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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주식재산 59조 돌파…최태원 첫 '10조 클럽' 입성
[경제일보] 국내 증시 강세와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식재산이 올해 2분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 회장은 처음으로 주식평가액 10조원을 돌파하며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4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총수 가운데 주식평가액 1000억원 이상인 46명의 주식재산은 지난 3월 말 104조4301억원에서 6월 말 133조6207억원으로 28% 증가했다. 조사 결과 주식평가액 증가액은 이재용 회장이 가장 컸다.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3월 말 30조9414억원에서 6월 말 59조1878억원으로 28조2463억원 늘며 증가액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91.3%에 달했다. 최태원 회장은 같은 기간 3조9101억원에서 10조8259억원으로 6조9158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176.9%로 조사 대상 총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처음으로 주식재산 10조원을 돌파했다. 증가액 기준으로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9713억원), 구광모 LG그룹 회장(3862억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2799억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2601억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235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186억원), 구자은 LS그룹 회장(117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재산 증가율에서는 최 회장과 이 회장에 이어 구자은 회장(34.1%), 정지선 회장(27.6%), 조현준 회장(27.1%)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6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원 이상을 보유한 총수는 모두 16명이었다. 이재용 회장이 59조18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11조8944억원), 최태원 회장(10조8259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어 정의선 회장(7조7577억원), 조현준 회장(4조5523억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4조1917억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3조6412억원),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2조7263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2조5263억원), 구광모 회장(2조5185억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 총수는 아니지만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24조4193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3조4923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21조6393억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10조3220억원)도 10조원 이상의 주식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CXO연구소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국내 증시 강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이재용·최태원 회장의 자산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 대상 총수 전체 주식재산은 증가했지만, 두 회장을 제외하면 전체 주식 평가액은 오히려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조사 대상 총수들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약 150개 종목이지만 2분기에는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하락했다"며 "3분기에는 실적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6-07-14 13: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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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곡물 생산 늘리고 재사용 로켓 회수…AI 데이터 시장도 키운다
[경제일보] 중국이 식량 생산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재사용 로켓과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산업을 키우고 있다. 먹거리 공급부터 우주항공, 디지털 기술까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여름 곡물 생산량이 1억5074만6000t으로 지난해보다 100만t 늘었다고 10일 밝혔다. 증가율은 0.7%다. 중국 통계로는 3014억9000만근이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1근은 500g으로, 한국의 1근 600g과 차이가 있다. 여름 곡물은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곡물을 뜻하지 않는다. 주로 전년도 가을이나 겨울에 심어 이듬해 여름에 거두는 밀과 보리 등을 가리킨다. 중국인의 주요 식재료인 밀가루와 면류의 공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중요하게 관리하는 농업 지표 가운데 하나다. 올해 여름 곡물을 재배한 면적은 지난해보다 0.2% 줄었다. 그러나 같은 면적에서 거둔 수확량이 0.8% 증가하면서 전체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여름 곡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밀 생산량은 1억3895만2000t으로 지난해보다 0.6% 증가했다. 밀의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0.9% 늘었다. 농사를 지은 땅은 줄었지만 품종과 재배기술 개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곡물 소비국이다. 기후변화와 국제분쟁, 수출 통제 등으로 해외 식량 공급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자국 안에서 유지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로 다루는 이유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재사용 로켓 기술이 한 단계 진전됐다. 창정 10호B 로켓은 10일 낮 12시15분 하이난 상업우주 발사장에서 발사돼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올려놓았다. 발사 약 6분 뒤 분리된 1단 로켓은 다시 지상 방향으로 내려와 해상 회수 플랫폼에 설치된 그물에 포획됐다. 1단 로켓은 발사 초기에 가장 큰 추진력을 내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위성을 우주로 보낸 뒤 바다로 떨어뜨리거나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1단 로켓을 온전하게 회수해 정비한 뒤 다시 사용하면 새 로켓을 제작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이 발사체 1단을 통제된 상태로 회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켓을 해상 플랫폼의 그물로 받아낸 것도 세계 첫 사례라고 중국항천과기집단은 밝혔다. 착륙 장치를 이용해 로켓을 지면에 세우는 방식과 달리, 플랫폼의 그물이 내려오는 로켓을 붙잡는 방식이다. 창정 10호B는 재사용하는 조건에서도 지구 저궤도에 최대 16t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지구 저궤도는 지상과 비교적 가까운 우주 공간으로, 통신위성과 지구관측위성 등이 주로 운용되는 곳이다. 중국은 창정 10호B를 위성 인터넷망 구축과 대형 상업위성 발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수많은 소형 통신위성을 잇달아 발사해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발사 횟수를 늘리고 비용을 낮춰야 한다. 재사용 로켓은 이런 위성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9일 발표된 ‘데이터베이스 발전 연구보고서 2026’은 중국 데이터베이스 시장 규모가 2028년 979억7400만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13.06%씩 성장한다는 예상이다. 데이터베이스는 은행 거래 내역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주문 정보처럼 방대한 자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찾아주는 전산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에서 회원 정보를 확인하거나 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과정에도 데이터베이스가 사용된다. AI가 확산되면서 데이터베이스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AI가 답변을 만들고 업무를 수행하려면 수많은 자료를 신속하게 불러와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료를 보관하는 창고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AI 서비스를 움직이는 기반 시설로 바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 규모는 1316억달러였다. 중국 시장은 94억9000만달러로 세계 시장의 7.2%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상용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자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섰다. 식량과 로켓, 데이터베이스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중국의 산업정책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식량은 해외 공급망의 충격에 대비하고, 재사용 로켓은 우주 진출 비용을 낮추며, 데이터베이스는 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자국 안에서 확보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전통적인 농업 생산과 첨단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배경에는 외부 환경이 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026-07-10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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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서비스 팔고 로봇 내보내고…여름 항공권은 낮췄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에서 수출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공산품만 대량으로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과 문화 콘텐츠, 여행 같은 서비스 수출이 늘고 있고,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산업용 로봇도 해외 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 운임 부담이 낮아지면서 여행 수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서비스 수출이 무역수지 끌어올려 6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비스무역 규모는 3조994억80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 수출은 1조2304억6000만위안으로 15.9% 늘었지만, 수입은 1조8690억2000만위안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무역 적자는 6385억6000만위안으로 1년 전보다 1607억2000만위안 줄었다. 수입이 크게 줄었다기보다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지식집약형 서비스는 전체 서비스무역의 44.2%를 차지했다.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개인 문화·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높았다. 여행 서비스 수출도 31.3% 늘었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 증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서비스무역 적자 축소를 중국 서비스산업의 전면적 변화로 볼 단계는 아니다. 서비스무역은 환율, 해외여행, 운송 수요에 따라 수치가 크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콘텐츠와 기술, 지식재산권 사용료가 수출 항목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 로봇 수출, 완제품 판매 넘어 공장 설계로 산업용 로봇 수출도 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산업용 로봇 수출은 8만6597대로 전년 동기보다 39.5% 증가했다. 5월 한 달 수출은 2만90대로 51.2% 늘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로봇 한 대를 납품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생산라인 설계, 자동화 설비 구축, 소프트웨어 연결, 유지·보수까지 묶어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로봇 가격보다 설치 이후가 더 중요하다. 기존 설비와 연결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오르지 않고, 고장이 났을 때 현장 대응이 늦으면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자동화 설비와 운영 서비스를 함께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가격 경쟁력과 부품 조달 능력은 중국 기업의 강점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전자제품 생산 현장에서 쌓은 자동화 경험도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밀 감속기와 고성능 제어장치, 센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서는 일본·유럽·미국 기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해외 서비스망과 브랜드 신뢰도도 중국 업체들이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수출 물량이 늘었다고 해서 장기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유류할증료 인하, 7월 초 항공권도 하락 중국 국내 여행시장에서는 항공료 부담이 낮아졌다. 중국 항공사들은 7월 5일부터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내렸다. 800㎞ 이하 노선은 1인당 50위안, 800㎞ 초과 노선은 100위안으로 조정됐다. 직전보다 각각 30위안, 50위안 낮아진 수준이다. 항공권 가격은 유류할증료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항공사 증편 규모와 예약률, 휴가철 수요, 노선별 경쟁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유류할증료 인하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여행비를 낮추는 요인이다. 7월 상순에는 항공사 공급 확대와 휴가 수요의 시차가 겹치면서 일부 노선에서 정상 운임의 10~30% 수준 항공권도 나왔다. 베이징~항저우 노선은 항공권과 공항시설 사용료, 유류할증료를 합친 가격이 고속철도 2등석보다 낮게 형성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 흐름이 휴가철 내내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학교 방학과 직장인 휴가가 본격화되는 7월 중순 이후에는 인기 관광지와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임이 다시 오를 수 있다. 유류할증료 인하가 여행 수요를 자극할 수는 있어도, 여름 성수기의 가격 상승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 수출은 바깥으로, 소비는 안에서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비스 수출과 산업용 로봇 수출은 늘고 있지만, 내수 소비는 업종별 차이가 크다. 항공료 인하는 여행 수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가계의 전반적 소비심리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기대를 거는 분야는 서비스 수출과 제조업 고도화, 국내 여행 수요다. 서비스에서는 기술과 콘텐츠를 수출하고, 제조업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앞세우며, 내수에서는 여행과 생활 소비의 부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와 로봇 수출의 증가는 중국 경제가 단순 조립·가공 수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수출 증가가 기업의 이익과 고용, 가계 소득으로 이어져야 내수 회복에도 힘이 붙을 수 있다. 항공권이 싸졌다는 소식만으로 소비가 되살아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2026-07-06 1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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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마저 '월세 300만 원'…꼬여버린 부동산 대책
[경제일보] 서울 강북에서도 월세 300만원이 넘는 아파트 계약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강북 14개 구의 월세 300만원 이상 신규 계약은 606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4% 증가했다. 서울 전체 증가율 32.5%, 강남 3구 증가율 21.2%보다 훨씬 가파르다. 마포·용산·성동을 제외한 강북 11개 구에서도 같은 가격대 월세 계약이 1년 새 79.5% 늘었다. 월세 300만원이 서울 세입자의 일반적 부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신축 대단지의 넓은 면적, 낮은 보증금, 학군과 직주근접 수요가 겹친 거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강남 고가 주거지의 특수한 가격대로 여겨졌던 월세가 동대문·성북·은평·노원·도봉·강북구까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상단이 넓어지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전세 시장은 이미 경고음을 넘어 비상등을 켠 모습이다.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를 기록했다. 전세난이 극심했던 2021년 2월 이후 약 5년 반 만의 최고치다. 수급지수 100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뜻한다. 122.5라는 숫자는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매물을 내놓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월세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 월세수급지수는 지난 5월 114.8까지 올랐다. 전세가 귀해지면 세입자는 월세로 밀려난다. 보증금을 더 마련할 여력이 없는 사람은 매달 나가는 돈을 늘릴 수밖에 없다. 전세를 구하지 못해 월세로 옮긴 세입자가 늘면 월세 공급도 빠르게 줄어든다. 집주인은 수요가 몰리는 만큼 월세를 올리고, 새로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는 더 비싼 조건을 감수한다. 서울 강북의 월세 300만원 계약 증가는 이런 흐름의 한 장면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에 나와야 할 전세 매물마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45%를 넘었다. 최근에는 절반 가까이가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입자가 굳이 이사하지 않으려는 까닭은 분명하다. 새로 계약할 집을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보증금과 월세가 크게 올라 있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세입자가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취지는 존중돼야 한다. 다만 신규 세입자가 구할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드는 현실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갱신으로 묶인 집이 늘어날수록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은 줄고, 그 부담은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집중된다. 결혼, 출산, 취업, 전근, 자녀 교육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하는 사람은 전세시장 바깥으로 밀려나 월세를 선택하게 된다. 입주 물량 전망도 세입자에게 넉넉한 답을 주지 못한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공동 추계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7158가구에서 내년 1만7197가구로 약 1만 가구 줄어든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계속 쌓이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는 줄고, 기존 전세 매물은 갱신계약과 월세 전환으로 줄어든다. 이 상황에서 전세와 월세가 함께 오르는 것은 시장 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주택 구입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전입 의무를 부과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낮췄다. 이어 규제지역의 담보인정비율을 낮추고,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을 사실상 막는 조치도 내놓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지난달 종료됐다. 과열된 매매시장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정부 판단에는 일리가 있다. 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는 국면에서 가계부채를 더 늘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맞다. 그러나 주택 정책은 매매시장만 따로 떼어 놓고 설계할 수 없다. 집을 사고파는 시장과 전세·월세 시장은 서로 얽혀 있다. 매매를 조이면 임대차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가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의 거래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임대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막았을 때 임대주택 공급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 대책이 월세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서울의 월세 부담은 공급 부족, 입주 물량 감소, 정비사업 이주 수요, 계약갱신 증가,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 집주인의 월세 선호가 겹쳐 나타난 결과다. 그러나 정책이 이들 변수와 맞물려 임대차 시장에 어떤 압력을 더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매매 가격을 누르는 조치가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정책은 본래의 목표와 다른 곳에서 더 큰 부담을 만들게 된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세입자의 주거비가 치솟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의 결과는 실패에 가깝다. 아파트 가격이 조금 덜 오르는 대신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급등한다면,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는다. 집값 통계는 안정됐다고 말할지 몰라도, 월급에서 주거비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난 가계는 안정됐다고 느끼지 못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 방향은 옳다. 다만 착공은 입주가 아니다. 몇 년 뒤 공급 계획이 오늘 전세 계약을 앞둔 세입자에게 집을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올가을과 겨울, 내년 봄에 이사해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발표자료 속 착공 물량이 아니라 실제로 계약할 수 있는 전세 매물과 감당 가능한 월세다. 이제는 매매시장 안정과 임대차 시장 안정을 함께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투기성 대출은 막되,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의 거래와 임대차 계약이 불필요하게 경직되지 않도록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장기 임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세제와 금융의 기준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그 대신 임대료와 임대기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우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재건축·재개발 이주가 몰리는 지역에는 별도의 전세 공급 대책이 따라야 한다. 비아파트와 공공임대 공급도 서둘러야 한다. 서울 강북의 월세 300만원은 부동산 시장의 특이한 한 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오르며, 주거비 부담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다. 정부가 집값만 바라보며 대책을 이어갈수록 세입자는 전세시장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매매가격 그래프만으로 가릴 수 없다. 국민이 매달 내는 월세와 다음 계약 때 감당해야 할 보증금에서 먼저 드러난다.
2026-06-23 07: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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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 돌파 이후…'1만피'는 통과점인가, 과열의 경고인가
[경제일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의 다음 고지가 어디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8000’은 상징적 목표였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과 외국인 매수세가 겹치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미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향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8일 9063.84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9100선도 돌파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9300선까지 넘어서며 랠리의 속도를 더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이익 모멘텀, 기업 실적 전망 상향, 외국인 자금 유입을 근거로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계론도 동시에 나온다. 금리 인상 가능성, 유가와 환율 변동,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언제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 9000 돌파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인지, 유동성과 반도체 랠리가 만든 단기 과열인지에 대한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이익 전망이 지수 상단을 다시 열었다 이번 코스피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 서버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800에서 1만1500으로 올려 잡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익 모멘텀 강화와 실적 전망 상향 조정 흐름이 코스피 상승 여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꺾이기 전까지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특히 반도체 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6%,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까지 감안하면 향후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했다. 올해 코스피가 이미 큰 폭으로 올랐지만 기업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시장이 메모리 호황의 지속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1만1000, DB증권은 1만1700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과 IBK투자증권도 강세 시나리오에서 1만2000선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가의 공통된 논리는 명확하다. 코스피 상승의 핵심은 유동성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것이다. ◆‘1만피’ 전망의 근거…저평가 해소와 외국인 매수세 코스피 1만선 전망이 힘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거 급등장에 비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수는 급등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반도체주의 선행 PER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코스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면서 한국 증시가 아시아 시장 내 핵심 투자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과거와 다른 재평가 국면이 열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 실적 개선이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력기기, 조선, 방산, 금융,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도 이익 전망 상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가 지수를 끌고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반의 이익 체력이 함께 개선된다면 코스피 1만선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코스피 9000 돌파 이후 시장의 관심은 이제 지수 레벨보다 이익 전망의 지속성에 있다”며 “반도체 이익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다면 1만선 돌파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열 경고도 커진다…반도체 쏠림과 금리 변수는 부담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기술적 과열 부담은 커졌다. 8000선 돌파 이후 9000선 안착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특히 지수 상승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만큼 특정 업종 조정이 곧바로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변수도 부담이다. 주가 상승 속도가 실물경제 개선 속도보다 빠를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 경계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버티거나 유가가 재차 상승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성장주와 고밸류 업종의 조정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도 변수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출기업의 이익 전망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 수입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 논란이다. 현재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가 실적 전망을 밀어올리고 있지만, 공급 증가나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은 빠르게 선반영에 나설 수 있다. 코스피 랠리의 핵심 엔진이 반도체인 만큼,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지수 전망도 동시에 조정될 수 있다. ◆코스피 1만 시대의 조건…실적·제도·수급의 삼박자 필요 향후 코스피가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실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상향이 계속되고, 비반도체 업종으로 실적 개선이 확산돼야 한다. 지수 상승이 소수 대형주에만 의존할 경우 랠리의 지속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제도 개혁이다. 코스피가 구조적으로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적이 좋아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작다면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수급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장기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단기 테마성 매수만으로는 1만선 안착이 어렵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장기 투자자 기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코스피 9000 돌파는 끝이 아니라 시험대”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증시를 새로운 고지로 밀어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1만피와 1만2000피가 현실이 되려면 이익 증가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돼야 하고,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 밖으로 확산돼야 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26-06-19 09:3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