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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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국제금융센터 중심 대전환…'5+1' 서비스 생태계 구축 박차
베트남 경제 수도 호찌민(Hồ Chí Minh)시가 베트남과 동남아시아의 핵심 서비스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섰다. 호치민시 인민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고부가가치 현대 서비스 중심지 구축 계획’에 따르면 시는 국제금융센터를 핵심 축으로 삼고 5대 전략 서비스 산업을 연계하는 이른바 ‘5+1’ 서비스 생태계 모델을 본격 가동한다. ◆ 국제금융센터가 이끄는 ‘5+1’ 생태계…2030년 서비스 비중 65% 목표 호찌민시는 연 10~11%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서비스 산업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2025~2030년 동안 시 전체 성장률을 웃도는 연 12~14%의 서비스업 성장을 이끌고 2030년까지 서비스업이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0~65%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글로벌 주요 서비스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신개념 전략인 ‘5+1’ 연결 모델은 국제금융센터를 주축으로 금융·은행·보험 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시너지를 낼 5대 전략 센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5대 센터는 해양·물류, 정보통신·과학기술(혁신 및 전문활동), 관광, 의료, 교육·훈련 분야로 구성된다. 호찌민시는 이 모델을 통해 각 산업이 개별적으로 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 안에서 상호 보완하는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글로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정부 기관을 아우르는 개방형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 파격적 인센티브와 부지 확보…‘디지털 슈퍼포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호찌민시는 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보를 동시에 추진한다. 시 정부는 투자 인센티브 제공, 기업 비용 절감, 세제 혜택 확대, 금융 접근성 제고를 골자로 한 특화 정책을 검토·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회가 부여한 특례 제도를 적극 활용해 전략적 투자 유치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행정 및 기술 혁신을 포함한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시의 자율성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담은 ‘특별도시법’ 제정도 제안할 방침이다. 전략 산업을 수용할 부지도 우선 확보된다. 국제금융센터와 소프트웨어 기술 허브, 국제 표준 혁신 네트워크 구축 공간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센터와 대형 전시장 부지가 차례로 지정된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물류 역량을 갖추기 위해 까이멥-티바이-껀저 지역에는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통합 물류 시스템을 갖춘 ‘디지털 슈퍼포트(초대형 항만)’를 구축해 동남아시아 핵심 물류 관문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신도시·스마트시티 연결망 확대…광역 경제권 구축 이 같은 서비스 경제를 뒷받침할 공간 인프라 확장도 가속화된다. 호치민시는 2030년 이전 투티엠(Thu Thiem) 신도시를 완공하고 푸미흥(Phu My Hung) 2단계 사업과 껀저(Can Gio) 해양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인근 붕따우, 호찌람, 푸미 지역의 도시 정비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도시 간 연결성도 대폭 강화된다. 호치민 중심부와 디안, 투안안, 투저우못, 벤깟, 푸미 등 주요 거점을 잇는 스마트시티 체인을 구축하고 롱탄-호짬 고속도로 주변에 신도시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순환도로 2·3·4호선 건설과 주요 고속도로인 호찌민-목바이, 호찌민-투저우못-쩐타인 노선 개설, 투티엠4교와 깐저교 건설 사업 등을 조속히 추진해 서비스 산업의 광역 거점을 완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6-06-23 17: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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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15조원 R&D' 승부수…AI 첨단소재 기업으로 전환
[경제일보] LG화학이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자해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와 항암 신약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기존의 석화 사업 수익성이 둔화되는 가운데 첨단소재와 바이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 구조 고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3일 LG화학은 전날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기반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전환해 오는 2030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전략은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변화와 맞닿아 있다. 중국과 중동 지역의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면서 범용 화학제품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고 있다. 과거 성장 동력이었던 범용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다고 판단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첨단소재와 신약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2035년까지 총 15조원을 R&D에 투자할 방침이다. 투자 재원은 특정 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전사 사업 활동을 통해 마련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만으로 미래 사업을 키우는 구조라기보다는,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전사 사업 영역에서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R&D와 신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영위하는 모든 사업에서 창출한 재원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신규 설비 투자, 미래 사업 준비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 등 육성사업에 전체 R&D 자원의 70%를 배분한다. AI 기반 신규 응용 분야와 선도 기술 확보에 집중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LG화학은 지난달 CEO 직속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 사업 발굴과 투자 검토 기능을 강화했다. 조달 가능한 재원 범위 내에서 인수합병(M&A) 등 외부 성장 전략도 병행해 사업 확대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핵심 육성 분야로는 반도체와 전자소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LG화학은 첨단 패키징 소재 경쟁력 확보에 있어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 소재, 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을 확대하고 기존 필름 기반 디스플레이 소재(PID), 반도체 칩 접착 필름(DAF), 동박적층판(CCL) 등 핵심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자소재 사업을 2030년 2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빌리티 소재 사업을 로봇 분야로도 넓힌다. 로봇 몸체에 쓰이는 가볍고 강한 소재, 부품을 정밀하게 움직이거나 붙이는 데 필요한 소재 등이 대상이다.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항암 신약 사업도 미래 성장축 가운데 하나다. LG화학은 글로벌 임상 개발과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이전과 전략적 투자 등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첨단소재와 함께 바이오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모델 변화도 추진한다.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 개선까지 함께 제안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가격 경쟁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안정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이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LG화학의 사업 구조 전환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첨단소재와 신약 중심의 성장 전략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춘 LG화학 사장은 “LG화학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 축에 역량을 집중하여 '기술이 강한 컨버팅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6-23 11: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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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사 첫 파업 기로…플랫폼 업계 노사 긴장 확산
[경제일보] 카카오 노사가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을 앞두고 창사 첫 본사 파업 가능성이라는 중대 기로에 섰다. 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본사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희망퇴직 추진까지 겹치며 노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도 근무·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하고 있어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긴장감이 번지는 분위기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노사는 27일 오후 3시 경기지노위 중재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카카오 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동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이번 조정이 결렬되면 본사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돼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 앞서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은 지난 2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모두 찬성으로 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를 제외한 4개 법인은 이미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본사까지 27일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연쇄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과 보상 기준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수십억원대 보상을 받는 동안 직원들에게는 불투명한 기준이 적용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노사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지난 20일 판교역 결의대회에서 경영 쇄신과 책임 경영, 고용 안정, 공정한 성과 보상, 보편적 복지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갈등은 게임 계열사 구조조정 문제로도 번졌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추진하자 카카오 노조는 26일 성명을 내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엑스엘게임즈는 MMORPG ‘아키에이지’ 시리즈를 개발한 중견 게임사다. 노조는 “사업 실패와 경영 판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 등 강제적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엑스엘게임즈는 이미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카카오 본사 조정 결과와 무관하게 단독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카카오 전체 노사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노조는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 공동체의 사업 전략과 투자 방향 속에서 운영돼 온 만큼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가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시점이 부담스럽다. 회사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전환과 조직 재편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본사는 카카오톡 운영과 AI 전략의 중심에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서비스 운영 자체가 즉각 멈출 가능성은 낮더라도 장애 대응과 신규 서비스 개발, 하반기 AI 전환 일정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도 이번 공동 파업 가능성이 카카오의 지배구조 재편과 AI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긴장감은 다른 플랫폼 기업에서도 감지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노조인 우아한유니온은 최근 회사의 ‘골든타임’ 캠페인과 평가제도 개편에 반발했다. 노조는 회사가 서비스 안정화와 평가 객관성 향상을 내세우고 있지만 매각설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 부담을 구성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든타임’ 캠페인은 중요 상황에서 빠르게 공유하고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회사 측은 실시간 플랫폼 서비스 특성상 장애와 위기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배달의민족은 2020년 크리스마스 주문 폭증으로 앱이 약 4시간 멈추는 장애를 겪은 바 있다. 다만 노조는 퇴근 후와 휴식 시간까지 긴장 상태에 놓이게 하는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아한유니온은 2024년 11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로 출범했다. 당시 노조는 권익 보호와 근무 조건 개선, 평가·보상 시스템 투명성 확보, 복지와 인사제도 안정성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출범 이후 플랫폼 기업 내부에서도 평가와 보상, 근무 강도, 조직개편을 둘러싼 노동 의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의 노사 갈등은 제조업과는 결이 다르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생산라인 중단이 곧바로 물리적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지만 메신저·배달·결제·게임 같은 서비스는 장애 대응과 운영 품질이 신뢰의 핵심이다. 내부 갈등이 장기화하면 이용자 서비스보다 먼저 개발 속도, 조직 몰입도, 핵심 인력 이탈, 신사업 실행력이 흔들릴 수 있다. 카카오와 배민 사례는 플랫폼 기업 노동 이슈가 임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성과급 배분의 투명성, 경영진 보상과 책임, 구조조정 과정의 고용 안정, 실시간 서비스 대응을 명분으로 한 근무 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기에는 속도와 실행력을 앞세웠지만 시장 성숙기와 매각·재편 국면에서는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보상의 균형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27일 카카오 본사 조정은 플랫폼 업계 노사관계의 상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파업 위기는 일단 봉합되겠지만 성과 보상과 고용 안정에 대한 불신까지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 첫 파업과 계열사 연쇄 쟁의 가능성이 열리며 그 파장은 다른 플랫폼 기업의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6-05-26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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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삼성, 노사관계도 초격차가 필요하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는 파업을 멈췄다. 그러나 갈등을 끝낸 것은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성과급 제도, 내부 형평성, 주주 반발, 정부 개입 가능성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준인상률 4.1%, 성과인상률 평균 2.1%,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복지 개선 등이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우선 생산 차질 우려를 줄였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완화했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단적 충돌도 피했다. 노사는 법적 강제보다 자율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수는 조합원 투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위기는 공식적으로 봉합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다시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내부 형평성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AI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실적 차이가 보상 격차로 이어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번 합의가 파업을 피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 부문 직원과 일부 주주 사이의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주주 반발이다. 삼성전자 일부 주주 그룹은 잠정합의안의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며, 조합원 승인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주주 승인 필요성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는 더 이상 비용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 전략이고, 투자 전략이며, 지배구조의 문제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기술 초격차만으로 부족하다. 핵심 인재를 지키는 보상 체계, 구성원이 납득하는 성과 배분 기준, 주주가 수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다. 이제는 ‘교섭의 삼성’이 되어야 한다. 무노조 경영의 시대가 끝난 뒤 삼성은 노조를 예외적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제도권 안에서 흡수하는 파트너로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노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핵심 기업이고,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상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요구는 지속 가능한 원칙과 연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도 숙제를 남겼다. 긴급조정권은 법적으로 가능한 카드지만, 노동권을 제한하는 매우 무거운 수단이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이 공표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이런 제도는 최후의 안전판이어야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협상 압박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 사태의 본질은 초과이익의 배분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직원 보상으로 돌릴 것인가, 미래 투자로 남길 것인가, 주주에게 환원할 것인가, 세수로 흡수해 국가 재정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부의 올해 세입 전망도 이 문제를 뒷받침한다. 추경 과정에서 정부는 초과세수 25조2000억원을 전망했고, 법인세만 14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기업 실적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초과 세수는 세수 결손으로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달라는 구호나 덜 주겠다는 방어가 아니다. 어디에 먼저 쓰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막은 합의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기술의 초격차를 말하는 기업이라면 노사관계에서도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하게 보상하되, 조직 전체가 납득할 기준을 세우는 것. 주주가치를 지키되,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 정부 개입 없이도 갈등을 제도 안에서 해결하는 것. 이것이 이번 사태 이후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7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2식당(귀빈식당)에서 ‘삼성전자 노사 사태, 지금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과 세수 활용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 임금과 성과급, 미래 투자, 주주환원,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한국 대표 기업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의하고,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세수를 단기 지출에 쓸 것인지, 국가채무와 재정준칙 복원에 활용할 것인지, 미래 성장 투자로 돌릴 것인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2026-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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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하나금융 1조 투자 유치…디지털자산 제도권 동맹 강화
[경제일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하나금융그룹을 주요 주주로 맞이한다. 전통 금융권 대형 금융지주가 두나무 지분을 직접 확보하면서,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넘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하나금융은 15일 하나은행 이사회를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 6.55%를 약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하나은행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 김형년 부회장, 우리기술투자에 이어 두나무 4대 주주에 오른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율은 기존 10.58%에서 약4%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번 투자는 국내 시중은행이 단일 디지털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 중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그동안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계가 실명확인 계좌 발급 등 제한적 제휴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대형 금융지주가 두나무의 주요 주주로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와 사업 확장 측면에서 모두 의미가 크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 두나무는 경영 투명성과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핵심은 업비트 이후의 성장 전략이다. 두나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확보했지만, 거래 수수료 중심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 하나금융과의 협력은 거래소 사업을 넘어 해외송금, 지급결제,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나무와 하나금융은 이미 블록체인 인프라 협력을 진행해왔다. 두나무는 지난달 하나금융,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체 레이어2 블록체인 ‘기와체인’을 활용한 금융·디지털자산·산업 융합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협력의 핵심은 하나금융의 외환 네트워크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공급망,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앞서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외화송금 서비스 기술검증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스위프트 기반 외화송금 체계를 블록체인 기반 메시징과 정산 구조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두나무가 단순 거래소 운영사를 넘어 온체인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시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분야 협력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원화 기반 디지털 화폐와 토큰화 자산 시장이 제도권 안에서 열릴 경우, 두나무는 가상자산 이용자 기반과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하고 하나금융은 은행·증권·외환·자산관리 역량을 갖고 있어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법제화와 감독 기준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실제 사업화까지는 규제 정비가 핵심 변수다. 업비트 실명확인 계좌 체제는 당장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업비트는 현재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지분 투자는 단순한 계좌 제휴 변경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기반 미래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크다는 설명이다. 두나무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기업결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하고 심사에 착수했으며, 올해 3월에는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결제·핀테크·가상자산·데이터 시장을 공정위가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심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결합이 승인되고 하나금융의 지분 참여까지 더해지면 두나무의 사업 지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업비트의 가상자산 플랫폼, 네이버의 이용자 접점과 결제 데이터, 하나금융의 금융 인프라가 연결될 경우 디지털자산·결제·자산관리·블록체인 금융을 아우르는 대형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대만큼 과제도 크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지주의 결합은 이용자 보호, 내부통제, 이해상충, 시장 지배력, 데이터 활용 문제를 동반한다. 특히 거래소 사업은 시장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가 큰 만큼 하나금융의 참여가 두나무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더 엄격한 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투자는 두나무가 제도권 금융과의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초기 성장기의 전략적 투자자였다면, 하나금융은 디지털자산 제도화 국면에서 두나무의 금융 인프라 확장을 뒷받침할 새 파트너다. 두나무가 업비트 중심의 거래소 기업에서 블록체인 기반 종합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2026-05-15 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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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대미 투자 '시동'…한미, 조선·원전·LNG 프로젝트 본격 협의
[경제일보] 한미 양국 정부가 3500억달러, 우리 돈 약 523조원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이행을 위한 고위급 협의에 본격 착수했다. 조선,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등 산업·에너지 분야가 핵심 협력 축으로 떠오른 가운데, 첫 투자 사업은 오는 6월 대미투자특별법 발효 이후 구체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장관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및 양국 산업·통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일 밝혔다. 김 장관은 8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이후 한국 측 후속 법령 제정과 추진 체계 구축 상황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양측은 조선·에너지 등 상호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그동안 논의해온 프로젝트 구상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추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의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가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이 합의에 따라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특별법 발효 전까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정비하고, 미국 측과 투자 후보 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첫 투자 사업인 이른바 ‘1호 프로젝트’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한 뒤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LNG 수출 터미널 건설 사업과 신규 원전 건설 등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에너지 프로젝트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한국 기업의 기술·시공 역량이 맞물릴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조선 분야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는 이번 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를 통해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한미 조선협력센터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 정책 동향 공유, 양국 기업 간 협력 지원을 맡는다.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개선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2028년까지 추진되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참여한다. 올해 예산은 66억원 규모다. 조선은 이번 대미 투자 구상의 핵심 분야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가 조선 분야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재건과 해양 안보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해양플랜트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조선 협력은 단순한 산업 협력을 넘어 공급망·안보 협력 성격까지 띠고 있다. 김 장관은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 OMB 국장과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이 추진 중인 ‘마스가’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프로젝트로, 미국 내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한국의 투자와 기술 협력을 결합하는 구상이다. 에너지 분야 협의도 이어졌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협력 진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원전은 한미 양국 모두 전략적 이해가 큰 분야다. 미국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고 있고, 한국은 원전 설계·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김 장관은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아웃리치 활동도 병행했다. 대표적 지한파 의원으로 꼽히는 빌 해거티 테네시주 연방 상원의원과 화상 면담을 진행해 원전 협력과 디지털 이슈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원전 등 상호 관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디지털 이슈 등에 대한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선언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대규모 투자 합의를 통해 산업·에너지 협력의 큰 틀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그 틀 안에서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기관이 투자하고 협력할지를 조율하는 단계로 들어선 셈이다. 다만 실제 프로젝트 추진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3500억달러라는 투자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재원 조달 구조, 투자 수익성, 한국 기업의 참여 방식, 미국 내 인허가 절차, 현지 정치 변수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조선과 원전, LNG 인프라 사업은 장기 프로젝트 성격이 강해 초기 협의 이후에도 세부 조건 조율이 중요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 확대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갖는다. 미국 시장에서 산업 기반을 넓히고 에너지·조선·원전 분야의 협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막대한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향할 경우 국내 산업 투자와의 균형, 기업 부담,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부는 향후 미국 측과 대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지속하면서 한미 산업·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통상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협의는 한미 경제협력이 기존의 교역 중심에서 투자·산업·에너지 안보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가 조선·원전·LNG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경우, 한미 경제동맹의 무게중심은 단순한 수출입 관계를 넘어 전략산업 공동 구축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026-05-10 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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