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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대나무 외교 펼치는 베트남 한국의 생존 전략이자 기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또 럼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동 사태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뤄진 중대한 외교 행보다. 이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국제사회 전반에 걸친 평화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두 나라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굳건한 평화의 연대를 구축하자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 22일 만찬에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롯데지주 신동빈 회장,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 HD현대 정기선 회장, GS 허태수 회장, CJ 손경식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는 단순한 친목 도모 자리가 아니다.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베트남은 생존을 위한 필수 거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베트남의 외교 노선은 이른바 대나무 외교로 불린다. 뿌리는 단단히 내리되 가지는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리는 짙은 실용주의를 뜻한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서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챙기는 치밀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 타계 이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또 럼 서기장 체제에서도 이런 실용 노선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베트남에게 한국은 영토적 야심 없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경제 파트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양국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구축이다. 전기차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주도하려는 한국은 필수 자원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시급히 낮춰야 하는 절박한 안보 과제를 안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과 고도의 가공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결합은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룬다. 공급망 안정화는 단순한 구호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고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길을 닦아야 하는 국가적 사활이 걸린 과제다. 청와대는 이번 국빈 방문을 올해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이어진 대아세안 릴레이 정상외교의 완성판으로 평가했다. 우리 정부가 아세안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아세안은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이자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거대한 소비 시장이다. 특히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1만 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핵심 국가다. 베트남이 없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리 왕조의 이용상 왕자가 고려에 정착한 지 800년이 지났다. 작은 교류로 시작된 양국의 인연은 이제 연간 500만 명이 오가는 피를 나눈 형제국 수준으로 발전했다. 또 럼 서기장이 한국의 된장을 비유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지는 우정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깊은 역사적 연대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 박항서 김상식 감독이 그라운드 위에서 축구로 다진 민간 교류의 저력은 양국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문화적 유대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 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임금 인상과 고급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기술 이전 요구도 갈수록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단순 조립 생산 기지 모델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현지 기업들과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질적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과 중국 자본이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베트남 시장을 맹렬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굳건한 경제 안보 동맹의 존재는 국가의 생사를 가른다.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하노이를 품은 홍강이 공동 번영의 큰 바다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국빈 방문에서 도출된 수많은 협력 과제들을 치밀하게 실행에 옮겨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대를 만들어야 한다.
2026-04-23 09: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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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삼성 이재용 회장 아들이 던지는 메시지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익숙하다. 그러나 이 표현이 힘을 갖는 순간은 대체로 특정 인물이 사회적 책임의 중심에 놓일 때다. 특히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후계 세대가 공적 관심의 장으로 호출될 때 이 용어는 다시 전면으로 소환된다. 삼성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인 만큼, 그 미래를 이을 세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 오너 일가의 다음 세대는 단지 한 가문의 사적 구성원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경제·사회적 영향력의 세대적 계승자’라는 위치에 있다. 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기반으로 성장하느냐는 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 구조와 미래 지향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들은 후계자의 윤리성과 공공적 태도를 기업의 경쟁력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본다.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이 곧 사회적 자원과 공적 책임을 함께 물려받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화된 결과다. ESG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되었고, 대기업은 더 이상 ‘사적 소유물’이라는 인식 하에 머물기 어렵다. 사회와 공존해야 하는 거대 기업일수록 그 후계자는 공공적 지위를 가진 인물로 평가되며 그만큼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 삼성처럼 다수의 임직원과 협력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은 전략적 결정 하나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후계자가 어떤 태도와 철학을 갖추는가는 자연스레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투명성과 윤리성, 공정성에 대한 의식이 기업 문화와 지배 구조에 어떤 방식으로 투영될지를 사회는 지켜보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 이지호 씨가 지난달 해군 통역장교로 정식 임관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나아가 임관식 당시 공개된 그의 좌우명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 당시 전광판 화면이 올라 왔는데 전광판에는 이 씨의 사진과 함께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겨라"라는 좌우명이 소개됐다. 해당 전광판 사진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은 "왜 입대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좌우명이 심상치 않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핵심은 특권을 포기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특권의 기원을 성찰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능동적으로 감당하라는 요청이다. 재벌 3·4세에게 던져지는 사회의 질문은 단순하다. 과연 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자원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무게만큼의 책무를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개인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기업의 지배 구조, 사회적 제도, 내부 문화 역시 함께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회의 신뢰는 언제나 상징적 인물의 태도에서 크게 흔들리고, 종종 그들의 선택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삼성 후계 세대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는 한국 기업문화의 성숙도와 직결된 문제로도 읽힌다. 이미 한국 사회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보내던 시대를 지나왔다. 사회적 권한이 클수록 그만큼 더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이는 위계적 부담이라기보다, 공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증명할 기회로 이해될 수도 있다. 상속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대적 요구가 존재하며, 그 요구를 충족하는 태도가 곧 새로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일 것이다. 재벌 후계 세대가 이 흐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때, 우리는 대기업과 사회가 한층 성숙한 형태로 공존하는 길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미 과거의 귀족적 의무를 넘어섰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 기대하는 가장 현대적인 책임이자, 공동체의 품격을 결정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2025-12-10 09:5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