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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먼저 뛰었고 계약은 아직 멀다
[경제일보] 올해 증시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업종 가운데 하나는 건설주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속에 오랫동안 저평가 늪에 갇혀 있던 건설업종은 올해 들어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현대건설 주가는 연초 대비 두 배 넘게 뛰었고 DL이앤씨와 GS건설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은 원전 수주 확대와 중동 재건 사업 가능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증권가 분위기만 보면 건설업은 이미 긴 침체를 털어내고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듯하다. 그러나 시장이 먼저 달려가기 시작할 때일수록 냉정하게 봐야 할 대목도 있다. 지금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실제 실적보다 미래 기대에 가깝다는 점이다. 원전 사업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산업이다. 일반 해외 공사처럼 입찰과 계약만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국가 간 외교와 금융 지원 그리고 기술 이전과 공급망 문제가 함께 움직인다. 책임 분담과 현지 정치 변수도 얽힌다. 발표는 빠르지만 실제 착공과 수익 실현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건설업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수주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라는 점이다. 계약은 체결되는 순간 끝나는 문서가 아니다.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원가와 공기 그리고 분쟁 위험이 계속 따라붙는다. 특히 원전 사업은 작은 변수 하나가 사업 전체를 흔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 조달이 늦어지거나 정권이 바뀌고 인허가 일정이 틀어지는 일은 해외 프로젝트에서 흔히 벌어진다. 중동 재건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전쟁 이후 재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복잡하다. 치안과 물류 그리고 인력 수급 문제에 원자재 가격까지 함께 움직인다. 전쟁은 새로운 공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비용 부담도 끌고 들어온다. 결국 건설업은 현금 흐름 산업이다. 수주 공시가 곧바로 실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착공과 공정률 그리고 원가 관리와 미수금 회수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기업 이익으로 남는다. 특히 해외 플랜트와 원전 사업은 공사 기간이 길다. 그 사이 환율도 변하고 국제 정세도 흔들린다. 계약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남길 수 있느냐다.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기대는 이미 몇 년 뒤 미래까지 먼저 반영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원전 사업 상당수는 아직 금융 조달과 공급망 협의 그리고 국가 간 책임 분담 문제를 통과하는 단계에 있다. 기대의 속도와 산업의 속도가 같을 수는 없다. 시장은 미래를 먼저 사지만 기업은 결국 숫자로 평가받는다. 물론 건설업종 흐름 자체를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장기간 저평가됐던 업종이라는 점도 사실이고 원전 시장 확대 가능성 역시 살아 있다.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최근 상향 조정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일부 기업은 주택 부문 수익성 개선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처럼 외형 성장만 좇던 시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다만 이제부터는 업종 전체가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함께 오르던 구간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수주 능력과 원가 관리 그리고 재무 안정성에 따라 기업별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도 시간이 갈수록 “누가 진짜 돈을 벌 수 있는가”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건설업은 원래 긴 호흡으로 움직이는 산업이다. 특히 해외 원전 사업은 외교와 금융 그리고 법률 리스크까지 동시에 움직인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기대만으로 올라간 주가는 언젠가 실적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주가는 먼저 뛰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계약과 수익성이다.
2026-05-16 09:42:11
중소 건설사 '버티기 한계'…미분양 압박 속 원자재 상승 직격탄
[경제일보] 지방 미분양 적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건설사들이 중동발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추가 악재까지 떠안게 됐다. 공사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지방 중소 건설사와 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생존 위기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자재 가격과 운송비 부담이 동시에 높아지며 원가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번 비용 상승이 단기 변수에 그치지 않고 수익 구조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담이 가장 먼저 반영되는 분야는 석유화학 기반 건자재다. 플라스틱 계열 마감재와 방수재, 도장재 등에 사용되는 원재료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현장 비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이 화학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공사비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원가 상승 흐름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잠정 집계됐다. 전월 대비 0.49%, 전년 동기 대비로는 2.52% 오른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졌던 공사비 상승 흐름이 최근 다시 강해지는 모습이다. 중소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대형 건설사는 자금력과 대량 구매 구조를 바탕으로 일정 부분 원가 상승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자재 확보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 흐름이 불안정한 업체들은 공사비 증가분을 감당하지 못해 현장 운영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하도급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폐업 사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는 1088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전체 폐업 신고 가운데 85% 이상이 하도급 중심 업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 중단이나 공기 연장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도장·방수·내장재 업체들을 중심으로 추가 공사비 협상을 요구하거나 시공 일정을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분양 누적과 분양 일정 지연으로 자금 회수가 늦어지는 가운데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중소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긴장이 단기간에 완화되더라도 공사비 부담이 빠르게 낮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물류비와 환율, 해상 운송 비용 상승 등이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유가와 환율, 운송비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 상승 압력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며 “전문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부담이 먼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단순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현재 위기를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 발주 과정에서 중소업체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급등한 공사비를 계약 금액에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전쟁 이후 중동 재건 사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실제 수혜는 해외 플랜트와 초대형 인프라 수행 경험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에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금력과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지방 중소 건설사나 전문업체에게는 재건 기대감보다 당장 커지는 원가 부담을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한 업황 부진을 넘어 지방 중소 건설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지원과 함께 공사비 현실화 같은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6-05-08 11:06:26
1분기 중동 수주 94% 급감…해외건설 '핵심 시장' 붕괴에 실적 직격탄
[경제일보] 중동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전쟁 여파로 발주가 사실상 멈추면서 핵심 시장 실적이 급감했다. 미국·이란 전쟁 종전 후 재건사업에 대한 기대가 일부 존재하지만 휴전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올해 1분기 중동 수주액은 3억1622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9억5893만달러)과 비교하면 약 94% 감소한 규모다. 전체 해외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 이상에서 15.5%로 낮아졌다. 중동은 건설사의 해외 수주 가운데 약 절반을 차지해 온 핵심 시장이다. 하지만 이번 분기에는 아시아와 북미·태평양 지역보다도 비중이 낮아지며 주력 시장 지위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월별 흐름을 보면 수주 공백은 더 선명하다. 2월만 해도 중동 수주는 2억5292만달러로 전체의 56.1%를 차지했지만, 3월에는 2998만달러로 급감하며 비중이 3.7%까지 떨어졌다. 4월 들어서도 뚜렷한 추가 발주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발주가 급격히 식은 배경에는 전쟁 장기화가 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2월 말 시작된 뒤 발주처들은 신규 사업 결정을 미루거나 기존 일정을 순연하고 있다. 이라크 알포항만 후속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지연 사례로 거론된다. 안전·물류·자재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발주처 입장에서 투자 결정을 서두르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체 해외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20억3739만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75.2% 감소한 규모다. 문제는 중동 수주 감소를 다른 지역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북미와 아시아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도 중동처럼 초대형 플랜트와 인프라 발주가 한꺼번에 몰리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해외 실적에서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에 국내 건설사들이 꾸준히 힘써왔지만 이번 분기 수치는 취약한 구조를 다시 드러낸 것이다. 정부 역시 대응에 나섰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추가경정예산안에 해외 인프라 시장 개척 예산 증액과 중소·중견 건설사를 위한 법률·세무 지원 확대 방안을 담았다. 중동 지역 공사 지연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쟁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현장 애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다. 물론 발주 자체가 멈춘 상황에서 지원책만으로 수주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증권가는 전쟁 이후 재건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을 비롯해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정유시설과 인프라 복구 수요가 발생할 경우 국내 건설사에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전 이후에는 중동 재건 사업과 함께 고유가 환경하에서 중동 산유국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원전 및 가스발전 등의 투자까지 감안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플랜트 발주 환경은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도 “재건 발주의 경우 빠르게 정상화한 후 이익을 창출해야 하기에 손상 입은 해당 프로젝트를 지었던 EPC사를 먼저 찾을 수 있다”며 “이번 전쟁으로 손상 입은 현장들은 2014년~2019년에 한국EPC사들이 많이 지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 재건의 경우에도 경제 제재 등 풀어야 할 것 숙제가 많지만 풍부한 가스전과 유전, 그리고 파괴된 발전소를 생각했을 때 수주 기회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진행된 휴전 협상이 결렬됐고 재건 사업은 휴전 직후 곧바로 발주로 이어지기보다 피해 조사와 재원 조달, 기본계획 수립, 입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와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건 특수’를 당장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거론된다. 고유가와 고금리 환경이 고유가와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경우 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 비용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며 수익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해외 수주 감소는 중동 프로젝트가 순연되거나 이월된 영향이 크고 전쟁 영향이 해소되더라도 즉각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과거 중동 사업에서 이익을 보지 못한 경우도 많아 재건 활동이 이뤄지더라도 이제는 수익성을 고려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6-04-14 08: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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