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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파괴적 혁신과 극기(克己)의 리더십
[경제일보] 현대 산업 지형에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만큼 극단적인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존재는 드물다. 누군가는 그를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라 추앙하고, 누군가는 위태로운 도박사라 평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바꾸고 인류의 시선을 지구 너머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그의 경영은 상품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불가능이라는 관념을 무너뜨리는 하나의 전쟁에 가깝다. 이 전쟁의 출발점에는 의외로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놓여 있다. 머스크는 이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성장했다. 외형적 조건만 보면 불안정한 환경이었으나, 그 안에는 철저한 자기 통제와 학습, 그리고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안락함보다 자립을, 의존보다 책임을 가르쳤다. 그 결과 세 남매는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업가, 투자자, 창작자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외부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실행으로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경영자의 뿌리는 종종 시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형성된다. 조직을 이끄는 힘은 결국 인간을 어떻게 길러냈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양 최고의 군사 전략서인 손자병법은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이라 했다. 이겨 놓은 뒤에 싸운다는 뜻이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바로 그 원리를 현실에서 구현했다. 전기차가 조롱받던 시절, 그는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저장, 소비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먼저 설계했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계열화한 구조는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승리의 조건’을 미리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는 전쟁에 나가기 전에 이미 전장을 재편했다. 또한 손자는 “병귀신속(兵貴神速)”이라 했다. 전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속도다. 테슬라의 경쟁력은 속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속도는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실행의 속도다. 여기서 머스크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는 관리자가 아니라 해결사다. 조직이 막힐 때, 회의를 늘리고 책임을 분산하는 대신 스스로 문제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생산이 지연되면 공장 바닥에서 직접 공정을 점검하고, 기술이 막히면 엔지니어들과 밤을 새워 해결책을 찾는다. 그의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개입이며, 통제가 아니라 돌파다. 현대 기업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문제를 구조로 숨기는 것이다. 보고 체계와 승인 절차 속에서 문제는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된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 반대의 길을 택한다.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그 해결을 조직의 최우선 과제로 만든다. 리더가 해결사가 될 때 조직은 멈추지 않는다. 리더가 관망자가 되는 순간 조직은 정체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다. 그의 집요함은 유교 경전 중용이 말하는 “지성무식(至誠無息)”과 맞닿아 있다.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산 직전의 공장에서 잠을 청하며 문제를 해결하던 그의 모습은 단순한 근면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사명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극기의 의지였다. 그 멈추지 않는 정성이 기가팩토리라는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의 화엄경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제1원리 사고’를 통해 산업의 전제를 해체했다. 배터리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원자재 단위에서 다시 계산했다. 한계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 속에 있었다. 그는 그 틀을 부수는 데서 출발했다. 성경 히브리서는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머스크의 경영에서 이 믿음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는 힘이다. 화성 이주와 자율주행이라는 비전은 허상이 아니라, 확신이 만들어낸 실체였다. 시장과 자본은 결국 확신의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도덕경은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라 경계한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독단은 때로 이 경계를 넘나든다. 위대한 혁신가의 빛이 강렬할수록, 그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법이다. 오늘의 대한민국 경영 현장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승리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있는가. 우리는 문제 앞에서 멈추는가, 아니면 그 문제를 돌파하는가. 길이 없으면 찾아야 하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출발점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 길러진 자립의 정신,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의 결단이 조직의 운명을 가른다. 승리는 시장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가정에서 길러지고 현장에서 완성된다.
2026-04-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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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충전 최대 750km 주행"…BMW, iX5 적용 수소 기술 공개
[경제일보] BMW가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한 차세대 저장 기술을 공개했다. 저장 구조를 재설계해 공간 효율과 주행거리, 생산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핵심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BMW 그룹은 ‘BMW iX5 하이드로젠’을 통해 새로운 수소 저장 시스템인 ‘하이드로젠 플랫 스토리지’ 기술을 공개했다. 기존 수소차는 원통형 고압탱크를 적용하면서 적재 공간 제약과 설계 유연성 한계가 지적됐다. BMW는 이를 평면 구조로 전환해 불필요한 공간 손실을 줄이고, 실내 공간과 적재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꿨다. 이를 통해 1회 충전 기준 약 75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저장 구조도 변화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소재의 고압 탱크 7개를 병렬로 연결해 하나의 통합 프레임 형태로 구성했다. 개별 압력 용기를 단순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체임버를 하나의 밀폐형 시스템으로 묶고 중앙 밸브로 제어하는 구조다. 저장 용량은 최소 7kg 이상이며, 완전 충전에는 약 5분이 소요된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계도 병행됐다. 700바급 고압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는 차체 구조 내부에 배치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되도록 설계됐다. 고압 환경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프레임 강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생산 방식 측면에서도 변화가 반영됐다. 해당 시스템은 BMW의 6세대 eDrive 고전압 배터리와 호환되며, 내연기관·순수전기차(B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동일 생산 라인에서 혼류 생산이 가능하다. 특정 파워트레인 전용 라인을 구축하지 않고도 다양한 구동 방식을 병행 생산할 수 있는 구조로, 제조 유연성을 높인 설계다. 주행 성능 역시 기존 수소차 대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BMW는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과 함께 차세대 구동 제어 소프트웨어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를 적용해 동력 응답성과 주행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을 결합해 브랜드 특유의 주행 감각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BMW는 해당 기술을 적용한 ‘iX5 하이드로젠’을 오는 2028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차세대 X5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내연기관, 순수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단일 차종 내에서 구동 방식 선택 폭을 넓히는 전략이다. BMW 관계자는 “새로운 X5에 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적용하며 고객들이 수소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수소는 긴 주행 거리와 빠른 충전이 동시에 가능한 전동화 솔루션으로, 단일 인프라 및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 감소와 에너지원 다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6-04-09 12: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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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의 화려한 성채에 갇힌 민생, '착시의 늪'을 경계한다
[경제일보] 증권시장의 전광판만 보자면 대한민국 경제는 바야흐로 태평성대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특정 우량주들이 연일 고점을 높이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낸다. 수출 수지는 개선되고,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시장의 기대를 웃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골목상권을 보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장바구니는 가벼워졌고, 고금리의 파고를 넘지 못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지표는 웃고 있는데 국민은 울고 있는 이 기괴한 괴리, 우리는 지금 ‘경제적 호황의 착시’라는 거대한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언론인으로서 40여 년간 한국 경제의 굴곡을 지켜봐 온 필자의 눈에 최근의 상황은 실로 위태롭기 그지없다. 경제의 본질은 결국 '민생'이다. 아무리 코스피 지수가 치솟고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들, 그 온기가 서민의 식탁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숫자의 유희’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소수 첨단 산업의 독주가 전체의 부실을 가리는 소위 ‘K자형 양극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부와 정책 당국이 이러한 착시에 취해 현실을 안일하게 진단하는 태도다. 고물가와 고환율은 단순히 대외 여건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민생의 직격탄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은 환차익을 누릴지 모르나,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 시장을 지탱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도산의 위기로 내몰린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의 매출액은 늘어날지언정 국민의 실질 소득은 깎여 나간다. 증시의 호황은 자산가들에게는 축복일지 모르나, 당장 오늘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박탈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경제 원칙은 명확하다. 기초가 부실한 성장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멈춘 지 오래된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활황이 경제 전체의 건전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반도체라는 외풍 차단막에 가려진 채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라는 폭탄이 내부에서 곪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언젠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우리는 그간 가려져 있던 처참한 민심의 민낯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지표의 화려함 뒤에 숨은 서민들의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경제 지표를 성과로 포장하기보다는, 왜 국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가 이토록 차가운지를 뼈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과 함께, 고물가·고금리의 직격탄을 맞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교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심은 천심이다. 숫자는 속일 수 있어도 사람의 배고픔은 속일 수 없다. 증시의 고공행진에 도취하여 민생의 위기를 외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修辭)가 담긴 경제 브리핑이 아니라,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안정시키고 실질적인 구매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상식적인 처방’이다. 착시의 늪에서 벗어나 발을 땅에 딛고 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가 침몰하지 않기 위한 최후의 보루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6-04-09 07: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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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서 '플랫폼'으로…LG전자, 사업 체질 바꾸며 실적 키웠다
[경제일보] LG전자가 플랫폼과 B2B 사업 확대를 기반으로 실적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LG전자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7330억원, 영업이익 1조6736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고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이번 실적의 특징은 외형 성장보다 '수익 구조 변화'에 있다. 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의 안정적 성장에 더해 전장 등 B2B 사업과 플랫폼 기반 수익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이익 체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독, 온라인 판매, 플랫폼 사업 등 반복 수익 모델이 확대된 점이 눈에 띈다. 가전 산업이 단순 제품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와 플랫폼 기반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LG전자가 선제적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한 결과로 해석된다. webOS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TV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광고, 서비스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하면서 수익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장 사업 역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주잔고 기반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하면서 경기 변동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고 있으며 고환율 환경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생활가전 사업은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며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한편 구독 모델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서비스형 가전'으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가전 시장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발성 판매 중심 구조로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플랫폼, 구독, B2B 등 반복 수익 기반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조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원가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확산이라는 구조적 변화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기를 활용한 냉난방 수요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열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히트펌프와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등 고부가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 가전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용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LG전자의 경쟁력은 단순 제품 성능을 넘어 플랫폼과 서비스, B2B 사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구독과 콘텐츠 플랫폼, 전장과 냉난방공조 사업이 서로 연결되며 '제품-서비스-인프라'로 이어지는 수익 구조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 LG전자는 가전 중심 기업에서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04-07 15: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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