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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혁신은 로보틱스·AI"…정의선 현대차 회장, 美 260억달러 투자 확대
[경제일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제조 혁신의 핵심 축으로 재차 제시했다. 미국에 오는 2028년까지 260억달러(38조원)를 투자해 생산과 기술, 공급망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술 전환과 지역 전략을 결합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미국 매체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그룹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는 모빌리티를 넘어서는 핵심 영역"이라며 인간과 협업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제조 현장에 직접 적용하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전략을 기반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목표 시점은 2028년이며,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 생산 체계 구축이 제시됐다. 로봇을 단순 자동화 설비가 아닌 협업형 생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자동차 생산 체계가 설비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으로 공정 운영 방식이 재편되는 구조다. 인간과 로봇, AI가 동시에 작업에 참여하는 형태가 전제된다. 핵심 거점은 HMGMA다. 이 공장은 소프트웨어 기반 생산 시스템을 적용한 차세대 제조 거점으로, 전동화와 디지털 공정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생산 유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지정학적 변수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생산과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규제와 공급망 기준에 따라 분절되는 흐름 속에서 각 지역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생산기지, 미국 HMGMA, 미국 내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 인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규 거점 구축이 병행된다. 지역별 수요와 정책 환경에 맞춘 생산 구조를 통해 변동성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에너지 전략에서는 수소 사업을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수소 사업 브랜드인 HTWO를 중심으로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는 전기차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기술로 다양한 에너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 전략도 병행된다. 정 회장은 차량 생산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 공정,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을 줄이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단계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전 밸류체인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접근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DNA를 기반으로 향후 경영과제를 극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연간 7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고, 200개국에 판매망과 16개의 글로벌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외 환경 변화는 회복력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4-13 1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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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으로 수렴하는 세계
우리는 정보의 과잉 시대를 산다. 손안의 스마트폰만 열면 뉴스와 영상, 음악과 지식이 끝없이 쏟아진다. 유튜브와 틱톡은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추천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은 질문 하나에 그럴듯한 답변을 즉시 내놓는다. 겉으로 보면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정보 환경을 손에 넣은 듯하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되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는 정말 더 넓은 세계를 만나고 있는가. 추천 알고리즘은 본래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설계됐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제시하고, 불필요한 탐색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다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오래 본 영상, 멈춘 장면, 반복 시청한 주제를 바탕으로 취향을 추정하고, 그 취향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문제는 아직 접하지 못한 관심사, 아직 좋아해본 적 없는 분야, 아직 열어보지 않은 가능성이 점점 배제된다는 점이다. 낯선 것과의 우연한 조우는 줄어들고, 익숙한 것의 반복만 남는다. "우연한 발견과 낯선 충격은 비효율로 취급되고, 대신 익숙함과 반복이 화면을 채운다." 생성형 인공지능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AI는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개연성 높은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답변은 대체로 매끄럽고 안정적이며 평균적이다. 물론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평균 바깥의 문장, 비정형의 통찰, 낯설지만 강한 사유는 밀려난다. 원래 새로운 생각은 다수가 이미 동의한 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대를 흔드는 관점은 대개 평균의 바깥, 익숙함의 바깥에서 출현한다. 결국 오늘의 기술은 두 방향에서 같은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인간의 취향을 평균으로 묶고, 생성형 AI는 인간의 언어를 평균으로 다듬는다. 취향은 예측 가능한 패턴이 되고, 문장은 무난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플랫폼에는 이상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성장과 창조성까지 그 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인간은 원래 효율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 무심코 넘기다 멈춘 기사 한 줄, 전혀 관심 없던 분야에서 느닷없이 마주한 충격이 한 사람의 세계를 바꾸기도 한다. 발견은 언제나 비효율의 영역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오늘의 플랫폼은 그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능숙하다. 사용자가 헤매지 않도록 돕는 대신, 사용자가 스스로의 바깥으로 나갈 기회까지 줄여버린다. 문제는 단지 비슷한 콘텐츠만 보게 된다는 데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인간이 점점 과거의 데이터로 규정되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당신은 이런 것을 좋아할 사람”이라고 말하고, AI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고 답한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빠르게 만족하지만, 덜 놀라고 덜 방황하며 덜 발견하게 된다. 세상을 좁게 보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갱신할 가능성마저 줄어드는 것이다. 기술은 인간을 확장할 때 진보가 된다. 그러나 편의를 높이는 과정에서 가능성까지 축소한다면, 그것은 진보라기보다 정교한 관리에 가깝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확한 추천만이 아니다. 평균 밖의 문장, 예측 밖의 만남, 그리고 나를 내가 아는 범위 밖으로 이끄는 우연의 복원이다. 인간은 원래 규정된 존재가 아니라, 아직 열려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026-04-11 19: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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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파괴적 혁신과 극기(克己)의 리더십
[경제일보] 현대 산업 지형에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만큼 극단적인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존재는 드물다. 누군가는 그를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 추앙하고, 누군가는 위태로운 도박사라 평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바꾸고 인류의 시선을 지구 너머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그의 경영은 상품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불가능이라는 관념을 무너뜨리는 하나의 전쟁에 가깝다. 이 전쟁의 출발점에는 의외로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놓여 있다. 머스크는 이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성장했다. 외형적 조건만 보면 불안정한 환경이었으나, 그 안에는 철저한 자기 통제와 학습, 그리고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안락함보다 자립을, 의존보다 책임을 가르쳤다. 그 결과 세 남매는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가, 투자자, 창작자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외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실행으로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경영자의 뿌리는 종종 시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형성된다. 조직을 이끄는 힘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길러냈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양 최고의 군사 전략서인 손자병법은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겨 놓은 뒤에 싸운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바로 그 원리를 현실에서 구현했다. 전기차가 조롱받던 시절, 그는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저장, 소비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먼저 설계했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계열화한 구조는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승리의 조건’을 미리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는 전쟁에 나가기 전에 이미 전장을 재편했다. 또한 손자는 “병귀신속(兵貴神速)”이라 했다. 전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속도다. 테슬라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속도는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실행의 속도다. 여기서 머스크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는 관리자가 아니라 해결사다. 조직이 막힐 때, 회의를 늘리고 책임을 분산하는 대신 스스로 문제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생산이 지연되면 공장 바닥에서 직접 공정을 점검하고, 기술이 막히면 엔지니어들과 밤을 새워 해결책을 찾는다. 그의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개입이며, 통제가 아니라 돌파다. 현대 기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문제를 구조로 숨기는 것이다. 보고 체계와 승인 절차 속에서 문제는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된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 반대의 길을 택한다.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해결을 조직의 최우선 과제로 만든다. 리더가 해결사가 될 때 조직은 멈추지 않는다. 리더가 관망자가 되는 순간 조직은 정체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 그의 집요함은 유교 경전 중용이 말하는 “지성무식(至誠無息)”과 맞닿아 있다.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산 직전의 공장에서 잠을 청하며 문제를 해결하던 그의 모습은 단순한 근면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사명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극기의 의지였다. 그 멈추지 않는 정성이 기가팩토리라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의 화엄경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제1원리 사고’를 통해 산업의 전제를 해체했다. 배터리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원자재 단위에서 다시 계산했다. 한계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 속에 있었다. 그는 그 틀을 부수는 데서 출발했다. 성경 히브리서는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머스크의 경영에서 이 믿음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힘이다. 화성 이주와 자율주행이라는 비전은 허상이 아니라, 확신이 만들어낸 실체였다. 시장과 자본은 결국 확신의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도덕경은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라 경계한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독단은 때로 이 경계를 넘나든다. 위대한 혁신가의 빛이 강렬할수록, 그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법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경영 현장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승리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있는가. 우리는 문제 앞에서 멈추는가, 아니면 그 문제를 돌파하는가. 길이 없으면 찾아야 하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출발점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 길러진 자립의 정신,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의 결단이 조직의 운명을 가른다. 승리는 시장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가정에서 길러지고 현장에서 완성된다.
2026-04-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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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으로 채우고 깎아냄으로 완성하다, 단순함이 만든 길
[경제일보] 세상은 늘 더 많은 기능과 더 화려한 사양, 더 복잡한 제원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의 손이 향한 것은 뜻밖에도 덜어낸 물건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애플의 유산은 전자기기의 범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애플은 무엇을 더 얹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걷어낼 것인가를 먼저 묻는 회사였다. 성장의 역사이면서도 비움의 역사였다는 뜻이다. 금강경에는 “凡所有相 皆是虛妄(범소유상 개시허망)”이라는 구절이 있다.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끝내 붙들 수 없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통찰을 경영의 언어로 옮겨놓은 인물에 가까웠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식과 기능의 과잉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사용자의 손끝에 남는 감각과 화면의 흐름에 더 큰 공을 들였다. 아이폰에서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조작의 대부분을 화면 안으로 밀어 넣은 선택은 디자인 변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제품을 대하는 습관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 감각은 제품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동양 사상과 선에 끌렸던 스티브 잡스는 인도 여행을 거치며 절제와 비움의 가치를 깊이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애플의 단순함은 우연히 얻어낸 외양이 아니었다. 오래 붙든 생각이 물건의 얼굴로 옮겨간 결과에 가까웠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지금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덜어내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결단이다.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끝내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少則得 多則惑(소즉득 다즉혹)”이라 했다. 적으면 얻고 많으면 오히려 흔들린다는 뜻이다. 애플은 이 원리를 집요하게 밀고 나갔다. 기능을 줄이고 제품군을 좁히며 선택지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많은 기업이 복잡함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때 애플은 이해하기 쉬운 것을 힘으로 바꿨다. 소비자는 더 빨리 알아보고 더 깊이 몰입했다. 덜어냄이 몰입을 낳는다는 사실을 애플은 시장에서 보여줬다. 도덕경의 또 다른 구절인 “爲學日益 爲道日損(위학일익 위도일손)”도 떠오른다. 배움은 날마다 더하는 일이지만 길을 따르는 일은 날마다 덜어내는 일이라는 뜻이다. 경쟁사들이 기능을 덧붙이는 데 몰두할 때 애플은 불필요한 것을 지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 차이가 결국 질적 도약으로 이어졌다. 경영은 쌓아 올리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을 보태느냐보다 무엇을 걷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애플은 그 점을 남들보다 일찍 알아챈 기업이었다. 주역이 말하는 “簡易(간이)”의 정신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세상의 변화는 복잡해 보여도 바닥에는 단순한 이치가 흐른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의 제품은 겉으로 보면 담백하고 절제돼 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기술이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다만 사용자가 그 복잡함을 감당하게 하지 않는다. 어려운 것은 안쪽으로 밀어 넣고, 사람 앞에는 쉬운 얼굴만 남긴다. 기술이 높은 수준에 이를수록 오히려 더 말이 적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애플은 일찍 간파했다. 성경도 다른 언어로 비슷한 가르침을 전한다. 마태복음은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마 6:22)라고 말한다. 여기서 성하다는 말은 하나에 모인 상태를 뜻한다. 애플은 수많은 가능성을 한꺼번에 움켜쥐려 하지 않았다. 남길 수 있는 한 길을 정하면 거기에 역량을 모았다. 그 집중이 제품의 선명함을 만들었고 조직의 방향도 흔들림 없이 붙들어주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 7:13)는 구절 역시 애플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기업이 개방과 확장을 앞세울 때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iOS로 이어지는 통합 체계는 한때 답답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 선택은 애플만의 질서를 세우는 토대가 됐다. 넓은 길이 언제나 멀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장이 보여준 셈이다. 반야심경의 “空卽是色 色卽是空(공즉시색 색즉시공)”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빈다고 해서 허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모습에 가까워진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애플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이 역설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사례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형태는 빈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담아냈다. 비워냈기 때문에 넓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기술은 사람을 압도할 때보다 사람 곁으로 내려올 때 오래 남는다. 손에 닿는 감각, 눈에 들어오는 질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흐름은 대개 그런 자리에서 나온다. 바깥을 덧칠하기보다 안쪽을 맑게 다듬고, 이미 사람 안에 들어 있는 감각을 믿는 태도는 애플의 여러 선택에 밑바탕처럼 깔려 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은 기술을 인간 위에 올려놓지 않고 인간의 직관 가까이로 끌어온 데서 힘을 얻었다. 스티브 잡스는 생의 마지막까지 “Stay hungry, stay foolish”를 말했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스스로를 비워두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도덕경의 “知止不殆(지지불태)”와도 통한다.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가르침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 번 이룬 성과에 머무르지 않았다. 아이팟에서 아이폰으로, 다시 아이패드로 나아갔다. 이전의 성공을 붙들고 있었다면 쉽지 않았을 선택이다. 오늘의 기업과 정책은 여전히 더하기에 익숙하다. 기능을 늘리고 조직을 키우며 복잡한 체계를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러나 위기의 시기일수록 필요한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가까울 때가 많다. 무엇을 더 넣을지보다 무엇을 걷어낼지 정하는 일이 더 절실해진다. 불필요한 것을 오래 붙들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판단은 늦어진다. 결국 경영의 핵심은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힘을 모으며 무엇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오래된 경전들은 저마다 다른 말로 그 점을 일러왔다. 스티브 잡스는 그것을 현대 산업의 언어로 다시 보여줬다. 단순함은 보기 좋은 형식이 아니라 끝내 붙들어야 할 태도에 가깝다. 겉을 덜어내 안을 살리고, 많은 길 대신 한 길을 택하는 일. 애플의 역사는 그 오래된 이치를 오늘의 기술 문명 속에서 다시 써 내려간 기록이다.
2026-04-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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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사람과 마음 그리고 길(道)
[경제일보] 세계가 요동치는 시대일수록 경영의 본질은 더욱 또렷해진다. 전쟁과 분쟁, 기술의 급변과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방향을 잃고 흔들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혼돈의 시기야말로 ‘무엇이 본질인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경영은 과연 숫자와 전략의 문제인가, 아니면 인간과 마음의 문제인가. 이 물음에 대해 한 기업가의 삶은 분명한 답을 던진다. 하워드 슐츠가 쓴 'Pour Your Heart Into It'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선언이다. 그는 커피를 판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설계했고, 이윤을 쫓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슐츠의 경영 또한 그러했다. 그는 권력이나 통제를 앞세우지 않았다. 대신 직원과 고객이라는 ‘낮은 곳’을 향해 흘렀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회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의 첫 번째 원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업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곳이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은 숫자이지만, 그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와 온기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어떤 기술이나 자본보다 오래 지속되는 힘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덕으로 이끌면 사람이 스스로 따른다”고 했다. 슐츠가 보여준 직원 중심 경영은 이 구절을 현대적으로 증명한다. 슐츠는 파트타임 직원에게까지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스톡옵션을 나누어 ‘종업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의 선언이었다. 그 신뢰는 다시 고객에게 전달되어 브랜드의 힘으로 축적되었다. 불가에서는 금강경을 통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 가르친다.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이다. 경영에 이를 적용하면 집착을 내려놓되 본질을 지키라는 의미로 읽힌다. 슐츠는 성장의 유혹 속에서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았다. 더 빠른 확장을 위해 본질을 희생하는 길을 거부했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였다. 또한 성경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의 일관된 품질 관리와 고객 경험은 바로 이 원리를 따른다. 커피 한 잔의 온도, 매장의 향기, 바리스타의 미소와 같은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쌓여 결국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다. 위대한 기업은 거대한 전략이 아니라 작은 원칙의 반복에서 완성된다. 슐츠의 여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217번의 거절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그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집념이 아니라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었다. 주역은 말한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 실패와 거절은 끝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지속 가능한 길에 이른다. 더 깊이 들어가면 그의 경영 철학은 개인의 상처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는 모습을 본 경험은 그에게 하나의 맹세를 남겼다. “노동의 존엄이 지켜지는 기업을 만들겠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책임의식이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기 이전에,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깨달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민족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의 사유를 떠올릴 수 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하나는 시작이면서 시작이 없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시작은 자본이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며, 그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결정한다. 결국 기업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의 깊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속도와 확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속도는 방향을 대신할 수 없다. 방향 없는 속도는 결국 스스로를 소모시킬 뿐이다. 슐츠가 보여준 길은 분명하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경험을 설계하며,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도(道)다. 그리고 그 도는 언제나 인간에서 출발해 인간으로 돌아온다. 위대한 기업은 머리로 계산되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가슴으로, 그리고 신념으로 만들어진다. 이 첫 번째 이야기는 기업이 무엇으로 버티고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겉으로는 상품을 내놓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어느 지점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기업의 길은 달라진다.
2026-04-08 1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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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답은 오래된 곳에 있다
[경제일보] 세계는 지금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 중동에서는 이란 전쟁의 긴장이 끊이지 않고, 동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종교와 민족의 갈등, 그리고 심화되는 빈부 격차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불안을 축적시키고 있다. 세계는 지금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문명적 전환기의 복합 위기를 통과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정부는 정책의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고, 기업은 생존과 혁신 사이에서 갈등하며, 골목의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들 역시 하루하루의 매출과 비용 사이에서 치열한 균형을 고민한다. 누구도 예외 없이 흔들리는 시대, 그야말로 ‘확실한 것이 없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 많은 정보나 더 빠른 기술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조직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의 물음이다. 동양의 고전은 이미 오래전 이러한 질문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해 왔다. 도덕경은 “지족자부(知足者富)”라 하여 만족을 아는 자가 진정한 부자임을 일깨웠고, 주역은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중정(中正)’의 길을 가르쳤으며, 논어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 곧 나라와 조직을 세우는 길임을 강조했다. 서양의 성서 또한 “작은 일에 충성된 자가 큰 일에도 충성된다”고 말하며 신뢰와 책임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 모든 가르침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던진다.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며, 숫자가 아니라 도(道)라는 사실이다. ‘경전으로 읽는 경영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눈앞의 이익과 단기 성과에 매몰되기 쉬운 오늘의 경영 환경 속에서, 우리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화려한 전략이나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과 조직을 지탱해 온 가장 오래된 지혜를 통해 오늘의 위기를 읽고 내일의 길을 찾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일주일에 서너번 이상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각각의 글은 고전의 한 구절에서 출발하되, 현실의 경영과 삶에 깊이 닿는 이야기로 풀어낼 것이다. 정부의 정책, 기업의 전략, 그리고 골목의 작은 가게까지 아우르며 모든 경제 주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경영 이야기’를 지향한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길은 언제나 기본과 원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 속에 있다. 이 연재가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작지만 단단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2026-04-08 09: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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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미토스'로 사이버 보안 동맹 구축… '기술 유출' 아닌 '방어 우선' 선택
[경제일보]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최신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제공한다. 7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은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이라는 이름의 공동 계획을 발표하며 AI가 해커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기 전에 방어하는 쪽이 기술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AI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올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하고 기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방어 동맹’을 구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토스’가 지닌 압도적인 성능이 있다. 사이버 보안 취약점 재현 성능지표(벤치마크)인 ‘사이버짐’ 평가에서 미토스의 점수는 83.1%로 기존 최상위 모델인 ‘오퍼스 4.6’(66.6%)을 큰 격차로 뛰어넘었다. 앤트로픽은 “미토스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있어 최고 숙련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능력은 곧 ‘양날의 검’이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취약점을 찾아내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만능키’가 될 수 있다. 특히 분야별 박사급 전문가 수준의 문제를 모은 ‘인류의 마지막 시험(HLE)’ 점수에서 AI 모델 최초로 50%의 벽을 넘어선 것은 미토스가 인간의 지능에 근접했음을 시사한다. 이 기술이 통제 없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가 단위의 사이버 전쟁이나 금융 시스템 마비 등 예측 불가능한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앤트로픽은 미토스를 일반에 공개하는 대신 ‘프로젝트 글래스윙’이라는 방어 동맹을 선택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AWS, 애플, 구글, MS, 엔비디아 등 AI 인프라를 지배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시스코, 팔로알토 등 보안 전문 기업 그리고 JP모건체이스와 같은 금융 기업까지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다.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에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모델 사용권을 제공하고 오픈소스 보안 단체들에는 400만 달러를 기부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 AI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공동 책임’의 선언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AI를 잘못 다루면 위험하지만, 잘만 다루면 근본적으로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 기회가 생긴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이번 프로젝트를 미 정부 당국자들과도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AI 기술이 더 이상 민간 기업의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앤트로픽은 “이러한 사이버 역량의 등장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AI 기술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며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향후 AI 기술 개발은 ‘성능 경쟁’과 ‘안전 경쟁’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전개될 것이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선두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의 AI가 얼마나 안전한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미토스와 같은 공격적인 AI를 활용해 자사의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하는 ‘AI 레드팀’이 기업 보안의 표준이 될 것이다. 정부는 AI 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해 핵심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나 라이선스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앤트로픽의 이번 ‘선제적 협력’은 이러한 규제 흐름 속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볼 수 있다. AI가 창과 방패 역할을 모두 하게 되면서 AI 기반의 사이버 보안 솔루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앤트로픽의 이번 결정은 AI 기술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동안 기술 기업들은 ‘성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안전’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앤트로픽은 자사가 개발한 강력한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쟁사들과 손을 잡는 전례 없는 선택을 했다. 물론 이러한 ‘자발적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스스로 그 위험을 통제하려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AI 시대의 윤리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미토스의 등장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이 강력한 지능을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앤트로픽과 빅테크들의 동맹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응답이다.
2026-04-08 0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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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오픈AI 의존' 벗고 자체 AI 모델 공개… '초지능' 향한 독자 노선 선언
[경제일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 의존’이라는 오랜 꼬리표를 떼어내고 인공지능(AI) 기술의 완전 자립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2일(현지시간) 링크트인을 통해 음성 전사 모델 ‘MAI-트랜스크라이브-1’, 음성 생성 모델 ‘MAI-보이스-1’, 이미지 생성 모델 ‘MAI-이미지-2’ 등 3종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MS가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기반 모델) 구축을 통해 범용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MS가 그동안 범용 기반 모델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오픈AI와의 밀착된 초기 계약 때문이었다. MS는 오픈AI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는 대신, 오픈AI의 모델을 자사 서비스에 우선 적용하는 ‘안전지대’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오픈AI의 구조 개편과 계약 갱신 과정에서 이러한 제약이 사라지며 MS는 비로소 ‘자체 AI 모델’ 개발이라는 독자 노선을 걷게 됐다. 이번 MAI(Microsoft AI) 모델 제품군 출시는 MS가 이제 자체적인 기술 엔진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출신인 무스타파 술레이만 MAI 부문 CEO가 진두지휘하는 조직은 이미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과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투입해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MS가 더 이상 오픈AI의 챗GPT에만 목매지 않고 자체 생태계 안에서 모든 AI 기능을 완결하겠다는 전략적 변곡점을 의미한다. 새롭게 공개된 모델들의 면면을 보면 실용성과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MAI-트랜스크라이브-1’은 영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25개 언어를 지원하며, 업계 표준 벤치마크인 ‘플뢰르’에서 오류율을 최소화해 오픈AI와 구글의 모델을 제치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정교하게 음성을 인식한다는 점은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MAI-이미지-2’ 역시 성능 대비 비용 효율을 극대화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 모델의 추론 비용은 핵심 수익성 지표다. MS는 고성능 이미지 생성 모델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자사 클라우드인 ‘애저(Azure)’를 사용하는 기업 고객들을 더 강력하게 록인(Lock-in)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CEO는 “확실히 2027년까지는 최고 수준의 최첨단 기술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했다. 12~18개월 내에 연산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이 로드맵은 MS의 막대한 자본력과 인프라가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모델 공개를 시작으로 MS가 ‘MS-GPT’와 같은 범용 모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존에는 오픈AI의 모델을 사용하던 기업들이, 점차 비용 효율이 높고 MS 클라우드와 완벽하게 통합된 MS 자체 모델로 교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는 곧 오픈AI와 MS 사이에 ‘협력’과 ‘건전한 경쟁’이라는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될 것임을 예고한다. MS의 이번 행보는 AI 시장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다. 첫째, AI 모델의 ‘파편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엔비디아, 구글, 오픈AI에 이어 MS까지 자체 기반 모델을 구축함에 따라 시장은 ‘소수의 절대 강자’에서 ‘거대 기술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바뀔 것이다. 둘째, 기업용 AI 시장의 가격 파괴가 시작될 것이다. MS가 클라우드 점유율을 무기로 자체 모델을 저렴하게 배포하기 시작하면 다른 AI 스타트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승부처는 ‘범용성’을 넘어선 ‘도메인 특화’다. MS는 이미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M365(Office)’와 ‘윈도우’라는 압도적인 운영체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독자적인 AI 모델까지 결합하면 기업은 다른 서비스로 이탈할 수 없는 ‘기술적 종속’을 경험하게 된다. 나델라 CEO의 ‘3~5년 내 AI 자립’ 선언은 이제 막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인프라 전쟁 속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한 MS가 과연 구글과 오픈AI를 상대로 얼마나 큰 시장 점유율을 탈환할지 전 세계 테크 업계가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2026-04-03 07: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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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 박남준 타계 20주기 기념전 개최 外
[경제일보] 호반그룹은 호반문화재단이 경기 과천 호반아트리움에서 오는 5월까지 백남준 타계 20주기 기념전 ‘백남준: STILL LIVE – 살아 있는 시간’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 예술적 메시지가 오늘날의 인공지능(AI)과 초연결 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 주목해 기획됐다. 효율과 속도가 강조되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사유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념전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제1전시실에서는 백남준 예술의 설계와 근원을 탐색한다. 백남준의 핵심 조력자이자 테크니션이었던 마크 팻츠폴의 아카이브와 드로잉, 판화 등 평면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상상이 실체화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백남준의 주요 작품인 ‘TV로댕’, ‘TV 촛불’,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 등은 기술이 고요한 성찰의 도구로 변화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제2전시실에서는 백남준의 작품이 일상과 관계, 후대 작가로 확장된 모습을 조명한다. ‘네온 TV’, ‘버마 체스트’ 등 일상의 사물을 재해석한 비디오 조각 작품들과 현대 미디어 작가 서정우가 백남준의 ‘참여 TV’ 정신을 오마주한 인터랙티브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백남준과 각별한 인연의 독일 예술가 요셉 보이스를 기리는 작품 ‘보이스 복스’을 통해 기술 중심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적 유대와 관계의 가치를 되짚어볼 수 있다. 호반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백남준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자리다”라며 “멈춰진 화면 너머에서 여전히 흐르는 그의 예술적 신호를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현재를 새롭게 감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영그룹 창신대, 경남 자립전담지원기관과 업무협약 부영그룹은 지난 2019년 인수한 창신대학교와 굿네이버스 경상남도자립지원전담기관이 손잡고 지역사회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창신대 RISE 사업단은 16일 굿네이버스 경상남도자립지원전담기관과 ‘2026년도 RISE 비학위과정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주거생활과 성공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자립준비청년 주거생활 코치 전문가 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자립준비청년 지원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 공동 운영 △현장 중심의 자립지원 협력체계 구축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해당 교육 과정은 자립지원 체계와 기관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이론 교육과 더불어 실제 상담 및 가정방문 동행 실습 등 실무 중심으로 운영돼 교육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교육을 이수한 수료생들은 향후 ‘지역 주거생활 코치 인력풀’에 등록돼 자립준비청년의 주거 정착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에 전문가로 참여하게 된다. 윤상환 창신대 RISE 사업단장은 “현장실습 기반의 비학위과정 운영을 통해 지역 청년들의 실무 역량과 취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H, 신혼·신생아·다자녀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LH는 신혼·신생아·다자녀 가구 등을 대상으로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상시 모집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 대상자가 지원한도액 범위 내 거주할 주택을 직접 찾으면 LH가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입주 대상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LH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신혼·신행아·다자녀 가구 등을 대상으로 전국에 총 9120호 입주자 상시 모집을 시행한다. 유형별로는 △신혼·신생아Ⅰ유형 5700호 △신혼·신생아Ⅱ유형 1170호 △다자녀 유형 2250호이다. 신혼·신행아 전세임대 유형은 신청일 현재 무주택자이면서 2년 이내 출산한 자녀가 있는 신생아 가구, 한부모가족, 혼인 7년 이내 (예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다. 소득 및 자산 기준에 따라 유형이 구분된다. 신혼·신생아 전세임대Ⅰ 유형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맞벌이의 경우 90% 이하면 신청 가능하며 국민임대주택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신혼·신생아 전세임대Ⅱ 유형은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원평균 소득의 130%, 맞벌이의 경우 200%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임대의무기간이 6년인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의 자산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다자녀 전세임대 유형은 2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 중 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에 해당하거나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면 신청할 수 있다. 자산 기준은 국민임대주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청약 신청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수시로 가능하다. 신청 후 자격 검증 절차 등이 완료되면 입주할 수 있다.
2026-03-24 13:4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