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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사법정의는 어디에 있었나
[경제일보] 친족상도례라는 말은 어렵다. 한자로 쓰면 더 멀어진다. 그러나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절도, 사기, 횡령, 배임 같은 재산범죄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처벌을 삼가거나,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 절차로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은 오래전부터 가족 안의 돈 문제에 형벌권을 들이대는 일을 조심스러워했다. 가정의 평온을 지키고, 가족 사이의 일을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 취지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의 사소한 금전 다툼까지 모두 경찰서와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가족이라는 말이 언제나 따뜻한 울타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신뢰의 이름이지만, 범죄자가 그 신뢰를 이용하면 피해자는 가장 늦게 구조된다. 남이 훔치면 절도이고, 남이 속이면 사기인데, 가족이 훔치고 속이면 “집안일”로 밀려나는 순간이 있었다. 법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다. 친족상도례 논란의 본질은 가족 해체가 아니다. 피해자를 법 밖에 세워 둔 제도의 문제다.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판절차에서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피한다면 사법정의는 출발선에서 멈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조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했다. 형법은 절도, 사기, 공갈, 횡령·배임 등 여러 재산범죄에도 제328조를 준용해 왔다. 다시 말해 친족상도례는 권리행사방해죄 한 조항에 머무르지 않고 친족 간 재산범죄 전반에 영향을 미쳐 온 셈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친족상도례가 왜 더 이상 옛 논리로 버틸 수 없게 됐는지 알 수 있다. 청구인 측은 친족상도례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악질적 재산범죄의 면죄부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법이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을 기대하는 사이, 현실의 피해자는 고립됐다. 가족 안에서 돈을 빼앗긴 사람은 가족 안에서 침묵을 요구받는다. 가해자는 경찰서 앞에서 가족을 말하고, 법정 앞에서 화해를 말한다. 피해자는 생활비, 주거, 간병, 정서적 의존 때문에 끝까지 싸우기 어렵다. 형사사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폭행처럼 상처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 통장, 인감, 위임장, 법인카드, 가족회사, 명의신탁, 생활비 계좌 같은 이름 뒤로 숨어 있다. 처음에는 부탁처럼 시작된다. “가족인데 믿어라”, “내가 관리해 주겠다”, “나중에 정산하자”는 말이 이어진다. 피해자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계좌가 비어 있거나, 회사 돈이 빠져나갔거나, 명의가 옮겨져 있다. 그때 가해자는 다시 가족을 앞세운다. “고소까지 할 일이냐”는 말이 나온다. 가족의 이름은 한 번은 범행의 도구가 되고, 또 한 번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된다.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씨 친형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2026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법인 자금 횡령이 중심이어서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된 전형적 사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이 이 사건을 통해 본 것은 가족회사, 가족 간 신뢰, 돈 관리, 내부 감시 부재가 맞물릴 때 재산범죄가 얼마나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항소심은 피해 회사가 가족회사로서 내부 감시체계가 취약했고 형제 관계의 신뢰가 악용됐다는 점을 특별가중 요소로 봤다. 국회도 헌재 결정 이후 움직였다. 2025년 12월 31일 공포된 형법 개정으로 과거의 형 면제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 형법 제328조는 피해자의 친족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 제한을 배제했다. 친족 아닌 공범에게는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남겼다. 가까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제받던 시대는 끝났다. 아버지 돈을 자식이 훔쳐도, 형제의 돈을 다른 형제가 빼돌려도, 배우자가 상대방 재산을 횡령해도 이제 “가족이니까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으로 갈 수 있다. 가족 내부의 자율 해결이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의 입을 막던 낡은 문은 닫혔다. 그러나 여기서 칼럼을 끝내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형 면제가 사라졌다고 친족 특례의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정법은 친족 간 재산범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정리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 사이의 일률적 처벌을 피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뤄진 사건까지 국가가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친고죄는 피해자가 자유롭게 고소하고 자유롭게 고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족 내부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부모가 자식에게 생활을 의존하고 있다면 어떠한가.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재산 관리를 친족에게 맡겨 왔다면 어떠한가. 배우자나 형제가 집안 여론을 동원해 “네가 가족을 감옥 보낼 셈이냐”고 몰아붙이면, 피해자의 고소 취소가 정말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형 면제의 시대에는 법이 피해자를 밀어냈고, 친고죄의 시대에는 가족 내부 압박이 피해자를 다시 밀어낼 수 있다. 대법원의 2026년 4월 판단은 이 대목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집에서 금고를 들고 나와 현금, 상품권,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자, 대법원은 개정 형법상 친족 간 절도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1심 판결 선고 전 고소가 취소된 이상 공소기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은 현행법 체계상 자연스럽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친고죄 사건에서 법원이 공소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은 개정 이후의 숙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동시에 그 의사가 가족 내부의 압박, 두려움, 생계 의존, 정서적 굴레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 피해자는 이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장애인학대 신고는 6031건이었다.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1449건이었다. 학대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은 71.1%였고, 학대 유형 중 경제적 착취는 18.6%를 차지했다. 숫자가 말하는 장면은 냉정하다. 가족 안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과 노동력을 빼앗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학대도 가정 안에서 많이 발생한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2025년 학대피해노인이 7973명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학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방임, 유기도 포함된다.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가져가고, 기초연금이나 예금을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빼 쓰고, 부동산 처분 권한을 넘겨받은 뒤 돌려주지 않는 일도 가족 안에서 벌어진다. 가족은 법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위험할 때 더 무섭다. 타인의 범죄는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가족의 범죄는 신고하기 전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왜 가족을 고소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받는다. 피해자는 돈을 잃은 사람인데도 가족을 깨뜨린 사람처럼 몰린다. 가해자는 범행을 설명하기보다 관계를 내세운다.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 “부부 사이”라는 말이 피해 사실 위에 덮인다. 사법정의가 어려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형사법의 목적은 국가가 벌을 주고 끝내는 데만 있지 않다. 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말을 공적 절차 안으로 들여오며,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일도 형사사법의 역할이다. 응보라는 말도 거칠게만 볼 필요가 없다. 응보는 복수가 아니다. 범죄로 무너진 질서에 대해 공동체가 “그 일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절차다. 피해자는 그 선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당한 일이 집안일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였다는 확인을 받는다. 가족 안의 재산범죄에서도 그 확인은 필요하다. 친족 특례를 모두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가족관계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고, 형사처벌이 오히려 분쟁을 키우는 사건도 있다. 부모 지갑에서 소액을 가져간 미성년 자녀 사건과, 장애가 있는 친족의 보조금과 예금을 장기간 빼돌린 사건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술김에 벌어진 일회성 절도와, 가족회사를 이용해 수년간 돈을 빼낸 횡령도 다르다. 법은 차이를 봐야 한다. 과거 친족상도례의 잘못은 그 차이를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까운 친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피해 규모, 범행 기간,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자의 취약성, 가해자의 지배관계, 피해 회복 정도를 뒤로 밀었다. 앞으로의 과제도 그 지점에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친족 간 재산범죄에서 고소 취소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화해”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독립된 상태에서 의사를 밝혔는지, 가해자와 주거·생계·돌봄 관계로 묶여 있지는 않은지, 피해 회복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다른 가족의 압박이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노인, 장애인, 질병이 있는 피해자라면 진술 조력, 국선변호인, 피해자 보호명령, 후견제도, 임시 재산관리 장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고소권을 법전에 적어 두는 일과 피해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다르다. 입법도 한 번 더 손봐야 한다. 친고죄 일원화는 헌재 결정 이후 급한 불을 끈 절충안에 가깝다. 친족 간 재산범죄를 모두 일률적으로 친고죄로 묶는 방식이 적절한지도 계속 따져야 한다. 피해액이 크거나 범행 기간이 길거나, 피해자가 노인·장애인 등 취약한 지위에 있거나, 가해자가 재산관리 권한을 이용한 사건이라면 고소 취소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도록 별도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가족 내부 해결을 존중하더라도, 가족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는 범죄까지 가족에게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언론도 이 문제를 연예인 가족 분쟁이나 자극적인 집안싸움으로 소비해선 안 된다. 친족상도례 논란은 유명인의 불행담이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이 가족 안의 피해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1인 가구와 재혼가정, 사실상 돌봄 가족, 가족회사, 가족 간 재산관리 관계가 복잡해지는 시대다. 예전처럼 “가족끼리 알아서 하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은 줄어들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졌는데 법의 감각만 오래된 사진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 조항은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늦었지만 필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사법정의는 조항 하나를 고쳤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어야 하고, 고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고소를 취소할 때도 그 결정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말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우는 순간, 법은 가장 가까운 곳의 약자를 놓친다. 가족의 평온은 범죄의 침묵 위에 세울 수 없다. 진짜 평온은 가해자의 책임을 덮는 데서 오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있고, 국가는 그 말을 절차 안에서 듣고, 법원은 관계가 아니라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가족도 사회도 무너지지 않는다. 친족 특례의 시대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법정의보다 앞설 수는 없다.
2026-07-09 0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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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연령은 낮추고, 국가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소년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나이는 첫 번째 질문이 아니다. 흉기에 다쳤다면 상처가 남고, 집단폭행을 당했다면 학교에 다시 가는 일부터 두려워진다.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이와 가족에게는 일상이 무너진다. 가해자가 열세 살이라는 사정이 피해의 크기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현행 형법은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부 심리를 거쳐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같은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형사재판을 받는 것과 같은 무게의 책임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와 가족의 눈에는 법이 가해 소년의 나이부터 살피고, 자신들이 겪은 고통은 뒤로 미루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촉법연령은 낮춰야 한다. 살인과 강도, 성폭력, 흉기 사용, 집단폭행처럼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심각하게 침해한 범죄라면 더욱 그렇다. 보호처분을 받고도 폭력과 절도를 반복하는 소년에게도 마찬가지다. 범행의 결과를 알면서도 타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입히는 행위까지 나이 하나만으로 형사사법의 바깥에 둘 이유는 약하다. 소년에게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 열세 살의 판단력과 책임 능력을 성인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수사와 재판, 형의 집행도 소년의 발달 단계와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책임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누군가의 삶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그 행동에 왜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를 가르치지 않는 교화는 훈계에 그치기 쉽다. 형벌에는 재범을 막고 사회를 지키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응보 역시 형벌의 중요한 목적이다. 응보는 피해자의 분노를 대신 풀어주는 보복이 아니다. 국가가 범죄의 위법성과 피해의 무게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가해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일이다. 법원이 책임을 선언할 때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사적인 불운이나 아이들 사이의 다툼으로 축소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소년범죄 논의에서는 가해 소년의 성장 가능성과 교화 필요성이 자주 강조된다. 그 원칙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해 소년의 장래를 살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상처와 불안을 주변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 피해자 보호는 소년사법의 부수적 과제가 아니다. 소년사법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준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법의 문턱만 낮춰 놓고 소년을 다시 방치한다면, 제도는 또 다른 실패를 낳는다. 가해 소년은 더 깊은 비행으로 들어가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난다. 소년분류심사원의 현실은 국가가 소년범죄에 얼마나 임시방편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드러낸다. 지난해 새로 위탁된 소년은 5489명이었다. 4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2025년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460명으로 정원 410명을 넘어섰다. 원칙상 한 달인 위탁 기간도 절반가량이 연장됐다. 심사원은 이미 정원을 넘긴 인원을 안고 돌아가고 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단순히 소년을 머물게 하는 시설이 아니다. 법원이 처분을 정하기 전 가정환경과 학교생활, 또래관계, 정신건강, 중독 문제를 살피고 재비행 위험을 판단하는 기관이다. 심사관이 작성한 분류심사서는 소년의 처분을 정하는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데 전국 심사관은 22명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해마다 250건 안팎을 맡아야 한다. 정신질환과 약물·도박 문제, 가정 해체와 학대 경험, 학교 부적응까지 겹친 소년을 짧은 기간에 파악하고 적절한 처우를 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심사원에 들어오는 소년 세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을 안고 있다는 현장 진단까지 나온다. 상담과 치료, 교육을 맡을 인력은 부족하고, 심사관들은 사건 처리와 행정 업무, 야간근무까지 감당해야 한다. 심사원 안에서 달라지는 소년도 적지 않다. 규칙적인 생활을 배우고, 끼니를 챙겨 먹으며,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밖에서 굶거나 약물에 손댔던 소년이 생활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균 44일의 변화는 심사원 문을 나서는 순간 흔들리기 쉽다. 소년은 다시 가출을 반복하던 집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는 이미 낙오자로 취급받고, 범행을 함께했던 또래는 연락을 기다린다. 도박과 폭력, 성착취와 마약에 닿는 온라인 공간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심사원에서 재비행 위험을 진단해 놓고도 가정과 학교, 보호관찰소와 지역사회가 뒤를 잇지 못하면 심사 결과는 보고서에 머문다. 재위탁률이 40%를 넘는 현실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심사원에 여러 차례 드나드는 소년이 생기는 이유를 개인의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보호관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학교 출석이 무너진 소년에게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생활 기반부터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돌볼 여력이 없고, 학교는 손을 놓으며, 보호관찰관은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맡는다. 지역사회 상담기관은 도움을 청하는 소년에게만 문을 연다. 가장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운 소년에게 스스로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관리 실패는 결국 새로운 피해로 돌아온다. 재비행은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폭행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 겪는 공포다. 가해 소년을 제대로 붙들지 못한 국가는 다음 피해자를 막을 기회도 놓친다. 재범 방지는 가해 소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피해자 보호 정책이다. 촉법연령을 낮춘다면 처벌 뒤의 관리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중대 범죄나 반복 비행으로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분을 받은 소년에게는 전담 사례관리자가 필요하다. 보호관찰소와 학교, 지방자치단체, 상담기관이 각자 공문만 주고받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한 명의 담당자가 소년의 출석과 치료, 가정환경, 또래관계, 직업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기관을 연결해야 한다. 보호자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부모의 방임과 폭력, 중독과 가정 붕괴가 비행의 배경이라면 소년만 교육해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 보호자 상담과 교육, 필요한 경우 가정에 대한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 아이를 심사원에 맡긴 뒤 집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두고 “다시 잘해 보라”고 돌려보내는 방식은 재비행을 막지 못한다. 학교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재적만 유지한 채 교실에서 사실상 밀려난 소년이 적지 않다. 일반 학교로 돌아가기 어렵다면 대안교육과 직업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업을 듣지 않고, 일할 곳도 없으며, 집에서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소년에게 보호관찰 준수만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소년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더 이른 시점에 책임을 가르치고, 그 책임이 다음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더 오래 관리하자는 요구다. 피해자에게는 “당신이 겪은 피해를 법은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해 소년에게는 “나이가 책임을 지워주지는 않지만, 국가는 당신을 다시 범죄로 밀어 넣지도 않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촉법연령을 낮추는 일은 출발일 뿐이다. 심사원에서 44일을 보낸 뒤에도 국가가 소년의 삶을 붙들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묻되 방치하지 않고, 피해자를 보호하되 소년의 재기를 포기하지 않는 제도. 그 두 가지를 함께 해내지 못한다면 촉법소년 논쟁은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만 맴돌게 된다.
2026-07-05 14: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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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둔 메가존클라우드의 승부수…AI 인프라에 미래 건다
[경제일보] 메가존클라우드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AI 인프라와 보안, 멀티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결합한 기업 인프라 파트너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 1세대 기업이 AI 전환 시대의 핵심 운영자로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74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9%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8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조정 EBITDA는 208억원을 기록했다.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다. 특히 AI·보안 사업 매출이 44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되며 기존 클라우드 재판매와 운영 대행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AI 인프라는 단순 클라우드 운영보다 컨설팅과 보안, 데이터 관리, 비용 최적화가 결합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기업들도 단순히 서버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단계를 넘어 생성형 AI와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 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 멀티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P의 역할 역시 단순 운영자를 넘어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전략 파트너로 변화하고 있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SDS와 LG CNS, SK C&C 등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이 AI 인프라와 기업 AI 전환(AX)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메가존클라우드는 다양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협업 경험과 MSP 기반 운영 역량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AI 인프라 시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실제 운영 경험과 장애 대응, 비용 관리 능력이 함께 검증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국가 AI 인프라 사업 참여도 주목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AI컴퓨팅 실증 인프라 고도화' 사업 2차년도 프로젝트에 인프라 통합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산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형언어모델(LLM) 서비스와 GPU·NPU 혼용 환경을 실증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국산 N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과 자원 할당, 모니터링, 멀티클라우드 연계, 통합 관제 등을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프로젝트 수주 이상의 의미로 해석한다. 국산 AI 반도체가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클라우드 운영과 보안, 개발 환경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 준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메가존은 최근 글랜우드크레딧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메가존클라우드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구조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전 FI 물량을 정리하면 향후 오버행 우려를 줄이고 주주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시장의 관심은 메가존클라우드를 단순 MSP가 아닌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매출 규모는 이미 국내 클라우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남은 과제는 AI·보안·멀티클라우드 사업이 반복 매출과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결국 메가존클라우드의 IPO는 한 기업의 상장을 넘어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AI 인프라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윤영 KT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경제일보] 박윤영 대표 체제로 출범한 KT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새 경영진은 AICT(AI+ICT) 전환이라는 성장 과제를 이어받았지만 시장의 관심은 AI 사업 확대보다 구조조정 이후 조직을 어떻게 안정시키고 통신 본업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지에 쏠린다. 전임 경영진의 대규모 인력 재편 이후 흔들린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AICT 전략의 선결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KT ESG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직원은 2023년 1만9737명에서 지난해 1만4701명으로 2년 만에 5036명 감소했다. 전체 인력의 약 25%가 줄어든 셈이다. 반면 신규 채용은 늘었다. 지난해 신규 채용은 561명으로 2023년의 두 배를 넘었고 여성 채용과 인턴 채용도 증가했다. 자발적 퇴직자는 2023년 128명에서 지난해 61명으로 줄었고 자발적 이직률도 0.65%에서 0.41%로 낮아졌다. 채용 확대와 자발적 이직 감소에도 직원 수가 급감했다는 점은 자연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출 등 구조적 인력 재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섭 전 대표는 취임 이후 AICT 기업 전환과 수익성 개선을 내세워 네트워크 운용 조직의 자회사 전출과 희망퇴직을 중심으로 조직 슬림화를 추진했다. 중위관리자 감소도 눈에 띈다. ESG 보고서 기준 남성 중위관리자는 2023년 1만1167명에서 지난해 7258명으로 줄었다. 과장·차장급 중위관리자는 조직 운영의 허리다. 이들의 감소는 기술 전수와 현장 의사결정, 후배 인력 양성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자연 퇴직 요인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연 또는 정년 퇴직자 비중도 작지 않다"며 "전체 인력 변화를 볼 때 자연 퇴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력 감소는 통신업계 전반의 흐름이다.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주요 통신사 모두 인력을 줄이고 있다. 다만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감소 폭이 수백 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KT의 인력 재편 속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통신업의 특성이다. 전국 단위 기간통신망은 24시간 운영돼야 한다. 장애 대응과 네트워크 복구, 보안 운영은 매뉴얼만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숙련 인력의 경험과 현장 암묵지가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중견 실무 인력 감소가 단순한 인건비 절감 문제가 아니라 운영 리스크로 해석되는 이유다. 지난해 발생한 KT 침해사고도 조직 운영 체계 재점검 필요성을 키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사 결과 펨토셀 인증서 관리와 외주 제작사 보안 관리, 비정상 IP 접속 통제 등에서 미흡한 점을 확인했다. 사고 이후 네트워크와 보안 조직의 전문성, 현장 대응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박 대표의 과제는 AICT 전략과 통신 본업을 별개로 보지 않는 데 있다.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기업 서비스를 키우려면 안정적인 통신망과 보안 체계가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 KT의 올해 1분기 기업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AICT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기업서비스 성장 회복 역시 새 경영진의 숙제다. 업계에서는 박윤영 체제의 초기 과제가 추가 구조조정보다는 조직 안정화와 핵심 인력 재배치에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박윤영 체제의 첫 100일은 새 사업 발표보다 조직 신뢰 회복의 시간에 가깝다. KT가 'AI 기업'과 '통신회사'라는 두 정체성을 함께 가져가려면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흔들린 현장의 복원이어야 한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2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2 08: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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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전국에 15GW AI 데이터센터 깐다…'AI 연산 수출국' 승부수
[경제일보] SK텔레콤이 SK그룹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략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올라섰다.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AI 인프라 확충을 국가 성장전략으로 제시한 가운데 SKT는 전국 거점에 총 1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내놨다. SK그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SKT를 주축으로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SKT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는 2029년부터 5GW 규모를 단계적으로 열고 1단계 성과와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총 15GW 규모로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15GW는 한 번에 건설해 즉시 가동하는 물량이 아니다. SKT는 전력과 부지, 인허가, 핵심 입주사 확보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램프업 방식을 적용한다. 구체적인 투자액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KT는 프로젝트별 파트너십과 지분 구조, 장기 계약 조건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투자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의 출발점은 글로벌 AI 인프라 부족이다. SKT는 맥킨지앤컴퍼니 전망을 인용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가 매년 19~22% 성장하는 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2030년 미국에서만 15GW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는 단순 서버 시설이 아니라 반도체, 전력, 냉각, 네트워크가 결합된 전략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 SKT가 노리는 사업모델은 두 갈래다. 하나는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AI 수요자에게 전력과 공간, 냉각 인프라를 제공하는 AI 특화 코로케이션이다. 다른 하나는 GPU 등 고성능 연산 자원을 클라우드 형태로 직접 제공하는 AI 컴퓨팅 클라우드다. 공간 임대 중심이던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벗어나 연산 자원 자체를 상품화하겠다는 의미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SKT의 역할도 달라진다. 통신망 사업자에서 AI 연산 인프라 사업자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SK그룹의 에너지 사업 역량, 통신망 운영 경험이 결합되면 글로벌 고객을 상대로 패키지형 AI 인프라를 제시할 수 있다. SKT가 “AI를 소비하는 국가에서 AI 연산을 수출하는 국가로 전환하는 기회”라고 밝힌 배경이다. 지역 전략도 함께 깔려 있다. SKT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균형발전 과제, 전략 수급 계획, 전력 수급 가능성, 앵커 테넌트 확보 여부 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현재 울산에 건설 중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 논의의 마중물로 제시됐다. 남은 문제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와 냉각 성능을 요구한다. SKT는 단기적으로 확보 가능한 전력 자원을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BESS), LNG,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다양한 전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탄소 전원과 고효율 냉각 기술을 결합해 탄소중립 기조와 맞추겠다는 설명도 내놨다. 기술 진부화도 과제다. AI 반도체는 세대 교체 속도가 빠르고 GPU 가격 변동도 크다. SKT는 모듈형 데이터센터 설계, 이기종 AI 칩 대응, 네트워크·냉각 모듈 교체 구조, GPU 재배치와 재판매 전략을 통해 특정 GPU 세대에 묶이는 위험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SKT의 15GW 구상은 국가 AI 인프라 전략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발표다. 그러나 발표의 무게만큼 실행의 문턱도 높다. 전력망과 부지, 글로벌 고객 계약, 투자 재원, 냉각 기술, 지역 수용성이 모두 맞아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건물을 짓는 사업이 아니다. 전기를 확보하고 열을 제어하며 연산을 상품으로 팔아야 하는 산업이다. SKT가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낼 때 한국의 AI 전략도 소비 시장을 넘어 인프라 수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2026-06-29 18: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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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1심 징역 7년…법원이 본 것은 '선물'의 외형보다 청탁의 맥락
[경제일보] 고가 목걸이와 브로치, 귀걸이, 금거북이, 손목시계, 디올 가방, 미술품. 물건의 종류와 이를 건넨 사람들은 달랐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가 26일 김건희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며 살핀 지점은 같았다. 단순한 축하 선물이나 친분의 표시였는지, 아니면 공직 인사와 사업 지원, 공천 등 공적 영역의 청탁과 결부된 금품이었는지였다. 재판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5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 씨 측은 일부 물품은 친분에 따른 선물이거나 구매를 대신 맡긴 것일 뿐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전달된 고가 물품을 어떤 기준으로 형사책임과 연결할 수 있는지를 다룬 사건이다. 재판부는 물건 하나하나의 겉모습보다 금품이 오간 시점, 제공자의 현안, 청탁 내용, 물품의 가액, 김 씨의 인식과 대응을 함께 놓고 판단했다. ◆ 나토 목걸이 논란에서 시작된 수사 사건은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 당시 김 씨가 착용한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논란에서 시작됐다.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고가 목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당시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물건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모조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수사의 방향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맏사위 인사 청탁을 대가로 목걸이를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와 진품 목걸이를 제출하면서 달라졌다. 특검은 이 회장이 2022년 3월부터 5월 사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티파니 앤 코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1억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건넸다고 봤다. 재판부는 세 차례의 귀금속 수수를 하나의 연속된 경위로 판단했다. 처음에는 묵시적으로 나타난 청탁 의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인 인사 청탁으로 이어졌고, 김 씨도 그 과정에서 금품 수수의 성격을 인식했다고 본 것이다. 김 씨 측은 대통령 당선과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제공자의 이해관계와 청탁이 구체화된 과정, 반복된 금품 수수를 종합하면 사교적 선물로만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공무원이 아닌 대통령 배우자에게 적용된 알선수재죄 김 씨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직접 인사권이나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위치도 아니었다. 이 사건에 뇌물죄가 아니라 알선수재죄가 적용된 이유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안을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받으면 성립한다. 공무원만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가 아니라,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일반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청탁이 받아들여졌는지나 인사와 사업 지원이 현실화했는지가 아니다. 금품을 받은 사람이 공적 의사결정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를 이용해 청탁을 들어줄 것처럼 행동했고, 제공자가 그러한 기대 아래 물건을 건넸는지가 판단 대상이 된다. 재판부는 김 씨가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에 있었고, 그 지위가 공직 인사와 사업상 현안을 둘러싼 비공식 청탁의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씨가 직접 처분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실과 정부,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금품 제공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금거북이·시계·디올 가방·그림…법원이 본 다섯 갈래 청탁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서 받은 265만원 상당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은 공직 임명 청탁과의 관련성이 쟁점이었다. 김 씨 측은 취임 축하 편지와 함께 전달된 선물이라는 취지로 맞섰다. 재판부는 편지의 형식보다 그 전부터 형성된 인사 청탁 관계에 주목했다.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에게서 받은 3990만원 상당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도 사업 지원 청탁과 연결됐다. 김 씨 측은 시계 구매를 대신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상적인 구매 대행이라면 대금 지급이나 사후 정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 뚜렷하지 않았고, 제공자가 김 씨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 현안을 부탁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최재영 목사에게서 받은 디올 가방 등은 공무원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 문제 됐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서 받은 이우환 화백 그림은 공천 청탁과 연결됐다. 재판부는 각 물품이 오간 전후 사정과 제공자들의 요구를 살펴 청탁과 금품 사이에 대가 관계가 형성됐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금품마다 청탁 하나를 기계적으로 대응시킨 것은 아니다. 서희건설 귀금속 사건처럼 여러 차례 물건이 전달되고 청탁의 내용도 점차 구체화된 경우에는 전체 경위를 묶어 판단했다. 반면 금거북이와 시계, 디올 가방, 그림은 각 제공자가 가진 인사·사업·공천상 이해관계와 전달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 징역 7년이 나온 배경 알선수재죄의 기본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그러나 여러 범죄가 함께 유죄로 인정되면 경합범 가중이 적용될 수 있다. 특검은 결심 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로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 반복된 금품 수수, 적지 않은 금품 가액, 청탁 대상이 인사와 사업, 공천 등 공적 영역에 걸쳐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알선 대상으로 삼아 금품을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이 재판에 넘겨진 이봉관 회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로봇개 사업가 서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재영 목사에게는 벌금 8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 항소심에서는 무엇이 쟁점이 되나 김 씨 측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항소심에서는 각 금품 수수와 청탁 사이의 관련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축하 선물·친분·구매 대행이라는 주장을 1심처럼 배척할 수 있는지, 여러 차례의 금품 수수를 하나의 포괄적 대가 관계로 볼 수 있는지가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형량도 쟁점이 된다. 1심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와 반복성, 금품의 규모를 무겁게 봤다. 반대로 김 씨 측은 구체적 청탁이나 실제 알선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번 1심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고가 물품의 명칭이나 전달 방식만으로 수수의 성격을 가릴 수 없다고 봤다. 제공자가 무엇을 기대했는지, 수수자는 그 기대를 알고 있었는지, 그 사이에 공적 권한과 연결된 청탁이 있었는지가 판결의 중심에 놓였다.
2026-06-26 16: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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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권, 누구를 위해 폐지하나
[경제일보]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예외적 경우까지 봉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던 것과 정반대다. 대통령은 국회의 숙의를 당부했는데, 총리는 그 숙의를 건너뛰고 결론부터 내놓았다. 정부 안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국민이 지켜본 셈이다. 이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의 배경을 짚어보면 사정이 드러난다. 8월 17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줄곧 외쳐온 정청래 전 대표가 당권 경쟁의 한 축에 서 있고, 친명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 역시 그 흐름에서 비켜설 처지가 아니었다. 김 총리의 발표가 나오자 정 전 대표는 곧바로 "환영한다. 국회에서 불가역적으로 완전 폐지할 테니 시행령도 완벽한 폐지로 준비해 달라"고 화답했다. 한 사법 제도의 운명이 정책 토론이 아니라 당내 세력 다툼의 자장 안에서 정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이 논쟁이 추상적인 권력 다툼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올해 3~4월 일선 검찰청 12곳이 처리한 송치사건 5만5174건 가운데 보완수사를 거친 사건이 2만5152건, 45.59%에 달한다. 송치된 사건 절반가량이 보완수사라는 절차를 통해 다시 검토받았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단순하다. 보완수사권은 정치인이나 대기업 수사 같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에만 작동하는 권한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적인 분쟁을 처리하는 데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사례 하나를 보자. 전주지검은 최근 지인들에게 해산물 대금과 차용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 여성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처음에 변제 능력이 인정되고 기망 행위가 불분명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사건이다.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서 이 여성이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고 사실상 소득 없이 차용금으로 생활해왔다는 점, 사기죄 처벌 전력이 여섯 번이고 불송치로 끝난 사건이 일곱 건이나 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비로소 상습 사기의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멈췄더라면 피해자들은 끝내 가해자의 죗값을 묻지 못했을 사건이다. 법조계가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 현직 검사는 "사건을 수사한 당사자가 자신의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형사 사건을 다뤄온 한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경찰 수사에 대한 채점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이 결론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돌려보내는 사건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를 교정할 마지막 장치마저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화여대 이창온 교수는 보완수사권이 "기소·불기소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과 책임을 검사에게 두는" 제도적 근거라는 점을 짚으며, 수사 자료를 충실히 살피지 못한 채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책임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물론 폐지론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보완수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실질은 영장 청구와 압수수색, 피의자 조사까지 가능한 수사권이며, 이를 남겨두는 한 검찰의 권한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권력 집중을 막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원칙이 현실의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떤 공백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답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검찰개혁추진단이 검토하던 절충안, 곧 검사에게 참고인 조사와 자료 요청 권한만 주는 '보완조사권'에 대해서도 고려대 장영수 명예교수는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를 재판에 쓸 수 있다면 간판만 바꾼 사기이고, 쓸 수 없다면 해봤자 소용없는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형사소송법의 핵심 쟁점을 정리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정작 정부안조차 내놓지 않은 채 국회에 결론을 떠넘겼고, 그 국회의 논의는 당권 경쟁의 일정에 휘말릴 처지에 놓였다. 검찰 내부에서 "그간의 공청회와 토론은 다 무엇이었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도를 설계하는 책임 있는 주체들이 토론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만 남겨두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보완수사권 존폐는 결국 누가 사건 처리의 마지막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로 돌아온다. 그 책임을 어떤 기관에 맡길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일이지만, 적어도 그 논의가 당권을 잡기 위한 셈법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제도가 바뀌면 사건은 다시 사람을 향한다. '동네 언니들'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처럼, 그 사람들 대부분은 정치적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2026-06-26 10: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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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렌터카 다음 전장은 중고차…KG·현대차 판 키운다
롯데렌탈 매각 협의 중단으로 국내 렌터카 시장 재편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완성차 업체와 렌터카 업체, 중고차 플랫폼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시장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KG그룹의 케이카 인수와 현대자동차의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렌터카 패권전쟁]은 거래 무산 이후 달라진 시장 판도와 향후 재편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제일보] 렌터카 시장의 경쟁축이 중고차로 옮겨가고 있다. 차량 가격 상승과 시장 성숙으로 계약 종료 이후 중고차 처분 가격이 수익성을 좌우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플랫폼 모두 판매 이후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KG그룹은 케이카 인수로 중고차 유통망을 확보했고, 현대자동차는 인증중고차와 차량 구독 사업을 확대하며 판매 이후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신차보다 큰 중고차 시장…‘잔존가치’ 경쟁 수익성 갈랐다 26일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26만7396대로 신차 등록 대수(168만8007대)의 약 1.3배를 기록했다. 시장 규모도 3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자동차 산업에서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 확대는 렌터카 산업의 경쟁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과거에는 차량 확보 규모와 계약 대수가 성장의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계약이 종료된 차량을 얼마에 판매하느냐가 기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렌터카 사업은 차량을 일정 기간 운용한 뒤 중고차 판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만큼 차량의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감가상각 부담을 줄이고 처분이익을 높일 수 있다. 잔존가치 경쟁이 강화된 배경에는 국내 렌터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영향이 있다. 지난해 렌터카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장기렌터카와 법인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왔지만 시장이 일정 규모에 이르면서 단순히 차량을 늘리는 전략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같은 차량이라도 중고차 가격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기업 간 수익성 격차도 커지고 있다. 신차 가격 상승과 금융 비용 증가도 잔존가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차량 구매 비용이 높아질수록 계약 종료 후 회수하는 금액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성능과 차량 관리 수준이 중고차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중고차 거래는 계약 종료 차량을 처분하는 기능을 넘어 차량 가치와 브랜드 경쟁력을 관리하는 역할로 확대됐다. 이 같은 변화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 현대차는 잔존가치·KG는 수직계열화…중고차 전략도 차별화 중고차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도 기업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차량 생애주기 전반을 직접 관리하는 전략과 제조·유통·금융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는 전략으로 나뉜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판매 이후 시장을 직접 확보해 차량 한 대에서 창출하는 수익을 확대하려는 목표는 같다. 현대자동차는 판매 이후 시장을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정관에 자동차 대여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고, 이후 차량 구독 서비스도 도입했다. 소비자가 차량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일정 기간 차량을 이용한 뒤 차량을 반납하면 회수 차량은 품질 검사를 거쳐 인증중고차로 다시 판매된다. 신차 판매와 차량 이용, 회수, 재판매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고객을 브랜드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되는 차량 데이터도 중요한 자산이다. 주행거리와 정비 이력, 차량 상태 등을 직접 축적할 수 있고 이를 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제조사가 인증중고차 가격을 직접 관리하면 신차의 잔존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차의 잔존가치와 브랜드 경쟁력을 함께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반면 KG그룹은 케이카를 중심으로 제조와 유통, 금융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KG모빌리티의 완성차 제조 역량과 케이카의 중고차 유통망, KG이니시스·KG파이낸셜의 결제·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신차 제조부터 중고차 유통, 자동차 금융, 결제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고차 사업 확대를 넘어 차량 판매 이후 발생하는 유통과 금융 수익을 그룹 내부로 흡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 제조·유통·금융을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해 차량 생애주기 전반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계열사 간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판매 이후 시장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차량 판매 이후 가격 형성과 품질 관리, 금융 서비스까지 제조사가 직접 관여하는 비중이 커질 경우 중고차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단순한 유통 규모에서 브랜드 신뢰도와 차량 관리 역량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이제 한 번의 판매가 아니라 고객이 차량을 교체하는 시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차량 교체 수요를 다시 자사 브랜드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기업일수록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6-06-26 08: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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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여름 업데이트로 RPG 라인업 달군다
[경제일보] 넷마블이 주요 RPG 라인업에 여름 업데이트를 잇달아 적용하며 이용자 붙잡기에 나섰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서비스 3주년을 앞두고 신규 동료와 사전등록 보상을 공개했고, ‘RF 온라인 넥스트’는 신규 지역 ‘라바론’ 업데이트 사전등록에 들어갔다. ‘레이븐2’는 여름 이벤트 던전과 편의성 개편을 통해 기존 이용자들의 플레이 동선을 넓힌다. ◆ 신의 탑, 3주년 앞두고 신규 동료 투입 넷마블은 수집형 애니메이션 RPG ‘신의 탑: 새로운 세계’에 신규 SSR+ 동료 ‘[오페라의 주인] 레펠리스타’를 추가했다고 24일 밝혔다. 레펠리스타는 자하드 제5부유성에 머무는 인물로 탑 안에 단 3기만 존재하는 최강의 등대 ‘오페라’의 주인이다. 원작에서도 정보력과 존재감이 큰 캐릭터인 만큼 3주년 업데이트를 앞둔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카드로 배치됐다. 게임 안에서 레펠리스타는 은신 스킬로 생존력을 높이고 공격력이 가장 높은 적을 지정해 아군의 공격을 집중시키는 능력을 갖췄다. 모든 적의 체력 보호막을 파괴하고 회복을 차단하는 효과도 보유했다. 단순 신규 캐릭터 추가가 아니라 전투 흐름과 파티 조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전략형 동료로 설계된 셈이다. 넷마블은 오는 7월22일 예정된 서비스 3주년 대규모 업데이트에 앞서 사전등록 이벤트도 진행한다. 참여 이용자에게는 업데이트 당일 논스톱 SSR+ 티켓 1000장과 성장 재화 선택 상자 100개가 지급된다. 3주년 이벤트에 참여하면 논스톱 SSR+ 티켓 2000장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여름 시즌을 맞아 시아시아, 화련, 비올레의 바캉스 의상도 재판매하고 7월8일까지 스토리 이벤트 ‘시아시아의 위험한 바캉스’를 운영한다. ◆ RF 온라인 넥스트, 고레벨 지역 ‘라바론’ 예고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는 신규 지역 ‘라바론’ 업데이트를 앞두고 7월1일까지 사전등록을 진행한다. 사전등록 참여자에게는 ‘라바론 탐사 일지’, ‘전설 등급 탈릭 2단계 선택 상자’, ‘희귀~영웅 무기 형상 케이스’, ‘빛나는 아티팩트 상자’, ‘미들 EXP 게이너’ 등이 제공된다. 라바론은 104레벨부터 117레벨까지 단계별로 강화된 몬스터가 등장하는 성장형 지역이다. 희귀 프라임 장비와 희귀·영웅 등급 장비 및 재료를 폭넓게 얻을 수 있다. 115레벨 이상 이용자를 위한 최상위 사냥터 ‘코르디스 분화구’에서는 고유 컬렉션과 ‘유니팝 로버 코스튬’도 획득할 수 있다. 신규 보스 콘텐츠도 함께 들어간다. 필드 보스 ‘손다도르’와 ‘하이드라’, 월드 보스 ‘라그디온’이 추가되고, 공성 승리 무기 형상과 신화 등급 무기 형상, 메모리칩 신규 카테고리 ‘스토리북’, 신규 코스튬 2종과 염색 기능도 도입된다. RF 온라인 넥스트는 지난해 3월 출시 후 6일 만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1위에 올랐던 만큼 이번 라바론 업데이트가 장기 흥행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레이븐2, 여름 던전과 편의성 개편 병행 ‘레이븐2’는 여름 이벤트 던전 ‘탐욕의 섬’을 열었다. 이용자는 던전에서 몬스터를 처치해 ‘탐욕의 기운’, ‘버터구이 오징어’, ‘여름 바캉스 피크닉 바구니’ 등을 얻을 수 있다. 피크닉 바구니를 통해 여름 신규 영웅 사역마 등 보상도 획득 가능하다. 던전은 레벨에 따라 5단계로 나뉘며 매일 30분씩 입장할 수 있다. 출석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이용자는 ‘여름 바캉스 출석’ 미션을 수행해 신규 여름 수영복 성의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콘텐츠 개편도 이뤄졌다. 장비, 스킬, 성의 등의 프리셋 설정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프리셋’이 추가됐고 ‘혼합술’ 최대 단계는 10단계로 확장됐다. 추가 능력 효과를 얻는 ‘혼합술 증폭 시스템’도 도입됐다. ‘사역마 원정대’에는 신규 지역 ‘마디타니’가 추가됐다. 원정대를 더 편리하게 운영할 수 있는 ‘일괄 출발’ 기능도 적용됐다. 넷마블은 출시 2주년을 기념해 운영 중인 특화 서버 ‘ZERO’에도 힘을 싣고 있다. ZERO는 기존 서버보다 경험치 획득량과 장비 드롭률이 높고 파밍 크리스탈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서버 내 첫 이전은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이번 업데이트 흐름은 넷마블의 라이브 서비스 전략을 보여준다. 신작 흥행만큼 중요한 것이 기존 게임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복귀 명분을 만드는 일이다. ‘신의 탑’은 3주년 보상과 원작 캐릭터로 팬심을 자극하고 ‘RF 온라인 넥스트’는 고레벨 지역과 보스 콘텐츠로 성장 목표를 제시한다. ‘레이븐2’는 여름 이벤트와 시스템 개편으로 반복 플레이의 피로를 줄인다. 게임 시장에서 여름은 이용자 쟁탈전이 가장 뜨거운 시기다. 신규 캐릭터와 보상만으로는 오래 붙잡기 어렵다. 이용자가 돌아올 이유, 머물 이유, 다시 성장할 이유가 함께 있어야 한다. 넷마블의 이번 업데이트는 그 세 축을 동시에 겨냥한 움직임이다.
2026-06-24 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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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2심 24일 본격화…카카오 '무죄 논리' 다시 시험대
[경제일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항소심이 오는 24일 본격화된다. 1심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핵심 증거와 시세조종 성립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이번 2심은 검찰이 무너진 입증 구조를 다시 세울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1부는 24일 오후 3시30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에 대한 항소심 첫 정식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이후 7월22일, 8월26일, 9월23일, 10월21일에도 기일을 이어가기로 했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10월경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출발점은 2023년 2월 SM 인수전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거나 유지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센터장과 배 전 대표 등이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대규모 장내 매수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1심은 이 구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김 센터장과 배 전 대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SM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주가와 거래량, 고가 매수 주문 비율, 주문 간격, 매수 방식 등을 종합해도 인위적으로 시세를 고정하려는 주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2심 법정에서 다시 다뤄질 핵심도 이 지점이다. 카카오 측은 SM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정상적인 인수전 전략이었다고 주장한다. 공개매수 국면에서 장내 매수는 경영권 경쟁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이며 불법적 시세조종 목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카카오 측 매수가 하이브 공개매수 실패를 유도하기 위한 계획적 거래였다고 본다. 같은 매수 행위를 두고 정상적인 투자 판단인지, 공개매수 방해를 위한 시세 고정 행위인지가 항소심의 첫 관문이 된다. 김 센터장의 관여 여부도 항소심의 무게 있는 쟁점이다. 검찰은 김 센터장이 카카오의 창업자이자 의사결정 구조의 정점에 있었던 만큼 SM 인수 과정의 핵심 논의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측은 불법적 시세조종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맞선다. 시세조종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넘어 그 목적을 김 센터장 개인의 인식과 실행 관여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검찰에는 부담이다. 1심에서 검찰에 가장 뼈아팠던 대목은 핵심 진술의 신빙성 문제였다. 재판부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별건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아 수사기관의 의도에 맞는 진술을 할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이 진술의 증명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공모관계 입증은 다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메시지와 통화 녹음 등 객관 자료를 둘러싼 해석도 치열할 전망이다. 검찰은 관계자들의 대화와 녹취에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 의도와 시세조종 정황이 담겼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측은 해당 자료가 경영권 인수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일 뿐, 불법 목적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항소심 첫 기일에서도 양측은 이 자료들의 의미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공동보유자 판단과 법인 책임도 남아 있다. 1심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이의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 판단이 유지되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의 양벌규정상 책임 역시 인정되기 어렵다. 현재까지의 재판 구조만 놓고 보면 김 센터장 측의 출발점은 나쁘지 않다. 1심은 일부 사실관계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시세조종 목적, 공모관계, 핵심 진술의 신빙성, 공동보유자 판단 등 공소사실의 주요 축 전반에서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새로운 결정적 증거나 더 촘촘한 법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1심 무죄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 센터장은 1심 선고 직후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시세조종 의혹의 그늘에서 벗어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역시 장기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경영 정상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항소심은 김 센터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넘어 카카오의 경영 정상화와도 맞물려 있다. 카카오는 SM 인수 과정의 법적 불확실성, 경영 쇄신, 계열사 재편, AI와 플랫폼 사업 재정비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2심에서 1심 무죄 판단이 유지될 경우 김 센터장의 경영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카카오도 장기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덜고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여지가 커진다.
2026-06-23 17: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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