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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우려한 '가짜뉴스법' 오늘 시행…플랫폼, 허위정보 판단대 오른다
[경제일보] 온라인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시행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가짜 이미지와 조작 영상 유통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형 플랫폼은 이제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 이의신청, 투명성 보고서 공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번 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재석 17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여권은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해왔다. 개정법은 허위정보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닌 정보로, 조작정보를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 규정했다. 다만 내용이 틀렸다고 모두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고,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해 유통 금지 대상이 된다. 풍자와 패러디, 단순 의견 표명이나 비판은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처벌의 초점은 수익형 게재자다. 법원에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2회 이상 반복 유통하고 광고·후원 수익을 얻으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가중 손해배상도 적용된다.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5000만원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시행령은 가중 손해배상 대상을 직전 3개월간 3회 이상 정보를 게시해 수익을 얻고,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경우로 구체화했다. 정부는 일반 이용자의 일상적 게시글이나 카카오톡 같은 사적 대화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플랫폼도 새 의무를 진다. 허위조작정보 대응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 이용자 통지, 이의신청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엑스(X), 페이스북, 디시인사이드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플랫폼은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카카오는 개정법 시행에 맞춰 신고 기능과 운영정책 변경을 공지했다. 글로벌 플랫폼은 즉각 삭제보다 노출 제한과 경고 라벨 방식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허위정보와 의혹 제기, 정치적 비판의 경계가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이 느슨하면 AI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수익화를 막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미국 기반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이용자 보호 장치라는 입장이다. 한편 새 제도의 성패는 투명성에 달려 있다. 어떤 게시물이 왜 조치됐는지, 이의신청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신고 남용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거짓을 팔아 돈을 버는 구조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비판까지 얼어붙게 한다면 법은 신뢰를 잃는다. 허위정보 대응과 표현 자유 사이의 균형이 오늘부터 플랫폼 위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2026-07-07 07: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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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회사 듀오 개인정보 유출 소송전…"혼인경력까지 털렸다"
[경제일보]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이름과 연락처 수준을 넘어 혼인 경력과 가족관계, 직장 정보 등 결혼정보회사가 보유한 내밀한 정보가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피해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세담은 듀오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피해 회원들을 대리한 단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세담은 이번 사건이 단순 데이터 유출이 아니라 회원의 사생활 전반이 외부에 노출된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제공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항목은 최대 72개다. 키, 체중, 혈액형, 종교, 혼인 경력, 학력, 직장, 가족관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정보회사 특성상 회원들이 결혼을 목적으로 제공한 정보가 많아 일반 플랫폼 유출 사고보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듀오에 과징금 11억9700만원과 과태료 1320만원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에 따르면 안전조치 의무 위반, 개인정보 유출 신고 지연, 장기 보관 정보 미파기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만 공개자료 기준으로 해당 처분 원문은 확인되지 않았다. 세담은 민사소송에서 듀오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안전성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다툴 예정이다. 유출 사고 이후 신고와 정보주체 통지가 적법했는지, 탈퇴 회원이나 장기 미이용 회원의 개인정보가 제대로 파기됐는지도 주요 쟁점으로 본다. 이번 사건의 무게는 정보의 성격에 있다. 결혼정보 서비스는 회원의 신상과 가족 배경, 직업, 혼인 이력, 자기소개 등 개인이 일상에서 쉽게 공개하지 않는 정보를 다룬다. 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금전 피해를 넘어 평판 훼손과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 피해자는 혼인 경력과 사진, 직장명, 직장 주소, 거주지, 결혼·이혼 연도, 본인 소개 글까지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치 광장에 벌거벗겨진 채 내던져진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탈퇴 회원 정보 보관 문제도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피해자는 이미 회원 탈퇴를 했는데도 듀오의 개인정보 유출 조회 시스템에서 자신의 정보가 보관돼 있었고 유출 대상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개인정보 보관 기간과 파기 의무 위반 여부가 민사 책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알찬 법무법인 세담 대표변호사는 “결혼정보회사에 제공되는 정보는 개인이 사회생활에서 쉽게 공개하지 않는 내밀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번 사건은 회원의 사생활과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 중대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제재를 통해 위법성 판단의 중요한 기초가 마련된 만큼 민사소송에서는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가능성까지 주장하고 입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피해 규모가 약 43만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만큼 후속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인정보 유출 소송은 피해 입증과 위자료 산정이 쟁점이지만 유출 정보가 민감할수록 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2026-06-25 17: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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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보 못 지키는 정부가 디지털 혁신을 말할 수 있나
[경제일보]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 정보 플랫폼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가 정부를 믿고 맡긴 정보가 외부로 새어 나갔다. 이름과 연락처, 사업 정보, 신청 이력은 단순한 숫자와 문자가 아니다. 한 사람의 경제활동 기록이고 한 기업의 출발점이며 때로는 사업 아이디어와 생계의 근거다. 그런 정보가 뚫렸다. 정부는 국민에게 무엇을 설명할 것인가. 공공 플랫폼의 정보 유출은 민간 기업의 사고와 다르다. 국민은 정부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운영하고 정부가 요구하고 정부 명의로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에 제출한 것이다. 정부 이름이 곧 신뢰의 근거였다. 그 신뢰가 무너졌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사고가 아니다. 공공 행정의 기본이 흔들린 일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말해왔다. 행정은 더 빨라지고 서비스는 더 편리해지고 데이터는 더 많이 연결된다고 했다. 그러나 디지털 정부의 첫 조건은 속도가 아니다. 안전이다. 개인정보를 지키지 못하는 디지털화는 혁신이 아니라 위험의 확대다. 정부가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수록 국민이 져야 할 위험도 커진다. 그 위험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행정은 국민 편의가 아니라 국가가 만든 취약점이 된다. 이번 사고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분명하다. 누가 이 정보를 수집했는가. 누가 접근할 수 있었는가. 누가 시스템을 관리했는가. 사고 징후는 언제 처음 확인됐는가. 국민에게는 언제 알렸는가. 피해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사과가 아니라 책임 회피다. 공공기관의 보안 사고가 날 때마다 익숙한 장면이 되풀이된다. 담당자는 바뀌고 위탁 업체 이야기가 나오고 기관은 사과문을 낸다.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잊힌다.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는 스스로 조심하라는 말만 듣는다. 민간 기업이었다면 과징금과 손해배상, 평판 추락이라는 대가를 치렀을 일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왜 늘 책임의 무게가 가벼운가. 정부 사업은 외주와 위탁 구조가 복잡하다. 시스템 구축은 민간 업체가 맡고 운영은 산하기관이 하고 감독은 중앙부처가 한다. 사고가 나면 모두가 조금씩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누구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계약서의 구조가 아니다. 국민은 정부를 믿고 정보를 냈다. 그렇다면 최종 책임도 정부가 져야 한다. 위탁 업체의 과실이 있다면 정부가 먼저 피해자를 구제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식이다. 개인정보는 행정 편의를 위한 부속물이 아니다. 오늘날 개인정보는 한 사람의 신분증이고 경제적 자산이며 때로는 사업의 출발점이다. 유출된 정보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금융 사기, 신원 도용, 영업 정보 악용, 창업 아이디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는 개인에게 남고 책임은 제도 속에서 사라진다면 국민은 다시는 정부 플랫폼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공공 데이터 보안에도 책임의 실명제가 필요하다. 어느 기관이 어떤 정보를 모았는지 누가 접근 권한을 가졌는지 보안 점검은 언제 했는지 사고 당시 관리 감독 책임자는 누구였는지 공개해야 한다.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책임이 완화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국민 정보를 더 많이, 더 오래, 더 넓은 권한으로 보유하는 곳이 정부다. 권한이 크면 책임도 커야 한다.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종합대책 발표가 아니다. 정기적 보안 감사, 접근 권한 최소화, 민감정보 암호화, 외주 업체 보안 검증, 실시간 침입 탐지, 사고 발생 시 즉각 통지와 피해 구제 절차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기관장과 감독 부처의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 유출에도 실질적 배상과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책임 없는 보안은 구호에 그친다. 정부가 민간에는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요구하면서 스스로에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그것은 이중 기준이다. 국민은 정부가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안전한 서비스를 원한다. 행정이 빨라지는 것보다 내 정보가 지켜지는 것이 먼저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홍보 문구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안심하고 자신의 정보를 맡길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부가 국민 정보를 지키지 못한다면 디지털 혁신을 말할 자격도 없다. 이번 사고를 또 하나의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긴다면 더 큰 유출과 더 깊은 불신이 뒤따를 것이다. 정부는 지금 답해야 한다. 국민의 정보를 맡을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그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26-06-23 09: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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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경제일보] 대법관까지 지낸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출국금지됐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 회의록, 예산서, 투표록 등 선거 준비와 당일 대응을 보여줄 자료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출국금지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압수수색 역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이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선관위의 공적 권위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선거관리의 최종 책임자였던 인물이 대법관 출신 노태악이라는 점은 이 사안을 더 무겁게 만든다.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투표용지가 모자랐다는 말은 사소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갔는데 국가가 표를 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거관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물적 준비가 무너진 것이다. 선거는 추상적인 민주주의 의식이 아니다. 유권자 명부, 투표소, 기표대, 투표함, 투표용지가 있어야 작동하는 국가 절차다. 그중 투표용지는 선거의 시작점이다. 그것이 부족했다면 선거관리 기관은 가장 낮은 문턱도 넘지 못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규모다. 처음에는 일부 투표소의 돌발 상황처럼 알려졌다. 그러나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전국 50곳으로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유권자는 줄을 서서 기다렸고, 선거관리 직원들은 현장에서 혼란을 수습했다. 투표소 현장의 실무자만 탓할 일이 아니다. 이런 사태가 선거 당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면 중앙선관위의 준비, 점검, 보고, 대응 체계 전반이 허술했다는 뜻이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와 투표함 작성·송부의 실무 주체를 구·시·군선관위로 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선관위원장이 지역 실무 뒤에 숨을 수는 없다. 중앙선관위는 전국 선거관리 기준을 세우고,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선거 당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체계를 갖춰야 하는 기관이다. 선거관리의 독립성은 책임을 피하라는 방패가 아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한 선거를 관리하라는 헌법적 신뢰다. 그 신뢰가 투표소 앞에서 무너졌다. 노 전 위원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법원 주요 보직을 거쳤고, 법원장을 지냈고, 대법관까지 올랐다. 이후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사법부 엘리트가 밟을 수 있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마지막 공직의 장면으로 남긴 것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출국금지라면, 국민은 그의 공직 생활 전체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는 법정에서, 법원에서, 선관위에서 어떤 긴장감으로 일했는가. 물론 이번 사태만으로 과거 판결까지 싸잡아 의심할 수는 없다. 판결은 기록과 법리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최고 법관 출신에게 기대했던 공적 자세와 관리 능력이 이번 사태에서 너무 초라하게 드러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법관이라는 이력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다. 국가 의사결정의 최상층에서 법과 절차의 무게를 다뤄본 경력이다. 그런 사람이 선거관리 기관의 수장이 됐다면 적어도 선거의 기본 절차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챙겼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온 뒤에야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선거 전에 예상 투표율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인쇄 매수를 어떻게 정했는지, 지역 선관위의 준비 상황을 중앙선관위가 어떻게 점검했는지, 부족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묵살한 정황은 없었는지 수사가 밝혀야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과 별개로 행정적 책임은 이미 분명하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모자랐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 전 위원장에게 이번 일이 처음 맞은 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이후 중앙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사전투표 부실 관리로 선관위 신뢰가 흔들린 뒤 조직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 속에서 자리에 올랐다. 그 뒤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터졌고, 선관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 사과는 반복됐고 쇄신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이 본 것은 바뀐 선관위가 아니라 또 무너진 선관위였다. 이쯤 되면 문제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책임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지지 않는 조직 문화, 독립성을 말하면서 내부 통제를 미루는 관행, 선거가 끝나면 논란도 지나간다는 안이함이 누적된 결과로 봐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지위에 기대어 외부 감시에는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그러나 독립성은 무능을 덮어주는 명분이 될 수 없다. 헌법기관일수록 책임의 기준은 더 높아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의 사퇴도 충분하지 않다. 물러나는 것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의 시작일 뿐이다. 사퇴했다고 해서 선거 당일 투표권 행사에 차질을 빚은 유권자의 문제 제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선관위 내부에서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 누가 보고했고 누가 승인했는지, 어떤 지침이 내려갔는지, 예산과 인쇄 물량 산정에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책임선이 실무자 몇 명에서 끊겨서도 안 된다. 실무자는 지시와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기준을 세운 사람, 점검하지 않은 사람, 위험 신호를 놓친 사람이 함께 드러나야 한다. 대법관 출신이라는 경력은 이번 사태에서 오히려 더 무거운 질문을 부른다. 법관은 절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직업이다. 작은 송달 하자 하나, 증거조사 절차 하나, 기일 통지 하나가 재판 전체의 적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매일 다루는 사람이 법관이다. 그런 법관 출신이 선거관리 기관의 정점에 있었다면 투표 절차의 작은 허점이 얼마나 큰 불신으로 번지는지 몰랐다고 할 수 없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면 더 큰 책임이다. 국민은 선관위원장에게 선거 당일 투표소마다 서 있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국 선거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점검하고, 실패 가능성을 줄이라고 요구한다. 그 자리는 명예직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 사과문을 읽는 자리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절차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책임지는 자리다. 노 전 위원장은 그 책임을 다했는가.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사는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정치권도 이 사안을 정파적 공방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 실패를 이유로 근거 없는 음모론을 키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정쟁화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책임 규명을 흐려서도 안 된다. 투표용지 부족은 실제로 발생했다. 선관위가 자체 조사로도 전국 50곳의 문제를 확인했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조직 내부 감사나 위원장 사퇴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노태악 개인의 불명예로만 볼 사안도 아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 공직사회 엘리트 시스템의 취약한 단면을 보여준다. 높은 자리에 오른 경력과 실제 관리 능력은 같지 않다. 법복의 권위가 행정 능력을 보증하지 않는다.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사실이 현장의 위험을 읽는 감각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높이 올라간 사람일수록 조직의 보고서와 의전 뒤에 숨어 현장의 균열을 놓치기 쉽다. 그 균열이 선거 당일 투표소 앞에서 터졌다. 국민이 느끼는 허탈감은 여기에 있다. 선관위는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도로 포장도, 재난 구조도, 산업 정책도 아니다. 선거가 본업이다. 그런데 본업의 가장 기본인 투표용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국가기관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일을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대법관 출신 중앙선관위원장이었다. 이것이 이번 사태를 더 부끄럽게 만든다. 노 전 위원장은 사과했고 물러났다. 그러나 사과와 사퇴만으로 끝낼 수 없는 공적 실패가 있다. 이번 일이 그렇다. 합수본 수사는 누가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가려야 한다. 동시에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열어야 한다. 투표율 예측, 투표용지 인쇄 기준, 예비 물량 관리, 지역 선관위 보고 체계, 선거 당일 비상 대응, 중앙의 지휘 권한과 책임 구조를 모두 공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투표소 문이 열리고, 유권자가 신분을 확인받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투표함에 넣는 절차가 차질 없이 이어질 때 지켜진다. 그 기본 절차가 멈추면 국민은 선거 결과 이전에 선거관리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선관위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은 특정 정당의 비판이 아니라 유권자의 신뢰 상실이다. 노태악은 그 자리에 무엇을 하러 갔나. 이 질문은 한 사람을 겨냥한 분노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기관의 독립성이 책임 공백으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사법 엘리트의 권위가 실제 행정 실패를 가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선관위가 국민 앞에 충분히 낮은 자세로 일해왔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투표용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선관위라면 국민에게 신뢰를 요구할 자격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이번 사태의 결론은 수사기관의 판단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법적 처벌 여부와 별개로 노태악이라는 이름은 선거관리 실패의 책임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관에서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이어진 화려한 경력의 끝이 왜 이런 모습이어야 했는지, 그 답은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가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국민은 이미 묻고 있다. 그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였느냐고.
2026-06-13 12: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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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유출 파장 CJ ONE까지…1051명 집단소송, 계정 잠금도 확산
[경제일보]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CJ ONE 계정 보호조치와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OTT 회원정보 유출을 넘어 CJ 계열 서비스와 연동된 통합 계정, 온라인 식별 정보인 CI·DI까지 문제가 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 CJ ONE은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일부 회원을 대상으로 계정 보호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티빙 사고 이후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CJ ONE 통합회원 계정 등이 대상이다. 계정 잠금 해제를 위해서는 CJ ONE 홈페이지나 앱에서 본인인증을 거쳐 비밀번호를 재설정해야 한다. 티빙은 지난 2일 외부의 비인가 접근으로 개인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이 이뤄졌고 개인정보 파일이 외부로 전송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사고 인지 이후 공격자 IP 접근을 차단하고 클라우드 접근 통제 정책을 변경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유출 항목은 아이디, 이름,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환불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CI와 DI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안의 무게가 커졌다. CI는 본인확인을 거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연계정보이고 DI는 서비스 내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식별값이다. 이용자가 쉽게 바꿀 수 없는 정보인 만큼 다른 유출 정보와 결합되면 개인 식별과 2차 피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티빙은 11일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이용자별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회 서비스를 개설했다. 회사는 “티빙을 믿고 이용해 주시는 회원님께 큰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 여부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이용자 여러분께서 믿고 맡겨주신 정보를 지켜드리지 못했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티빙에 있다”고 사과했다. 정부 조사도 본격화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번 사고를 대규모 정보 유출 및 추가 피해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침해사고로 보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사고 원인, 침입 경로, 유출 규모, 추가 피해 가능성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성 확보 의무와 정보주체 통지 의무 위반 여부를 살필 가능성이 있다.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법무법인 지향은 티빙 개인정보 유출 피해 이용자 1051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1인당 30만원이다. 지향 측은 유출 정보의 종류와 2차 피해 위험을 고려할 때 정신적 피해가 크고 향후 조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확인되면 청구액 확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세담도 별도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세담은 CI와 DI가 유출 항목에 포함된 점을 들어 스미싱, 피싱 등 2차 피해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티빙은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한 사칭 피싱 시도에 주의해 달라고 이용자들에게 안내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CJ 계열 서비스 전반의 계정 연동 구조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티빙은 자체 계정뿐 아니라 CJ ONE, 네이버, 카카오 등 외부 계정으로 가입한 이용자도 많다. 편의성을 높였던 통합 로그인과 계정 연동이 사고 발생 이후에는 비밀번호 변경, 계정 잠금, 본인인증 등 복잡한 대응 절차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업계에선 정확한 피해 규모와 보상안, 재발 방지 대책에 쏠린다. 일부 보도에서는 유출 대상이 대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재 공개자료 기준으로 최종 피해 규모는 정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티빙이 보상안과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이용자 보호책의 수준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26-06-12 11: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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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vs 시행사… '창동민자역사 분양 갈등' 계약내용 따져봐야
[경제일보] 22년 만에 준공된 창동민자역사 현 아레나X스퀘어를 둘러싼 분양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임대분양계약자들은 수익률 조건과 잔금대출 안내, 시행사 재무 상태, 약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와 법원 판단을 종합하면 수분양자 측이 제기한 쟁점 가운데 계약서와 법원 판단을 기준으로 다시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인 창동역사 주식회사는 수익률 보장과 잔금대출, 권리보전 문제를 둘러싼 수분양자 측 주장에 대해 “계약 내용과 다른 해석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창동민자역사는 일반 매매분양이 아니라 일정 기간 상가를 사용할 권리를 받는 임대분양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 사업이다. 쟁점이 커질수록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 주장에 기대는 판단이 아니라 계약서와 법원 판단, 자금관리 방식에 관한 확인이다. ◆5% 수익률, 전체 수분양자 대상이었나 가장 큰 쟁점은 연 5% 확정수익률 논란이다. 수분양자 측은 시행사가 분양 당시 연 5% 수익을 약속했으나 준공을 앞두고 이를 2.5%로 낮추는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수익률은 상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인 만큼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계약의 중요한 조건이 사후에 바뀌었다”는 불만이 커졌다. 시행사 측 설명은 다르다. 5% 수익률 보장은 전체 수분양자에게 일괄 적용된 조건이 아니라 일정 기간 분양 촉진을 위해 진행한 프로모션 대상자에게만 부여된 조건이라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5% 수익보장 증서가 나간 수분양자에게는 당연히 5%를 지급한다”며 “그 약속을 2.5%로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에 따르면 전체 호실은 1380호실 안팎이고 5% 보장 대상은 일부 수분양자에 한정된다. 나머지 수분양자는 시행사가 직접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점 업체와 수분양자를 연결해 임대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2.5%는 5% 보장 대상자의 수익률을 낮춘 것이 아니라 보장 증서를 받지 않은 수분양자에게 입점 업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기본 조건”이라며 “실제 수익률이 5%나 7%로 나오면 그 수익은 수분양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수익률 논란은 결국 문서로 가려야 한다. 5%라는 숫자가 계약서 본문에 들어갔는지, 별도의 수익보장 증서가 발급됐는지, 그 대상과 기간이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진다. 5% 수익보장이 모든 수분양자에게 적용된 조건이었다면 시행사의 책임 논의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부 프로모션 대상자에게만 부여된 조건이고 해당 대상자에게는 계속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면 “5%를 2.5%로,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는 주장은 다시 따져봐야 한다. 분양 상담 과정의 설명과 계약서에 편입된 약정은 법적 무게가 다르다. 수익보장 증서, 2.5% 관련 안내문, 동의서 문구, 입점 업체와의 임대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수분양자가 기대한 수익과 시행사가 법적으로 부담한 수익보장 의무가 같은 것인지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잔금대출 ‘편법’ 논란, 금융 실무 확인해야 잔금대출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부동산임대업으로 계약했는데 잔금대출 단계에서 도소매업 사업자등록을 안내받았다며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행사 측은 사업자등록 안내가 잔금대출을 돕기 위한 금융상품 안내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축 상가는 잔금 납부 전 실제 임대수입이 잡히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임대수입을 기준으로 한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한도 산정이 제한될 수 있고, 금융기관이 실제 영업을 전제로 한 사업자대출 상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등록 업종 안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금융상품을 안내한 것일 뿐 특정 금융기관이나 특정 방식의 대출을 강제한 것은 아니다”며 “수분양자가 다른 담보나 주거래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쟁점은 도소매업 사업자등록 안내가 실제 영업 예정 업종에 맞는 절차였는지, 금융기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수분양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도소매업 등록 안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대출 규제 회피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중도금 대출 문제도 같은 선상에 있다. 시행사 측은 “중도금 무이자 지원은 했지만 잔금 납부 이후까지 금융비용을 계속 부담하기로 한 약정은 없다”고 설명한다. 분양 현장에서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한 뒤 잔금 시점에 중도금 대출을 정리하고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통상적으로 활용된다. 중도금 무이자 지원과 잔금대출 보장은 법적으로 성격이 다른 문제라는 게 시행사 측 입장이다. ◆자본잠식 논란, 보증금 반환 불능으로 곧장 이어지나 재무 상태도 논란의 한 축이다. 일부 수분양자 측은 창동역사의 누적결손금과 자본잠식, 감사보고서에 적힌 계속기업 불확실성 문구를 들어 30년 뒤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거액의 보증금을 장기간 맡기는 계약인 만큼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는 수분양자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시행사 측은 이 해석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고 반박한다. 창동역사는 회생절차를 거쳐 장기간 멈춰 있던 사업을 다시 살린 회사다. 공사가 진행되고 분양대금이 들어오더라도 준공과 매출 인식 전까지는 회계상 선수금이나 부채로 잡힐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무제표상 부채와 결손금만 떼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자금관리 방식도 시행사 측 반박의 핵심이다. 시행사 측은 분양대금과 사업자금이 신탁계좌를 통해 관리되고 있어 회사가 임의로 빼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창동역사는 지난 3월 31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장기간 방치됐던 사업이 회생절차와 공사 재개를 거쳐 준공까지 도달한 만큼 보증금 반환 가능성은 단순한 자본잠식 여부가 아니라 회생계획 이행, 신탁계좌 관리, 영업 개시 이후 수익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근저당권 논란도 같은 선상에 있다. 수분양자 측은 입점지정기간 직전 판매시설에 2974억원대 근저당권이 설정됐다며 보증금 반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행사 측은 잔금 납부 후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수분양자 명의로 전세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근저당이 설정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잔금 납부 이후 말소와 전세권 설정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다. ◆법원이 이미 다룬 쟁점도 있다 이 사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비슷한 쟁점이 이미 법정에서 다뤄졌다는 점이다. 본지가 확인한 법원 판단을 보면 일부 수분양자들이 창동역사를 상대로 낸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다. 2023년 선고된 사건에서 수분양자는 창동역사가 전매를 약속했다며 납부한 돈의 반환을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창동역사가 전매를 확약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고, 계약서에도 입점예정일은 변동될 수 있으며 추후 개별통지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였다. 계약이 해제됐거나 무효라고 볼 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다른 사건에서도 결론은 비슷했다. 수분양자는 시행사가 전매금지나 입점예정일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중도금 대출을 시행사가 책임지고 알선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2025년 선고된 사건에서는 오히려 창동역사의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수분양자가 계약 해제 등을 이유로 잔금 납부를 거부하자 창동역사가 손해 발생분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수분양자 측은 입점일, 사업자등록 안내, 잔금대출 조건, 약관 문제 등을 다퉜다. 그러나 법원은 입점일이 계약 내용으로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약관 조항도 수분양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거나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들 판단이 앞으로 제기될 모든 소송의 결론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건마다 당사자와 증거가 다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법원 판단만 놓고 보면 “기망 분양” “계약 해제 불가피” “불공정 약관”이라는 일부 주장과 법원 판단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분쟁 쟁점은 주장보다 문서에 있다 창동민자역사 논란은 일부 수분양자들의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쟁점은 감정적 피해 주장보다 계약 문서와 자금관리 방식, 법원이 이미 다룬 판단에 더 가깝다. 장기 임대분양 계약에서 수익률과 대출, 권리보전 장치가 중요한 쟁점인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은 계약서와 수익보장 증서, 잔금대출 안내자료, 신탁계좌 관리 방식 등으로 확인돼야 한다. 시행사 측은 일부 수분양자들이 계약 내용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분양자 측은 수익률과 대출, 권리보전 장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맞선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법원 판단에서는 기망, 계약해제, 불공정 약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사 중단의 과거와 2021년 이후 재분양 계약 분쟁도 따로 봐야 한다. 창동민자역사는 과거 경영진 문제와 자금난으로 장기간 방치됐던 사업이다. 이후 회생절차와 인수, 공사 재개를 거쳐 준공까지 이르렀다. 과거 피해와 현재 신규 수분양자들의 불만을 하나로 묶으면 책임 주체와 쟁점이 흐려진다. ◆일부 점포 지연이 전체 입점에도 영향 시행사와 수분양자 사이의 갈등은 개별 계약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형 상업시설은 업종과 브랜드 배치가 맞물려 움직인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생활편의 업종은 한 칸짜리 점포만으로는 입점이 어렵고 여러 점포를 묶어 하나의 매장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점포의 잔금 납부나 권리 설정 절차가 지연되면 해당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입점 협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행사 측은 “복수 점포를 한꺼번에 임차하려던 업체가 일부 점포 문제로 계약을 접은 사례도 있다”며 “일부 점포 문제로 대형 입점 업체가 빠지면 피해는 해당 점포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구역의 다른 수분양자들이 임대수익 기회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행사 측은 일부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 주장과 잔금 납부 거부를 단순한 개별 분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본다. 한두 점포의 절차가 멈추면 대형 입점 업체 유치가 어려워지고, 대형 입점 업체가 빠지면 주변 점포의 임대수익 기회와 상가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창동민자역사 논란은 피해 주장만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5% 수익률 보장의 대상과 범위, 2.5% 조건의 성격, 잔금대출 안내 경위, 신탁계좌 자금관리, 근저당 말소와 전세권 설정, 법원이 이미 다룬 쟁점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주장보다 계약 내용이다. 논란의 무게도 소송 규모가 아니라 실제 계약과 권리보전 장치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8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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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개인정보 DB 뚫렸다…이름·생년월일 등 유출 정황 확인
[경제일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해킹 공격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공식 통지하고 사과했다.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의 보안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또다시 대형 플랫폼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용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IT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최근 이용자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 통지 및 사과문을 문자를 통해 공지했다. 티빙이 공개한 유출 가능 정보는 아이디와 이름, 생년월일, 성별, CI(연계정보), DI(중복가입확인정보), 휴대전화 번호 일부, 이메일 계정 정보 일부, 환불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이다. 다만 휴대전화 번호 마지막 4자리와 이메일 일부 정보, 환불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는 암호화 상태로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은 공지를 통해 "당사는 2026년 6월 2일 개인정보 저장 DB에 신원 미상 해커의 접근 및 파일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인지 즉시 공격 IP 차단 및 클라우드 접근 통제를 변경했고 DB 접속 모니터링 강화 및 추가 피해 확산 방지 보안 조치를 완료했으며 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한 전담 고객센터 운영 및 지원 절차를 마련"이라고 밝혔다. 티빙은 사고 인지 직후 공격에 사용된 IP를 차단하고 클라우드 접근 통제 정책을 변경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데이터베이스 접속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추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보안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용자 피해 구제를 위한 전담 고객센터 운영과 지원 절차도 마련했다. 이용자들에게는 스미싱·피싱 등 2차 피해에 주의하고, 동일한 계정 정보를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의 비밀번호를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사고는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또다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만큼 향후 스미싱과 피싱 등 2차 범죄 악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확한 유출 규모와 공격 경로, 실제 외부 유출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관계 기관 역시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사고 경위를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은 "티빙을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보상안 및 추가 필요 사항은 지속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2026-06-05 08:3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