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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뒤에도 중국 변수…대만·월드컵 판권·소비시장으로 이어진다
[경제일보] 미중 관계가 정상회담 이후에도 대만과 기술,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복잡한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외교 현안에서는 대만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내세우고, 시장에서는 월드컵 중계권과 소비재 수요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의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은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대만 문제를 비롯한 핵심 현안의 간극까지 좁힌 것은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에도 대만 문제를 중국 핵심 이익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과 양안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초로 보고 있고,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방위 역량을 지원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해서 갈등 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첨단 제조업 공급망, 대만해협 안보는 두 나라가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사안이다. 정상 간 대화가 충돌을 관리하는 장치가 될 수는 있어도, 경쟁의 성격까지 바꾸기는 쉽지 않다. ◆ 월드컵 중계권도 드러낸 중국의 협상력 중국 시장의 영향력은 스포츠 산업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중국 중계권 계약을 마무리했다. 중국 국영 중국미디어그룹(CMG)이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중국 팬들은 월드컵을 공식 방송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협상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FIFA는 중국 시장의 규모와 월드컵 흥행 가능성을 고려해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중국 측은 그 수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상이 길어지자 FIFA가 가격을 조정했고, 결국 대회 개막을 앞두고 계약이 체결됐다. 중계권료는 단순히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사는 광고시장과 시청률, 경기 시간대, 온라인 중계권의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 2026 월드컵은 북미에서 열려 중국에서는 심야와 오전 시간대 경기가 많다. 중국 시장이 크더라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FIFA가 중국과 계약을 마무리한 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시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해도 축구 중계와 광고, 스포츠용품 판매,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수에서 중요한 시장이다. 국제 스포츠 단체가 중국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 소비시장은 회복과 경쟁이 교차 글로벌 소비기업들도 중국 시장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다만 중국 소비시장을 한 방향으로만 보기 어렵다. 고가 화장품과 기능성 제품, 향수, 피부과학 기반 제품에는 수요가 남아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과 현지 브랜드 성장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로레알은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북아시아 지역 매출은 감소했다. 중국 시장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과거처럼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중국 소비자는 가격만 보는 시장도, 고가 브랜드만 선호하는 시장도 아니다. 기능과 성분, 사용 경험, 온라인 후기, 할인 조건을 함께 따진다.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매장을 늘리는 방식보다 온라인 판매와 현지 맞춤형 제품, 라이브커머스, 빠른 배송 체계를 강화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크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 외교와 시장에서 계속되는 중국 변수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는 대만 문제를 앞세워 미국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스포츠 산업에서는 거대한 시청자 기반을 바탕으로 중계권 협상력을 행사한다. 소비시장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에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준다. 세 분야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준다. 외교에서는 미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고, 시장에서는 세계 기업과 국제기구가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규모를 갖고 있다.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수록 중국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대만과 기술, 통상 갈등이 다시 커지면 기업과 국제 스포츠 단체도 외교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외교와 산업, 소비시장 모두에서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2026-07-07 1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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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철강 새 쿼터 시행… 韓 19.7% 감소로 선방
[경제일보] EU는 철강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한국은 정상외교와 협상을 통해 전용 무관세 물량 감소를 20% 수준으로 막아 주요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1일 산업통상부는 전날 EU 집행위원회가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대체하는 신철강 조치의 운영계획과 국가별 철강 쿼터 물량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년 기준 한국 철강의 EU 수출 비중은 약 14%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EU는 자동차와 기계, 조선, 풍력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고급 판재류를 중심으로 한국산 철강 수요가 꾸준한 시장이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생산하는 자동차강판과 도금강판, 후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주요 수출처로 꼽히는 만큼 이번 쿼터 축소가 국내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부터 EU는 철강 30개 품목에 대해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를 운영했다. 총 3382만 톤(t) 한도 내에서 무관세 수입이 허용되고, 쿼터 초과 물량에는 25% 관세를 부과해왔다. 다만 EU는 오늘부터 철강 30개 품목에 대해 쿼터 초과 물량에 적용되는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인 관세할당제도(TRQ) 물량도 연간 총 1835만 톤으로 46% 감소시켰다. 철강업계에서는 전체 규제는 강화됐지만 한국은 협상을 통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인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EU는 한국 철강 수출에서 미국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EU가 전체 국가 쿼터를 47% 가까이 줄였지만 한국은 감소폭을 20% 수준으로 막아 경쟁국 대비 양호한 무관세 물량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어 "기존 거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수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선방한 결과"라고 했다. 정부가 정상급·고위급·실무급 채널을 동원해 EU 측과 협의를 이어간 결과, 한국은 다른 국가와 경쟁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한국 전용 할당량 207만3001톤을 확보했다. 이는 기존 한국 할당량 258만1000톤보다 약 19.7% 줄어든 수준이다. EU 전체 무관세 물량이 46% 축소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감소폭은 절반 이하로 제한됐다. 정부는 한국산 철강이 EU 산업 공급망과 현지 투자·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산 철강의 시장 접근 기반을 최대한 방어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확보한 207만3001톤은 한국 전용 쿼터다. 한국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다. 여기에 EU가 별도로 운영하는 공용쿼터까지 활용할 경우 우리 철강업계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354만8000톤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공용쿼터는 국가별로 보장된 물량이 아니다. EU가 전 세계 국가에 선착순 경쟁 방식으로 배정하는 물량인 만큼 실제 활용 가능 규모는 품목별 수요와 경쟁국의 수출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전용 쿼터를 소진한 뒤 공용쿼터까지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수출 실적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의 영향이 품목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강판과 도금강판, 후판 등 EU 제조업 수요와 맞물린 판재류는 일정 수준의 수출 기반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품목은 공용쿼터 확보 여부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수출 물량 배분과 가격 전략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고부가 제품은 관세 부담을 일부 흡수할 여지가 있지만, 범용재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품목별 쿼터 소진 속도와 EU 내 수요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한국 전용 국가 쿼터의 안정적 활용은 물론 공용쿼터에 대해서도 우리 업계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히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신철강 조치에 따른 유불리가 품목별 경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업계와 소통하며 한국산 철강 점유율 유지와 피해 최소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EU 정상회담이 협상 막바지의 결정적 국면에 개최되면서, 한국산 철강이 EU 산업 공급망과 현지 투자·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이 EU의 FTA 파트너이자 전략적 협력국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정상급 차원에서 강력히 제기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정상외교의 모멘텀이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끌어내는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2026-07-01 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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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韓·伊 최적의 파트너"…이재용 "첨단산업 협력 확대 가능"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가운데 한국과 이탈리아 경제계가 첨단산업과 에너지, 소비재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양국 간 산업 협력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냈고, 이 대통령은 행사 종료 후 별도 간담회를 열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로마 시내에서 한국·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양국 기업인과 경제단체, 정부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경제인협회와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관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등 주요 기업인이 참석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페라리와 핀칸티에리, 에니라이브 등 대표 기업 경영진이 자리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의 산업 경쟁력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삼성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국가”라며 “밀라노 디자인 산업은 삼성의 제품 개발 과정에도 많은 영감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 역량을 갖춘 이탈리아와 기술 혁신을 이어가는 한국이 협력한다면 다양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은 LS 회장도 전력 인프라 분야 협력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인 이탈리아와 전력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영 HD현대건설기계 사장은 이탈리아 정부의 초감가상각제도 운영과 관련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현지 투자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초감가상각제도는 기업이 설비 투자를 진행할 경우 실제 투자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등도 섬유소재와 식품 분야를 중심으로 현지 기업과 협력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탈리아 기업들도 한국과의 협력 확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한국은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는 시장이자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전동화와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칸 회장은 이재용 회장과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은 이 회장이 과거 페라리 사외이사로 활동한 이력도 소개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조선·방산 기업 핀칸티에리와 화장품 기업 키코밀라노 경영진 역시 한국 기업과 협력 확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양국 산업 구조가 높은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창의적인 공학 설계 역량과 기초과학 경쟁력을 갖춘 이탈리아, 첨단 제조와 기술 혁신 역량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며 “양국이 힘을 모은다면 새로운 산업 질서와 혁신 생태계를 함께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항공우주를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I와 반도체, 항공우주 같은 전략 산업에서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와 인프라 공급망 구축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와 헬스케어,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분야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이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별도 간담회를 열어 한국 기업인들과 추가 대화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행사 참석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규제와 투자 관련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부처 단위에서 해결이 어려운 과제는 대통령실 정책실로 직접 전달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한국과 인도 간 경제협력 후속 조치도 공개했다. 김 정책실장은 “한·인도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양국 간 직통 소통체계가 구축됐다”며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과 인도 총리실 차관급 인사가 각각 창구 역할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또 “인도 측이 한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별도 비즈니스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달 하순 인도 총리가 직접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는 일정도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6-06-14 14: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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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동북아 격랑(激浪), 안동 한일회담이 전략적 공조의 이정표 되어야
[경제일보] 국제 정세의 지각변동이 가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가파르다. 중동발(發) 전운이 짙어지며 미·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세계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중 정상이 전격적인 회담을 통해 자국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어제의 맹방(盟방)과 동맹이라는 철석같던 신뢰마저 자국의 실리 앞에서는 언제든 형해화(形骸化)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엄중한 현실이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외교 안보 지형 속에서, 우리 정부에 요구되는 책략은 유연하면서도 국익 중심의 단단한 중심추를 잡는 일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에 맞춰 매일 새로운 외교적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 만큼 다변화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격랑 속에서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머리를 맞댄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섯 번째이자, 셔틀외교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이번 정상회담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안동 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연례행사를 넘어,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를 관리하고 한일 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엄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역사적 앙금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졌던 양국이지만, 지금의 복합 위기 상황은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와 중동 전쟁의 여파 속에서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공조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의 안보 공백과 경제적 타격은 고스란히 양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대로 이번 회담에서 장기화하는 중동 전쟁 관련 현안과 자유 통상 질서 확립, 동북아 안전 보장 및 공급망 위기 타개책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경제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경제 안보’의 시대에,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한일 간의 전략적 스크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안보 협력의 틀을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 회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한국의 선비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찾았던 외교적 명소에서, 양국 정상이 안동의 전통 불꽃놀이인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하고 전통 음식을 나누며 신뢰를 쌓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는 안동소주와 나라현의 사케가 만찬 테이블에 함께 오르듯, 외교적 갈등의 실타래도 이처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에서 풀리기 시작하는 법이다. 다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익을 위한 냉철한 손익계산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 역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데 보다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상호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전략적 공조는 모래 위에 세운 성과 같다. 우리 정부 또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되, 국익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지키는 균형 잡힌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온기가 흐르는 안동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양국이 당면한 글로벌 위기를 함께 돌파하는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의 대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거친 파고가 몰아치는 국제 사회에서 한일 관계의 안정이 곧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의 강력한 방파제가 될 수 있음을, 양국 정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2026-05-19 09: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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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대만문제로 본 우리의 입장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은 국제정치의 냉혹한 본질을 다시 일깨운 사건이다. “대만 무기 판매를 시진핑 주석과 상세히 논의했다”, “판매 여부는 중국과의 협상에 달려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가 가치와 명분보다 국익과 힘의 논리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생존할 것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대만 문제를 남의 일처럼 보지 않았다. 중국의 위협 속에 있는 대만의 처지를 북한과 대치한 우리의 현실과 겹쳐 보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며 미국과 안보 협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도 양국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대만해협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한국 사회는 마치 우리의 미래를 들여다보듯 긴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그 인식에 균열을 냈다. 미국은 더 이상 대만 문제를 절대적 가치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협상 칩”이라고 표현했고, “중국은 강대국이고 대만은 작은 섬”이라고까지 말했다. 세계 최강국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압축한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오직 영원한 국익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는 늘 그래왔다. 냉전 시절 미국은 중국을 공산주의의 본산으로 규정했지만, 소련 견제를 위해 돌연 중국과 손을 잡았다. 베트남전에서 피를 흘리던 미국은 불과 몇 년 뒤 베이징에서 웃으며 건배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협력자가 되고, 오늘의 동맹이 내일의 부담이 되는 것이 국제정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동맹을 영원불변의 운명공동체처럼 여기는 순진함에 빠져 있었다. 이번 회담이 우리에게 충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만조차 전략적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한반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미·중 관계가 협력 국면으로 들어가든, 갈등 국면으로 치닫든 한국은 언제든 협상 테이블의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조차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차적 의제로 다뤄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강대국 계산 속에서 재배치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 질서가 ‘가치 연대’보다 ‘거래 외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조차 비용과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미국의 안보 우산도 더 이상 무조건적 희생이 아니라 철저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과 국익을 위해 대만 반도체 기업의 미국 이전을 압박하는 모습은 그 단면이다. 동맹도 결국 미국 국익 아래 놓여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첫째는 자강(自强)이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 국방력 강화는 물론이고 첨단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조선, 원전 같은 전략 산업은 이제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이다. 경제력이 곧 외교력이고 군사력인 시대다. 둘째는 외교의 정교함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안보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동맹에만 모든 운명을 맡기는 사고는 위험하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 일본과의 안보 협력, 유럽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까지 다층적 외교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한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국제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힘과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우리는 때로 국제사회를 도덕 교과서처럼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살아남는다(柔弱勝剛强)”고 했다.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도태된다. 또한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 조화를 이루되 휩쓸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균형 감각이다. 인류 역사의 경전들은 공통된 교훈을 전한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은 국가는 결코 타인의 선의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강대국은 늘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때만 국가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더 이상 과거의 익숙한 틀에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역사적 장면이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대한민국은 다가오는 격변의 시대를 스스로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26-05-18 10: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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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공동체, 늦었다는 자각속에 원칙이 있어야
19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시의는 있다. 이 논의는 결코 이른 구상이 아니다. 오히려 늦었다. 한국과 일본 정상은 오는 5월 19~20일 안동에서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셔틀외교는 복원되고 있지만, 국제질서의 변화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여 왔다. 지금 세계는 더 이상 예전의 세계가 아니다. 교역은 시장의 논리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기술은 무기가 되었고, 공급망은 외교의 수단이 되었으며, 제재는 통상의 언어가 되었다. 미중 정상 간 대화가 이어져도 대만 문제는 여전히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통제는 더 노골적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동맹국 기업에까지 대중 수출통제를 사실상 강제하려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고, 네덜란드 정부는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쯤 되면 질서는 이미 바뀐 것이다. 바뀐 질서를 읽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도태된다. 에너지 질서의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IMF는 아시아가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다른 지역보다 더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중동산 연료 의존이 크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 탓에 유가와 물류가 흔들리면 성장과 물가가 함께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중동발 에너지 충격의 여파로 4월 도매물가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정세의 급변이 추상적 위험이 아니라 현실의 비용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늦지 않은 깨달음이 아니라, 늦었기 때문에 더 절박한 인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급증에 기대어 거창한 말부터 앞세워서는 안 된다. 한일 경제공동체는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일 관계는 늘 필요에 의해 가까워졌다가, 역사 앞에서 흔들리기를 반복해 왔다. 그런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방파제다. 양국 산업 당국이 올해 3월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체결하고 정례 산업·통상 정책대화를 출범시킨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공급망 교란이 닥쳤을 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산업기반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은 말보다 무겁다. 공동체란 이름보다 먼저 이런 장치가 쌓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다. 경제가 급하다고 역사를 접어둘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역사 문제를 덮은 채 서두르는 협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지금도 유효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양국은 그 선언에서 과거를 직시한 토대 위에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만들자고 했다. 미래지향은 과거 망각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직시 위의 화해, 그 위의 협력이었다. 한일 관계가 다시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 순서를 되찾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안동 회담의 과제는 분명하다. 큰말을 경계하고, 작은 합의를 무겁게 만드는 일이다. 에너지 비상 대응, 핵심광물 확보, 반도체와 첨단산업 협력, 공급망 이상 징후의 조기 공유, 불필요한 통상 충돌의 억제 같은 것들이다. 이런 기초가 쌓여야 비로소 한일 경제협력은 정치의 계절을 덜 타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박수받을 선언문이 아니다. 시장과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협력의 구조다. 맹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라 했다. 때를 얻는 것보다 형세를 얻는 것이 낫고, 형세를 얻는 것보다 사람의 화합이 낫다는 뜻이다. 지금 한일에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국제질서 변화의 파고를 읽는 냉정함,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솔직함, 그리고 감정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 협력을 설계하는 절제다. 한일 경제공동체는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장밋빛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늦었다는 자각에서 출발할 때만, 그 말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2026-05-17 09: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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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다카이치 총리, 19일 안동서 정상회담…한일 셔틀외교 재가동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19일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 셔틀외교를 재가동한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 데 이은 답방 성격으로, 이번에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회담이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19일부터 20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소인수 회담, 확대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만찬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되는 의제는 경제안보다. 양국은 지난 1월 나라현 회담에서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 협력, 첨단산업 연계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논의가 협력 활성화 수준이었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중동전쟁 장기화와 원유·천연가스 수급 불안까지 맞물리며 경제안보 협력이 보다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에 대한 한일 간 소통 여부가 관심사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수송로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원유와 LNG 수입 의존도가 높다. 양국 정상이 비공개 회담에서 선박 통항 상황과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를 공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선박 HMM 나무호 손상 사고도 관련 논의 배경으로 꼽힌다. HMM 나무호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확인 비행체로 추정되는 물체에 의해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잔해 분석이 진행 중이다. 일본 역시 최근 자국 선박의 호르무즈 통항 문제를 관리해온 만큼 양국이 해상 수송로 안전과 위기 대응 공조를 논의할 여지가 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결과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중은 이번 회담에서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대만과 AI·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는 긴장을 남겼다.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중국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인 만큼 관련 동향을 한국과 공유할 필요성이 커졌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일 협력과 북한 비핵화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다만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각되지 않았고, 중동과 대만 문제가 국제 안보 현안의 전면에 떠오른 만큼 이번 회담에서도 안보 협력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수위 조절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사 문제의 진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한일 양국은 지난 1월 회담에서 1942년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로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 유해 발굴을 위한 DNA 감정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실제 감정 절차 착수나 추가 유해 조사 협력 등 후속 조치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이번 안동 회담은 한일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방문하는 ‘고향 셔틀외교’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과거사와 안보 현안이 여전히 민감하지만,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실용적 협력 의제를 넓혀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일정으로 풀이된다. 향후 관건은 회담 결과가 선언적 메시지를 넘어 구체적 협력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에너지 수급, 공급망 안정, 첨단산업 협력, 과거사 후속 조치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와야 셔틀외교의 동력이 이어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동 정세를 포함해 지역·글로벌 현안도 당연히 논의될 것”이라며 “양국이 벌써 여러 번 만났기 때문에 깊이 있는 소통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6-05-16 1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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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환상적 무역합의" 시진핑 미국 답방 요청…미중 해빙 기대감 부각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차담에서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란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해서도 양국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차담에서 “이번 방문은 놀라운 방문이었다”며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합의들을 이뤄냈고 그것은 두 나라 모두에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뒤 중국 측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과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 제한에 실용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한 미 당국자 발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자 “친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11년, 거의 12년간 알고 지냈다”며 “다른 사람들이라면 해결하지 못했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우리의 관계는 강하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 상황이 끝나길 원하고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군사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중국이 이란전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을 돕고,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이란전 이후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해협 개방과 긴장 완화에 역할을 하길 기대해왔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만큼 중동 에너지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이해가 일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답방도 거듭 요청했다. 그는 “시 주석은 미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상호주의 무역처럼 방문 역시 상호주의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 국빈 만찬에서도 시 주석에게 오는 9월24일 백악관 방문을 공식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차담이 이뤄진 중난하이는 자금성 서쪽에 자리한 옛 황실 정원으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무·거주 공간이 있는 권력의 중심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난하이에서 산책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원의 장미를 가리켜 “가장 아름다운 장미”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장미 씨앗을 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가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부장, 셰펑 주미중국대사가 자리했다. 이번 방중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다. 전날 인민대회당 정상회담에서는 무역, 이란, 대만, AI, 반도체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강조했고, 미국 측 발표에서는 호르무즈와 이란 문제가 부각되는 등 양측의 우선순위 차이도 드러났다. 국내 보도도 미국 발표에는 대만 언급이 빠지고 중국 발표에는 호르무즈가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상적 무역합의” 발언에도 구체적 합의 내용은 아직 제한적으로만 공개됐다. 희토류 공급, 관세 완화, 농산물 구매, 기업 투자 확대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문서나 공동성명 수준의 세부 결과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실질 성과는 향후 양국 실무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차담은 미중이 격한 충돌보다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과 무역 성과가 필요하고, 시 주석은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해 경제 안정과 외국 기업 신뢰 회복을 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대만, AI 반도체, 희토류, 공급망, 이란 문제는 모두 양국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이번 회담이 단기적 해빙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 관계 안정은 무역 합의의 구체성, 호르무즈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대만 문제에 대한 양측의 후속 발언과 조치에 달려 있다.
2026-05-15 14: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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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이념적 구호가 아닌 국익 중심의 실용적인 국가 전략요구
[경제일보] 미·중 정상회담이 다시 세계 질서의 향방을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협력과 공존을 강조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패권 경쟁의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웃으며 손을 맞잡았지만 대만 문제와 기술 패권, 공급망과 군사안보를 둘러싼 충돌의 불씨는 전혀 꺼지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화해 선언이라기보다 ‘충돌을 관리하기 위한 휴전’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외교와 경제 전략의 방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냉정하게 봐야 할 것은 미·중 갈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 최강 패권국인 미국과 급부상한 중국의 경쟁은 구조적 충돌이다. 시진핑 주석이 다시 꺼내 든 ‘투키디데스의 함정’ 역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미국 중심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은 더 이상 주변국이 아니라 대등한 강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기술·군사·경제적 팽창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은 갈등하면서도 공존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긴밀히 연결된 대표적인 국가다. 어느 한쪽만 선택하는 단순한 이분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처럼 ‘전략적 모호성’만으로 버티기에도 국제 정세는 너무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원칙 있는 실용외교가 필요하다. 우선 안보의 기본축은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북핵 위협과 동북아 안보 현실 속에서 한미동맹은 여전히 대한민국 생존의 핵심 기반이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약화시키는 선택은 국가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경제와 해상 물류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규범이라는 가치 역시 분명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반도체, 배터리, 화학, 소비재 산업에서 거대한 시장이다. 최근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지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감정적 반중 기조나 정치적 접근만으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중국과는 경제협력은 확대하되 기술과 안보 분야에서는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대응하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급망과 수출 시장 다변화다. 미·중 관계가 잠시 완화됐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언제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과 정부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인도, 중동, 유럽 등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 에너지·광물·반도체 소재 공급망 역시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제안보가 곧 국가안보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외교 역시 보다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한국은 단순히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국가가 아니라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실리를 만들어내는 전략 국가가 돼야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협력하고, 위험 요소에는 단호히 대응하는 유연성과 원칙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가 협력과 대립이 공존하는 복합 질서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대국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결국 살아남는 국가는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전략적 판단을 가진 나라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도 이념적 구호가 아니라 국익 중심의 치밀하고 실용적인 국가 전략이다.
2026-05-15 07: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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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패권보다 세계 안정과 평화의 지혜 모아야
[경제일보] 9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135분 동안 이어진 이번 회담은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대신 일정 수준의 관리와 공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두 초강대국 정상이 직접 마주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세계 시장과 국제사회에는 하나의 안도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직접 언급하며 미국과의 공존 필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이 충돌로 치닫는 역사의 악순환을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현재 국제 질서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위기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안보·기술 분야에서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와 공급망, 에너지 질서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의 붕괴나 충돌은 곧 세계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전과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였다. 과거처럼 중국을 정면으로 압박하기보다는 협력과 관계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미국 기업인들을 대거 동행시켜 경제 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은 미국 역시 중국과의 완전한 대결보다는 관리 가능한 경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미·이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미국 내 물가 상승, 에너지 가격 불안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한정 감당하기 어려운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마냥 낙관적인 신호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한 입장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확인됐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규정하며, 잘못 처리할 경우 양국 충돌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여전히 동아시아와 세계 안보의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쉬운 점은 세계가 주목했던 미·이란 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나 공동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는 하지만, 휴전이나 종전을 위한 실질적 공조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세계가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패권 경쟁의 승패가 아니라 전쟁의 종식과 국제 질서의 안정이다. 중동의 불안은 단순히 한 지역의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 폭등과 물류 차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전 세계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세계 최강을 다투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평화와 경제 안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 큰 책무도 지니고 있다. 자국의 국익만을 앞세운 무한 경쟁은 결국 세계 경제를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패권을 향한 과도한 집착은 갈등을 키우고 국제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절제와 책임의 리더십이다. 미국은 패권 유지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협력 질서를 존중해야 하며, 중국 역시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두 나라는 중동 전쟁의 조기 종식과 에너지 시장 안정,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위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세계가 두 초강대국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분명 갈등 관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대화만으로 평화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진정한 시험대는 앞으로다. 두 나라가 경쟁 속에서도 국제 질서의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협력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그리고 세계 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줄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지켜보고 있다. 강대국의 진정한 위대함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힘에 있지 않다.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세계 평화를 지켜내는 지혜에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패권 경쟁을 넘어 인류 공동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책임 있는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2026-05-14 18: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