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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UAE, 원유 공급망 협약…호르무즈 리스크 대응 넓힌다
[경제일보]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안정적 원유 공급, 비상 상황 대응, 공동 비축 등을 포괄한 협약을 맺고 에너지 안보 협력 범위를 산업·인공지능(AI) 분야로 넓히는 흐름이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전 방한 중인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최고경영자와 면담하고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화와 산업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원유 공급망 관련 ‘산업부-ADNOC 전략적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 비상 공급 상황 대응, 공동 비축 등이 포함됐다. 이번 협약은 한-UAE 에너지 협력의 성격이 단순 구매·판매 관계에서 안보형 공급망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우리 정상의 UAE 국빈 방문과 올해 3월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의 UAE 방문, 6월 김 장관의 UAE 방문 등을 계기로 원유·나프타 등 핵심자원과 원전, 에너지 인프라, 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알 자베르 장관의 방한은 그간 추진해온 협력 의제를 점검하고 후속 논의를 구체화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배경에는 중동 항로 불안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흐름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류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이 해협의 통항 불안이 곧바로 원유 조달 비용과 정유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중동 정세가 유동적으로 전개되면서 안정적인 원유 공급 체계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협약은 특정 위기 상황에 대한 단기 대응을 넘어 주요 산유국인 UAE와 평시 공급 협력과 비상시 대응 체계를 함께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원유 도입선과 비축 체계를 다층화해 에너지 안보의 완충 장치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양측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AI 전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김 장관은 울산·미포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AI 전환 프로젝트와 국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AI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ADNOC이 원유 관련 전 사업 영역에서 추진 중인 AI 적용 전략과 한국의 제조·산업 AI 전환 정책인 M.AX의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실질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하자고 제안했다. 에너지 인프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 우회 원유·가스 저장 및 운송 설비 확충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EPC 수주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UAE 측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저장시설, 운송 인프라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국내 기업들에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장을 넓힐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중동 정세가 변화의 국면에 들어서고 있으나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성 확보는 여전히 우리 경제 안보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UAE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핵심자원 공급망을 넘어 AI 등 첨단산업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모색함으로써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UAE 협력은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한 에너지 안보 장치이면서 동시에 한국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산업 AI 기업의 중동 진출 통로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협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동 비축 물량, 비상시 공급 방식,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 범위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이어지는지다.
2026-07-08 17: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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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쓰임 넓힌 50년…에너지·화학기업 변신 앞둔 S-OIL 성장공식
[경제일보]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이 정유회사에 기대한 역할은 분명했다.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와 경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S-OIL은 달랐다. 1976년 창립 이후 S-OIL은 원유를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자원으로 바라봤다. 윤활기유를 생산했고, 고도화 설비를 도입했고,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넓혔다. 최근에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의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정유 중심 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S-OIL이 바꾼 것은 원유가 아니었다. 같은 원유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연료에서 윤활기유로, 정유에서 화학으로 원유의 쓰임을 끊임없이 넓혀온 것이 오늘의 S-OIL을 만든 성장 DNA다. 산업화 시대 '좋은 기름' 뒤에 숨겨진 전략 1970~1980년대 한국 경제는 산업화와 자동차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됐다. 당시 대부분 정유사는 휘발유와 경유 공급 확대에 집중했다. 설립 초기부터 고급 윤활기유 생산에 투자하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했다. 현재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그룹Ⅰ·Ⅱ·Ⅲ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윤활기유는 자동차 엔진오일과 산업용 윤활유의 핵심 원료다. 휘발유처럼 한 번 소비되는 연료가 아니라 자동차와 선박, 산업설비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좋은 기름'이라는 브랜드 역시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품질 경쟁력에서 출발했다. S-OIL은 원유를 태워 소비하는 연료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제품으로 확장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유회사였지만 연료만 만드는 회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원유 한 방울이라도 더 가치 있게 정유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 원유 가격은 정유사가 결정할 수 없다. 결국 경쟁력은 같은 원유에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S-OIL은 그 해답을 설비 투자에서 찾았다. 1996년 경쟁사보다 앞서 벙커C크래킹센터(BCC)를 도입했다. 값싼 중질유를 휘발유와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바꾸는 시설이다. 당시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대규모 투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어 2018년에는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을 완공했다. 기존에는 연료로 활용하거나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던 잔사유를 프로필렌과 프로필렌옥사이드(PO),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환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BCC와 RUC·ODC는 서로 다른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방향은 하나였다. 원유를 더 많이 정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유 한 배럴에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S-OIL은 사업을 계속 바꿔온 회사가 아니었다. 같은 원유를 활용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온 회사였다. 정유에서 화학으로…샤힌은 50년 전략의 귀결 S-OIL은 1991년 BTX 생산시설을 상업 가동하며 석유화학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파라자일렌(PX), 벤젠, 프로필렌 등 방향족과 올레핀 계열 제품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했고, 제2의 아로마틱 콤플렉스와 RUC·ODC를 거치며 정유와 화학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했다. 본질은 같다. 연료로 소비되던 원유를 화학 원료로 전환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그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가 샤힌이다.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핵심은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180만톤 스팀크래커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기술이다. TC2C는 기존처럼 원유를 나프타로 만든 뒤 다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유를 직접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차세대 공정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S-OIL의 석유화학 제품 비중은 현재 물량 기준 12%에서 25%로 확대된다. 정유 중심 사업구조에서 화학 비중을 대폭 늘리는 전환점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도 단순히 생산량 확대가 아니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 50년…'원유의 쓰임'은 계속 넓어진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S-OIL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한 설비 증설이 아니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AI 기반 생산혁신이라는 새로운 산업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다. S-OIL은 AI를 활용한 공정 최적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탄소 저감과 친환경 공정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비전 2035를 통해서는 '가장 경쟁력 있고 혁신적이며 신뢰받는 에너지·화학 기업'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혁신 DNA는 특정 사업 하나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회사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경쟁력이며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공통된 핵심 가치"라며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석유화학 제품 비중은 물량 기준 기존 12%에서 25%로 확대된다"고 했다. 이어 "샤힌 프로젝트의 차별화 포인트는 TC2C 신기술과 연산 180만톤 규모의 세계 최대 스팀크래커를 기반으로 한 원가 경쟁력"이라며 "에너지 전환에 대응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탄소 저감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AI 혁신으로 전 사업 영역의 운영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0년 동안 S-OIL은 새로운 사업을 찾아다닌 기업이라기보다 원유의 활용 범위를 끊임없이 넓혀온 기업에 가까웠다. 연료에서 윤활기유로, 정유에서 화학으로, 그리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이어지는 변화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결국 S-OIL은 원유를 더 많이 확보한 역사가 아니라 같은 원유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온 역사였다. 또한 샤힌 프로젝트는 지난 50년 동안 이어져 온 그 성장 공식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투자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7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7 10: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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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발전의 GS, AI 전력사업자로 변신한다
[경제일보] 정유와 발전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GS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 인프라 사업자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정보기술(IT) 시설이 아닌 전력 조달과 냉각, 부지, 전력망이 결합된 에너지 산업으로 보고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AI 시대에는 반도체만큼이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GS의 행보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 피지컬 AI와 함께 핵심 축으로 제시하고 SK,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1단계로 총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GS는 강원 동해에서 2.4GW 규모 사업을 추진한다. 향후 확장 계획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18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GS가 추진하는 2.4GW급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기준 아시아 최대 규모로 거론된다. 투자 규모도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성능 서버가 대규모로 들어서는 만큼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각 설비 역시 막대한 전기를 사용한다. 결국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은 서버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GS가 이번 사업의 주체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전소를 운영하며 축적한 전력 공급 역량과 산업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AI 산업 인프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GS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GS는 발전 자산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충남 당진에는 GS EPS의 LNG복합화력 발전소가, 강원 동해에는 GS동해전력의 발전 자산이 자리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장거리 송전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AI 시대에는 발전소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을 넘어 첨단산업을 끌어들이는 핵심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 대상지가 동해로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해는 GS동해전력의 발전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항만과 산업단지 등 기존 산업 인프라도 갖추고 있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로 평가된다.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전력을 어디서 생산하느냐보다 어디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입지 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GS의 또 다른 강점은 냉각 기술이다. GS칼텍스는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사업에 진출했다. 액침냉각은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AI 서버처럼 발열이 큰 환경에서 기존 공랭식보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GS칼텍스는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실증을 진행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GS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기존 사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GS 관계자는 "정부 메가프로젝트에서 GS는 동해 2.4GW 계획으로 발표됐다"며 "기존 역량을 활용해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해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업 구조는 아직 초기 단계다. GS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가 가진 역량들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역할이 나눠진 것은 아니다"라며 "전력 조달 방식도 정해진 바 없고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액침냉각유 사업과의 연계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 사업 계획은 향후 단계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GS가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아니라 그룹이 보유한 발전과 에너지 역량을 AI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정부와의 협의가 진행되면서 전력 공급 방식과 계열사별 역할도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송전망과 변전설비, 계통 안정성 확보는 별개의 문제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 인허가와 지역 수용성도 중요한 변수다.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용수 사용량이 큰 반면 고용 효과는 제조업보다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사회와의 협의, 환경 영향 최소화, 지역 경제 기여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탄소배출 부담도 해결 과제다. LNG복합발전은 석탄보다 친환경적이지만 무탄소 전원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조달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활용한 전력 공급 전략도 요구된다. AI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을 좌우할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AI 기업 확보 역시 향후 사업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결국 GS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에너지 기업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에는 정유와 발전이 핵심 사업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력 생산을 넘어 전력과 냉각, 부지, 인프라를 통합 제공하는 AI 전력사업자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반도체 공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산업 경쟁력이 되고 있다. GS가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유와 발전으로 성장한 GS가 AI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26-07-02 09: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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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을 겨눈 하청 파업…플랜트 현장서 시작된 노란봉투법의 첫 충돌
[경제일보] 정유공장과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발전소, 반도체 플랜트 현장에서 배관·용접·전기 공정을 맡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예고했다. 임금을 지급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발주와 공정, 안전관리의 큰 틀을 쥔 원청기업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8월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79.2%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달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춘 상경투쟁을 거쳐 8월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포스코·에쓰오일·고려아연·SK에너지 등 발주사와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등 종합건설사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근로조건은 하청업체만의 판단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며,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원청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까닭은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때문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시간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넓어졌다. 그동안 플랜트 현장에서는 원청이 안전 기준과 공정, 출입 절차, 작업 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임금과 고용은 하청업체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직접 교섭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노란봉투법은 이 분리를 다시 따져 보겠다는 법이다. 원청이 실제로 통제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문제에 관해서는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도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이 있다는 취지다. 다만 SK에코플랜트 사건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어느 노동조합과 어떤 단위로 교섭할지는 별도 쟁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현장의 갈등은 더 복잡해진다. 사용자성 인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법도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한다. 현장 안전수칙, 작업 허가, 공정 변경, 인력 투입 기준처럼 원청의 권한이 뚜렷한 사안과 개별 하청업체의 임금 체계, 인사권, 고용계약을 어디까지 나눌지가 첫 교섭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업의 적법성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쟁의행위 절차의 한 단계일 뿐이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고, 교섭을 거부하는 원청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질 경우 원청별 사용자성, 교섭 요구의 범위, 조정 절차 준수, 쟁의행위 대상이 된 요구사항을 놓고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플랜트노조가 안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조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플랜트산업 10대 원청사 현장에서 최소 7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원청에 법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수치는 노조 집계이지만, 플랜트 현장에서 안전 책임이 하청업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플랜트 공사는 여러 공종이 맞물려 돌아간다. 배관 작업이 늦어지면 용접과 검사, 시운전 일정도 함께 밀릴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정기 보수나 증설 공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처럼 공정 간 연결이 촘촘한 현장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다만 총파업 예고만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파업 참여 규모, 대상 공종, 해당 현장이 신설 공사인지 정기 보수인지에 따라 실제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건설업계는 원청의 법정 안전관리 의무를 곧바로 사용자성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원청이 노조와 교섭해 추가 비용이나 작업 방식 변경을 수용할 경우 그 부담이 전문건설업체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청과 노조가 합의한 내용이 실제 고용주인 하청업체의 계약·인사 운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주장은 원청이 교섭에서 빠져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원청의 지시와 공정 압박, 계약 단가가 하청 노동자의 작업 여건에 영향을 준다면 그 책임을 하청업체에만 남겨두기도 어렵다. 반대로 원청이 모든 하청 노동자의 임금·인사 문제까지 떠안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현장 운영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안전과 공정, 임금과 고용, 비용 부담을 각 사안별로 가르는 교섭 틀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의 성패는 파업 규모보다 첫 교섭의 내용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안전·공정 의제와 하청업체가 맡아야 할 고용·임금 의제를 구분하지 못하면, 교섭은 시작부터 책임 떠넘기기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 실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안전과 작업 여건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다단계 하도급 아래 가려져 있던 책임의 빈틈을 줄일 계기가 될 수 있다. 플랜트노조의 8월 파업 예고는 노란봉투법이 조문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현장으로 들어온 첫 장면이다. 원청과 하청, 발주사와 시공사, 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체가 어느 선까지 책임을 나눌지에 따라 정유·석유화학·제철·반도체 건설 현장의 노사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섭 자체를 미루는 일도, 원청 책임을 무한정 넓히는 일도 아니다. 각 현장에서 누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부터 따져, 책임과 비용이 맞물린 협상 틀을 만드는 일이다.
2026-07-01 16: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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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열렸지만…변함없는 기름값, 언제쯤 내려갈까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면서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안정되고 있다. 한국 선박들도 순차적으로 해협을 빠져나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하는 국내 기름값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이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정상화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3.14달러로 전쟁 직전인 72.48달러(25일 오전 8시 기준) 수준을 사실상 회복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9.92달러를 나타내며 70달러선 아래로 내려갔다. 두바이유는 67.29달러를 기록해 오히려 전쟁 전보다 낮아졌다. 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오전 8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6.4원,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1997.7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이후 석 달째 리터당 2000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국내 주유소 가격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반영 시차다. 통상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분이 정유사 출고가격에 반영되고, 다시 주유소 판매가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2~3주가량 걸린다. 다만 현재 국내 가격 흐름은 평시와 다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어 정유사 출고가격이 국제 제품가격 흐름보다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에 맞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국내 가격 흐름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현재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수준이다. 당초 최고가격제는 국내 유가 급등을 막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온 지금은 소비자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최고가격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국제유가 하락 흐름을 반영해 최고가격 하향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점도 변수다. 한국 선박들의 통항은 재개됐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수백 척의 선박이 해협 안팎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이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통항 재개가 시장 심리에는 긍정적 신호지만 실제 원유 수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통항 재개는 시장에 좋은 신호인 것은 맞지만 가격에는 기대 심리가 먼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원유 공급과 수요, 선박 보험, 거래 절차까지 정상화되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평시에는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 변동분이 정유사 출고가와 주유소 판매가격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국내 판매가격까지 약 2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며 "다만 현재 국내 가격은 정유사들이 국제 제품가격 변동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라기보다 정부 최고가격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내 기름값 안정의 관건은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가 실제 원유 공급 회복으로 이어지는 속도와 정부의 최고가격제 조정 방향이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더라도 기존 재고와 가격 반영 시차, 환율, 선박 보험료, 운임 부담 등이 남아 있는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안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6-06-2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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