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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美 안보우산…"韓, 동맹 의존 넘어 전략적 자율성 키워야"
[경제일보] 미국의 안보 역할 축소와 중·러 협력 장기화로 한국 외교·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중심 안보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에만 의존하기보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사회과학회, 민주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공동 개최한 '세계질서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의 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 외교·안보 전략의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美 역할 축소에 커지는 유럽 자강론 윤성욱 충북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 간 안보 균열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이란 핵합의를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탈퇴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2기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이 디커플링(탈동조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린란드 병합 발언과 이란 전쟁 등을 거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안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유럽의 독자 안보체제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EU 조약에는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누가 지휘하고 어떤 군대를 동원할지에 대한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재무장과 프랑스의 핵우산 제공 논의도 나오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 간 입장이 달라 단일한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미국의 관여 확대를 원하지만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군사동맹 참여 자체에 부정적"이라며 "유럽 차원의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향후 나토 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재래식 무기를 중심으로 한 유럽 안보를 유럽에 맡기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되 실제 역할은 줄이는 '기능적 탈퇴(functional withdrawal)' 형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앞으로 나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역할 축소와 유럽의 자강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동맹 비용…"한국 역할 확대 요구 거세질 것" 이어 발표에 나선 공민석 제주대 교수는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 교수는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둘 것인지, 아니면 미국 본토 방어를 우선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쟁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노선을 선택하더라도 동맹국들에 대한 역할과 기여 요구는 계속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능력도 있어야 하고 미국에 기여도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동맹국들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미동맹은 보호는 줄어들고 비용은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안보 기여 확대 압박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 견제를 우선하든, 미국 본토 방어를 우선하든 한국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이 북한만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인지, 아니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태평양 지역이 명시돼 있는 만큼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루 위험은 커지고 편승의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은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안보 협력 등에서 협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어렵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동맹을 유지하되 군사적 의존도를 줄이고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러 비공식 동맹 오래 간다"…한국 외교 시험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한국 외교에 새로운 변수로 제시됐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중러 관계는 명확한 상호방위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동맹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연루 위험을 회피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군사협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공식 동맹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중러 관계에 대해 "양국은 세계 질서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같지만 변화의 방식과 수단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기존 세계 질서 안에서 자신의 지분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변화에도 만족할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는 기존 세계 질서 자체의 해체와 재구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경제력을 활용하지만 러시아는 상당 부분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양국의 경제 협력은 상호보완성이 높지만 중국은 협력을 위한 대안이 많고 러시아는 대안이 제한돼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한계에도 중러 협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제 교수는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 심화가 양국 간 불화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방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대러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중러 비공식 동맹은 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러시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 교수는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외교의 핵심 과제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꼽았다. 그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이행기의 혼란 속에서 한국에는 독자적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며 "강대국 간 관계 변화에 종속되지 않고 한국의 가치와 이익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맹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에게 의지해야 하며, 동맹은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교수는 외교 전략의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 및 일본과 안보 협력을 하더라도 이념화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중국 및 러시아와 고위급·실무급 전략대화 채널을 상설화해야 한다"며 "한국의 핵심 이익을 정교하게 분리 관리하는 다각도 외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이란 전쟁과 나토 변화, 한미동맹 재조정, 중러 비공식 동맹 장기화 등 서로 다른 주제가 다뤄졌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기존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에만 기대는 방식으로는 높아지는 안보·경제 부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한국의 선택지를 넓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역할, 대중·대러 관계, 공급망과 경제안보 등 복합 현안이 동시에 얽히는 만큼 한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사안별 대응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 외교가 '동맹 의존'을 넘어 '동맹 활용'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6-06-18 15: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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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건 경제 불확실성이다
[경제일보] 전쟁은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끝나지 않는다. 총성이 멎은 뒤에도 전쟁은 유가에 남고 환율에 남고 물류비에 남고 기업의 투자계획서와 가계의 장바구니에 남는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즉각 안도했다.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주요 증시는 반등했다.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자 시장은 마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환호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냉정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제 불확실성이다. 휴전문서 한 장이 원유 생산시설을 하루아침에 복구하지 못한다. 해협 재개방 선언이 곧바로 선박 보험료를 낮추지도 않는다. 국제유가가 하루 이틀 떨어졌다고 해서 물가가 곧장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전쟁은 정치적으로는 합의로 끝나지만 경제적으로는 비용 청구서가 도착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세계경제에 남긴 첫 번째 상처는 에너지 시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지나는 핵심 길목이다. 그 길목이 전쟁의 인질이 되자 세계는 다시 한 번 에너지 안보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경제 생존의 문제임을 확인했다. 합의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급락했지만 이것은 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기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단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유가가 내려도 공급망은 즉시 회복되지 않는다. 산유국의 생산설비, 정제시설, 항만, 보험, 선박 운항, 금융결제망은 모두 시간이 필요한 시스템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기억이다. 한번 흔들린 시장은 쉽게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선사들은 통항이 가능하다는 정치적 선언보다 실제 항로의 안전을 본다. 보험사는 합의문보다 재발 가능성을 계산한다. 정유사와 항공사, 석유화학 기업은 현물가격보다 3개월 뒤, 6개월 뒤의 조달 안정성을 본다. 그래서 전쟁 뒤의 경제는 늘 ‘안정’이 아니라 ‘안정 확인’의 시간을 요구한다. 불확실성은 가격 그 자체보다 더 비싸다. 이번 합의는 세계 중앙은행에도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전쟁 중 급등한 에너지 가격은 물가를 밀어 올렸다. 유가가 떨어지면 물가 압력은 완화되지만 이미 오른 운송비와 원재료비, 기대인플레이션은 시차를 두고 경제 전반에 스며든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물가가 불안하면 움직이기 어렵다. 금리를 유지하면 경기 회복은 더뎌지고 금리를 내리면 다시 물가와 환율이 흔들릴 수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통화정책의 안개는 더 짙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에는 이 불확실성이 더 예민하게 작용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큰 나라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가 먼저 오른다. 정유·화학·철강·항공·해운은 물론이고 전력비 부담이 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에도 파장이 간다.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가 흔들리고 무역수지가 흔들리면 환율이 불안해진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고 수입물가가 뛰면 소비자물가가 다시 고개를 든다. 결국 중동의 포성이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와 서민 밥상으로 번지는 구조다. 합의 이후 유가가 안정된다면 한국경제에는 분명 숨통이 트인다. 기업의 원가 부담은 줄고 항공·해운·석유화학·자동차 등 에너지 민감 업종은 불확실성을 덜 수 있다. 고유가에 짓눌렸던 소비심리도 일부 회복될 수 있다. 환율 안정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이다.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부담이 낮아지면 한국경제는 다시 회복 궤도에 올라설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경기 반전의 신호로 과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종전 합의가 곧 경기부양책은 아니다. 전쟁은 이미 비용을 남겼다. 기업들은 몇 달 동안 비싼 원료와 물류비를 감당했다. 일부 기업은 납기와 계약조건을 조정했고 일부 가계는 고유가와 고물가 속에서 소비를 줄였다. 한번 미뤄진 투자는 다시 집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번 닫힌 소비지갑은 유가가 떨어졌다는 뉴스 하나로 곧바로 열리지 않는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봐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전쟁이 끝났으니 정상화됐다’는 낙관론이 아니라, ‘전쟁이 끝났지만 불확실성은 남았다’는 위험관리다. 물가가 완전히 안정되기 전까지 통화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동시에 취약계층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는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 고유가의 부담은 모든 국민에게 같지 않다. 대기업은 헤지와 장기계약으로 버틸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운송업자, 농어민, 저소득층은 유가 변동을 그대로 맞는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같은 단기 처방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필요할 때 한시적 완충장치는 있어야 하지만 재정 여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전략비축 체계 점검, 핵심 원자재 공급망 확보, 항만·해운 리스크 관리, 기업의 환율·유가 헤지 역량 강화다. 전쟁이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싸게 사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효율만 따지던 공급망의 시대가 저물고, 회복탄력성을 따지는 공급망의 시대가 왔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중동 리스크를 일시적 외부 변수로만 볼 수 없다. 지정학은 이제 재무제표의 바깥에 있는 문제가 아니다. 원가, 환율, 운송, 보험, 재고, 투자, 배당까지 모두 흔드는 변수다. 최고경영자는 매출 목표만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시나리오를 들여다봐야 한다. 에너지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일 때와 100달러일 때,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일 때와 부분 제한될 때, 환율이 100원 더 오를 때의 손익을 따져야 한다. 위기 대응은 전쟁이 난 뒤 만드는 문서가 아니라 평시에 쌓아두는 체력이다. 금융시장도 안도 랠리에 취해서는 안 된다. 전쟁 합의 이후 주가가 오르고 유가가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종종 정치적 이벤트에 먼저 환호하고 실물경제의 복구 속도를 뒤늦게 확인한다. 유가 하락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지, 물가 안정이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지금의 시장 반등은 ‘평화 배당’이라기보다 ‘공포 할인 해소’에 가깝다. 여기서 고전의 지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손자병법은 “용병을 잘하는 자는 다시 징병하지 않고, 군량을 세 번 싣지 않는다”고 했다.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싸움터에서만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보급의 비용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오늘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실력은 전쟁의 승패보다 전쟁 뒤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드러난다. 에너지, 물류, 금융, 물가, 환율의 보급선을 관리하지 못하면 평화의 이름 아래서도 경제는 계속 흔들린다. 이번 미국·이란 합의는 세계경제에 시간을 벌어줬다. 하지만 시간을 번 것과 문제를 해결한 것은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세계경제는 이미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봤다. 국제유가가 내려간다고 해도 한국경제는 수입 에너지 의존 구조를 다시 확인했다. 증시가 오른다고 해도 기업과 가계가 체감하는 불확실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책당국은 이제 세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유가·환율·물류비의 변동이 물가와 산업별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을 장기계약·비축·대체선 확보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전쟁 이후 완화된 시장 분위기를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가 지나가면 개혁의 긴장도 함께 풀린다. 그러나 다음 위기는 늘 우리가 방심할 때 온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다. 전쟁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끝났다는 선언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숫자와 가격과 계약과 기대 속에 남아 서서히 비용을 청구한다. 지금 한국경제가 해야 할 일은 평화의 뉴스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경제의 균열을 차분히 메우는 일이다. 평화는 합의문으로 시작되지만 경제의 안정은 준비된 국가만이 얻을 수 있다.
2026-06-16 15: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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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MOU 임박했지만…호르무즈·핵·제재 곳곳 '지뢰밭'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하면서 중동 위기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측 모두 합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긴장 완화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핵심 쟁점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MOU 서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이란 핵 프로그램,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 등 핵심 의제는 모두 후속 협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봉합은 가까워졌지만 실제 이행 단계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다시 충돌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냐 ‘새 질서’냐 가장 민감한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은 MOU 체결과 함께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고 이에 맞춰 이란 항만과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완화한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상선과 유조선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급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세계 석유 액체연료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해협이 막히거나 통항이 제한되면 국제유가와 해상 물류, 아시아 에너지 수급이 곧바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란의 계산은 다르다. 이란은 해협이 전쟁 이전의 상태로 단순 복귀하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란은 오만과 함께 해협의 안전과 통항 질서를 관리하는 새로운 체계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란 측 인사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되 이란과 오만이 정하는 조건, 이른바 통행료를 포함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국이 말하는 ‘국제 항로 정상화’와 이란이 구상하는 ‘지역 관리 질서’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MOU 문안이 이 문제를 모호하게 넘기더라도 후속 협상에서 해협의 법적 지위, 통항 조건, 통제권 문제는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핵 협상, 미국은 ‘해체’ 이란은 ‘보류’ 이란 핵 문제는 양측 해석 차가 가장 큰 분야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방향에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의 폐기 또는 제거, 장기 사찰 체계 구축도 미국이 내세우는 핵심 조건이다. 그러나 이란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은 임시 합의가 먼저 이행되지 않는 한 미국과 핵 협상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MOU가 곧 핵 해체 합의라는 미국식 해석과 거리가 있다. 이란은 핵 문제를 전쟁 종식과 제재 완화 이후 다룰 별도 협상 의제로 남겨두려는 모습이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도 충돌 지점이다. 미국은 이란 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반출이나 폐기, 국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 내 희석 가능성을 주장하며 핵 물질의 해외 반출이나 파괴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 문제는 60일 기술협상의 가장 큰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 문제는 국내 정치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으로 이란의 핵 야망을 꺾었다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란은 전쟁 속에서도 핵 주권과 체제 자존심을 지켰다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같은 MOU를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승리 서사를 만드는 이유다. ◇제재와 동결자금, ‘선이행’ 놓고 줄다리기 대이란 제재와 동결자금 해제도 순탄치 않다. 이란은 MOU 체결 직후 일부 동결자금이 풀리고 이후 단계적으로 제재 완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자국 여론에 전달하고 있다. 전쟁으로 악화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 정부에는 즉각적인 경제 성과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를 ‘성과 기반 합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개방, 핵 관련 의무, 국제 검증 등 약속을 실제로 이행해야만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단순히 서명했다고 자금이 풀리거나 원유 제재가 완화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차이는 협상 막판까지 줄다리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란은 서명 전후의 선제적 자금 접근을 원하고, 미국은 검증 가능한 이행 뒤 보상을 고수한다. 양측 모두 국내 여론을 의식해 물러서기 어려운 구조다. 서명 장소와 방식도 아직 유동적이다. 미국 측은 유럽 지역, 특히 제네바 같은 외교 무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은 상징성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형식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어느 쪽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장면이 될 수 있다. ◇합의 이후가 더 어렵다 시장 반응은 일단 긴장 완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가능성은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호르무즈 인근에서 군사적 긴장이 이어졌다는 점은 합의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번 MOU가 체결되더라도 남은 60일은 사실상 본협상에 가깝다. 해협 통항, 핵 물질 처리, 사찰 체계, 제재 완화, 동결자금 지급, 이스라엘과 주변국 변수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의제가 없다. 양측이 모두 ‘승리’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합의문이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동 위기의 출구가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출구가 보인다는 것과 길이 평탄하다는 것은 다르다. 미국과 이란의 MOU는 전쟁을 멈추는 문서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더 어려운 협상의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의 물길이 다시 열린다 해도 핵과 제재의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면 중동의 불안은 언제든 다시 유가와 시장, 안보를 흔드는 변수로 돌아올 수 있다.
2026-06-13 1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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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정부 에너지 절감 정책 동참 캠페인 시행 外
[경제일보] 롯데건설은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적극 동참해 사내 에너지 절약 문화 확산을 위한 ‘롯데건설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시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지난 3월 30일부터 본사를 포함한 모든 현장에서 시행 중인 이번 캠페인은 차량 5부제와 화상회의 등을 통해 유류, 전기, 수자원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일별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임산부·유아 동승 차량, 업무용 차량 및 야간 교대 근무자 등은 예외로 두어 불편을 최소화했다. 또한 ‘디지털 문화 정착 캠페인’을 병행해 페이퍼리스 문화를 정착시키고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해 유류비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날 전국의 건축 및 주택 현장 소장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 소장 회의’를 온라인 화상 회의로 진행했다. 이와 함께 일상 속 에너지 절감 문화 확산을 위해 △절전 및 대기전력 차단 △조명 운영 효율화△계단 활용 층간 이동 △불필요한 야근 및 주말 근무 지양 등 세부 실천 지침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심포니 앙상블 봄의 소리 음악회 개최 IPARK현대산업개발은 본사 로비에서 장애인 예술단 심포니 앙상블의 봄의 소리(Voice of Spring) 음악회를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올해로 본사에서 세 번째 진행한 이번 공연은 장애인 단원과 임직원이 음악을 통해 교감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됐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본사 임직원과 방문객이 함께 참여했으며 장애 예술인의 무대를 직접 경험하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었다. 심포니 앙상블은 장애 예술인의 마음을 조화롭게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중증 장애 예술인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연에서는 멘델스존의 'Spring Song'을 비롯해 '강 건너 봄이 오듯', 'You Raise Me Up' 등 다양한 곡이 연주되며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앙상블 공연에 처음 참여한 이정우 단원은 "공연을 들으신 임직원분들이 힐링 되셨으면 좋겠다“며 ”모든 팀원이 하나 되어 즐겁고 멋진 연주를 들려드렸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IPARK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음악회는 장애 예술인과 임직원이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음악으로 나누기 위해 마련했다"며 “장애 예술인 채용과 공연 기회 확대를 통해 다양성과 포용을 바탕으로 한 ESG 공동체 가치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H, 5억 호주달러화(AUD) 채권 발행 성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5억 규모(약 5375억원)의 호주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거래는 ANZ, Credit Agricole, Nomura, Standard Chartered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만기는 3년이며 발행금리는 SQ ASW에 65bp를 가산한 수준이다. 채권 발행 확정 일자는 5월 21일이다. 미·이란 전쟁 등으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높았던 가운데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 및 분석을 통해 적절 시점을 파악·발행에 성공했다. 이는 LH가 호주달러 발행시장에 처음 진입해 발행에 성공한 것DLEK. LH는 세계 세 번째 규모*인 호주달러 발행시장에서의 성공적 발행 및 우량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 앞서 5월 11일부터 15일 LH는 싱가포르와 호주 현지에서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면 투자설명회 및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중앙은행, 자산운용사, 은행 등 우량 투자자들로부터 모집 금액을 웃도는 탄탄한 수요를 확인했으며 호주 역내 신규 투자자를 대량 유치함으로써 투자자 저변을 넓혔다. 오동근 LH 재무처장은 “이번 채권 발행 대금은 전액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라며 “계속해서 통화 다변화 및 투자자 저변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2026-05-22 16: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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