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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K-방산, 외교와 동맹까지 수출해야 산다
[경제일보]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는 낮은 곳에 처해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大國者下流)"고 했다. 진정한 강국은 힘만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연대를 통해 영향력을 넓혀 간다는 뜻이다. 이번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결과는 이 오래된 진리를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다시 일깨워 주었다. 세계 방산시장에서 거침없이 영토를 넓혀 오던 K-방산이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캐나다 정부가 추진한 약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주었다. 독자 설계와 건조 능력,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 철저한 납기 준수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넘지 못한 벽이 있었다. 그것은 가격도, 성능도 아닌 '나토(NATO) 동맹'이라는 국제정치의 현실이었다. 이번 결과를 단순한 수주 실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K-방산이 글로벌 초일류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값진 예방주사라 할 만하다. 방산은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산업이 아니다. 무기 거래는 군사적 상호운용성, 국가 간 신뢰, 외교 관계,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장 정치적인 국가 전략사업이다. 결국 무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안보 동반자를 선택하는 일이며, 방산 계약은 기업이 아닌 국가가 치르는 총력전이다. 캐나다의 선택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대선 이후 국제질서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고,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 속에서 나토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방위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는 캐나다로서는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협력하는 것이 안보적·외교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결코 뒤지지 않았음에도 지정학적 연대가 최종 승부를 갈랐다. 냉혹한 국제정치 앞에서는 기업의 노력과 경제적 제안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이번 수주전이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이제 K-방산은 기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외교·금융 총력전' 체제로 진화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국가정보기관, 그리고 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상외교와 국방외교를 연계하고, 정보 자산 공유와 연합훈련 확대, 군수지원 협력, 기술협력, 포괄적 안보 파트너십을 결합한 '안보 패키지'를 무기 제안서와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기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안보를 책임지는 동반자라는 신뢰를 심어줄 때 비로소 승률은 높아질 것이다. 정책금융 경쟁력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근 방산 프로젝트는 수십조 원 규모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구매국은 가격보다 장기 저리 금융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방산 특화 금융 프로그램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보유하고도 금융 지원에서 밀려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은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한계다. 동시에 전략적 외교의 지평도 넓혀야 한다. 한국은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이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누리는 상호 방위체제와 정치적 신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유럽과 북미 시장의 높은 방산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나토 표준과의 완벽한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과 연합훈련, 군수지원 협력 등을 통해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와 기여도를 꾸준히 높여야 한다. 안보 동맹의 깊이가 곧 방산 수출의 깊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不戰而屈人之兵)"라고 했다. 현대 방산시장에서도 승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에 형성된 외교와 신뢰, 동맹의 축적에서 이미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독자 잠수함 설계 능력과 첨단 무기체계를 보유한 방산 강국이다. 이번 좌절을 패배주의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의 변화다. 기술력이라는 한 축 위에 외교력과 금융, 전략적 동맹이라는 또 다른 축을 세울 때 비로소 K-방산은 지속 가능한 세계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진화시킬 때 대한민국은 무기만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 신뢰와 안보를 함께 수출하는 진정한 글로벌 방산 리더로 우뚝 설 것이다.
2026-07-07 08: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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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제5차 해외건설진흥계획 수립…기술·금융 앞세워 수주 체질 전환
[경제일보] 국토교통부가 해외건설 산업의 방향을 단순 시공 수주에서 기술·금융 기반의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한다. 선진 건설사들은 기술력과 금융 조달 능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중국·튀르키예 등 후발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해외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담은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6일 밝혔다.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은 해외건설촉진법에 따라 마련하는 법정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업계 간담회와 공공기관 협의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해외건설진흥위원회 심의로 확정됐다. 국토부가 제시한 핵심 방향은 기술력, 글로벌 금융, 지원 기반 확충이다. 해외건설을 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정부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외 인프라 펀드 확대와 기술선도 성장 기조도 반영됐다. 우선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기술을 해외 수주 모델로 연결할 계획이다. 현수교와 초고층 건축, 침매터널 등 기존 경쟁력이 확인된 분야를 바탕으로 설계·조달·시공(EPC)뿐 아니라 운영·유지관리(O&M)까지 포함한 전주기 패키지 사업 진출을 돕는다. 새로운 수주 분야도 발굴한다. 기존 시공 기술을 부유식 해상플랜트(FLNG), 데이터센터,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확장하고 철도·공항 등 한국형 인프라를 신호·통신·보안·운영시스템까지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육성한다. 한국형 도시개발 제도를 먼저 수출해 우리 기업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만들고 도시 기반시설에 AI 서비스를 결합한 ‘AI 시티’ 수출도 지원한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바이오매스 등 전략기술 기반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시장개척부터 사업화까지 단계별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사업기획과 설계·시공·운영을 총괄하는 프로젝트관리(PM) 기업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금융 지원도 확대된다. 국토부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우리 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기업매칭펀드, 해외 국부펀드·국책은행과 공동 투자하는 국가별 전략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해외건설 인프라 펀드를 조성한다. 단순 도급 수주가 아니라 사업 지분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늘리기 위한 장치다. 이와 함께 맥쿼리, 스미토모 등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개발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양질의 사업을 확보하고 다자개발은행(MDB) 협력 전담팀을 신설해 우리 기업의 MDB 사업 참여를 지원할 방침이다. KIND는 양질의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구조화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 키운다.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인재 양성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MDB 사업과 연계해 중소·중견기업의 첫 해외 진출을 돕고 인프라·금융 전문 학위과정과 PM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할 방침이다. 정상순방 등 고위급 경제외교와 연계한 ‘팀코리아’ 방식의 수주 지원도 확대한다. 이번 기본계획의 첫 실행 사례는 미국에서 구체화된다. 국토부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김이탁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한미 협력 수주지원단을 워싱턴D.C.에 파견했다. 미국 에너지부와의 장관급 면담에서 발굴한 정부 간 인프라 협력사업을 실제 수주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일정이다. 김 차관은 네바다주 리튬·붕소 플랜트 건설사업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참석해 우리 기업의 수주도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미국 에너지부의 정책금융 대출이 약정된 프로젝트로 KIND는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EPC 참여를 준비 중이다. 국토부는 이 사업을 글로벌 금융과 공동 투자하는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이어 미국 에너지부 차관과 신규 정부 간 협력사업 발굴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 암모니아 플랜트 사업과 관련해 미국 농무부 차관을 만나 협력 범위를 넓히고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와 세계은행 관계자와도 도시개발·교통·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한미 협력 수주지원단 파견은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 수립 이후 추진하는 첫 글로벌 금융 협력사업이다”라며 “양국 장관급 면담에서 다진 협력 기반을 구체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기업이 양질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며 해외건설 산업의 체질 전환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6 09: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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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생활 플랫폼으로 고객 붙잡기…결제·쿠폰·콘텐츠 속속
[경제일보] ※ 은행과 보험권에서는 새로운 상품과 이벤트가 꾸준히 나오지만 조건과 혜택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머니포켓'은 금융권에서 눈여겨볼 신상품과 이색 상품, 주요 이벤트를 짚어봅니다. 놓치기 쉬운 혜택과 유의할 점을 꼼꼼히 살펴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은행권에서 간편결제 제휴 확대와 이벤트, 금융 콘텐츠 제공 등 생활형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상품 가입이나 계좌 거래를 넘어 고객이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결제처와 쿠폰, 생활 정보를 제공하며 이용 접점을 넓혔다. 4일 업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와 함께 선보인 선불 충전형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월렛머니·포인트' 결제처를 다이소와 CU로 확대했다. 삼성월렛머니·포인트는 삼성월렛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충전·송금·결제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출시 약 7개월 만에 가입자 25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은행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와 전국 1만8000여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제휴 협약을 맺고 오프라인 결제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기존 GS25에 이어 다이소와 CU까지 결제처가 넓어지면서 소액 결제가 잦은 생활 유통 채널에서 이용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결제처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월렛머니·포인트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에서는 PG사와 협력해 네이버플러스스토어, 롯데ON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식음료, 뷰티, 문화·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전략가맹점 제휴를 넓힐 계획이다. 신협은 생활금융 플랫폼 '신협 라이프온' 회원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협 라이프온은 조회·이체 등 금융서비스와 직거래몰, 조합원 가게, 혜택·쿠폰, 기부 서비스 등을 결합한 로컬 중심 생활금융 앱이다. 신협은 이달 31일까지 '어부바 럭키 스크래치' 이벤트를 운영한다. 앱에서 스크래치 카드를 긁어 같은 그림 3개가 나오면 당첨되는 방식이다. 회원은 매일 1회 참여할 수 있고 친구에게 이벤트를 공유하면 하루 최대 1회의 추가 참여 기회를 받을 수 있다. 경품은 신세계백화점 모바일 상품권 5만원권, 올리브영 모바일 상품권 1만원권, 라이프온 꿀포인트 등으로 구성됐다. 라이프온 꿀포인트는 앱 내 직거래몰 상품 구매와 기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 제휴해 통신비 자동납부 고객 대상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달 말까지 하나은행 계좌로 SK텔레콤 통신비 자동납부를 등록하거나 변경한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하나은행 계좌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은 SK텔레콤 통신비 자동납부를 등록하고 3개월간 계좌 납부를 유지하면 BBQ 황금올리브치킨과 콜라 모바일 쿠폰을 받을 수 있다. 통신비 자동납부 이력이 없는 고객이 신규 신청하면 선착순 1만명에게 메가MGC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쿠폰이 제공된다. 토스뱅크는 금융 콘텐츠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토스뱅크 홈페이지 금융 콘텐츠 아티클의 누적 조회수는 1000만회를 돌파했다. 조회수 상위 콘텐츠에서는 청년층 정책 금융상품과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민생지원 정보가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고객들이 본인에게 해당되는 혜택과 신청 조건, 기존 상품과의 차이를 쉽게 확인하려는 수요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정보 콘텐츠도 꾸준히 조회됐다. 커버드콜, ISA 등 투자 구조와 절세 혜택을 다룬 콘텐츠가 관심을 받았다. 토스뱅크는 복잡한 정책금융과 투자 개념, 청년 자산형성 상품, 생활 속 금융 정보를 고객 눈높이에 맞춰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2026-07-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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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조 원 AI 메가프로젝트, 선언보다 실행이 국가의 운명을 가른다
[경제일보] 국가의 흥망은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을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석유가 20세기 세계 질서를 재편했다면, 21세기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기지 조성을 포함한 1600조 원 규모의 'AI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감안할 때 결코 늦지 않은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사업을 챙기며 신속한 집행을 강조한 것도 국가적 절박함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거대한 숫자가 아니다. 16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이 실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행력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국가 프로젝트를 화려하게 발표했지만, 정치 일정에 밀리고 예산 확보에 실패하거나 지역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이번 프로젝트만큼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AI와 반도체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이 아니다. 제조업은 물론 금융, 의료, 국방, 교육, 물류에 이르기까지 국가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기반이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반도체 지원 정책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으며,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AI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첨단 산업 육성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국제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머뭇거리는 순간 미래 산업의 주도권은 영원히 다른 나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방향이 옳다 해도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가 전략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먼저 검증되어야 할 것은 재원 조달 방안이다. 1600조 원이라는 규모는 정부 재정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민간 투자와 정책금융, 연기금, 해외 투자자본을 어떻게 유치하고 결합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투자 주체와 재원 조달 방식, 사업 추진 일정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장은 숫자만 거창한 계획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역시 정치적 상징성보다 경제적 실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공장을 유치했다고 첨단 산업 생태계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기반시설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며, 초순수 용수 확보는 생산라인의 생명줄과도 같다.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등 물류망은 물론 연구개발 시설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특히 전력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송전망 확충과 발전 설비 증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장만 지어 놓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용수 공급 또한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산업용수 확보 계획은 사업 초기부터 철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성공 조건은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다. 대기업 몇 곳이 공장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설계 기업, 연구기관, 대학, 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금융 지원, 인력 양성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국가 산업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있다.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성과를 과장하기 위한 정치적 홍보도 모두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여야는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재원 조달과 실행 방안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생산적 경쟁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정치에 기대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다. 국가의 미래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치밀한 계획과 흔들림 없는 추진, 그리고 초당적인 협력이 있을 때 비로소 거대한 비전은 현실이 된다. AI와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다음 50년을 책임질 산업이다. 이번 1600조 원 AI 메가프로젝트가 역사에 남을 국가 대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인지, 또 하나의 거창한 청사진으로 끝날 것인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2026-06-30 07: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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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복구·인프라 발주 기대…건설업계, 중동 대응 채비 속도
[경제일보] 중동 재건·인프라 시장을 둘러싼 국내 건설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전후 복구와 에너지·물류 인프라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 건설사가 동시에 대응에 나서는 흐름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협회는 전날 서울 협회 대회의실에서 ‘중동 인프라 협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다. 이번 협의체는 중동 지역의 전후 복구 수요와 인프라 개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해외건설협회, 중동 진출 주요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 기관과 기업들은 국가별 시장 동향과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국내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중동 국가들은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정부 간 협력과 정책금융의 역할이 큰 만큼 민간 기업 단독 대응보다 공공 지원을 결합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민간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이 먼저 전담 조직을 꾸렸다. 대우건설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를 계기로 중동 지역 재건·개발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중동재건 TF’를 구성했다. TF는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플랜트, 토목, 건축 등 각 사업본부의 해외 개발사업과 수주 영업 기능을 묶는 협의체로 운영된다. TF는 과거 진출 경험이 있는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피해 인프라 복구 수요를 살필 예정이다. 에너지 파이프라인과 정유·석유화학·가스처리시설, 전력, 항만 등 기반시설 복구가 우선 발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과 도시개발 분야에서도 전후 재건 수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사업 정보를 선제적으로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이란 시장 재진출도 주요 과제다. 과거 이란에서 인프라 공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제재 완화와 금융거래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초기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은 갖춘 셈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 해외건설협회와 협력해 중동 재건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할 경우 국내 주요 건설사 간 공동 대응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 온 전통적인 해외 수주 시장이다. 하지만 전후 재건사업은 피해 규모와 발주 재원, 제재 완화 여부, 정책금융 참여 구조가 맞아야 실제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의 대응도 단순 수주 영업보다 정부·공공기관과 함께 사업성을 검증하고 위험을 나누는 방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026-06-24 09: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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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넥슨, 2500억 '차세대 K-게임 성장 사다리' 놓는다
[경제일보] 문화체육관광부와 넥슨이 K-게임의 초기 개발부터 글로벌 지식재산(IP) 성장까지 지원하기 위한 대형 투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정책금융과 대형 게임사의 자본·전문성을 결합해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초기 게임 개발사의 성장 통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체부는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통해 게임 IP에 투자하는 1200억원 규모의 자펀드 ‘코나 글로벌 아이피 투자조합’을 결성했다고 23일 밝혔다. 출자 구조는 문체부 600억원, 넥슨 588억원, 운용사 코나벤처파트너스 12억원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번 펀드는 모태펀드 문화계정 자펀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게임기업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문화계정 자펀드가 조성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1000억원을 넘는 대형 게임 IP 펀드가 꾸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펀드의 목적은 게임산업의 ‘성장 사다리’ 구축이다. 결성 총액의 일부는 초기 게임 개발사와 유망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과 IP에는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단발성 자금 지원이 아니라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A, 이후 글로벌 확장 단계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투자 대상은 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이야기, 줄거리 IP, 융합콘텐츠 IP 등 확장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다. 단순히 게임 개발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는 IP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수 IP가 게임을 넘어 웹툰, 영상, 굿즈, 플랫폼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넥슨도 별도 투자법인 ‘넥슨파트너스’를 설립해 이번 프로그램에 힘을 보탠다. 넥슨파트너스 대표는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맡았다. 넥슨은 이번 전략펀드와 별개로 넥슨파트너스 주도의 1300억원 규모 자체 자금도 투입해 후속 성장 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투자 대상이 넥슨이 직접 퍼블리싱하는 IP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넥슨은 이번 프로그램을 한국 게임산업 전체를 위한 오픈 생태계 모델로 운영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대형사가 유망 개발사를 흡수하는 방식보다, 초기 개발사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성장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는 셈이다. 이번 펀드가 나온 배경에는 국내 게임 스타트업 투자 위축이 있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AI와 딥테크 분야로 자금이 쏠리면서 게임 초기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다. 흥행 불확실성이 크고 개발 기간이 긴 게임산업 특성상 초기 자금 공백이 길어지면 유망 팀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정헌 넥슨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국내 초기 게임 개발 시장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유망한 개발사들조차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초기 자금 공백을 해소하고 AI 전환기를 계기로 탄생할 차세대 글로벌 IP를 발굴하는 장기 생태계 투자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화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관은 “K-컬처 400조원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금융으로 콘텐츠 IP 투자 마중물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콘텐츠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K-게임의 경쟁력은 대형 게임사 몇 곳의 성과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새로운 개발팀이 등장하고 실험적인 IP가 자금을 만나고 실패를 견딜 수 있는 투자 생태계가 있어야 다음 글로벌 흥행작도 나온다. 문체부와 넥슨의 2500억원 프로그램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성패는 펀드 규모가 아니라 실제 초기 개발사에 얼마나 빠르고 과감하게 자금이 흘러가느냐에 달려 있다.
2026-06-23 10: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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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들보 역할 기업은행 65년… 자산 500조 종합금융회사로
IBK기업은행의 역사는 한국 중소기업 금융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출발점은 1961년 8월 설립된 중소기업은행이었다. 정부는 경제개발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고, 중소기업자의 자주적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법을 제정했다. 기업은행은 이 법에 따라 태어난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DNA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대기업 중심 산업화가 속도를 내던 시절, 중소기업은 담보와 신용이 약해 일반 금융회사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기업은행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본금 2억원, 31개 점포망으로 출발한 작은 국책은행은 중소기업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수출금융과 보증 연계 금융을 공급하며 한국 산업화의 밑단을 떠받쳤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길을 걸었다. 시중은행이 예대마진과 대기업 거래, 가계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생애주기를 따라 움직였다. 창업 초기 자금, 공장 증설 자금, 수출입 금융, 기술개발 자금, 위기 때의 유동성 지원까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와 함께 확장됐다. ◆중소기업 금융 DNA…산업화의 그늘을 메운 국책은행 1960~70년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 금융공급이었다.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과 기간산업에 정책자금이 집중됐지만, 산업의 저변을 이루는 중소기업에도 자금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금융기관으로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경계에서 움직였다. 수출입국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은행의 기능도 넓어졌다. 외자 업무와 외국환 업무, 수출 중소기업 지원이 강화됐다. 중소기업이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금융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수출 관련 금융과 상담 기능을 확대하며 중소기업의 국제화에도 힘을 보탰다. 1994년 증권거래소 상장은 기업은행의 체질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국책은행의 공공성을 유지하되 자본시장에서 평가받는 금융회사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를 다시 확인시켰다. 위기 때 가장 먼저 자금줄이 막히는 곳은 중소기업이었다. 기업은행은 시장이 위축될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창구로 기능했다. ◆국책은행에서 종합 금융회사로…민간 역할까지 넓힌 IBK 기업은행의 두 번째 도약은 민간 금융 기능의 확장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국책은행이지만, 오늘의 IBK는 은행 단일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저축은행, IBK자산운용, IBK벤처투자 등 계열사를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 자산관리, 연금, 벤처 생태계까지 포괄하는 금융그룹형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이 변화는 중소기업 금융의 성격이 바뀐 데서 비롯됐다. 과거 중소기업 금융은 대출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자금 △지분투자 △인수합병 자문 △수출입 금융 △환위험 관리 △퇴직연금 △디지털 결제와 데이터 기반 경영지원까지 필요로 한다. 기업은행이 민간 금융 기능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K투자증권과 IBK벤처투자는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돕는 축이다. IBK캐피탈은 설비투자와 리스, 기업금융을 보완하고 IBK연금보험과 자산운용은 중소기업 임직원과 기업주의 장기 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한다. 국책은행의 울타리 안에서 민간 금융의 도구를 넓히는 구조다. ◆순익 2조·자산 500조 돌파…숫자로 드러난 성장세 현재의 기업은행은 더 이상 소규모 정책은행이 아니다. 2025년 말 기업은행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718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2조3858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14조7000억원 늘어난 26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기준 총자산은 500조원을 넘어섰다. 자본금 2억원과 31개 점포로 출발한 중소기업 전담 은행이 60여 년 만에 500조원대 금융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 숫자는 기업은행이 단지 정책금융기관으로 남아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본업을 지키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자본시장 기능을 함께 키워온 결과다. 2026년 출발도 본업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업은행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7534억원, 별도 기준 순이익은 6663억원을 기록했다. 환율 변수와 전년 역대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순이익은 줄었지만,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64조2000억원으로 더 늘었다.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음 성장판은 혁신 중기 기업은행의 미래 성장전략은 △생산적금융 △혁신기업 투자 △디지털 중기금융 △건전성 관리로 요약된다. 핵심은 ‘IBK형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5년간 첨단·혁신산업, 창업·벤처기업, 지방 소재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300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은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과 가장 잘 맞닿아 있다.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산업과 기술, 일자리와 지역경제로 흐르게 하는 금융이다. AI, 반도체, 에너지, 소부장,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스마트제조 등 성장 산업의 중소기업은 대기업 공급망과 국가 전략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기업은행은 이 분야에서 차별적 강점을 갖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중소기업 신용정보, 업종별 경기 흐름, 현장 영업망, 정책금융 집행 경험은 일반 시중은행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자산이다. 여기에 보증기관, 정책기관, 지방자치단체, 벤처투자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면 기업은행은 단순한 대출기관을 넘어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8 07: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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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63년…서민금융 전용은행서 리딩뱅크 KB로
KB금융그룹의 역사는 한국 서민금융과 주거금융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출발점은 1963년 2월 설립된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서민의 목돈 마련과 생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태어난 은행이었다. 1967년에는 한국주택금고를 뿌리로 한 주택은행이 설립됐다. 국민은행이 서민 리테일 금융의 상징이었다면, 주택은행은 내 집 마련과 주택금융의 상징이었다. 국민은행의 DNA는 처음부터 생활금융에 가까웠다. 당시 금융의 중심이 기업대출과 정책금융에 놓여 있었다면 국민은행은 일반 국민과 가계의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역할을 맡았다. 목돈마련저축, 국민카드, 자동화기기, 온라인 시스템 등 국민 생활과 맞닿은 금융 인프라를 확장하며 서민과 자영업자, 월급생활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서민금융·주택금융 DNA…국민·주택은행 합병으로 리딩뱅크 기틀 국민은행의 성장은 한국 가계금융의 성장과 함께했다. 1994년 총수신 20조원, 1996년 총수신 30조원을 넘어섰고, 1998년에는 금융기관 최초로 총수신 5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대동은행을 자산·부채 이전 방식으로 인수했고 한국장기신용은행도 합병했다. 장기신용은행 합병은 국민은행이 리테일 은행의 틀을 넘어 기업금융과 장기금융 역량까지 넓히는 계기가 됐다. 또 하나의 축은 주택은행이었다. 주택은행은 △청약예금 △주택채권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관리 △주택 관련 금융업무 등을 통해 한국의 주거금융 체계를 떠받쳤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서로 다른 뿌리를 가졌지만 서민의 저축과 주거, 생활금융을 책임져 왔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결정적 변곡점은 2001년 국민·주택은행 합병이었다. 서민금융과 주거금융, 리테일 고객 기반과 주택금융 역량이 결합한 대전환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과 대형화 경쟁 속에서 국민은행은 장기신용은행, 대동은행, 주택은행을 품으며 단숨에 초대형 은행으로 변신했다. ◆지주사 전환과 비은행 확장…KB사태 뒤 시스템 경영 강화 KB의 2차 도약은 금융지주사 전환이었다. KB금융지주는 2008년 9월 공식 출범했다. 출범 당시 KB금융은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KB투자증권, KB생명, KB부동산신탁, KB자산운용 등을 거느린 총자산 320조원 규모의 금융지주회사였다. 은행 중심 금융회사에서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는 KB금융의 오랜 과제였다. 국민은행의 리테일 경쟁력은 압도적이었지만,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약점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KB금융은 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 캐피탈로 사업 축을 넓혔다. 2011년 KB국민카드가 분사했고 2015년 LIG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해 KB손해보험 체제를 만들었다. 2016년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 역량을 보강했다. 그러나 금융명가의 역사에 성장의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KB금융은 2014년 이른바 ‘KB사태’라는 혹독한 내홍을 겪었다.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지주와 은행 경영진, 이사회, 감사 라인이 충돌했고 금융당국 제재와 경영진 퇴진으로 이어졌다. 사태의 본질은 전산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허점이었다. 이후 KB금융은 이사회 중심 경영,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계열사 리스크 관리,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했다. ◆순익 5조 리딩금융 재확인…생산금융·AI·자산관리로 다음 성장판 현재의 KB금융은 과거의 서민 전용 은행도, 은행 단일 회사도 아니다. 2008년 지주 출범 당시 320조원 규모였던 KB금융의 총자산은 2025년 말 797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단순 비교하면 17년 만에 477조9000억원, 약 2.5배 커진 셈이다. 관리자산(AUM)까지 포함한 그룹 총자산은 1417조4000억원에 달한다. 실적의 체급도 달라졌다. KB금융은 2025년 지배기업 지분 기준 당기순이익 5조843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보다 15.1%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자이익은 13조731억원, 비이자 부문 이익은 4조8721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는 KB국민은행이 3조8620억원, KB증권이 673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26년 출발도 강하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89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수치다. 은행 이자이익과 비은행 자회사의 순수수료이익이 함께 늘었고,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43%까지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1010억원, KB증권은 3478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의 미래 성장전략은 △생산적 금융 △자산관리·비은행 강화 △인공지능(AI) 전환 △내부통제 등으로 꼽힌다. 우선 KB금융은 단순한 대출 확대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과 혁신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AI·로보틱스 등 딥테크 혁신기업 지원, 성장 인프라 펀드, 지역균형성장 SOC, 디지털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대표적이다. 자산관리도 중요하다. 고령화와 은퇴자산 시장 확대, 퇴직연금 머니무브, 글로벌 자산배분 수요 증가는 KB금융에 새로운 기회다. KB국민은행의 방대한 고객 기반과 KB증권의 투자상품·IB 역량,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의 보장성 상품, KB자산운용의 운용 역량을 결합하면 고객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복합 자산관리 모델을 만들 수 있다. AI 전환은 시대적 요구다. 금융 경쟁력은 더 이상 점포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고 정교하게 분석하는지, 모바일 앱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인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지, 상담·심사·리스크관리·자산관리 영역에 AI를 얼마나 책임 있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KB금융은 2014년 KB사태를 겪으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금융그룹의 경쟁력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보호, 건전성 관리,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강점을 ‘생활금융의 압도적 고객 기반’과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균형’에서 찾는다. KB금융 관계자는 “과거의 국민은행이 서민금융의 상징이었다면 미래의 KB금융은 국가 성장산업과 고객 자산, 디지털 금융을 연결하는 가치 금융그룹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생활 속에서 출발한 은행이 국민경제의 미래 성장판을 여는 금융그룹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8: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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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 美 공시에만 드러낸 '속내'…생산·포용금융 관치 논란
[경제일보] 주요 금융지주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기조를 경영상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공시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우려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는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공공성 요구와 정책금융 동원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신한·우리, SEC에 ‘이재명 정부 포용금융, 위험요인으로 추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2025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서 생산적·포용금융 정책을 새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현지 거래소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회사들이다. 금융지주들이 해외 사업보고서의 ‘투자 위험 요소’ 항목에 경영상 위험을 폭넓게 나열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생산적·포용금융 관련 문구가 지난해 보고서에는 없다가 올해 새로 추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B금융은 정부가 저소득층 또는 금융 취약계층 차주에 대한 은행의 우선 대출을 장려하는 포용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정책이 고객 채무불이행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사업 관행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도 유사한 취지로 포용금융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연체율과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생산적 금융을 보다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우리금융은 한국 정부가 은행들에 전략적·생산적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가계대출 중심 사업모델에서 벗어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정책 추진으로 인해 “원래대로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부문”에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고, 향후 5년간 최대 7조원 투자 계획 등으로 의도치 않은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순이자마진 압박, 대출 부실 위험 증가,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권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이 같은 내용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미국 투자자에게는 잠재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눈치를 보느라 국내에서는 말하지 못한 우려가 해외 공시의 의례적 문구 속에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부 ‘생산·포용금융’...문제는 속도와 방식 정부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이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단순한 이익 극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은행에 대해서도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조직인 만큼 상당한 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정책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위는 신년사에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산업에 투자하고, 금융산업의 생산적 금융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정책서민금융 상품 개편 △금융회사 기여 제도화 △민간금융과 정책서민금융 연계 등을 통해 포용금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정책 목표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고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일도 한국 경제의 구조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 은행이 예대마진에 안주해 왔다는 비판 역시 금융권이 외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정책 목표가 은행의 리스크 평가와 가격 결정 기능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단기간에 확대하면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략산업 투자가 정책 목표에 따라 배분될 경우 민간 금융회사의 수익성·건전성 기준과 충돌할 수 있다.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결국 주주, 예금자, 금융소비자,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관치금융 논란은 여기서 비롯된다. 정부가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과 금융회사에 특정 대출·투자 방향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금융 공공성 강조는 금융의 사회적 환기하는 일이다. 그러나 특정 대출이나 투자 방향 설정은 신용 배분의 정치화로 흐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권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겉으로는 상생과 포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악화, 자산건전성 부담, 주주가치 훼손, 책임 소재 불명확이라는 문제가 쌓일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권의 긴장감은 인터넷은행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신용평가체계 개편,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 점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평균 대출잔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데 향후 목표 비율 상향이나 신용평가모형 외부 검증 강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융권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더 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는 정책금융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건전성까지 흔들린다면 결국 대출 여력 축소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부채, 자영업자 연체,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동시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책 압박이 과도해지면 은행의 방어적 영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 금융에 공공역할만 요구...손실 책임 시장에 맡겨선 안돼"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생산적·포용금융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세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위험을 부담하고 손실이 나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학회장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목적의 대출과 투자가 필요하다면 정부 보증, 정책금융기관의 위험 분담, 세제 지원, 자본규제 조정 등 정교한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민간 금융회사에 공공 역할만 요구하고 손실 책임은 시장에 맡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은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하는 산업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일부다. 그래서 정부의 감독은 필수다. 그러나 감독이 지시가 되고, 지시가 대출과 투자 배분의 기준이 되면 금융의 가격 기능은 약해진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면 자본은 필요한 곳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요구되는 곳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권에선 이번 해외 공시 논란은 금융지주들이 정부 정책에 공개 반기를 들었다기 보단 정책금융 확대에 따른 잠재 비용을 투자자에게 알린 사건에 가깝다는 평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명한 신호가 담겨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기조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부담이 건전성 악화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을 동원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책임 구조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은행도 공공성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 역시 시장의 위험 평가 기능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이 성공하려면 관치의 속도전이 아니라 시장과 정부의 위험 분담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6-05-14 1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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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AI 고속도로' 시동…삼성SDS 컨소시엄, 국가AI센터 구축 착수
[경제일보] 정부와 삼성SDS 컨소시엄이 총 4000억원 규모의 초기 자본을 투입해 국가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인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AI 고속도로' 전략의 핵심 인프라 구축이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의 민간 참여자로 삼성SDS 컨소시엄을 최종 확정하고 실시협약과 주주간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정부의 마중물 투자와 민간 자본을 결합한 민관 합작 방식으로 추진되며 향후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로 확대될 예정이다. 삼성SD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KT, 카카오, 삼성전자, 삼성물산, 클러쉬, 전라남도,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등 국내 주요 IT·건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AI 컴퓨팅센터를 구축·운영하는 구조다. 이번 사업은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국가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최근 글로벌 AI 경쟁이 대규모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으로 확대되자 기업·대학·연구기관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AI 연산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수만장 규모 GPU를 확보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GPU 자원에 의존해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데이터와 알고리즘뿐 아니라 AI 컴퓨팅 인프라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보고 대규모 공공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9월 공모 시작 당시 삼성SDS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기술·정책 평가와 금융 심사를 거쳐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최근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SPC 출자가 승인되면서 사업 추진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출자를 통해 공공 부문 1160억원과 민간 부문 2840억원 등 총 4000억원 규모 초기 자본금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1200억원을 출자해 SPC 지분 30%를 확보했으며 정부 등 공공 부문은 29% 지분으로 2대 주주에 올랐다. 과기정통부와 삼성SDS 컨소시엄은 올해 2분기 내 SPC 설립을 완료하고 3분기 중 센터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후 SPC를 중심으로 정책금융과 민간 자금 등을 추가 조달해 총 2조5000억원 규모 투자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에 구축될 예정이며 오는 2028년까지 첨단 AI 반도체 1만5000장 규모의 연산 인프라 확보를 목표로 한다. 완공 이후에는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세계적 수준의 고성능 AI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정부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학계·연구계 등에 AI 연산 자원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기술 컨설팅과 사업화, 글로벌 진출 지원까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AI 인프라 접근성이 낮았던 국내 중소 AI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연구개발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육성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센터 내에서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국산 AI 반도체의 설계와 검증, 상용 서비스 적용 등을 지원하는 전주기 테스트 환경도 구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외 GPU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국내 AI 반도체 산업 경쟁력도 함께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도약' 전략과 AI 고속도로 구축 정책의 핵심 시설로 평가된다. 대규모 연산 자원을 기반으로 AI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국내 AI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최동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은 "인공지능 고속도로의 핵심 기반 시설(인프라)이자 인공지능 생태계 성장의 이음터(플랫폼)인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오는 2028년 이내에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삼성SDS, 관계 기관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신속한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11 17: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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