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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파괴적 혁신과 극기(克己)의 리더십
[경제일보] 현대 산업 지형에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만큼 극단적인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존재는 드물다. 누군가는 그를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 추앙하고, 누군가는 위태로운 도박사라 평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바꾸고 인류의 시선을 지구 너머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그의 경영은 상품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불가능이라는 관념을 무너뜨리는 하나의 전쟁에 가깝다. 이 전쟁의 출발점에는 의외로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놓여 있다. 머스크는 이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성장했다. 외형적 조건만 보면 불안정한 환경이었으나, 그 안에는 철저한 자기 통제와 학습, 그리고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안락함보다 자립을, 의존보다 책임을 가르쳤다. 그 결과 세 남매는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가, 투자자, 창작자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외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실행으로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경영자의 뿌리는 종종 시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형성된다. 조직을 이끄는 힘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길러냈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양 최고의 군사 전략서인 손자병법은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겨 놓은 뒤에 싸운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바로 그 원리를 현실에서 구현했다. 전기차가 조롱받던 시절, 그는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저장, 소비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먼저 설계했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계열화한 구조는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승리의 조건’을 미리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는 전쟁에 나가기 전에 이미 전장을 재편했다. 또한 손자는 “병귀신속(兵貴神速)”이라 했다. 전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속도다. 테슬라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속도는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실행의 속도다. 여기서 머스크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는 관리자가 아니라 해결사다. 조직이 막힐 때, 회의를 늘리고 책임을 분산하는 대신 스스로 문제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생산이 지연되면 공장 바닥에서 직접 공정을 점검하고, 기술이 막히면 엔지니어들과 밤을 새워 해결책을 찾는다. 그의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개입이며, 통제가 아니라 돌파다. 현대 기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문제를 구조로 숨기는 것이다. 보고 체계와 승인 절차 속에서 문제는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된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 반대의 길을 택한다.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해결을 조직의 최우선 과제로 만든다. 리더가 해결사가 될 때 조직은 멈추지 않는다. 리더가 관망자가 되는 순간 조직은 정체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 그의 집요함은 유교 경전 중용이 말하는 “지성무식(至誠無息)”과 맞닿아 있다.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산 직전의 공장에서 잠을 청하며 문제를 해결하던 그의 모습은 단순한 근면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사명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극기의 의지였다. 그 멈추지 않는 정성이 기가팩토리라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의 화엄경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제1원리 사고’를 통해 산업의 전제를 해체했다. 배터리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원자재 단위에서 다시 계산했다. 한계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 속에 있었다. 그는 그 틀을 부수는 데서 출발했다. 성경 히브리서는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머스크의 경영에서 이 믿음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힘이다. 화성 이주와 자율주행이라는 비전은 허상이 아니라, 확신이 만들어낸 실체였다. 시장과 자본은 결국 확신의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도덕경은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라 경계한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독단은 때로 이 경계를 넘나든다. 위대한 혁신가의 빛이 강렬할수록, 그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법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경영 현장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승리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있는가. 우리는 문제 앞에서 멈추는가, 아니면 그 문제를 돌파하는가. 길이 없으면 찾아야 하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출발점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 길러진 자립의 정신,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의 결단이 조직의 운명을 가른다. 승리는 시장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가정에서 길러지고 현장에서 완성된다.
2026-04-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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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으로 채우고 깎아냄으로 완성하다, 단순함이 만든 길
[경제일보] 세상은 늘 더 많은 기능과 더 화려한 사양, 더 복잡한 제원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의 손이 향한 것은 뜻밖에도 덜어낸 물건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애플의 유산은 전자기기의 범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애플은 무엇을 더 얹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걷어낼 것인가를 먼저 묻는 회사였다. 성장의 역사이면서도 비움의 역사였다는 뜻이다. 금강경에는 “凡所有相 皆是虛妄(범소유상 개시허망)”이라는 구절이 있다.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끝내 붙들 수 없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통찰을 경영의 언어로 옮겨놓은 인물에 가까웠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식과 기능의 과잉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사용자의 손끝에 남는 감각과 화면의 흐름에 더 큰 공을 들였다. 아이폰에서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조작의 대부분을 화면 안으로 밀어 넣은 선택은 디자인 변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제품을 대하는 습관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 감각은 제품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동양 사상과 선에 끌렸던 스티브 잡스는 인도 여행을 거치며 절제와 비움의 가치를 깊이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애플의 단순함은 우연히 얻어낸 외양이 아니었다. 오래 붙든 생각이 물건의 얼굴로 옮겨간 결과에 가까웠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지금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덜어내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결단이다.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끝내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少則得 多則惑(소즉득 다즉혹)”이라 했다. 적으면 얻고 많으면 오히려 흔들린다는 뜻이다. 애플은 이 원리를 집요하게 밀고 나갔다. 기능을 줄이고 제품군을 좁히며 선택지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많은 기업이 복잡함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때 애플은 이해하기 쉬운 것을 힘으로 바꿨다. 소비자는 더 빨리 알아보고 더 깊이 몰입했다. 덜어냄이 몰입을 낳는다는 사실을 애플은 시장에서 보여줬다. 도덕경의 또 다른 구절인 “爲學日益 爲道日損(위학일익 위도일손)”도 떠오른다. 배움은 날마다 더하는 일이지만 길을 따르는 일은 날마다 덜어내는 일이라는 뜻이다. 경쟁사들이 기능을 덧붙이는 데 몰두할 때 애플은 불필요한 것을 지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 차이가 결국 질적 도약으로 이어졌다. 경영은 쌓아 올리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을 보태느냐보다 무엇을 걷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애플은 그 점을 남들보다 일찍 알아챈 기업이었다. 주역이 말하는 “簡易(간이)”의 정신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세상의 변화는 복잡해 보여도 바닥에는 단순한 이치가 흐른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의 제품은 겉으로 보면 담백하고 절제돼 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기술이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다만 사용자가 그 복잡함을 감당하게 하지 않는다. 어려운 것은 안쪽으로 밀어 넣고, 사람 앞에는 쉬운 얼굴만 남긴다. 기술이 높은 수준에 이를수록 오히려 더 말이 적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애플은 일찍 간파했다. 성경도 다른 언어로 비슷한 가르침을 전한다. 마태복음은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마 6:22)라고 말한다. 여기서 성하다는 말은 하나에 모인 상태를 뜻한다. 애플은 수많은 가능성을 한꺼번에 움켜쥐려 하지 않았다. 남길 수 있는 한 길을 정하면 거기에 역량을 모았다. 그 집중이 제품의 선명함을 만들었고 조직의 방향도 흔들림 없이 붙들어주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 7:13)는 구절 역시 애플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기업이 개방과 확장을 앞세울 때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iOS로 이어지는 통합 체계는 한때 답답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 선택은 애플만의 질서를 세우는 토대가 됐다. 넓은 길이 언제나 멀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장이 보여준 셈이다. 반야심경의 “空卽是色 色卽是空(공즉시색 색즉시공)”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빈다고 해서 허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모습에 가까워진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애플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이 역설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사례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형태는 빈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담아냈다. 비워냈기 때문에 넓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기술은 사람을 압도할 때보다 사람 곁으로 내려올 때 오래 남는다. 손에 닿는 감각, 눈에 들어오는 질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흐름은 대개 그런 자리에서 나온다. 바깥을 덧칠하기보다 안쪽을 맑게 다듬고, 이미 사람 안에 들어 있는 감각을 믿는 태도는 애플의 여러 선택에 밑바탕처럼 깔려 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은 기술을 인간 위에 올려놓지 않고 인간의 직관 가까이로 끌어온 데서 힘을 얻었다. 스티브 잡스는 생의 마지막까지 “Stay hungry, stay foolish”를 말했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스스로를 비워두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도덕경의 “知止不殆(지지불태)”와도 통한다.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가르침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 번 이룬 성과에 머무르지 않았다. 아이팟에서 아이폰으로, 다시 아이패드로 나아갔다. 이전의 성공을 붙들고 있었다면 쉽지 않았을 선택이다. 오늘의 기업과 정책은 여전히 더하기에 익숙하다. 기능을 늘리고 조직을 키우며 복잡한 체계를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러나 위기의 시기일수록 필요한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가까울 때가 많다. 무엇을 더 넣을지보다 무엇을 걷어낼지 정하는 일이 더 절실해진다. 불필요한 것을 오래 붙들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판단은 늦어진다. 결국 경영의 핵심은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힘을 모으며 무엇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오래된 경전들은 저마다 다른 말로 그 점을 일러왔다. 스티브 잡스는 그것을 현대 산업의 언어로 다시 보여줬다. 단순함은 보기 좋은 형식이 아니라 끝내 붙들어야 할 태도에 가깝다. 겉을 덜어내 안을 살리고, 많은 길 대신 한 길을 택하는 일. 애플의 역사는 그 오래된 이치를 오늘의 기술 문명 속에서 다시 써 내려간 기록이다.
2026-04-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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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사람과 마음 그리고 길(道)
[경제일보] 세계가 요동치는 시대일수록 경영의 본질은 더욱 또렷해진다. 전쟁과 분쟁, 기술의 급변과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혼돈의 시기야말로 ‘무엇이 본질인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경영은 과연 숫자와 전략의 문제인가, 아니면 인간과 마음의 문제인가. 이 물음에 대해 한 기업가의 삶은 분명한 답을 던진다. 하워드 슐츠가 쓴 'Pour Your Heart Into It'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선언이다. 그는 커피를 판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설계했고, 이윤을 쫓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슐츠의 경영 또한 그러했다. 그는 권력이나 통제를 앞세우지 않았다. 대신 직원과 고객이라는 ‘낮은 곳’을 향해 흘렀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회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의 첫 번째 원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업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곳이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숫자이지만, 그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와 온기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어떤 기술이나 자본보다 오래 지속되는 힘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덕으로 이끌면 사람이 스스로 따른다”고 했다. 슐츠가 보여준 직원 중심 경영은 이 구절을 현대적으로 증명한다. 슐츠는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스톡옵션을 나누어 ‘종업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의 선언이었다. 그 신뢰는 다시 고객에게 전달되어 브랜드의 힘으로 축적되었다. 불가에서는 금강경을 통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 가르친다.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이다. 경영에 이를 적용하면 집착을 내려놓되 본질을 지키라는 의미로 읽힌다. 슐츠는 성장의 유혹 속에서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았다. 더 빠른 확장을 위해 본질을 희생하는 길을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였다. 또한 성경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의 일관된 품질 관리와 고객 경험은 바로 이 원리를 따른다. 커피 한 잔의 온도, 매장의 향기, 바리스타의 미소와 같은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쌓여 결국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다. 위대한 기업은 거대한 전략이 아니라 작은 원칙의 반복에서 완성된다. 슐츠의 여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217번의 거절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그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집념이 아니라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었다. 주역은 말한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실패와 거절은 끝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지속 가능한 길에 이른다. 더 깊이 들어가면 그의 경영 철학은 개인의 상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는 모습을 본 경험은 그에게 하나의 맹세를 남겼다. “노동의 존엄이 지켜지는 기업을 만들겠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책임의식이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기 이전에,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깨달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민족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의 사유를 떠올릴 수 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하나는 시작이면서 시작이 없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시작은 자본이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며, 그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결국 기업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의 깊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속도와 확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속도는 방향을 대신할 수 없다. 방향 없는 속도는 결국 스스로를 소모시킬 뿐이다. 슐츠가 보여준 길은 분명하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경험을 설계하며,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도(道)다. 그리고 그 도는 언제나 인간에서 출발해 인간으로 돌아온다. 위대한 기업은 머리로 계산되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가슴으로, 그리고 신념으로 만들어진다. 이 첫 번째 이야기는 기업이 무엇으로 버티고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겉으로는 상품을 내놓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어느 지점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기업의 길은 달라진다.
2026-04-08 1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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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우리는 나무를 얼마나 관리하고 있는가
오늘은 식목일이다. 그러나 거리에서도, 산에서도 “나무를 심자”는 외침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때 헐벗은 산에 옷을 입히겠다는 절박함이 시대정신이었고 온 국민이 삽과 묘목을 들고 나섰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960~70년대 우리는 가난했고 산은 더 가난했다. 땔감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했고 민둥산은 장마철마다 토사를 쏟아냈다. 그 시절 식목은 생존이었고 국토 재건의 출발점이었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산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헐벗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울창해졌다. 숲은 빽빽해졌고 낙엽과 고사목이 산 곳곳에 쌓였다. 과거의 성공이 오늘의 위험으로 이어진 셈이다. 우리의 고민은 이제 “얼마나 심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식목의 시대를 넘어 산림 관리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산불이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 작은 불씨 하나가 수천 헥타르의 숲을 순식간에 삼킨다. 울창한 숲은 그 자체로 연료가 된다. 바닥에 쌓인 낙엽과 마른 가지, 방치된 고사목은 불길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과거에는 나무가 없어 문제였지만 지금은 관리되지 않는 숲이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고전은 이미 이를 경고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이다. 숲 역시 무조건 울창하다고 건강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간격과 순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건강한 산림이 된다. 『맹자』의 “부근이시입산림(斧斤以時入山林)” 역시 같은 맥락이다. 도끼를 때에 맞게 산에 들여보내야 숲이 유지된다는 뜻으로 무분별한 벌목이 아니라 계획된 이용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지혜다. 이제 산림 정책의 방향도 분명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후 진화 중심에서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불은 끄는 것보다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숲의 밀도를 조절하는 간벌을 일상화하고 고사목과 낙엽을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특히 산불 취약 지역에는 방화선 구축과 함께 ‘연료 관리’ 개념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산림 관리의 과학화도 요구된다. 드론과 위성,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림 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건조도와 풍속, 식생 정보를 종합 분석해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관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공동체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로 산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문화가 존재했지만 도시화와 고령화로 이러한 기능은 크게 약화됐다. 산림은 행정만으로 지킬 수 없다. 주민과 민간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관리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 산불은 결국 사람의 부주의에서 시작되고 사람의 손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 산불의 상당수는 인재(人災)에서 비롯된다. 입산 통제 위반이나 논·밭두렁 소각, 부주의한 화기 사용이 주요 원인이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계도와 교육, 실질적인 감시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 시기에는 선제적 통제가 더욱 필요하다. 산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보존만을 강조하는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은 목재 자원으로 활용하고 숲의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산림을 만든다. 방치된 숲은 재난의 원인이 되지만 관리된 숲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식목일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국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를 되묻는 날이다. 과거 우리는 나무를 심으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제는 그 나무를 관리하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시대는 변했고 과제도 달라졌다. “전지불망 후지사지(前之不忘 後之師也)” 지나온 일을 잊지 않으면 훗날의 스승이 된다는 뜻이다. 헐벗은 산을 되살린 경험은 분명 자산이다. 그러나 그 성공에 안주한다면 울창한 숲은 순식간에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 오늘 식목일,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무를 얼마나 심었는가가 아니라 그 나무를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를. 숲은 자연이 아니라 관리의 결과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다.
2026-04-05 15: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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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前 한전 사장 별세… '원전 불모지'에서 '원자력 강국'을 일군 거인 잠들다
[경제일보] ‘한국형 원전(APR-1400)’의 설계 기반을 닦고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끈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이 3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그의 삶은 1961년 한국전력의 전신인 조선전업에 입사한 이래 오직 ‘대한민국의 전력 자립’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엔지니어의 역사 그 자체였다. 이종훈이라는 이름은 이제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 6대 원전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 ‘기술 독립의 상징’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1920년대생으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그는 ‘우리 손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최대 국영기업이었던 조선전업에 몸을 담았다. 화력발전소 설계를 주도하며 실무를 익힌 그는 1973년, 본사 전원부 전기과장으로 발령받으며 원자력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국내 1호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건설이었다. 1975년 부소장으로 부임했을 때, 현장은 원자로 기초 공사를 겨우 마친 허허벌판이었다. 그는 당시의 첨단 기술이었던 원전 건설의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며 1977년 6월 19일 마침내 대한민국 원자력 역사의 첫 장을 여는 ‘최초 임계’ 달성에 성공했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원전을 짓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전 부사장 시절이던 1985년, 그는 ‘원전 노형 표준화’라는 담대한 정책을 추진했다.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설계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도전이었다. 이 정책을 통해 그는 원자로 설계의 핵심인 ‘계통설계 기술’ 도입을 성사시켰고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한국형 원전(APR-1400)’의 뿌리가 되었다. 그가 한국전력기술 사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 ‘APR-1400’ 개발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는 단순히 해외 모델을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독자적인 원자로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이 신형경수로 개발의 성공 경험은 2009년 UAE 원전 수출이라는 기적적인 성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이 세계 원전 시장의 ‘기술 종속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단순히 원전 기술 개발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전 사장 시절에는 해외 화력발전 사업에 최초로 진출해 에너지 수출의 길을 열었고 한국 표준원전(KSNP)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에 채택되어 북한에 수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기초전력공학 공동연구소(현 기초전력연구원)를 설립해 미래 세대를 위한 기술 인력 양성에 힘썼으며 한국공학한림원 창립 이사장을 맡아 대한민국 엔지니어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의 삶은 원전이라는 한 분야를 넘어 대한민국의 산업 기술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고 발전시킨 거대한 궤적이었다. 사위인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고인은 원자력 도입, 건설, 운영에 헌신했고 UAE 원전 수출의 기반을 닦았다”고 회고했다. ‘한국은 어떻게 원자력 강국이 되었나’라는 그의 저서는 이제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남겨진 유산이 되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한 지금 원자력의 가치는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이종훈이라는 선구자가 뿌린 ‘기술 자립’의 씨앗은 이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해외 원전 시장 개척이라는 새로운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원전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거인, 이종훈.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기술 독립의 정신’과 ‘에너지 자립의 꿈’은 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 5일 오전 5시20분, 장지 경북 안동시 풍산읍 선영. 02·3010·2000
2026-04-03 18: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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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급 위기…5부제에 달라진 여의도 출퇴근 풍경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로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가 실시되면서 국회의원들의 출퇴근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까지 대중교통 등을 이용하면서 '에너지 절약 실천 정신'을 부각하고 있다. '자전거 마니아'로 알려진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자전거로 출근했다. 운동복과 헬멧, 운동화 차림으로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약 14㎞를 이동했다. 우 의장은 페이스북에 "오늘은 차량 5부제에 동참하기 위해 자전거로 출근했다"며 "지금 유가와 에너지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이럴 때일수록 차량 5부제와 같은 조치는 우리가 모두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국회는 정부 요청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국회로 출근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출발해 환승을 거친 뒤 국회의사당역에 내리는 쇼츠 영상을 SNS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 등을 대상으로 '범국민 에너지 절약 실천 운동' 홍보를 독려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6일에 이어 2일도 국회 셔틀버스로 출근했다. 이성권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약 2㎞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일각에선 취지는 공감하나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지만 국회에서 여러 현장으로 이동할 때 제약이 있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강화된 2부제 시행 예고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5부제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 가능했지만, 선거 국면인 점을 고려하면 2부제 시 대여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택시를 이용한다면 5부제 시행에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차질이 현실화하자 원유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공공부문 차량 2부제 도입 등 수요 억제 조치를 대폭 강화한다.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지역 원유 시설 공격 여파로 원유 도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 위기가 본격화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행정안전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15개 관계 부처와 유관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주재하고, 원유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천연가스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기로 의결했다. 자원 안보 위기 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근거해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되며,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 생활 및 국가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원유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달 5일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가,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여파를 고려해 같은 달 18일 '주의'로 격상했다. 천연가스는 '관심' 단계를 유지해 왔다.
2026-04-02 16: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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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결의안에 반발…"정치 도발"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간주하며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 배격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개별적 나라들을 겨냥한 선택적인 인권 논의 제도는 주권평등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명기한 유엔헌장의 정신에 배치되는 적대행위"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유엔의 인권결의안에 대해 "우리의 참다운 인권보장정책과 실상을 완전히 왜곡·날조한 허위 모략 자료들로 일관된 정치 협잡 문서"라고 정의하며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대조선(북한) '인권결의' 채택 관행은 정치화, 선택성, 이중기준에 극도로 오염되어 가고 있는 유엔 인권무대의 유감스러운 현황"이라고 비난했다. 또 "오늘날 유엔 인권이사회 앞에 나서는 초미의 과제는 패권주의 세력의 국가테러행위, 주권 침해 행위로 말미암아 초래되고 있는 특대형 반인륜 범죄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중동 전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감행된 반인륜 범죄행위들도 무색게 할 대량 살육 만행들이 연발하고 있으며 그 어떤 경우에도 특별 보호 대상으로 되어야 할 어린이들이 정밀유도무기의 표적이 돼 백수십 명이나 숨지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상다반사로 빚어지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최근 미군의 공격으로 이란의 초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등 최소 175명이 사망한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패권 세력의 침략 야욕에 의해 국제법 규범과 질서가 무참히 유린·말살되고 국가 주권의 침해가 인권유린으로 이어지고 있는 냉혹한 현실은 세상 사람들에게 국권 수호는 곧 인권 수호라는 철리를 깊이 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변인은 "이번에 적대 세력들에게 맹신하면서 가장 인민적이며 정의로운 우리 국가사회 제도를 함부로 중상모독하는데 가담한 나라들의 악의적인 행태는 반드시 계산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61차 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채택했다. 24년 연속 채택된 것으로, 이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한 50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결의안에는 북한 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와 그러한 인권침해에 대해 만연한 불처벌 문화, 책임 규명 부족, 인도에 반하는 죄가 자행됐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인권최고대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결론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예민해하는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반대하는 정부 내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는 동시에 공동제안국 불참이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우리 정부도 공동제안국 합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이날 내각 당 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제15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 결정사항의 이행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덕훈 내각 제1부총리, 박정근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강령적 과업'을 관철할 방안 등을 토의했다.
2026-04-02 16: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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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東進)의 깃발과 텃밭의 침식, 6.3 지방선거 엄중한 경고
[경제일보]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그러나 작금의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풍경은 생동하는 생명력보다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질서'와 '혼돈'의 서사시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기득권에 안주한 세력의 몰락'과 '외연 확장을 향한 전략적 진격'이 충돌하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전초전이다. 여당의 '동진정책'과 김부겸의 상징성 집권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동진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단순히 표를 얻겠다는 계산을 넘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겠다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그 정점에는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공식화가 있다. 김 전 총리의 대구행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과거 '지역주의 타파'라는 깃발 아래 험지인 대구에서 사투를 벌여 승리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여당이 그를 다시 대구라는 상징적 전장에 세운 것은, 보수의 심장부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영남권 전체의 지형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놀라운 것은 여론의 반응이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60대를 넘어 이제는 70대마저 보수 정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심이 아니다. 무능한 기득권 보수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적 호소만으로는 더 이상 노년층의 냉철한 현실 감각을 붙잡아둘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당의 자중지란: 텃밭에서 시작된 '사망 선고'의 전조 반면 야당의 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비극적이다. 자신들의 안방이자 텃밭이라 자부하던 지역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잡음은 이제 '몸살' 단계를 넘어 조직 전체의 '괴사'를 우려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상실이다.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단독 행보는 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진 의원이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것은 공천 시스템이 무너졌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경선 후보들 간의 진흙탕 싸움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오로지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데에 혈안이 된 모습은 야당이 과연 수권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텃밭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오만방자하게 굴며 서로의 살점을 뜯어먹는 행태를 목도한 민심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기본과 상식의 붕괴, 그리고 민심의 준엄한 심판 정치의 기본은 민생이며, 상식은 공정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순차적으로 공천을 진행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사이, 야당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못하고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있다. 야당이 텃밭에서 겪고 있는 내홍은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과거의 관성에 매몰된 세력의 필연적인 붕괴 과정이다. 반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소외되었던 유권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영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상당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야당은 텃밭을 지키기는커녕 안방마저 내어주는 사상 초유의 참패를 맛볼 수도 있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야당은 망각하고 있다. 유권자는 '비전'을 선택한다 6.3 지방선거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걷는 길은 너무나도 다르다. 한쪽은 확장과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고립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승패는 '누가 더 기본에 충실했는가'에서 갈릴 것이다. 상대를 비방하는 낡은 정치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세력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 야당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자중지란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이 자랑하던 '텃밭'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아니면 야당이 극적인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오만한 권력은 반드시 민심이라는 단두대 위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 준엄한 상식을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2026-03-31 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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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허윤홍 대표, 중동 현장 직원에 감사·위로 메시지 전해 外
[경제일보] GS건설은 허윤홍 대표가 중동 정세 속에서도 현장에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그 가족들의 걱정을 함께 나누기 위해 감사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27일 허 대표는 “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임직원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중동 현장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이와 함께 전쟁 상황에서도 책임감 있게 근무 중인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국가별 위험 정도에 따라 해외 수당을 최상급지 수준으로 조정했다. 가족을 동반해 근무 중인 직원은 귀국 시 가족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레지던스 호텔 등을 제공했다. 임직원들에 대한 걱정으로 고생한 가족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으로 복귀했을 때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파르나스 호텔 제주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숙박권과 항공권 등 경비 및 특별휴가도 제공한다. 이번 중동지역 해외 수당 상향 등의 결정은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로 직원들의 정신적 피로도가 커지고 생활여건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허윤홍 대표의 지시로 전격 이뤄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직원들의 헌신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현지 여건이 안정되는 시점에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전구성 참여 ‘AI챌린지’ 경진대회 개최 포스코이앤씨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구성원들의 실제 업무 방식을 바꾸기 위한 ‘전사 AI 챌린지’ 경진대회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챌린지는 포스코그룹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 전환(AX) 전략과 맞닿아 있다. 포스코그룹은 AI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보고 업무 혁신과 새로운 가치 창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보수적인 건설업의 틀을 깨고 AI 전문가 집단이 아닌 전 구성원이 AI업무 전반을 스스로 학습해 능동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경진대회를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임직원들의 노고에 화답하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이번 대회를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즐기는 ‘화합의 축제’로 기획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경진대회를 통해 △보고서 작성 방식 개선 △일하는 방식 혁신 △AI 활용 확대 및 조직활성화라는 세 가지 변화를 이끌 계획이다. 특히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줄이고 구성원들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대회는 지난 24일부터 참가 신청을 받아 약 두 달간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사전 교육을 통해 AI 활용 방법을 익힌 뒤 본격적인 경연에 참여하게 된다. 경진대회 전용 웹페이지를 별도로 제작해 참가 신청, 교육 안내, 일정 확인 등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며 임직원의 참여 편의성을 높였다 경진대회 참가 부문은 △회사 홍보영상 △보고서 △AI 업무 Agent 등으로 구성됐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심 분야에 맞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참가자는 AI 퀴즈 프로그램 ‘AI 골든벨’에도 함께 참여한다. 성과를 낸 참가자에 대한 파격적인 포상도 마련했다. ‘AI 업무 자동화’ 부문 최우수팀에는 1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각 분야 우수 수상자에게는 실리콘밸리 탐방 등 해외 연수 기회도 제공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챌린지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도구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전 구성원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업무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이촌 르엘’ 사어버 견본주택 오픈 롯데건설은 이촌 현대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선보이는 ‘이촌 르엘’의 사이버 견본주택을 개관하며 분양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단지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일원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7층, 9개 동, 총 750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100~122㎡ 88세대를 일반 분양한다. 전용면적별 일반 분양 세대 수는 △100㎡ 22세대 △106㎡ 24세대 △117㎡ 13세대 △118㎡ 12세대 △122㎡ 17세대다. 단지는 남향 위주로 동을 배치했으며 특화 조경이 적용됐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르엘’에 맞춘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된다. 특히 스카이라운지를 비롯해 25m 길이 3개 레인을 갖춘 실내 수영장이 들어선다. 1층에는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이닝 카페가 마련되며 런드리룸과 건식 세차장 등도 조성될 예정이다. 인근의 이촌역을 통해서는 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을 이용할 수 있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등을 통해 강남권 이동도 수월하다. 주변으로는 용산 아이파크몰 등 대형 상업·문화 시설이 가깝고 이촌동 학원가와 초·중·고교가 인접해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이촌 한강공원의 수변 녹지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용산가족공원 등도 가깝다. 용산역 일대에서는 약 45만㎡ 부지에 업무·주거·문화 기능이 결합한 복합도시를 짓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이 추진 중이다. 300만㎡ 규모의 국가 공원인 ‘용산공원 조성 사업’ 역시 주거 쾌적성을 올릴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변 정비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가람, 이촌강촌, 이촌코오롱 등 주요 단지에서 리모델링 및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이촌동 일대 주거 환경과 지역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약 일정은 내달 9일 특별 공급을 시작으로 10일 1순위 해당 지역, 13일 1순위 기타지역, 14일 2순위 접수순으로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는 20일이며 정당 계약은 오는 5월 2일부터 3일간 진행된다.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3년간 전매가 제한되며 실입주일로부터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존재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르엘’은 반포와 대치, 청담, 잠실 등 강남권 핵심 주거지에 공급하며 고급 주거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왔다”라며 “강북권 첫 르엘 단지인 ‘이촌 르엘’은 강남에서 축적된 브랜드 노하우와 한강변이라는 탁월한 입지가 결합해 용산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30 09: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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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묶는 족쇄인가, 사회를 지키는 안전망인가
[경제일보] 국가 경제의 흥망은 결국 기업의 활력에서 비롯된다. 기업이 숨 쉬지 못하는 곳에서 일자리는 사라지고, 투자와 혁신은 국경을 넘는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은 어떤가. 기업인들이 하나같이 “규제가 기업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호소하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다. 문제는 규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균형을 잃은 규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 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아, 지나치게 뒤집으면 부서진다는 뜻이다. 지금의 규제는 과연 그 ‘적정한 손길’을 지키고 있는가. 첫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로부터 노조를 지키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이는 약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용자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구조는 노사 간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 권리는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 책임이 사라진 권리는 곧 특권이 된다. 불법 파업조차 사실상 면책되는 환경이라면, 이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되고, 이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개선 방향은 분명하다. 합법적 쟁의행위는 보호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이중 트랙’이 필요하다. 균형 없는 보호는 결국 모두를 해친다. 둘째,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시대적 요구이자 당위다. 그러나 문제는 ‘처벌 중심’의 접근이다. 사고의 원인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데, 그 책임을 경영자 개인에게 과도하게 귀속시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 인프라를 구축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형사 처벌의 공포는 ‘투자 위축’과 ‘사업 포기’로 이어진다.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예방 중심의 정책, 즉 안전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기술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과도한 상속세와 기업 승계 규제다. 기업은 단순한 사유 재산이 아니라 고용과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사회적 자산이다. 그런데 현재의 높은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공제 요건은 기업 승계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기업은 팔리고, 기술과 일자리는 해외로 이전된다. 이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물론 부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해법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투명한 승계’다. 일정 기간 고용 유지와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사회도 안정된다. 넷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생산성 향상 없이 비용만 급격히 상승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거나 자동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영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그 충격이 더욱 크다. 최저임금은 ‘선의의 정책’이지만, 시장 현실을 외면한 선의는 오히려 약자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생산성과 연계된 인상 체계 등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다섯째, 주 52시간 근무제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획일적인 시간 규제는 산업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연구개발, IT, 제조업 등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인 노동이 불가피하다.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생산성과 혁신이 저해된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구조는 개인의 선택권마저 제한한다. 유연근로제의 확대, 업종별 예외 적용 등 ‘탄력성’이 해법이다. 규제는 틀을 제공하되, 현실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여섯째,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AI 산업이다. 개인정보 보호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가치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데이터 활용을 막아 AI 산업 발전을 지연시킨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익명화·가명화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기업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보호와 활용은 대립 개념이 아니라 조화의 대상이다. 이 모든 규제를 관통하는 문제는 ‘균형의 상실’이다.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시장을 질식시키는 순간, 국가는 방향을 잃는다. 지금 한국의 규제 환경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자본과 인재를 해외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문제다.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규제의 사전적 통제가 아니라 사후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산업별·기업 규모별 맞춤형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셋째, 처벌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넷째, 정책 결정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노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무위이화(無爲而化)”. 억지로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질서가 이루어지는 상태가 이상적인 정치라는 뜻이다. 기업이 스스로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국가 경쟁력이다. 규제는 그 길을 돕는 도구여야지,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더 나은 규제’다. 기업을 옥죄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기업이 뛰어야 나라가 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게 될 것이다.
2026-03-27 13: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