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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업비트 탈취 자산 동결 요청에 '늑장 대응'… 17%만 묶였다
[이코노믹데일리]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CEO 리차드 텅)가 최근 발생한 업비트 해킹 탈취 자산에 대한 한국 수사 당국의 동결 요청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자금 세탁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에서 유출된 가상자산이 바이낸스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바이낸스 측은 "사실관계 확인"을 이유로 골든타임을 넘겨 전체 요청 금액의 17%만을 동결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국경 없는 가상자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거래소 간의 공조 체계가 여전히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업비트에서 발생한 이상 출금 사태는 해킹 조직의 치밀한 자금 세탁 계획하에 이루어졌다. 해외 가상자산 보안 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해커들은 탈취한 솔라나 기반 코인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믹싱(Mixing)'에 가까운 고도화된 수법을 동원했다. 이들은 1000여 개가 넘는 익명 지갑을 동원해 자금을 잘게 쪼개고 입출금을 수차례 반복하며 추적망을 교란했다. 특히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브리지(Bridge)' 기술과 코인 종류를 바꾸는 '스왑(Swap)' 서비스를 악용해 자금의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렇게 세탁된 자금의 상당수는 바이낸스에 입점한 제3자 서비스 지갑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사고 발생 직후의 긴박한 대응 과정에서 불거졌다. 한국 경찰과 업비트는 사건 발생 당일인 27일 오전 바이낸스 측 지갑으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4억 7000여만 원어치의 솔라나 코인에 대해 긴급 동결을 요청했다. 블록체인 특성상 자금 이동 경로가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신속한 조치만 이루어진다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이낸스는 즉각적인 동결 대신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바이낸스가 동결 조치를 완료했다고 통보해 온 시점은 요청 시점으로부터 약 15시간이 지난 27일 자정 무렵이었다. 가상자산이 전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수 초에서 수 분임을 고려할 때 15시간은 해커들이 자금을 빼돌리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다. 결국 바이낸스가 동결한 자산은 요청 금액의 17% 수준인 8000만원어치에 불과했다. 나머지 자산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체되거나 현금화가 용이한 형태로 변환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안 업계에서는 바이낸스의 이러한 대응이 글로벌 1위 거래소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한다. 바이낸스 측은 KBS의 질의에 "원칙상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적절한 절차에 따라 관계 당국 및 파트너사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이는 자금 세탁 방지(AML) 의무와 범죄 수익 차단 책임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바이낸스에 입점한 제3자 서비스 지갑들이 해커들의 자금 세탁 통로로 악용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는 "자금 세탁은 분초를 다투는 싸움인데 거래소들이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법적 분쟁을 우려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사이 범죄자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래소가 섣불리 계좌를 동결했다가 해당 계좌 소유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것을 우려해 사법 당국의 영장이나 완벽한 법적 근거가 제시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으려는 보신주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가상자산 범죄가 갈수록 고도화되는 반면 대응 체계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해커들은 브리지와 스왑 등 첨단 기술을 악용해 자금을 세탁하고 있지만 수사 당국의 공조 요청은 국가 간 행정 절차와 거래소의 자체 규정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킹 조직이 탈취한 솔라나 코인 대부분을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으로 환전한 것 역시 이러한 허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장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추후 현금화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토네이도 캐시'와 같은 믹싱 솔루션을 통해 자금 추적을 따돌리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적인 자금 세탁 방지 규제인 '트래블 룰(Travel Rule)'의 실효성 확보와 함께 디파이(DeFi)나 브리지 서비스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기술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도 과제로 남았다. 해커들이 중앙화 거래소의 감시망을 피해 탈중앙화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시간 추적 기술 고도화와 국제 수사 공조 체계의 긴밀한 연결이 없다면 제2, 제3의 업비트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사이버 범죄 대응 골든타임'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2025-12-12 15:22:55
'깊은 유감'이 먼저인가, 종로구청이 지켜야 할 숨 쉴 권리가 먼저인가
[이코노믹데일리] 광화문 교보생명 뒤편, 르메이에르 종로타운과 삼공빌딩 사이 골목은 장기간 ‘도심 속 흡연 밀집지’로 방치돼 왔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골목을 채우는 담배 연기는 보행 공간을 사실상 점령했고, 이를 지나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은 매일같이 불편을 겪고 있다. 종로구청이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라는 점에서 행정의 공백이라는 지적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삼공빌딩 앞까지 이어진다. 차량과 보행 동선이 얽힌 핵심 구간임에도 특정 시간대마다 흡연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은 수년째 개선되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작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인근 상인과 직장인의 공통된 반응이다. 종로구는 본지가 ‘광화문 한복판 골목 흡연지옥 방치… 정문헌 종로구청장 직무 태만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과 관련해 본지에 정정 요청문을 보내와 “해당 지역은 법령상 금연구역이 아니므로 단속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례상 근거를 앞세운 해명 자체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핵심은 ‘왜 이 구역만 금연구역 지정에서 비켜나 있었느냐’는 점이다. 금연거리 지정은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충분히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며 행정 책임과 정책 의지가 직접 드러나는 영역이다. 조례 제정·개정 권한은 지방의회에 있지만 구청장은 필요성을 제기하거나 입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취임 이후 택시 승차대 금연구역 신설과 학교 주변 금연구역 확대 등에서는 빠르게 조치를 내놓고도 정작 구청 바로 앞에서 수년째 반복되는 생활 불편에는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로구가 시행 중이라고 밝힌 조치들의 실효성 역시 의문을 남긴다. 삼공빌딩 앞에 설치된 소형 안내 표지는 흡연 인파에 가려 제 역할을 하기 어렵고, 금연지도원 배치도 상시 체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장의 체감도가 낮다면 이는 행정이 ‘조치를 했다’는 사실만 강조할 뿐 실제 개선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종로구는 “인근 건물주와 협의해 흡연 부스를 설치한 뒤 금연거리 지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 구간의 간접흡연 문제는 7년 이상 지속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구청은 여러 해 동안 “협의 중”이라는 설명을 반복해 왔다. 경과를 돌아보면 이는 실효적 해결 노력이라기보다 개선을 뒤로 미루는 ‘보류 상태’에 가깝다. 비흡연자의 보행권과 안전권이 상시적으로 침해되는 상황에서, 구청이 여전히 외부 협의를 이유로 문제 해결을 늦추는 모습은 ‘책임 회피’라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지적이 누적된 끝에 직무태만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한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시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볼 때 종로구의 접근은 충분한 설명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협의 중’이라는 말로 7년의 공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종로구는 이번 보도에 대한 정정 요청 공문에서 ‘직무 태만’이라는 표현 사용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표현과 별개로 해당 지역 시민의 불편과 간접흡연 노출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은 현실은 행정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분명하다. 문제의 본질은 단어 선택이 아니라, 행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느냐이다. 광화문 일대는 K-관광의 핵심 동선이자 국가 행정의 중심지다. 이 일대가 담배 연기에 뒤덮인 채 방치된다면, 종로구가 내세우는 ‘일류 도시’ 전략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나 표현 논쟁이 아니라, 구청장과 종로구가 책임지고 내놓아야 할 실효성 있는 정책 결정이다. 문제의 존재를 인정했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2025-12-02 16: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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