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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PBV·하이브리드' 3축 재편…2030년 413만대 체제 구축
[경제일보] 기아가 전기차 중심 전략을 수정하고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병행하는 다층 구조로 사업 체계를 재편했다. 전동화 전환 속도 둔화와 수익성 압박이 동시에 커지면서 기존 전략만으로는 성장과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PBV(목적기반차)와 자율주행, 로보틱스를 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완성차 판매 중심 구조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반으로의 전환도 병행한다. 지역별 수요 격차에 대응하는 생산·판매 전략을 통해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사업 전략과 성장 목표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2021년 브랜드 리론칭 이후 추진해온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중간 점검 성격을 갖는다. 기아는 2026년 글로벌 판매 335만대, 시장점유율 3.8%를 제시했다. 2030년에는 413만대, 점유율 4.5%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초과 성장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구조다. 전략의 핵심은 파워트레인 다변화다. 전기차 중심 전환 기조를 유지하되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확대해 수익성과 판매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9종을 추가 투입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13종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 198만대, 하이브리드 115만대(PHEV·EREV 포함) 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핵심 수익 축으로 격상됐다. 2026년 69만대 수준인 하이브리드 판매를 2030년 110만대로 확대하고, 생산능력도 40만대 추가 확보한다. 신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연비와 출력은 각각 약 4% 이상 개선됐다. 정차 상태에서 전력 사용이 가능한 스테이 모드, 실내 전력 공급 기능(V2L) 등 전기차 기반 편의 사양도 적용됐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상품성 격차를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전기차 전략은 제품·가격·공급망 세 축으로 재편됐다. 기아는 2030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와 시장점유율 3.8%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라인업은 2026년 11개 모델에서 2030년 14개로 확대된다. 승용 2종, SUV 9종, PBV 3종 구조다. EV2, 시로스 EV 등 볼륨 모델을 중심으로 수요 저변을 넓히고, C세그먼트 SUV 전기차 등 신규 차급을 추가 투입한다.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도 병행된다. 배터리 용량은 최대 40% 확대되고, 모터 출력은 약 9% 향상된다. 5세대 배터리 도입을 통해 에너지 밀도는 최대 15% 개선된다. 레벨2++ 수준 자율주행과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통합 적용된다. 충전 인프라 확보는 병목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로 설정됐다. 기아는 북미·유럽·국내에서 총 148만기 수준의 충전 인프라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접근성을 확대하고, 초고속 충전 연합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 초고속 충전 브랜드 E-pit 확장을 통해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 차량·충전 연동 기능인 플러그 앤 차지 2.0과 통합 플랫폼 ‘기아 원 앱’을 통해 사용자 경험도 개선한다. 생산 전략은 지역별 수요 대응 중심으로 재편됐다. 한국은 전기차 생산 허브로, 유럽과 미국은 현지 생산 체계를 통해 정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구조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전략 차종을 확대한다. PBV 사업은 기존 상용차 시장을 대체하는 신규 성장 축으로 설정됐다. 첫 모델인 PV5는 출시 이후 약 8500대가 판매됐고, 올해 5만4000대 판매가 목표다. 기아는 2027년 PV7, 2029년 PV9을 추가해 PBV 풀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양한 바디 타입을 통해 물류·승객·특수 목적 등 다목적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다. 제조 측면에서는 화성 EVO 플랜트를 PBV 전용 공장으로 운영하고, 컨버전 센터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연계해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솔루션 영역에서는 차량 관리 시스템(FMS), 금융·정비·보험·충전을 통합한 원빌링 체계 등 B2B 서비스가 결합된다. 단순 차량 판매에서 운영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구조다. 지역별 전략은 시장 특성에 맞춰 차별화됐다. 미국은 수요 정체 국면에서 하이브리드 비중 확대에 대응한다. 2030년까지 HEV 비중이 4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아는 102만대 판매와 점유율 6.2%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스포티지 20만대 판매 체제 구축과 텔루라이드 생산능력 18만대 확대, 셀토스 HEV 투입 등을 통해 기존 주력 차종 중심의 물량 확대 전략이 전개된다. 여기에 픽업 시장 진입까지 병행해 북미 수요 대응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유럽은 전기차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는 흐름에 맞춰 전략을 전환한다.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66%까지 끌어올려 시장 평균 전망치(43%)를 상회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EV4, EV3, EV2 등 볼륨 모델과 PBV를 결합해 판매 기반을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으로 전환기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신흥시장은 물량 확대의 핵심 축으로 설정됐다. 기아는 2030년까지 148만대 판매와 시장점유율 6.6% 달성을 목표로 한다. 핵심 시장인 인도에서는 41만대 판매와 점유율 7.6% 확보를 목표로 라인업을 10개 차종으로 확대하고, 딜러망도 800개까지 늘린다. 주력 차급은 B세그먼트 SUV다. 셀토스와 쏘넷을 각각 20만대 이상 판매 모델로 육성하고, 멕시코·인도·중국 생산 거점을 연계해 공급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5년간 브랜드, EV, PBV, ESG 등 전 부문에서 이뤄온 혁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26-04-09 14: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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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5% 시대'의 경고…한국 경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생존으로
[경제일보] 중국이 결국 ‘5% 성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내려놓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2026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 수준으로 제시했다. 지난 수십 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온 중국이 사실상 ‘5% 이하 성장 시대’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다. 중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양적 팽창 모델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구조적 선언이자 새로운 산업 질서를 향한 전략적 전환의 신호다. 문제는 이 변화가 한국 경제에 결코 가벼운 파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고속 성장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함께 성장해 왔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핵심 시장이었고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공급망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시절, 한국은 그 공장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였다. 그러나 지금 그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한 성장률 둔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의 성장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신질 생산력’과 ‘기술 자립’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 양자 컴퓨팅,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산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변화는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국 경제 전략은 비교적 분명했다. 첨단 부품과 장비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의 생산 능력과 거대한 시장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기술 자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러한 구조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조립 공장이 아니라 한국의 주력 산업을 직접 위협하는 경쟁자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같은 핵심 산업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중국은 이미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고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도 국가 차원의 자본을 투입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공급망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등 전략 자원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러한 자원은 첨단 산업의 필수 재료이기 때문에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한국 제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경제 안보를 이유로 자원 통제를 강화한다면 그 충격 역시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다. 과거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은 품질과 기술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애국 소비’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가전과 화장품, 자동차 등 주요 소비재 산업이 중국 시장에서 겪는 경쟁 압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단순한 외부 변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 경쟁력의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는 일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 안정성 역시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언제든 경제적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확대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질을 만드는 과정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한 상품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콘텐츠,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경쟁력을 재구성해야 한다. 중국 소비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방식의 시장 접근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식으로 산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산업 정책과 통상 전략, 기술 개발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대응 속도와 전략적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4.5% 시대’는 단순한 경제 지표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아시아 경제 질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 경제가 과거의 성공 모델에 머물러 있다면 이러한 변화는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 전략과 경제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성장 경험에 대한 안주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양적 성장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지금, 한국 경제는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2026-03-09 13: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