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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단위 잔고 점검' 칼 빼들었다… 거래소의 낡은 관행, 규제로 대수술
[경제일보] 62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드러난 가상자산 거래소의 민낯이 결국 ‘금융회사급’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당국이 6일 국내 원화 기반 가상자산거래소(원화마켓)의 이용자 자산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모든 원화마켓이 5분 단위로 전산 장부와 실제 지갑 잔고를 대조하고 대규모 불일치 시 즉시 거래를 차단하는 ‘킬스위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내부통제 강화를 넘어 24시간 잠들지 않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시간 감시 체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발생한 빗썸의 ‘유령 코인’ 사태 직후 구성된 긴급대응반의 현장 점검 결과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주요 원화마켓의 자산 관리 체계가 24시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시장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대부분의 거래소는 고객의 장부상 수량과 블록체인상의 실제 보유량을 비교하는 잔고 대사를 하루에 단 한 번, ‘일 단위’로 실시했다. 빗썸 사태처럼 대규모 오지급이 발생해도 시스템이 이를 즉각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구조적 맹점이 있었던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임직원의 수작업이 개입되는 이벤트 보상 지급 등 ‘고위험거래’의 관리 실태였다. 일부 거래소는 회사의 고유 자산을 보관하는 계정과 고객 보상용 계정을 분리하지 않았고 다중 승인 절차 없이 실무자 1인의 판단만으로 거액의 자산이 오고 갈 수 있는 ‘보안 공백’ 상태였다. 이는 거래소가 수조 원의 고객 자산을 다루면서도 기초적인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모든 원화마켓은 5분 주기로 블록체인 데이터와 전산 원장을 자동으로 대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령 코인’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만약 유의미한 수량 차이가 발생하면 시스템이 자동 경보를 울리고 대규모 불일치 시에는 즉시 거래를 중단시키는 ‘킬스위치’가 발동된다. 투명성도 대폭 강화된다.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자산 실사 주기는 기존 분기별에서 ‘매월’로 단축된다. 공시 내용 역시 단순 보유 비율 공개에서 벗어나 ‘종목별 블록체인 보유 수량’과 ‘장부상 수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해 투자자들이 거래소의 재무 건전성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내부통제 조직도 수술대에 오른다. 금융회사에 준하는 ‘표준 위험관리기준’을 제정하고 위험관리책임자(CRO)와 위험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준법감시인은 매 반기 내부통제 현황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 결과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를 ‘준(準)금융회사’로 규정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선안의 핵심 내용을 향후 제정될 ‘2단계 가상자산법(디지털자산법)’에 반영해 법적 이행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성’이 최우선 과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업계에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시간 잔고 대사 시스템 구축과 매월 외부 감사를 받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행정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소의 신뢰도를 높이고 기관 투자자 등 보수적인 자본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이번 사태를 촉발한 빗썸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절차도 임박했다. 금감원은 조직·업무·전산 시스템 등 내부통제 전반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빗썸 사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통’을 넘어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었음을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다. 기술의 혁신성만을 외치며 기초적인 금융 안전장치를 외면한 결과는 참담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술이다. 다만, 과도한 규제가 산업의 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5분’이라는 기준이 모든 거래소의 기술적 환경에 적합한지 그리고 매월 감사가 시장의 유동성을 위축시키지는 않을지에 대한 세밀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
2026-04-06 17:41:25
빗썸 사태, 주인이 아니라 '신호등'이 고장 났다
[선재관의 시선] 60조 원. 한 국가의 국방 예산을 훌쩍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이 거대한 숫자가 단 한 번의 키보드 입력 실수로 허공에 떴다가 사라졌다. 지난 6일 빗썸에서 벌어진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고도화된 해킹 공격이 아니었다. 단위를 ‘원(KRW)’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적은 촌극이었다. 블록체인의 무결성과 혁신을 외치던 가상자산 시장이 실상은 얼마나 원시적인 수기(手記) 장부와 인간의 손끝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순 없다. 오늘 10시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풍경은 안 봐도 비디오다. 여야 의원들은 경영진을 향해 호통칠 것이고 금융당국은 기다렸다는 듯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지분 제한’이라는 낡은 칼을 꺼내들 것이다. 은행처럼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쪼개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복안이다. 사고는 시스템에서 터졌는데 처방은 지배구조로 내리는 전형적인 ‘여의도식 문법’이자 ‘행정 편의주의’다. 우리는 여기서 냉정하게 되물어야 한다. “대주주가 바뀌면 입력 오류가 사라지는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지배구조’가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재다. 60조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가 입력되고 승인되는 과정에서 그 어떤 경고등도 울리지 않은 ‘시스템의 구멍’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대주주 지분을 분산시키면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고치는 대신 도로 소유주를 바꾸겠다는 억지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이미 ‘주인 없는 회사’의 실패를 수없이 목격했다. 지분이 잘게 쪼개진 시중은행에서도 수백억 원대 횡령과 배임, 불완전 판매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주인이 없다고 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질 주체가 사라져 관치(官治)의 놀이터가 될 뿐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 투명성을 위한 장기적 과제일 수는 있으나 당장 시급한 ‘거래 안정성’을 담보하는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초(秒) 단위로 전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낡은 금융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며 징벌적 규제에 몰두한다면 그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지금 금융당국이 들어야 할 것은 기업을 옥죄는 몽둥이가 아니라 기술적 허점을 꿰뚫어 볼 현미경이다. 규제의 방향은 ‘사람(대주주)’이 아닌 ‘시스템’을 향해야 한다. 입법의 초점은 지분 쪼개기가 아니라 ‘기술적 강제력’ 마련에 맞춰져야 한다. 우선 거래소의 장부와 실제 블록체인상 자산을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이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준비금 증명’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인간의 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도덕성이 아니라 코드(Code)다. 여기에 평소 거래량이나 보유량을 초과하는 비정상적 주문이 입력될 경우 시스템이 자동으로 승인을 거부하고 동결하는 ‘이상 거래 킬스위치’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감독 방식의 진화도 필수적이다. 당국은 사후 약방문식 제재에서 벗어나야 한다. 종이 보고서만 받아볼 것이 아니라 거래소 API와 연동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신뢰를 먹고 산다. 그 신뢰는 주인이 누구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인이 앉아 있어도 사고가 날 수 없게 만드는 완벽한 기술적 무결성에서 온다. 국회와 당국은 이번 사태를 관치의 영역을 넓히는 기회로 삼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을 죽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 그 해법은 ‘규제 만능주의’가 아닌 ‘기술적 투명성’에 있다. 60조 원의 촌극이 남긴 교훈을 오독(誤讀)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엉뚱한 외양간만 고치게 될 것이다.
2026-02-11 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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