 전문 수록은 5·18을 현재의 민주주의 가치로 지켜내는 제도적 장치가 돼야 한다. 5·18은 이미 국가기념일이 됐고 광주는 매년 추모의 광장이 된다. 그러나 기념이 제도화됐다고 해서 진실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누가 명령했고, 누가 사라졌으며, 누가 아직도 고통 속에 있는지에 대한 답은 충분하지 않다. 오월이 광장으로 돌아왔다면 이제 국가는 그 광장 앞에서 남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2026-05-18 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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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보수 교체'냐, 추경호 '보수 결집'이냐
[경제일보] 6·3 대구시장 선거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정면승부로 본격화됐다. 김 후보는 ‘대구 교체론’과 중앙정부 협력론을 앞세우고,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의 ‘경제 전문성’과 보수 결집론으로 맞서고 있다. 두 후보 모두 TK신공항, 일자리, 산업 재편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김 후보는 “대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추 후보는 “대구 경제를 살릴 검증된 경제전문가”를 자임한다. 여론조사, 5월 들어 김부겸·추경호 오차범위 내 ‘초접전’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초접전이다. 대구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4월 28~29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김부겸 44%, 추경호 35%로 김 후보가 앞섰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였다. 반면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5월 2~3일 대구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조사에서는 김 후보 45.9%, 추 후보 42.4%로 격차가 3.5%포인트까지 줄었다.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초접전 흐름이 확인됐다. JTBC가 메타보이스·리서치랩에 의뢰해 5월 5~6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40%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포인트로,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안에 있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흐름만 놓고 보면 김 후보가 인물 경쟁력과 변화 기대감으로 초반 주도권을 잡았지만, 국민의힘 경선 이후 추 후보가 보수층 결집 효과를 타고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대구의 정당 지형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우호적이다. 다만 김 후보가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오랜 기간 정치적 기반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점, 국무총리와 장관을 지낸 중량감이 있다는 점은 과거 민주당 후보들과 다른 변수다. 김부겸, “대구를 바꿔야 한다” 변화론 전면에 김 후보의 선거전은 ‘대구를 향한 귀환’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는 대구 달서구 두류역 인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번에는 김부겸을 회초리 삼아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게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또 “대구를 살려달라는 시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하겠다”며 △지역 소멸 △청년 유출 △산업 침체 문제를 전면에 올렸다. 김 후보는 비수도권 첫 도심공항터미널 설치, 대구 4호선 모노레일 추진, TK신공항 국가 주도 사업 전환, K2 후적지 기업도시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선거 중반부 들어 생활 현안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전한 물 확보, 낙동강 수질 개선, 서대구 악취 문제 해결,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형 개발만이 아니라 시민이 매일 겪는 문제를 풀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도층과 생활 민심을 겨냥한 행보다.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김 후보는 정당보다 인물, 이념보다 실행력을 앞세워 그 벽을 넘겠다는 전략이다. 추경호, “대구 경제 살리겠다” 경제전문가론 꺼내 추 후보는 후보 확정 직후 대구 충혼탑 참배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정체성과 결집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후보 등록 직후 “대한민국이 검증한 경제부총리 출신 최고의 경제전문가가 대구 경제 살리기 대장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압도적인 승리로 보수의 유능함을 증명하고 돈과 사람이 모이는 대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의 핵심 자산은 경제 관료와 경제부총리 이력이다. 대구 시민이 가장 절실하게 여기는 문제가 일자리와 지역경제라는 점에서 ‘경제전문가 시장’ 이미지는 강한 무기다. 그는 기업 유치, 미래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지역 금융 기능 강화 등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 후보를 통해 이번 선거를 ‘정권 견제’와 ‘대구 경제 회복’의 이중 구도로 끌고 가려 한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생긴 보수층 내부의 상처를 얼마나 빨리 봉합하느냐가 관건이다. TK신공항, 같은 찬성 다른 해법 두 후보가 가장 강하게 맞붙는 의제는 TK신공항이다. 모두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김 후보는 신공항을 국가 주도 사업으로 전환하고 민주당 차원의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대구시 재정 부담과 기존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를 넘어 중앙정부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논리다.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으로서 예산과 재정 구조를 이해하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운다. 신공항은 공항 이전을 넘어 K2 후적지 개발, 광역교통망, 물류·항공 산업, 기업 유치가 맞물린 대구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신공항 이슈에 대해 결국 유권자가 따질 것은 누가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더 많은 재원을 끌어올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서문시장·동성로 민심 접촉전도 가열 민심 접촉전도 뜨겁다. 두 후보는 서문시장과 동성로 등 대구 대표 상권을 찾아 시민들과 접촉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전통 보수층과 서민경제의 상징이고, 동성로는 청년·상권·문화 소비가 만나는 도심 민심의 바로미터다. 김 후보는 전통시장과 도심 상권을 관광·문화 명소로 키우겠다고 강조하고, 추 후보는 시장과 생활권을 훑으며 “대구 경제를 살릴 후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두 후보의 유세 동선은 전통시장, 청년 상권, 산업 현장, 생활 민원 지역으로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막판 변수는 중도층과 투표율 정치 전문가들은 대구시장 선거의 막판 변수로 투표율과 중도층 투표성향을 꼽는다. 투표율이 높고 변화 기대감이 커질수록 김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선거가 정권 견제 구도로 굳어지면 추 후보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는 보수층 일부와 무당층을 설득해야 하고, 추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실제 투표장까지 끌어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더 이상 ‘보수 텃밭의 예정된 선거’가 아니다”며 “김부겸 후보는 대구 정치의 낡은 문법을 깨려 하고, 추경호 후보는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 시민의 최종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대구를 다시 먹고살게 할 것이냐다”라며 “그 질문에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 후보가 마지막 표심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6-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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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해양수도'냐, 박형준 '월드클래스'냐
[경제일보] 6·3 부산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양강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전 후보는 정권 교체 이후 형성된 여권 상승세를 바탕으로 ‘해양수도 부산’과 ‘산업 대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현직 시장으로서 추진해온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며 ‘월드클래스 부산’과 ‘중단 없는 발전’을 전면에 걸었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부산의 미래 노선을 묻는 선거로 흐르고 있다. 전 후보는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보조를 맞춰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해양수산 기능 강화, AI 항만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후보는 이미 설계하고 추진해온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관광도시 전략을 흔들림 없이 완성해야 한다고 맞선다. 여론조사 흐름은 ‘전재수 우세’ 속 ‘박형준 추격’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일부 조사에서는 전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또 다른 조사에서는 두 후보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2일 부산시민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두 번째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7%,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40.2%,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는 2.9%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5%포인트로, 전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면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부산 유권자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 후보 43%, 박 후보 41%로 격차가 2%포인트에 그쳤다. 한 달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두 후보 격차가 11%포인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박 후보 측의 추격세도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뉴데일리가 리서치웰에 의뢰해 지난 9~10일 부산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 후보 48.1%, 박 후보 38.2%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40대와 50대에서 전 후보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70세 이상에서는 박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원도심권·서부산권에서 전 후보가 앞섰고, 동부산권에서는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는 이번 선거가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세대·권역·현직 평가가 복합적으로 얽힌 선거임을 보여준다. 흐름만 놓고 보면 전 후보가 여러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갤럽 조사에서 격차가 2%포인트까지 좁혀졌다는 점은 박 후보의 추격세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ARS 조사와 전화면접 조사, 조사 시점과 질문 방식에 따라 응답층이 달라질 수 있어 단일 조사 수치만으로 판세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전 후보에게는 정권 초반 여권 상승세와 부산 교체론이 힘이 되고 있고, 박 후보에게는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보수 결집, 시정 연속성론이 추격 동력으로 작용하는 구도다. 선거 막판 관전 포인트는 부동층의 이동이다. 부산MBC·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가 2.9%를 기록한 것처럼 제3지대 표심은 크지 않지만 초접전 구도에서는 의미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기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청년 일자리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후보 간 공방이 중도층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전 후보가 ‘정권 연계 실행력’을 구체적 로드맵으로 입증하느냐, 박 후보가 ‘검증된 시정 경험’을 체감 성과로 설득하느냐가 남은 기간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다. 전재수, ‘해양수도 부산’ 앞세워 정권 연계 실행론 부각 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키워드는 ‘해양수도 부산’이다. 부산을 항만도시의 과거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해양물류·AI 항만·북극항로·해양금융·문화관광을 묶은 미래형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전 후보는 부산 현안의 상당수가 중앙정부와 국회 협력 없이는 풀기 어렵다고 보고, 여당 후보로서의 실행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대표 공약은 부산항 AI 전환이다. 전 후보는 총 8921억원을 투입해 부산항을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항만으로 바꾸겠다는 산업 대전환 공약을 내놨다. 항만 자동화와 디지털 물류, AI 해양산업을 연결해 부산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전 후보 측은 부산의 1인당 지역총생산이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기존 산업 구조만으로는 청년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공약은 부산의 오랜 고민과 맞닿아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1의 항만도시이지만, 항만이 곧바로 양질의 지역 일자리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류 기능은 컸지만 부가가치와 금융, 데이터, 연구개발 기능은 수도권이나 해외 거점으로 빠져나갔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 후보는 이 약한 고리를 AI 항만과 해양신산업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후보가 내세우는 또 다른 축은 중앙정부와의 협력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또는 해양수산 기능 강화, 가덕도신공항 추진, 북항 재개발 제도 개선, 산업은행 이전 또는 금융중심지 대안 마련은 모두 중앙정부와 국회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전 후보는 “부산시장이 정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부산 현안이 빨라진다”는 논리를 편다. 다만 전 후보의 공약이 힘을 얻으려면 구체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8921억원 규모의 AI 항만 전환은 재원 조달 방식, 민간 투자 유치, 항만 노동 전환 대책, 관련 법 개정 로드맵이 함께 제시돼야 설득력을 갖는다. 부산 시민은 더 이상 ‘큰 그림’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항만 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더 높은 임금과 더 좋은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박형준, ‘월드클래스 부산’으로 현직 완성론 전면화 박 후보는 현직 시장으로서 추진해온 부산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중단 없는 부산 발전’이다. 그는 최근 3호 공약으로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공항 배후 복합도시 조성, 부산발전특별법 및 산업은행 부산 이전, 연 1000만 외국인 관광객 시대를 여는 관광 전략을 제시했다. 박 후보의 공약은 공항·산업·관광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가덕도신공항을 조기에 개항하고, 공항 배후 복합도시를 조성해 항공물류와 첨단산업을 키우며, 산업은행 이전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산을 세계 수준의 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도 담았다. 박 후보의 강점은 공약을 ‘새 약속’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계획의 완성’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는 가덕도신공항, 북항 재개발, 글로벌허브도시 구상, 산업은행 이전 등을 지난 시정에서 설계하고 다듬어온 실행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현직 시장으로서 중앙부처, 국회, 기업, 지역 경제계와 협의해온 경험을 내세워 “부산을 가장 잘 알고 제대로 해온 사람이 부산의 내일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의 ‘월드클래스 부산’ 구상은 부산을 단순한 지방 대도시가 아니라 항공물류·산업·관광이 결합한 글로벌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다. 이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 이후 남은 도시 브랜드와 인프라 논의를 선거 공약으로 재구성한 성격도 있다.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국제 네트워크와 도시 비전을 실제 사업으로 이어가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박 후보의 공약 역시 검증의 대상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은 중앙정부의 사업 일정과 예산, 안전성 검토, 시공 방식에 따라 좌우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국회와 금융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역시 항공노선, 숙박, 콘텐츠, 교통, 지역 상권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박 후보가 말하는 ‘완성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지난 시정의 성과뿐 아니라 앞으로 4년의 구체적 실행표가 필요하다. 첫 TV토론, 산은 이전·특별법·북항 재개발 놓고 정면 충돌 두 후보의 정책 차이는 첫 TV토론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 후보와 박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시정 5년 동안 설계한 계획을 중단 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전 후보는 현안이 지체된 이유와 제도적 한계를 따져 물으며 중앙정부와 국회 협력을 통한 돌파를 주장했다. 북항 재개발을 둘러싼 논쟁도 치열했다. 전 후보는 북항재개발 1단계 랜드마크 부지가 개발되지 못한 배경으로 높은 토지 가격, 항만공사법과 항만재개발법 등 제도적 제약, 수요 창출 문제를 들었다. 그는 관련 법을 개정해 부산항만공사에 사업 시행 권한을 부여하면 새로운 방식의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북항 재개발을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부산의 핵심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고, 행정의 흐름이 끊기면 더 늦어진다는 논리다. 반면 전 후보는 기존 방식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고,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없이는 북항도 신공항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차이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보여준다. 전 후보는 “바꿔야 빨라진다”고 말하고, 박 후보는 “이어가야 완성된다”고 말한다. 부산 시민은 두 주장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변화가 속도인지, 연속성이 안정인지가 선거 막판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가덕도신공항, 두 후보 모두 찬성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가덕도신공항은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두 후보 모두 신공항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개항 시기와 추진 방식, 책임론을 두고는 입장이 갈린다. 전 후보는 여당 시장이 중앙정부와 협력하면 신공항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의 숙원사업이 더 이상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예산과 인허가, 법률 지원을 동시에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가덕도신공항을 해양수도 부산과 AI 항만, 글로벌 물류도시 구상의 출발점으로 연결한다. 박 후보는 신공항 조기 개항을 자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는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과 공항 배후 복합도시 조성을 통해 부산을 항공물류·산업·관광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이미 부산시가 추진해온 계획과 행정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업의 현실성을 가장 잘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덕도신공항은 공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강서권 개발, 에코델타시티, 항공물류, 관광, 국제회의, 산업단지 재편이 모두 연결돼 있다. 공항이 늦어지면 부산의 성장 전략도 늦어진다. 반대로 신공항이 제대로 추진되면 부산은 항만과 공항을 동시에 갖춘 복합물류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따라서 유권자가 볼 대목은 찬반이 아니라 실행 방식이다. 전 후보가 중앙정부와의 속도전을 설득할 수 있을지, 박 후보가 현직 시장의 연속성과 실무 경험을 신뢰로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북항 재개발, 원도심 부활이냐 개발 지체 반복이냐 북항 재개발은 부산 원도심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북항은 단순한 항만 부지가 아니다. 부산역, 원도심, 관광, 상업, 주거, 문화 기능이 한데 만나는 도시 재편의 중심축이다. 북항이 살아야 원도심이 살아나고, 원도심이 살아야 부산 전체의 균형 발전도 가능하다. 전 후보는 북항 재개발의 제도적 병목을 정면으로 거론한다. 높은 토지 가격과 법적 제약, 사업 주체의 한계를 풀지 않으면 랜드마크 부지 개발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부산항만공사의 역할 확대와 법 개정을 통해 북항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후보는 북항 재개발을 이미 추진 중인 부산 대전환 프로젝트의 하나로 본다. 행정 연속성이 끊기면 사업은 더 복잡해지고, 투자 유치와 인허가도 지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박 후보는 부산을 세계도시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북항이 관광과 비즈니스, 문화 기능을 함께 품는 핵심 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정치컨설팅 관계자는 “북항 문제는 개발 구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누가 이익을 얻고, 원도심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며, 부산 청년에게 어떤 일자리가 생기는지가 중요하다”며 “부산 시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조감도가 아니라 생활권의 회복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항이 일부 개발 사업자의 수익 공간에 그칠지, 부산 시민의 도시 자산으로 돌아올지가 이번 선거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이전, 부산 금융중심지의 시험대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두 후보가 모두 비중 있게 다루는 사안이다. 박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을 부산 금융중심지 완성의 핵심 고리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내려오면 금융기관과 기업, 투자 기능이 함께 움직이고, 부산이 동남권 산업금융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전 후보도 부산 금융 기능 강화를 강조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소 다르다. 그는 중앙정부와 국회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제도 개선과 기능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단순히 본점 이전 구호에 그치지 않고, 부산에 실질적 금융 권한과 투자 기능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첫 TV토론에서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는 기존 추진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 후보는 그동안 왜 성과가 지체됐는지를 따져 물었다. 이 쟁점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 이전 문제는 부산 시민에게 상징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고 부산에 고급 금융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산업은행 실제 이전에는 법 개정, 노조 반발, 금융당국 판단, 정치권 합의가 모두 필요하다”며 “후보들이 제시해야 할 것은 구호가 아니라 단계별 실행 전략이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결국 선거의 마지막 질문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밑바닥에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있다. 부산은 오랫동안 청년 유출 문제를 겪어왔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다양한 문화·창업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도시 활력이 약해지고 있다. 전 후보는 부산항 AI 전환과 해양신산업, 디지털 산업을 통해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항만을 단순 물류 거점에서 데이터·AI·친환경 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구상이 성공하려면 기존 항만 노동자와 청년 기술 인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직업 전환 체계가 필요하다. 박 후보는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관광산업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공항과 금융, 관광, 첨단산업을 묶어 부산의 경제 규모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역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 임금 수준, 주거 지원, 교통망 확충이 함께 따라야 한다. 막판 행보...전재수 ‘변화의 속도’ 박형준 ‘완성의 신뢰’ 남은 선거 기간 전 후보는 변화의 속도를 더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부산이 더 이상 과거 산업 구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해양수도 부산, AI 항만, 산업 대전환, 중앙정부 협력은 모두 같은 방향의 메시지다. 부산을 바꾸려면 시정 교체와 정권 연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박 후보는 완성의 신뢰를 강조할 전망이다. 그는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이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관광도시 전략이 모두 지난 시정에서 설계된 계획이라고 말한다. 중간에 방향을 바꾸면 사업이 늦어지고 부산 발전의 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구호의 크기를 겨루는 선거가 아니다”며 “실행의 신뢰를 겨루는 선거다”고 말했다. 이어 “전재수 후보는 정권 연계와 산업 전환의 설계도를 구체화해야 한다. 박형준 후보는 현직 시장의 성과를 시민 체감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부산 시민은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실제로 해낼 수 있는가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5-15 14: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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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대미 투자 '시동'…한미, 조선·원전·LNG 프로젝트 본격 협의
[경제일보] 한미 양국 정부가 3500억달러, 우리 돈 약 523조원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이행을 위한 고위급 협의에 본격 착수했다. 조선,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등 산업·에너지 분야가 핵심 협력 축으로 떠오른 가운데, 첫 투자 사업은 오는 6월 대미투자특별법 발효 이후 구체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장관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및 양국 산업·통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장관은 8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이후 한국 측 후속 법령 제정과 추진 체계 구축 상황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양측은 조선·에너지 등 상호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그동안 논의해온 프로젝트 구상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추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의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가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이 합의에 따라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특별법 발효 전까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정비하고, 미국 측과 투자 후보 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첫 투자 사업인 이른바 ‘1호 프로젝트’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한 뒤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LNG 수출 터미널 건설 사업과 신규 원전 건설 등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에너지 프로젝트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한국 기업의 기술·시공 역량이 맞물릴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조선 분야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는 이번 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를 통해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한미 조선협력센터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 정책 동향 공유, 양국 기업 간 협력 지원을 맡는다.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개선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2028년까지 추진되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참여한다. 올해 예산은 66억원 규모다. 조선은 이번 대미 투자 구상의 핵심 분야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가 조선 분야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재건과 해양 안보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해양플랜트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조선 협력은 단순한 산업 협력을 넘어 공급망·안보 협력 성격까지 띠고 있다. 김 장관은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 OMB 국장과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이 추진 중인 ‘마스가’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프로젝트로, 미국 내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한국의 투자와 기술 협력을 결합하는 구상이다. 에너지 분야 협의도 이어졌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협력 진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원전은 한미 양국 모두 전략적 이해가 큰 분야다. 미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고 있고, 한국은 원전 설계·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김 장관은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아웃리치 활동도 병행했다. 대표적 지한파 의원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테네시주 연방 상원의원과 화상 면담을 진행해 원전 협력과 디지털 이슈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원전 등 상호 관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디지털 이슈 등에 대한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선언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대규모 투자 합의를 통해 산업·에너지 협력의 큰 틀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그 틀 안에서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기관이 투자하고 협력할지를 조율하는 단계로 들어선 셈이다. 다만 실제 프로젝트 추진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3500억달러라는 투자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재원 조달 구조, 투자 수익성, 한국 기업의 참여 방식, 미국 내 인허가 절차, 현지 정치 변수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조선과 원전, LNG 인프라 사업은 장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해 초기 협의 이후에도 세부 조건 조율이 중요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 확대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갖는다. 미국 시장에서 산업 기반을 넓히고 에너지·조선·원전 분야의 협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막대한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향할 경우 국내 산업 투자와의 균형, 기업 부담,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향후 미국 측과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지속하면서 한미 산업·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통상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는 한미 경제협력이 기존의 교역 중심에서 투자·산업·에너지 안보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가 조선·원전·LNG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경우, 한미 경제동맹의 무게중심은 단순한 수출입 관계를 넘어 전략산업 공동 구축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026-05-10 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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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통합 주도론' 굳히기냐, 이정현 '호남 견제론'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민 후보는 민주당 경선 승리의 탄력과 호남 변화론을 앞세워 상승 흐름을 타고 있고 이 후보는 민주당 독점 견제와 균형론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치권 분위기는 ‘민형배 우세·이정현 추격’으로 요약된다. 다만 광주·전남 행정통합이라는 초유의 변수와 군공항 이전, 산업 재편, 지역 균형발전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는 만큼 선거 막판까지 긴장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기존 광주시장이나 전남지사 선거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국회는 지난 3월 전남·광주 행정통합특별법을 통과시켰고 통합특별시는 오는 7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특례가 부여되는 만큼 초대 통합시장은 단순 지방자치단체장을 넘어 새로운 광역 권력의 상징성을 갖게 된다. 정치권이 이번 선거를 호남 권력지형 재편의 출발점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론조사 흐름은 민주당 후보인 민 후보에게 비교적 우호적이다. KBS광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광주·전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6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호도는 민형배 25%, 김영록 23%로 나타났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4%포인트다. 이후 뉴시스 광주전남본부·무등일보·광주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6~7일 이틀간 광주·전남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통합특별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민형배 42%, 김영록 30% 흐름이 나타났다. 민주당 경선 막판으로 갈수록 민 후보 쪽으로 권리당원과 강성 지지층 결집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 후보는 결국 민주당 경선을 뚫고 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민주당 결선 투표에서 민 후보는 김영록 전남지사를 꺾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본경선 과정에서는 신정훈 의원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신 의원으로 단일화했고 민 후보는 주철현 의원과 단일화했다. 결선 과정에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김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민 후보 견제 흐름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주당 핵심 지지층 표심은 민 후보 쪽으로 움직였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흐름을 ‘민형배 우세·견제론 추격’ 구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지지세가 워낙 강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민 후보가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체제가 실제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민형배, 통합 상징성과 변화론은 ‘강점’…통합 후폭풍은 ‘부담’ 민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변화 이미지와 민주당 경선 돌파 과정 자체다. 그는 광주 광산구청장을 두 차례 지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거쳐 재선 의원이 됐다. 지방행정과 중앙정치 경험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은 초대 통합시장 선거에서 적지 않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직 전남지사와 광주시장까지 경쟁했던 민주당 경선을 통과했다는 점은 민 후보에게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호남 권력의 세대교체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 후보는 통합특별시 출범을 ‘호남 재도약’ 프레임으로 연결하고 있다. AI와 미래차, 에너지, 농생명, 문화산업을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4년간 모두 20조원 규모의 지원 재정을 전략산업에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고 있다. 단순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통합특별시가 직접 전략산업 투자자로 나서겠다는 메시지다. 다만 부담도 적지 않다. 첫 번째는 통합 이후 갈등 관리다. 광주와 전남은 생활권이 연결돼 있지만 이해관계는 다르다. 광주는 도시 인프라와 첨단산업 중심이고 전남은 에너지·농수산·관광 산업 비중이 크다. 예산 배분과 청사 문제, 조직 개편,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번째는 민주당 내부 후유증이다. 이번 경선은 현직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까지 뛰어든 고강도 경쟁이었다. 민 후보 입장에서는 김영록·강기정 지지층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가 본선 안정성과 향후 시정 운영 기반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이정현, 민주당 견제론은 ‘무기’…지역 기반 한계는 ‘과제’ 국민의힘 후보인 이정현 전 의원은 쉽지 않은 싸움에 나서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전국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국민의힘 조직력과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불리한 출발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 후보 역시 분명한 정치적 자산이 있다. 그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순천·곡성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험이 있다. 호남에서 보기 드문 보수 정치 성공 사례로 여전히 상징성이 크다. 이 후보는 민주당 독점 견제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막대한 재정과 권한이 집중되는 광역 권력이다. 이 후보는 이 지점을 파고들며 “견제 없는 통합 권력은 위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군공항 이전과 통합 재정 배분 문제는 이 후보가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통합 이후 광주 중심 체제로 흐를 경우 전남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실적 한계 역시 존재한다.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 자체가 높은 장벽이다. 결국 이 후보 입장에서는 단순 정권 견제론을 넘어 통합특별시 운영 청사진과 재정 운용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군공항·광역교통…결국 통합 이후 삶이 승부처 이번 선거 핵심 의제는 통합 이후 실제 삶의 변화다. 민 후보는 AI와 미래차,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광역 산업벨트를 강조하고 있다. 광주 AI산업과 전남 에너지 산업을 연결해 호남 전체를 첨단산업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이 후보는 “대형 구상보다 현실 검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20조원 재정지원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산업 투자 우선순위를 집중적으로 따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역시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다. 광주는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수용 부담 우려가 여전히 크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이 문제가 본격 충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광역교통과 생활권 통합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행정구역이 합쳐져도 교통망과 산업 인프라가 연결되지 않으면 통합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광주와 목포·순천·여수·나주를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공약 역시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민, ‘통합 실행력’ 부각…이, ‘견제와 균형’ 총력전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초대 통합시장 선거라는 상징성 때문에 막판까지 예상 밖 변수들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한다. 민 후보의 핵심 카드는 민주당 경선 승리의 탄력과 통합 실행력이다. 현직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을 모두 넘어섰다는 점 자체가 변화와 세대교체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조직이 빠르게 결집할 경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이 후보는 견제론과 균형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 사이 갈등 가능성과 재정 집중 문제를 생활 문제와 연결해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호남권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누가 시장이 되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광주·전남 통합 이후 어느 지역이 주도권을 잡고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 민심은 지금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통합특별시라는 거대한 실험에 기대감이 커진 만큼 그 이후 삶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검증 요구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
2026-05-09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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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정권 동력' 굳히기냐, 유정복 '현직' 반전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인천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후보와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의 양강 대결로 압축됐다. 현재 판세만 놓고 보면 현정부 동력을 활용한 박 후보가 앞서 달리고 유 후보가 현직 시장의 행정 경험과 지역 개발 성과를 앞세워 추격하는 구도다. 그러나 인천 선거는 늘 단순한 정당 대결로만 끝나지 않았다. △신도시와 원도심 △항만과 공항 △수도권 규제와 지역 자존심 △중앙정치 바람과 생활 행정 평가 등이 한꺼번에 부딪히는 게 인천시장 선거의 특성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당 프리미엄 박찬대 ‘우세’...현직 유정복 남부·강화·옹진권서 ‘추격’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지난 4월 28~29일 인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인천시장 가상 다자대결에서 박찬대 후보 54.9%, 유정복 후보 29.5%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률은 6.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 조사는 다자구도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중도층에서도 박 후보가 58.7%를 얻었다는 점은 판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양강 구도에서도 박 후보 우세 흐름은 확인된다. 인천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3~25일 인천 거주 만 18세 이상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찬대 후보 48.1%, 유정복 후보 34.7% 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응답률은 6.5%다. 권역별로는 서북권에서 박 후보 52.8%, 유 후보 31.3%, 동부권에서 박 후보 44.8%, 유 후보 34.0%였고, 남부·강화·옹진권에서는 박 후보 47.1%, 유 후보 38.1%로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특히 주목할 곳은 원도심이다. 인천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4일 제물포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21명을 대상으로 무선 가상번호 ARS 100%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 후보 46.8%, 유 후보 41.0%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응답률은 7.3%다. 오차범위 내 결과지만 유 후보의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원도심에서 박 후보가 근소 우위를 보였다는 점은 여당 후보에게 의미 있는 신호로 읽힌다. 박찬대, 현정부·여당 조직 ‘강점’...행정경험 부족 ‘부담’ 박찬대 후보의 강점은 정권 동력과 당 조직이다. 그는 친명계 핵심이자 3선 의원 출신으로 중앙정부와 국회 네트워크를 동시에 내세울 수 있다. 민주당 인천 지역 조직도 ‘원팀 선대위’를 표방하며 송영길 전 시장, 박남춘 전 시장 등 전직 시장급 인사들을 상징 자산으로 결집시키고 있다. 이는 인천 13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촘촘히 묶어 투표율과 조직 동원을 끌어올리는 데 강점이 있다는 게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후보의 약점은 행정 경험이다. 국회와 당내 정치에서는 중량감이 있지만, 광역행정 경험은 유 후보보다 부족하다. 인천은 교통, 항만, 공항, 매립지, 경제자유구역, 원도심 재생이 얽힌 복합 행정 도시다. 박 후보가 중앙정치의 힘을 시정 운영의 실력으로 바꿔 보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유 후보 측이 ‘검증된 일꾼’ 프레임을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후보의 기회는 산업 전환 의제다. 그는 인천의 미래 비전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 에너지를 묶은 ‘ABC+E’를 제시했다. 공항·항만·물류단지를 연결한 물류 AI 실증도시, 바이오산업 고도화,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 등이 핵심이다. 박 후보는 5월 6일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만나 “인천 앞바다의 바람을 이용한 제2의 에너지 개항”을 내세웠고, 해상풍력 기회발전특구와 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위협 요인은 기대치다. 여론조사상 앞선 후보에게는 실수가 더 치명적이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박 후보가 말이 앞서고 실행계획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면 유 후보의 ‘행정 안정론’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특히 제물포구, 중구, 동구, 강화·옹진, 연수 일부 등 보수 성향과 현직 평가가 교차하는 지역에서는 박 후보의 낙관론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복, 현직·행정이력 ‘강점’...시 채무 증가 ‘과제’ 유정복 후보의 강점은 단연 현직 프리미엄과 행정 이력이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김포군수, 인천 서구청장, 김포시장,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인천시장을 거쳤다. 이번에 당선되면 인천 최초의 민선 3선 시장이 된다. 유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 인천국제자유특별시, 복지정책인 천원정책확대, 저출생·보육 지원, 원도심 균형발전, 교통혁명, 미래산업 유치 등을 제시했다. 유 후보의 약점은 정당 지형이다.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과 정부지원론이 강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은 부담이다. 현직 시장은 성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모든 미완의 과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재정 논쟁도 그중 하나다. 박 후보 측은 인천시 채무 증가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비판했고, 유 후보 측은 예산 규모 확대와 부채비율 15% 수준을 들어 반박했다. 이 공방은 남은 선거기간 ‘현직 평가’의 핵심 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 후보의 기회는 생활 체감형 공약이다. 유 후보는 ‘인천국제자유특별시’를 장기 비전으로, 천원정책과 개발사업을 단기 체감 카드로 내세운다. 5월 7일에는 ‘인천 제3개항’을 선언하며 인천국제자유특별시 특별법, 송도구·논현서창구 신설을 포함한 2차 행정체제 개편, 공공기관 인천 이관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수도권 규제에서 벗어나 싱가포르·두바이와 경쟁하는 도시로 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유 후보의 위협은 장기 재임 피로감이다. 3선 도전은 경험의 증거이자 피로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천시민들이 한 번 더 맡길 시장으로 볼지, 이제 교체할 시점으로 볼지가 선거의 핵심이다. 한 정치 컨설팅 관계자는 “박 후보가 원도심 재생과 미래산업을 동시에 묶어 교체의 효능을 설득한다면 유 후보는 단순한 성과 홍보를 넘어 미완 사업의 시간표와 재원 조달 방식을 더 정교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인천판 미래산업 연합전선’...유 ‘검증된 현직 반전 토론’ 전문가들은 남은 선거 기간 박 후보의 히든카드로 ‘인천판 미래산업 연합전선’을 꼽는다. AI 물류, 바이오, 해상풍력, 콘텐츠를 따로 말할 것이 아니라 공항·항만·송도·청라·영종·원도심을 하나의 경제지도 위에 올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인천지역 개발학과 교수는 “인천을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 엔진으로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해야 한다”며 “동시에 재정·교통·주거에 대한 100일 실행계획을 제시해 행정 경험 부족 우려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의 히든카드는 ‘검증된 현직의 반전 토론’이다. 여론조사 흐름을 뒤집으려면 공약집보다 토론장이 중요하다. 인천경기기자협회 토론회와 선관위 법정토론회 등 최소 4차례의 공개 대결이 예정돼 있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유 후보는 토론회라는 무대에서 박 후보의 공약 재원, 인허가 현실성, 중앙정부 의존도를 집요하게 검증해야한다”며 “자신은 인천국제자유특별시와 천원(복지)정책을 바로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5-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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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정권 탄력' 우세냐, 박형준 '현직 안정론' 반격이냐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전 후보는 정권 교체 이후 형성된 여권 우세 흐름과 부산 교체론을 앞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고 박 후보는 현직 시장 프리미엄과 시정 연속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전재수 우세·박형준 추격’으로 요약된다. 다만 부산 특유의 보수 결집력과 가덕도신공항 변수, 강서권 민심, 부동층 이동이 남은 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여론조사 흐름은 ‘전재수 우세·박형준 추격’ 현재 공개된 주요 여론조사 흐름은 전 후보에게 다소 우호적이다.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026년 5월 1~2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양자 가상대결은 전재수 46.9%, 박형준 40.7%였다. 조사는 무선 ARS 10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또 코리아이글뉴스 의뢰로 바로미터여론연구소가 5월 3~4일 부산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전 후보 44.2%, 박 후보 41.0%로 나타났다. 무선 ARS 방식이며 응답률은 6.7%, 표본오차는 ±3.0%포인트였다. 반면 조사 방식에 따라 격차는 다르게 나타난다. 부산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4월 28~29일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전 후보 48%, 박 후보 34%였다. 무선전화면접 방식이며 응답률은 21.0%, 표본오차는 ±3.5%포인트다.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나타나는 배경에는 조사 방식과 응답층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화면접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응답이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ARS 조사에서는 보수층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통적으로 읽히는 흐름은 있다. 박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전 후보가 단순한 민주당 후보를 넘어 ‘부산 교체론’의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박 후보는 기존 보수 지지층 결집 흐름을 바탕으로 격차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 전재수, 정권 탄력은 ‘강점’…부산 전체 행정 경험은 ‘과제’ 전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은 지역 밀착형 정치 이력이다. 그는 부산 북갑에서 오랜 기간 조직을 관리하며 민주당 부산계 핵심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중앙 정치 경험과 지역 기반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부산도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부 중도층에서 형성되는 점은 전 후보에게 유리한 요소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최근 흐름은 과거와 다르다. 청년층 유출과 산업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부산도 변해야 한다”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전 후보는 이런 흐름을 겨냥해 산업 재편과 청년 일자리 확대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을 단순 SOC 사업이 아니라 부산 산업 체질 전환의 계기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민주당 지도부와 중앙정부 지원을 함께 강조하면서 “속도를 낼 수 있는 후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약점도 적지 않다. 부산시 전체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경험은 강점이지만 부산시는 항만·물류·관광·재개발·재정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거대 행정 체계다. 지역 산업계 일부에서는 “중앙 정치 경험과 시정 운영은 다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 정권과 지나치게 밀착된 이미지 역시 부담 요인이다. 부산은 대형 개발사업 비중이 높은 도시다. 재개발·재건축과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규제와 세금 문제에 민감한 유권자가 많다. 전 후보가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점을 강조할수록 국민의힘은 “민주당식 부동산 정책 반복”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박형준, 시정 경험은 ‘자산’…장기 피로감은 ‘부담’ 박 후보의 가장 큰 무기는 경험과 안정감이다. 그는 현직 시장으로서 부산시 행정 체계와 주요 현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추진과 북항 재개발, 2030부산엑스포 유치전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부산 경제계와 전통 보수층에서는 “지금 진행 중인 사업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북항 재개발과 에코델타시티, 강서권 개발사업 등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행정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후보는 이를 바탕으로 “완성 단계에 들어선 부산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해운대·수영·동래·남구 등 전통 보수 강세 지역에서는 여전히 안정적인 조직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직 프리미엄은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부산 경제 침체와 청년 유출 문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박 후보 시정에 대한 평가 성격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시정 평가가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는 흐름도 확인된다. 특히 2030세대와 중도층에서는 “부산이 수년째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피로감도 감지된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를 단순한 정권 심판 구도가 아니라 “검증된 시정 경험 대 정치 실험” 구도로 바꾸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덕도·북항·청년 일자리…결국 생활 문제가 흔든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 핵심 의제는 가덕도신공항과 북항 재개발이다. 두 후보 모두 사업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전 후보는 중앙정부 협력 체계를 강조한다. 정부와 부산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예산과 인허가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박 후보는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교체보다 완성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청년 일자리 문제 역시 핵심 승부처다. 부산은 청년 순유출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산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지역 제조업과 항만 산업만으로는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후보는 디지털 산업과 문화콘텐츠 산업 확대를 강조하고 있고 박 후보는 기존 산업 고도화와 글로벌 물류 허브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유권자 입장에서는 “누가 실제로 부산 경제를 바꿀 수 있느냐”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도 변수다. 북항과 강서권 개발 기대감은 살아 있지만 원도심과 외곽 지역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해운대와 일부 신축 지역은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중소형 상권과 구축 밀집 지역에서는 경기 체감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정부 연계 실행력’ 부각…박, ‘검증된 시정’ 총력전 아직 선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남은 기간 두 후보 모두 막판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 후보의 히든카드로 ‘정부 연계 실행력’이 꼽힌다.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가덕도신공항과 산업 재편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전 후보는 변화 기대감을 실제 실행 계획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중도층은 정치 구호보다 속도와 현실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핵심 전략은 ‘검증론’이다. 전 후보 공약을 향해 재정 문제와 실현 가능성을 집요하게 따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산 재정 여건과 대형 개발사업 부담을 연결하며 “경험 없는 교체의 위험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박 후보 입장에서는 선거를 정권 심판 구도로 끌려가면 불리할 수 있다”며 “현직 시장 경험과 사업 연속성을 얼마나 부각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부산 민심은 아직 완전히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정권 교체 이후 변화 기대감과 현 시정 안정론이 맞부딪히는 흐름 속에서 중도층과 부동층 움직임이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2026-05-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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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의 첫 조건은 구호가 아니라 전기다
[경제일보]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국가 핵심사업으로 규정하고 입지 규제와 인허가 절차를 완화하며 세제 지원의 길을 여는 내용이다. 늦었지만 필요한 입법이다. 인공지능 경쟁은 더 이상 연구실의 알고리즘 경쟁만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학습시키고 누가 더 안정적으로 추론 서비스를 돌리며 누가 더 싼 비용으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다. 그 중심에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전력 직접구매계약, 이른바 PPA 특례가 제외됐다. 당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안에는 관련 특례가 포함됐지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정부는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인허가 절차 단축, 규제 완화 등은 남겼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산업의 심장에 해당하는 전력 조달 문제는 미완으로 남았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핵심 병목은 그대로인 셈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이름만 데이터센터일 뿐 실상은 전기를 먹고 연산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과거의 데이터센터가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창고에 가까웠다면,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GPU와 서버가 돌아가는 산업 설비다. 전통적인 인터넷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와 냉각 능력, 안정적 송전망, 예비 전원 체계를 요구한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도시 규모의 전력을 요구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기반은 데이터이지만 그 데이터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전기다. 이 상식을 외면한 채 “AI 3강”을 말하는 것은 허공에 성을 짓는 일이다. 반도체도 전기가 없으면 멈추고 배터리도 전기가 없으면 생산할 수 없으며 AI도 전기가 없으면 학습하지 못한다. 산업정책의 언어는 그럴듯해졌지만 전력정책의 현실은 여전히 더디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고 말하면서 송전망은 누가 깔 것인지, 발전원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지역 주민의 수용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전기요금 체계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흐릿하다. 물론 PPA 특례를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후에너지부가 전력망 부담을 우려한 데는 이유가 있다. 특정 대형 사업자에게 전력 조달 특례를 열어줄 경우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값싼 전기를 대기업과 빅테크가 먼저 가져가고 그 부담이 일반 국민과 중소기업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걱정도 가볍게 볼 수 없다. AI 산업을 키우자고 전력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특례는 산업을 살릴 수도 있지만 잘못 설계하면 새로운 특권이 된다. 그렇다고 전력 문제를 뒤로 미룬 채 법안 통과만 서두르는 것도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산업계가 원하는 것은 무제한 특혜가 아니다. 예측 가능한 전력 조달 체계다. 어느 지역에 들어가면 얼마의 전력을 언제부터 쓸 수 있는지, 어떤 조건으로 재생에너지나 LNG 발전과 연계할 수 있는지, 송전망 증설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 전기요금은 어떤 원칙으로 적용되는지 알아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크면 기업은 한국을 기다리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는 전기가 있는 곳으로 간다. 세계는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전력 인프라와 AI 클러스터를 묶어 투자한다. 중동은 풍부한 에너지와 자본을 앞세워 AI 컴퓨팅 허브를 꿈꾼다. 일본은 지방 거점과 전력망을 연결해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섰다. 유럽은 친환경 전력과 데이터 주권을 결합한다. 이 경쟁에서 한국이 내세울 것은 반도체 제조 능력, 통신 인프라, 우수한 엔지니어, 빠른 산업 실행력이다. 여기에 안정적 전력 공급이 빠지면 경쟁력은 절반이 된다. AI 데이터센터 정책은 산업정책이면서 에너지정책이고, 지역정책이며, 안보정책이다. 국가 AI 모델을 만들고 금융·의료·제조·국방 데이터를 처리하며 기업의 AI 전환을 떠받치는 인프라가 외국 클라우드와 해외 데이터센터에만 의존한다면 그것은 기술 주권의 공백이다. 소버린 AI를 말하려면 소버린 컴퓨팅이 있어야 하고 소버린 컴퓨팅을 말하려면 소버린 전력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전기는 AI 주권의 하부 구조다. 이번 법안이 비수도권 입지를 강조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면 전력망과 부동산, 냉각수, 주민 수용성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다.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 이전은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지방에 땅이 있다고 데이터센터가 서는 것이 아니다. 전력이 있어야 하고, 송전망이 있어야 하며, 통신망과 냉각 조건, 전문 인력,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이 있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력 없는 지역에 깃발만 꽂으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 사업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얼마나 지을 것인지부터 국가 전력수급계획과 맞춰야 한다.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 냉각 인프라, 통신망, 산업단지를 따로따로 볼 일이 아니다. AI 클러스터는 전력 클러스터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산업부처는 유치 실적을 말하고 에너지 부처는 부담을 말하며 지자체는 기대만 말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의 조정자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원칙도 세워야 한다. AI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략산업이라고 해서 값싼 전기를 무한정 보장할 수는 없다. 전력망 증설 비용과 안정성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대형 사업자는 필요한 비용을 정당하게 부담하고 국가는 그 대신 인허가와 계통 접속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 부담으로 기업 투자비를 보조하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반대로 모든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고 행정 절차만 복잡하게 두는 것도 투자를 막는다. 원칙은 간단하다. 혜택을 받는 자가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고 국가는 공정한 룰을 제공해야 한다. 환경 문제도 피할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와 물을 쓴다. 탄소 배출과 냉각수 문제를 외면하면 지역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환경 논리만 앞세워 모든 투자를 막을 수도 없다. 재생에너지, 고효율 냉각, 폐열 활용, 분산형 전원, LNG와 저장장치의 조합을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AI 경쟁력은 서로를 부정하는 목표가 아니다. 기술과 비용을 놓고 냉정하게 조합해야 할 국가 과제다. 정치권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 AI 산업을 키운다며 법안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 일은 쉽다. 어려운 일은 전력망을 깔고, 주민을 설득하고, 비용 분담의 원칙을 세우고, 부처 간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첨단산업 유치 공약은 넘치지만 정작 변전소와 송전선로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뒤로 물러선다. 그 결과 한국의 산업정책은 화려한 비전과 낡은 인프라 사이에서 비틀거린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전력 해법 없는 특별법은 반쪽짜리다. 인허가를 빠르게 해도 전기가 없으면 서버는 돌지 않는다. 세제를 깎아줘도 송전망이 없으면 투자는 오지 않는다. 국가 핵심사업으로 지정해도 전력 조달이 불확실하면 기업은 해외로 간다. 이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한국은 반도체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AI 시대에는 반도체를 넘어 컴퓨팅 인프라를 가져야 한다. 칩을 잘 만드는 나라에서 칩을 가장 잘 쓰는 나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전기, 냉각, 통신, 보안, 데이터, 인재가 한 묶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AI 강국론은 슬로건이 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법안 통과를 성과로 포장하기보다 빠진 부분을 직시해야 한다. 전력 특례를 다시 넣느냐 빼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에 맞는 전력시장, 송전망 투자, 지역 입지, 비용 분담, 환경 기준, 데이터 주권의 전체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법 하나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본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AI 강국의 첫 조건은 말이 아니다. 전기다. 전기가 있어야 데이터가 돌고, 데이터가 돌아야 모델이 크고, 모델이 커야 산업이 바뀐다. 전력 없는 AI 전략은 모래 위의 전략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반이다. 국회와 정부가 그 상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26-05-07 15: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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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는 가야 한다. 그러나 특별법은 지름길이어선 안 된다
건설 현장은 이미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산성 저하가 고착화한 데다 숙련인력 부족, 고령화, 청년층 신규 유입 감소가 겹치며 예전 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그래서 탈현장 건설(OSC)과 모듈러 건축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공장에서 주요 부재를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은 공기를 줄이고,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며, 고소작업을 줄여 안전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정부가 2025년 12월 “더 빠르고, 보다 안전하게”를 내걸고 특별법 제정을 본격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방식이다. 혁신은 필요하지만, 법이 혁신의 이름으로 책임의 질서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반대 의견만 7077건이 접수됐고, 2026년 3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도 무산됐다. 이 정도면 단순한 업계 민원이 아니라, 법안의 설계에 중대한 충돌 지점이 있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옳다. 쟁점도 분명하다. 법안은 일정 요건 아래 건축공사업 등록이 없는 업체에도 도급의 길을 열고, 공공기관이 모듈러 건축공사에 일괄입찰이나 대안입찰을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며, 모듈러 제작업체가 공동수급체 대표가 될 수 있는 특례 논란까지 낳고 있다. 전기·정보통신·소방 업계가 통합발주와 분리발주 예외에 반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결국 이 법은 단순한 기술 진흥법이 아니라 업역, 책임, 발주 질서를 한꺼번에 건드리는 법안인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세우느냐다. 건축은 블록을 끼워 맞추는 조립 게임이 아니다. 부지 조성에서 설비, 방재, 마감, 하자 책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비로소 하나의 건축물이 된다. 기술은 공장에서 시작할 수 있어도, 책임은 현장에서 끝까지 완결돼야 한다. 이 기본을 놓치면 혁신은 진보가 아니라 혼선이 된다. 그렇다고 특별법 자체를 무조건 접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모듈러는 한국 건설산업이 외면할 수 없는 미래다. 세계적으로도 건설의 제조업화, 표준화,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가 계속 현장 중심의 낡은 규제와 관행에만 기대어 있다면 생산성의 벽을 넘기 어렵다. 공기 단축과 품질 안정, 탄소 저감, 인력난 대응이라는 과제 앞에서 모듈러의 전략적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혁신일수록 더 원칙적이어야 한다. 논어의 말처럼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조화를 이루되 무작정 같아져서는 안 된다. 모듈러 산업을 키우자는 목표에는 뜻을 함께하되, 그 방법까지 졸속 특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법은 산업의 요구만 반영해선 안 된다. 국민의 안전, 공정한 거래 질서, 명확한 하자 책임까지 함께 담아야 비로소 법답다. 해법은 전면 완화가 아니라 단계적 허용이다. 공공 시범사업부터 좁게 적용하고, 생산인증과 건축인증, 보험과 하자 책임, 현장 총괄관리의 주체를 먼저 촘촘히 세워야 한다. 분리발주 예외 역시 포괄적으로 열 것이 아니라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엄격하게 한정해야 한다. 그래야 종합건설업계의 불안도, 전문업계의 생존 우려도 줄일 수 있다. 혁신의 길은 넓혀 주되, 책임의 문턱은 더 높여야 한다. 모듈러는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특별법은 지름길이어선 안 된다. 맹목적 반대도 답이 아니고, 무조건적 완화도 정답이 아니다. 기본과 원칙, 상식과 책임 위에서 길을 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듈러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한국 건설산업을 바꾸는 진짜 혁신이 될 수 있다.
2026-05-02 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