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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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전시상황', 노사정 대타협으로 국난 극복의 길 열어야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가스 시설과 유전을 겨냥한 ‘에너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LNG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이 피격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혼돈에 빠졌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섰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경제 전시 상황’이다. 산업 현장의 비명은 이미 현실이 됐다.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린 석유화학업계를 시작으로 자동차, 전자 부품사들까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며 계약 이행 불능을 통보하고 있다. 원자재 공급 차질이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까지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우방국을 통해 원유 물량을 확보하고 비상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공급망의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역부족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외적 혈투 속에서 벌어지는 대내적 갈등이다. 국가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노동계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전운을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해고는 죽음’이라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류의 고전인 『도덕경』에는 “만물은 음을 등에 업고 양을 품으며, 충기(沖氣)로써 화합한다(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和)”는 가르침이 있다. 서로 대립하는 힘이 충돌만 할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통로를 통해 기운을 섞어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화합의 지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덴마크식 유연 안정성’ 모델은 우리 노동시장이 가야 할 고통스러운, 그러나 필연적인 길이다. 기업은 고용 유연성을 통해 생존의 활로를 찾고, 노동자는 두터운 사회안전망 속에서 재기를 보장받는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하다.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소기업·비정규직·청년 세대를 아우르는 상생의 구조를 짜야 한다. 국난의 시기다. 나만 살겠다는 ‘각자도생’은 결국 ‘공멸’로 귀결될 뿐이다. 경영진은 투명한 경영과 고통 분담으로 신뢰를 쌓고, 노동계는 극한 투쟁 대신 국가 경제의 기반을 지키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정부 역시 친노동 혹은 친기업이라는 이분법적 굴레에서 벗어나, 냉철한 원칙과 상식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비바람이 거셀수록 뿌리를 깊게 내리는 나무처럼, 이번 위기를 에너지 안보와 노동 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벼랑 끝에 선 민생을 구하고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3-20 0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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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마이웨이' 전쟁에 동맹국 줄세우기…한국, 중동 파병 딜레마 빠지나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에 한국 등 동맹국의 파병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규모와 원유 수입 의존도 등 사실과 다른 수치까지 동원하며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향후 한미 간 파병 및 방위비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본과 한국에 각각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우리가 이 나라들을 방어해주고 있는데, 호위 작전 동참을 요구하면 그들은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규모(4만5천명)는 실제(약 2만8천500명)와 큰 차이가 있다. 주일미군 역시 5만명 수준이다. 또한 그는 "일본은 원유의 95%, 중국은 90%, 한국은 3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미국은 1% 미만"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는 60%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수치 인용 이면에는 다분히 의도적인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고 중동의 원유가 아쉽지 않지만, 동맹국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파병을 강제하거나, 파병을 거부할 경우 향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다른 형태의 비용 청구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도와야 한다"며 동맹국들을 향해 "빠르고 열정적으로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프랑스 등 나토(NATO) 동맹국들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노골적인 실망감을 드러내며 글로벌 동맹 체제를 자국의 이익(America First)에 복무하도록 줄 세우고 있다. ◆ 韓 정부의 깊어지는 딜레마… 파병이냐, 중동 관계 악화냐 한국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생명줄인 만큼 항행의 자유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참수 작전'에 군사적으로 동참할 경우, 1962년 수교 이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과의 외교적 단절은 물론, 중동 내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해 현지 교민과 기업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앞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압박이 있었으나, 당시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한시적으로 넓히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이란 영토와 지도부를 직접 타격하는 전면전 양상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우회적 파병'이 통할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17일째를 맞은 이란과의 전쟁 전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합동 공습 당시 표적이 됐던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 "한쪽 다리를 잃고 심하게 다쳤거나 죽었을 수도 있다"며 "누가 이란의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전 개시 이후 이란의 7000개 이상 목표물을 타격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능력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최대 불안 요소인 국제 유가 급등에 대해서는 "이번 작전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이란의 주요 정유 시설 타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제3차 오일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마이웨이' 중동 전쟁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게 경제적 피해(유가 상승)와 외교·안보적 부담(파병 압박)을 동시에 안겨주는 거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정교한 외교적 줄타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6-03-17 08: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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