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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쓰임 넓힌 50년…에너지·화학기업 변신 앞둔 S-OIL 성장공식
[경제일보]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이 정유회사에 기대한 역할은 분명했다.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와 경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S-OIL은 달랐다. 1976년 창립 이후 S-OIL은 원유를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자원으로 바라봤다. 윤활기유를 생산했고, 고도화 설비를 도입했고,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넓혔다. 최근에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의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정유 중심 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S-OIL이 바꾼 것은 원유가 아니었다. 같은 원유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연료에서 윤활기유로, 정유에서 화학으로 원유의 쓰임을 끊임없이 넓혀온 것이 오늘의 S-OIL을 만든 성장 DNA다. 산업화 시대 '좋은 기름' 뒤에 숨겨진 전략 1970~1980년대 한국 경제는 산업화와 자동차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됐다. 당시 대부분 정유사는 휘발유와 경유 공급 확대에 집중했다. 설립 초기부터 고급 윤활기유 생산에 투자하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했다. 현재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그룹Ⅰ·Ⅱ·Ⅲ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윤활기유는 자동차 엔진오일과 산업용 윤활유의 핵심 원료다. 휘발유처럼 한 번 소비되는 연료가 아니라 자동차와 선박, 산업설비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좋은 기름'이라는 브랜드 역시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품질 경쟁력에서 출발했다. S-OIL은 원유를 태워 소비하는 연료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제품으로 확장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유회사였지만 연료만 만드는 회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원유 한 방울이라도 더 가치 있게 정유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 원유 가격은 정유사가 결정할 수 없다. 결국 경쟁력은 같은 원유에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S-OIL은 그 해답을 설비 투자에서 찾았다. 1996년 경쟁사보다 앞서 벙커C크래킹센터(BCC)를 도입했다. 값싼 중질유를 휘발유와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바꾸는 시설이다. 당시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대규모 투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어 2018년에는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을 완공했다. 기존에는 연료로 활용하거나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던 잔사유를 프로필렌과 프로필렌옥사이드(PO),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환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BCC와 RUC·ODC는 서로 다른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방향은 하나였다. 원유를 더 많이 정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유 한 배럴에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S-OIL은 사업을 계속 바꿔온 회사가 아니었다. 같은 원유를 활용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온 회사였다. 정유에서 화학으로…샤힌은 50년 전략의 귀결 S-OIL은 1991년 BTX 생산시설을 상업 가동하며 석유화학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파라자일렌(PX), 벤젠, 프로필렌 등 방향족과 올레핀 계열 제품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했고, 제2의 아로마틱 콤플렉스와 RUC·ODC를 거치며 정유와 화학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했다. 본질은 같다. 연료로 소비되던 원유를 화학 원료로 전환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그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가 샤힌이다.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핵심은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180만톤 스팀크래커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술이다. TC2C는 기존처럼 원유를 나프타로 만든 뒤 다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유를 직접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차세대 공정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S-OIL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은 현재 물량 기준 12%에서 25%로 확대된다. 정유 중심 사업구조에서 화학 비중을 대폭 늘리는 전환점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도 단순히 생산량 확대가 아니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 50년…'원유의 쓰임'은 계속 넓어진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S-OIL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한 설비 증설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AI 기반 생산혁신이라는 새로운 산업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다. S-OIL은 AI를 활용한 공정 최적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탄소 저감과 친환경 공정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비전 2035를 통해서는 '가장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며 신뢰받는 에너지·화학 기업'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혁신 DNA는 특정 사업 하나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회사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경쟁력이며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공통된 핵심 가치"라며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석유화학 제품 비중은 물량 기준 기존 12%에서 25%로 확대된다"고 했다. 이어 "샤힌 프로젝트의 차별화 포인트는 TC2C 신기술과 연산 180만톤 규모의 세계 최대 스팀크래커를 기반으로 한 원가 경쟁력"이라며 "에너지 전환에 대응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탄소 저감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AI 혁신으로 전 사업 영역의 운영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0년 동안 S-OIL은 새로운 사업을 찾아다닌 기업이라기보다 원유의 활용 범위를 끊임없이 넓혀온 기업에 가까웠다. 연료에서 윤활기유로, 정유에서 화학으로, 그리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이어지는 변화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결국 S-OIL은 원유를 더 많이 확보한 역사가 아니라 같은 원유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온 역사였다. 또한 샤힌 프로젝트는 지난 50년 동안 이어져 온 그 성장 공식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투자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7 10: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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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톤 에틸렌이 온다…한국 석유화학 재편의 'X 변수'
[경제일보] S-OIL의 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Shaheen Project)'가 막바지 공정에 들어갔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던 정유사가 석유화학 원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2022년 11월 이사회에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석유화학 2단계 확장 사업이다. 총 투자비는 9조2580억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대 규모다. 완공 시 에틸렌 연산 180만톤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 기존 전체 에틸렌 생산량 176만톤을 웃도는 규모다. 4월 말 기준 EPC(설계·조달·시공) 공정률은 96.9%로, 6월 말 기계적 완공 이후 올해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다.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원천 기술로,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 기존 설비 대비 원료 수율이 3~4배 높고, 에너지 강도 지수 기준 업계 상위 25%(1분위) 수준으로 설계됐다. 파일럿 플랜트 단계부터 수년간 검증을 거쳤으며, 샤힌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 상업 적용 사례가 된다. S-OIL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정유업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정제마진 변동성이 크고, 전기차 확산으로 장기적인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조3546억원에서 2024년 4222억원, 2025년 2356억원으로 2년 만에 82% 줄었다. S-OIL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고 했다. 원가 경쟁력 앞세운 포트폴리오 전환 샤힌 완공 시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S-OIL은 "'정유사에서 화학사로의 전환'이 아닌 '정유에서 화학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원가 경쟁력의 핵심은 TC2C와 수직계열화 구조다. 기존 정유시설의 부생가스·중질유 등 저부가가치 원료를 공정에 투입하고, 아람코와의 원유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나프타 외부 구매 의존도를 줄인다. 연간 생산 에틸렌 180만톤 가운데 132만톤은 자체 폴리머 설비에서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HDPE 44만톤)으로 가공된다. 잔여 약 58만톤과 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기초유분은 울산·온산 산단 내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세계 첫 상업 적용에 따른 기술 리스크에 대해 S-OIL 관계자는 "FEED(기본설계)·EPC 단계를 통해 충분한 검증을 마쳤고, 수십 년간 축적한 플랜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 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미·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아시아 NCC(납사분해설비) 업체들의 가동률이 최대 20~3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S-OIL은 아람코 계열사 지위를 활용해 정유설비 가동률 90% 수준을 유지했고,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2311억원으로 반등했다. 경쟁사들이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샤힌 프로젝트의 초기 시장 진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공급 과잉·재무 부담은 변수 가장 큰 변수는 업황이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설비 감축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대산·울산 산단에서는 기업 간 설비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산 180만톤 신규 설비 진입은 부담 요인이다. 잔여 에틸렌 58만톤의 외부 공급을 두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등과의 공급 경쟁도 불가피하다. 재무 부담도 누적됐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8.7%에서 2025년 말 198.8%로 단계적으로 올랐고, 2026년 1분기 말에는 201.7%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6조660억원, 총차입금은 7조5353억원에 달한다. 아람코가 대여금 6억달러·한도대출 5억38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3년 산업시설자금대출 1조원, 2025년 샤힌 관련 회사채 6800억원도 조달했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수익을 내야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 S-OIL 관계자는 "시황의 부침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수십 년을 내다본 투자인 만큼 TC2C 기반 원가 경쟁력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샤힌은 2010년대부터 검토해온 투자로, 글로벌 최신 설비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울산 지역은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구조조정 논의가 더디다"며 "S-OIL 입장에서는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신규 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26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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