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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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K-방산, 외교와 동맹까지 수출해야 산다
[경제일보]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는 낮은 곳에 처해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大國者下流)"고 했다. 진정한 강국은 힘만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넓혀 간다는 뜻이다. 이번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결과는 이 오래된 진리를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다시 일깨워 주었다. 세계 방산시장에서 거침없이 영토를 넓혀 오던 K-방산이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캐나다 정부가 추진한 약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주었다. 독자 설계와 건조 능력,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 철저한 납기 준수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넘지 못한 벽이 있었다. 그것은 가격도, 성능도 아닌 '나토(NATO) 동맹'이라는 국제정치의 현실이었다. 이번 결과를 단순한 수주 실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K-방산이 글로벌 초일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값진 예방주사라 할 만하다. 방산은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산업이 아니다. 무기 거래는 군사적 상호운용성, 국가 간 신뢰, 외교 관계,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장 정치적인 국가 전략사업이다. 결국 무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안보 동반자를 선택하는 일이며, 방산 계약은 기업이 아닌 국가가 치르는 총력전이다. 캐나다의 선택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대선 이후 국제질서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고,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 속에서 나토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방위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는 캐나다로서는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협력하는 것이 안보적·외교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결코 뒤지지 않았음에도 지정학적 연대가 최종 승부를 갈랐다. 냉혹한 국제정치 앞에서는 기업의 노력과 경제적 제안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이번 수주전이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이제 K-방산은 기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외교·금융 총력전' 체제로 진화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국가정보기관, 그리고 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상외교와 국방외교를 연계하고, 정보 자산 공유와 연합훈련 확대, 군수지원 협력, 기술협력, 포괄적 안보 파트너십을 결합한 '안보 패키지'를 무기 제안서와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기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안보를 책임지는 동반자라는 신뢰를 심어줄 때 비로소 승률은 높아질 것이다. 정책금융 경쟁력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근 방산 프로젝트는 수십조 원 규모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구매국은 가격보다 장기 저리 금융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방산 특화 금융 프로그램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도 금융 지원에서 밀려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은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한계다. 동시에 전략적 외교의 지평도 넓혀야 한다. 한국은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이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누리는 상호 방위체제와 정치적 신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유럽과 북미 시장의 높은 방산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나토 표준과의 완벽한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과 연합훈련, 군수지원 협력 등을 통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와 기여도를 꾸준히 높여야 한다. 안보 동맹의 깊이가 곧 방산 수출의 깊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不戰而屈人之兵)"라고 했다. 현대 방산시장에서도 승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에 형성된 외교와 신뢰, 동맹의 축적에서 이미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독자 잠수함 설계 능력과 첨단 무기체계를 보유한 방산 강국이다. 이번 좌절을 패배주의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의 변화다. 기술력이라는 한 축 위에 외교력과 금융, 전략적 동맹이라는 또 다른 축을 세울 때 비로소 K-방산은 지속 가능한 세계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진화시킬 때 대한민국은 무기만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 신뢰와 안보를 함께 수출하는 진정한 글로벌 방산 리더로 우뚝 설 것이다.
2026-07-07 08: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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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메가프로젝트, 지지율용이면 지방선거 전 했을 것"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규모 지역투자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야권 비판에 대해 “지지율 관리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다면 지방선거 전에 시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천지개벽을 위한 상전벽해 수준의 국토 대전환은 취임하기 전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을 개선할 성과와 실적”이라며 “지지율은 바람 같은 것이어서 오기도 가기도 하지만 실적과 성과는 산 같은 것이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지율은 성과와 실적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게 오래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팹과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충청권은 HBM 등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SK, GS, 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피지컬AI 분야에서는 제조업 AI 전환, 로봇 핵심부품 경쟁력 확보, 지역 중심 양산 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야권은 이번 사업을 두고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관치경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과학적 근거와 인프라 검증이 부족하다며 기업 투자가 자발적 결정인지, 전력·용수·부지 등 기반 여건이 충분한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균형발전, 포용적 지속성장, 대체불가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국민과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기회를 잃고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되찾아주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6-07-04 17: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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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선관위, 홍명보호보다 더 위험한 실패
[경제일보]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팀은 결과로 평가받는 조직이고, 감독은 그 결과의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 축구는 또 한 번의 실패를 기록으로 남겼다. 아프지만 대표팀에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전술과 선수 구성을 다시 손 볼 시간이 남아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선관위 역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조직이다. 다만 선관위가 책임져야 할 결과는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이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그러나 사퇴가 남기는 무게까지 같을 수는 없다. 축구대표팀의 실패는 국민에게 실망을 남기지만, 다음 대회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반면 투표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렸거나 언제 투표할 수 있을지 모른 채 투표소 앞에서 기다려야 했던 유권자에게는 다음 경기가 없다. 그 한 표는 선거 당일, 그 투표소에서 보장됐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몇몇 투표소의 우발적 혼선으로 정리할 수 없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140곳이 부족 가능성 때문에 추가 투표용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 추가 용지를 사용한 곳은 91곳이었고, 26곳에서는 투표가 잠시라도 중단됐다. 선관위가 처음 파악한 범위를 넘어 피해 실태가 계속 드러난 것도 국민 불안을 키웠다. 사태의 시간표는 더욱 답답하다. 송파구선관위는 선거 당일 오전 11시 40~50분께 이미 무번호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예상해 서울시선관위에 일련번호 부여 방안을 문의했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함께 대응에 나선 것은 약 5시간 뒤였다. 오후 4시 46분이 되어서야 송파구선관위가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내보내겠다고 알렸고, 중앙선관위는 오후 5시가 넘어 민원을 계기로 서울시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선거를 총괄하는 기관이 현장의 경고를 제때 받아내지 못하고, 민원과 혼란이 번진 뒤에야 대응에 나섰다면 이는 단순한 전달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투표소별 투표율과 남은 용지를 누가 점검했는지, 어느 단계에서 위험 신호가 끊겼는지, 중앙 상황실은 왜 먼저 움직이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말은 중앙의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가 아니라, 보고와 지휘 체계가 왜 그토록 허술했는지를 묻게 하는 출발점이다. 진상규명위원회도 결론을 흐리지 않았다.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발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중앙선관위와 논의하지 않은 채 투표시간 연장을 결정했고, 송파구선관위에서는 투표가 끝나기 전 개표가 시작되는 일도 있었다. 전국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선거일 하루 동안 같은 지휘선 아래 움직이지 못한 셈이다. 투표용지 인쇄 하한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결정도 비켜갈 수 없다. 해당 지침은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됐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고 답했고, 사전 보고에 대해서는 짧은 보고가 있었을 수 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인쇄 비율은 서류철 안의 작은 행정 항목이 아니다. 본투표일에 유권자가 몰릴 경우를 대비하는 최소 안전장치다. 보관 공간과 관리 비용을 고려할 수는 있어도, 그 판단이 투표소의 용지 부족으로 이어졌다면 선관위는 그 우선순위를 설명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거관리의 기준과 지휘 체계를 책임지는 자리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 낮아졌다면 그 위험을 점검했어야 하고, 선거일 현장에서 부족 징후가 나타났다면 보고와 대응이 지체되지 않도록 조직을 움직였어야 한다. 최고 책임자의 역할은 현장의 숫자를 대신 세는 데 있지 않다. 현장이 흔들릴 때 조직 전체가 즉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노태악 개인의 사퇴로만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노태악 전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12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권고했고, 관련 실무자 6명에 대한 징계도 권고했다. 이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일선 직원 몇 명의 과실로 돌려 봉합할 수 없다는 뜻은 분명하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의 사퇴는 참정권 보장에 실패한 국가기관 수장의 책임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 뒤에 따라야 할 절차도 달라야 한다. 누가 인쇄 기준을 낮췄는지, 현장의 경고가 어디에서 멈췄는지, 중앙은 왜 위험을 먼저 감지하지 못했는지, 그 판단과 지연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외부 권력이 선거 관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내부 실패에 대한 설명 의무까지 덜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준비와 책임이 요구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개혁 구호가 아니다. 투표소에 가면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고가 나면 국가기관이 즉시 수습할 것이라는 당연한 믿음이다. 홍명보호의 탈락은 한국 축구에 숙제를 남겼다. 노태악 선관위의 실패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묻게 한다. 축구는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그날 투표소에서 행사되지 못한 한 표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바로 그날 국가가 지켜냈어야 할 권리였다.
2026-06-30 07: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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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핀테크 샌드박스 전면 개편…지정 즉시 배타적 운영권 부여
[경제일보] 금융당국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앞으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즉시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하고, 우수 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가점과 패스트트랙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테스트 단계에 머물던 핀테크 기업이 제도권 금융으로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서강대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규제를 넘는 핀테크, 판을 바꾸는 금융 대전환’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혁신 친화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금융서비스에 한해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면제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총 6조2300억원의 투자 유치와 4794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이끌며 금융 생태계의 혁신 기반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혁신기업들이 테스트를 마친 뒤 정식 금융사업자로 안착하는 과정에서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배타적 운영권 부여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기존에는 샌드박스 이후 정식 인허가 단계에서야 배타적 운영권이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샌드박스 지정 단계부터 이를 부여한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서비스 초기부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지원 규모도 확대된다. 배타적 운영권을 확보한 중소 혁신사업자에게는 서비스 상용화 비용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고, 테스트 비용 지원 한도는 기존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다. 책임보험료 지원 비율도 50%에서 100%로 높여 초기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인다. 스타트업의 샌드박스 진입 문턱도 낮아진다. 금융위는 재무건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진출이 좌절되지 않도록 성장 가능성과 보완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심사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과도한 부가조건도 완화하고, 컴플라이언스 교육과 대면 설명회, 밋업 행사,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확대해 초기 기업의 제도 이해도를 높일 방침이다. 샌드박스 종료 이후 사후관리 체계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의 운영 성과를 연 단위로 점검하고, 시장 반응이 좋은 우수 서비스는 상용화를 위한 법령 정비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샌드박스 지정 효력과 지정기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기로 했다. 우수 혁신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에서 가점을 부여하거나 심사 절차를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규제 변화나 지정기간 종료로 인한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고, 혁신 서비스가 제도권 금융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함께 고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샌드박스 적용 범위도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령 등으로 확대하고, 동일·유사 서비스에 대해서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포용금융과 미래금융 구현을 위한 기획형 샌드박스도 활성화해 하반기 중 세부 과제를 발굴하고 참여 사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온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왔지만 혁신 핀테크 기업의 지속 성장과 제도권 안착을 담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핀테크 기업의 도전 기회를 확대하고 혁신 아이디어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제도권 금융으로의 연착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6-21 15: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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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서 막 오른 MSI 선발전…한화생명·T1, 첫 티켓 놓고 격돌
[경제일보] LCK를 대표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할 팀을 가리는 '2026 LCK MSI 대표 선발전'이 막을 올렸다. 한화생명e스포츠와 T1, 젠지, KT 롤스터가 참가해 MSI 진출권 두 장을 놓고 사흘간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12일 라이엇게임즈의 e스포츠 국제대회 MSI 출전 팀을 가리기 위한 '2026 LCK MSI 대표 선발전' 3~5라운드가 개막했다. 이번 선발전은 오는 14일까지 강원도 원주 DB프로미아레나에서 진행되며, 정규시즌 상위 4개 팀이 MSI 진출권을 두고 맞붙는다. MSI는 매년 시즌 중반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대회로, 각 지역 상위 팀들이 출전해 경쟁하는 무대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대표하는 국제대회로 꼽힌다. 이번 대표 선발전을 통해 LCK는 총 두 팀을 MSI에 파견한다. 대회 첫날인 이날은 정규시즌 1~2라운드 1위 한화생명e스포츠와 2위 T1이 맞붙는다. 승리 팀은 LCK 1번 시드 자격으로 MSI 진출을 확정하며, 패배 팀은 마지막 한 장의 티켓을 놓고 최종전에 나서게 된다. 이번 맞대결은 올 시즌 LCK 최상위권 팀들의 자존심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정규시즌 1~2라운드를 1위로 마치며 대표 선발전 최고 시드를 확보했다. 시즌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선두권을 유지했고, 마지막까지 이어진 순위 경쟁 끝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MSI 진출에 도전하게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이번 경기는 구단 역사상 첫 MSI 진출을 노리는 중요한 승부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도 MSI 진출 직전까지 올라갔지만 마지막 문턱에서 T1에 가로막혔다. 당시 2시드 결정전 패배로 국제무대 진출이 좌절됐던 만큼 이번 재대결에 대한 의미도 남다르다. T1 역시 MSI 단골 참가팀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한 T1은 이번 선발전을 통과할 경우 지난 2022년부터 5년 연속 MSI 무대에 오르게 된다. 다수의 국제대회 우승 경험을 보유한 선수단과 풍부한 빅매치 경험을 앞세워 또 한 번 MSI 진출을 노리고 있다. 양 팀의 올 시즌 상대 전적은 1승 1패로 팽팽하다. 지난 4월 열린 정규시즌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T1이 세트스코어 2대 0 완승을 거뒀다. 반면 5월 진행된 2라운드 경기에서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2대 1 승리를 거두며 설욕에 성공했다. 두 경기 모두 상위권 경쟁 구도 속에서 치러진 만큼 이번 대표 선발전 맞대결 역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경기 전 진행된 전문가 승부 예측에서는 T1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LCK 공식 방송 패널 예측 결과 T1 승리를 전망한 전문가는 13명, 한화생명e스포츠 승리를 전망한 전문가는 2명으로 나타났다. 정규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양 팀이 1승씩 나눠 가졌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제대회 경험과 주요 경기에서의 집중력을 근거로 T1의 승리를 예상했다. 관심은 양 팀 핵심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쏠린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정규시즌 동안 안정적인 운영과 교전 능력을 앞세워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고, T1은 중요한 경기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위권 경쟁을 이어왔다. MSI 직행이 걸린 승부인 만큼 선수들의 컨디션과 밴픽 전략, 경기 운영 능력이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이번 대표 선발전은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번 패배하더라도 탈락하지 않고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이날 경기 승자는 곧바로 MSI 진출을 확정하고, 패자는 남은 한 장의 MSI 티켓을 놓고 다시 경쟁하게 된다. 오는 13일에는 정규시즌 3위 젠지와 4위 KT 롤스터가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 역시 MSI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어 14일에는 이날 경기 패자와 13일 경기 승자가 최종전을 치러 LCK의 두 번째 MSI 진출 팀을 결정한다. 2026 MSI를 향한 LCK 대표 선발전의 막이 오른 가운데 한화생명e스포츠와 T1 가운데 어느 팀이 가장 먼저 국제무대 티켓을 확보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어 젠지와 KT 롤스터까지 합류하는 사흘간의 승부 끝에 LCK를 대표할 두 팀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2026-06-12 17: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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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승 아니면 책임론…6·3 선거 뒤 여야 모두 '권력 재편' 소용돌이
[경제일보]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단순히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14명을 뽑는 선거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명운,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구상, 차기 총리 인선, 보수 야권의 권력 질서까지 한꺼번에 흔들 수 있는 정치적 분수령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미니 총선’ 성격을 띤다. 14개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가운데 대구 달성을 제외한 13곳이 여당 의원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방어전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은 선거 전 자체 판세에서 9곳 우세, 5곳 경합으로 분류했고, 국민의힘은 1곳 우세, 2곳 초경합, 2곳 경합, 9곳 열세로 전망했다.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등 격전지 결과가 여야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압승’ 못 하면 정청래 책임론 불가피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선거의 기준선은 낮지 않다. 집권 초반 지방선거라는 점, 야권이 아직 재정비 국면이라는 점,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내부 기대치는 ‘선전’이 아니라 ‘압승’에 가깝다. 문제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다. 전북에서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또는 야권 후보에게 밀리거나, 재보선에서 기존 의석을 상당수 지키지 못할 경우 정청래 대표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전북은 민주당의 상징적 기반이고, 재보선 13곳은 사실상 여당 방어선이다. 이 두 전선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이길 선거를 못 이겼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정 대표에게 더 부담스러운 대목은 선거 패배의 원인이 단순한 지역 변수로만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 기간 민주당은 지역 공약과 생활정치보다 중앙정치 이슈, 여야 대표 간 공방,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더 많이 묶였다. 압승이 좌절될 경우 당내 비주류와 친문·비명계는 “지도부의 강경 노선이 중도층 확장을 막았다”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론, 지도부 일부 사퇴론 등으로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정 대표가 버티더라도 당권 경쟁은 조기에 달아오를 공산이 크다. 이미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방선거 직후 사의를 표명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여권 안팎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부 권력 재편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가시권에 들어와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전북·재보선은 ‘정청래 리더십’의 바로미터 민주당 책임론의 핵심 지점은 전북과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전북은 민주당이 가장 안정적으로 이겨야 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접전 또는 패배가 현실화하면 단순한 지역 민심 이반을 넘어 ‘민주당 본진 균열’로 해석될 수 있다. 중앙당 공천과 지도부 선거 전략, 지역 민심 관리 실패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기존 의석을 지켜내지 못하면 국회 운영 주도권은 물론 이재명 정부의 입법 동력에도 부담이 생긴다. 재보선에서 한두 곳의 상징적 패배가 발생하면 야당은 곧바로 민심의 경고를 앞세울 것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 초반 경고등을 지도부가 오판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은 여야 모두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부산 북갑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에는 부산 확장 전략 실패라는 부담이 생기고 국힘에는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복귀라는 또 다른 변수가 열린다. 평택을 역시 수도권 민심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 선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선거 뒤 개각으로 국정 쇄신 나설 듯 선거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거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재명 정부는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국정 쇄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취임 1주년과 지방선거 직후라는 시점은 개각 명분을 만들기 쉽다. 국정 동력을 새로 확보하고, 민생·경제 중심으로 국정 메시지를 재정비하려면 내각 개편이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민석 총리 후임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 총리가 지방선거 뒤 사의를 표명하고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총리 교체와 내각 개편,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함께 맞물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여권 일각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도 ‘통합형’ 또는 ‘정무형’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총리 인선의 성격도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이 압승하면 친정체제 강화형 총리가 유력해진다. 반대로 압승에 실패하거나 전북·재보선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에는 중도 확장형, 협치형, 지역 통합형 총리 카드가 부상할 수 있다. 국정 쇄신의 핵심은 사람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제·민생·부동산·금융정책의 방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참패 땐 장동혁 체제 붕괴 가능성 국민의힘도 선거 뒤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보수 텃밭인 대구를 내주거나, 부산·울산·경남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을 경우 장동혁 대표 체제는 즉각적인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원래 지방선거에서 정권 견제론을 앞세워 반등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지도부가 보수 재건의 구심점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국힘의 고민은 단순히 승패가 아니다. 패배 이후 누가 당을 수습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장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거나 조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때 친윤계, 비윤계, 개혁보수, 영남 중진, 수도권 소장파가 다시 당권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더 복잡한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다. 부산 북갑에서 한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국힘 내부 권력 지형은 단숨에 흔들릴 수 있다. 선거 전체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면 한 전 대표는 ‘복귀 명분’을 얻는다. 반대로 당이 비교적 선전하더라도 한 전 대표가 원내에 입성하면 장동혁 체제와 차기 당권 구도를 둘러싼 긴장이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전해도 내분, 참패해도 내분이라는 역설적 상황인 것이다. 국힘으로서는 대구·부산·울산·경남의 성적이 치명적이다. 대구를 내준다면 보수 정당의 뿌리가 흔들렸다는 상징성이 크다. 부산에서 한동훈 변수가 부상하고, 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선전한다면 영남 전체가 더 이상 보수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노선 재정립 논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 뒤 정국, ‘민생’보다 ‘권력 재편’ 빨려들 수도 이번 선거의 역설은 지방선거임에도 결과 해석은 중앙정치로 빨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권자는 지역 일꾼을 뽑지만, 정치권은 선거 결과를 당권·대권·내각·노선 경쟁의 신호로 읽을 것이다. 민주당은 정청래 체제 유지 여부와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이 맞물리고, 국민의힘은 장동혁 체제 존속 여부와 한동훈 전 대표의 복귀가 충돌한다. 선거 뒤 정국은 세 갈래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민주당이 광역단체장과 재보선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면 정청래 대표는 리더십을 방어하고, 이재명 정부는 개각을 통해 국정 드라이브를 강화할 수 있다. 또 민주당이 이겼지만 전북·재보선에서 상처를 입으면 여당 내부 책임론과 내각 쇄신론이 동시에 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이 대구 등 텃밭을 잃고 참패하면 보수 재편 논의가 본격화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의 정청래, 장동혁 대표는 선거에 이기더라도 전북, 대구, 한동훈 전 대표 승리 등 변수에 따라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상처뿐인 승리라는 역설이 통하는 게 이번 6·3선거다”라고 말했다.
2026-06-03 15: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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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과 5만원 훠궈, MZ의 '쪼개진 지갑'이 던지는 경고
[경제일보] 점심시간, 편의점마다 5000원 남짓한 가성비 도시락을 집어 드는 2030 청년들의 줄이 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이른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의 씁쓸한 풍경이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동선을 꺾고 교통비를 아끼려 알뜰교통카드 앱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이들에게 소비의 제1원칙은 단연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그런데 해가 지고 주말이 오면 이 가성비의 전사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1인당 객단가가 최소 4만원에서 6만원을 훌쩍 넘는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매장 앞은 두세 시간의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MZ세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며 지출을 통제하던 그들이 왜 이토록 비싼 외국계 식당 앞에서는 기꺼이 지갑의 빗장을 푸는 것일까. 최근 하이디라오 코리아가 발표한 실적은 이 기현상을 명확한 숫자로 증명했다. 2023년 매출 1177억원.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과거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중국 외식 브랜드들이 주로 '싸고 양 많은'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초저가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외식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의 벽을 뚫어낸 이면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Z세대의 '달라진 소비 심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이들의 소비는 모순 그 자체다. "돈이 없다면서 오마카세와 하이디라오에는 왜 열광하느냐"며 혀를 끌짯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선택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 청년들의 가성비는 단순히 '절대 가격이 싼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성비란 '내가 지불한 비용(돈과 시간) 대비 얻어내는 총체적 효용'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대, 평생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구조적 좌절 속에서 이들은 일상적인 소비를 극단적으로 통제한다(편의점 도시락). 하지만 그렇게 모은 잉여 자본을 자신의 정서적 만족감과 소셜 미디어(SNS)상에서의 자아실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경험'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하이디라오). 이른바 '앰비슈머(Ambisumer·양면적 소비자)'의 탄생이다. 이들에게 하이디라오의 5만원은 비싼 고깃값이 아니다. 5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식사 시간 내내 완벽하게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심리적 만족감, 눈앞에서 펼쳐지는 수타면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얻는 사회적 인정 그리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실패 없이 보장받는 '안전비용'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효용이 확정된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이 바로 2024년 대한민국 MZ세대가 정의하는 '새로운 가성비'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파인 다이닝과 고급 레스토랑을 제치고 하이디라오인가. 해답은 그들이 파는 본질에 있다. 하이디라오의 본업은 훠궈를 파는 요식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엔터테인먼트업'에 가깝다.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의 서비스 맹폭은 시작된다. 무료 네일아트, 구두닦이 서비스, 다양한 스낵과 음료, 보드게임이 기다리는 시간을 '고통'에서 '즐길 거리'로 치환한다. 자리에 앉으면 머리끈과 안경 닦이, 스마트폰을 보호할 지퍼백이 제공되고 혼자 온 손님 맞은편에는 거대한 인형을 앉혀 외로움조차 차단해 버린다. 직원은 식사 내내 테이블을 전담하며 고기를 구워주고 새우 완자를 빚어주며 생일인 고객에게는 현수막과 함께 떠들썩한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한국의 외식업이 그동안 '맛'과 '인테리어' 그리고 어떻게든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마진을 남기는 '효율'에 집착해 올 때 하이디라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모든 시간의 밀도를 높여 문을 나설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항복을 받아내는 식이다. 고객은 단순히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온전히 나만을 위해 돌아가는 '마이크로 테마파크'의 입장권을 사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극강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야말로 불황을 뚫고 1000억 매출을 견인한 강력한 무기다. 국내 수많은 외식 기업들도 하이디라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 노력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크게 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친절 교육을 강화했다. 하지만 대부분 흉내 내기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왜일까? 서비스의 겉모습은 베낄 수 있어도 그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뿜어내게 만드는 '조직의 내면'은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라." 하이디라오의 직원들은 동종 업계 대비 파격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숙사 제공, 부모님 용돈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를 누린다. 철저한 도제식 시스템(사수-부사수)을 통해 후배를 잘 육성하면 선배에게 그 매장의 수익 일부가 배분되는 파격적인 성과급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말단 직원에게도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금액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메뉴를 내어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재량권)이 부여된다. 매뉴얼에 억눌려 억지웃음을 짓는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이 사장처럼 판단하고 행동할 때 즉각적인 보상이 뒤따르는 자율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춤을 추며 면을 뽑고 진심을 다해 고객의 생일을 축하하는 직원들의 에너지는 경영진의 '착취'가 아니라 '존중과 보상'에서 피어난 꽃이다. 한국의 외식업계가 겉핥기식 친절 교육과 최저시급으로 이들의 서비스 퀄리티를 따라잡으려 했던 것은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이디라오 한국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단순한 '중국 훠궈의 유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는 극도로 똑똑하고 까다로워진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낡은 관행에 젖어 있는 국내 서비스 산업 전체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자 뼈아픈 채찍질이다. 지금 우리 시장을 돌아보자. 원재료 값이 올랐다며 꼼수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프리미엄 딱지를 붙여 가격만 치솟고 정작 서비스 질은 바닥인 일부 식당들,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놓아둔 채 최소한의 인간적 응대마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소거해 버리는 무인화의 역습까지. 우리는 과연 고객에게 지불한 돈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소비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설픈 중간 지대의 브랜드들은 도태를 면치 못한다. 압도적으로 싸서 생존 필수재로서 기능하거나 아니면 하이디라오처럼 지갑을 열고 싶을 만큼 확실한 대체 불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MZ세대는 얄팍한 상술에 속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곳에는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털어 열광적인 팬덤이 되어준다. 하이디라오는 그 어려운 것을 증명해 냈다. 이제 한국의 기업들이 대답할 차례다. 가격표의 숫자만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경험을 통째로 바꿀 것인가. 5만원짜리 훠궈 국물 속에서 우리가 건져 올려야 할 진정한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2026-05-05 10: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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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권력과 변화의 무대인가...동양철학의 거울에 비추어본 '런웨이'
[경제일보] 물은 흐를 때 모든 것을 감춘다. 그러나 물이 빠지는 순간, 바닥의 형상이 드러난다. 수락석출(水落石出). 이 말은 북송의 문장가 소동파가 「후적벽부」에서 자연을 묘사하며 남긴 구절이다. “산은 높고 달은 작아지며, 물은 줄고 돌이 드러난다.” 본래는 계절의 변화를 노래한 문장이었으나, 후대에 이르러 인간과 권력, 그리고 진실을 설명하는 가장 정밀한 은유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이 문장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화려한 패션과 권력의 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결국 물이 빠지는 순간 인간의 본질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현대적 우화다. 영화의 중심에 선 미란다 프리슬리는 한 시대의 권력을 상징한다. 회의실에서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코트를 벗어 던지면, 주변 직원들은 숨을 죽인 채 그 동작 하나에 반응한다. 패션쇼 좌석 배치에서 단 한 번 눈을 치켜뜨는 장면만으로도 업계의 위계가 재편된다. 그녀의 권력은 명령이 아니라 분위기로 작동한다. 그러나 그 절대성은 영원하지 않다. 속편적 영화 장면에서 ‘런웨이’가 디지털 환경 속에서 흔들리는 장면, 광고주가 종이 잡지보다 플랫폼 데이터를 우선하는 순간, 우리는 권력이 더 이상 개인의 손에만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 『도덕경』이 말하듯,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살아남는다. 미란다는 그 진리를 가장 늦게, 그러나 가장 깊이 체감하는 인물이다. 반면 앤디 색스는 권력의 세계에 들어와 스스로를 잃어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초반, 그녀가 허름한 옷차림으로 런웨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동료들의 시선은 조롱에 가깝다. 그러나 이후 몽타주 장면에서 그녀는 고급 브랜드 의상을 입고 뉴욕 거리를 당당히 걷는다. 문제는 그 변화가 단순한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균열이라는 점이다. 파리 패션쇼 직전, 앤디가 전화 한 통으로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무너지는 장면은 성공의 대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그녀는 센 강의 다리 위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돌아선다. 그 순간은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중용』이 말하는 균형, 곧 외부의 성공과 내부의 자아 사이에서 중심을 찾는 결단이다. 에밀리 찰튼은 또 다른 얼굴이다. 그녀는 미란다의 기준을 완벽히 내면화한 인물이다. 파리 패션쇼에 가기 위해 극단적으로 식사를 줄이고, 끝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집착의 극단을 보여준다. 『불경』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집착은 곧 고통의 근원이다. 반면 나이젤은 통찰과 균형의 상징이다. 앤디에게 “패션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산업과 문화의 흐름”이라고 설명하는 장면에서 그는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제시한다. 그러나 파리에서 승진이 좌절되는 순간, 그는 능력과 공정성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 현실을 체현한다. 이는 『주역(周易)』이 밝히는 변화의 법칙, 곧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한다는 이치를 보여준다. 이 네 인물은 권력, 자각, 집착, 통찰이라는 네 축으로 구성된 인간 존재의 구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 구조는 단순히 영화 속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정확히 겹쳐진다. ‘런웨이’는 단순한 패션 잡지가 아니라 전통적 레거시 미디어의 상징이다. 과거에는 편집장이 곧 권력이었고,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그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와 같은 세계 유수의 매체들조차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들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질서 앞에 서 있다. 알고리즘이 기사 배치를 좌우하고, 인공지능이 초안을 작성하며, 독자의 관심은 데이터로 실시간 분석된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이 재편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AI·콘텐츠·유통(CD) 위기’다. 콘텐츠의 생산과 배포 구조가 기술에 의해 재정의되면서, 기존 미디어의 권력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 미란다가 “이것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라 세룰리안 블루다”라고 말하며 패션의 계보를 설명하던 장면은, 레거시 미디어가 자신이 만든 질서를 해설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질서는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AI 시대의 미디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의미를 해석하고 가치를 제시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런웨이가 플랫폼에 밀려나듯, 전통 미디어 역시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다.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던져지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하나의 근본적 진실로 수렴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구조는 반드시 변하며, 인간은 그 변화 속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수락석출,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 유동성과 권위가 사라지는 순간, 남는 것은 오직 본질이다. 미란다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앤디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내려놓는다. 에밀리는 집착 속에서 흔들리고, 나이젤은 통찰 속에서도 좌절한다. 이 모든 장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기술의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 권력이 분산된 시대에 인간이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도덕경』은 흐름을 따르라 하고, 『불경』은 집착을 버리라 하며, 『중용』은 균형을 지키라 하고, 『주역』은 변화에 대비하라 한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이 가르침들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부 기준을 세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끝내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선택이며, 권력은 소유가 아니라 과정이며, 인간은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정의된다는 사실이다. 물이 빠진 뒤에도 남아 있을 자신의 ‘돌’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남긴 가장 냉정하면서도 깊은 통찰이다.
2026-05-02 19: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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