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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기업승계, 산업 공급망 안정과 직결"…우리은행, 3조원 투입 구상
[경제일보]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은 기업의 폐업과 사업 축소를 방지하고 일자리와 기술, 산업 기반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승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 대표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가 단순한 상속 문제를 넘어 기업 생태계와 공급망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제조업 중심 중소기업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승계 실패가 폐업으로 이어지면 대기업과 산업 생태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행장은 "기업승계는 단순히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을 보고 관리해야 하는 과제"라며 "CEO들과 면담하고 임직원들과도 소통하면서 어떤 방향이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바람직한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10년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업승계 문제를 연구하고 제안해 올바른 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5년간 3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향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외국계 사례처럼 펀드 조성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성후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은 기업승계지원센터 현황을 소개하며 "생산적 기업승계는 중소기업의 폐업이나 사업 중지를 방지하고 승계를 통해 기업의 기술력 보존, 고용 안정,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은행권 최초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하고 회계, 세무, 인수합병(M&A)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승계 지연과 후계자 부재로 인한 일자리 감소, 기술 단절을 막기 위해 경영권 이전을 넘어 고용 안정과 공급망 유지까지 고려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는 총 554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 중 102곳에 중장기 승계전략, 금융솔루션, 사후 경영 안정화 등을 포함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협약 기업 대표자는 50세 이상이 90%를 넘는 등 고령화가 뚜렷했고 자녀 승계를 희망하는 비중이 52.7%로 가장 높았으나 승계 방식을 정하지 못한 기업도 43.7%에 달했다. 센터는 자녀 승계가 가능한 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특례 등을 고려한 전략을 제시하고 후계자가 없거나 자녀 승계가 어려운 기업에는 MBO와 EBO 등 임직원 승계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가 개별 기업의 생존을 넘어 고용 유지와 매출 기반 보전,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에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은행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 기업씩 총 500개 기업의 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고용 1만명 유지, 매출 기반 10조7000억원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후계자 부재 문제를 금융사의 신규 사업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일본 금융회사들은 후계자 부족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사업승계 펀드와 MBO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며 위기를 시장으로 바꿔냈다"며 "국내에서도 기업승계 시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 금융회사들이 사업승계 펀드, 핸즈온 컨설팅, MBO 전용 펀드 등을 통해 중소기업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친족 승계 비중이 줄고 임직원 승계와 제3자 M&A가 확대되면서 금융회사가 지역경제 인프라 역할을 맡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병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친족 간 기업승계 분쟁 사례를 통해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기업 지배구조 갈등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창업주의 승계 구도 정리가 미흡하거나 상속세 재원 마련이 부족할 경우 기업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에서 임직원 승계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세제와 금융지원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는 자녀 승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임직원이 지분을 인수하거나 증여받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오너가 임직원에게 지분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하고 낮은 가격에 넘기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함 변호사는 "기업승계는 사업의 지속과 기술력 보존, 종업원들의 고용 유지, 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 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달리해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임직원들로 승계 대상을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행 법령상 존재하는 여러 제약을 고려하면 임직원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중소기업 제3자 M&A가 기업승계의 주요 해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국내 중소기업 M&A는 연평균 385건, 약 12조3000억원 규모로 전체 M&A 거래의 78.6%를 차지했다. 경영자 고령화와 승계계획 부재로 매도 수요가 늘고 있으며 매수자 측면에서는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중견기업 등이 기술 내재화와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 주체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회계사는 "오너 고령화와 승계 이슈가 맞물리면서 중소기업 M&A 시장이 확대되는 초입에 있다"며 "인수자 풀까지 넓어져야 기업승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기업승계를 생산적 금융의 핵심 지원 분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승계를 단순한 상속·증여 문제가 아닌 법률·세무·자금조달·지배구조·M&A 전략이 맞물린 종합 과제로 보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과 협업해 기업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2026-06-01 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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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뉴딜 정책 보여주기식으로는 곤란하다
[경제일보] 청년 고용 한파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코로나 시기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고, ‘쉬었음’ 청년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29일 민관 합동으로 일 경험과 직무 훈련을 제공하는 ‘청년 뉴딜’ 정책을 내놓은 것은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조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청년 선호 분야 중심의 훈련과 취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 청년 문제를 개인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대응하겠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이름과 포장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정을 투입해 단기 일자리를 만들고,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은 반복되어 왔다. 그 결과 통계상 고용률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는 있었지만, 실제로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 현실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의 구조’에 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어떤 지원책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해고가 어려운 고용 환경,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는 기업의 인력 운용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미래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청년 채용을 늘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과 같은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고령 인력의 고용 안정도 중요하지만,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고 인력 구조를 더욱 경직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청년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일자리 확대를 외치면서 동시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민간 기업 중심의 고용 창출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이 인력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를 확산시켜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청년 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이미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부족과 편견으로 인해 청년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런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규제 개선과 지원 정책 역시 이 방향에 맞춰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직무 훈련과 일 경험 프로그램도 근본적인 재정비가 요구된다. 단순한 체험이나 반복 업무에 그치는 프로그램으로는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고, 그것이 곧바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실제 취업’이어야 한다. 청년 고용난은 단순한 경기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경직성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 경력직 선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재정을 투입해 지표를 개선하는 데 급급한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며, 산업 정책과 고용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또 한 번의 미봉책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6-04-30 07:5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