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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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SMR' 잡아라…에너지업계 선점 경쟁 본격화
[경제일보]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건설·에너지업계가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부산 기장군에 SMR 1기, 경북 영덕군에 대형 원전 2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그동안 미래 기술로 여겨졌던 SMR 시장이 실제 사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미국 SMR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사업개발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현지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전력회사, 원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사업 협력 기반 마련에 나섰다. 한미글로벌은 SMR 프로젝트 초기 기획부터 인허가, EPC(설계·조달·시공), 전력망 연계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사업개발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 법인을 거점으로 국내 원전 설계사와 기자재 업체, 건설사들이 현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협력 플랫폼 역할도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기업들이 SMR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 변화가 있다. 정부가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국내 첫 SMR 건설 계획을 제시하면서, 관련 기업들 사이에서는 초기 사업 참여 경험이 향후 해외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SMR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AI 산업 확산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원 확보가 글로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 SMR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국내에서 SMR을 설치해 가동하게 되면 해외 영업 과정에서 국내 적용 사례로 제시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운영 중인 기술이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 영업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데이터센터가 핵심 수요처가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SMR을 단순한 발전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전력망과 연계되는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가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확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등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한 만큼 SMR이 새로운 성장 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06-24 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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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0주 배정'…비난보다 해외주관사 결정 구조 살펴봐야
[경제일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 대상 공모주 배정이 한 주도 이뤄지지 않은 ‘0주 배정’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앞세워 투자자 기대를 키웠지만 정작 최종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금융당국도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에게 배정 가능성과 미배정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경영진 발언이나 영업 현장 안내가 투자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줬는지 여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특정 증권사의 홍보 실패나 내부통제 문제로만 규정해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글로벌 초대형 IPO에서 최종 배정 권한이 국내 증권사에 있지 않았고 한국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사안을 국내 증권사가 마음대로 물량을 확보했다가 나눠주지 않은 것처럼 보는 것은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다”며 “최종 배정 권한이 어디에 있었는지, 한국 물량이 왜 제외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한국 물량 제외 배경 불투명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글로벌 IPO 배정 구조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참여했지만 최종 배정 권한은 해외 대표주관사에 있었다. 당초 국내 투자자에게 일정 물량이 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상장 직전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 배정 물량은 ‘0주’로 결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결과에 따라 물량이 변동되거나 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가 최종 물량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글로벌 IPO, 특히 스페이스X처럼 세계적 관심이 몰리는 초대형 딜에서는 △국가별 배정 △기관투자자 선호 △규제 환경 △판매 방식 △주관사의 전략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증권사가 인수단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물량 확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증권업계의 한 임원은 “국내 투자자에게 결과적으로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배정 실패 책임을 따지려면 최종 배정 결정을 내린 해외 대표주관사의 판단 배경도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만 검사와 비판의 전면에 세우면 논의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과 ‘확약’은 달라…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 규모 물량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배정이 확정된 것처럼 받아들여졌는지가 쟁점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망과 확약은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수단 참여와 사전 협의 상황을 근거로 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최종 물량을 보장한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예상과 전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최종 결과가 빗나갔다고 해서 과거 발언을 곧바로 허위·과장 홍보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금융회사가 ‘가능성’을 설명할 때 투자자는 이를 ‘확정에 가까운 기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글로벌 배정 구조에 있다 하더라도, 국내 판매사가 투자자 기대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별도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해상충 논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존 투자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행위를 곧바로 이해상충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해상충을 따지려면 그래서 미래에셋이 무엇을 얻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스페이스X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것과 IPO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정 결과가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모든 이전 판단을 이해상충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사만 때리면 글로벌 딜 참여 위축 우려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딜 참여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해외 대형 IPO 참여 실패가 곧바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사후적 책임론으로만 귀결되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초대형 IPO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판매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즈호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함께 초대형 IPO 인수단에 참여했고 미국 현지 기관투자자 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KIC 등과 함께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로부터 약 270만주 규모를 배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향후 챗GPT 개발사 오픈AI, 엔스로픽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IPO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일본이 엔화 약세 국면에서도 대형 해외 IPO 참여를 허용했던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IPO 시장은 물량을 먼저 확보한 뒤 국내에 나눠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국내 금융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딜에 참여했는데 결과가 나쁘면 국내에서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반복되면 앞으로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투자자 보호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해외 IPO 투자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미배정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환전 비용 등 부대 비용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배정 가능성과 확정 물량을 명확히 구분해 표시하고,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재량에 따른 미배정 위험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IPO 인수단에 참여할 경우 대표주관사와 국내 판매사 간 책임 범위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해법은 정교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사전 설명과 투자자 보호 조치는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최종 배정 권한을 행사한 해외 대표주관사의 불투명한 결정 구조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만 때리는 결론으로 끝나면 투자자 보호도, 자본시장 선진화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23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23 09: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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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 돌파 이후…'1만피'는 통과점인가, 과열의 경고인가
[경제일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의 다음 고지가 어디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8000’은 상징적 목표였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과 외국인 매수세가 겹치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미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향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8일 9063.84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9100선도 돌파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9300선까지 넘어서며 랠리의 속도를 더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이익 모멘텀, 기업 실적 전망 상향, 외국인 자금 유입을 근거로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계론도 동시에 나온다. 금리 인상 가능성, 유가와 환율 변동,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언제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 9000 돌파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인지, 유동성과 반도체 랠리가 만든 단기 과열인지에 대한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이익 전망이 지수 상단을 다시 열었다 이번 코스피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 서버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800에서 1만1500으로 올려 잡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익 모멘텀 강화와 실적 전망 상향 조정 흐름이 코스피 상승 여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꺾이기 전까지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특히 반도체 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6%,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까지 감안하면 향후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했다. 올해 코스피가 이미 큰 폭으로 올랐지만 기업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시장이 메모리 호황의 지속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1만1000, DB증권은 1만1700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과 IBK투자증권도 강세 시나리오에서 1만2000선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가의 공통된 논리는 명확하다. 코스피 상승의 핵심은 유동성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것이다. ◆‘1만피’ 전망의 근거…저평가 해소와 외국인 매수세 코스피 1만선 전망이 힘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거 급등장에 비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수는 급등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반도체주의 선행 PER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코스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면서 한국 증시가 아시아 시장 내 핵심 투자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과거와 다른 재평가 국면이 열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 실적 개선이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력기기, 조선, 방산, 금융,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도 이익 전망 상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가 지수를 끌고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반의 이익 체력이 함께 개선된다면 코스피 1만선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코스피 9000 돌파 이후 시장의 관심은 이제 지수 레벨보다 이익 전망의 지속성에 있다”며 “반도체 이익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다면 1만선 돌파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열 경고도 커진다…반도체 쏠림과 금리 변수는 부담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기술적 과열 부담은 커졌다. 8000선 돌파 이후 9000선 안착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특히 지수 상승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만큼 특정 업종 조정이 곧바로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변수도 부담이다. 주가 상승 속도가 실물경제 개선 속도보다 빠를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 경계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버티거나 유가가 재차 상승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성장주와 고밸류 업종의 조정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도 변수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출기업의 이익 전망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 수입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 논란이다. 현재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가 실적 전망을 밀어올리고 있지만, 공급 증가나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은 빠르게 선반영에 나설 수 있다. 코스피 랠리의 핵심 엔진이 반도체인 만큼,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지수 전망도 동시에 조정될 수 있다. ◆코스피 1만 시대의 조건…실적·제도·수급의 삼박자 필요 향후 코스피가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실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상향이 계속되고, 비반도체 업종으로 실적 개선이 확산돼야 한다. 지수 상승이 소수 대형주에만 의존할 경우 랠리의 지속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제도 개혁이다. 코스피가 구조적으로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적이 좋아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작다면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수급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장기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단기 테마성 매수만으로는 1만선 안착이 어렵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장기 투자자 기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코스피 9000 돌파는 끝이 아니라 시험대”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증시를 새로운 고지로 밀어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1만피와 1만2000피가 현실이 되려면 이익 증가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돼야 하고,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 밖으로 확산돼야 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26-06-19 0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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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사모펀드가 탐내는 이유…렌터카는 어떻게 '황금알' 됐나
롯데렌탈 매각 협의 중단으로 국내 렌터카 시장 재편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완성차 업체와 렌터카 업체, 중고차 플랫폼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시장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KG그룹의 케이카 인수와 현대자동차의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렌터카 패권전쟁]은 거래 무산 이후 달라진 시장 판도와 향후 재편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제일보] 국내 렌터카 산업이 장기렌트와 차량 관리, 중고차 사업까지 아우르면서 투자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렌터카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선 가운데 차량 구매부터 운용, 중고차 판매까지 이어지는 수익 구조가 구축되면서 사업 범위도 넓어졌다. 최근 사모펀드(PEF)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롯데렌탈을 잠재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향후 어떤 투자자가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렌터카 시장 재편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 ‘렌터카’ 대여업 넘어 차량 생애주기 시장으로 1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등록 대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렌터카 시장 규모를 연간 15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장기렌터카 확대와 법인 차량 수요 증가로 자동차 시장 내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렌터카 산업이 투자 시장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차량 생애주기 전반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을 구매해 고객에게 공급하고 렌트 기간 동안 이용료를 받은 뒤 계약이 종료된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여기에 보험과 정비, 차량 관리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차량 한 대에서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도 중요한 자산이다. 선호 차종과 교체 주기, 유지관리 비용 등 고객 이용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구독 서비스와 인증중고차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판매 이후 시장을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높은 진입장벽도 시장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수만대 규모 차량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력과 금융 조달 능력이 필요하고 전국 단위 정비 네트워크와 중고차 판매 체계도 갖춰야 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차량 구매 단가와 운영 비용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다. 다만 장기렌터카 시장 성장세 둔화와 차량 가격 상승, 조달 비용 증가는 수익성 측면의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차량 구매부터 운영·정비, 중고차 판매까지 이어지는 수익 구조와 데이터 확보 능력, 규모의 경제는 렌터카 산업이 투자 시장의 관심을 받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 롯데렌탈 인수 시계 재가동…한국타이어·PEF 눈독 롯데렌탈 인수전이 물밑에서 다시 움직이는 가운데 잠재 원매자를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를 비롯해 텍사스퍼시픽그룹(TPG), EQT파트너스, MBK파트너스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타이어를 유력 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과거 KT렌탈 인수전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롯데렌탈을 확보할 경우 타이어 판매를 넘어 정비와 차량 관리, 기업 고객 네트워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렌터카 차량은 주행거리와 교체 주기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타이어 업체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B2B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정비·점검 서비스와 연계한 애프터마켓 사업 확대도 가능하다. 법인 고객 기반과 차량 운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실제 인수전 참여 여부는 매각 가격과 자금 조달 여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좌우할 전망이다. PEF 후보군이 롯데렌탈을 검토하는 이유는 다소 다르다. TPG와 EQT, MBK파트너스 등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시장 지위를 중심으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렌터카 사업은 수년 단위 계약을 기반으로 운영돼 매출 예측이 비교적 쉽고 계약 종료 차량 매각을 통한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PEF 입장에서는 이미 일정 규모 이상의 차량과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다. 신규 사업을 키우는 방식보다 기존 1위 사업자를 인수해 비용 효율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하는 편이 투자 회수 전략을 세우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차량 관리와 중고차 사업을 강화할 경우 추가적인 기업가치 제고 여력도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을 통한 차량 금융 사업과 차량 구독 서비스, 인증중고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렌터카 사업과의 접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미 관련 사업 기반을 확보한 만큼 추가 인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1위 렌터카 사업자를 확보할 경우 공정거래 이슈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매각 작업은 가격과 규제, 사업 시너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제시했던 거래 규모는 약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 차례 거래가 무산된 만큼 신규 원매자들이 가격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연내 매각 마무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원하는 가격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은 단순 렌터카 회사라기보다 차량 운영 역량과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사업자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며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렌터카를 넘어 중고차와 차량 관리 시장의 경쟁 구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6-15 17: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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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대형 IB' 한투증권 vs '글로벌 영토 확장' 미래에셋
국내 증권업계 ‘빅2’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쪽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있다. 정통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자본 운용을 앞세운 국내형 초대형 IB 모델이다. 다른 한쪽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있다. 해외법인, 글로벌 자산관리, 연금, 대체투자를 묶어 증권사의 영토를 국경 밖으로 넓히는 글로벌 투자 플랫폼 모델이다. 양사의 경쟁은 단순한 순이익 1위 다툼이 아니다. 한국 증권업이 앞으로 어디서 돈을 벌 것인가, 은행 중심 금융시장 안에서 증권사가 어떤 방식으로 자본 공급자 역할을 키울 것인가를 가르는 시험대에 가깝다. 증시 활황은 두 회사 모두에 순풍이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거래대금이 식은 뒤에도 안정적인 이익을 반복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투자증권, 1분기 순익 7847억원…‘육각형 수익구조’ 부각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9599억원, 당기순이익 78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5%, 순이익은 75.1% 늘었다. 1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위탁매매, 자산관리, 기업금융, 운용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점이 특징이다. 수익 구조도 분산됐다. 1분기 기준 수익 비중은 위탁매매 33.3%, 자산관리 9.0%, 기업금융 18.6%, 운용 39.1%로 나타났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위탁매매 수익이 늘었고, 채권·발행어음·수익증권 판매 확대에 힘입어 자산관리 부문도 개선됐다.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지난해 말 85조100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9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투증권의 성장 키워드는 자본 효율이다. 고객 자금과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기업금융 자산을 만들고, 이를 운용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IMA와 발행어음은 이 전략의 핵심 무기다. 증권사가 단순 중개업자를 넘어 직접 자본을 배분하고 위험을 가격화하는 금융회사로 진화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이 성공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체질도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증권사를 통해 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투자자는 예금과 주식 사이의 중간지대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증권사는 중개 수수료 중심의 전통적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자본 배분자로 올라설 수 있다. 한투가 ‘한국형 초대형 IB’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다만 자본 효율은 리스크 관리와 한 몸이다. IMA, 발행어음, 구조화금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신용위험과 유동성 부담도 키운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금융 자산의 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한투증권의 과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을 많이 굴리는 회사일수록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실적과 평판에 동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증권업계 첫 ‘분기 순익 1조’…글로벌 전략 결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1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가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1조3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고, 세전이익은 1조3576억원으로 292% 늘었다.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9% 수준, 자기자본은 1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의 차별화 포인트는 글로벌 수익 기반이다. 1분기 말 국내외 총 고객자산은 660조원으로 3개월 만에 약 58조원 증가했다. 연금자산도 6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합산 적립금은 36조8000억원으로 전 금융권 1위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5월 10일 기준 순자산(AUM)은 776조원, 연금자산은 74조원을 넘어섰다. 해외법인도 실적을 밀어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2432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홍콩, 인도, 베트남 등 해외 거점이 단순한 진출 지역을 넘어 실제 이익 기여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해외 네트워크와 글로벌 상품 공급력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셈이다. 미래에셋의 강점은 고객자산을 국내 주식 매매에 묶어두지 않는 데 있다. 해외주식, 글로벌 ETF, 연금, 대체투자, 해외법인 수익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한다. 국내 투자자가 미국 성장주와 인도 시장, 글로벌 채권, ETF, 사모·대체투자 상품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은 중개자이자 운용자, 자산관리자로 수익을 얻는다. 단기 거래대금보다 장기 고객자산을 키우는 전략이다. 다만 미래에셋의 1분기 실적에는 대체투자 평가이익 효과도 컸다. PI 투자 부문에서 8040억원 규모의 평가이익이 반영됐고,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등 해외 혁신기업 가치 상승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투자전략의 장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변동성도 드러낸다. 평가이익은 실현이익과 다르다. 시장 환경이 바뀌면 대체투자 자산의 재평가가 실적을 흔들 수 있다. ◆한투는 국내 자본시장 깊이, 미래에셋은 글로벌 외연 확장 두 회사는 같은 산을 오르지만 길은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자본시장의 깊이를 파고든다. 기업금융, IMA, 발행어음, 구조화금융을 통해 한국 경제 안에서 자본 공급 통로를 넓히려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국경을 넘는다. 해외법인,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연금, 대체투자를 통해 국내 투자자의 자산을 세계 성장 자산과 연결하려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두 모델의 경쟁은 의미가 크다. 한국투자증권식 모델이 성공하면 국내 기업금융 시장의 자금 공급 능력이 커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식 모델이 성공하면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활황장에서는 모든 증권사가 좋아 보인다. 거래대금이 늘면 위탁매매 수수료가 증가하고 신용공여와 금융상품 판매도 따라붙어서다. 그러나 시장이 차가워졌을 때 진짜 체력이 드러난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도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지 △부동산과 대체투자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지 △고객자산을 단기 상품 판매가 아니라 장기 관계로 묶어낼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실적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증권 빅2 경쟁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며 “방향은 뚜렷하다. 한국투자는 국내 자본시장의 심장부를 더 깊게 파고들고, 미래에셋은 세계 시장으로 더 멀리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증권업의 다음 10년은 이 두 전략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반복하고 얼마나 정교하게 위험을 통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4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4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