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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흔들…전과 이력에 무투표 당선까지
[경제일보]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말단이 아니라 뿌리다. 대통령 선거가 국가의 방향을 묻는다면, 지방선거는 주민의 삶을 묻는다. 중앙정치의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의 하루에 더 가까운 선거가 지방선거다. 그런데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이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책 경쟁은 뒤로 밀리고 정쟁과 네거티브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후보자의 지역 비전보다 중앙당의 심판론과 진영 구호가 더 크게 들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 갈등과 흠집 내기가 선거 초반부터 정책 논의를 밀어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정쟁만이 아니다. 후보자의 전과 이력, 무투표 당선 증가, 낮은 경쟁률이 겹치면서 지방선거 직선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직선제를 흔들자는 말은 위험하다. 선거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선거를 줄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치료가 아니라 후퇴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선거가 주민에게 충분한 선택권과 검증권을 보장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 결과, 총 2349개 선거구에 7829명이 등록해 평균 경쟁률은 1.8대 1에 그쳤다. 지방선거 무투표 선거구는 307곳, 무투표 당선 대상자는 513명으로 알려졌다.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이 사실상 투표 없이 당선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지역에서 유권자의 선택지가 사라진 셈이다. 무투표 당선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도다. 후보자가 선출 정수와 같거나 그보다 적으면 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행정 비용을 아낀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비용은 회계장부로만 계산할 수 없다. 선거는 단순히 당선자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후보가 주민 앞에 나와 공약을 설명하고, 상대 후보와 토론하며,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의 검증을 받는 과정 전체가 민주주의다. 무투표 당선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검증 과정이 통째로 생략되는 지역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특정 지역의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가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고착되면 공천이 곧 당선이 된다. 유권자는 본선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정당 내부 공천 결과를 사후 승인하는 위치로 밀려난다. 이 경우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정당자치가 된다.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할 지방정치가 중앙당과 지역 조직의 눈치를 보게 된다. 후보자 전과 문제도 가볍지 않다. 물론 모든 전과를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 집회 관련 전과처럼 시대적 맥락을 따져야 할 사안도 있다. 오래전 경미한 사건을 이유로 공직 진출 자체를 봉쇄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기, 폭력, 성범죄, 선거범죄 등은 다르다. 공직자는 권한을 위임받는 사람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 예산을 다루는 사람, 인허가와 감사를 감시하는 사람에게 법 경시의 이력이 반복된다면 유권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 선거관리통계시스템에 등록된 지방의원 예비후보 6867명 중 2477명, 즉 36.1%가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과가 있는 광역의원 예비후보의 범죄 경력 중 교통 관련 범죄가 50.4%로 가장 많았고, 폭행·상해 등 폭력 범죄, 집시법 위반, 재산 범죄, 선거 범죄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숫자는 유권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정당은 공천 과정에서 무엇을 검증했는가. 지역사회는 후보자의 이력을 충분히 알고 있는가. 후보자는 전과 사실을 단순히 신고 의무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주민 앞에서 설명했는가. 공직 후보자의 전과 공개는 낙인을 찍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유권자가 판단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그렇다면 정당과 후보자는 그 정보가 공보물 한쪽의 작은 글씨로 묻히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정쟁화도 이 문제를 키운다. 선거가 정책 경쟁으로 흐르면 후보자의 역량, 도덕성, 공약 이행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그러나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면 지역 후보는 진영의 깃발 뒤로 숨는다. 유권자도 사람을 보기보다 당을 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 전과 이력은 정당 색깔에 가려지고, 무투표 당선은 지역주의의 그늘 속에서 정상처럼 지나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산업전략을 짜고, 기업 유치를 설계하고, 도시 인프라와 주거 정책을 집행한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청년 유출, 고령화, 산업 전환은 모두 지방정부의 역량과 직결된다. 이런 시대에 지방선거가 정쟁과 무관심 속에 치러진다면 지역경제의 미래도 흔들린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공약을 따져 묻지 못하고, 후보자가 경쟁 없이 의회에 들어가면 예산 감시와 정책 검증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법은 직선제 축소가 아니다. 오히려 직선제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먼저 정당 공천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전과 이력이 있는 후보를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대 범죄와 반복 범죄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음주운전, 성범죄, 사기, 폭력, 선거범죄 등 공직 윤리와 직접 충돌하는 전과는 정당이 먼저 설명 책임을 져야 한다. 무투표 당선 지역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무투표 당선 자체를 모두 금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무투표 당선 예정자라도 주민 공개 질의, 정책자료 제출, 지역 언론 토론 또는 설명회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투표가 없더라도 검증까지 없어져서는 안 된다. 특정 정당 독점 지역에서 경쟁이 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방의회 선거구와 공천 구조도 손봐야 한다. 유권자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 후보자의 전과, 재산, 병역, 세금 체납, 공약은 선관위 정보공개 시스템과 공보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방선거는 ‘잘 모르는 사람을 찍는 선거’가 되어선 안 된다. 중앙정치에 대한 호불호만으로 지방 권력을 위임하면 그 피해는 중앙이 아니라 지역이 받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지 묻는 시험대다. 정쟁은 선거의 소음일 수 있지만, 그것이 선거의 전부가 돼선 안 된다. 전과 이력은 법적 신고사항일 수 있지만, 그것이 도덕적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무투표 당선은 법적 절차일 수 있지만, 그것이 주민의 선택권 상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무관심한 선거, 경쟁 없는 선거, 검증 없는 공천이 반복될 때 서서히 약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직선제 회의론이 아니라 직선제 정상화다. 주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것, 후보에게 설명 책임을 묻는 것, 정당에 공천 책임을 지우는 것.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다.
2026-05-20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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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한국 사회 7대 비정상 바로잡겠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사회의 ‘7대 비정상’을 지목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마약범죄, 공직부패, 보이스피싱, 부동산 불법행위, 고액·악성 체납, 주가조작, 중대재해를 ‘정상화해야 할 대표적 문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 정비와 함께 기존 법 집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시장 질서를 흔드는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사례로 들며 “경제 전반에 반시장적인 담합 행위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나 공급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불법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문제로 보는 ‘부동산 불법행위’에는 전세사기와 기획부동산, 농지 불법투기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가를 올리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담합 행위까지 포함된다. 주가조작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가 조작이나 부정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인력을 늘리고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는 등 대응을 강화해 왔다. 민생 안전과 직결된 범죄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마약범죄와 보이스피싱은 국경을 넘는 대표적인 초국가 범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초국가범죄 대응 관계장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대응 강화를 지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초국가 범죄가 국민 삶을 파괴하고 사회적 비용을 급격히 늘린다”며 마약, 보이스피싱, 사이버도박 등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꼽았다. 외교 채널을 통한 대응도 추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마약 범죄자의 국내 인도를 요청했다. 공직 기강 문제도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 비위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청탁 의혹이 제기된 비서관을 즉시 면직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도 권한 남용 문제로 면직됐다. 최근에는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하루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도 있다. 조세 질서 문제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국세 체납액이 11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납세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국세청에 체납관리단 확대를 지시했다. 국세청은 체납관리단 인력 500명을 추가 선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대재해 문제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상화 과제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산업재해 근절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 가운데 상당수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기존 제도를 철저히 집행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2026-03-06 1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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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세입자 정보 맞교환"...임대차 계약에 스크리닝 서비스 출시
[이코노믹데일리] 집주인과 세입자의 정보를 상호 공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임대차 계약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정보 비대칭을 줄여 분쟁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8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프롭테크 기업, 신용평가기관과 함께 ‘임대인·임차인 스크리닝 서비스’를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과 양측의 핵심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임차인에게는 계약 예정 주택의 등기부 분석을 통한 권리 분석과 보증금 미반환 이력, 세금 체납 여부, 선순위 보증금 존재 예측 등이 전달된다. 반대로 임대인에게는 세입자의 임대료 납부 이력, 기존 임대인의 추천 여부 등 ‘평판 데이터’, 신용 정보, 생활 패턴 등 금융·비금융 정보를 종합 제공한다. 정부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임대인의 정보만 과도하게 공개되는 구조가 고착돼 있었다. 임대인의 신용도, 보유 주택 수, 전세보증가입 여부, 세금체납, 장기 연체 기록까지 세입자에게 널리 공개돼 왔다. 이와 달리 세입자의 임대료 체납 여부, 흡연·반려동물 등 관리 문제, 주택 훼손 이력 등은 계약 전 확인하기 어려웠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편향적 정보 구조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을 키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지금은 임차인 보호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 책임과 정보를 균형 있게 요구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서로 '알 수 있는 권리'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12-08 17: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