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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 강탈 vs 공공성 확보'… 거래소 지분 제한에 발목 잡힌 코인 기본법
[경제일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운명을 가를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안)’이 벼랑 끝에 섰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대주주 지분을 강제로 제한하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업계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시장 경제에 역행하는 관치 금융”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동 사태 등 대외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당정 협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며, 당초 목표했던 ‘상반기 내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 쟁점의 핵심...“내 회사 지분을 억지로 팔라니”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지분 규제의 골자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개인 20%, 법인 34%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과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거래소를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바꿔 공공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내에서 코인 거래를 하려면 거래소를 통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특정 개인이 독점하는 구조는 위험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제 막 자리를 잡은 민간 혁신 기업의 지분을 국가가 강제로 쪼개라는 것은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이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경영권 보호 및 합리적 규제 체계 모색 간담회’에서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최 대표는 “지분 제한 규제는 오히려 우리 기업 스스로 방어막을 해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영권이 흔들리는 틈을 타 글로벌 거대 자본이나 사모펀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렵게 일궈온 디지털 영토를 자발적으로 내어주는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번 지분 규제는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코인베이스는 물론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창업자 지분 약 40%), 세계 1위 바이낸스(창업자 지분 약 90%) 등 어디에서도 인위적인 지분 상한 규제는 찾아볼 수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지난 3월 4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위헌 소지를 공식적으로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재산권 침해 및 직업·기업 활동의 자유 제약, 소급입법 원칙 위반 등의 소지가 있다”며 대체거래소(ATS)처럼 설립 단계부터 지분을 제한한 사례와 이미 적법하게 운영 중인 거래소에 사후적으로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 9일 열린 세미나에서 김도현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분 제한이 혁신이나 감시 확립을 촉진한다는 실증적 근거를 찾기 매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역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성장한 산업이 사후 규제로 발목 잡힌다면 청년들의 국내 창업 의지를 꺾는 최악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만약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업비트(송치형 회장 측 38.62%), 빗썸(빗썸홀딩스 73.56%), 코인원(차명훈 회장 53.44%) 등 국내 5대 거래소는 모두 지분을 대거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비상장 주식이라는 점이다. 1위 업비트의 경우 수조 원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곳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전통 은행권이나 해외 투기 자본, 행동주의 사모펀드뿐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당국의 입김이 닿는 은행들이 거래소를 장악하면 결국 금융당국 전관들을 위한 낙하산 자리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관치’가 부활할 것”이라는 냉소 섞인 우려가 팽배하다. 더욱이 지분이 잘게 쪼개지면 책임 경영은 불가능해진다. 해킹이나 대규모 전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려워져 오히려 투자자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를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 ◆ 입법 지연과 혁신 생태계 고사 위기...이대로라면 지분 규제를 둘러싼 끝없는 평행선은 결국 산업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거래소 문제와 별개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을 준비하던 핀테크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입법 지연으로 뼈아픈 타격을 입고 있다. 과거 토큰증권(STO) 입법이 3년 이상 지연되며 관련 생태계가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현재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정부와 여당이 물러서지 않는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연내 통과는 불투명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재산권 침해’ 프레임으로 강하게 맞서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시장은 ‘웹3(Web3)’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발 빠르게 뛰고 있지만 한국은 ‘지분 쪼개기’라는 지엽적인 문제에 갇혀 혁신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최지영 대표의 발언처럼 “규제의 목표는 지분율이라는 숫자가 아닌 운영의 투명성에 있어야 한다.” 당국이 낡은 규제 패러다임을 고집하는 사이 K-블록체인 생태계의 온기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2026-03-18 15:15:00
원화 약세에 '서울 집값 역행'…달러값으로 보면 되레 하락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근 5개월간 6% 넘게 올랐지만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8% 이상 뛰면서 달러 기준으로는 오히려 가격이 소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안화 역시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인 매수자 관점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진 셈이 됐다. 25일 환율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6.5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24일 1359원에서 5개월 만에 8.65% 상승한 것이다. 원위안 환율은 189.67원에서 207.77원으로 9.54% 올랐다. 같은 기간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6.02% 상승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환율 변동을 반영하면 체감 가격은 낮아지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는 11월 전월 대비 1.72% 올라 202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아파트를 ‘할인된 자산’처럼 보이게 만든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 아파트는 2022년 말 5만135가구에서 2024년 말 6만654가구로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외국인 보유주택의 약 56%가 중국인 소유다. 달러와 위안화 가치가 오를수록 외국인 구매력은 커지고 이는 서울 집값에 간접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환율 흐름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경상수지 둔화와 재정수지 악화 장기 자본유출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환율 불안정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든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수요가 위축되지만 공급 역시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해 시장 불안은 오히려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은 건설비와 분양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11월 건설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건설용 수입 중간재 물가지수는 121.8로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131.66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철근 합판 석재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자재가 줄줄이 오르면서 공사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전선 케이블은 2.36% 냉간압연강재는 1.3% 산업용 가스는 1.09% 상승했다. 건축비는 환율이나 금리와 달리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주 52시간제 등 제도 요인이 겹치며 건축비 상승은 ‘불가역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분양가 역시 상승세다. 지난해 전국 신축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3만원으로 평균 매매가격 1918만원보다 145만원 높았다. 서울은 분양가 4820만원 매매가격 4300만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높으면 기존 아파트 가격의 하단이 형성돼 가격 조정이 제한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는 얼어붙고 가격은 잘 떨어지지 않는’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 여력과 자재비 상승이 겹치는 강남권 핵심 단지는 가격 방어력이 더욱 강해지고 외곽 지역과 중소형 단지는 수요 약세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11-25 08: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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