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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스 쇼크'에 흔들리는 韓 AI 보안… 글래스윙 문턱 넘기 어려워지나
[경제일보] 앤트로픽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가 글로벌 사이버보안 지형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I가 대규모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공격 가능성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각국 정부와 보안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미토스 접근권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앤트로픽의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에서 아직 가시적인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앤트로픽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던 SK텔레콤이 글래스윙 참여를 검토했지만 최근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2023년 앤트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통신 특화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협력을 맺은 전략적 투자자다. 당시 SK텔레콤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와 연계해 앤트로픽과 AI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분 관계가 보안 협력체 접근권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지분은 후속 투자 과정에서 희석돼 약 0.3%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신과 국내 매체들은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지분 가치가 급등했지만 실제 보유 지분은 0.3% 안팎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글래스윙이 단순 민간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사실상 미국 중심의 폐쇄형 사이버보안 동맹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공개하면서 미토스 프리뷰를 일부 기업과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프로그램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미토스는 방어 목적의 사이버보안 작업에 제한적으로 활용된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설명 역시 위험성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미토스 프리뷰가 공개되지 않은 프론티어 모델이며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고 악용 가능성을 분석하는 능력에서 극히 숙련된 인간 전문가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파급력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미토스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서 1만건 이상의 고위험 또는 치명적 취약점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테크레이더는 미토스가 장기간 숨어 있던 버그까지 드러내면서 전통적인 ‘패치 윈도’ 개념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도 즉각 반응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은행들을 소집해 미토스가 드러낸 취약점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은행들이 글래스윙 접근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악의적 행위자가 유사한 AI 역량을 확보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미토스를 둘러싼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로이터는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토스가 취약점 탐색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려면 검증과 악용 가능성 판단, 패치 지연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토스가 당장 ‘자동 해커’처럼 모든 방어망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해석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핵심은 미토스 자체보다 취약점 정보와 대응 도구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다. 글래스윙 참여자는 미토스가 찾아낸 취약점을 먼저 검증하고 패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참여하지 못한 국가는 같은 취약점이 공개되거나 실제 악용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류제명 제2차관 주재로 앤트로픽의 마이클 셀리토 글로벌 정책 총괄 등과 만나 AI·사이버보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금융위원회, 인공지능안전연구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 등도 참석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기관과의 협력 및 취약점 정보 공유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부분은 미국 정부의 관여 가능성이다. 미토스는 방어와 공격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다. 취약점 탐색 AI가 특정 국가나 기업에 제공될 경우 해당 정보가 방어 목적에만 활용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앤트로픽이 민간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 정부와의 협의 없이 해외 기관 접근을 쉽게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보안업계는 이를 ‘AI 보안 주권’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미토스가 취약점 발견 속도를 바꾼다면 글래스윙은 그 취약점 정보의 접근 순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누가 정보를 먼저 확보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안 논의도 시작됐다. 국내 보안 스타트업 티오리는 미국 중심 글래스윙에 대응하는 한국형·다자형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캐노피’를 추진하고 있다. 티오리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AI 보안 협력체 출범을 준비 중이며 미국 중심의 미토스 접근 구조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글래스윙 참여 기업이 없고 앤트로픽과의 협력 역시 정보 공유 요청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정부가 준비 중인 AI 기반 사이버 위협 대응 체계는 이 같은 복합 위협을 함께 담아야 한다. 단순히 글로벌 협력체 참여를 타진하는 수준만으로는 부족하다. 미토스급 모델 접근권 확보와 국내 취약점 데이터베이스 고도화, 주요 오픈소스 및 국가 핵심 인프라 선제 점검, 금융·통신·의료·에너지 분야별 AI 보안 훈련 체계 구축, 국내 AI 보안 모델 개발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2026-05-26 1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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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정부 에너지 절감 정책 동참 캠페인 시행 外
[경제일보] 롯데건설은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적극 동참해 사내 에너지 절약 문화 확산을 위한 ‘롯데건설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시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지난 3월 30일부터 본사를 포함한 모든 현장에서 시행 중인 이번 캠페인은 차량 5부제와 화상회의 등을 통해 유류, 전기, 수자원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일별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임산부·유아 동승 차량, 업무용 차량 및 야간 교대 근무자 등은 예외로 두어 불편을 최소화했다. 또한 ‘디지털 문화 정착 캠페인’을 병행해 페이퍼리스 문화를 정착시키고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해 유류비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날 전국의 건축 및 주택 현장 소장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 소장 회의’를 온라인 화상 회의로 진행했다. 이와 함께 일상 속 에너지 절감 문화 확산을 위해 △절전 및 대기전력 차단 △조명 운영 효율화△계단 활용 층간 이동 △불필요한 야근 및 주말 근무 지양 등 세부 실천 지침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심포니 앙상블 봄의 소리 음악회 개최 IPARK현대산업개발은 본사 로비에서 장애인 예술단 심포니 앙상블의 봄의 소리(Voice of Spring) 음악회를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올해로 본사에서 세 번째 진행한 이번 공연은 장애인 단원과 임직원이 음악을 통해 교감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됐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본사 임직원과 방문객이 함께 참여했으며 장애 예술인의 무대를 직접 경험하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었다. 심포니 앙상블은 장애 예술인의 마음을 조화롭게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중증 장애 예술인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연에서는 멘델스존의 'Spring Song'을 비롯해 '강 건너 봄이 오듯', 'You Raise Me Up' 등 다양한 곡이 연주되며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앙상블 공연에 처음 참여한 이정우 단원은 "공연을 들으신 임직원분들이 힐링 되셨으면 좋겠다“며 ”모든 팀원이 하나 되어 즐겁고 멋진 연주를 들려드렸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IPARK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음악회는 장애 예술인과 임직원이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음악으로 나누기 위해 마련했다"며 “장애 예술인 채용과 공연 기회 확대를 통해 다양성과 포용을 바탕으로 한 ESG 공동체 가치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H, 5억 호주달러화(AUD) 채권 발행 성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5억 규모(약 5375억원)의 호주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거래는 ANZ, Credit Agricole, Nomura, Standard Chartered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만기는 3년이며 발행금리는 SQ ASW에 65bp를 가산한 수준이다. 채권 발행 확정 일자는 5월 21일이다. 미·이란 전쟁 등으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높았던 가운데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 및 분석을 통해 적절 시점을 파악·발행에 성공했다. 이는 LH가 호주달러 발행시장에 처음 진입해 발행에 성공한 것DLEK. LH는 세계 세 번째 규모*인 호주달러 발행시장에서의 성공적 발행 및 우량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 앞서 5월 11일부터 15일 LH는 싱가포르와 호주 현지에서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면 투자설명회 및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중앙은행, 자산운용사, 은행 등 우량 투자자들로부터 모집 금액을 웃도는 탄탄한 수요를 확인했으며 호주 역내 신규 투자자를 대량 유치함으로써 투자자 저변을 넓혔다. 오동근 LH 재무처장은 “이번 채권 발행 대금은 전액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라며 “계속해서 통화 다변화 및 투자자 저변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2026-05-22 16: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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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초과이익, 그 몫은 누구에게 있는가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급한 불을 껐다. 파국 직전 멈춰 선 파업 시계는 잠정합의안이라는 봉투에 담겨 조합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질문은 남았다. 인공지능(AI) 호황의 파도를 탄 반도체 부문이 창출할 거대한 초과이익, 그 잉여는 과연 누구의 몫인가. 노조가 요구했던 ‘영업이익의 15%’라는 숫자는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한국 자본주의의 기본 문법을 묻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이 문제를 피해 가지 않았다. 외신들은 대통령이 노조의 ‘세전 영업이익 배분’ 주장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노동 친화적 정부의 수장이 특정 기업 노사 문제에 이런 메시지를 낸 것은 가볍지 않다. 반도체는 일반 제조업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심장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까지 검토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노사 분쟁이 회사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깔려 있었다. 그렇다고 파업의 위험이 크다고 해서 노동자의 몫을 외면하라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냈다고 해서 그 전부가 임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성립할 수 없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기업의 이익은 성격이 있다. 매출에서 온갖 비용을 제하고 남는 금액은 단순한 현금 더미가 아니다. 그 안에는 과거 투자에 대한 회수, 미래를 위한 재투자 재원, 주주가 떠안은 위험에 대한 보상, 국가가 징수할 세금 그리고 구성원에게 돌아갈 성과 보상이 뒤섞여 있다. 이 복잡한 꾸러미를 어느 한쪽이 “이것은 내 몫”이라고 선을 긋는 순간 기업은 생산 조직이 아니라 분배 투쟁의 경기장이 된다. 회사의 비용에는 눈에 보이는 운영비용과 잘 보이지 않는 자본비용이 있다. 임금, 전력비, 협력업체 대금은 장부에 선명히 잡힌다. 그러나 더 무거운 것은 자본비용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에 수십조 원, EUV 장비 한 대에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 오늘 쏟아부은 자본이 내일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메모리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경쟁사는 무섭게 추격한다. 불과 2023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6조 원대까지 추락했다. 호황기의 초과이익만 보려면 이 혹독했던 적자의 기억도 함께 봐야 한다. 2023년의 손실은 누가 떠안았나.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월급을 토해내지 않았다. 협력업체도, 채권자도 약속된 돈을 받았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주주였다. 주가는 이익 전망을 따라 흔들리고 자기자본은 손실을 흡수한다. 이것이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다. 주주가 마지막에 남는 것을 가져가는 ‘잔여청구권’을 갖는 이유는 모든 것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맞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의 기여는 부정할 수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는 엔지니어들의 밤샘 노동 위에 세워졌다. 그들에게 충분하고 투명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노조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성과주의를 말하려면 성과의 계산법부터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영구적 권리처럼 임금으로 고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영업이익은 주주의 돈이기 전에 회사의 미래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HBM, 차세대 D램, 파운드리 미세공정. 이 모든 것은 오늘의 이익을 내일의 기술에 쏟아부어야만 유지되는 살얼음판 경쟁이다. 오늘의 초과이익을 모두 현금으로 나눠버리면 내일의 연구개발은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를 멈춘 기업의 운명은 죽음뿐이다. 유럽의 사례는 서늘한 경고다. 유럽은 오랫동안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모범을 자처했다. 노동자 보호, 사회적 합의의 이름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AI와 반도체의 시대에 유럽은 주도권을 잃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EU 경쟁력 보고서에서 투자 부족과 생산성 둔화를 통렬하게 지적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본진에서 나온 자기반성이었다. 한국은 유럽을 닮을 여유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밀리면 그 충격은 주주 몇 명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협력업체, 수출, 세수, 청년 일자리까지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인다. 그래서 삼성의 이익 논쟁은 임금협상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성과 보상이 필요하다면 길은 있다. 현금 성과급만이 답은 아니다. 회사의 장기 가치 상승에 참여하는 주식 보상이야말로 노동자와 주주의 이해를 맞추는 진정한 공동체의 길이다. 위험은 주주에게만 남기고 이익은 매년 영업이익 비율로 먼저 떼어가자는 구조는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손실 없는 잔여청구권이며 세상에 그런 권리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투표가 끝나도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AI가 만들어낼 거대한 초과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그때마다 분노와 구호로 답하면 산업은 버티지 못한다. 상식은 단순하다. 노동은 존중받아야 하고 위험을 건 자본도 존중받아야 한다. 국가는 세금으로 기업은 미래 투자로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절대화하면 나머지는 무너진다. 삼성의 초과이익은 모두의 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 그것이 주식회사의 질서다. 그 질서가 무너지면 나눌 이익 자체가 사라진다.
2026-05-21 14: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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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리는 묶고 6G·AI는 키운다…첨단 산업으로 성장축 이동
[경제일보] 중국이 기준 대출금리를 1년째 동결하며 금융 안정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6G와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육성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경기 부양보다는 기술 경쟁력 강화와 산업 체질 전환에 정책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대출우대금리(LPR)를 다시 동결했다. 1년물 LPR은 3.0%, 5년물 이상은 3.5%로 유지됐다. 두 금리 모두 12개월 연속 같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인 점이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5.0%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물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과거와 같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보다는 금융 시스템 안정과 전략 산업 중심의 성장 구조 재편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인민은행은 단순 금리 인하보다 대출 체계 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을 반영한 차등 금리 체계를 검토하며 첨단 제조업과 전략 산업 중심으로 자금 공급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통신 산업에서는 6G 경쟁 선점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6GHz 대역을 6G 시험용 주파수로 승인했다. 6GHz는 넓은 대역폭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차세대 통신 핵심 주파수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미 300개 이상의 6G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상태다. 당국은 2030년 전후 초기 상용화, 2035년 대규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6G 경쟁이 단순 통신 산업을 넘어 반도체와 통신장비, 자율주행, 스마트 공장, 산업용 로봇 등 첨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 산업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자 소재와 반도체, 스마트 차량 장비, 로봇 분야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생성형 AI 확산과 첨단 제조업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산업 전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AI와 디지털 산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삼고 관련 정책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로봇, 스마트 제조 분야 투자 역시 동시에 확대되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과 디지털 경제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내수 회복 속도와 청년 실업, 지방정부 부채 부담 등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금리 인하를 통한 단기 경기 부양보다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향후 중국 경제의 핵심 변수는 부동산보다 AI와 반도체, 차세대 통신 같은 기술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6-05-20 17: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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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가상자산 시장 3분기 공식 출범 예고…韓 거래소 협력 속도 붙나
베트남이 이르면 올해 3분기 가상자산 시장의 공식 운영을 시작한다. 현지 당국이 5개 거래소 서비스 제공업체를 승인하면서 그동안 해외 거래소 중심으로 움직이던 베트남 가상자산 거래가 제도권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의 빗썸과 두나무도 현지 금융사와 손잡고 거래소 인프라 구축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응우옌 덕 찌(Nguyen Duc Chi) 베트남 재무부 차관은 12일 하노이에서 열린 ‘2026 디지털 트러스트 인 파이낸스’ 포럼에서 “이르면 올해 3분기 안에 투명하고 안전한 관리 체계 아래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의 첫 공식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재무부와 공안부 중앙은행이 협력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을 운영할 5개 서비스 제공업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의 움직임은 단순한 시장 허용보다 제도권 편입에 가깝다. 로이터는 베트남 재무부 문서를 인용해 Techcombank, VPBank, LPBank 계열사와 VIX Securities, Sun Group 관련 법인 등 5곳이 초기 자격 심사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해외 플랫폼을 통한 거래를 줄이고 자본 흐름과 투자자 보호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가상자산 시장 중 하나다. 로이터는 체이널리시스 자료를 인용해 베트남이 글로벌 가상자산 채택 지수에서 4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 동안 베트남 거래자들의 거래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다만 베트남에서 가상자산은 법정통화나 공식 지급수단으로 인정되지 않아 지금까지 상당수 이용자는 바이낸스 OKX 바이비트 등 해외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해왔다. 이번 시범 사업은 5년간 운영되는 구조다. 베트남 정부 결의에 따르면 거래소 운영사는 베트남 현지 법인이어야 하며 최소 정관자본 10조동, 약3억8000만달러를 갖춰야 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49% 미만으로 제한된다. 이는 외국 기술과 자본을 활용하되 시장 주도권은 베트남 국내 법인이 쥐도록 설계한 장치다. 이런 구조는 한국 거래소에 기회와 제약을 동시에 준다. 한국 거래소가 단독으로 베트남 거래소 라이선스를 받기는 어렵지만 현지 금융사와 합작하거나 기술·운영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거래 시스템, 지갑, 수탁, 보안, 위험관리, 자금세탁방지, 투자자 보호 체계 등에서 이미 대형 거래소 운영 경험을 가진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빗썸(Bithumb)이다. 빗썸은 베트남 대형 증권사 SSI Securities의 자회사 SSI Digital Technology와 현지 디지털자산 거래소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측은 거래소 설립과 운영, 기술 아키텍처, 지갑·수탁 시스템, 보안·리스크 관리, 규제 준수 지원, 기관 서비스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빗썸의 베트남 진출은 국내 거래소의 해외 확장 전략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현지 이용자를 대상으로 단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규제 시장 안에서 현지 금융기관과 함께 인프라를 구축하는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이 해외 거래소 이용을 줄이고 국내 승인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할 경우, 현지 파트너와 조기 협력한 사업자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두나무(Dunamu)도 베트남을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 포털은 지난해 두나무가 MB Bank와 베트남 디지털자산 거래소 플랫폼 개발 협력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파이낸셜뉴스도 두나무가 지난해 8월 MB Bank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위한 기술 협력 MOU를 맺고, 거래소 구축과 법·제도, 투자자 보호 체계 마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력한다고 보도했다. 두나무는 업비트(Upbit) 운영 경험을 앞세워 거래소 시스템과 보안, 운영 노하우 수출 모델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현지 금융기관이 라이선스와 규제 대응을 맡고 한국 거래소가 기술 인프라와 운영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은 베트남의 외국인 지분 제한 구조와도 맞아떨어진다. 다만 두나무의 베트남 거래소 참여가 최종 인가를 받은 단계인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사업화 여부는 베트남 당국의 라이선스 심사와 현지 파트너의 준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글로벌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VPBank와 연결된 CAEX는 OKX Ventures와 HashKey Capital의 전략적 투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 매체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CAEX는 베트남의 자본 요건을 충족하고 제도권 거래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글로벌 거래소·디지털자산 금융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거래소만 여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경제를 2030년까지 GDP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목표 아래 조세 행정 전자세금계산서 디지털 세관 금융 데이터 연결 등 금융 디지털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국영 통신은 정부가 2026년 2분기부터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시범 운영을 추진하고, 관련 메커니즘과 정책 정비를 3분기까지 검토·보완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향후 관건은 거래소 개장 자체보다 시장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베트남은 이용자 규모와 거래 수요가 크지만 그만큼 자금세탁, 해외 자본 유출, 투자자 피해, 과세 공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베트남 정부가 공안부와 중앙은행을 함께 참여시킨 것도 거래소를 단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금융 안정과 보안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거래소에는 세 가지 기회가 있다. 첫째는 거래 인프라 수출이다. 대규모 동시접속 처리, 지갑 보안, 이상거래 탐지, 콜드월렛 관리, 실명확인 연계 등 한국 시장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을 현지 금융사에 제공할 수 있다. 둘째는 투자자 보호와 규제 준수 모델이다. 한국은 실명계좌, 자금세탁방지, 고객확인 등에서 비교적 촘촘한 제도 경험을 갖고 있어 베트남 초기 시장 설계에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기관 서비스와 수탁이다. 제도권 거래소가 열리면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현지 금융회사와 기업의 디지털자산 수요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위험도 분명하다. 베트남은 외국인 지분을 49% 미만으로 제한하고 현지 법인 중심 운영을 요구한다. 한국 거래소가 시장을 직접 장악하기보다는 현지 파트너의 전략과 규제 변화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거래소 라이선스가 5곳 안팎으로 제한될 경우 경쟁은 초기부터 과열될 수 있다.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더라도 최종 사업 성과는 현지 법인의 인가 여부와 자본력, 고객 확보 능력에 달려 있다.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도 중장기 변수다. 베트남이 거래소 시범 운영과 함께 RWA, 즉 부동산 인프라 녹색에너지 등 실물 기반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할 경우 시장은 단순 코인 매매를 넘어 디지털 자본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은 거래소 시스템뿐 아니라 수탁, 토큰 발행 관리, 자산 검증, 투자자 공시 인프라 영역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베트남의 3분기 공식 출범 예고는 동남아 가상자산 시장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해외 거래소에 흩어져 있던 거래 수요가 현지 승인 거래소로 이동하면 거래 수수료와 데이터, 투자자 보호 기능이 베트남 내부에 쌓이게 된다. 빗썸과 두나무 등 한국 거래소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단순 해외 진출지가 아니라 거래소 인프라와 규제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의 개방은 속도보다 신뢰가 승부처다. 승인 거래소가 안정적으로 출범하고 은행 계좌·디지털 신원·세무 시스템과 연결될 경우 베트남은 동남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투기와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 제도권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거래소와의 협업도 결국 기술 이전이 아니라 보안과 준법, 투자자 보호를 함께 수출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5-12 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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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승리 후 협상"과 호르무즈의 침묵
[경제일보] 중동의 사막은 늘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이 언제나 전쟁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 사막은 문명의 길이었고, 때로는 세계 경제의 동맥이었다. 오늘날 세계가 다시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주목하는 이유도 단순히 미사일과 핵시설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은 석유의 길이고, 달러의 길이며, 현대 산업문명의 숨길이기 때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 정도면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외교적 발언 같지만, 국제정치의 문법으로 보면 이는 상당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물밑에서 상당한 수준의 조율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보다는 관리 가능한 타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신호에 가깝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충돌을 “소규모 충돌(skirmish)”이라고 표현했다. 단어 하나에도 의도가 있다. 그는 이란과의 군사 충돌을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강하게 때렸고, 상대를 굴복시켰으며, 결국 협상으로 정리했다”는 서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것은 군사 전략이면서 동시에 미국 국내정치 전략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은 언제나 “힘을 통한 거래”였다. 상대를 극단까지 몰아붙인 뒤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방식이다. 중국과의 관세전쟁도 그랬고, 북한과의 정상회담도 그랬다. 이번 이란 문제 역시 같은 패턴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다르다. 이란은 단순한 중동의 한 국가가 아니다. 5천 년 문명의 기억을 가진 페르시아의 후예이며, 세계 에너지 길목을 움켜쥔 지정학 국가다. 미국이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한국, 일본, 중국의 에너지 생명선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수천 척의 유조선이 이 좁은 바다를 통과한다. 만약 이곳이 봉쇄되면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는 즉시 충격에 빠진다. 인플레이션은 재폭발하고, 금리는 다시 오르며, AI 산업을 포함한 첨단산업의 전력 비용도 급등한다. 결국 호르무즈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현대 문명의 목줄이다. 미국과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논의하는 핵심 역시 바로 이것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이란 핵농축 중단 △고농축 우라늄 반출 △지하 핵시설 가동 중단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핵과 석유의 교환”이다. 미국은 핵위협 제거를 원하고,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를 원한다. 서로 필요한 것을 맞바꾸는 셈이다. 여기서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전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총성보다 먼저 기대와 공포를 가격에 반영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고 미국 증시와 아시아 증시가 반등한 것도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이 일단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뉴욕 금융가는 이미 두 개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계산하고 있다. 하나는 ‘휴전과 타협의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부진한 장기 대치 시나리오’다. 만약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일정 수준에서 타결되고 사실상의 휴전 국면으로 들어간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 기간 안도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선에서 안정될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동안 중동 리스크 때문에 움츠렸던 글로벌 투자 자금은 다시 미국 기술주와 아시아 반도체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경제에는 중요한 숨통이 열린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안정 자체가 곧 물가 안정으로 연결된다. 반도체·배터리·AI 데이터센터 산업 역시 전력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고금리, 에너지 충격이 연쇄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시장은 “최소한 더 큰 악재만은 피하고 싶다”는 심리가 강하다. 따라서 중동 긴장 완화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세계 위험자산 시장 전체에 긍정적 신호가 된다. 반대로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미국과 이란이 ‘불안한 휴전’ 상태에서 군사적 긴장만 반복할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시장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전면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이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금리는 내려가지 못하고, 소비와 투자도 위축된다. 특히 유럽은 이미 에너지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어 경기 침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역시 제조업과 수출 회복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금값은 상승하고,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며, 신흥국 통화는 약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서민 경제 부담도 커진다. 무엇보다 AI 시대의 세계 경제는 과거보다 에너지에 훨씬 민감하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결국 유가와 전력 비용은 곧 AI 산업 경쟁력 문제로 이어진다.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AI 패권 경쟁의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은 총성과 미사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는 문제에 가깝다. 월가와 런던 금융가, 도쿄와 서울의 딜링룸은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미 페르시아만의 파도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가 “우리가 이겼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미국 보수층은 대체로 “강한 미국”을 원한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 사회 내부에는 “미국이 약해졌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트럼프는 이를 뒤집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이란을 압박한 뒤 협상으로 끌고 들어오는 과정을 “미국의 승리”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언제나 승자만 있는 게임이 아니다. 이란 역시 내부적으로는 “굴복이 아닌 생존”이라는 논리를 만들고 있다. 혁명수비대(IRGC)와 강경 종교 세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란 정권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이 체제 붕괴처럼 보이면 안 된다. 따라서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평화적 핵 이용을 유지한 채 긴장을 조절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양측 모두 자국민을 향해 “우리가 이겼다”고 말해야 하는 기묘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세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다.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이며, 이란산 원유의 중요한 구매자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중국 역시 일정 부분 그 혜택을 받는다. 반대로 중동이 불안정해지면 중국 경제 역시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문제가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겉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지만,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다. 한국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국가이지만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AI 고속도로” 전략 역시 안정적 에너지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은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략 전체의 문제다. 고대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왕조는 “왕의 길(Royal Road)”을 건설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었다.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은 현대판 왕의 길이다. 석유와 LNG, 달러와 원자재, AI 산업의 전력과 반도체 공급망까지 모두 이 길과 연결돼 있다. 세계는 다시 페르시아를 지나고 있다.
2026-05-07 09: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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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긴장 재점화에 국제유가 100달러대…아시아·유럽 증시 동반 약세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다시 충돌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5일 로이터, A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걸프 해역에서 추가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휴전이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가스 공급의 약 20%가 오가는 핵심 해상 운송로로 지정학적 충격이 에너지 가격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제유가는 전날 급등분 일부를 반납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한국시간 오후 기준 배럴당 113달러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4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증시도 위험 회피 흐름을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가 1.3% 하락했고, 인도 센섹스도 0.7% 내렸다. 미국 증시도 전날 S&P500 0.4%, 다우지수 1.1%, 나스닥 0.2% 하락했다. 유럽 시장도 중동 리스크를 반영했다. 범유럽 STOXX 600 지수가 장 초반 0.1% 하락했고, 런던 FTSE100은 1% 내렸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는 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고유가가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시장 불안의 직접 배경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작전과 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다. 미국은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선박 통항을 지원하려 했고, 미국 국적 선박 한 척이 미군 호위를 받으며 해협을 빠져나갔다. 다만, 이란 측은 선박 통항 여부와 미군 발표 내용을 부인하는 등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해협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단기적으로 일부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는 한 공급 차질 우려가 사라지기 어렵다”면서, “미국의 통항 재개 작전이 긴장을 더 키울 수 있고, 일부 선박 통과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일시적 완화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2026-05-05 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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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 기업환경 개선 본격화…890개 사업조건 폐지·행정절차 대폭 간소화
베트남 정부가 기업환경 개선과 행정개혁을 위한 고강도 조치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는 최근 8건의 결의안을 통해 행정절차와 사업 조건을 대폭 축소하고 권한 이양과 규제 간소화를 추진하며 ‘국민·기업 중심 행정’으로의 전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조치는 산업통상부, 농업환경부, 과학기술부, 교육훈련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부, 공안부 등 주요 부처 전반에 걸쳐 시행된다. 법무부가 주도하는 통합 결의안에는 국방부, 내무부, 재정부, 건설부, 외교부, 중앙은행 등도 포함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개혁으로 총 184개의 행정절차가 폐지됐고 134개 절차는 지방정부로 권한이 이양됐다. 또 349개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절차 비중은 27%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30% 이하’ 기준을 충족한 수치다. 사업 조건도 대폭 축소됐다. 총 890개의 사업 조건이 폐지됐으며 일부 조건은 간소화됐다. 이에 따라 기업 활동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조치로 행정 처리 시간과 비용이 2024년 대비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야별 규제 완화도 동시에 진행됐다. 공안부는 생체정보(유전자·음성 등) 수집 및 전자 신원 인증 관련 일부 절차를 폐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미인대회·모델대회 등 행사 관련 사업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농업환경 분야에서는 토지 조사·평가와 계획 컨설팅 관련 조건이 폐지됐다. 교육 분야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 외국인 투자 교육기관까지 전반적인 절차가 간소화됐다. 보건 분야 역시 식품안전 및 의료 관련 허가 절차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규제를 축소했다. 과학기술·통신·전자·우정 산업에서도 규제 완화가 병행 추진되고 있다. 이번 개혁은 단순한 절차 축소를 넘어 베트남 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행정 리스크를 줄이고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 총리, 재정정책 전면 개혁 지시…기업활동 지원 강화 이와 함께 레 민 흥 총리는 지난 29일 재정부와의 회의를 통해 재정·금융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 개혁을 지시했다. 회의에서는 2026년 초 경제 운영 상황과 향후 정책 방향이 집중 논의됐다. 총리는 재정부에 거시경제 운영의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며 조직 구조 효율화와 책임성 강화를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국회의 정책 방향을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신속히 연결할 것도 지시했다. 특히 국가예산법, 공공투자법, 입찰법, 중소기업지원법, 관세법 등 주요 법률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는 제도적 불일치와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는 세수 기반 확대와 탈루 방지 대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업과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개인사업자의 비과세 기준을 연매출 10억 동(약 5천만원) 수준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공투자 분야에서는 자금 집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투자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정부는 2026~2030년 중앙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수를 축소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증권시장을 중장기 자금 조달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고 회사채 시장 제도 개선, 국영기업 구조조정,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디지털 전환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데이터 기반 행정과 정책 예측 역량을 강화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베트남 정부가 기존 ‘규제 중심’ 정책에서 ‘지원 중심’ 체계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특히 행정절차 간소화와 재정정책 개혁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업 활동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변화는 긍정적인 신호다. 절차 간소화와 규제 완화, 정책 투명성 강화는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개혁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는 점을 베트남 정부가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2026-05-02 15: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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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베트남 금융협력 확대…QR결제·투자 연계 본격화
[경제일보] 정부가 인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해외 순방을 계기로 금융 인프라 협력과 결제 시스템 연계, 현지 진출 지원까지 다각적인 성과를 도출하면서 ‘K-금융’의 외연 확장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4박7일 일정으로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에 동행해 양국과의 금융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문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 전략적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인도에서는 양국 간 금융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인도는 14억 인구와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과의 금융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위원장은 20일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핀테크 협력, QR 결제 연동,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인도 국가투자인프라펀드(NIIF)를 활용한 양국간 투자 확대와 스타트업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국은 향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금융 협력 범위를 넓혀가기로 뜻을 모았다. 금융당국 간 협력도 구체화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인도의 금융특구 감독기구인 IFSCA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금융 중심지 육성을 위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서울과 부산, 인도의 기프트 시티 간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 양국 지급결제기관 간 협력을 통해서는 QR 결제 연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의 결제 시스템과 인도의 UPI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향후 양국 방문객은 별도의 환전 없이 모바일 결제 앱을 통해 즉시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수료 절감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활발한 경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금융 분야 협력을 한층 심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베트남은 한국의 주요 투자 대상국이자 금융사 진출이 활발한 핵심 거점 중 하나로 양국 간 금융 협력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24일 팜 득 안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와의 회담에서 한국 금융사의 현지 진출 지원과 디지털 금융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QR 결제 연동을 연내 완료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간 결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금융사의 인허가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인가 사례를 바탕으로 추가 금융사의 진출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으며 베트남 측도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트남 금융시장 인프라 구축 협력도 이어졌다. 차세대 증권시장 시스템 구축, 보험 데이터베이스 조성, 부실채권 처리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이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현지 금융 시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BK기업은행이 약 9년 만에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본인가를 받은 점은 이번 방문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를 통해 한국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가운데 주요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인도·베트남을 넘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 QR 결제 연동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도 국내 결제 환경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금융사 및 중소기업과의 간담회도 진행됐다. 금융위원장은 현지 진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규제 환경 개선과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순방을 통해 구축된 금융 협력 기반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투자, 결제,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디지털 금융과 결제 시스템 연계는 향후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더욱 촘촘하게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해외 금융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개선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26-04-26 17: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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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물가의 갈림길에서 통화정책의 본질을 묻다
신현송 총재의 취임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동시에 압박하는 이른바 ‘복합 위기’ 국면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은 곧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다. 그동안 동결 기조를 유지해 온 기준금리가 과연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인상 혹은 인하라는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금리는 곧 경제에 대한 진단이자 처방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고, 반대로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와 내수 위축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동반한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이 흔들리는 구조다. 이처럼 상충하는 변수 속에서 정책의 균형을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외부 변수는 더욱 복잡하다. 최근 중동 정세, 특히 미·이란 간 군사적 긴장은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통화정책의 긴축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국내 경제 지표만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 없는 환경이다. 더 나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역시 결정적인 변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위상은 절대적이며, 미국의 금리 방향은 곧 자본 흐름과 환율 변동에 직결된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금리 정책을 운용하더라도, 그 효과는 국제 금융 환경 속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원칙에 기반한 일관된 정책이다. 통화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방향성이 흔들리면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이는 곧 경제 전반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신뢰다. 고전은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논어』에는 “정자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政者正也)”라는 구절이 있다. 정책이란 결국 바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눈앞의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대응이 아니라, 원칙과 균형에 기반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오늘의 통화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또한 『손자병법』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입하면, 국내 경제의 체력과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동시에, 국제 금융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현송 총재가 직면한 과제는 결국 이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이다. 내부적으로는 물가 안정과 경기 유지라는 상충 목표를 조율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질서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정책의 신뢰를 유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요구된다. 국민의 기대는 단순하다. 위기를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는 정확한 진단과, 그에 걸맞은 일관된 대응이다. 금리를 올리든, 동결하든, 혹은 내리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통화정책은 만능이 아니다. 그러나 방향을 잃은 통화정책은 그 자체로 위험이 된다. 지금은 과감함보다 신중함이, 속도보다 균형이 요구되는 시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다.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며, 지금 이 순간 국민이 신임 총재에게 기대하는 바다.
2026-04-22 09: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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