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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스 쇼크'에 흔들리는 韓 AI 보안… 글래스윙 문턱 넘기 어려워지나
[경제일보] 앤트로픽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가 글로벌 사이버보안 지형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I가 대규모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공격 가능성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각국 정부와 보안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미토스 접근권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앤트로픽의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에서 아직 가시적인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앤트로픽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던 SK텔레콤이 글래스윙 참여를 검토했지만 최근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2023년 앤트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통신 특화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협력을 맺은 전략적 투자자다. 당시 SK텔레콤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와 연계해 앤트로픽과 AI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분 관계가 보안 협력체 접근권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지분은 후속 투자 과정에서 희석돼 약 0.3%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신과 국내 매체들은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지분 가치가 급등했지만 실제 보유 지분은 0.3% 안팎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글래스윙이 단순 민간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사실상 미국 중심의 폐쇄형 사이버보안 동맹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공개하면서 미토스 프리뷰를 일부 기업과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프로그램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미토스는 방어 목적의 사이버보안 작업에 제한적으로 활용된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설명 역시 위험성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미토스 프리뷰가 공개되지 않은 프론티어 모델이며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고 악용 가능성을 분석하는 능력에서 극히 숙련된 인간 전문가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파급력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미토스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서 1만건 이상의 고위험 또는 치명적 취약점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테크레이더는 미토스가 장기간 숨어 있던 버그까지 드러내면서 전통적인 ‘패치 윈도’ 개념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도 즉각 반응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은행들을 소집해 미토스가 드러낸 취약점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은행들이 글래스윙 접근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악의적 행위자가 유사한 AI 역량을 확보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미토스를 둘러싼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로이터는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토스가 취약점 탐색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려면 검증과 악용 가능성 판단, 패치 지연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토스가 당장 ‘자동 해커’처럼 모든 방어망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해석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핵심은 미토스 자체보다 취약점 정보와 대응 도구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다. 글래스윙 참여자는 미토스가 찾아낸 취약점을 먼저 검증하고 패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참여하지 못한 국가는 같은 취약점이 공개되거나 실제 악용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류제명 제2차관 주재로 앤트로픽의 마이클 셀리토 글로벌 정책 총괄 등과 만나 AI·사이버보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금융위원회, 인공지능안전연구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 등도 참석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기관과의 협력 및 취약점 정보 공유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부분은 미국 정부의 관여 가능성이다. 미토스는 방어와 공격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다. 취약점 탐색 AI가 특정 국가나 기업에 제공될 경우 해당 정보가 방어 목적에만 활용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앤트로픽이 민간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 정부와의 협의 없이 해외 기관 접근을 쉽게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보안업계는 이를 ‘AI 보안 주권’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미토스가 취약점 발견 속도를 바꾼다면 글래스윙은 그 취약점 정보의 접근 순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누가 정보를 먼저 확보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안 논의도 시작됐다. 국내 보안 스타트업 티오리는 미국 중심 글래스윙에 대응하는 한국형·다자형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캐노피’를 추진하고 있다. 티오리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AI 보안 협력체 출범을 준비 중이며 미국 중심의 미토스 접근 구조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글래스윙 참여 기업이 없고 앤트로픽과의 협력 역시 정보 공유 요청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정부가 준비 중인 AI 기반 사이버 위협 대응 체계는 이 같은 복합 위협을 함께 담아야 한다. 단순히 글로벌 협력체 참여를 타진하는 수준만으로는 부족하다. 미토스급 모델 접근권 확보와 국내 취약점 데이터베이스 고도화, 주요 오픈소스 및 국가 핵심 인프라 선제 점검, 금융·통신·의료·에너지 분야별 AI 보안 훈련 체계 구축, 국내 AI 보안 모델 개발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2026-05-26 1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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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다면,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전쟁은 선의로 멈추지 않는다. 한쪽이 멈춘다고 다른 한쪽까지 멈추는 법도 없다. 기술 경쟁이 붙으면 더 그렇다. 인공지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군사 분야에서 AI 활용은 이제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단계가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하고 무엇으로 통제할 것인가의 단계로 들어섰다. 이것이 불편하더라도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최근 구글 내부에서 터져 나온 반발도 그 현실 위에서 봐야 한다. 구글 직원 600여 명은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미 국방부의 기밀 군사 업무에 자사 AI를 투입하는 협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사람의 통제를 벗어난 살상 체계와 대규모 감시를 우려했고, AI가 군의 비공개 체계 안으로 들어가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외부에서는 알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2018년 ‘프로젝트 메이븐’ 때와 닮은 장면이다. 그러나 논의를 여기서 “군사 AI를 아예 하지 말자”로 끌고 가면 현실을 놓치게 된다. 미국이 밀어붙이면 중국도 속도를 낼 것이고, 중국이 앞서가면 미국은 더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손자는 “병자는 국지대사”라 했다. 전쟁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큰일이라는 뜻이다. 국가가 그런 영역에서 핵심 기술을 스스로 포기하기는 어렵다. 실제 흐름도 그쪽으로 가고 있다. 구글은 지난 3월 자사의 ‘Gemini for Government’를 미 국방부 AI 플랫폼인 GenAI.mil에 올려 300만 명이 넘는 민간·군 인력이 비기밀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서 작성과 자료 요약 같은 생산성 업무가 주된 용도라고 설명했지만, 미 국방부는 이후 기밀과 극비 업무에도 구글 AI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비기밀 보조 업무와 기밀 군사 체계의 경계가 생각보다 빨리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더 중요해진 것은 활용 여부가 아니라 통제의 구조다. 쓰게 될 기술이라면 더 엄격한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 최근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 논란은 그 점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앤트로픽은 미토스가 소프트웨어 공학과 사이버보안 과제에서 매우 높은 능력을 보였고, 주요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 전반에서 취약점을 찾고 익스플로잇까지 만들 수 있는 수준을 다뤘다고 밝혔다. 이 모델이 제한적 시험 배포 당일 비인가 사용자들에게 접근된 정황도 있었다. 기술은 빨라지는데 인간의 이해와 감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최종 판단과 책임이 사람에게 남아 있는가. 잘못될 때 실제로 멈출 수 있는가. 이것이 분명하지 않다면 첨단 전력은 곧바로 첨단 위험으로 바뀐다. 과유불급이다. 활용의 불가피성과 무제한 허용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는 미래의 파국을 막기 위해 현재로 돌아와 스카이넷의 출발점을 끊으려 한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오래 남은 것은, 인간이 만든 체계가 어느 순간 인간의 손을 벗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이다. 지금 군사 AI를 둘러싼 논란도 다르지 않다. 기술 활용은 멈추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 그렇다면 더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금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하고 누가 책임지며 어떤 순간에 멈출 것인지에 대한 차가운 기준이다. 국가가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먼저 속도가 아니라 통제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현실을 아는 태도이고, 결국 상식의 길이다.
2026-04-28 1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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