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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된 전직 대통령까지 나선 보수, 표 결집할까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막판, 보수 진영의 선거판에 뜻밖의 장면이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칠성시장에 이어 충청권까지 발걸음을 넓히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와 대구 칠성시장을 찾은 데 이어 25일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와 대전, 충남 공주 산성시장 등을 방문했다. 이후 PK(부산·경남)와 강원 방문도 예고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 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동시에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보수의 영광과 상처를 함께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접전지에 직접 등장했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를 단순한 지방권력 경쟁이 아니라 보수 생존의 총력전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 초반 분위기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세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평가론과 여당 프리미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수세가 겹치며 민주당 압승론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판세는 단순하지 않게 변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흐름은 서울과 영남권, 충청권 등에서 경합지가 늘고 있다. 초반 ‘여당 독주’ 구도가 막판 ‘혼전’ 구도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이 흐름 위에 얹힌 정치적 촉매다. 그는 긴 연설을 하지 않아도 보수 핵심 지지층에게 강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인물이다. 특히 대구·경북, 충청 일부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아직 작지 않다. ‘정권을 빼앗겼다’는 위기감, ‘보수가 더 밀리면 안 된다’는 방어 심리, ‘그래도 우리가 남이냐”는 보수정서가 그의 방문을 계기로 다시 결집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절박한 선택이다. 선거 막판 승부는 중도 확장과 지지층 결집의 균형에서 갈린다. 여당이 압승 분위기에 취해 투표율 관리에 실패하면 보수 결집은 실제 의석과 지방권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사전투표가 5월 29~30일 진행되고, 5월 28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박 전 대통령의 순회 일정이 바로 그 직전 집중되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박근혜 카드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탄핵의 기억은 아직 한국 정치의 현재형이다. 보수 내부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도층과 청년층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국민의힘이 미래 비전보다 과거 상징에 기대는 정당으로 비친다면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름이 모든 선거에서 통하는 주문은 아니다. 정치는 기억의 싸움이자 미래의 경쟁이다. 박 전 대통령을 불러낸 보수의 선택은 과거 지지층을 깨우는 데는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결국 주민의 삶을 묻는 선거다. 교통, 주거, 일자리, 지방재정, 산업전환, 돌봄의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상징 정치만 앞세우면 유권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상대가 탄핵된 전직 대통령까지 앞세웠다고 해서 도덕적 우위만 강조하는 선거로는 부족하다. 여당은 지방권력을 맡길 만한 정책 능력과 책임 있는 재정 구상을 보여줘야 한다. 민심은 여당의 오만에도, 야당의 회귀 본능에도 냉정하다. 박 전 대통령의 지원유세는 보수층 결집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접전지에서는 몇 퍼센트포인트의 투표율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고 양면적이다. 보수 핵심층을 깨우는 동시에 탄핵의 기억도 함께 깨운다. 국민의힘이 이 장면을 승부수로 삼으려면 박근혜라는 이름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왜 지금 자신들이 지방권력을 맡아야 하는지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과거의 귀환이 아니다. 지방의 미래를 누가 더 책임 있게 설계할 수 있느냐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까지 유세장에 나선 장면은 보수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절박함만으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 결집은 시작일 뿐이다.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질문은 여전히 유권자의 삶이다.
2026-05-26 11: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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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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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p 차' 초접전…'대구 대전환' 김부겸 vs '경제 대개조' 추경호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가 예상을 뒤엎고 초접전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대구 변화론’을 내세워 보수 색채가 짙던 지역 정치 지형에 균열을 내는 중이다.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의 전문성과 탄탄한 보수 조직력을 무기로 막판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기존의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산업과 행정의 재편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중대한 기로가 됐다. 좁혀지는 격차, 되살아난 보수 결집…안갯속 접어든 대구 민심 최근 여론조사는 대구 민심의 팽팽한 긴장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한 여론조사(MBC 의뢰,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 2026년 5월 16~17일, 대구광역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5.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43.0%, 추 후보는 37.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6.0%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특히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는 당선 가능성 질문에는 두 후보가 각각 41.0%로 동률을 이루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와 같은 결과는 추 후보의 무서운 추격세를 보여준다. MBC가 지난 2026년 4월 28~29일 실시했던 직전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44.0%, 추 후보가 35.0%로 격차가 9.0%포인트였지만, 약 3주 만에 6.0%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같은 조사에서 대구 지역의 이재명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직전보다 10.0%포인트 하락한 51.0%로 집계됐다. 이는 보수층의 위기감에 따른 결집과 여당 견제 심리가 일부 되살아난 결과로 해석된다. ‘남부권 판교’ 세우는 김부겸 vs ‘부총리 네트워크’ 꺼내 든 추경호 김 후보의 전략은 ‘대구도 바뀔 수 있다’는 변화론이다. 수성구 범어네거리와 반월당역 등 도심 주요 거점을 돌며 출근길 인사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대구의 낡은 산업 구조를 AI·로봇·미래모빌리티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수성구를 ‘남부권 판교’로, 달서구를 ‘인공지능전환(AX) 거점도시’로, 군위군을 ‘통합신공항 기반 미래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김 후보는 대구경북신공항을 국가 프로젝트로 전환해 정부 지원을 끌어내고, 대구경북 광역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등 중앙정부 및 여당과의 연결성을 적극 활용하는 ‘구조개편형 전략’을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반면 추 후보는 ‘경제를 아는 시장’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대구 경제의 장기 침체와 인구 유출을 막을 카드로 ‘대구경제 대개조’를 선언했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시설, 테슬라 아시아 제2공장, HD현대로보틱스 글로벌 R&D 캠퍼스 유치 등 굵직한 대기업 투자 유치를 공약했다. 경제부총리와 국회의원 시절 쌓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구를 반도체·미래차·로봇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추 후보는 침산네거리와 범어네거리 등 주요 교차로 유세를 이어가는 한편, 대구시의사회 등 다양한 직능단체와의 정책 협약 및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며 보수 결집과 조직 기반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당 깃발보다 ‘먹고사는 문제’…대구 낡은 심장 깨울 적임자는 누구 대구는 30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만큼 섬유·기계금속 중심의 기존 구조를 탈피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과 맞물린 선거판을 흔들 변수는 대구경북(TK) 신공항의 해법, 청년 일자리와 미래산업 민심, 수성·달서·군위의 중도 표심 등이다. 우선 신공항은 군위 편입 이후 대구의 공간 전략, 공항 후적지 개발, 물류·산업 배치까지 좌우하는 핵심 의제다. 김 후보는 이를 국가 프로젝트로 격상해 행정통합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인 반면, 추 후보는 신공항과 대규모 산업단지, 대기업 유치를 연계해 물류·교통망의 판을 짜겠다는 구상으로 맞서고 있다. 또한 MBC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구시장의 최우선 과제로 ‘미래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TK 신공항 건설 등 교통망 확충’이 뒤를 이었다. 유권자의 관심이 정당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된 만큼 김 후보의 ‘AI 전환’과 추 후보의 ‘대기업 유치 및 부총리 경험’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중산층과 전문직이 밀집한 대구 정치의 바로미터 ‘수성구’, 산업단지와 생활 민심이 맞물린 ‘달서구’, 신공항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군위군’의 표심 향방이 결정적이다. 김 후보가 이들 지역에서 중도·청년층으로 세를 확장할지 아니면 추 후보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완벽히 재결집할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결국 김 후보의 승부수는 “대구도 바뀌어야 산다”는 변화의 호소이고, 추 후보의 승부수는 “경제를 해본 사람이 살린다”는 실적과 능력의 강조다. 대구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하기 힘든 치열한 형국”이라며 “대구 유권자들이 여당 프리미엄의 실행력을 선택할지 보수 본진의 미래 비전과 안정감을 선택할지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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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위에 선 국가경제…반도체가 멈추면 정부가 움직인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자 정부는 긴급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파업은 잠정합의로 유보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긴급조정은 가벼운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와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조정 결정이 공표되면 관계 당사자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 긴급조정 카드를 거론한 배경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메모리, HBM, 파운드리, 모바일, 디스플레이 생태계와 맞물려 있고, 협력업체와 수출, 금융시장, 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와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다. 정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과 노사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은 노동권 제한이라는 반대편의 문제를 동반한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권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노사 자율 원칙과 노동3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 제한을 쉽게 정당화돼서는 안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공급망과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도 외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압박자가 아니라 중재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결과적으로 긴급조정 발동 없이 이뤄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의 막판 교섭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반복되는 구조는 위험하다. 파업 직전까지 가야 정부가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여야 노사가 접점을 찾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 기간산업의 노사갈등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태가 보여준 것은 한국 경제의 이중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국가 세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초과이익을 둘러싼 배분 갈등이 산업 현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추경 과정에서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법인세 증가분 14조8000억원을 전망한 것도 반도체 경기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긴급조정 논란의 본질은 ‘파업을 막을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원칙으로 노사갈등을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제도가 늦으면 갈등은 거리로 나오고, 정치가 늦으면 행정권의 강제 카드가 먼저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긴급조정 카드는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교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사후 압박이 아니라 사전 조정의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노사갈등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성과급 제도, 주주환원, 미래 투자 문제를 포함해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재정준칙 복원과 국가채무 관리, 미래 성장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한다.
2026-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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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의 속살
[경제일보] 성과급은 보상이다. 동시에 조직의 메시지다. 누구의 성과를 인정하고, 어떤 사업을 미래의 중심으로 볼 것인지 회사가 구성원에게 보내는 신호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가 내부 형평성 논란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잠정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반도체 DS부문이다. 노사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사업성과의 10.5%를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특별성과급은 부문과 사업부 배분 구조를 거쳐 자사주 방식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메모리와 HBM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반영한 조치다. 메모리 부문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경쟁에서 앞선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사업부만으로 구성된 회사가 아니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DX, 네트워크, 생활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부가 하나의 브랜드와 자본, 인력 시스템 아래 묶여 있다. 특정 부문의 성과급이 크게 높아질수록 다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파업을 피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주주 사이의 불만이 남아 있다”면서, “SK하이닉스와의 보상 비교,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이의 실적 차이, 자사주 지급 방식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논란의 여지가 커졌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메모리 부문에 충분히 보상하지 않으면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어렵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실적 책임 원칙이 흐려진다. 반대로 사업부별 성과 차이를 지나치게 크게 반영하면 조직 전체의 결속이 흔들릴 수 있다. 성과급은 숫자로 지급되지만, 구성원은 숫자만 보지 않는다. 기준의 공정성을 본다. 왜 이 사업부는 많이 받고, 왜 저 사업부는 적게 받는지 회사가 납득 가능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보상은 격려가 아니라 분열의 언어가 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DX부문과 CSS사업팀에 상생협력 차원의 자사주 지급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보완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업부별 성과급 산식, 공통 기여도 반영 기준, 적자 사업부 보상 원칙,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왜 그렇게 주는지’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보상 체계는 단순한 급여 제도가 아니라 인재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 인재를 지키려면, 성과급 체계도 글로벌 수준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그 기준은 회사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을 넘어 국가 세수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이 가운데 법인세 증가분을 14조8000억원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성과급 논란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의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과이익은 직원 보상, 주주환원, 설비투자, 연구개발, 세수 확충이라는 여러 경로로 흘러간다.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면 다른 쪽의 불만과 비용이 커진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진짜 과제는 파업을 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직원과 주주, 기업과 국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급은 그 출발점”이라며 “기준이 분명할 때 보상은 갈등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갈등을 넘어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의 원칙을 논의하는 자리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의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2026-05-2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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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보수 교체'냐, 추경호 '보수 결집'이냐
[경제일보] 6·3 대구시장 선거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정면승부로 본격화됐다. 김 후보는 ‘대구 교체론’과 중앙정부 협력론을 앞세우고,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의 ‘경제 전문성’과 보수 결집론으로 맞서고 있다. 두 후보 모두 TK신공항, 일자리, 산업 재편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김 후보는 “대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추 후보는 “대구 경제를 살릴 검증된 경제전문가”를 자임한다. 여론조사, 5월 들어 김부겸·추경호 오차범위 내 ‘초접전’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초접전이다. 대구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4월 28~29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김부겸 44%, 추경호 35%로 김 후보가 앞섰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였다. 반면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5월 2~3일 대구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조사에서는 김 후보 45.9%, 추 후보 42.4%로 격차가 3.5%포인트까지 줄었다.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초접전 흐름이 확인됐다. JTBC가 메타보이스·리서치랩에 의뢰해 5월 5~6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40%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포인트로, 표본오차인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안에 있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흐름만 놓고 보면 김 후보가 인물 경쟁력과 변화 기대감으로 초반 주도권을 잡았지만, 국민의힘 경선 이후 추 후보가 보수층 결집 효과를 타고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대구의 정당 지형은 여전히 국민의힘에 우호적이다. 다만 김 후보가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오랜 기간 정치적 기반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점, 국무총리와 장관을 지낸 중량감이 있다는 점은 과거 민주당 후보들과 다른 변수다. 김부겸, “대구를 바꿔야 한다” 변화론 전면에 김 후보의 선거전은 ‘대구를 향한 귀환’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는 대구 달서구 두류역 인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번에는 김부겸을 회초리 삼아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게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또 “대구를 살려달라는 시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하겠다”며 △지역 소멸 △청년 유출 △산업 침체 문제를 전면에 올렸다. 김 후보는 비수도권 첫 도심공항터미널 설치, 대구 4호선 모노레일 추진, TK신공항 국가 주도 사업 전환, K2 후적지 기업도시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선거 중반부 들어 생활 현안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전한 물 확보, 낙동강 수질 개선, 서대구 악취 문제 해결,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형 개발만이 아니라 시민이 매일 겪는 문제를 풀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도층과 생활 민심을 겨냥한 행보다.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김 후보는 정당보다 인물, 이념보다 실행력을 앞세워 그 벽을 넘겠다는 전략이다. 추경호, “대구 경제 살리겠다” 경제전문가론 꺼내 추 후보는 후보 확정 직후 대구 충혼탑 참배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정체성과 결집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후보 등록 직후 “대한민국이 검증한 경제부총리 출신 최고의 경제전문가가 대구 경제 살리기 대장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압도적인 승리로 보수의 유능함을 증명하고 돈과 사람이 모이는 대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의 핵심 자산은 경제 관료와 경제부총리 이력이다. 대구 시민이 가장 절실하게 여기는 문제가 일자리와 지역경제라는 점에서 ‘경제전문가 시장’ 이미지는 강한 무기다. 그는 기업 유치, 미래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지역 금융 기능 강화 등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 후보를 통해 이번 선거를 ‘정권 견제’와 ‘대구 경제 회복’의 이중 구도로 끌고 가려 한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생긴 보수층 내부의 상처를 얼마나 빨리 봉합하느냐가 관건이다. TK신공항, 같은 찬성 다른 해법 두 후보가 가장 강하게 맞붙는 의제는 TK신공항이다. 모두 추진에는 찬성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김 후보는 신공항을 국가 주도 사업으로 전환하고 민주당 차원의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대구시 재정 부담과 기존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를 넘어 중앙정부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논리다.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 출신으로서 예산과 재정 구조를 이해하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운다. 신공항은 공항 이전을 넘어 K2 후적지 개발, 광역교통망, 물류·항공 산업, 기업 유치가 맞물린 대구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신공항 이슈에 대해 결국 유권자가 따질 것은 누가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더 많은 재원을 끌어올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서문시장·동성로 민심 접촉전도 가열 민심 접촉전도 뜨겁다. 두 후보는 서문시장과 동성로 등 대구 대표 상권을 찾아 시민들과 접촉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전통 보수층과 서민경제의 상징이고, 동성로는 청년·상권·문화 소비가 만나는 도심 민심의 바로미터다. 김 후보는 전통시장과 도심 상권을 관광·문화 명소로 키우겠다고 강조하고, 추 후보는 시장과 생활권을 훑으며 “대구 경제를 살릴 후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두 후보의 유세 동선은 전통시장, 청년 상권, 산업 현장, 생활 민원 지역으로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막판 변수는 중도층과 투표율 정치 전문가들은 대구시장 선거의 막판 변수로 투표율과 중도층 투표성향을 꼽는다. 투표율이 높고 변화 기대감이 커질수록 김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선거가 정권 견제 구도로 굳어지면 추 후보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는 보수층 일부와 무당층을 설득해야 하고, 추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실제 투표장까지 끌어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더 이상 ‘보수 텃밭의 예정된 선거’가 아니다”며 “김부겸 후보는 대구 정치의 낡은 문법을 깨려 하고, 추경호 후보는 보수의 중심을 다시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 시민의 최종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대구를 다시 먹고살게 할 것이냐다”라며 “그 질문에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 후보가 마지막 표심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6-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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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전환' 위성곤 vs '경제 재건' 문성유…부동층 표심 주목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부상한 제주도지사 선거가 본격적인 ‘가치 대결’의 막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가 인공지능(AI)과 신재생에너지를 도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거대한 담론을 선점하자,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는 정통 경제 관료의 전문성을 앞세워 ‘실현 가능한 소득 증대’로 맞불을 놨다. 단순한 정당 간 대결을 넘어 제주의 향후 10년 먹거리 설계를 두고 벌이는 두 후보의 정책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후보는 전날 나란히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AI와 에너지는 도민의 공공재”…“구호 대신 숫자로 승부” 기선을 제압한 쪽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위성곤 후보가 내건 ‘미래 주권론’이다. 위 후보는 후보 등록과 동시에 ‘1조원 규모 도민주권 혁신펀드’와 ‘AI 기본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주의 바람과 햇빛이 도민의 자산이듯, 생성형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또한 모든 도민이 누려야 할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다. 위 후보의 구상은 AI를 교육과 복지, 산업 전반에 이식해 제주의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그는 “제주의 자원을 도민의 소득으로 돌려주겠다”며 골목상권 프로젝트와 민생추경을 결합한 입체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흩어진 지지층을 ‘미래 비전’ 아래 결집시키는 전략적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이에 맞선 문 후보는 ‘경제도지사’ 프레임을 확고히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지낸 그의 경력은 공약의 무게감을 더한다. 문 후보는 “제주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도민 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선포했다. 관광과 1차 산업에만 기댄 현재의 취약한 구조로는 청년 이탈과 지역 침체를 막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 문 후보의 공격 칼날은 위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향해 있다. 특히 위 후보의 10GW 해상풍력 사업과 HVDC 구축 구상에 대해 “재원 조달 방식이 불투명한 현혹적 구호”라고 비판하며, 정교한 재정 설계와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한 ‘현실적 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전문가적 관점에서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어 부동층을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제주의 가장 오래된 난제인 제2공항 건설을 두고도 두 후보의 시각은 선명하게 엇갈린다. 위 후보는 ‘도민 자기결정권’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하며 갈등을 관리하는 프로세스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문 후보는 제2공항을 미룰 수 없는 ‘성장 인프라’로 규정하고, 결정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추진력을 강조하고 있다. 40% 부동층의 표심…‘체감 민생’이 승패 가른다 현재 판세는 위 후보가 여론조사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39%에 달하는 ‘태도 유보층’이 변수다. KBS제주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제주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13~14일, 제주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무선전화 안심번호 추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7.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위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나서는 가상대결의 후보 지지도는 위성곤 47%, 문성유 6%로 나타났다. 다만,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 36%, 모름·무응답 3%까지 합치면 태도 유보층이 39%다. 위 후보의 우위가 뚜렷하지만, 문 후보 입장에서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층이 크다는 점이 추격의 공간이다. 이에 제주 정치권에서는 민생경제 정책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위 후보가 민생추경과 골목상권, 도민주권 혁신펀드로 생활경제 회복을 약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후보가 도민 소득 10만불, 경제 구조 개편, 투자 유치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는 ‘검증된 정치인의 미래 전환론’과 ‘실력 있는 경제 관료의 현실 재건론’ 중 도민들이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제주 유권자에게 물가, 일자리, 상권 침체, 주거비, 의료 접근성 등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민생정책이 부동층의 표심을 이끌며 승부를 결정질 것”이라고 했다.
2026-05-15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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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장밋빛 공약 남발…재원은 어디서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판은 이제 공천의 시간에서 공약의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여야는 앞다퉈 지역 발전, 주거 안정, 교통 혁신, 청년 지원, 돌봄 확대를 말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공약 경쟁은 반가운 일이다. 정쟁보다 정책이 낫고 비방보다 비전이 낫다. 문제는 그 비전의 뿌리가 어디에 박혀 있느냐다. 돈이 없는 공약은 약속이 아니라 구호다. 재원 없는 복지는 지속될 수 없고 재정 검증 없는 개발은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어음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당 10대 공약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5극3특’ 완성을 목표로 한 균형발전, 지방 핵심 산업 육성, AI·바이오·문화·방산 등 첨단산업 육성, RE100·기후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반값 전세, 월세 세액공제 확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청년 월세 지원 확대, 교통망 확충, 지역경제 부활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국혁신당은 ‘99년 평생 안심 내 집’, 진보당은 버스 공영화, 개혁신당은 지방 규제 샌드박스 전결권 등을 앞세웠다. 방향만 놓고 보면 모두 그럴듯하다. 지역은 살아야 하고 청년은 머물러야 하며 주거비는 낮아져야 하고 교통망은 넓어져야 한다. 하지만 유권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그래서 얼마가 들고,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민주당의 균형발전과 지방산업 육성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세제·재정 지원을 전제로 한다. 국민의힘의 반값 전세와 청년 월세 지원 확대 역시 공공주택 공급, 임대 재원, 세액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를 동반한다. 도시철도 조기 완공, 재건축 규제 완화, 청년 자산형성, 돌봄 확대, 공공임대 장기 거주, 버스 공영화 가운데 돈 들지 않는 공약은 거의 없다. 공약집에는 ‘추진’과 ‘확대’와 ‘완성’이 넘치지만 정작 재원 조달표는 빈칸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공약 경쟁은 뜨겁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반려동물 입양 지원금과 권역별 동물복지 거점 확대 등을 담은 ‘반려가족 행복수도 서울’을 제시했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 배차 간격을 2분으로 줄이고 강북횡단선·면목선 등 7개 도시철도 노선을 조기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생활 밀착형 공약과 교통 공약은 모두 시민의 체감도가 높다. 그러나 복지센터 신설도, 입양지원금도, 철도 조기 완공도 결국 예산 사업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조차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하물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자치단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농어촌기본소득도 이번 지방선거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어촌기본소득은 군 단위 인구감소지역 10곳에서 시범 추진 중이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상지를 5곳가량 늘릴 계획이다. 여당 소속 후보들은 확대를 주장하고 국민의힘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도입을 말한다. 기본소득의 취지가 농촌 소멸 대응과 지역 순환경제에 있다면 논의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금 지급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정책은 금세 선거용 상품권으로 변질된다. 농촌을 살릴 것인가, 표심을 살 것인가. 그 경계는 재원과 효과 검증에서 갈린다. 이미 현장에서는 현금성·무료화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창원시장 선거에서는 결혼식 비용 100만원, 산후조리원 비용 50만원, 운전면허 취득 비용 50만원 지원 공약이 나왔고, 마창대교 통행료 전면 무료화와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공약도 제시됐다. 창원시의 재정자립도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20%대에 머물렀고, 2024년 시 채무가 3656억원이다. 재워이 어디서 나올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방재정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6년 지방교부세 예산은 제1차 추경 기준 총 74조343억원이다. 보통교부세 66조2373억원, 특별교부세 2조485억원, 부동산교부세 4조6982억원, 소방안전교부세 1조503억원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지방정부 상당수가 자체 수입만으로 기본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통교부세 자체가 지방세 등 수입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족분을 보전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2024년 결산 기준 전국 광역단체 본청 지방채무가 38조2971억원,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4.86%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1.62%에 그쳤고,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세종·경기만 50%를 넘었다. 이런 재정 구조에서 수조원대 개발사업과 현금성 지원, 교통 무료화, 공공주택 확대를 동시에 약속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출 구조조정 없이 새 지출을 얹으면 채무가 늘고, 국비 확보만 외치면 중앙정부 의존이 커진다. 결국 부담은 주민 세금, 지방채, 미래 예산 삭감으로 돌아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무엇을 해주겠다’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미루고, 무엇으로 조달하겠다’를 물어야 한다. 후보도 솔직해야 한다. 국비 확보가 필요하면 어느 부처, 어느 사업, 어느 법적 근거로 확보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상환 계획을 내야 한다. 민자사업이면 수익 보전 구조와 이용자 부담을 공개해야 한다. 기존 예산을 줄이겠다면 어떤 사업을 줄일 것인지 말해야 한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면 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불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못하면, 그것은 재원 대책이 아니라 수사에 불과하다. 정책 경쟁은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선거 때 후보들이 지역의 미래를 놓고 다투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공약은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납세자의 계약서여야 한다. 계약서에는 대가와 조건과 책임이 들어간다. 여야가 진정 지방을 살리고 민생을 돕겠다면, 이제 공약 발표장에 예산표를 함께 세워야 한다. 숫자 없는 약속은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다. 지방선거 21일 전, 유권자가 들어야 할 말은 더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재원은 여기서 마련하겠다”는 정직한 답이다.
2026-05-13 13: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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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논란' 뚫을 보수 결집이냐, '20년 일꾼'의 반전이냐
[경제일보]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지방선거의 부속 선거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전국 14곳의 재·보궐선거 중 대구 달성은 유일하게 국민의힘 의원(추경호 전 의원)의 사퇴로 발생한 지역구다. ‘보수 본진’을 지키려는 수성전과 대구의 정치 지형을 바꾸려는 공성전이 달성에서 격돌하고 있다. 구도는 명확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박형룡 달성군지역위원장을 전략공천했고, 국민의힘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박 후보는 경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조정실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반면, 이 후보는 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높은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는 달성이 더 이상 단순한 ‘무난한 보수 텃밭’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KBS대구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KBS대구방송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5월 5~6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19.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와 박 후보는 각각 38.9%, 30.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격차는 8.5%포인트다.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산술상 양측 격차는 오차범위 경계에 걸쳐 있다. 주목할 대목은 과거 득표 구조와 현재 여론의 간극이다. 지난 2024년 22대 총선 최종 개표 결과, 대구 달성에서 당시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10만544표(75.31%)를 얻어 당선됐고, 더불어민주당 박형룡 후보는 3만2955표(24.68%)를 득표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50.63%포인트였다. 이번 KBS 조사에서 박 후보가 30% 선을 넘긴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가능성의 신호’, 국민의힘에서는 ‘방심 금물 경고’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대구 당원들의 집단 탈당과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지지 선언도 박 후보에게 간접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10일 국민의힘 대구 책임당원·평당원 등 1325명은 집단 탈당한 뒤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앞선 347명 규모의 탈당·지지 선언에 이은 추가 이탈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대구 보수층 내부의 균열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 흐름을 ‘민주당 지지 확장’이 아니라 ‘대구 변화론’과 ‘지역 실익론’으로 번역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민의힘을 오래 지지해온 일부 인사들이 김 후보 지지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박 후보가 내세우는 균형발전 예산론과 지역경제 회복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반면 이진숙 후보에게는 보수층 이탈을 차단하고 ‘대구 보수 본진을 지켜야 한다’는 결집 프레임을 강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사안은 박 후보에게 유리한 바람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국민의힘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하는 양날의 변수이기도 하다. ‘보수 성지’ 수성 나선 이진숙…관건은 ‘지역 밀착력’ 이 후보의 강점은 압도적인 인지도와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달성을 ‘보수의 자존심을 지켜온 성지’로 규정하며 이 후보에게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대거 집결했고, 당 지도부와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의 지원은 이 후보에게 조직력과 동원력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 후보는 8개 산단과 약 1100개 기업을 아우르는 달성을 ‘대구 경제의 엔진’으로 선언하며, 테크노폴리스 맞춤형 보육 정책과 농촌 지역 의료 복지 강화를 승부수로 던졌다. 다만, 대구시장 컷오프 이후 달성으로 선회한 행보를 두고 민주당이 제기하는 ‘패자부활전용 낙하산’ 프레임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지역 연고와 밀착성 부족이라는 지적을 넘어서기 위해 이 후보는 보수 결집과 더불어 체감형 생활 공약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20년 험지 개간’ 박형룡…이념 대신 ‘실익’으로 틈새 공략 박 후보의 강점은 지역 지속성과 경제 프레임이다. 그는 민주당 입장에서 험지인 대구에서 20년간 헌신한 ‘일자리 전사’ 이미지를 확고히 갖고 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위 정책조정실장 경력과 중소기업 CEO 이력을 앞세우며 ‘여당 후보의 예산 확보력’을 강조하는 한편, AI·로봇‧양자 융합형 미래기술 수도 조성, 1만석 규모 달성 아레나 공연장, IBK기업은행 본점 유치 등 구체적인 경제 공약을 걸고 ‘이념 대신 실익’을 중시하는 젊은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박 후보에게 최대 걸림돌은 여전히 견고한 정당 지지율이다. 달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을 닦은 곳이고,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된 뒤 30년간 보수 강세가 이어진 지역이다. 민주당 후보로서 지역 기반과 정책 역량을 내세우더라도 정당 구도 자체가 박 후보에게는 높은 장벽이다. 다만, 이 후보의 공천 논란을 틈타 ‘지역 일꾼론’이 확산될 경우 유의미한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결집이냐 균열이냐…6·3 재보선 최대 승부처 ‘달성’ SWOT로 보면 이 후보의 ‘강점’은 전국 인지도, 보수 결집력, 당 지도부 지원이고, ‘약점’은 낙하산·패자부활전 논란과 지역 밀착성 부족이다. ‘기회’는 달성의 전통적 보수 성향과 추 후보와의 동반 상승효과이고, ‘위협’은 젊은 인구 유입, 산단 경제의 체감 부진, ‘정책보다 이념’이라는 비판이다. 박 후보의 ‘강점’은 20년 지역 활동, 균형발전·중소기업 경력, 경제 공약의 구체성이지만, ‘약점’은 민주당의 대구 취약 기반과 낮은 전국 인지도다. ‘기회’는 KBS 조사에서 확인된 30%대 지지율과 이 후보 공천 논란이고, ‘위협’은 막판 보수 결집과 박근혜·추경호로 이어지는 달성의 정치적 상징성이다. 정치권에서는 대구 달성의 승부처를 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단의 젊은 노동자·신혼부부 표심, 화원·논공·현풍 등 생활권별 교통·보육·의료 공약의 설득력, ‘보수를 지킬 사람’과 ‘달성 경제를 키울 사람’의 프레임 등으로 보고 있다. 대구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달성 보선은 1석의 보궐선거가 아니다. 국민의힘에는 보수 본진을 지키는 방어전이고, 민주당에는 대구에서 균열을 낼 수 있는 상징전이다”라며 “이 후보가 보수 결집으로 판을 잠글지, 박 후보가 지역경제와 예산론으로 틈을 벌릴지 주목되고, 달성의 선택은 6·3 재보선 전체 판세의 온도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5-12 14: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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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심장'서 벌어지는 경제 재건 경쟁
[경제일보] 대구시장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는 오랫동안 보수 정당의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을 벌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26일 추 후보를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했고, 이로써 김 후보와의 본선 대진이 완성됐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접으면서 보수 표심 분산 가능성도 상당 부분 정리됐다. 이번 선거의 표면은 정당 대결이지만, 본질은 경제다. 대구 시민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대구 경제를 다시 움직일 수 있는가’, ‘누가 청년을 붙잡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가’, ‘누가 신공항, 행정통합, 미래산업, 민생경제를 구호가 아니라 실행계획으로 바꿀 수 있는가’ 등이다. 지난 2024년 국가데이터처의 지역소득 잠정 자료에서도 대구는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 등으로 실질 지역내총생산이 전년보다 0.8% 감소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대구 경제의 체감 위기가 이번 선거의 중심 의제가 된 이유다. 현재 여론은 혼전이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한 여론조사(SBS 의뢰, 입소스 수행, 2026년 5월 1~3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801명 대상, 무선 전화면접조사, 성·연령·지역 할당 후 무선 가상번호 추출, 응답률 12.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SBS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후보는 41%, 추 후보는 36%의 지지율을 보였다. 두 후보의 격차는 5%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며, 부동층은 21%였다. 중도층에서는 ‘김부겸 54%·추경호 23%’로 김 후보가 우세했지만, 정권 지원론 41%, 정권 견제론 44%로 선거 구도 자체는 팽팽했다. 차기 대구시장의 최우선 과제로는 일자리와 서민경제 지원이 50%로 가장 높았고, 미래산업 육성 19%,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14% 순이었다.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대구MBC 의뢰, 에이스리서치 수행, 2026년 5월 2~3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 대상, ARS 조사, 응답률 6.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김부겸 45.9%·추경호 42.4%’로 나타났다. 격차는 3.5%포인트로 역시 오차범위 안이다. 특히 4월 중순 1차 조사에서 14.1%포인트였던 두 후보 격차가 국민의힘 후보 확정 뒤 크게 줄었다는 점은 보수층 결집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9.5%, 민주당 31.1%로 국민의힘이 앞섰고, 최우선 현안은 일자리 창출 51.9%, 신공항 이전 15.2%, AI 등 미래 신산업 육성 13.9%였다. 다만, 여론조사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실제 KBS대구·한국리서치 전화면접 조사(KBS대구총국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 2026년 4월 27~29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시민 800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면접원 전화면접조사 방식, 응답률 20.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김부겸 38.4%·추경호 31.2%’였지만, 매일신문·한길리서치 ARS 조사에서는 ‘추경호 46.1%·김부겸 42.6%’로 결과가 엇갈린 바 있다. 같은 지역, 비슷한 시기의 조사라도 전화면접과 ARS, 재질문 여부, 응답률, 표본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 판세는 ‘김부겸 우세’나 ‘추경호 역전’으로 단정하기보다 김 후보의 개인 경쟁력과 추 후보의 보수 결집력이 충돌하는 초접전 구도로 보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인물’은 합격점·‘간판’은 약점…GRDP 150조·일자리 10만개 ‘현실성’ 관건 김 후보의 강점은 대구에서 축적한 정치적 확장성이다. 그는 민주당 후보이지만 대구 유권자에게 완전히 낯선 인물이 아니다. 또한 김 후보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경험, 여당과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핵심 자산으로 내세우고 있다. 약점도 분명하다.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은 여전히 무겁다. SBS 조사에서 정당 구도는 정권 지원론보다 정권 견제론이 근소하게 높았고, 대구MBC 조사에서도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김 후보 개인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다는 것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민주당에 대한 지역 불신을 후보 개인이 계속 돌파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회는 산업 전환 공약에 있다. 김 후보는 ‘대구 산업 대전환’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경제 재도약, 민생경제 활성화, 균형발전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오는 2035년까지 대구 GRDP를 150조원 규모로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대구를 ‘남부권 판교’, 양자산업과 AI 로봇 수도, AX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후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공약의 현실성 검증이다. GRDP 150조원, 일자리 10만개, AI·양자·로봇 수도라는 목표는 크다. 하지만 대구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큰 단어보다 실행 경로다. 어느 산업단지에 어떤 기업을 유치할 것인지, 청년 임금은 얼마나 높일 것인지, 신공항과 산업단지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따라붙지 않으면 미래산업 공약은 추상론으로 흐를 수 있다. ◆‘경제 해결사’ 자임…공천 피로감·‘12·3 계엄 수사’ 암초 추 후보의 강점은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고, 대구 달성에서 3선을 한 현역 정치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추 후보는 대구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대구 주력 산업을 AI와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반도체 클러스터와 국가대표 창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추 후보의 약점은 공천 과정의 피로감과 보수 정당에 대한 책임론이다. 국민의힘 후보 확정 전까지 대구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노출됐고, 추 후보 본인도 후보 확정 전 당내 혼선과 민심 이반을 인정하는 취지의 설명한 바 있다. 대구가 보수의 강세 지역이라는 사실은 추 후보에게 기반이지만, ‘어차피 보수’라는 인식은 오히려 유권자의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 기회는 보수 결집과 경제 프레임이다. 이에 추 후보는 대구 경제 회복과 청년 유출 방지를 위해 첨단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추 후보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은 중도층 열세다. SBS 조사에서 중도층만 놓고 보면 ‘김부겸 54%·추경호 23%’였다. 대구 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보수층을 결집하면서도 중도층에 ‘경제를 맡길 수 있는 후보’라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또한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와 정치적 공방이 선거 쟁점으로 커질 경우, 경제 메시지가 흐려질 위험도 있다. ◆‘이념’보다 ‘일자리’…중도층·보수 결집 강도 핵심 변수 김 후보의 히든카드는 여당 후보의 실행력이다. 그는 중앙정부와의 협력, 대구·경북 행정통합, 신공항, 기업은행 이전, AI 산업전환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으려 한다. 대구 시민에게 ‘이번에는 예산과 권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반면, 추 후보의 히든카드는 경제부총리 경험과 보수 결집이다. 그는 경제를 아는 후보, 기업을 유치할 후보, 대구 산업구조를 바꿀 후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장 유치, AI·미래 모빌리티 전환, 창업도시 구상은 대구의 청년 유출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구 선거의 승부처를 크게 ‘일자리’, ‘중도층’, ‘보수 결집 강도’ 세 가지로 전망하고 있다. SBS, 대구MBC 등의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일자리와 서민경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였고, 김 후보와 추 후보는 각각 ‘중도 우위 유지’, ‘중도 열세 회복’의 숙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대구라는 지역의 특성상 보수 결집의 강도는 두 후보의 희비가 가르는 여전히 막강한 변수다. 다만, 대구는 이번 선거에서 이념만 묻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 시민은 이미 오래 기다렸다. 청년은 떠났고, 제조업은 늙었고, 신공항은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고들 한다”며 “선거 과정에서 김 후보의 경우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시장’임을 증명해야 하고, 추 후보는 ‘경제를 실제로 살릴 수 있는 시장’임을 각각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26-05-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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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60% 시대'의 경고, 얄팍한 '예산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경제일보] 대한민국 국가채무의 시계가 가파르게 돌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D1)는 1천304조 5천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새 무려 129조 원이 늘어난 수치로, 이는 건국 이래 최대 폭의 증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 우리나라의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4.3%에 달할 것이라 경고했다. 불과 반년 전 전망치를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수치다. 일본이나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부채 비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과 대조를 이루며, 우리 재정의 ‘나 홀로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40여년 우리 경제의 영욕을 지켜본 필자는 현재의 상황을 단순히 ‘숫자의 위기’로만 보지 않는다. 진짜 위기는 국가 채무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당국의 ‘심리적 안이함’에 있다. 중동 전쟁 등 대외적 악재로 인해 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모든 난관을 ‘추가경정예산(추경)’이라는 마약 같은 처방으로 해결하려는 ‘예산 만능주의’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지혜를 담은 서경(書經)》에는 ‘인불상(忍弗祥)’이라는 말이 나온다. 상서롭지 못한 일을 억지로 참지 말고 경계하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정치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뒤에 올 재앙을 참고 넘겨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지금 정치권이 쏟아내는 선심성 예산과 추경론은 당장의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일 뿐, 미래 세대의 곳간을 헐어 쓰는 ‘세대 간 도둑질’에 다름 아니다. 재정 건전성은 국가 안보의 마지막 보루다. 국가 부채비율이 60%를 넘어서면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체급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신용등급 강등은 외자 유출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민생 경제를 더욱 도탄에 빠뜨리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채무의 늪’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가. 첫째,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시급하다.곳간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밥을 짓는 이의 선의(善意)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법으로 명시하여,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나라 살림의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 둘째, 지출 구조의 전면적인 ‘제로 베이스(Zero-Base)’ 재검토가 필요하다.관행적으로 집행되던 보조금,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복지 포퓰리즘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친 예산 투입은 오히려 시장의 자생력을 해치고 관료주의만 비대하게 만든다. 셋째, 경제난 해결의 해법을 ‘정부 지출’이 아닌 ‘규제 혁파와 민간 활력’에서 찾아야 한다.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예산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상은 낡은 패러다임이다. 정부가 돈을 쓰기보다 민간 기업이 돈을 쓸 수 있도록 규제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해 주는 것이 진정한 상책(上策)이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R&D 투자가 활성화되면 GDP라는 ‘모수(母數)’가 커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채무 비율은 안정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공짜 점심은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추경의 단맛’은 훗날 우리 자식들이 갚아야 할 ‘부채의 쓴맛’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방의 책사 장량이 말했듯, ‘충언역이(忠言逆耳)’바른말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재정 파탄의 경고음을 ‘비관론자의 기우’로 치부하지 말라. 40년 전 우리가 겪었던 뼈저린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 재정이 무너진 나라에는 미래도, 자존심도 없다. 이제는 빚으로 연명하는 ‘채무 국가’의 길을 멈추고, 뼈를 깎는 자강(自强)의 길로 들어서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은 ‘쉬운 길’인 추경의 유혹을 뿌리치고, ‘옳은 길’인 재정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가채무의 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26-04-12 19:5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