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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지키는 게임사…라이엇 게임즈, 조선 의장기 보존 나서
[경제일보] 라이엇 게임즈가 130년 전 미국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출품됐던 조선시대 문화유산 보존 지원에 나서며 글로벌 게임사의 문화외교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 후원을 넘어 해외에 남아 있는 한국 문화유산 보존과 환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장기적인 문화유산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콜롬비아 세계박람회에 출품됐던 한국 문화유산 의장기 5점의 보존처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존 사업은 펜실베니아대학 고고학·인류학박물관이 소장 중인 '호기(虎旗)' 등 의장기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해당 유물은 조선이 처음으로 공식 참가한 국제 박람회에서 선보였던 문화유산 27점 가운데 일부다. 지난 1893년 콜롬비아 세계박람회는 미국 산업화와 근대 문명을 상징하는 대형 국제행사로 당시 40여 개국 이상이 참가하며 각국의 기술과 문화를 선보였다. 조선 역시 해당 박람회에 처음 공식 참가하며 전통 문화와 왕실 의례 문화를 소개했고 의장기와 궁중 관련 유물을 전시했다. 이번 보존처리 대상인 의장기는 조선시대 왕실 행차나 군례, 의식 등에 사용됐던 상징물이다. 특히 '호기'는 왕실 권위와 군사적 상징성을 함께 담고 있는 깃발로 궁중 의례와 행렬에서 왕권을 상징하는 역할을 했다. 의장기는 왕실의 권위와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당시 궁중 문화와 의례 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로도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라이엇 게임즈는 장기간 해외에 머물러 온 한국 문화유산이 보다 안정적으로 보존되고 국내외에 역사적 가치가 알려질 수 있도록 이번 보존 사업을 지원하게 됐다. 보존처리가 완료되면 오는 12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인 '세계박람회(가제)'를 통해 국내에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2년부터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국외 소재 문화유산 환수와 보존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석가삼존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 '척암선생문집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 '보록', '경복궁 선원전 편액' 등 총 7차례 국외 문화유산 환수에 참여하며 해외에 흩어져 있던 한국 문화재의 국내 복귀를 지원했다. 또한 라이엇 게임즈는 문화유산 보존처리 사업도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 2022년에는 왕실 행차 시 사용된 의장물로 조선 왕실 의례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인 '노부' 15점의 보존처리를 지원했다. 지난 2024년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왕실 서화류 3건의 복제 사업을 후원하는 등 전시 및 연구 활용 기반 확대에도 참여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해 누적 문화유산 후원금 1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해외 문화유산 환수와 보존 사업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지원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유산 지원은 한국 시장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라이엇 게임즈 대표작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핵심 시장이자 글로벌 e스포츠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문화유산 지원을 통해 단순 게임 기업을 넘어 문화적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 산업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관리가 중요해졌고 이에 문화 지원 활동이 기업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 서비스 기업일수록 각 국가 문화와의 협력 및 지원 활동을 통해 장기적인 시장 기반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의장기 보존 지원 역시 단순 후원을 넘어 한국 문화유산의 보존과 국제적 인식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문화외교 성격의 활동으로 풀이된다. AI와 게임, 콘텐츠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의 문화적 영향력 확보 전략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한국 대표는 "이번 지원이 해외에 머물러온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고 그 의미를 오늘 더 많은 분들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라이엇 게임즈는 과거와 현재, 문화유산과 플레이어를 잇는 뜻깊은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4-13 09: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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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호(號)'의 외화 자산과 가족 국적, '항심(恒心)'의 뿌리는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의 파수꾼이자 통화 가치의 수호자인 한국은행 총재 자리는 단순한 관직이 아니다. 국가 경제의 명운을 쥔 ‘최후의 보루’이자,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도덕적 권위의 상징이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둘러싼 자산 구조와 가족 국적 논란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 현장을 지켜본 필자에게, 그의 화려한 ‘글로벌 스펙’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딛고 선 지표의 ‘국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신 후보자 일가의 재산 절반 이상이 외화 자산이며, 금융 자산의 90% 이상이 해외에 예치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배우자와 자녀의 외국 국적 문제까지 더해지니 국민적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물론 40년 넘게 해외에서 석학으로 활동해온 그에게 ‘왜 한국 예금이 없느냐’고 묻는 것은 가혹할지 모른다. 글로벌 시대에 인재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다루어야 할 직무가 다름 아닌 ‘원화 가치의 안정’과 ‘외환 정책’이라는 점에 있다. 맹자(孟子)는 일찍이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無恒産無恒心)”고 설파했다. 안정된 재산(항산)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마음(항심)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를 공직자에게 투영해 본다면, 총재의 ‘항산’이 원화가 아닌 달러와 파운드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책적 신뢰도에 치명적인 균열을 낸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때(환율 상승) 개인의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라면, 국민이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국익을 위한 고뇌’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해충돌의 소지는 법적인 잣대를 넘어 ‘심리적 신뢰’의 영역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 26장에는 “중후함은 가벼움의 근본이고, 정적임은 조급함의 주인이다(重爲輕根 靜爲躁君)”라는 구절이 있다. 일국의 중앙은행 총재는 마땅히 그 존재만으로도 중후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자산의 태반이 타국에 있고 가족의 국적마저 흩어져 있다면, 그가 내리는 결정이 아무리 학문적으로 완벽할지언정 국민의 마음속에 ‘중후한 뿌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뿌리가 흔들리는 나무(자산과 국적의 괴리)가 어찌 거센 외풍(환율 위기) 앞에서 국민의 안식처가 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를 향한 비판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능력만 있으면 됐지, 재산 구성까지 따지느냐”는 실용주의적 시각이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는 기술적 관료(Technocrat) 이상의 존재여야 한다. 위기 시에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화려한 수식이 아니라, 그가 우리와 같은 ‘경제적 운명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동질감에서 나온다. 자산이 외화 위주인 총재가 ‘원화 가치 사수’를 외칠 때, 시장이 그 진정성을 믿어줄지는 의문이다. 신 후보자에게 촉구한다. 청문회 전까지 단순히 “법적 문제가 없다”는 변명 뒤에 숨지 마라.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수장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의 ‘항산(恒産)’부터 국가의 운명과 일치시키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외화 자산을 정리하고 국내로 환수하는 것은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예우’다. 아울러 우리 사회도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인재를 영입함에 있어 우리가 요구하는 ‘공직자의 도덕성’과 ‘국가적 정체성’의 기준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 경제의 사령탑만큼은 그 어떤 의구심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고 했다. 지금의 논란을 가볍게 여기고 넘긴다면, 이는 향후 대한민국 거시경제 정책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어려운 일’의 시작이 될 것이다. 신 후보자의 진정성 있는 결단과 당국의 신중한 검증을 다시 한번 엄중히 요구한다.
2026-04-10 09: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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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시장의 재편, '검사 출신'의 시대가 끝났다
[경제일보]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로펌. 2021년 무렵, 익숙하지 않은 회의가 열렸다. 의제는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이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회의실의 관심사는 어느 검사장을 데려오느냐였다. 수사권 조정 직후였다. 경쟁의 출발점이 달라지고 있었다. 경찰이 수사를 끝내는 체계에서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붙들지 못하면 대응의 주도권을 놓친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다. 전관 시장 재편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검찰 전관의 시대는 권한에서 출발했다.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까지 한 기관이 맡는 체계에서 검사는 사건의 흐름을 좌우하는 자리에 있었다. 어떤 혐의로 입건할지, 기소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법정에서 어떤 증거를 앞세울지 모두 검사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 체계에서 ‘아는 검사’는 단순한 인맥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검찰청 내부 관행, 특정 부서의 판단 기준,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한 비공식 정보가 전관 프리미엄의 실체였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형 로펌 고문이나 대표로 옮기고, 특수부장 출신에게 수억원대 착수금이 붙는 시장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그 질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변화는 대형 로펌에서 먼저 감지됐다. 법무법인 세종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이후 주요 로펌들도 잇따라 경찰 출신 인력을 영입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일부 로펌은 경찰 재직 경력을 법조 경력에 준해 인정하는 방식까지 도입했다. 전관 시장의 평가표 자체가 바뀌고 있었던 셈이다. 변화는 경찰 출신에 그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규제 기관 출신 확보 경쟁도 이어졌다. 기업 규제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행정과 규제 영역을 이해하는 인력의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때 전관 시장의 중심축이 검찰 출신 일색이었다면, 이제는 수사기관과 규제기관 전반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독자 로펌을 세우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법무법인 YK가 대표적이다.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초기 대응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기존 대형 로펌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이들까지 등장하면서 전관 시장은 더 이상 검사 출신만의 무대가 아니게 됐다. 전관 프리미엄이 약해졌는지를 두고 현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다만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전관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전관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전관의 역할은 제도 변화로 축소됐다. 직접 수사 범위가 줄었고, 앞으로 수사 기능 상당 부분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다. 과거처럼 수사 창구로 작동하던 힘은 예전 같기 어렵다. 기업 법무팀에서 검찰 전관을 일종의 안전판처럼 활용하던 오랜 관행도 흔들리고 있다. 전관 한 명만 데려오면 된다는 계산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기소 단계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어떤 증거를 중심에 둘지는 재판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공소 단계에서의 검찰 출신 네트워크는 당분간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것이 곧 시장 전체를 지배하던 과거의 위상까지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검사 출신은 형사 절차 전반을 아우르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기소 단계라는 한 축의 전문가로 위치가 좁혀지고 있다. 경찰 전관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수사권 조정 이후 수요는 늘었다. 사건의 향방이 경찰 단계에서 상당 부분 갈리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전관 영향력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있다.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이 검찰과 달라 단순한 인맥만으로 결과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오히려 지금의 전관 시장이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관 프리미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누구를 아느냐’가 힘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절차를 읽고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수사 초기 대응, 불송치 판단에 대한 대응, 이의신청 전략, 압수수색 단계에서의 대응 방식 등 절차 중심 역량이 사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로펌이 경찰 출신을 영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연락 창구를 넓히려는 것이 아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건을 관리하고, 기소 전에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형사사건의 주무대가 검찰청 안쪽에서 경찰 수사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도 생긴다. 경찰 출신 인력이 로펌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사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과거 검찰 전관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질문이 이제는 경찰과 다른 수사기관을 향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전관 시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시장을 움직이는 중심축이 하나가 아니다.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법조 인재 지도도 다시 그려지고 있다. 중수청 출범 이후에는 해당 기관 출신 인력이 새로운 수요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공소청 검사 출신은 기소 단계에서 역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출신은 일반 형사 사건 영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와 금감원 등 규제 기관 출신은 기업 법무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검사 출신’이 전관 시장의 정점에 서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의 전관 시장은 한 직역이 독식하는 시장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 규제와 대응, 각 절차와 기관의 특성을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가치가 갈리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전관의 이름은 남겠지만, 그 중심에 늘 검사 출신이 서 있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2026-04-10 09: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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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으로 채우고 깎아냄으로 완성하다, 단순함이 만든 길
[경제일보] 세상은 늘 더 많은 기능과 더 화려한 사양, 더 복잡한 제원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의 손이 향한 것은 뜻밖에도 덜어낸 물건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애플의 유산은 전자기기의 범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애플은 무엇을 더 얹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걷어낼 것인가를 먼저 묻는 회사였다. 성장의 역사이면서도 비움의 역사였다는 뜻이다. 금강경에는 “凡所有相 皆是虛妄(범소유상 개시허망)”이라는 구절이 있다.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은 끝내 붙들 수 없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통찰을 경영의 언어로 옮겨놓은 인물에 가까웠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식과 기능의 과잉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사용자의 손끝에 남는 감각과 화면의 흐름에 더 큰 공을 들였다. 아이폰에서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조작의 대부분을 화면 안으로 밀어 넣은 선택은 디자인 변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제품을 대하는 습관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 감각은 제품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동양 사상과 선에 끌렸던 스티브 잡스는 인도 여행을 거치며 절제와 비움의 가치를 깊이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애플의 단순함은 우연히 얻어낸 외양이 아니었다. 오래 붙든 생각이 물건의 얼굴로 옮겨간 결과에 가까웠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지금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덜어내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결단이다.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끝내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少則得 多則惑(소즉득 다즉혹)”이라 했다. 적으면 얻고 많으면 오히려 흔들린다는 뜻이다. 애플은 이 원리를 집요하게 밀고 나갔다. 기능을 줄이고 제품군을 좁히며 선택지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많은 기업이 복잡함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때 애플은 이해하기 쉬운 것을 힘으로 바꿨다. 소비자는 더 빨리 알아보고 더 깊이 몰입했다. 덜어냄이 몰입을 낳는다는 사실을 애플은 시장에서 보여줬다. 도덕경의 또 다른 구절인 “爲學日益 爲道日損(위학일익 위도일손)”도 떠오른다. 배움은 날마다 더하는 일이지만 길을 따르는 일은 날마다 덜어내는 일이라는 뜻이다. 경쟁사들이 기능을 덧붙이는 데 몰두할 때 애플은 불필요한 것을 지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 차이가 결국 질적 도약으로 이어졌다. 경영은 쌓아 올리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을 보태느냐보다 무엇을 걷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애플은 그 점을 남들보다 일찍 알아챈 기업이었다. 주역이 말하는 “簡易(간이)”의 정신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세상의 변화는 복잡해 보여도 바닥에는 단순한 이치가 흐른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의 제품은 겉으로 보면 담백하고 절제돼 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기술이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다만 사용자가 그 복잡함을 감당하게 하지 않는다. 어려운 것은 안쪽으로 밀어 넣고, 사람 앞에는 쉬운 얼굴만 남긴다. 기술이 높은 수준에 이를수록 오히려 더 말이 적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애플은 일찍 간파했다. 성경도 다른 언어로 비슷한 가르침을 전한다. 마태복음은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마 6:22)라고 말한다. 여기서 성하다는 말은 하나에 모인 상태를 뜻한다. 애플은 수많은 가능성을 한꺼번에 움켜쥐려 하지 않았다. 남길 수 있는 한 길을 정하면 거기에 역량을 모았다. 그 집중이 제품의 선명함을 만들었고 조직의 방향도 흔들림 없이 붙들어주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 7:13)는 구절 역시 애플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기업이 개방과 확장을 앞세울 때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iOS로 이어지는 통합 체계는 한때 답답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 선택은 애플만의 질서를 세우는 토대가 됐다. 넓은 길이 언제나 멀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장이 보여준 셈이다. 반야심경의 “空卽是色 色卽是空(공즉시색 색즉시공)”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빈다고 해서 허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모습에 가까워진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애플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이 역설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사례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형태는 빈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담아냈다. 비워냈기 때문에 넓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기술은 사람을 압도할 때보다 사람 곁으로 내려올 때 오래 남는다. 손에 닿는 감각, 눈에 들어오는 질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흐름은 대개 그런 자리에서 나온다. 바깥을 덧칠하기보다 안쪽을 맑게 다듬고, 이미 사람 안에 들어 있는 감각을 믿는 태도는 애플의 여러 선택에 밑바탕처럼 깔려 있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은 기술을 인간 위에 올려놓지 않고 인간의 직관 가까이로 끌어온 데서 힘을 얻었다. 스티브 잡스는 생의 마지막까지 “Stay hungry, stay foolish”를 말했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스스로를 비워두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도덕경의 “知止不殆(지지불태)”와도 통한다.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가르침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 번 이룬 성과에 머무르지 않았다. 아이팟에서 아이폰으로, 다시 아이패드로 나아갔다. 이전의 성공을 붙들고 있었다면 쉽지 않았을 선택이다. 오늘의 기업과 정책은 여전히 더하기에 익숙하다. 기능을 늘리고 조직을 키우며 복잡한 체계를 겹겹이 쌓아 올린다. 그러나 위기의 시기일수록 필요한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가까울 때가 많다. 무엇을 더 넣을지보다 무엇을 걷어낼지 정하는 일이 더 절실해진다. 불필요한 것을 오래 붙들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판단은 늦어진다. 결국 경영의 핵심은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힘을 모으며 무엇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오래된 경전들은 저마다 다른 말로 그 점을 일러왔다. 스티브 잡스는 그것을 현대 산업의 언어로 다시 보여줬다. 단순함은 보기 좋은 형식이 아니라 끝내 붙들어야 할 태도에 가깝다. 겉을 덜어내 안을 살리고, 많은 길 대신 한 길을 택하는 일. 애플의 역사는 그 오래된 이치를 오늘의 기술 문명 속에서 다시 써 내려간 기록이다.
2026-04-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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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모듈러 주택 엘리베이터 기술개발' MOU 체결 外
[경제일보] GS건설은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모듈러 엘리베이터 기술개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업무 협약식에는 GS건설 허윤홍 대표와 현대엘리베이터 조재천 대표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개발되는 ‘모듈러 엘리베이터’는 기존 아파트뿐 아니라 모듈러 아파트에 최적화된 모듈러 승강기 설계를 진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듈러 공동주택 사업’의 본격화를 위해 기술을 보다 고도화하고 그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사가 공동 개발에 착수하는 ‘모듈러 엘리베이터’ 기술은 GS건설이 지난해 12월 수주한 시흥거모 A-1BL 통합형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의 스틸 모듈러 동에 파일럿 프로젝트로 적용될 예정이다. 모듈러 엘리베이터 공법은 공사현장 밖에서 미리 제작된 승강기 프레임에 주요 부품을 조립한 뒤 공사현장에 납품해 모듈 단위로 설치하는 신기술 공법이다. 공기단축과 안정적인 품질 및 안전이 확보된다는 점이 가장 큰 효과로 꼽힌다. 엘리베이터 설치에 필요한 조립의 대부분을 공장에서 완료함으로써 현장에서 직접 용접하는 작업을 최소화해 현장 작업자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품질의 균일화가 가능하다. 현장 고소작업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어 안전성이 증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반 건축에서 엘리베이터 설치에 약 190여일이 소요되는 반면 모듈러 엘리베이터 공법을 적용하면 현장 설치 작업기준으로 최대 80%까지 공기를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협약을 통해 자사의 모듈러 건축 기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모듈러 엘리베이터 기술 간의 연계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향후 모듈러 건축, 승강 설비 기술 및 공정의 표준화와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 역시 공동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GS건설 허윤홍 대표는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건설현장의 생산성, 안전,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출발점이다”라며 “모듈러의 장점을 극대화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한 건설을 통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DL이앤씨, 강서구와 창의예술교육 협력 확대 DL이앤씨는 서울시 강서구와 창의예술교육 사회공헌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강서구청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는 강서구 진교훈 구청장과 DL이앤씨 박상신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강서구 지역 청소년들에게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미래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 상생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됐다. DL이앤씨는 기업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서구는 행정적 지원을 통해 지역 학생들의 참여를 지원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022년부터 종로구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창의·융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 교육 지원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 중 정곡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매년 대림문화재단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맞춰 새롭게 구성된다. 이번 년도에는 ‘찾아가는 키즈워크룸: 컬렉터의 집’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을 탐색하고 발견하며 이를 집이라는 공간으로 표현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예술이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음을 이해하고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지역사회와 미래 세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루버 태양광 발전 시스템 녹색기술인증 획득 IPARK현대산업개발은 ‘루버 태양광 제조기술’이 중소벤처기업부 녹색기술인증(GT-26-0255호)을 취득했다고 9일 밝혔다. 녹색기술인증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 개선 효과가 있는 우수 기술을 인증하는 제도다. 기술 우수성과 녹색성 평가를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술에 부여된다. 이번 인증 기술은 아파트 실외기실 루버(차양)에 태양광 모듈을 결합하고 태양의 위치와 실외기실 환경 조건을 분석해 루버 각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차세대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시스템이다. 해당 기술은 IPARK현산이 보유한 실외기 가동 연동형 자동 개폐 태양광 루버창 시스템 특허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특히 HDC랩스, 한솔테크닉스, 르그랑코리아 등 전문 기업들과 협력해 약 1년간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했으며 기초 연구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시스템의 핵심은 태양광 발전 효율과 실외기실 냉각 효율을 동시에 고려해 루버 각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지능형 인버터 제어 소프트웨어다. 기존 루버 태양광 시스템이 태양광 모듈을 단순 부착하고 수동 개폐 방식에 의존하던 한계를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은 설치 지역의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태양 위치를 계산하고 루버 각도를 자동 조절한다. 이를 통해 고정식 태양광 시스템 대비 여름철에는 약 20%, 겨울철에는 약 12% 수준의 발전 효율 향상을 구현했다. 입주민의 안전을 위한 기능도 강화했다. 실외기실 내부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과부하 직전 수준까지 온도가 상승하면 루버를 자동으로 개방해 열을 배출한다. 온도가 65℃ 이상 상승하거나 센서 이상이 발생하면 실외기 전원을 즉시 차단하는 페일세이프(Fail-safe) 제어 기능을 적용해 화재 위험을 최소화했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태양광 설비를 넘어 아파트 건축 구조와 결합한 에너지 절감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이파크 단지에 적용되면 공용부 전력 생산을 통해 관리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실외기실 냉각 효율 향상으로 냉방 설비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주거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입주민들은 에너지 효율과 환경 가치를 동시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PARK현대산업개발 전기팀 관계자는 “이번 녹색기술인증 획득은 당사의 친환경 건축 기술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한 친환경 건축 기술 개발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026-04-09 13: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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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중동,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
전쟁은 대개 눈에 보이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미사일이 날아오르고, 전투기가 이륙하며, 국경이 긴장으로 요동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은 그런 순간에 시작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충돌은 언제나 마지막 단계일 뿐이며, 그 이전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선택과 계산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역사는 반복해서 그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의 중동이 바로 그러한 국면에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이 얽힌 긴장이 반복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동의 핵심 국가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눈에 띄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군사적 개입도, 강한 외교적 발언도 제한적이다. 표면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오히려 한 발 물러서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단순히 ‘소극성’이나 ‘눈치보기’로 해석하는 것은 전쟁을 평면적으로 보는 오류에 가깝다. 입체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실재를 지배한다”고 했고, 손자는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했다. 이 두 문장을 겹쳐 놓고 보면, 지금 중동의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전략이며, 후퇴가 아니라 재배치에 가깝다. 현재 중동 국가들의 선택은 하나의 공통된 구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전쟁의 성격 자체가 변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와 군사력, 즉 물리적 충돌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전쟁은 경제와 에너지, 그리고 공급망이라는 흐름의 문제로 이동했다. 이 구조에서 전쟁은 더 이상 ‘이길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뀐다. 실제 데이터를 보더라도 이 변화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하고, 해상 물류 비용이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변동성을 키운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는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동맥으로 기능한다. 이곳이 흔들리는 순간, 전쟁의 영향은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된다. 전쟁의 대상이 군대에서 시장으로, 전장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우디, UAE, 카타르의 선택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들에게 전쟁은 정치적 선택지가 아니라 경제적 리스크다. 사우디는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기에 있으며, UAE는 금융과 물류를 기반으로 한 신뢰 위에서 존재하는 국가이고, 카타르는 갈등을 조정하는 외교적 위치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세 국가 모두에게 전쟁은 ‘승리의 기회’가 아니라 ‘손실의 확정’으로 작용한다. 손자는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며, 생사의 문제이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은 신중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쟁을 확대하면 경제적 충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억제하면 억지력이 약화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중동의 국가들은 ‘개입’과 ‘비개입’ 사이가 아니라, ‘통제된 긴장’이라는 훨씬 더 복잡한 균형 위에 서게 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침묵이 평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동은 안정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충돌이 지연된 상태에 있다. 갈등의 원인은 사라지지 않았고, 단지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군사적 충돌이 줄어든 자리에는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신경전이 들어섰고, 직접적인 공격 대신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확대되고 있다. 노자는 또 말한다. “큰 나라는 흐름을 장악하는 데 있다.” 지금의 중동은 바로 그 흐름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다. 누가 더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시장을 안정시키고, 혹은 흔들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 자체가 바뀐 것이다. 지금의 중동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아진 상태에 가깝다. 전쟁은 더 이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발생시키는 위험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침묵’의 실체다. 이 침묵을 단순한 절제나 전략으로만 해석하면, 우리는 전쟁을 오해하게 된다. 지금의 전쟁은 눈에 보이는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손익이 결정된다.
2026-04-08 16: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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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마스터스와 손잡고 스포츠 AI 확대…데이터 분석 시장 겨냥
[경제일보] 스포츠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도입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기반 경기 분석과 팬 경험 혁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 중계와 하이라이트 제공을 넘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AI를 활용해 경기 흐름을 분석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스포츠 AI'가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부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IBM은 골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협력해 AI 기반 디지털 팬 경험 기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IBM은 마스터스 디지털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반 분석 기능을 적용해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데이터 기반 경기 분석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IBM은 이번 협력의 핵심으로 AI 기반 영상 분석 기능인 '마스터스 볼트 서치'를 꼽았다. 해당 기능은 50년 이상 축적된 마스터스 경기 영상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팬들이 자연어로 검색하면 원하는 장면을 즉시 찾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영상 분석에는 광학 문자 인식(OCR), 음성 텍스트 변환, 장면 감지 기술 등이 활용되며 지난 1968년까지의 경기 데이터와 지난 2015년 이후 개별 샷 데이터 등 방대한 메타데이터를 통해 AI가 분석한다. '홀 인사이트' 기능도 강화됐다. AI는 선수의 샷 위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버디, 파, 보기 등 스코어 확률을 산출한다. 이를 통해 팬들은 단순 결과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전략적 판단 과정까지 경기 상황에 대한 데이터 기반 분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기능에는 IBM의 기업용 AI 플랫폼인 '왓슨x'와 소형 언어 모델 그래니티가 적용됐다.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 분석 기능을 지원하는 '왓슨x 오케스트레이트'가 함께 활용되며 데이터 분석 자동화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산업에서 AI 기반 분석 기술은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 등 클라우드 기업들은 경기 데이터 분석, 팬 경험 개인화, 영상 자동 생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은 실시간 데이터와 글로벌 팬 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AI 기술 실증과 확산에 유리한 분야로 평가된다. 특히 스포츠 데이터 분석 기술은 기업용 데이터 분석 시장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기 데이터 분석에 활용된 AI 기술은 금융, 유통, 제조 등 다양한 산업의 데이터 분석에도 적용할 수 있다. IBM 역시 스포츠 플랫폼을 AI 기술 검증 환경으로 활용해 기업 고객 대상 AI 솔루션 확대에 나서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IBM은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HP', '윔블던', 'US 오픈', 'ESPN 판타지 풋볼', '그래미 어워즈', 'UFC' 등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과 협력하며 AI 기반 디지털 경험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M의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협력은 단순 이벤트 지원을 넘어 AI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데이터 분석 플랫폼 확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AI 기술 활용 사례를 확보하고 이를 기업 시장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스포츠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향후 AI 에이전트 기반 데이터 분석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BM도 스포츠 산업을 중심으로 AI 플랫폼 활용 범위를 넓히며 새로운 데이터 기반 산업 경쟁에 대응할 것으로 분석된다. 조나단 아다셰크 IBM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수석 부사장은 "마스터스 볼트 서치와 홀 인사이트의 이번 업데이트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실시간으로 단 한 번의 샷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골프 팬뿐 아니라 수백만 건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도출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금융 기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4-08 14: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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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하나금융그룹과 '생산적 금융 대전환 추진' 업무협약 外
[경제일보] GS건설은 하나금융그룹 하나증권, 하나은행과 첨단전략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 기조를 기업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데 의미가 있다. GS건설은 현재 자회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디지털 인프라 사업에 특화돼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생산적 금융이 지향하는 투자 대상과 한층 높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양사는 투자 및 펀드 조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실제로 데이터센터와 같은 첨단전략사업 인프라 조성으로 자금이 연결되도록 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2024년 건설사 최초로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참여해 준공한 안양 에포크(EPOCH)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다수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고양 마그나(MAGNA) 데이터센터에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한 개발 구조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이C&A는 네이버 ‘각 세종’ 데이터센터, LG유플러스 파주 데이터센터 등 데이터센터 설계와 시공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GS건설은 자회사인 자이C&A, 지베스코 자산운용, 디씨브릿지 협업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의 투자·설계·개발·시공·운영까지 실행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이번 하나금융그룹과의 업무협약 이후 기존 시공 중심 사업에서 투자 개발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의 실행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기존 협력 관계를 확장해 생산적 금융을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첨단 인프라 투자에서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근로자 작업중지권 현장 안착을 위한 ‘세이프티 파트너’ 양성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금천구 소재 사단법인 안전보건진흥원과 ‘세이프티 파트너(Safety Partner)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세이프티 파트너는 근로자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작업중지권 활성화와 안전문화 확산을 이끄는 안전 교육 전문가다. 이번 협약은 고용노동부의 ‘노동자 3대 권리(알 권리, 참여할 권리, 피할 권리) 보장’ 기조에 발맞춰 현장 근로자 중심의 자율 안전 문화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을 통해 안전보건진흥원은 안전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체 전문 강사를 확보해 작업중지권이 현장의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도록 힘쓸 예정이다. 육성된 세이프티 파트너들은 근로자가 위험 상황에서 주저 없이 작업을 멈출 수 있도록 ‘안전 주권’ 교육을 체계적으로 전담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근로자가 위험을 인지한 즉시 작업을 멈추는 문화를 현장에 뿌리내리고 안전하게 행동하는 능동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이앤씨는 안전교육 영상자료와 시각화된 안내판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작업중지권에 대한 근로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이동호 안전기획실장은 “세이프티 파트너가 현장에서 근로자와 두터운 신뢰를 쌓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 작업중지권이 근로자들의 당연한 권리로 당당히 행사되는 안전 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LH, 민간참여사업으로 서울 도심 유휴부지 공급 가속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성균관대 야구장 등 도심 유휴부지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인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라 LH는 서울 도심 유휴부지를 대상으로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직접 매입 및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H는 사업 속도를 높이고자 착공 여건이 우수한 △성대야구장(2100호) △위례업무용지(999호) 유휴부지 개발에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민간참여사업)을 적용한다. 민간참여사업은 LH가 민간건설사와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민간의 기술력과 최신 설계 트렌드를 적극 수용할 수 있으며 설계·시공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추진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는 지난 7일 민간참여사업 공모가 시행됐다. 위례 업무용지 부지도 이달 중순 공모가 시행될 예정이다. LH는 이번 공모를 시작으로 오는 6월 중 사업자 선정을 마친 뒤 연내 주택사업계획 승인 절차를 마무리한 후 2027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속행할 계획이다. 공모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성균관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 개발에 속도를 내 왔다. 해당 부지는 지하철 1호선 도봉역과 7호선 수락산역에 인접한 초역세권이다. 인근의 높은 청년층 수요를 감안해 전체 공급 호수 2100호 중 391호가 청년특화주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아울러 LH는 송파구 ’위례 업무 용지‘ 사업부지 소유자인 국방부와 올해 상반기 중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위례 업무 용지는 반경 500m 이내 거여역(5호선)이 위치한 우수한 입지다. 위례신도시의 생활 SOC 시설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그 외 유휴부지도 2028년 착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가 순항 중이다. 지난해 10월 옛 한국교육개발원부지를 활용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약 6만㎡ 규모(700호)의 ‘서울양재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제안하고 후속 절차를 추진 중이다. ‘강서구 공공시설 부지’도 조속한 착공을 위해 지자체 등 유관부서와 협의를 진행되고 있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은 “우수 입지의 서울 도심 유휴부지에 민간의 기술력을 더할 수 있는 민간참여사업을 시행한 만큼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이 하루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속행하겠다”고 말했다.
2026-04-08 14: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