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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빗은 통과, 두나무는 왜 멈췄나…'금가융합' 첫 문 열렸지만 셈법 달랐다
[경제일보] 과거 17년 말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한 이른바 ‘금가분리’ 기조 이후 처음으로 금융그룹 계열사의 가상자산거래소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을 품으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할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승인을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전면 허용됐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한 결정적 배경에는 코빗의 낮은 시장점유율이 있었다. 반대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와 대형 플랫폼의 결합인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심사는 장기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업이 포함됐다는 공통점보다 결합 이후 시장을 움직일 힘이 얼마나 커지는지가 심사 속도를 가른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 9일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 지분 92.06%를 약 1334억원에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호텔업을 주력으로 하는 비금융 계열사지만 그룹 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두고 있어 증권·자산운용업과 가상자산거래소 간 혼합결합으로 심사받았다. ◆ 금가분리 9년 만의 변화…공정위가 코빗을 허용한 이유 공정위는 미래에셋 금융 계열사와 코빗이 결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향후 주식과 가상자산을 한곳에서 거래하는 통합 플랫폼이 등장할 때 경쟁 증권사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허용될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빗을 활용해 경쟁사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이 검토 대상이었다. 결론은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크지 않다’였다. 코빗의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량 기준 점유율이 약 0.5%에 불과하고 거래소 경쟁을 좌우하는 유동성도 시장 판도를 바꿀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이 코빗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다른 거래소나 금융회사를 배제할 힘을 갖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을 금융그룹 계열사가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한 첫 사례로 규정했다. 디지털금융 시장의 재편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계가 이번 승인을 금가융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금가분리는 2017년 말 가상자산 투기 과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데 보수적인 원칙이 적용됐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 실물연계자산(RWA)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도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심사와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이번 승인은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나온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공정위의 승인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한 결과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직접 진출을 전면 허용하거나 금가분리 원칙을 공식 폐기한 결정은 아니다.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적격성과 금융 계열사 간 정보 공유, 이해상충 방지 등 금융당국의 별도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네이버·두나무는 다른 문제…플랫폼과 데이터까지 본다 시장 관심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양사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인허가가 길어지면서 주주총회와 거래 종결 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다. 당초 6월 말로 예정됐던 거래 종결 시점은 12월 말까지 밀렸다. 두 결합의 가장 큰 차이는 시장 지위다. 공정위 제출자료를 기준으로 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점유율은 업비트 69%, 빗썸 28%, 코인원 2%, 코빗 0.5%, 고팍스 0.1% 수준이다. 코빗은 인수 이후에도 시장을 좌우하기 어렵지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이미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네이버의 영향력도 증권사 투자 플랫폼과는 성격이 다르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광고, 간편결제를 일상적으로 연결하는 대형 플랫폼이다. 두나무와 결합하면 네이버페이의 결제 기반과 이용자 데이터,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가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심사 범위도 거래소 간 점유율 비교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검색·쇼핑·콘텐츠 이용자를 업비트로 유도하거나 두나무의 거래 정보를 네이버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가능성, 비상장주식과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경쟁사를 배제할 가능성, 결제와 투자 서비스를 묶어 이용자를 특정 플랫폼에 고착시키는 효과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빗과 두나무의 시장 지위가 크게 다른 만큼 두 기업결합을 동일한 잣대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코빗은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않아 인수 이후 시장 구도를 단기간에 바꿀 가능성이 작다. 반면 두나무는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과반을 차지한 1위 사업자다. 여기에 네이버의 이용자 기반과 플랫폼 영향력이 더해질 경우 데이터와 고객 유입 경로가 특정 생태계에 집중될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코빗 인수 승인이 네이버·두나무 결합에 그대로 적용될 선례가 되기는 어렵다. 미래에셋·코빗 심사의 핵심이 금융회사와 중소형 거래소의 결합에 따른 경쟁사 배제 가능성이었다면, 네이버·두나무 심사에서는 대형 플랫폼과 1위 거래소의 결합이 결제·투자 서비스 경쟁과 이용자 선택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 거래소 인수는 출발점…법인 ‘온보딩’이 진짜 승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미래에셋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코빗을 인수했다고 해서 업비트·빗썸 중심의 시장 구도가 곧바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수수료 인하와 신규 고객 보상, 거래 종목 확대 등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이 노릴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은 법인·기관 고객이다. 법인은 개인처럼 계좌를 개설하고 곧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않는다. 투자 필요성과 적합성 검토, 이사회 등 내부 승인, 투자 한도 설정, 자금 집행 권한, 자산 보관, 가격 산정, 손익 인식, 회계·세무 처리까지 여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거래소의 주문 체결 기능보다 제도권 금융 수준의 위험관리가 중요해진다. 법인이 투자 대상을 내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리서치와 위험 안내, 감사·보고에 활용할 거래 데이터, 월렛 키와 출금 권한을 통제하는 보안 체계, 사고 발생 시 책임과 보상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리서치와 자산관리, 투자자 보호, 내부통제 경험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품 설계와 운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코빗이 거래·보관 인프라를 맡고 금융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한다면 법인 고객을 위한 리서치와 커스터디, 운용지원 플랫폼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기회다. 법인 참여가 본격화하면 거래소 경쟁 기준은 개인 고객 수와 수수료율에서 보관·보안·내부통제·사후관리 역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코빗이 개인 거래량 경쟁을 넘어 기관형 디지털자산 인프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법인 시장이 곧바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의 회계·세무 처리와 투자 한도, 내부통제 기준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 금융 계열사와 거래소 사이의 고객정보 공유 및 이해상충 방지 원칙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RWA, 커스터디 사업 역시 관련 법률의 내용에 따라 사업 범위와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2026-07-12 13: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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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앤트로픽 '글래스윙' 합류…AI 보안 역량 높인다
[경제일보] SK텔레콤이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글로벌 AI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했다. 고성능 사이버보안 AI 모델을 활용해 통신망과 AI 인프라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찾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의 보안 특화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 조기 접근 권한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아시아 통신사 가운데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를 공식 발표한 것은 SK텔레콤이 처음이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앤트로픽이 지난 4월 공개한 고성능 보안 AI 모델 미토스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탐지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이다. 미토스는 대규모 코드와 시스템을 분석해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보안 결함을 찾아내는 데 특화된 모델이다. 앤트로픽은 미토스가 악용될 경우 경제와 공공안전,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공개 대신 검증된 기업과 기관에만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미국과 영국 중심의 일부 기업·기관에 제한적으로 제공됐고, 최근 참여 대상이 15개국 이상 150개 신규 기관으로 확대됐다. 글래스윙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중에서는 미국 버라이즌과 AT&T 등이 참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은 이번 참여를 통해 기존 회원사들이 확보한 취약점 탐지 결과와 대응 정보를 공유받고, 이를 자사 통신·AI 인프라 보안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통신망은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연결된 핵심 인프라인 만큼, 보안 취약점 탐지와 사전 대응 체계가 중요하다. 이번 합류는 SK텔레콤의 AI 사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등 풀스택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 서비스가 통신망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고객 데이터와 연결될수록 보안은 단순 지원 기능이 아니라 사업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 된다. 다만 고성능 보안 AI를 실제 운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취약점 탐지 결과를 내부 보안 체계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AI가 발견한 결함을 검증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패치하는 절차, 민감 정보 관리, 외부 협력사와의 정보 공유 기준도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SK텔레콤은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방어해 핵심 인프라와 서비스 보안을 강화하고, 수천만 국민의 일상을 함께하는 통신·AI 인프라 운영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디지털 안보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2026-06-04 11: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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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스 쇼크'에 흔들리는 韓 AI 보안… 글래스윙 문턱 넘기 어려워지나
[경제일보] 앤트로픽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가 글로벌 사이버보안 지형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AI가 대규모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공격 가능성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각국 정부와 보안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미토스 접근권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앤트로픽의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에서 아직 가시적인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앤트로픽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던 SK텔레콤이 글래스윙 참여를 검토했지만 최근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2023년 앤트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통신 특화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협력을 맺은 전략적 투자자다. 당시 SK텔레콤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와 연계해 앤트로픽과 AI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분 관계가 보안 협력체 접근권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지분은 후속 투자 과정에서 희석돼 약 0.3%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신과 국내 매체들은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지분 가치가 급등했지만 실제 보유 지분은 0.3% 안팎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글래스윙이 단순 민간 연구 프로젝트를 넘어 사실상 미국 중심의 폐쇄형 사이버보안 동맹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공개하면서 미토스 프리뷰를 일부 기업과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프로그램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미토스는 방어 목적의 사이버보안 작업에 제한적으로 활용된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설명 역시 위험성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미토스 프리뷰가 공개되지 않은 프론티어 모델이며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고 악용 가능성을 분석하는 능력에서 극히 숙련된 인간 전문가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파급력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미토스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서 1만건 이상의 고위험 또는 치명적 취약점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테크레이더는 미토스가 장기간 숨어 있던 버그까지 드러내면서 전통적인 ‘패치 윈도’ 개념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도 즉각 반응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은행들을 소집해 미토스가 드러낸 취약점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은행들이 글래스윙 접근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악의적 행위자가 유사한 AI 역량을 확보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미토스를 둘러싼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로이터는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토스가 취약점 탐색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려면 검증과 악용 가능성 판단, 패치 지연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토스가 당장 ‘자동 해커’처럼 모든 방어망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해석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핵심은 미토스 자체보다 취약점 정보와 대응 도구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다. 글래스윙 참여자는 미토스가 찾아낸 취약점을 먼저 검증하고 패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참여하지 못한 국가는 같은 취약점이 공개되거나 실제 악용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류제명 제2차관 주재로 앤트로픽의 마이클 셀리토 글로벌 정책 총괄 등과 만나 AI·사이버보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금융위원회, 인공지능안전연구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 등도 참석했다. 정부는 국내 기업·기관과의 협력 및 취약점 정보 공유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부분은 미국 정부의 관여 가능성이다. 미토스는 방어와 공격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다. 취약점 탐색 AI가 특정 국가나 기업에 제공될 경우 해당 정보가 방어 목적에만 활용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앤트로픽이 민간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 정부와의 협의 없이 해외 기관 접근을 쉽게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보안업계는 이를 ‘AI 보안 주권’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미토스가 취약점 발견 속도를 바꾼다면 글래스윙은 그 취약점 정보의 접근 순서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누가 정보를 먼저 확보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안 논의도 시작됐다. 국내 보안 스타트업 티오리는 미국 중심 글래스윙에 대응하는 한국형·다자형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캐노피’를 추진하고 있다. 티오리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AI 보안 협력체 출범을 준비 중이며 미국 중심의 미토스 접근 구조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글래스윙 참여 기업이 없고 앤트로픽과의 협력 역시 정보 공유 요청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정부가 준비 중인 AI 기반 사이버 위협 대응 체계는 이 같은 복합 위협을 함께 담아야 한다. 단순히 글로벌 협력체 참여를 타진하는 수준만으로는 부족하다. 미토스급 모델 접근권 확보와 국내 취약점 데이터베이스 고도화, 주요 오픈소스 및 국가 핵심 인프라 선제 점검, 금융·통신·의료·에너지 분야별 AI 보안 훈련 체계 구축, 국내 AI 보안 모델 개발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2026-05-26 1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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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국익, 그 사이에서 한국이 읽어야 할 새 질서
대의명분(大義名分). 난세일수록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힘이 아니라 그 힘이 기대는 질서의 정당성이다. 전쟁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동맹에는 신뢰가 있어야 하며, 국익에는 계산이 있어야 한다. 셋 중 하나만 앞세우면 판단은 기울어진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주독미군 5,000명 감축, 유럽산 자동차 25% 관세 인상, 그리고 한국을 향한 미국의 해상안보 기여 압박은 따로 흩어진 사건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군사와 통상, 에너지와 동맹을 한 바구니에 담아 새로운 질서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외교 마찰이 아니라, 안보의 대가와 경제의 부담을 동시에 묻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움직임은 노골적이다. 미 국방부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을 발표했고, 로이터는 이 조치가 이란 전쟁을 둘러싼 유럽과의 갈등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에서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독일의 최근 발언이 “부적절하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대통령이 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유럽연합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했고, 로이터는 이 조치 역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싼 긴장, 그리고 유럽이 해군을 보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상황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공식 문서에 “보복”이라고 적힌 것은 아니지만, 병력과 관세가 동맹의 협조 수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발적 대응이 아니라 전략 문서의 언어와도 맞물린다는 점이다. 미국의 2026 국방전략서는 유럽, 중동, 한반도에서 동맹과 파트너가 자국 방위의 1차 책임을 지고 미국은 “중요하지만 더 제한된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을 적시했다. 동시에 미국은 방위비를 충분히 쓰고 지역 위협에 “눈에 보이게 더 많이” 기여하는 이른바 “모범 동맹”과의 협력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무기 판매, 방산 협력, 정보 공유 같은 보상도 여기에 묶였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가 그리고 있는 질서는 가치동맹의 외피 위에 비용·기여·보상의 서열을 분명히 새기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제가 자료를 종합해 내린 해석이지만, 문서와 최근 조치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 현실을 냉소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국제적 도의와 명분은 여전히 중요하다. 민간 선박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제 해협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제사회의 공공선에 속한다. 어떤 국가가 해상교통로를 위협하고 에너지를 무기화한다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패권의 언어이기 전에 질서의 언어다. 한국처럼 무역과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국가는 더더욱 그렇다. 명분은 허울이 아니다. 힘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최소한의 울타리이고, 동맹을 단순한 거래와 구별해 주는 마지막 기준이다. 유럽 국가들이 국내 여론 때문에 이란 전쟁에 비판적이면서도, 동시에 전후 호르무즈 항행안전 임무나 기뢰제거 준비에는 나서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 동맹의식 역시 가볍게 다룰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4일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향해 사격했다며 이제 한국이 호르무즈 임무에 합류할 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로이터는 한국 외교부가 선박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지만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HMM도 엔진룸 화재 원인이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즉 미국 대통령은 공격으로 규정하며 동참을 촉구했지만, 한국 정부와 선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동맹은 사실을 건너뛰는 면허가 아니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일수록 더 냉정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더 엄격하게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함께한다는 말과 성급히 뛰어든다는 말은 다르다. 경제안보의 현실은 또 다른 층위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에너지 흐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5년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가 하루 약 1,500만 배럴로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고, 한국과 일본을 이 항로에 특히 민감한 국가로 지목했다. 해협이 흔들리면 한국이 먼저 받는 충격은 전함의 위협이 아니라 유가, 보험료, 운임, 원가, 환율이다. 그러니 호르무즈를 두고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고, 반대로 “동맹이니 자동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국가의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다. 안보와 경제는 이미 하나의 계산서 위에 올라와 있다. 결국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세 가지를 함께 붙드는 균형이어야 한다. 첫째, 항행의 자유와 민간 선박 보호라는 국제적 명분에는 분명히 서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의 책임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미국이 요구한다고 무조건 따를 일은 아니지만, 동맹의 공동 부담이라는 큰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셋째, 그 모든 판단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과 법적 절차를 기준으로 다시 걸러져야 한다. 국회 동의, 임무 범위, 종료 조건, 비전투성 지원 여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비축 확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동맹도 필요하고 명분도 필요하지만, 국익의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은 명분은 오래가지 못한다. 맹자는 “왕하필왈리(王何必曰利), 역유인의이이(亦有仁義而已矣)”라고 했다. 어찌 이익만 말하느냐, 인과 의가 있을 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의 국제정치에서 이 말을 거꾸로만 읽어서도 안 된다. 인의만 말하고 이익을 외면해도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트럼프 정부가 만드는 질서는 바로 그 둘을 분리하지 않는 질서다. 협조하는 동맹에는 지원과 산업협력을, 비협조적 동맹에는 병력 축소와 통상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답도 분명해야 한다. 도의적 명분은 놓치지 않되, 동맹은 냉정하게 관리하고, 경제안보의 방파제는 더 높게 쌓아야 한다. 그래야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된다. 새 질서는 이미 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도덕만으로도, 거래만으로도 읽지 않는 성숙한 균형감을 갖추고 있느냐는 데 있다.
2026-05-05 1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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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베트남 금융협력 확대…QR결제·투자 연계 본격화
[경제일보] 정부가 인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해외 순방을 계기로 금융 인프라 협력과 결제 시스템 연계, 현지 진출 지원까지 다각적인 성과를 도출하면서 ‘K-금융’의 외연 확장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4박7일 일정으로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에 동행해 양국과의 금융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문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 전략적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인도에서는 양국 간 금융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인도는 14억 인구와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과의 금융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위원장은 20일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핀테크 협력, QR 결제 연동,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인도 국가투자인프라펀드(NIIF)를 활용한 양국간 투자 확대와 스타트업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국은 향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금융 협력 범위를 넓혀가기로 뜻을 모았다. 금융당국 간 협력도 구체화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인도의 금융특구 감독기구인 IFSCA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금융 중심지 육성을 위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서울과 부산, 인도의 기프트 시티 간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 양국 지급결제기관 간 협력을 통해서는 QR 결제 연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의 결제 시스템과 인도의 UPI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향후 양국 방문객은 별도의 환전 없이 모바일 결제 앱을 통해 즉시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수료 절감 효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활발한 경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금융 분야 협력을 한층 심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베트남은 한국의 주요 투자 대상국이자 금융사 진출이 활발한 핵심 거점 중 하나로 양국 간 금융 협력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24일 팜 득 안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와의 회담에서 한국 금융사의 현지 진출 지원과 디지털 금융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QR 결제 연동을 연내 완료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간 결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금융사의 인허가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인가 사례를 바탕으로 추가 금융사의 진출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으며 베트남 측도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트남 금융시장 인프라 구축 협력도 이어졌다. 차세대 증권시장 시스템 구축, 보험 데이터베이스 조성, 부실채권 처리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이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현지 금융 시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BK기업은행이 약 9년 만에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본인가를 받은 점은 이번 방문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를 통해 한국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가운데 주요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정부는 인도·베트남을 넘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 QR 결제 연동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도 국내 결제 환경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금융사 및 중소기업과의 간담회도 진행됐다. 금융위원장은 현지 진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규제 환경 개선과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번 순방을 통해 구축된 금융 협력 기반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투자, 결제,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디지털 금융과 결제 시스템 연계는 향후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더욱 촘촘하게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해외 금융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개선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26-04-26 17:3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