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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경고등, 이제는 '버티기'가 아니라 '체질 전환'이다
대한민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와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수출 둔화는 성장 엔진을 식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소비를 짓누르고,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우리 제조업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에너지 정책, 금융 시스템까지 모두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에 몰두하고, 정부는 단기 처방에 치우쳐 있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체질 개선이다. 국제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우리는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그럼에도 산업 구조는 여전히 에너지 다소비형에 머물러 있다. 중동 리스크만 발생하면 물류비와 전기요금,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뛰고 이는 곧바로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경쟁력 강화라는 현실적 병행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념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태양광과 풍력, 수소 산업을 키우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도 활용하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둘째, 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하나로 버텨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 전체가 출렁였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항공, 방산, 콘텐츠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 특히 K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은 더 이상 부가적 산업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 국가였던 한국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정부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세계는 속도전인데 우리는 허가와 심사, 이해관계 충돌 속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산업 정책이다. 셋째, 가계부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폭탄이다.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얼어붙고,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가 무너진다. 지금처럼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방치해서는 미래가 없다. 핵심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돈이 아파트 투기에만 몰리는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기업과 창업, 혁신 산업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금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청년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데 인생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만 바라보는 경제는 결국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넷째, 노동시장 개혁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한쪽에서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노동시장 구조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와 경직된 고용 구조로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노동 개혁은 노동자를 희생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형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전환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로는 사회적 갈등만 커질 뿐이다.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노동자와 기업, 사회 전체로 합리적으로 분배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리더십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미래 비전 경쟁보다 진영 대결에 갇혀 있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인데 정치는 선거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적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나라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팬데믹도 이겨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낡은 성장 모델과 결별하는 용기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거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새로운 체질로 전환할 것인가. 위기는 언제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준비하지 못한 나라에는 재앙이 되지만, 준비한 나라에는 도약의 기회가 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비관 속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개혁을 미룬다면 암울한 미래는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버티는 경제’가 아니라 ‘바꾸는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4 09: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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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사이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수면 위아래를 오가고, 미국의 군사자산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동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떨리고 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유가는 오르고 선박 운임도 함께 치솟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시장의 기회로 바꾼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운업은 원래 그런 세계다. 세계의 불안 위에서 수익을 만든다. 그러나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은 어떤 기업인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어떤 기업인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를 숫자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사회는 숫자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그 돈이 어디를 향했는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줬는지를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요즘 해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다. 호르무즈 리스크와 VLCC 운임 급등 속에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길이 300미터를 넘는 거대한 선박으로 단 한 번의 항해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자, 시황이 불안할 때는 바다 위의 원유 저장고가 된다. 장금상선은 세계 최대 수준의 VLCC 선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10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까지 추진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냉혹한 시장 판단만 놓고 보면 대단한 승부사다. 그런데 정태순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해운업은 원래 국민적 호감을 얻기 어려운 산업이다. 배는 바다 위에 있고 돈은 숫자로 움직인다. 일반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태순 회장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느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해양 인재 양성 지원과 공익재단 활동, 기부와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왔다. 거창한 이름을 앞세운 자선이 아니었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쌓아왔다. 시장은 결국 그것을 읽는다. "함께 가는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기업인은 사회 안에서 존재한다. 공동체가 등을 돌리면 아무리 많은 배를 가져도 고립된다. 반대로 공동체와 호흡하면 부는 비로소 존경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기업주에게나 그늘은 있다. 다만 정태순 회장의 이름 앞에 지금 붙는 수식어는 '탈세'가 아니라 '해양'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다. 권혁 회장의 사업은 VLCC와는 결이 다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 피더선을 중심으로 인트라아시아 항로를 누볐다. 정태순 회장과는 다른 바다에서 다른 배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해운업 안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로는 오늘의 주제와 함께 놓일 수밖에 없다. 권혁 회장은 한국 해운업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십수 년간 국내 조선소에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직·간접 경제효과는 13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와 중소 조선소까지,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현장에 권혁 회장의 발주서는 단비였다. 수천 명의 용접공과 설계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계약서 한 장에 생계를 얹었다. 공격적 투자와 승부사 기질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해운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박왕'이라는 이름도,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수식어도 그 시절에 붙었다. 그러나 세상이 권혁 회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안타깝게도 그 이름 쪽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2010년 국세청이 권혁 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역외탈세 혐의였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선박왕'은 하루아침에 '탈세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왕 시리즈' 보도의 대표 사례가 됐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됐다. 물론 법적으로 볼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종 확정심에서 실제 유죄로 인정된 세액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수천억 원짜리 세금 폭탄이 7억원짜리 판결로 귀결된 것이다. 국제 해운업의 특수성도 있다. 선박은 편의치적국에 등록하고 운영은 다국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다. 이 구조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인지 글로벌 해운업의 통상 관행인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당시 국세청 역외탈세 수사가 실적 압박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세 정의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사건은 남겼다. 그러나 기업인의 평판은 판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언론이 처음 보도한 4101억원짜리 헤드라인은 기억되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뒤집어진 결론은 기억되지 않는다. 더구나 권혁 회장은 재판 기간 내내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간간이 피력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자신의 서사를 방어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공동체에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다. 사회는 자신을 향한 해명보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권혁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대 조세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그림자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업인의 운명이 갈린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 사회는 부 자체보다 "어떻게 벌었는가"와 "어디에 쓰는가"를 더 집요하게 본다. 국민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이 번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만 가지려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성경 누가복음에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 덕의 향기는 사방으로 퍼진다"고 말한다. 돈은 항구에 묶이지만 덕은 사람 사이를 건넌다. 선박은 바다를 건너지만 사람의 이름은 결국 마음 위에 남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더 직설적이다. "천도는 남는 곳의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운다(損有餘而補不足)" 동양 고전은 오래전부터 부의 순환을 말해왔다. 오늘날 ESG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개념도 결국 이 오래된 상식의 현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세계의 거상들은 결국 그 지점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단지 배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전설이 된 것이 아니다. 부와 영향력을 문화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남았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탐욕이라는 비판 속에 살았지만 거대한 기부와 재단 활동으로 결국 이름의 방향을 바꿨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재산은 결국 사회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다. 한 척의 배에는 원유와 철광석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의 운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과 울산, 거제의 조선소가 돌아가는 것도, 정유공장이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 이 배들이 항로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운 재벌은 일반 기업인보다 더 큰 사회적 상징성을 가진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얼굴 역할까지 기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에게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한다. 냉혹한 시장의 승부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위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긴장 위에서 유지된다. 시장은 탐욕으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도덕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기업인의 이름을 가른다. 정태순 회장이 지금 박수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정태순 회장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기업이 이기는 모습을 반긴다. 다만 그 성공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권혁 회장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복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인의 마지막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내린다. 권혁 회장은 이미 산업사에 이름을 남겼다. 9조 원의 발주 실적은 조선소 현장에, 협력업체에, 수천 명의 생계에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사회적 존경으로 전환되려면 다른 종류의 기록이 필요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귀환이 그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해양 인재를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조선업 기술 인력 지원도 좋다. 지방 항만도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재단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의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논란의 그늘 속에 있는다고 이름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상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진짜 선박왕은 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와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그 이름이 남는다.
2026-05-13 18: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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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AI 기반 고객 DB 마케팅 플랫폼 구축 外
[경제일보] KDB생명, AI 기반 고객 DB 마케팅 플랫폼 구축 KDB생명이 영업 현장 효율성을 높이고 설계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고객 DB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시스템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영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객 DB 마케팅 플랫폼은 고객 관리와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함께 고려해 설계됐다. KDB생명은 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안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규 플랫폼은 DB 배분 직후 일정 기간을 '골든타임'으로 정의하고 해당 기간 영업 활동이 집중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설계사의 영업 노하우와 데이터 분석 기능을 결합해 고객 응대의 적시성을 높이는 구조다. KDB생명은 사전 파일럿 테스트에서 AI 기반 데이터 분석이 기존 수기 방식보다 영업 성과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정확도를 높이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플랫폼은 DB 배분부터 성과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KDB생명은 내부 영업망과 연계해 설계사들이 현장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남규현 KDB생명 전속채널실 실장은 "해당 플랫폼은 현장 설계사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미 테스트를 통해 실효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AI 모형을 고도화해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데이터 기반의 내실 있는 영업 지원을 통해 KDB생명의 영업 활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 어린이날 맞아 '마음튼튼 KIT' 전달 KB손해보험이 어린이날을 맞아 '마음튼튼 KIT' 전달식을 통해 취약계층 아동의 정서 안정을 돕는 돌봄 활동을 진행했다고 6일 밝혔다. 마음튼튼 KIT는 보험상품 개정으로 사용이 어려워진 불용 약관을 재활용해 만든 정서 안정 지원 키트다. KB손해보험은 미술심리 전문기관과 협업해 아동의 감정 표현과 치유를 돕는 콘텐츠로 키트를 구성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구립푸르름지역아동센터에서 전달식을 진행했다. 미술 프로그램 활동 책자와 색연필, 텀블러, 에코백 등으로 구성된 키트는 총 500명의 아동에게 전달됐다. KB손해보험은 사업 5주년을 맞아 현장 의견을 반영해 키트 구성과 콘텐츠를 개편했다. 미술 활동북 크기를 확대하고 감정 표현과 참여를 돕는 구성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이외에도 KB손보는 미술치료 전문가의 지도 아래 심리미술 활동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경제·금융교육을 함께 진행한다.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금융 이해도 제고하자는 취지다. 김규동 KB손해보험 ESG상생금융Unit장은 "이번 사업은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정서 돌봄 활동"이라며 "앞으로도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라이프놀로지 랩' 3기 워크숍 개최 삼성생명이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라이프놀로지 랩' 3기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라이프놀로지 랩은 고객의 인생에 기술을 접목해 삶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올해는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5개 대학 IT 분야 전공 학생 120여 명이 참여한다. 학생들은 4개월간 연결, 변화, 예측 등 3가지 주제에 맞춰 빅테크 솔루션을 개발하고 결과물을 공유할 예정이다. 우수팀에는 글로벌 인사이트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 또한 학생들의 결과물을 소개하는 온라인 전시도 진행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인사이트 강연과 선배 개발자 패널토크, 참가 학생 간 네트워킹 등이 진행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라이프놀로지 랩'은 보험을 넘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의미 있는 도전"이라며 "앞으로도 삼성생명은 미래의 개발자들과 함께 더 기대되는 내일을 준비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5-06 17: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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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1Q 영업익 5616억원 전년 比 22.8% ↑…9년 지나도 현역 IP 'PUBG'
[경제일보] 크래프톤이 'PUBG(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단일 IP 의존 구조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신작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30일 크래프톤은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714억원, 영업이익 56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8742억원 대비 매출은 56.9%,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4573억원 대비 22.8% 증가한 수치다.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실적은 배틀그라운드 IP의 견조한 수익 구조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부문별로는 모바일 매출이 7027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PC 3639억원, 콘솔 138억원, 기타 291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당 IP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며 전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PC 부문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라이브 서비스 운영과 콘텐츠 다양화가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크래프톤은 9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애스턴마틴 협업 콘텐츠는 기존에 출시된 아이템을 재판매하는 방식임에도 높은 수요를 기록하며, 컬래버레이션 콘텐츠가 반복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부문도 고과금 이용자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콘텐츠 전략이 매출을 견인했다. 또한 인도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서버 확장과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결제 이용자 수가 증가했고 BGMI e스포츠 리그도 역대 최대 시청 기록을 달성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단순 게임을 넘어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축적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모드 추가와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확대를 통해 배틀로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고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신작과 신규 IP 확보도 병행된다.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콘텐츠 고도화와 콘솔 확장을 통해 장기 서비스형 IP로 육성될 예정이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모딩 환경과 멀티플레이 기능을 도입해 플랫폼형 게임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오픈월드 생존 게임 '서브노티카2' 역시 얼리 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협동 플레이 등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AI를 게임에 접목하는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자체 멀티모달 AI 모델 '라온'을 게임에 적용해 플레이 경험을 고도화하고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AI 캐릭터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의 그래픽과 시스템 중심 경쟁에 AI 기반 상호작용을 핵심 요소로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크래프톤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1분기 동안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고 996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으며, 총 336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2분기에도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PUBG' IP 프랜차이즈가 실적 성장을 견인하며 지속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인조이 스케일업, 서브노티카 2 얼리 액세스 출시, AI for Game을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을 구체화해 성장세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4-30 16: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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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냐 공대냐' 이분법 아닌, 두 영역을 융합하는 전략적 사고 필요.
[경제일보] 의과대학을 향한 대한민국 사회의 열망은 이제 하나의 ‘집단적 신념’에 가까워졌다. 입시를 앞둔 가정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까지도 “의대만 가면 인생은 안정된다”는 공식을 거의 의심하지 않는다. 실제로 의사가 되면 비교적 높은 소득, 안정된 직업 지위, 긴 직업 수명이라는 이점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의대 선호 현상을 단순한 과열이나 왜곡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가정의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합리성’이 사회 전체로 확장될 때 나타나는 구조적 편향이다. 모든 자원이 한 방향으로 쏠릴 때, 다른 가능성은 말라버린다. 공학, 기초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영역이 함께 성장해야 할 생태계에서, 의대 쏠림은 결국 국가의 미래 역량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자는 “군자는 의를 따르고 소인은 이익을 따른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개인의 선택이 ‘이익’에 치우칠 때, 공동체는 ‘의’라는 균형을 잃기 쉽다. 반면 중국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공대 중심의 인재 양성 정책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연구 중심 대학을 확대하고 과학기술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우주항공,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며 ‘과학기술 패권’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 생존 전략에 가깝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되고(天下難事 必作於易), 큰 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이루어진다(天下大事 必作於細)”는 구절이 있다. 오늘의 인재 양성 방향은 작아 보일지라도, 결국 수십 년 뒤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큰 결과’로 이어진다. 이 점에서 중국의 선택은 느리지만 분명한 축적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대를 선호하는 한국과 공대를 중시하는 중국, 어느 쪽이 더 ‘희망’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단정적으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의료 인력 역시 사회에 필수적이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에서 의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문제는 ‘비율’과 ‘균형’이다. 한 사회가 특정 직업군에 과도하게 집중할 때, 그 사회는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恒産者有恒心)”고 했다. 안정된 생계 기반이 있어야 올바른 마음도 유지된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가 의대를 선호하는 배경에도 바로 이 ‘항산’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항산’은 개인의 안정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것은 산업 경쟁력, 기술 자립, 혁신 역량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기반이 약해질 경우, 개인의 안정 역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택의 방향이 아니라 선택의 구조다. 의대와 공대가 대립하는 구도가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다. 의료 역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바이오 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 인공지능 등은 의학과 공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대표적 영역이다. 한국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의대냐 공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두 영역을 융합하는 전략적 사고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의대 일극 체제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안정된 개인은 많을지언정 도전하는 국가는 되기 어렵다. 반대로 중국식 공대 집중 전략은 단기적으로 개인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말해, 희망은 특정 선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균형과 안목에 있다. 눈앞의 안정만을 좇는 사회는 결국 정체에 빠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회는 일시적 불안을 감수하더라도 도약의 기회를 얻는다. 지금 한국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 아이를 어디에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이다.
2026-04-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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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의 미소처럼, 다시 단단하게 뿌리 내리는 우리 동네 새마을금고
배우 조정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화려한 무대 위 주인공이라기보다, 퇴근길 골목 어귀에서 마주치면 가볍게 목인사를 건네줄 것 같은 친근함 때문일 겁니다. 그의 미소에는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특유의 여유가 배어 있습니다. 그의 인생은 ‘기다림’이 차곡차곡 쌓여 만든 단단한 나무를 닮았습니다. 무명 시절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서두르기보다 무대 위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며 뿌리를 내렸습니다. 요령 피우지 않고 한 계단씩 정직하게 걸어온 그 길은,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런 그가 새마을금고의 얼굴이 되어 우리 곁으로 다시 다가왔습니다. 이번 광고에서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우면서도 다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으쌰으쌰!” 짧은 한마디지만, 그 속에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이들을 향한 소박한 응원이 담겨 있습니다. 반가운 것은, 조정석의 밝은 에너지처럼 우리 동네 새마을금고의 살림살이도 다시금 단단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조용히 내실을 다져온 시간들이 모여 조금씩 건강한 기운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하기보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이 배우 조정석의 행보와 참 결이 비슷해 보입니다. 광고 속에서 그는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람들의 손을 맞잡습니다. 시장 상인의 활기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네 소소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마치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눈빛은, 팍팍한 세상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가장 화려한 곳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이웃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그의 인생 이야기는 오늘도 가족을 위해 땀 흘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얻은 조정석과 묵묵히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새마을금고. 이들의 만남은 우리에게 '함께라면 괜찮다'는 담담한 용기를 전해줍니다. 보통의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그의 목소리가, 우리 동네 곳곳에서 기분 좋은 바람처럼 잔잔하게 울려 퍼지길 기대해 봅니다.
2026-03-25 14: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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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광화문을 넘어 세계로 흘렀다
[경제일보] 세종대왕 동상 너머로 봄밤 광화문이 붉게 물들었다. 21일 오후 8시, 방탄소년단(BTS) 7인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2만2000명의 함성이 세종대로를 타고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조선 왕조가 남긴 근정문(勤政門)을 나서 흥례문을 지나 광화문 월대를 밟고 무대로 걸어 들어온 일곱 청년의 발걸음 안에는, 3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압축돼 있었다. 전석 무료로 열린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 기념 컴백 공연 '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생중계됐다. 특정 가수가 광화문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쇼가 시작된다"(The show is starting!)고 속보를 타전했고, BBC는 광화문 문루(門樓)를 파리 개선문에 빗댔다. 왕의 길을 따라 무대로 공연이 남다른 인상을 남긴 것은 단순한 음악 퍼포먼스를 넘어선 공간의 연출 때문이었다. BTS는 경복궁 내부 근정문에서 출발해 흥례문, 광화문, 월대를 거쳐 무대로 향했다. 조선시대 왕과 백성이 소통하던 '왕의 길'을 그대로 밟은 셈이다. 공연 전 빅히트 뮤직이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RM은 "광화문과 무대가 서로 가리지 않도록 오픈형 구조로 설계해 한 화면에 담겼다"고 밝혔다. 공연은 신곡 '바디 투 바디'로 막을 올렸다. 한국 민요 '아리랑'을 샘플링한 이 곡의 첫 소절이 울려 퍼지자, 좌석 구역에 앉은 아미(ARMY)들이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만 명이 600년 역사의 궁궐을 배경으로 조선의 민요를 떼창하는 광경은 누가 기획해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연출을 맡은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은 런던 올림픽 개폐회식과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지휘한 인물이다. 이번 앨범 제목 '아리랑'은 130여 년 전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이 노래를 불렀던 이름 모를 이들의 이야기와, 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BTS의 서사를 하나의 실로 엮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앨범의 14곡 가운데 13곡에 RM이 작사에 참여했다. 리더인 그는 이날 다리 부상을 안고도 무대에 올랐다. 예측 빗나간 인파, 그리고 현장의 온도차 경찰과 서울시는 공연 전 최대 26만명의 인파를 예상하며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을 능가하는 경계 태세를 폈다.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은 오후 2시부터 무정차 통과로 전환됐고, 세종대로 1.2㎞ 구간은 사실상 야외 스타디움으로 봉쇄됐다. 안전요원과 경찰·소방 인력 1만5000여 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집 인파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경찰과 서울시 공식 추산으로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모인 인원이 4만~4만2000명 수준, 주변 일대를 합산해도 약 10만 명에 그쳤다. 26만 명을 상정하고 꾸린 안전·통제 체계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고, 현장에서도 "다소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철통 같은 교통 통제가 접근성 자체를 떨어뜨렸고, 공연 시간이 1시간 남짓이라는 사전 정보가 알려지면서 굳이 현장까지 오기보다 넷플릭스로 보겠다는 팬들이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광화문 방문 자제를 권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공식 좌석 2만2000석은 티켓을 받은 팬들로 빈틈없이 채워졌지만, 무대 바로 앞 구역을 벗어나면 공연장 특유의 공간 구조 탓에 대형 스크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좁고 길게 뻗은 세종대로의 특성상 무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실상 현장에서 넷플릭스 중계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공연 종료 후 팬들 사이에서 "정말 끝이야?"라는 말이 나돈 것은 이 공연이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짧게 느껴졌다는 아쉬움에 가까웠다. 인파 규모 자체보다 눈길을 끈 것은 국적의 다양함이었다. 현장 안전요원은 "체감 방문객의 6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브라질, 프랑스, 일본은 물론 체코, 루마니아, 미얀마, 우크라이나까지 각국의 언어가 뒤섞였다.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한 팬은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전쟁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줬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24세 여성은 "역사적인 장소에서 BTS를 보는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 운영을 두고는 적잖은 불만이 쏟아졌다. 입장 게이트 위치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찰에게 물어봐도 "앞으로 계속 걸으세요"라는 말만 들었다는 관람객이 여럿이었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온 관람객이 반입 제지를 당하는 등 소지품 기준도 불명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외국인 팬들은 한국어로만 공지되는 안내 방송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장을 헤맸다고 했다. 빛과 그림자, 엇갈린 반응 공연 뒤 광화문 인근 상권은 희비가 갈렸다. 공연장 주변 음식점들은 점심부터 이른 저녁까지 외국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밥집 사장은 "미국에서도 김밥 인기가 높아 아미들이 간편하게 들러 먹고 갔다"고 했고, 광화문 인근 식당 상당수는 아리랑 앨범 콘셉트에 맞춘 한식 메뉴를 내걸었다. 한 경제연구소는 이번 공연의 경제 파급 효과를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반면 공연장 외곽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3월 16일부터 시작된 광화문광장 통제로 인근 상인들은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출 손실을 봤다고 호소했다. 예상 인파에 대비해 물류를 대폭 늘렸던 편의점 업주들은 고스란히 재고 손해를 떠안았다. 공무원 차출, 직장인 강제 연차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의 행사가 과연 공공 광장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쟁도 이어졌다. 주최 측인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이 국가 인프라를 사실상 전용(專用)한 셈이라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공연이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행사 인파 관리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게이트 31곳을 통한 분산 통제와 20분 단위 순차 퇴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공연이 끝난 뒤 일부 팬들은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현장 쓰레기를 주웠다. '아리랑'이라는 선택의 무게 이번 앨범과 공연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음악적 성취보다 그 이름이 지닌 무게에서 비롯된다.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특정 누구의 소유도 아닌 채 수백 년을 이어온 노래다. BTS가 이 이름을 정규 앨범 타이틀로 전면에 내세우고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공간과 결합했을 때, 그것은 음악적 선택을 넘어 문화 정치적 행위가 된다.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이 앨범을 "군 복무 이후 가장 민족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결과적으로 이날 밤 광화문 무대가 세계에 전달한 것은 보편적 정서였다.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민요 가락에 맞춰 수십 개 나라 팬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의 개국과 일제 강점기,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었던 광화문이 K팝의 역사적 무대가 됐다는 사실은, K팝이 수십 년간 걸어온 길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앞으로 BTS는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고양·부산을 포함한 국내 투어와 유럽 브뤼셀·런던을 거치는 월드투어 'ARIRANG'을 예고했다. 오는 27일에는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BTS: The Return'이 공개된다. 완전체 복귀 이후의 BTS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그리고 이날 광화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봄밤의 광화문이 남긴 잔향은 그 질문을 품은 채 아직 서울 도심에 맴돌고 있다.
2026-03-22 11: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