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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10년을 5년으로…기업형 첨단도시, 결국 '사람'이 답이다
[경제일보] 정부가 '산단 조성 10년' 시대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3대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부지를 신속하게 공급하고 공장과 연구시설이 집적된 첨단산업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인허가 기간 단축보다 우수 인재의 정착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공장만 세운다고 경쟁력이 확보되는 산업이 아니다.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인력과 협력기업, 대학, 병원, 교육·문화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첨단산업 경쟁의 무게중심이 생산시설 확충에서 인재와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 조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산단 기획부터 공장 가동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던 절차를 5년 이하로 단축하고 기업과 인재가 함께 모이는 새로운 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단에서 첨단도시로…정부가 바꾸려는 산업 지도 이번 구상의 핵심은 산업단지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생활권과 결합한 첨단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데 있다. 정부는 기업 맞춤형 입지 공급과 함께 주거·교육·문화·의료 시설을 확충하고 정주지까지 30분, 공항과 항만 등 물류 거점까지 1시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와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도시'를 강조하는 이유는 첨단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제조업 시대에는 공장을 빠르게 건설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생산시설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고 이를 운영할 고급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부지 확보를 넘어 엔지니어가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 의료 서비스, 교통 접근성, 협력사와 연구기관이 밀집한 연구개발 기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최첨단 공장을 구축하더라도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성과 연구개발 역량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 경쟁력은 공장 자체보다 우수 인력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정주 여건에서 갈린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TSMC·인텔이 보여준 교훈…공장만으로는 생태계 못 만들어 이 같은 변화는 해외 주요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애리조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 맞춰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반도체 설비를 설치할 숙련 기술인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 일정이 연기됐다. 현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만 엔지니어를 파견해 교육을 병행하는 등 인력 문제가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대규모 투자만으로 첨단산업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인텔 역시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하며 '실리콘 하트랜드(Silicon Heartland)' 구축에 나섰지만 시장 환경 변화와 투자 일정 조정, 기반시설 조성 등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보다 공장 완공 시점이 늦춰졌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첨단산업 클러스터는 생산시설 건설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재 확보와 협력기업 유치, 도시 기반시설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연구개발 인력은 용인과 분당, 수지, 동탄 등 수도권 생활권을 기반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과 협력기업, 대학, 교통망이 이미 집적돼 있다는 점이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빠른 산단'보다 '머물고 싶은 도시'가 경쟁력 반면 앞으로 조성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거점은 생산시설과 함께 새로운 생활권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이 장기간 정착하려면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메가 프로젝트에서 기업형 첨단도시를 별도 축으로 제시한 것은 기존 산업단지 정책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국가산업단지나 혁신도시 정책이 생산시설 공급이나 공공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산업과 주거, 연구개발, 교육, 교통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협력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다만 정부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뿐 아니라 산업 기반시설 확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전력망과 용수 확보, 환경영향평가, 주민 수용성, 교통 인프라 구축 등이 계획대로 이뤄질지가 사업 추진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거점 대학이 반도체와 AI 산업이 요구하는 고급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도 기업형 첨단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단순히 산단 조성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빠른 인허가가 아니라 연구개발과 생산, 생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산단 10년에서 5년'이라는 목표의 진짜 의미는 공장을 더 빨리 짓는 데 있지 않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생산시설의 규모보다 우수 인재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모여 혁신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형 첨단도시 역시 '빠른 산단'이 아니라 기업과 인재가 머물고 성장하는 혁신 거점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800조원 규모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결국 사람이 모여야 하는 산업인 만큼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이 전력과 용수 못지않게 중요한 투자 요소"라며 "협력사와 소부장 기업이 함께 집적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가 구축돼야 지속 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10 17: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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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vs SK하닉 '실탄'…AI 메모리 패권경쟁 2라운드
[경제일보] AI 반도체 전쟁의 열기가 다시 한국 증시를 흔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왔고,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쪽은 실적으로, 다른 한쪽은 자금조달로 AI 메모리 패권전 2라운드의 문을 열었다. 역대급 실적으로 돌아온 삼성의 '반격'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약 171조원, 영업이익 약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4조68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9배 수준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뛰고,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몇 년 전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가 다시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 코스피는 4.9%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6.9%, 6.1% 하락했다. 강한 이익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AI 메모리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 영향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과열됐는지,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계속 늘어날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새로운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단순한 HBM 점유율 싸움을 넘어섰다. 이제 승부처는 '누가 더 빨리 고성능 메모리 생산능력을 늘리느냐', '누가 엔비디아와 빅테크 고객의 장기계약을 더 단단히 묶느냐'. '메모리 사이클이 꺾일 때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로 옮겨갔다. 삼성전자의 무기는 종합 반도체 체력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패키징을 모두 가진 세계에서 드문 기업이다. AI 반도체가 복잡해질수록 칩 하나의 성능보다 메모리, 로직, 패키징을 함께 묶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먼저 밀렸지만, 메모리 전반의 가격 상승과 낸드 회복, 범용 D램 수요 반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초반 주도권을 놓쳤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 공급망의 신뢰를 먼저 얻은 쪽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2분기 호실적에도 시장에서 '삼성이 AI 메모리의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제품을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HBM 선점한 SK, 자본시장서 실탄 확보 SK하이닉스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 매각을 시작했고 280억7000만 달러(한화 약 43조원)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국내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과 첨단 장비 확보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AI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글로벌 투자자 자금을 끌어와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HBM 선점으로 얻은 시장 신뢰를 자본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승부수다. SK하이닉스의 강점은 집중력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바일과 가전까지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이라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한 분야에서 더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HBM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AI 시대 메모리 강자' 이미지를 굳혔다. HBM은 단순히 많이 만드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의 AI 가속기 설계 일정에 맞춰 성능, 발열, 전력 효율, 패키징을 함께 맞춰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이 고객 맞춤형 대응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이다. AI 메모리 호황이 길게 이어지면 선제 투자는 격차 확대의 무기가 되지만, 반대로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공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대규모 설비투자는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호황 이후 겨누는 장기전 두 기업 모두 사이클 방어가 숙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은 다운사이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계약과 '테이크 오어 페이(Take or Pay)' 방식의 계약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계약이 전체 매출을 모두 방어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쟁은 '누가 더 많이 버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실적으로 자신이 여전히 '메모리 강자'임을 증명해야 하고, SK하이닉스는 HBM 선점이 일시적 우위가 아니라 장기 경쟁력임을 입증해야 한다. 투자 포인트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체 체력과 포트폴리오 회복력이 강점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D램과 낸드 전반으로 번지면 삼성의 이익 레버리지는 더 커진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부진이 부담이지만, 반대로 이 부문이 회복하면 실적 개선의 추가 여지도 생긴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성능 D램에 더 집중된 기업이다. AI 서버 수요가 계속 강하면 이 집중력이 더 큰 프리미엄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시장이 더 이상 '좋은 숫자'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은 압도적이지만, 주가는 흔들렸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AI 호황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했고, 이제는 다음 국면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이어질지, 고객의 장기계약이 실제 방어막이 될지가 중요해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로 보면 두 기업의 경쟁은 축복이자 부담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 국내 장비·소재·부품 생태계는 커진다. 용인, 평택, 청주 등 반도체 거점의 산업적 무게도 커진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너무 많은 투자가 몰리면 사이클 하강기에 충격도 커진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사이클 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금은 강하지만, 진짜 승부는 가격이 오를 때가 아니라 가격이 흔들릴 때 드러난다"며 "AI 메모리 2라운드는 생산능력, 고객계약, 자금조달, 사이클 방어력까지 모두 겨루는 장기전"이라고 했다. 이어 "AI는 더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고, 시장은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9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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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나토 방산포럼서 '현지생산' 강조…유럽으로 공급망 넓힌다
[경제일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산 협력 무대에서 유럽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 확대를 강조했다. K방산의 유럽 전략이 완제품 수출을 넘어 공동생산, 기술협력, 공급망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회사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NATO 방위산업포럼에 참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자리에서 NATO 회원국과 글로벌 방산기업, 주요 안보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유럽 방산 생산기반 강화와 공급망 회복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NATO 방위산업포럼은 NATO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방산 분야 행사다. 올해 포럼에서는 유럽 방산 생산능력 확대와 공동조달, 역내 생산 기반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이번 포럼 패널 세션에 참석한 야첵 치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은 NATO 회원국과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간 방산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단순한 장비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현지 생산 역량 강화,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세운 핵심은 ‘현지화’였다. 회사는 폴란드에서 K9 자주포와 천무 사업을 통해 기술협력과 공동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사일 공동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모듈장약 생산기지 구축도 추진 중에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K9 자주포 등 지상방산체계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도 K9과 천무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방산 외교도 같은 흐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NATO 방위산업포럼 연설에서 기존 무기 거래 중심 협력을 공동 연구개발, 공동생산, 공동운용으로 확대하는 ‘한-NATO 방산협력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유럽 방산시장의 평가 기준이 가격과 납기에서 산업협력 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무기 재고 보충뿐 아니라 자국 내 생산과 정비, 탄약 공급망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유럽 방산시장은 NATO 표준, 현지 고용, 기술이전, 정치적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방산기업이 단기 납기 경쟁력을 넘어 장기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동개발과 후속지원 역량을 지속적인 입증이 필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럽 방위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과 현지 생산 역량, 공동개발·공동생산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회복력 있는 NATO 방산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2026-07-08 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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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넘어 극장판·게임까지…'나 혼자만 레벨업' IP 생태계 키운다
[경제일보] 글로벌 흥행 지식재산권(IP) '나 혼자만 레벨업'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앞세워 콘텐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을 확정한 데 이어 넷마블도 신작 게임의 신규 콘텐츠를 공개하며 하나의 IP를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멀티미디어 프랜차이즈'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6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 후속작인 '극장판 나 혼자만 레벨업 -비욘드 더 시스템-' 제작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넷마블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애니메 엑스포 2026'에서 신작 모바일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의 신규 프로모션 영상(PV)과 키아트를 공개했다. 이번 극장판은 지난해 방영된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프롬 더 쉐도우'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정식 후속편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애니메 엑스포에서 처음 공개된 티저 영상과 비주얼에는 현실 세계에 등장한 성진우와 그림자 군단, 새로운 전투를 앞둔 성진우의 모습이 담기며 글로벌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공개 일정과 상영 국가 등 세부 정보는 추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인류 최약체 헌터였던 성진우가 특별한 능력을 통해 최강의 헌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웹소설과 웹툰 합산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3억회를 기록했으며, 웹툰을 넘어 애니메이션과 게임,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며 대표적인 K스토리 IP로 자리 잡았다. 애니메이션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1과 시즌 2 모두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으며,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시상식인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수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넷마블은 해당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게임 콘텐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애니메 엑스포에서는 주인공 성진우와 '용제 안타레스', '이형의 헌터'를 비롯한 신규 캐릭터가 담긴 키아트를 공개했으며, 신규 PV를 통해 성진우가 의문의 존재들과 전투를 펼치는 장면을 선보였다. 영상 말미에는 오는 9월 중 중대한 발표를 예고해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행사에서는 안타레스의 영어 성우로 미국 유명 배우이자 성우인 트로이 베이커가 참여하는 사실도 공개됐다. 또한 애니메이션 영어 더빙에서 성진우를 연기한 알렉스 리가 게임 스토리 장면을 직접 연기하는 라이브 더빙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게임과 애니메이션 팬들을 함께 겨냥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는 로그라이트 액션 RPG 장르의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기반으로 원작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던 '윤회의 잔' 이후 성진우가 차원의 틈에서 보낸 27년간의 군주 전쟁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낼 예정이다. 카카오엔터와 넷마블은 각각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통해 '나 혼자만 레벨업' IP 경쟁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는 극장판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지속 확대하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로 IP를 확장해 나가고, 넷마블은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와 콘텐츠를 앞세워 세계관을 한층 넓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웹소설과 웹툰을 넘어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며 K스토리 IP의 글로벌 가능성을 입증해 온 대표작"이라며 "이번 극장판 제작 확정은 전 세계 팬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니메이션 흥행 성과가 이어진 결과로, 앞으로도 '나 혼자만 레벨업'을 비롯해 카카오엔터의 다양한 IP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6 17: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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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의 승부처…휴머노이드보다 부품·데이터·인력
[경제일보] 세계 주요국이 휴머노이드 개발과 양산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전략을 선택했다. 완성형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산업용 AI 로봇 확산과 핵심 부품, 데이터, 전문인력을 먼저 확보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로보틱스,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제조 AI와 산업용 로봇,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한국식 피지컬 AI 전략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中은 양산 경쟁, 韓은 제조 혁신…피지컬 AI 전략 차별화 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피지컬 AI를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3M 전략’을 발표했다. 제조업 AI 전환(M.AX), 핵심 요소기술 확보(Master), 양산 체계 구축(Mass Production)을 세 축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산업 현장에 특화된 AI 로봇을 매년 1000대 이상 보급하고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10대 업종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액추에이터와 로봇손, 센서 등 핵심 부품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향후 5년간 AI 로봇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하는 한편 새만금을 로봇 파운드리와 부품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제조업 중심 전략을 선택한 것은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피규어AI 등을 앞세워 범용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유니트리와 유비테크, 애지봇 등을 중심으로 양산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연구개발부터 실증, 생산시설 구축까지 전방위 지원에 나서면서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생산량 경쟁보다 제조 혁신에 무게를 뒀다. 중국과 같은 규모의 양산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전자 등 주력 제조업에 AI 로봇을 먼저 적용해 기술을 검증하고 산업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략이다. 제조 공장은 반복 작업과 위험 공정, 품질 검사, 물류 자동화 등 피지컬 AI를 실제로 적용하고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는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와 달리 AI 모델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센서, 로봇핸드 등 핵심 부품의 성능이 작업 정확도와 생산성을 좌우하고,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AI의 판단과 제어 능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로봇 설계와 인공지능, 제조 공정을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력이 뒷받침돼야 기술을 실제 산업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개별 휴머노이드보다 핵심 부품과 제조 데이터, 산업 현장을 얼마나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도 제조 AI와 산업용 로봇, 핵심 부품,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구체화하며 피지컬 AI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 공장 순찰부터 구동계 국산화까지…기업들 현장 검증 속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제조 현장을 피지컬 AI 기술의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으로 도입돼 설비 순찰과 안전 점검을 수행하고 있으며, 열화상 카메라와 3차원(3D) 라이다(LiDAR) 등을 활용해 설비 이상과 화재 위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 ‘모베드’도 공장 물류와 자재 운반 등 제조 현장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현장에서 검증한 로봇 운영 기술을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확대 적용하며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을 실제 제조 공정에 맞게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사모펀드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피지컬 AI 기반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 전문 인력 확보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조선소 용접 자동화를 시작으로 가공과 조립, 검사, 물류 등 제조 공정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산업용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 운영 경험을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생산라인에서 축적한 설비·공정·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최적화와 설비 이상 감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이를 외부 제조기업에 공급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제조 AI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며 공장 운영 노하우를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품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보티즈는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와 로봇핸드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가 결합된 부품으로 로봇의 힘과 속도, 정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장치다. 자체 구동계 기술을 앞세워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글로벌 로봇 기업과 협력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 경쟁은 범용 로봇 개발보다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초기 시장에서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기술을 검증한 기업들이 산업별 확산 과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26-07-06 1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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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돈 벌면 10억 과징금…'삭제 전쟁' 시작되나
[경제일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허위 이미지와 조작 영상이 몇 분 만에 퍼지는 시대다. 7일부터 온라인 허위조작정보를 겨냥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모두 새 규제 환경에 들어간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허위조작정보를 반복 유통해 돈을 버는 행위를 막는 데 있다. 법원에서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2회 이상 다시 유통하고 직전 3개월 동안 3건 이상 정보를 게시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정보 게재자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가중 손해배상제도 도입된다.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형 게재자로 제한된다. 구독자 10만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이상인 유튜버·인플루언서 등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형 플랫폼에도 의무가 생긴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절차를 운영해야 한다. 처리 결과와 이유를 이용자에게 알리고 이의신청 절차도 제공해야 한다.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 공개도 요구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달 19일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가이드라인은 허위성·조작성 판단 기준과 신고·조치·이의신청 절차를 담았다. 카카오톡, 메일, 쪽지 같은 사적 대화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온라인 표현을 직접 검열하는 장치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정부가 곧바로 판단하는 구조가 아니라 플랫폼의 운영정책과 민간 사실확인 절차, 법원 판단을 통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의견 표명, 풍자·패러디, 학술적 논쟁, 공익 목적 보도는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논란은 남아 있다. 허위정보와 의견, 의혹 제기, 정치적 비판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을 줄이면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제도가 느슨하게 운영되면 AI 딥페이크와 허위정보 수익화를 막기 어렵다. 플랫폼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도 변수다. 같은 게시물이라도 서비스별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 차단, 수익화 제한, 유지 등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신고가 급증할 경우 처리 지연과 악성 신고 남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새 제도의 성패는 강한 처벌 문구보다 투명한 운영에서 갈릴 전망이다.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줄이려면 신고 기준, 조치 사유, 이의 절차, 투명성 보고서가 이용자에게 납득 가능해야 한다. AI 시대의 허위정보 대응은 필요하다. 다만 그 칼끝이 거짓 수익화를 겨냥해야지 정당한 비판과 의혹 제기를 베어서는 안 된다. 7일부터 시작되는 것은 단순 규제가 아니라 온라인 신뢰와 표현 자유 사이의 균형 시험대다.
2026-07-06 13: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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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뒤에 숨은 진짜 수혜주…AI 인프라 밸류체인 다시 짠다
[경제일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보다 AI 인프라를 떠받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전력기기, 냉각, 로봇 부품, 산업용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 생산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제조업 AI 전환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관심도 대기업 투자 규모보다 실제 발주가 이뤄질 후방 밸류체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에서 AI 인프라로…산업정책 무게중심 이동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늘리는 기존 산업정책과 결이 다르다.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이를 학습시킬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를 확산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망,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반도체 투자 확대를 넘어 'AI 시대 국가 인프라 구축'으로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반도체 투자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AI를 실제 서비스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냉각 설비 등 기반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이를 운영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축도 각각 독립된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고 AI 데이터센터는 이를 학습·추론하는 공간이며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제 활용하는 단계다. 세 분야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구조인 만큼 투자 효과 역시 특정 기업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소부장 넘어 전력·냉각까지…AI 밸류체인 전반 수혜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반도체 소부장이다. 정부는 기존 용인·평택 생산거점과 함께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했다. 신규 팹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시장이다. 노광과 식각, 증착, 검사, 패키징 등 공정 전반에서 장비 발주가 늘어나고 웨이퍼와 특수가스, 화학소재 등 핵심 소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HBM 생산에는 기존 D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적층·패키징 공정이 요구되는 만큼 후공정 장비와 검사 장비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더 큰 특징은 반도체 장비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존 반도체 생태계 밖에 있던 산업들도 새로운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 수천~수만 장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초고압 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어날수록 전력기기와 전선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 고성능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과거보다 훨씬 높은 전력 사용량과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며 "전력 인프라는 더 이상 단순한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류(DC) 배전과 고효율 전력변환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차세대 전력 솔루션 수요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지역별 전력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단순 건축 사업이 아니라 전력 설비와 송배전망 구축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냉각 기술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GPU가 대량 집적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발열은 기존 서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냉각 효율이 떨어질 경우 성능 저하와 전력 손실은 물론 장비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냉각 시스템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랭식 중심이던 기존 시장도 액침냉각과 수랭식 등 고효율 냉각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서버 냉각장치와 공조 시스템, 열관리 솔루션 등 관련 시장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지컬AI가 키울 로봇 생태계…"공급망 경쟁력이 성패"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으로 제시한 피지컬 AI 역시 새로운 소부장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과 제조설비, 물류장비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단순한 로봇 보급을 넘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AI 반도체뿐 아니라 센서와 카메라, 액추에이터, 감속기, 모터, 제어기 등 다양한 핵심 부품이 필요하다. 정부도 대경권 자동차·가전 부품기업의 로봇 부품기업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제조업 기반을 AI·로봇 산업으로 연결하는 정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부품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와 산업기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이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설비 예지보전, 공장 자동화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대기업의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많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밸류체인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기술 자립은 물론 지역 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투자 구조가 반복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인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 확대와 기술 검증 기회가 함께 마련돼야 메가프로젝트의 정책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전력 인프라가 더 이상 부대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데이터센터의 대형화와 피지컬 AI 확산이 맞물리면서 고효율 전력기기와 냉각, 센서, 자동화 솔루션 등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6-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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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하메네이 장례식 공식 개시…반미 구호 속 엿새 애도
[경제일보] 이란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를 공식 시작했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뒤 전쟁 상황 탓에 장례를 미뤄온 지 4개월여 만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이자 건국 250주년인 4일 장례가 본격화되면서 이란 내부의 반미·반이스라엘 정서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장례식은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대형 예배장소인 이맘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서 시작됐다. 하메네이의 운구 행렬이 도착하기 전부터 광장 주변에는 추모객이 몰렸다. 일부 조문객들은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들고 “미국에 죽음을”, “복수”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란 당국은 장례 기간 대규모 추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교통, 숙박, 식사 지원에 나섰다. 로이터는 이란 당국이 앞으로 이어질 장례 행렬에 수백만명의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메네이는 1989년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37년간 이란의 정치와 군사, 종교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의 장례는 단순한 추모 행사가 아니라 이슬람공화국 체제 결속을 과시하는 정치적 무대이기도 하다. 장례 일정은 오는 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테헤란 모살라에서 일반 조문이 진행된 뒤 운구는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으로 옮겨진다. 이후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나자프와 카르발라에서도 장례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마지막 매장은 하메네이의 고향이자 이란 북동부의 대표 시아파 성지인 마슈하드 이맘 레자 성지 인근에서 진행된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관저에서 가족 일부와 함께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람 장례 관습상 매장은 사망 직후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쟁과 보안 위험 때문에 장례는 휴전 이후로 연기됐다. 이란 입장에서는 이번 장례가 전쟁을 견뎌냈다는 체제의 내구성을 보여주는 행사이자 대미·대이스라엘 강경 기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군과 경찰, 바시즈 민병대의 경계가 강화됐다. 이란은 장례 기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장례가 미국 독립기념일과 겹쳤다는 점도 상징성이 크다. 이란은 하메네이 장례를 통해 반미 결집을 극대화하려 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요구도 내부 여론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관심은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의 참석 여부에도 쏠린다. 모즈타바는 부친이 숨진 2월28일 공습 당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례식에 직접 참석할 경우 새 권력의 정통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장면이 될 수 있지만 불참할 경우 건강 이상설과 권력 장악력 논란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하메네이 장례식은 추모와 정치가 뒤섞인 장면이다. 이란 지도부는 대규모 조문 행렬을 통해 체제 결속과 반미 저항의 상징을 만들려 한다. 그러나 장례식이 끝난 뒤 이란이 마주할 현실은 더 복잡하다. 전쟁의 상처, 제재로 약해진 경제, 새 최고지도자의 정통성 문제, 미국과의 후속 협상이 동시에 남아 있다. 하메네이의 관이 마슈하드에 묻힌 뒤에도 이란 권력의 불안정성은 쉽게 묻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26-07-04 12: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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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韓, 글로벌 빅파마 위협"…신흥국 바이오 '혁신 전쟁' 시작됐다
[경제일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제네릭 중심’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로 빠르게 전환하며 글로벌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국과 한국 기업들은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유럽 중심의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연구진은 아시아·라틴아메리카·EEMEA(동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45개 바이오제약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25년까지 15년간 데이터를 분석해 매출 5억 달러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R&D 투자 비중, 임상 포트폴리오, 매출 구조를 종합 평가해 혁신 수준을 분류했다. 분석 결과 높은 R&D 투자와 혁신 신약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혁신 선도기업’에는 중국의 BeOne, CSPC, 헝루이(Hengrui), 헨리우스(Henlius), 이노벤트(Innovent), 준시(Junshi), 시노 바이오(Sino Bio)와 함께 한국의 한미약품, SK바이오 계열 기업이 포함됐다. 중간 수준 투자와 25~50% 혁신 자산을 보유한 ‘신흥 혁신기업’에는 삼성바이오,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등 한국 기업과 인도의 바이오콘, 닥터레디스, 글렌마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역별로는 격차가 뚜렷했다. 중국과 한국 기업들은 매출 대비 높은 R&D 투자 비중을 유지하며 혁신 전환 속도를 끌어올린 반면 인도 기업들은 중간 수준 투자로 점진적 변화를 이어갔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와 EEMEA 지역 기업들은 여전히 제네릭 의약품 중심 구조에 머물러 혁신 투자 확대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중국의 CSPC와 헝루이가 꼽힌다. 두 기업은 2010년대 초반까지 제네릭 중심 사업 구조였지만 이후 연구개발 투자를 혁신 신약으로 집중 전환하며 ‘미투(Me-too)’·‘미베터(Me-better)’ 의약품에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후보물질로 전략을 고도화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한국 기업들도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 한미약품은 매출의 약 1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대사질환·희귀질환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웠고 유한양행 역시 과거 5% 미만이던 R&D 비중을 최근 12%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항암제 중심 혁신 전략을 강화했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신흥 혁신기업’으로의 전환 단계에 있다. 바이오콘은 항암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고 닥터레디스는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혁신·복합의약품으로 확장했다. 글렌마크 역시 혁신 파이프라인 비중을 10% 미만에서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연구진은 혁신 전환의 핵심 전략으로 ‘집중과 전문성’을 꼽았다. 특정 치료 분야에 집중하거나 기술 플랫폼 역량을 강화한 기업들이 R&D 생산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CSPC는 심혈관·대사질환, 헝루이와 유한양행은 항암 분야, 한미약품은 대사질환과 희귀질환, 글렌마크는 면역피부과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기술 측면에서도 항체-약물접합체(ADC), 호르몬, 주사제, 바이오의약품 등 특정 플랫폼에 대한 전문성이 혁신 성과로 이어졌다. 논문 저자들은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의 혁신 선도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를 위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도와 동유럽 기업들도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향후 혁신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석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세대 교체’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흥국 기업들이 생산기지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술과 신약으로 승부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 구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04 09: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