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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양천구 어린이 대상 창의융합교육 진행 外
[경제일보] DL이앤씨는 강서양천교육지원청과 협력해 서울시 양천구 양동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융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생각을 집이라는 공간에 담아 표현하며 창의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교육은 대림문화재단에서 현재 진행 중인 디뮤지엄 ‘취향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2’ 전시 연계 프로그램 ‘찾아가는 키즈워크룸: 컬렉터의 집’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공간 디자이너가 돼 자신만의 ‘컬렉터의 집’을 꾸미는 활동에 참여했다. 교과서 속 미술 작품과 전시 작품을 살펴본 뒤 창작 키트를 활용해 공간을 구상하고 표현했으며 완성된 작품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취향을 집이라는 공간에 담아 표현하며 창의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경영진 현장점검 실시 IPARK현대산업개발은 여름철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 보건 관리 강화를 위해 김해 부원 스마트 도시개발사업 현장에서 경영진 현장점검을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19일에 진행된 이번 경영진 점검에는 IPARK현대산업개발의 정경구 대표이사를 비롯해 박희윤 개발본부장, 조기훈 경영본부장, 배치성 영업본부장, 조흥봉 인프라본부장, 강민석 건축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여했다. 경영진은 현장에서 주요 공정 현황에 대한 안전 관리 상황을 확인하며 고위험 작업구간을 중심으로 작업 상태 등을 살폈다. 특히 혹서기를 앞두고 근로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과 옥외 근로자들에 대한 보건 관리 현황도 점검했다. 정 대표이사는 김해 부원 스마트 도시개발사업 현장과 함께 김해, 부산 일대 주요 사업장들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정경구 대표이사는 “혹서기에는 옥외작업에 대한 더욱 철저한 예방 대책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안전 최우선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한 일터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코엑스에서 ‘2026 LHRI 동행 콘서트’ 개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코엑스에서 ‘2026 LHRI(토지주택연구원) 동행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오는 25일에 개최될 이번 콘서트는 LHRI이 지난해 진행한 주요 연구를 학계·연구기관·정부·민간 전문가와 함께 공유하고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콘서트 주제는 ‘모두의 집, 도시, 에너지’로 집값·청년 주거·초고령사회·탄소중립 등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국토·주택 분야 현안을 폭넓게 다룬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장·전략 △주택·주거 △국토·지역 △기술·ESG 등 4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총 9개 연구 주제가 발표된다. 첫 번째 세션 ‘시장·전략, 시장을 읽고 국민의 마음을 보다’ 에서는 시공간을 함께 고려한 집값 예측 방법론과 내 집 마련과 금융투자 사이 국민의 선택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두 번째 세션 ‘주택·주거, 청년의 출발을 돕고 도심 안에 공급하다’ 에서는 생애주기를 반영한 청년 주거지원 방안과 공공부지 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주택공급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한다. 세 번째 세션 ‘국토·지역, 오래 머물고 싶고 어제보다 나은 도시를 짓다’ 에서는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주거 모델인 은퇴자 마을과 노후 영구임대주택의 재정비 방안을 다룬다. 네 번째 세션 ‘기술·ESG, 더 빠르게 짓고 더 푸르게 살다’ 에서는 모듈러주택의 다음 단계, 탄소를 흡수하는 도시로의 전환, 에너지 자립으로 관리비 0원을 실현하는 아파트 등을 선보인다. 행사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별도 사전 신청 없이 행사 당일 현장을 방문하면 참여할 수 있다. 정창무 LH 토지주택연구원장은 “이번 콘서트는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현안을 중심으로 LHRI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라며 “연구 성과를 국민과 정책 현장에 더 가까이 전달하고 학계·정부·민간과 함께 국토·주택 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22 13: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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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정면충돌,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경제일보] 정년 65세 논의가 다시 국회와 노사정의 의제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37년 65세에 이르게 하는 방안과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은 아니다. 그러나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의 간극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다. 반면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는다. 직장을 떠난 뒤 연금이 나오기까지 5년을 견뎌야 하는 세대가 생겼다는 뜻이다. 퇴직금과 개인연금으로 메우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는 간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자녀 지원, 부모 부양을 거친 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세대에게 60세 이후의 소득 단절은 생활 자체를 흔드는 변수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기존 일자리의 혜택을 더 누리려는 집단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생산현장과 기술직, 영업과 관리 업무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이 있다. 인구 감소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강과 능력이 있는 근로자를 나이만으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도 한계에 닿고 있다. 고령층의 계속고용은 노후소득 보장과 인력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청년층이 바라보는 현실은 다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 안정된 일자리의 채용문은 좁아졌다. 공개채용은 줄고 경력직 중심 채용은 늘었다. 학업을 마친 뒤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취업준비와 단기 일자리를 오가는 청년도 많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낮아졌고, 실업률은 7.2%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청년에게 정년 연장은 자신의 취업 순서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소식으로 들릴 만하다. 세대 갈등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는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1명 늘 때 청년 고용이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사업장과 고용보호가 강한 업종, 기존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기업이 인건비와 정원을 조정할 때 해고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면, 정년 연장은 청년에게 채용 감소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고령층의 일자리를 줄여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결론도 현실성이 없다. 업종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경험과 청년의 기술 적응력이 결합할 때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숙련 인력의 계속고용이 경영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의무고용과 임금 조정을 병행한 경우에는 고령층 고용 증가가 청년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년 연장 자체보다 이를 어떤 조건 아래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정년 65세를 추진하려면 청년 채용을 함께 보장하는 약속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계별 청년 신규채용 계획을 노사 협의에 담고, 그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지원하는 세제와 재정 지원도 청년 채용 유지, 직무훈련 확대, 인턴의 정규직 전환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정년은 연장됐는데 청년 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을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도 피할 수 없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연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나이를 이유로 임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은 갈등만 키운다. 맡은 일의 난도와 책임, 숙련도와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체계로 옮겨 가야 한다. 고령 근로자에게는 기술 전수와 품질 관리, 현장 교육처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청년에게는 새 업무와 승진의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같은 처방을 들이밀 수 없다.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획일적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 조기퇴직과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를 부를 우려가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과 직무 전환 비용을 지원하되, 청년 채용과 숙련 전수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이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는 곳도 있고,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는 곳도 있다는 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과도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2037년 65세라는 장기 목표만 내세우고 그 사이 60세 정년을 맞는 세대의 소득 공백을 외면하면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긴다. 정년 상향 속도와 재고용 의무 시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함께 맞춰야 한다. 제도 전환기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5년의 소득 공백을 떠안고, 누군가는 그 부담을 피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고, 고령층에게 일터를 비우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정년 연장 논의는 한 세대의 고용을 지키기 위한 법률 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줄이고 청년의 첫 일자리 기회를 지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금과 직무 체계를 만드는 일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정년 65세를 둘러싼 논쟁의 기준은 퇴직 연령을 몇 살로 높였느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도 청년의 출발선이 더 뒤로 밀리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조건을 갖춘 합의라야 세대 갈등을 줄이는 제도 개편으로 남을 수 있다.
2026-06-22 09: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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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꺼져도 일은 계속됐다"… 신한銀 '공짜 노동' 논란 재점화
신한은행 내부의 ‘공짜노동’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9년 주52시간제가 본격화되면서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PC관리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올해 초까지 시스템을 우회해 야근을 이어가는 관행이 지속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은 했지만 노동시간으로 기록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가 문제 삼는 핵심은 단순한 전산 편법이 아니다. 은행권 전반에 남아 있는 ‘눈치 야근’과 ‘무임금 초과근무’의 조직문화다. PC가 꺼지면 퇴근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실제 업무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지난해부터 PC 우회 사용 문제를 사측에 제기했고 올해 들어서는 사례 수집과 노사협의회 의제화를 통해 공짜노동 근절을 전면에 내걸었다. 노조가 장시간 노동과 대가 없는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PC 우회 사용 실태 파악을 요구했고 회사의 태도 변화가 더디자 직접 사례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PC관리시스템 도입 뒤에도 계속된 ‘기록 없는 노동’ 신한은행은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PC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표면상으로는 정해진 시간 이후 PC 사용을 제한해 초과근무를 막는 장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스템을 피하는 방식이 다수 등장했다. 본지의 취재 결과 우회 방식은 십수 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하나가 현장에서 ‘정리하기·돌려쓰기’로 불린 방식이었다. 10일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정상적인 시간외근무 신청과 승인 절차를 밟으면 초과근무 시간이 기록되고 수당 지급 근거가 남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량이 많고 관리자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이 정당한 야근 신청을 주저했다. 그 결과 PC 사용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을 우회해 업무를 이어가는 관행이 생겼다. 실제 지난 3월 신한은행 본부 부서 24곳에 대한 노조의 불시 점검 결과,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해 초과근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확인됐다. 노조는 이른바 ‘알트+탭’ 방식 등 계정 전환을 통한 PC 사용시간 우회 사례를 지적했다. 또 자율출퇴근제 등록 시간을 반복 수정하거나 보상휴가를 실제로 쓰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소진 처리하는 사례 등도 거론됐다. 문제는 이런 편법이 직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무는 줄지 않았고 인력은 부족했으며 정식 초과근무 신청에는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PC는 꺼졌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제도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장치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 주권 문제” 신한은행 노조는 올해 ‘공짜노동 근절’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김용환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3월 제67년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절대 인력이 부족한 현장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충원, 공짜노동 근절을 목표로 달려가겠다”며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 주권의 문제”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사측에 PC 우회 사용 문제를 제기하고, PC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시간외근무가 등록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해왔다. 핵심은 간단하다. 퇴근 시간 이후 PC를 켜고 업무를 했다면 그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직원 개인이 관리자 눈치를 보며 초과근무 신청을 해야 하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자동등록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노사는 지난 3월 말 1분기 노사협의회를 통해 오전 8시 5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를 기준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그 외 시간의 노동은 시간외근무로 등록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시행에도 합의했다. 신한은행지부는 이 합의를 “왜곡된 노동시간 구조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문제 제기 뒤 차단 나섰지만 쟁점은 남았다 신한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속적인 문제 제기 후 사측은 올해 들어 PC 우회 사용 차단에 나섰다. 현재 상당수 편법 사용 방식은 막힌 상태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다만 노조는 이것만으로 공짜노동 문제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전산상 우회 수단을 막더라도 정당한 야근을 신청하기 어려운 조직문화가 남아 있다면 공짜노동은 다른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도 ‘PC 사용 시 시간외근무 자동등록’이다. 초과노동을 직원 개인의 신청과 관리자의 승인에만 맡기지 말고 실제 PC 사용 기록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남기자는 주장이다. 노조는 특히 시간외근무가 회의나 교육 명목으로 편법 운용되거나, 제도의 취지를 흐리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본부부서, 지역본부, 영업점 어디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모든 초과노동에 대한 정당한 시간외근무 보상”을 강조하며 제도 정착 여부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성과주의가 공짜노동 부른다” 노조는 공짜노동의 배경에 단기성과주의도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경영진을 향해 “임기 연장을 위한 보여주기식 실적 쥐어짜기로 현장 직원들은 고통스럽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이 자괴감이 아니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비대면 영업 확대 △고령층 창구 수요 대응 등으로 업무가 복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인력 운용과 영업시간, 성과평가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노동시간 단축 제도는 현장에서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 공짜노동 논란은 ‘PC를 몇 시까지 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일한 시간이 기록되고 기록된 노동에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는가의 문제다”며 “주52시간제의 취지는 노동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줄이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PC관리시스템이 노동시간 관리 장치라면 그 시스템은 노동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을 정확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또 “정당한 초과근무 신청을 막는 눈치 문화, 부족한 인력, 과도한 업무량, 단기성과 압박이 그대로라면 공짜노동은 이름만 바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조의 투쟁이 단순한 임금 보전 요구를 넘어 노동시간의 정상화, 지속가능한 일터 만들기로 확장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1 08: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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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한 선거, 정신 나간 선관위
민주주의는 선거로 시작해 선거로 완성된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평화적으로 표출하고, 국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엄숙하게 확인하는 성스러운 과정이 바로 선거다. 그렇기에 선거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나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가의 정당성을 담보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떠받치는 가장 견고한 기둥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있어서는 안 될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와 광진구를 비롯한 일부 수도권 핵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중단되거나 무한정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 시스템과 정보통신 기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이처럼 황당하고 부끄러운 오점이 언제 있었던가. 소식을 접한 많은 국민은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다. 선거 당일 흉흉하게 떠도는 가짜뉴스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일터와 가정에서 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가 없다는 황당한 안내를 받으며 수십 분, 길게는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다. 참다못한 일부 유권자들은 결국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한 채 분통을 터뜨리며 발길을 돌렸다. 국가가 국민의 참정권을 폭력이나 강압이 아닌, ‘준비 부족’이라는 한심한 행정 무능으로 박탈한 셈이다.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사태가 커지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내놓은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선관위 측은 “예상보다 투표율이 너무 높게 나와 현장에서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해명은 법치국가의 기본 상식은 물론이고 보통의 일반 국민이 가진 보편적 이성으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은 선거 행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변수다. 더욱이 선거관리라는 고유의 목적을 지닌 헌법기관의 핵심 업무는 바로 그러한 모든 예외적 상황과 최악의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비가 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듯, 투표율이 100%에 육박하더라도 모든 유권자가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충분한 투표용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선거 행정의 초보적인 의무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이미 확정된 유권자 명부가 존재한다. 어느 동네, 어느 투표소에 몇 명의 유권자가 적을 두고 있는지 선관위는 시스템을 통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 투표소에 유권자 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투표용지만 공급했다는 사실은 어떤 핑계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일각에서 나오는 “남아서 폐기되는 투표용지의 예산을 아끼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식의 변명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단언컨대, 투표지 몇 장을 폐기하는 비용보다 단 한 명의 국민이 가진 참정권의 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무겁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현장 공무원 몇 명의 행정 착오나 실수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헌법상 참정권이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당한 중대한 민주주의 훼손 사건이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투표권은 주권자가 국가 권력을 통제하고 참여하는 유일무이한 열쇠다. 한 표의 가치는 곧 국민주권의 크기와 같다. 그런데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감시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부실한 준비로 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가로막고 방해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해프닝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반복되는 부실 관리가 선거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결과의 공정함보다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벽하고 공정한 개표 결과가 도출된다 한들, 국민이 그 과정을 믿지 못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선관위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지난 선거에서의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부터 시작해 투표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인재가 발생했고, 조직 내부적으로는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오며 국민적 신뢰를 이미 바닥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또다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대형 사고가 터지니, 사회 일각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물론 필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기되는 맹목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차가운 사실과 객관적인 증거 위에서만 올바르게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점은, 선관위가 보여준 연속적인 실책과 안일함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의혹의 가짜뉴스들이 자라날 비옥한 토양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거 없는 의혹을 양산하는 세력도 문제지만, 그 의혹에 땔감을 던져주며 빌미를 제공한 국가기관의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고 역설했다.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은 정밀한 균열이 아니라 사소한 틈새 하나를 방치했을 때다.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수량을 맞춰 현장에 배부하는 일은 거창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나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 아니다. 선거 행정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가장 기초적인 기본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논어』에서도 공자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 직분에 있지 않은 것과 같다”고 꾸짖었다. 막강한 권한과 독립성에는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이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헌법이 엄격하게 독립성을 보장해 준 초연적 기관이다. 권한이 강한 만큼 그들이 가져야 할 책임 의식은 일반 행정 부처보다 몇 배는 더 무겁고 철저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관례대로 사과문 한 장 발표하고 적당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뭉개고 끝낼 사안이 결코 아니다.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도대체 어느 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용지 발행 수량을 제한했는지, 현장에서 용지가 부족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을 때 왜 제때 보고와 추가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비상 대응 매뉴얼은 작동했는지 전 과정을 국민 앞에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낱낱이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선관위의 운영 시스템 전반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견고한 방패 뒤에 숨어,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거나 외부의 정당한 비판을 무력화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지금의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구조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독립기관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진짜 적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다. 그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반성하지 않고, 결국 같은 실수를 부끄러움 없이 반복하는 나태함이다. 신뢰라는 탑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눈물겹게 쌓아 올려야 하지만, 무너져 내리는 것은 단 하루, 한순간의 방심으로 족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울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순진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썩어가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관위는 이번 참사를 계기 삼아 조직의 명운을 걸고 뼈를 깎는 자기 혁신과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유권자의 소중한 참정권을 지키고 부서진 선거의 신뢰를 간신히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들의 거창한 구호나 헌법 조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줄을 서서 내 표를 기다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참정권을 단 하나도 흘리지 않고 빈틈없이 받아내 지켜내는 현장의 땀방울에서 시작된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치욕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대한민국 유권자들 역시 선관위의 향후 행보를 두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26-06-04 07: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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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권 심판보다 생활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일보] 6.3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야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여당은 국정 안정을, 야당은 정권 견제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민심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본령은 따로 있다. 주민의 삶을 누가 더 잘 돌볼 것인가, 지역의 살림을 누가 더 책임 있게 운영할 것인가, 낡은 행정과 무능한 의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 선거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도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 구청장과 군수,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 이들이 결정하는 것은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다. 버스 노선 하나, 학교 주변 안전 하나, 노후 주택 정비 하나, 보육과 돌봄 예산 하나가 주민의 하루를 바꾼다. 지역 산업단지 규제 완화와 청년 창업 공간, 전통시장 주차장, 병원 접근성, 하천 정비, 쓰레기 처리, 재난 대응 역시 지방정부의 실력과 직결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승패표로만 소비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이번 선거에 중앙정치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정권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투표장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가와 집값, 고용과 세금, 복지와 재정, 외교와 안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도 선거에 담긴다. 그러나 모든 지방 의제를 정권 심판론 하나로 덮어버리면 정작 지역은 사라진다. 서울의 교통과 주거, 부산의 산업 재편, 대구·경북의 청년 유출, 호남의 인구 감소, 충청의 행정수도와 산업벨트, 강원의 접경지 경제, 제주 관광과 환경 문제는 모두 다른 해법을 요구한다. 하나의 정치 구호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후보의 간판이 아니라 실력이다. 어느 당 소속인가보다 무엇을 해왔는지 누구와 가까운가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 경제의 기획자이자 복지의 집행자이며 재난과 안전의 최전선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생존 전략을 짜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과밀과 주거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디지털 전환,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도 중앙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둘 것인지, 전력망과 산업단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지역 대학과 기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지방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데 선거 현장은 여전히 낡은 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물 검증보다 진영 동원이 앞서고 정책 경쟁보다 상대 흠집 내기가 더 쉽게 소비된다.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도 적지 않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규모로 지방자치 경쟁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선택지가 없는 선거는 유권자의 권리를 반쪽으로 만든다. 지방의원 선거가 생활정치의 입구가 아니라 정당 조직의 하부 구조로 굳어지면 지방자치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 역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한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부담, 학교폭력, 교권 회복, 디지털 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는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충분히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들어선다. 정당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정보는 부족하고 후보들은 이념 구호 뒤에 숨는다. 교육감은 아이들의 학교와 교사의 일터, 학부모의 삶을 바꾸는 자리다. 모른 채 찍는 투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유권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투표하지 않는 시민의 몫은 언제나 더 조직된 세력이 가져간다.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생활정치의 질을 떨어뜨린다. 주민이 묻지 않으면 후보는 답하지 않는다. 공약을 따지지 않으면 선거 이후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누가 우리 지역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 빚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복지는 지속 가능한지, 청년과 노인은 어디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꼼꼼히 물어야 한다. 정당들도 달라져야 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전초전으로만 여기는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한다. 좋은 후보를 키우지 않고 지역 정책을 준비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심판론과 방어론만 반복하는 정당은 지방자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공천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부실한 후보를 내놓고 당만 보고 찍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무책임이다. 지방의회 역시 거수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예산을 읽지 못하는 의원, 주민보다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치는 결국 지역을 병들게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사람인가. 지역의 돈을 제대로 쓸 사람인가. 갈등을 키우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인가. 중앙정치의 바람에 기대는 후보보다 현장을 아는 후보를, 구호만 외치는 후보보다 숫자와 예산을 설명할 수 있는 후보를, 당색보다 책임을 아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의 축적이다. 지방선거는 그중에서도 가장 생활에 가까운 민주주의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의 함성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심판도 필요하고 견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는 것은 주민의 삶이다. 정치가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지방정부가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2026-05-30 12: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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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정쟁의 광장'을 '생활의 일터'로 바꿀 유권자의 안목
[경제일보] 국민의 엄중한 선택을 기다리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앞으로 13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은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자들의 목소리와 현수막, 유세 차량으로 가득 찰 것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고개를 숙이는 후보들의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목격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밤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통한 공개 연설이 허용된다. 이 시간적 제약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법치의 기본이다. 모든 후보는 이 최소한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막이 오르는 오늘, 유권자들의 가슴속은 설렘보다 무거운 심난함이 앞선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거판의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이나 주민 삶을 보듬는 따뜻한 비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 ‘독재 세력’, ‘청산 대상’이라는 극단적이고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상대를 품어 안아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증오의 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만 혈안이 된 진흙탕 싸움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다시 한번 엄중히 되짚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여야가 세 대결을 벌이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나 정권 심판 혹은 정권 지지의 시험대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고질적인 교통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 소멸해 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누가 살려낼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어르신들의 복지, 그리고 일상의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경쟁하는 ‘생활 정치’의 장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 행적을 들춰내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리며,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정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재원 조달 계획도 없는 장밋빛 공약이 난무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얼마나 더 반복해서 보아야 하는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 가르쳤다. 군자는 주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되 맹목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이자 정치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은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말살하려는 거대한 ‘전쟁’처럼 보인다. 선거는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선거가 남긴 증오와 갈등의 상처는 지역 공동체에 깊게 패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흩뿌려 놓은 반목의 대가를 왜 무고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지족불욕(知足不辱)”의 지혜를 더하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다는 이 말은 오늘의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절제와 겸손의 미덕이다. 당장 한 표를 얻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정치는 일시적인 승리를 가져다줄지언정, 결국은 정치 전체의 파멸과 국민적 냉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정책’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책임 있는 태도’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움직이는 예산은 연간 수백조 원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 하나에 지역의 개발 방향이 바뀌고, 복지 혜택의 향방이 갈리며, 도시의 안전망이 촘촘해지거나 느슨해진다. 주민 삶의 모든 질적 수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후보 개인이 가진 역량과 공약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당의 간판이나 중앙정치의 바람에 휩쓸려 투표권을 행사하곤 한다. “이번에는 몇 번 당 바람이 분다”는 식의 묻지마 투표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숙한 궤도에 오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본인과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유권자가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진영의 논리라는 두꺼운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누가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진짜 일꾼’인지 냉정하게 아키타입(Archetype)을 감별해 내야 한다. 선거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재원 마련 대책은 구체적인지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의 위기 대처 능력과 정책적 깊이,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도덕성을 매섭게 비교·평가해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 하여 백성이 가장 귀하고 권력자는 가장 가볍다고 했다. 정치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이 준엄한 선언을 유권자가 투표장 현석(席)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은 결코 정치인들의 품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오직 유권자의 깨어 있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의 크기만큼만 발전한다. 남은 13일 동안 후보자들은 상대를 향한 흑색선전과 비방에 쏟아부을 에너지를 우리 지역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라. 그리고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선동이나 혐오의 언사에 흔들리지 말고, 정책의 내실을 따지는 엄격한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무의미한 정쟁의 광장을 닫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로 중앙정치의 눈치만 보는 ‘정당의 대리인’을 퇴출하고, 오직 지역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진짜 일꾼’을 찾아 세우자.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품격을 높이고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2026-05-2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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