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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부활, '풀뿌리 민주주의'인가 '부패의 회귀'인가
[경제일보] 국회가 지난 18일 정당의 시·도당 하부 조직인 당원협의회와 지역위원회에 사무소 설치를 허용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4년 이른바 ‘차떼기 사건’ 이후 지구당이 폐지된 지 20여 년 만이다. 이번 조치는 원외 정치인과 정치 신인들에게 지역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현역 의원과 달리 지역 기반을 유지할 수 없었던 구조적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평등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제도의 부활이 곧바로 정치의 진전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지구당 폐지의 배경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지구당은 지역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기보다는 불법 정치자금이 오가는 통로로 전락했고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한 금권 정치의 온상이었다.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시 불러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과 재원이다. 지역 사무소가 설치되면 임대료, 인건비, 조직 운영비 등 상시적인 지출이 발생한다. 이 비용이 투명하게 조달되고 관리되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음성적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조직 동원과 세 과시 경쟁이 재연된다면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복원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의 재생산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구당 부활이 긍정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엄격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치자금의 흐름은 한 점 의혹 없이 공개되어야 하며 모든 수입과 지출은 상시적으로 감시받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외부 감시기구의 역할을 강화하고 투명성 확보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역 사무소의 기능을 명확히 규정해 정책 소통과 민의 수렴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사전 선거운동이나 사적 정치 기반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예외 없는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눈감아주는 순간, 제도는 다시 신뢰를 잃게 된다. 법의 권위는 일관된 집행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건전한 지구당은 크기가 아니라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과시적 조직이 아니라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실질적 창구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그 존재 이유가 살아난다. 지역 현안을 정책으로 연결하고 정치 신인을 발굴하는 기능을 수행할 때 지구당은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정치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을 운영하는 정치인의 태도와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지구당 부활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복원이 될지 아니면 부패의 회귀로 기록될지는 결국 정치권의 선택과 국민의 감시에 달려 있다. 이미 한 차례의 실패를 경험한 우리 정치가 같은 길을 되풀이할 여유는 없다. 이제는 비용이 아니라 신뢰로 정치의 가치를 입증해야 할 때다.
2026-04-20 11: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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