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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판을 읽다② 280억 달러 시장 노린다…ADC에 쏠리는 제약·바이오의 시선
[이코노믹데일리] 2026년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술, 정책,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기술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표준 치료법(Standard of Care)의 자리를 위협하며 산업의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본지는 글로벌 규제 환경과 기업 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ADC 시장의 급변하는 판도를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주> ADC는 항체의 정확한 타깃팅 능력에 세포 독성을 지닌 약물(Payload)을 결합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정밀 항암 치료제다. 기존 화학 항암제의 강한 독성과 표적 항암제의 제한적인 효능이라는 한계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어 ‘마법의 탄환(Magic Bullet)’ 혹은 ‘유도미사일 항암제’로 불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주요 기관의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15년 약 10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 28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로 가파른 성장이 예고되어 있다. 불과 10여 년 만에 시장 규모가 약 28배나 팽창하는 셈이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은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와 같은 블록버스터 약물의 성공이 입증한 ‘압도적 효능’에서 기인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ADC 시장의 급성장을 예견하며 “ADC는 단순히 항체와 약물을 붙이는 기술을 넘어 혈액 속에서 약물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링커(Linker)’ 기술의 안정성이 핵심”이라며 “글로벌 빅파마들이 수조 원대 베팅을 이어가는 이유는 향후 거의 모든 암종에서 ADC가 1차 치료제로 올라설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차세대 항암 전략의 핵심으로 ADC를 낙점하고 공격적인 M&A와 적응증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곳은 화이자다. 화이자는 2023년 ADC 기술의 개척자로 불리는 씨젠(Seagen)을 약 43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ADC 파이프라인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화이자는 CD30 타깃 혈액암 치료제 ‘애드세트리스’와 넥틴-4 표적 방광암 치료제 ‘파드셉’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파드셉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며 화이자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화이자는 시젠으로부터 확보한 ‘베도틴’ 계열 페이로드 기술을 활용해 비소세포폐암(NSCLC) 등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차세대 후보물질 ‘시그보타투그 베도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도 공존한다. 화이자는 지난해 기대치를 하회한 B7-H4 타깃 ADC 후보의 개발 중단을 선언하며 무형자산 손상 비용을 처리하기도 했다. 이는 ADC 개발이 단순한 조합이 아니며 표적 단백질 선정과 임상 데이터의 정밀한 설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로슈 역시 HER2 표적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와 CD79b 표적 림프종 치료제 ‘폴리비’로 쌓아온 선도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외부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로슈는 최근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DLL3 표적 ADC 계약을 체결하며 소세포폐암(SCLC)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빅파마들의 전략은 자체 개발보다는 검증된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텍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라이선스 인을 통해 파이프라인의 ‘빈틈’을 메우는 융단폭격 방식”이라며 “특히 링커와 페이로드의 조합 최적화(Optimization) 데이터가 곧 기업의 자산이자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의 자본력에 맞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아직 자사 기술로 상용화된 ADC는 없지만 플랫폼 기술 수출과 미국 임상 진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단일 항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중항체 ADC’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가지 항원을 동시에 타깃팅해 암세포 선택성을 높이고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FDA에 임상 1상 IND를 제출한 ‘ABL206(ROR1xB7-H3)’은 고형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알테오젠은 ADC의 고질적인 불편함인 '정맥주사(IV)' 방식을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자체 개발한 히알루로니다제 'ALT-B4'를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에 적용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ADC 시장의 편의성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약물의 수명 주기 관리(LCM) 측면에서도 글로벌 빅파마들에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인투셀은 ADC의 살상력을 결정짓는 '페이로드' 기술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Topo-1 억제제 계열 '넥사테칸'은 기존 약물 대비 안정성과 '바이 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 주변 암세포까지 사멸시키는 효과)'를 개선했다. 인투셀은 완제 신약보다는 기술 수출 중심의 플랫폼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과거 한 국내 바이오 전문가는 “국내 ADC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빅파마가 장악한 HER2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보다 이중항체나 SC 제형 전환처럼 기존 ADC의 단점을 보완하는 ‘에드온(Add-on)’ 기술이나 새로운 표적(Novel Target)을 발굴하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한편 ADC 시장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독성 관리(Toxicity)다. 약물이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 혈액 내에서 방출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Off-target toxicity)을 줄이는 것이 기술력의 척도가 된다. 아울러 내성 기전이다. 엔허투조차 내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중항체 ADC나 차세대 페이로드 조합이 2026년 이후의 핵심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제조 역량(CDMO)이다. 항체, 링커, 약물을 각각 생산해 결합하는 복잡한 공정으로 인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2026년은 임상 단계에 머물던 수많은 ADC 후보물질들의 성패가 갈리는 ‘옥석 가리기’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거대 자본을 투입해 공급망을 독점하려 할 것이며 국내 기업들은 플랫폼의 우수성을 임상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서게 된다. K-바이오가 쌓아 올린 기술력이 글로벌 표준과 결합해 항암 치료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술의 혁신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ADC의 진화가 2026년 제약·바이오 판도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2026-01-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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