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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컬' 성공 공식 이어갈까…에피드게임즈, 차기작 개발 위해 공개채용
[경제일보] '트릭컬 리바이브' 흥행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에피드게임즈가 차기작 개발에 속도를 낸다. 흥행 IP를 기반으로 개발 조직을 확대해 후속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0일 에피드게임즈는 차기 서브컬처 역할수행게임(RPG) '트릭컬 파티마' 개발을 위해 전 개발 직군을 대상으로 공개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채용은 '트릭컬 리바이브'를 잇는 차기 프로젝트인 '트릭컬 파티마'의 본격적인 개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모집 규모는 두 자릿수(00명)로, 프로그래밍과 클라이언트, 서버, 그래픽, 기획 등 개발 전 직군에서 인재를 선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채용은 나이와 성별, 전공, 경력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서브컬처 게임 개발에 관심과 역량을 갖춘 지원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지원자는 '트릭컬 파티마' 티징 페이지와 에피드게임즈 공식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서류를 접수할 수 있다. 이후 서류 심사와 실무진 및 임원진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최종 합격자는 약 3개월간 실무 중심 교육과 프로젝트 참여를 병행하는 인턴십 과정을 거친 뒤 정규직 전환 기회를 얻게 된다. 인턴십 기간 동안 급여와 복지 수준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이번 채용은 대표작 '트릭컬 리바이브'의 흥행 성과를 기반으로 추진된다. '트릭컬 리바이브'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독창적인 세계관, 스토리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일본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에피드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468억원, 영업이익 88억원, 당기순이익 82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에피드게임즈가 '트릭컬 리바이브'의 성공을 단발성 흥행으로 끝내지 않고 차기작 개발과 개발 조직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서브컬처 게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개발 인력 확보가 향후 콘텐츠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에피드게임즈는 이번 공개 채용을 계기로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트릭컬 파티마'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차기작을 통해 대표 IP를 확장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에피드게임즈 관계자는 "차기작 '트릭컬 파티마'의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며 공개 대규모 신규 채용을 진행하게 됐다"며 "안일한 세상 한가운데 날카롭게 벼린 죽창이 될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2026-06-30 10: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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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 쥔 현대차 노조, 성과급 잔치가 먼저인가
[경제일보] 현대차 노조가 파업권을 쥐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투표는 파업 쪽으로 기울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멈췄다. 현대차 파업은 낯선 뉴스가 아니지만, 올해의 '공기'는 다르다. 기존 임단협이 '기본급 몇 원, 상여금 몇 퍼센트'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쟁점은 이익 배분 공식이다. '순이익의 30%'라는 숫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불붙은 성과급 논쟁이 자동차 산업으로 넘어왔다는 신호다. 대기업 노조의 교섭 언어가 임금 인상률에서 이익 배분율로 바뀌고 있다. 노동의 몫을 말하는 일은 정당하다. 현대차의 실적은 현장의 땀 없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울산·아산·전주 공장의 생산라인, 품질을 붙든 숙련공, 납기를 맞춘 협력사,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지켜낸 임직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현대차도 없다. 불황기에는 고통 분담을 말하고, 호황기에는 미래 투자를 이유로 성과 공유를 미루는 기업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노조가 성과급의 기준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그런 불신도 있다. 다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서 있는 자리는 '편안한 잔칫상'이 아니다. 전기차 수요는 예상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하이브리드 호황은 언제든 경쟁 심화에 흔들릴 수 있다. 미국 관세와 통상 불확실성은 손익계산서에 이미 부담을 남겼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고, 테슬라와 글로벌 완성차들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자율주행, 로봇, 배터리 내재화 경쟁에 돈을 쏟고 있다. 현대차의 이익은 올해 성과급의 재원인 동시에 다음 10년 생존을 위한 실탄이다. 성과급 논쟁이 불편한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순이익은 금고 속 현금 더미가 아니고, 이 순이익 안에는 미국 공장 투자, 전기차 플랫폼, 배터리 공급망, 소프트웨어 인력, 로봇과 AI, 협력사 지원, 주주환원, 미래차 연구개발이 포함돼 있다. 오늘 나눌 돈은 내일 싸울 돈이기도 하다. 교섭장에서 이 사실이 지워지면,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미래 투자와의 경쟁이 된다. 올해 현대차 노조 요구에는 AI와 자동화에 대한 불안도 담겨 있다. 로봇은 더 똑똑해지고, 생산 데이터는 더 촘촘해지며,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가치를 좌우하는 등 완성차 공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에 회사가 AI와 로봇을 도입해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안감이 모든 요구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AI 전환이 불안하다면 필요한 것은 순이익 30%라는 숫자만이 아니라 직무 전환 계획, 재교육 시간의 유급 보장, 자동화 도입 전 고용영향 평가, 생산성 향상분의 합리적 공유, 협력사 노동자 보호, 고령 숙련공의 역할 재설계 등의 요구들이 나왔어야 한다. 미래차 시대의 노사 교섭은 돈의 크기보다 변화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 대기업 성과급 파업이 더 민감한 이유는 그 울림이 공장 담장을 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멈추면 1차 협력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2차·3차 협력사, 물류, 항만, 지역 상권까지 파장이 간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급 요구가 커질수록 그 성과를 함께 만든 협력업체 노동자의 몫은 어디에 있는지도 묻게 된다. 성과급 잔치가 원청 정규직의 식탁에서 끝나면 산업 생태계의 신뢰는 약해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 노조도 더 큰 시야를 가져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 중 하나다. 그만큼 힘이 있고, 그만큼 책임도 크다. 순이익 30%를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요구가 청년 구직자와 협력사 노동자, 주주와 소비자, 지역경제와 국가 산업전략 앞에서 어떻게 들릴지도 생각해야 한다. 권리는 고립돼 존재하지 않는다. 권리는 늘 다른 사람의 몫과 마주 선다. 회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조의 요구가 거칠다고만 말하기 전에, 성과 배분의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영진 보상과 주주환원은 어떻게 정해지고, 임직원 성과급은 어떤 원칙으로 결정되며, 미래 투자를 위해 얼마를 남겨야 하는지 숫자로 말해야 한다.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차는 이미 세계적 기업이다. 세계적 기업이라면 보상 체계도 세계적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이기는 협상이 아니다. 파업권은 압박 수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실제 파업이 벌어지면 노조는 힘을 보여줄 수 있고, 회사는 원칙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차질과 브랜드 훼손, 협력사 부담과 고객 신뢰의 균열은 모두의 장부에 남는다. 파업 뒤에 남는 것은 승자의 깃발이 아니라 손실의 명세서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대기업 노조들은 성과급의 새 기준을 찾고 있다.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본 노동자들이 보상을 요구하고, 자동차와 조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산업 호황을 근거로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산업마다 체질이 다르고, 이익의 변동성도 다르며, 투자 사이클도 다르다. 삼성의 산식이 현대차의 산식이 될 수 없고, 반도체의 성과급 공식이 자동차와 조선의 표준이 될 수도 없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신뢰다. 하지만 미래까지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산업의 상식이다. 이 두 문장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올해 현대차 교섭의 본질이다. 현대차는 지금 단순한 임금협상장에 서 있지 않다. 전기차 캐즘, 중국차 공세, 미국 통상 압박, AI와 로봇 전환, 고령화와 정년 연장 요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길목에 서 있다. 이런 때 성과급 논쟁이 모든 의제를 삼켜버리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 사라진다. 현대차는 다음 10년에도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가. 그 승리 안에 노동자의 자리는 어떻게 보장되는가. 노조는 파업권을 얻었다. 이제 더 어려운 선택이 남았다. 그 권리를 실제 파업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합의를 끌어내는 마지막 압박으로 남길 것인가. 회사도 선택해야 한다. 버티기로 시간을 살 것인가, 아니면 투명한 성과 배분과 미래 전환 계획을 내놓을 것인가. 현대차의 성과급 논쟁은 돈의 문제가 맞지만,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제조업이 호황을 다루는 방식, 노동이 기술 전환을 받아들이는 방식, 기업이 성과와 미래를 동시에 설명하는 방식의 문제다. 성과급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성과급만으로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파업권을 쥔 현대차 노조 앞에 놓인 것은 잔칫상이 아니라 갈림길이다. 성과를 나누되 투자의 숨통은 남기는 길, 자동화의 불안을 인정하되 변화 자체를 막지 않는 길, 대기업 정규직의 몫을 키우되 협력사와 미래세대의 몫을 지우지 않는 길이 필요하다. 그 길을 찾지 못하면 이번 파업권 확보는 노조의 힘을 보여준 장면으로는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산업의 품격을 높인 장면으로 기억되기는 어렵다. 현대차 노사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늦지 않았다. 파업권을 얻은 지금이야말로 파업을 피할 마지막 기회다.
2026-06-26 08: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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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의 '최저시급' 공고가 불편한 이유…MZ도 열정페이에는 웃지 않는다
[경제일보] 젠지 이스포츠의 숏폼 콘텐츠 편집자 모집 공고가 팬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단순히 시급이 낮아서가 아니다. 공고가 요구한 업무의 무게와 회사가 제시한 보상의 언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공고에 적힌 업무는 가볍지 않다. 젠지 SNS 채널용 유튜브 쇼츠,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를 편집해야 한다. 트렌드 기반 콘텐츠를 제안하고 제작해야 한다. 경기 하이라이트, 선수 콘텐츠, 브랜드 콘텐츠도 다룬다. 지원자는 캡컷,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이펙트 등 영상 편집 툴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포트폴리오도 제출해야 한다. e스포츠 리그 콘텐츠 제작 경험, 빠른 작업 속도, 트렌드 감각, 젠지와 LCK에 대한 높은 관심,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우대사항으로 붙었다. 그런데 급여는 최저시급이다. 이 한 줄이 공고 전체를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실무형 편집자, 트렌드 기획자, 브랜드 콘텐츠 제작자, 팬덤을 이해하는 커뮤니케이터에 가깝다. 회사가 먼저 제시한 가격표는 노동시장에서 허용되는 가장 낮은 선이다. 물론 최저임금 지급 자체가 곧바로 위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근로시간, 주휴수당, 계약 형태, 실제 업무 범위가 법 기준을 충족하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의 바닥을 지켰다는 사실이 좋은 채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e스포츠 브랜드를 표방하는 조직이 팬과 선수의 이미지를 다루는 콘텐츠 실무자에게 최저선을 제시했다면 법 이전에 브랜드 감각의 문제다. 영상편집 시장이 넉넉한 시장도 아니다. 유튜브 영상편집자 노동환경 조사에서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본업 영상편집자의 평균 시급은 1만3495원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조차 풍족한 보상이라 보기 어렵다. 그런데 2026년 최저시급 1만320원은 이보다도 낮다. 국내 영상편집 평균 월급으로 잡아도 최저임금 월 환산액과는 차이가 난다. 이미 낮게 형성된 시장 평균보다도 낮은 법정 최저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트렌드 감각과 브랜드 이해를 요구하는 구조가 납득을 어렵게 만든다. 숏폼 편집은 더 이상 단순 편집이 아니다. e스포츠 구단에서 숏폼은 팬 유입의 입구다. 선수 브랜딩의 유통망이고 스폰서 노출의 상품이다. 경기의 한 장면은 몇 초짜리 쇼츠로 재가공돼 플랫폼을 타고 퍼진다. 그 영상이 팬덤을 만들고, 조회수를 만들고,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만든다. 그 일을 맡기는 공고에 “최저시급”을 적어놓는 것은 콘텐츠의 가치를 말로는 인정하면서 실제 보상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고백처럼 읽힌다. 젠지의 매출과 영업이익, 선수 개별 연봉은 공개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돈이 많으니 더 줘야 한다”고 단정하는 방식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공개된 사실만으로도 젠지는 동네 동아리가 아니다. 포브스는 2022년 젠지의 기업가치를 2억5000만달러로 평가했다. 젠지는 LCK, 발로란트, PUBG 등 여러 종목을 운영하는 글로벌 e스포츠 조직이고 후원사와 콘텐츠 채널, 굿즈 사업을 갖춘 브랜드다. 이런 조직이 콘텐츠 인력을 모집하면서 보상을 최저선으로 못박았다면 팬들이 묻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직무의 기준은 무엇인가. 애정인가, 실력인가. 둘 다 요구하면서 왜 보상만 최저인가. 선수에게 큰 비용을 쓰는 것은 프로 스포츠에서 당연하다. 스타 선수가 경기력을 만들고 팬덤을 만든다. 그러나 그 선수를 팬에게 전달하는 것은 콘텐츠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의 표정, 말투, 순간, 서사를 팬에게 연결하는 사람이 편집자다. 팬덤 산업에서 콘텐츠 제작자는 주변 인력이 아니라 브랜드의 최전선이다. 선수의 가치는 인정하면서 그 가치를 유통하는 노동은 최저시급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순간 산업의 균형은 무너진다. 더 불편한 대목은 ‘열정페이’의 냄새다. 이스포츠와 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지원을 바란다는 말은 채용 공고에서 흔히 쓸 수 있다. 문제는 그 관심이 낮은 보상을 견디는 근거처럼 보일 때다. 팬심은 자격요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팬심이 임금 할인 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MZ세대는 좋아하는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좋아하는 게임, 좋아하는 팀,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 밤을 새우고 콘텐츠를 만든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알아본다. 누가 자신의 열정을 존중하는지 누가 그것을 싸게 사려 하는지. 젠지가 정말 교육형 아르바이트를 원했다면 공고는 달랐어야 한다. 업무 범위를 좁히고 실무 교육과 피드백 체계를 명시하고 어떤 성장 경험을 제공할지 밝혔어야 한다. 반대로 포트폴리오와 편집 툴 숙련, 트렌드 기획, 브랜드 콘텐츠 제작을 요구한다면 보상도 그에 맞춰 설계했어야 한다. 교통비, 식대, 성과 보상, 콘텐츠 크레딧, 경력 증명, 정규직 전환 가능성 같은 보완 조건이라도 제시했어야 한다. 지금 공고는 숙련을 요구하면서 보상은 입문보다 낮게 잡은 모양새다. 이 논란의 핵심은 돈 몇 천원의 문제가 아니다. 메시지의 문제다. “우리는 글로벌 e스포츠 브랜드다. 당신에게는 빠른 손, 트렌드 감각, 팬덤 이해, 편집 툴 숙련, 포트폴리오를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보장하는 것은 최저시급이다.” 이 문장을 보고도 젊은 지원자들이 감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착각이다. e스포츠는 팬덤으로 성장했다. 팬들이 시간을 쓰고, 돈을 쓰고, 감정을 쌓아 산업을 키웠다. 그 팬들 가운데 누군가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고, 누군가는 구단 직원이 되고, 누군가는 산업의 다음 세대가 된다. 그들에게 “좋아하니까 싸게 일해도 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브랜드 충성도는 자부심이 아니라 실망으로 바뀐다. 젠지가 이번 공고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복잡하지 않다. 좋은 콘텐츠를 원하면 좋은 노동을 인정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열정은 여전히 통한다. 그러나 열정페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산업이 커졌다면 임금의 언어도 커져야 한다. 최저시급이라는 한 줄은 법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젠지라는 브랜드가 말해온 글로벌 e스포츠의 품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2026-06-24 16: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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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정면충돌,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경제일보] 정년 65세 논의가 다시 국회와 노사정의 의제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37년 65세에 이르게 하는 방안과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은 아니다. 그러나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의 간극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반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다. 직장을 떠난 뒤 연금이 나오기까지 5년을 견뎌야 하는 세대가 생겼다는 뜻이다. 퇴직금과 개인연금으로 메우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는 간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녀 지원, 부모 부양을 거친 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에게 60세 이후의 소득 단절은 생활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기존 일자리의 혜택을 더 누리려는 집단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생산현장과 기술직, 영업과 관리 업무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이 있다.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강과 능력이 있는 근로자를 나이만으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도 한계에 닿고 있다. 고령층의 계속고용은 노후소득 보장과 인력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청년층이 바라보는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 안정된 일자리의 채용문은 좁아졌다. 공개채용은 줄고 경력직 중심 채용은 늘었다. 학업을 마친 뒤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취업준비와 단기 일자리를 오가는 청년도 많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낮아졌고, 실업률은 7.2%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청년에게 정년 연장은 자신의 취업 순서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소식으로 들릴 만하다. 세대 갈등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는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1명 늘 때 청년 고용이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사업장과 고용보호가 강한 업종,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기업이 인건비와 정원을 조정할 때 해고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면, 정년 연장은 청년에게 채용 감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고령층의 일자리를 줄여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결론도 현실성이 없다. 업종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청년의 기술 적응력이 결합할 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숙련 인력의 계속고용이 경영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의무고용과 임금 조정을 병행한 경우에는 고령층 고용 증가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년 연장 자체보다 이를 어떤 조건 아래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정년 65세를 추진하려면 청년 채용을 함께 보장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계별 청년 신규채용 계획을 노사 협의에 담고, 그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세제와 재정 지원도 청년 채용 유지, 직무훈련 확대, 인턴의 정규직 전환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정년은 연장됐는데 청년 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을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연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나이를 이유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은 갈등만 키운다. 맡은 일의 난도와 책임, 숙련도와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체계로 옮겨 가야 한다. 고령 근로자에게는 기술 전수와 품질 관리, 현장 교육처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청년에게는 새 업무와 승진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같은 처방을 들이밀 수 없다.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획일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 조기퇴직과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를 부를 우려가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과 직무 전환 비용을 지원하되, 청년 채용과 숙련 전수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이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는 곳도 있고,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는 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과도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2037년 65세라는 장기 목표만 내세우고 그 사이 60세 정년을 맞는 세대의 소득 공백을 외면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긴다. 정년 상향 속도와 재고용 의무 시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맞춰야 한다. 제도 전환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5년의 소득 공백을 떠안고, 누군가는 그 부담을 피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고, 고령층에게 일터를 비우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한 세대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법률 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줄이고 청년의 첫 일자리 기회를 지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금과 직무 체계를 만드는 일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정년 65세를 둘러싼 논쟁의 기준은 퇴직 연령을 몇 살로 높였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도 청년의 출발선이 더 뒤로 밀리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조건을 갖춘 합의라야 세대 갈등을 줄이는 제도 개편으로 남을 수 있다.
2026-06-22 09: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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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정년 연장 청구서, 청년 일자리의 답도 담겼나
[경제일보]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국회 문턱에 섰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까지 밀려나는 상황에서 60세 정년은 은퇴자에게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을 남긴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노후 소득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 제기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정년 연장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그 청구서에는 빠진 항목이 없어야 한다. 고령층의 생계 불안만 적고 청년 일자리의 대책을 비워둔 채 국회에 법부터 만들라고 압박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합의라기보다 한쪽의 요구를 입법 문장으로 옮기는 일에 가까워진다. 정년 연장은 고령 근로자에게는 소득 공백을 줄이는 안전판일 수 있지만, 청년들에게는 닫힌 취업문 앞에 또 하나의 자물쇠가 걸리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소득 공백의 현실, 그러나 비어 있는 청년 대책 고령층의 현실은 엄연하다. 60세에 회사를 떠난 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은퇴 후에도 생활비는 줄지 않고, 주거비와 의료비 부담은 남아 있다. 60대 초반을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날 나이로 보기도 어렵다. 건강수명은 길어졌고, 숙련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 정년 연장을 세대 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법정 정년 숫자만 60에서 65로 바꾼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정년 연장은 누군가의 퇴직 시점을 늦추는 제도다. 기업의 인건비 총량과 정원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그 부담이 신규 채용 축소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권, 공공기관일수록 정년 연장의 혜택은 기존 정규직에게 집중되고, 채용 감소의 부담은 취업 준비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이 답답해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이미 청년들은 입시 경쟁, 취업 경쟁, 주거 경쟁을 거쳐왔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채용 문은 좁아졌고, 서울 집값은 월급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부모 세대가 올라탔던 성장의 사다리는 희미해졌는데, 이제는 그 사다리 위쪽에 있는 이들의 체류 기간까지 더 늘리겠다는 말로 들린다. “너희도 나중에 나이 들면 혜택을 본다”는 설명은 지금 취업 문 앞에 서 있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기 어렵다. 그들에게 문제는 30년 뒤의 정년이 아니라 올해의 채용 공고다. 노동계는 이 불편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청년 채용 축소 가능성에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연공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정년만 늘리자는 것인가. 임금피크제, 직무 재설계, 근로시간 조정, 신규 채용 유지, 세대 간 고용 배분 문제를 함께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피한 채 정년 연장만 입법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개혁안이 아니라 기득권의 연장 신청서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년의 혜택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한국 노동시장의 모순은 모두에게 같은 정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법정 정년의 보호를 실제로 누리는 사람은 안정된 직장에 오래 남아 있는 근로자들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에게 60세 정년이라는 말은 종종 남의 회사 이야기다. 이들에게는 65세 정년보다 다음 계약 연장, 다음 달 매출, 내년 고용 유지가 더 절박하다. 정년 연장 입법의 직접 수혜자가 노동시장 내부에서도 비교적 강한 위치에 있는 집단으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논쟁은 단순한 노년 대 청년의 감정싸움이 아니다. 이미 안정된 자리를 가진 사람과 그 자리에 들어가려는 사람 사이의 충돌이다. 정년 연장 논의에서 가장 약한 사람은 반드시 60대 정규직만은 아니다. 아직 회사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한 청년, 계약 갱신을 기다리는 비정규직, 중소기업에서 정년이라는 말을 체감하지 못하는 근로자도 노동시장 안팎의 약자다. 조직된 노동의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이들의 불안이 지워져서는 안 된다. 위쪽이 오래 머물면 아래쪽은 늦어진다 법정 정년의 숫자를 바꾸는 순간 인사·임금·승진·채용 질서가 함께 흔들린다. 부장과 차장의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 대리와 사원의 승진은 늦어진다. 정원이 묶인 조직에서는 신규 채용이 줄어든다. 공공기관에서는 청년 채용 확대를 말하면서 내부 인력의 퇴직은 늦추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민간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경력직 중심 채용이나 자동화 투자로 대응할 수 있다. 그 결과가 다시 청년에게 돌아간다면 정년 연장은 세대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법으로 굳히는 일이 된다. 이미 60세 정년 의무화 이후에도 비슷한 경고가 나왔다. 고령층 고용은 늘었지만 청년층 고용이 줄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물론 고령자와 청년이 늘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정원이 제한된 일자리, 승진 사다리가 있는 일자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위쪽의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 아래쪽의 진입과 이동은 늦어진다. 노동계가 이 대목을 불편해한다고 해서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년 일자리 없는 정년 연장은 미봉이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그 방식은 훨씬 정교해야 한다. 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률적 65세 정년 의무화가 유일한 답일 수는 없다. 퇴직 후 재고용, 계속고용, 시간제 전환, 직무 전환, 임금 조정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고령층에게 일할 기회를 주되 기업의 부담을 조정하고, 청년에게는 채용 통로를 남겨야 한다. 어느 한쪽의 고통을 다른 한쪽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연공급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정년만 늘리면 기업 부담은 커지고 청년 채용 여력은 줄어든다. 고령 근로자의 숙련을 인정하되 직무와 성과, 근로시간에 맞는 임금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노동계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면 정년 연장 논의는 국민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년은 늘리고 임금체계는 그대로 두자는 주장은 결국 비용 부담을 기업과 청년에게 넘기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청년 채용을 지키는 장치도 필요하다. 정년 연장 혜택을 받는 기업에는 신규 채용 유지 의무나 청년 채용 확대 유인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공공기관이 청년 채용 확대를 말하면서 정작 내부 정년 연장으로 신규 채용 여력을 줄인다면 청년들은 그 말을 믿기 어렵다. 청년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 정년 연장이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정년 연장 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한쪽의 고통만 말하는 것이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만 말하면 청년의 고용 공백이 지워진다. 청년의 분노만 말하면 은퇴자의 생계 불안이 가려진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입법 논의는 표 계산과 조직의 압력에 흔들리기 쉽다. 고령층 유권자는 많고, 조직 노동은 목소리가 크다. 반면 청년 구직자는 흩어져 있고, 아직 직장 안의 교섭권도 없다. 국회가 누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정년 연장 논의는 더 엄격해야 한다. 강한 조직을 가진 노동계의 요구가 곧 사회적 약자의 요구로 등치돼서는 안 된다. 노동시장의 약자는 안정된 대기업 정규직만이 아니다. 취업준비생, 계약직 청년, 중소기업 근로자, 경력 단절자,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시장 안팎의 약자다. 정년 연장 입법이 이들의 몫을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그 법은 보호가 아니라 배제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노동계가 진정으로 일할 권리를 말하려면 청년의 일할 권리도 함께 말해야 한다. 60대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대의 채용 공백을 키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그 부담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나눌 것인지까지 답해야 한다. 그 답 없이 국회에 법부터 만들라고 압박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회적 대화가 아니다. 청년들은 이미 많은 것을 양보해왔다. 더 오래 공부했고, 더 늦게 취업했고, 더 늦게 결혼하고, 더 늦게 집을 마련하거나 아예 포기했다. 그런데도 사회는 청년들에게 또 기다리라고 말한다. 앞선 세대가 더 오래 일해야 하니 너희의 차례는 조금 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정책이라고 부르려면 최소한의 공정성이 있어야 한다. 청년 일자리 대책 없는 정년 연장 입법으로는 그 공정성을 설명할 수 없다.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숙제일 수 있다. 그러나 숙제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제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의 청구서에는 고령층의 생계 불안은 적혀 있지만 청년의 답답함은 충분히 적혀 있지 않다. 국회가 그 청구서를 그대로 받아 적는다면 청년들은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사회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은 참여가 아니라 대기이고, 공정이 아니라 순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년 65세 논의가 세대 전쟁으로 가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살까지 일하게 할 것인가만 물을 일이 아니다.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청년 채용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노동시장 밖의 고령층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임금체계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정년 연장 입법은 개혁이 아니라 미봉이다. 고령층의 노후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름으로 청년의 출발선을 더 뒤로 밀어서는 안 된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면 청년 일자리의 답까지 함께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빠진 입법은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힘 있는 쪽의 요구를 법률 문장으로 옮기는 일에 그칠 수 있다.
2026-06-17 07: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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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9조, 포춘 500 132위… 쿠팡이 만든 이커머스의 새 기준
[경제일보] 서울 어느 동네에서 밤 11시에 주문을 넣으면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택배가 놓여 있다. 이제는 당연한 일처럼 여기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선보이기 전까지, 택배는 '1~3일 내 도착'이 통념이었다. 그 쿠팡이 지난해 49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포춘지가 매년 총매출 기준으로 발표하는 '포춘 500'에는 132위로 이름을 올렸다. 2023년 195위로 처음 진입한 뒤 4년 연속 순위를 높인 결과다. 한국 이커머스 기업이 세계 최대 기업 순위 150위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역대 최대 실적, 3년 연속 흑자 쿠팡Inc가 올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5년 연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345억달러(원화 기준 49조1197억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고정환율 기준으로는 18%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6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2023년 6170억원으로 처음 연간 흑자를 낸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은 3030억원으로 전년의 세 배를 넘겼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억달러(약 9조원)로 전년보다 늘었다. 같은 해 패스트컴퍼니도 쿠팡을 '2025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유통 부문 2위로 선정했다. ◆AI가 먼저 움직인다, 로켓배송의 원리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유를 쿠팡은 AI에서 찾는다. 수천만 건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상품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팔릴지를 미리 예측하고,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해당 상품을 가까운 물류센터로 옮겨두는 방식이다. 쿠팡 관계자는 "수조 건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문 예측부터 배송 완료까지 물류 전 과정에 AI 기술을 깊숙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내부에서도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인운반로봇(AGV)이 선반을 작업자 앞으로 옮겨주고, 소팅 로봇이 배송지에 따라 상품을 자동 분류한다. 소팅 봇 도입 이후 상품 분류 작업의 업무량은 약 65% 줄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3조원의 투자, 지방에 생긴 일자리 이 기술 기반 위에서 쿠팡은 물류망을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현재 전국 260개 시군구 중 182곳(70%)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에 추가 투자해 2027년에는 230여 곳(88% 이상)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방에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동안 일자리도 함께 생겼다. 2024년 9월 기준 쿠팡과 물류 자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합산 고용 인원은 8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민간 고용 규모 2위다. 특히 지방 청년 일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비서울 지역 물류센터의 20~30대 청년 직원 수(일용직 제외)는 올해 1만7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9월 1만5000명에서 반년 만에 2000명 더 늘어난 것이다. 광주, 대전, 경남 등 지방 물류센터의 2030 청년 비중은 50% 안팎으로 수도권 물류센터(약 40%)보다 오히려 높다. 광주첨단물류센터에서 출고팀 현장 관리자로 일하는 배희재(29) 씨는 "수도권의 높은 월세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다가 고향 인근 물류센터에 입사해 경제적으로 안정됐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역 대학 15곳과 산학협력을 맺어 인턴십과 정규직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에서 검증된 '한국 공식' 2022년 10월, 쿠팡은 대만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만든 로켓배송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실험이었다. 대만 사업은 진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54% 성장했다. 쿠팡은 현지 물류 인프라 구축에만 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고, 최근에는 와우 멤버십 프로그램도 현지에 출시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한국에서 만들어낸 플레이북이 다른 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 사례가 대만"이라고 밝혔다. 쿠팡을 통해 대만에 동반 진출한 국내 기업은 1만2000곳에 달하며, 현지 판매 제품의 70%가 한국 중소기업 생산품이다.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통해 소상공인들도 쿠팡의 물류망을 빌려 해외에 나갈 수 있다. 럭셔리 커머스 플랫폼 파페치까지 더하면 쿠팡의 판매망은 190개국으로 넓어진다. 1400개 이상의 브랜드와 부티크가 파페치를 통해 전 세계 고객과 거래한다. 로버트 포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는 "AI, 맞춤형 로보틱스, 물류 분야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국 상품·서비스 수출 50억달러 이상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2014년 로켓배송이 세상에 나왔을 때 '밤 11시 주문이 다음 날 아침 도착한다'는 약속을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11년 뒤, 그 약속은 한국 소비자의 일상이 됐다. 같은 약속이 이번엔 대만 소비자를 향하고 있다.
2026-06-08 16: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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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첫 파업 기로…성과급 갈등 넘어 '플랫폼 신뢰' 시험대
[경제일보] 카카오가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가능성 앞에 섰다. 성과급과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이어지면서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당장 카카오톡 등 핵심 서비스가 멈출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번 사안은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성과 배분과 조직 신뢰를 둘러싼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본사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고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 노조와 함께 공동 단체행동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는 6월10일 판교역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파업 투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 성과급 갈등서 조직 신뢰 문제로 확산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산입 여부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요구안이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1인당 500만원 규모의 RSU를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양측의 견해가 갈렸다. 노조는 이번 갈등을 단순한 보상 규모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신뢰의 문제로 보고 있다. 카카오 노조 측은 “지금의 갈등은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 사이 신뢰가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지속적으로 경영쇄신을 이야기해왔지만 진정한 쇄신은 비용 절감이나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구성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노조 요구안이 회사의 투자 여력과 경영 부담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의 총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려할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숫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뿌리는 더 깊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본사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 성과와 본사 지급 여력, 구성원이 체감하는 보상 사이에 간극이 생긴 셈이다. 노조 요구안을 별도 영업이익 4402억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성과급 재원은 572억~616억원 수준이다. 이를 정규직 근무자와 휴직자 제외 인원 기준으로 나누면 1인당 1600만~1700만원대가 산출된다. 다만 이는 RSU를 별도로 볼지, 성과급에 포함할지, 근무 기간과 지급 대상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에 따라 실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 카톡 중단 가능성 낮지만 장기화 땐 부담 이번 갈등이 민감한 이유는 카카오가 단순 IT 기업을 넘어 국민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공동체 서비스는 일상 결제와 이동, 커뮤니케이션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회사와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자동화된 운영 체계와 필수 인력 대응으로 당장 대규모 서비스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카카오 역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내부 프로토콜에 기반한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핵심 서비스의 유지·보수, 장애 대응, 보안 점검, 신규 기능 배포, AI 서비스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카카오는 올해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과 카카오톡 개편을 주요 성장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조직 내부 갈등이 길어지면 신사업 실행 속도와 대외 신뢰도에 동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남은 변수는 협상 재개 여부다. 양측 모두 대화 가능성은 닫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 노조 측 관계자는 “파업을 논의 중이고 다음 주 초에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아직 사측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업 참여 인원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 전”이라고 밝혔다. 결국 타협의 초점은 성과급 총액보다 산정 기준의 투명성, RSU의 성격, 계열사별 보상 형평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요구하는 보상 재원과 회사가 말하는 미래 투자 여력 사이에서 납득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로서는 파업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큰 과제다. 이번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보상 원칙과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 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노사가 일정 수준의 기준을 합의한다면 플랫폼 기업의 성과 배분 모델을 새로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여러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대화를 통해 다시 하나의 카카오로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6-05-29 17: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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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 "반도체 초과이익, 성과급 갈등 넘어 국민환류 체계 고민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단순 임금과 성과급 문제를 넘어 초과 이익 배분 구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만큼 기업이 창출한 막대한 초과 이익 역시 노사 간 배분 문제를 넘어 사회적 환류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이사는 27일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초과 이익과 사회적 환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손 대표는 삼성전자 노사 문제를 단순한 임금 협상 차원보다 한국 경제 성장 구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로 봤다. 반도체 산업이 개별 기업 경쟁력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세제와 금융, 연구개발, 산업 인프라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함께 작동한 결과라는 점에 주목했다. 손윤 대표는 “삼성전자의 초과 세수와 초과 이익은 우선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민 기업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국민주권 개념도 함께 언급됐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산업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성과 역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 속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논의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제시됐다. 반도체 산업은 개별 기업 투자와 기술력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대규모 전력과 용수 공급, 연구개발 지원, 산업단지 조성, 인재 양성 체계 등 사회 전반의 기반이 함께 작동해야 산업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표에서는 삼성전자 성장 과정도 함께 다뤄졌다.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시장 세계 1위에 오른 뒤 메모리 분야 선두 자리를 유지했고 이후 플래시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시스템반도체까지 영역을 넓히며 세계 시장 영향력을 키워왔다는 내용이다. 손 대표는 당시 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 지원 정책 등이 산업 성장 기반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기업 자체 경쟁력뿐 아니라 정책 지원과 사회적 기반도 성장 과정에 함께 작용했다는 의미다. 노동의 범위를 기존 인식보다 넓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협력업체 종사자와 지역사회 기반시설, 교육 체계 등 사회 전체의 지원이 현재 성과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삼성전자의 성공 신화에는 노동자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노동의 범위 역시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과 이익 환류 방식으로는 이른바 ‘1대1대1 구조’를 제안했다. 초과 이익의 3분의 1은 국가 자산 확대를 위한 사회적 환류에 활용하고 3분의 1은 노동자 성과 보상, 나머지 3분의 1은 주주 배당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국가와 노동, 주주 간 균형 있는 배분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형 국부펀드 조성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단기 지원금이나 일회성 재정 지출보다 AI 인프라와 첨단 반도체 생태계, 에너지 전환 기술, 전략 광물, 미래 제조 기반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초과 세수를 우선 국채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손 대표는 2026년도 예산 기준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 수준으로 전망되는 만큼 예상 밖 세입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국가채무 축소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10조원을 갚는 것은 쉬울 수 있어도 향후 AI 인프라나 에너지 전환, 지역 산업 재편 등에 필요한 자금을 다시 마련하는 일은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며 “초과 세수는 구조적 적자를 메우는 상시 재원이 아니라 특정 산업 호황에서 비롯된 변동성이 큰 수입”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건전성은 단순히 부채비율 숫자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한 역량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래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 역시 재정건전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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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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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봉합'이 남긴 성과급 복마전, '시장 원칙'과 '상생'으로 틀 바꾸어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잠정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은 일단 피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초유의 사태를 막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겉으로는 ‘봉합’됐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계 전반에 훨씬 더 큰 후폭풍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의 갈등을 덮기 위해 내놓은 타협이 시장 원칙과 산업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에도 일정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인정한 것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자본주의와 경영의 기본 원칙을 흐리게 만든 결정이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에 대한 사후 보상이다. 그런데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을 보장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실상의 고정 임금으로 변질된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과주의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기아,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카카오 등 주요 기업 노조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 기업의 노사 합의가 산업 전체의 새로운 기준처럼 굳어질 경우, 기업마다 처한 경영 환경과 미래 투자 여력은 무시된 채 ‘성과급 총액 경쟁’만 남게 된다. 결국 기업은 미래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설투자 재원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기업 내부의 성과급 갈등이 원·하청 구조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대기업 정규직들이 수천만 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안,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올릴 때 왜 우리는 제자리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환경은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국가적 지원과 공격적 투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엔비디아는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조직 전체가 미래 투자와 혁신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내부 성과급 갈등과 노노 갈등에 매몰된다면 결국 경쟁국만 웃게 될 것이다.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 내부 분열은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제도의 전면적 재설계다. 우선 성과급 체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획일적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은 기업의 경기 변동성과 미래 투자 전략을 무시하는 위험한 구조다. 성과급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 기여도, 장기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처럼 개인별 기여도와 장기 성과를 반영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중심 보상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기 현금 보상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효과가 크다. 동시에 원·하청 상생 모델 구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업체와 하청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동성과기금이나 협력사 성과 공유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만의 ‘성과급 잔치’로 비쳐지는 순간 사회적 정당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 3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합리적 성과배분 원칙과 노사 협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 미래 투자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적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태는 단순한 노사 분쟁이 아니다.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과 노동시장 양극화, 그리고 성과 배분 체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경고음이다. 총파업을 막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숫자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아니라, 시장 원칙과 상생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무너진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1 0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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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잔칫상, 씨종자까지 나눠 먹을 텐가
[경제일보] 올해 대한민국 제조업의 임금협상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들이 점령하고 있다. 수십 년간 협상 테이블의 주역이었던 “기본급 몇 호봉 인상”이라는 정액 중심의 담론은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영업이익의 N%”라는 서늘한 수식어다. 노동의 대가를 ‘비용’이 아닌 ‘지분’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노조의 요구는 이제 삼성전자를 넘어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경제의 기둥인 중후장대 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최근의 흐름은 가히 폭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카카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 노조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명시하라는 요구안을 던졌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에게 지급할 것”을 공식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조합원 1인당 약 75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지난해 거둔 역대급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고수하고 있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화’와 ‘성과급 상한 폐지’는 이제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기업 이익의 사후 배분 구조를 바꾸겠다는 근본적인 도전이다. 이러한 요구를 단지 ‘노조의 이기주의’나 ‘귀족 노조의 떼쓰기’로 치부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단견(短見)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실존적인 불안과 정당한 기여도가 섞여 있다. 고물가 행진 속에 실질 임금은 정체됐고, 현장의 노동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전환기에 ‘내가 만든 호황의 과실’이라도 확실히 챙겨야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나 로이터 등 외신들도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익 공유(Profit Sharing) 요구의 강화가 기술 격변기의 노동자들이 선택한 자기방어적 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론이다. 성과를 나누자는 철학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 배분’ 공식으로 고정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영속성을 뒤흔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위해 투입돼야 할 ‘미래의 종잣돈’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고전 순자(荀子) 부국(富國)편에는 “욕다이물과, 과칙필쟁(欲多而物寡, 寡則必爭)”라는 구절이 나온다. “욕망은 많은데 물건이 적으면 반드시 다툼이 생긴다”는 뜻이다. 순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分)’, 즉 합리적인 제도와 기준을 강조했다. 지금의 성과급 논쟁은 바로 이 ‘분’의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영업이익이라는 한정된 그릇을 두고 노동자, 주주, 협력사, 그리고 미래 투자가 서로의 몫을 먼저 챙기려 다투는 형국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은 소위 ‘사이클 산업’이다. 오늘의 천문학적인 이익은 어제의 고통스러운 R&D(연구개발)와 설비투자가 낳은 결과다. 동시에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다운사이클을 버텨낼 맷집이자,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유일한 실탄이다. 최근 기업들이 노사 갈등으로 투자 재원을 소진할 경우, 국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과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순식간에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한 세대만 뒤처져도 수조원의 이익은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기에 투자 시기를 놓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성과급 공식이 투자의 발목을 잡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가불해서 오늘을 잔치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제 성과 배분의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첫째,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노조가 ‘정률 배분’이라는 거친 요구를 들고나온 것은 사측이 성과급 산정 기준을 ‘깜깜이’로 운영해온 탓이 크다. 기업은 사업부별 실적과 현금흐름, 향후 투자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를 진정한 경영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우니 참으라”는 식의 낡은 훈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둘째, 성과 배분의 범위를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제안한 ‘협력업체 노동자와의 성과 공유’는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다. 대기업 정규직만 성과의 과실을 독식하는 구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킨다. 1, 2차 협력사와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 아우르는 ‘상생형 성과 배분’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셋째, ‘정률 배분’ 대신 ‘유연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업이익의 30%를 고정적으로 떼어가는 방식은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완전히 박살 낸다. 대신 실적에 연동하되, 미래 투자 재원과 재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한선과 하한선을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업의 성장은 국가 발전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메시지는 무겁다. 개별 기업의 임단협 결과가 국가 수출 경쟁력과 환율, 지역 경제에 직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냉철한 숫자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따뜻한 분배의 정의로 유지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정의다. 그러나 미래까지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산업의 상식이다.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차, HD현대중공업의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단순한 ‘보너스 금액’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호황의 단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다음 10년이 결정될 것이다. 노사는 지금 좁은 능선 위에 서 있다. 서로를 벼랑 끝으로 밀어낼 것인가, 아니면 서로의 손을 잡고 더 높은 고지로 향할 것인가. ‘나눔’의 미덕과 ‘투자’의 책무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K-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은 증명될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미래의 씨앗은 남겨두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산업의 문법이다.
2026-05-15 13: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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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투쟁'에 갇힌 삼성 노조, 상생의 가치 망각했나
[경제일보]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의 노사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천문학적인 피해액을 뒤로한 채 파업에 돌입하더니, 삼성전자 노조마저 반도체 부문의 막대한 성과급을 내세우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참담하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넘어 우리 사회 연대의 가치를 허무는 ‘극단적 실리주의’의 민낯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에서 터져 나온 ‘노노(勞勞) 갈등’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조 지도부가 다수 조합원이 속한 반도체(DS) 부문의 이익 대변에만 몰두하자, 적자 위기에 놓인 가전·모바일(DX) 부문 조합원들이 연쇄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동료의 고통은 외면한 채 반도체 업황 회복의 과실만을 독식하겠다는 행태는, ‘노동 형제애’라는 노조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반도체 부문의 성과가 과연 그들만의 전유물인가. 위기 때마다 고통을 분담한 다른 사업부 동료들의 인내, 위험을 감수하며 공급망을 지켜온 수많은 협력업체의 헌신, 그리고 정부의 과감한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이 밑거름되었음을 정녕 잊었단 말인가. 성과의 그늘에 가려진 이들의 기여를 외면한 ‘성과급 잔치’ 요구는 그래서 공허하고 위태롭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절을 맞아 강조한 “상생의 생태계”와 “과도한 요구에 대한 지탄”은 우리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를 직시하라는 엄중한 경고다.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1차 노동시장’의 기득권자들이 자신들만의 성채에 안주할수록, 그 성벽 아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2차 노동시장’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이 대통령의 발언을 타사에 대한 언급이라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경제의 상징이다. 삼성 노조의 행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격(格)과 사회적 책임의 수준을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지금처럼 수억원대 성과급을 위해 동료와 협력사를 외면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진정한 노동운동의 힘은 ‘나만 잘사는 투쟁’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할 때 발휘되는 법이다. 노조는 이제라도 닫힌 연대의 빗장을 풀어야 한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무리한 요구를 거두고, 성과의 온기가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전향적인 상생 모델을 사측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또한 기업 단위 교섭 체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사회적 대화의 틀을 통해 이익 공유를 제도화할 방안을 진지하게 강구해야 할 때다. 삼성 노조가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벗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주체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것이 삼성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은 선택이자, 무너진 노사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04 09: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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