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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전방위 협력이 긴요하다
[경제일보]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 밝힌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해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인도와의 긴밀한 협력” 구상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생존의 문제이자,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세계 질서는 이미 단일 축에서 다극 구조로 이동했다. 에너지와 공급망, 기술과 안보가 서로 분리되지 않는 ‘복합 위기’의 시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우리 경제의 취약한 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해상 교통로의 안정이 곧 국가 안보다. 이 대통령이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 해상 안전과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강조한 것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는 이제 단순한 신흥시장이 아니다. 인구와 성장 잠재력, 기술 인프라,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를 종합할 때 인도는 ‘또 하나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 인도는 중동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다. 한국과 인도가 함께 해상 질서와 물류망을 안정시키는 것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공동 생존의 문제다. 경제 측면에서도 협력의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은 그 출발점일 뿐이다. 조선과 해운, 방위산업, 금융, 그리고 핵심광물 공급망까지 협력의 범위는 이미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K9 자주포 사업은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기술 이전과 생산 협력, 그리고 전략적 신뢰 구축까지 포함된 복합 협력 모델이다. 더 나아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의 협력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다. 인도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이를 첨단 산업으로 전환할 기술을 갖고 있다. 양국이 결합할 경우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인도 협력의 진정한 잠재력은 경제를 넘어 문화와 정신의 영역에 있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음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인도의 영화 산업, 이른바 ‘볼리우드’ 역시 막대한 내수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양국의 문화 산업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공동 창작과 공동 시장 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양국은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고대 가야와 인도의 아유타국을 잇는 설화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서사는 오늘날 양국 협력의 정서적 기반이 된다. 경제와 안보의 협력 위에 문화와 역사라는 토대가 더해질 때 협력은 단기적 이해관계를 넘어 장기적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자력과 우주항공, 인공지능과 디지털 인프라는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다. 한국은 원전 기술과 반도체,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인도는 IT 인력과 우주개발 역량에서 강점을 지닌다. 양국이 협력할 경우 단순한 보완을 넘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결국 한·인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계는 더 이상 한 국가의 힘으로 안정될 수 없는 구조로 변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다자주의와 규범 기반 질서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나라도 홀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어느 경제도 단일 공급망에 의존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CEPA 개선 협상은 속도를 내야 하고 해운·조선 협력은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하며 방산과 핵심광물 협력은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문화와 인적 교류를 확대해 협력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한·인도 관계는 이제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실행의 단계’로 들어섰다. 중동의 불안이 오히려 새로운 협력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면 그것을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 전략의 핵심이다. 바다는 연결되어 있고 시장은 이어져 있으며 미래는 협력하는 자의 것이다.
2026-04-20 17: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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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둘러싼 산업 재편…조선·해운·방산, '분업 시대' 끝났다
[이코노믹데일리] 조선·해운·방산 산업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분업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군함과 상선, 물류와 방위를 나누던 경계가 빠르게 허물리면서 바다를 둘러싼 산업 지형이 통합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이 2026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면서 해양 산업은 더 이상 개별 업종의 집합이 아닌 '전략 산업 클러스터'로 재정의되고 있다. 해군 함정과 상선, 유지·보수·정비(MRO), 친환경 연료선이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엮이면서 조선·해운·방산의 경계는 사실상 의미를 잃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선업계에서는 군함과 상선을 구분하던 기존 설계 관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상선에 적용되던 △이중연료 추진 △전기화 기술 △스마트 조선 기술이 군함 설계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반대로 군함에서 요구되던 생존성·내구성·운용 안정성 개념이 상선과 특수선 설계에 반영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차세대 함정 설계 과정에서 LNG·메탄올 등 이중연료 추진 개념과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 조선 기술을 병행 적용하며 군함과 상선의 기술 기반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설계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선과 군수 보조함, MRO 전용선에 동일한 플랫폼 개념을 적용해 설계·건조·유지까지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묶는 전략이다. 이는 단일 선종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요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조선 산업의 경쟁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상선에서 축적한 전기화·자동화 기술을 해군 함정과 특수선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함정 운용 안정성과 생존성 기준을 상선 설계에 반영해 극지 운항선, 특수 목적선의 내구성과 운용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특히 해군 함정, 보조함, 친환경 연료선, 극지·특수 목적선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조선사는 단일 선종이 아닌 '복합 플랫폼' 설계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선체·추진·전력·디지털 시스템을 공용화해 다양한 선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한 기업이 향후 해양 산업 클러스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운업의 역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지정학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해운은 단순 상업 운송을 넘어 전략 물류·안보 공급망의 일부로 편입되는 양상이다. 국가 간 분쟁, 해상 봉쇄, 에너지 수송 차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선복 확보와 항로 운영은 민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해운사는 △군수 지원 △전략 물자 수송 △비상시 물류 대응 역량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HMM은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비상시 국가 물류망 유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선사로 분류된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중동·홍해 사태, 미·중 갈등 심화 국면에서 주요 항로 유지 여부와 선복 확보 능력을 국가 차원의 리스크 관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상업 운송망이 동시에 전략 물류망으로 기능하는 구조다. 벌크선 중심의 팬오션 역시 에너지·원자재 수송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석탄·철광석·곡물 등 핵심 원자재 운송은 물론 향후 암모니아·수소 등 에너지 전환 연료 수송까지 역할이 확대되면서 단순 화물 운송을 넘어 에너지 안보 물류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다. 컨테이너와 벌크를 축으로 한 해운사의 역할 역시 상업 운송을 넘어 국가 안보와 에너지 전략을 떠받치는 구조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조선·해운·방산을 잇는 핵심 연결 고리로는 MRO와 친환경 연료선이 꼽힌다. 함정과 상선 모두 장기 운용과 가동률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유지·보수·정비 역량은 조선사의 사후 사업이 아닌 주력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선은 민간 상선과 군수 보급 체계를 동시에 포괄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는다. 연료 공급선과 보조선, 특수선의 통합 운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선·해운·방산을 하나로 묶는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재편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조선·해운·방산은 더 이상 분리된 업종이 아니라 설계·건조·운용·정비·연료 공급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이는 해양 산업 클러스터로 진화하고 있다.
2026-01-05 08: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