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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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호황'에 취해 미래 투자를 잊은 한국 경제, 2년 뒤 닥칠 '복합 위기'가 두렵다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파국은 일단 면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 갉아먹을 뻔했던 시한폭탄의 초침이 멈추면서 정부와 재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상흔과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이 국가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뻔한 미증유의 위기는, 반도체라는 단일 업종에 기댄 대한민국 경제의 취약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부가 21년간 사문화되었던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만지작거리며 노사 중재에 나섰던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방증할 뿐이다. 눈앞의 파업 리스크가 해소되었다고 해서 경제의 펀더멘털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기 회복은 온전한 자생적 성장이 아닌,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일부 완성차 수출에 기댄 ‘착시 호황’이다. 실제로 올해 초 대한민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투톱’이 주요 대기업 영업이익의 60%,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다. 이들 대기업이 거둔 천문학적인 실적의 착시에 가려, 내수 경기는 바닥을 기고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지갑은 닫힌 지 오래다. 이른바 산업 간, 소득 간 ‘K자형 양극화’의 심화다. 더 큰 문제는 이 호황이 가져온 고질적인 부작용이다. 반도체 실적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노사는 벌어들인 수익을 ‘누가 더 많이 나눠 가질 것인가’라는 분배 놀음에만 몰두하고 있다. 성과급의 액수를 두고 벌어지는 소모적인 갈등 속에 미래를 위한 초격차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원천 기술 확보와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어도 모자랄 판에, 당장 손에 쥐어질 성과급 잔치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대외 경쟁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런 해이함의 대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혹독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반도체의 호황 사이클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기술 추격이 본격화되는 1~2년 뒤, 반도체 사이클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 우리 경제를 지탱할 기둥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또 다른 축인 완성차 산업 역시 위태롭기는 매한가지다. 막대한 자본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공습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넘어 우리 내수 안마당까지 위협하고 있다. 1~2년 내에 반도체의 한계와 자동차의 위기가 동시에 도래하는 ‘퍼펙트스톰(복합 위기)’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엄중한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만약 이 경고가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 성장 동력이 꺼진 경제는 고용 절벽과 세수 결손으로 이어져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다. 특정 강소 산업에 기댄 외풍 취약형 경제 구조를 전면 개혁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 반도체 호황이 벌어다 준 ‘금쪽같은 시간’은 분배의 축제를 벌일 시간이 아니라, 경제의 체질을 뜯어고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노사는 당장의 이익 조율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분배도 존재한다는 자명한 시장의 상식을 되새겨야 한다. 정부 역시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사회적 갈등을 키우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와 자동차를 이을 포스트 먹거리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로봇, 방산, 원전,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정 산업의 변수에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기형적이고 위태로운 구조를 타파하고, 지속 가능한 다변화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다가올 2년 뒤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일한 활로다. 위기는 경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의 착시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파국뿐이다.
2026-05-22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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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경기에도…2분기 한국경제, 대외 변수에 흔들린다
[경제일보] 올해 1분기 트리플 상승(생산·소비·투자 동반 증가)으로 회복 신호를 보인 한국 경제가 2분기 들어 다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고 있다. 중동 전쟁의 파급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물가 상승 리스크가 빠르게 고조되는 모습이다. 지표는 반등…하지만 ‘기초체력’보다 외풍이 더 커 3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산업 생산은 전분기 대비 1.7% 증가하며 2021년 이후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소매판매(2.4%)와 설비투자(12.6%)도 동반 증가하며 경기 반등 기대를 키웠다. 생산·소비·투자 등 6대 지표가 모두 증가한 것도 11분기 만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선 흐름은 내수 회복보다는 금융시장 호조, 일시적 소비 요인, 투자 집행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경기의 자생력이 충분히 확인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중동 전쟁, 시차 두고 압박…물가 자극 현실화 현재까지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균열이 감지된다. 석유정제 생산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 조짐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시차다. 정부도 전쟁의 경제적 영향이 4~5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 수급 불안, 해상 운임 상승, 공급망 교란 등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기업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 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외부 충격 전이 경로’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전세계 교역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커진다. 여기에 중동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물가와 금리 변수까지 자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업 비용 증가, 소비 위축, 투자 지연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리스크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2분기, ‘회복의 연장’ 아닌 ‘변곡점’ 될 수도 결국 2분기 한국 경제는 1분기 회복 흐름을 이어가기보다 외부 충격에 따라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지표상 회복 국면이지만 실제로는 외부 변수에 가장 취약한 구간”이라며 “전쟁과 통상정책, 금융시장 변수까지 동시에 작용하는 만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트리플 상승이라는 긍정적 출발에도 한국 경제는 다시 대외 의존형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분기는 회복의 연장이 아니라 향후 경기 방향을 가를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6-04-30 09: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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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호(號)'의 외화 자산과 가족 국적, '항심(恒心)'의 뿌리는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의 파수꾼이자 통화 가치의 수호자인 한국은행 총재 자리는 단순한 관직이 아니다. 국가 경제의 명운을 쥔 ‘최후의 보루’이자,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도덕적 권위의 상징이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둘러싼 자산 구조와 가족 국적 논란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 현장을 지켜본 필자에게, 그의 화려한 ‘글로벌 스펙’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딛고 선 지표의 ‘국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신 후보자 일가의 재산 절반 이상이 외화 자산이며, 금융 자산의 90% 이상이 해외에 예치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에 배우자와 자녀의 외국 국적 문제까지 더해지니 국민적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물론 40년 넘게 해외에서 석학으로 활동해온 그에게 ‘왜 한국 예금이 없느냐’고 묻는 것은 가혹할지 모른다. 글로벌 시대에 인재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다루어야 할 직무가 다름 아닌 ‘원화 가치의 안정’과 ‘외환 정책’이라는 점에 있다. 맹자(孟子)는 일찍이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無恒産無恒心)”고 설파했다. 안정된 재산(항산)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마음(항심)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를 공직자에게 투영해 본다면, 총재의 ‘항산’이 원화가 아닌 달러와 파운드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책적 신뢰도에 치명적인 균열을 낸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때(환율 상승) 개인의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라면, 국민이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국익을 위한 고뇌’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해충돌의 소지는 법적인 잣대를 넘어 ‘심리적 신뢰’의 영역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 26장에는 “중후함은 가벼움의 근본이고, 정적임은 조급함의 주인이다(重爲輕根 靜爲躁君)”라는 구절이 있다. 일국의 중앙은행 총재는 마땅히 그 존재만으로도 중후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자산의 태반이 타국에 있고 가족의 국적마저 흩어져 있다면, 그가 내리는 결정이 아무리 학문적으로 완벽할지언정 국민의 마음속에 ‘중후한 뿌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뿌리가 흔들리는 나무(자산과 국적의 괴리)가 어찌 거센 외풍(환율 위기) 앞에서 국민의 안식처가 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를 향한 비판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능력만 있으면 됐지, 재산 구성까지 따지느냐”는 실용주의적 시각이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는 기술적 관료(Technocrat) 이상의 존재여야 한다. 위기 시에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화려한 수식이 아니라, 그가 우리와 같은 ‘경제적 운명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동질감에서 나온다. 자산이 외화 위주인 총재가 ‘원화 가치 사수’를 외칠 때, 시장이 그 진정성을 믿어줄지는 의문이다. 신 후보자에게 촉구한다. 청문회 전까지 단순히 “법적 문제가 없다”는 변명 뒤에 숨지 마라.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수장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의 ‘항산(恒産)’부터 국가의 운명과 일치시키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외화 자산을 정리하고 국내로 환수하는 것은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예우’다. 아울러 우리 사회도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인재를 영입함에 있어 우리가 요구하는 ‘공직자의 도덕성’과 ‘국가적 정체성’의 기준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 경제의 사령탑만큼은 그 어떤 의구심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된다(天下難事 必作於易)”고 했다. 지금의 논란을 가볍게 여기고 넘긴다면, 이는 향후 대한민국 거시경제 정책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어려운 일’의 시작이 될 것이다. 신 후보자의 진정성 있는 결단과 당국의 신중한 검증을 다시 한번 엄중히 요구한다.
2026-04-10 09: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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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의 화려한 성채에 갇힌 민생, '착시의 늪'을 경계한다
[경제일보] 증권시장의 전광판만 보자면 대한민국 경제는 바야흐로 태평성대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특정 우량주들이 연일 고점을 높이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낸다. 수출 수지는 개선되고,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시장의 기대를 웃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골목상권을 보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장바구니는 가벼워졌고, 고금리의 파고를 넘지 못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지표는 웃고 있는데 국민은 울고 있는 이 기괴한 괴리, 우리는 지금 ‘경제적 호황의 착시’라는 거대한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언론인으로서 40여 년간 한국 경제의 굴곡을 지켜봐 온 필자의 눈에 최근의 상황은 실로 위태롭기 그지없다. 경제의 본질은 결국 '민생'이다. 아무리 코스피 지수가 치솟고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들, 그 온기가 서민의 식탁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숫자의 유희’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소수 첨단 산업의 독주가 전체의 부실을 가리는 소위 ‘K자형 양극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부와 정책 당국이 이러한 착시에 취해 현실을 안일하게 진단하는 태도다. 고물가와 고환율은 단순히 대외 여건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민생의 직격탄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은 환차익을 누릴지 모르나,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 시장을 지탱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도산의 위기로 내몰린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의 매출액은 늘어날지언정 국민의 실질 소득은 깎여 나간다. 증시의 호황은 자산가들에게는 축복일지 모르나, 당장 오늘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박탈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경제 원칙은 명확하다. 기초가 부실한 성장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멈춘 지 오래된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활황이 경제 전체의 건전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반도체라는 외풍 차단막에 가려진 채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라는 폭탄이 내부에서 곪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언젠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우리는 그간 가려져 있던 처참한 민심의 민낯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지표의 화려함 뒤에 숨은 서민들의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경제 지표를 성과로 포장하기보다는, 왜 국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가 이토록 차가운지를 뼈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과 함께, 고물가·고금리의 직격탄을 맞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교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심은 천심이다. 숫자는 속일 수 있어도 사람의 배고픔은 속일 수 없다. 증시의 고공행진에 도취하여 민생의 위기를 외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修辭)가 담긴 경제 브리핑이 아니라,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안정시키고 실질적인 구매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상식적인 처방’이다. 착시의 늪에서 벗어나 발을 땅에 딛고 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가 침몰하지 않기 위한 최후의 보루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6-04-09 07: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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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흠결보다 경영 안정이 우선"…4월 '대격변' 예고
[경제일보] 법원이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의 일부 절차적 논란보다 '경영의 안정성'에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이 KT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배경에는 국가 기간통신망 사업자인 KT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초래될 막대한 사회·경제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법적 족쇄를 푼 박윤영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4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기각 결정의 법리적 함의는 명확하다.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체적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승아 전 사외이사의 자격 논란이라는 '절차적 흠결'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체 이사회의 결의를 무효로 돌릴 만큼 치명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KT라는 거대 조직의 리더십 공백을 방치하는 것이 더 큰 리스크라고 봤다. KT는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 유무선 통신망, 인터넷, 위성 통신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CEO 부재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이 통신 장애나 보안 사고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법원은 이러한 '공익적 가치'와 '주주 가치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기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 4월, 미뤄둔 '인사의 칼' 뽑는다..키워드는 'AI'와 'B2B' 법적 리스크를 해소한 KT는 이제 '4월의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통상 연말연초에 이뤄지던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CEO 리스크로 인해 1분기 내내 멈춰 있었던 만큼 박 내정자의 취임 직후인 4월에 '매머드급' 인사가 단행될 것이 확실시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인적 쇄신'이다. 전임 구현모-김영섭 체제에서 중용됐던 임원들에 대한 냉정한 성과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권 카르텔' 논란이나 '방만 경영' 의혹이 있었던 부서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현재 주요 임원들이 사상 초유의 '월 단위 쪼개기 계약'을 맺으며 버티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인사 폭은 예년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 박윤영 체제의 친정 체제를 구축하고 조직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조직 구조도 대폭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기업부문장 시절부터 B2B(기업간거래) 사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 온 인물이다. 따라서 AI, 클라우드, 로봇 등 신사업 부서에 힘을 실어주고 성장이 정체된 기존 통신(Telco) 조직은 효율화하는 방향의 개편이 유력하다. 특히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수행할 전담 조직의 신설 및 확대가 예상된다. 'MS-KT 연합군'을 이끌 정예 부대를 구성해 한국형 소버린 AI(Sovereign AI)와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연합', LG유플러스의 '익시오' 등 경쟁사들의 AI 전략에 대응하는 KT만의 승부수다. 또한 연구개발(R&D) 조직을 현장 중심으로 재편하여 기술이 서비스로 즉각 연결되는 '실용주의 R&D'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 내정자가 평소 강조해 온 '현장 중심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투명성'이 답이다...'AICT 컴퍼니'로 가속화 지배구조(Governance) 리스크의 완전한 해소도 4월의 과제다. 이번 가처분은 기각됐지만 조 위원장 측이 본안 소송을 예고한 만큼 법적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이사회의 과도한 경영 개입 논란을 잠재우고 국민연금 등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박 내정자는 3월 주총에서 신규 선임될 윤종수, 김영한, 권명숙 등 사외이사들과 함께 이사회 규정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CEO의 권한과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균형을 이루는 '예측 가능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리는 KT의 흑역사를 끊어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박윤영 내정자는 취임과 동시에 '잃어버린 1분기'를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4월 조직 개편은 단순한 인사이동을 넘어 KT가 '통신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은 KT에게 '시간'을 벌어줬다. 이제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온전히 박윤영 내정자와 KT 임직원들의 몫이다. 4월의 대격변이 KT를 혼란에 빠뜨리는 태풍이 될지, 아니면 묵은 때를 씻어내고 비상하게 하는 순풍이 될지 시장은 냉철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KT의 진정한 봄은 4월에야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2026-03-02 12: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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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총장 선임, 1년 멈춘 시계...26일 다시 도나…수장 공백 언제까지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인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1년 가까이 이어진 리더십 공백 사태의 분수령을 맞는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와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격랑 속에 표류하던 총장 선임 절차가 오는 26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재개된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 기존 후보군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면서 '원점 재검토' 가능성까지 거론돼 과학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AIST는 오는 26일 오후 5시 서울 양재동 김재철AI대학원에서 임시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번 이사회의 최대 안건은 제18대 신임 총장 선임이다. KAIST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3월 이광형 현 총장, 김정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이용훈 전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 등 3인을 최종 후보로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차기 총장은 안개 속이다. 이광형 총장의 임기가 지난해 2월22일 만료됐음에도,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파면, 5월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혼란 탓에 의사결정이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이번 이사회의 핵심 쟁점은 기존 3배수 후보 중에서 최종 낙점할 것인지, 아니면 판을 엎고 재공모에 나설지 여부다. 표면적으로는 1년이라는 시간 경과가 재논의의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정치 지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과학의 정치화 멈춰라" 내부 반발 확산 복수의 과학계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실은 최근 사석에서 3명의 후보 전원에 대해 '부적격'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후보의 과거 보수 정당 특위 활동 이력이나,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의 결을 문제 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사회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고려할 때 재공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사회가 재공모를 결정할 경우, 후보자 검증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최소 수개월 이상의 추가적인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다. 현장 연구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KAIST 교수협의회가 최근 실시한 투표에서 참여 교수의 99.1%인 428명이 "조속한 신임 총장 선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공백 우려를 넘어,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과 '코드 인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KAIST 교수는 "이미 검증된 석학들을 정치적 잣대로 재단해 탈락시킨다면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1년간의 식물 총장 체제가 더 길어진다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KAIST의 도태는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 IBS도 1년째 공석…흔들리는 기초과학 리더십 수장 공백 사태는 KAIST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간 수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역시 전임 노도영 원장 퇴임 후 1년 넘게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IBS는 결국 지난달 20일 원장 재공모 공고를 내고 이달 23일까지 후보자를 다시 모집 중이다. IBS 원추위가 지난해 3배수 후보를 추리지 못한 채 멈춰 선 사이, 유력 후보들이 출마를 철회하는 등 인재 이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핵심 연구기관들의 리더십이 동시에 표류하면서 국가 R&D(연구개발) 전략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학계는 26일 KAIST 이사회의 선택이 향후 공공기관장 인선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부총리) 체제 하에서 치러지는 첫 대형 기관장 선임인 만큼, 현 정부의 과학기술계 장악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재공모가 현실화될 경우, 과학계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후보 중 선임이 강행된다면 정부와 KAIST 간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될 수도 있다. 결국 이사회가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미래 경쟁력을 최우선 가치로 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년 넘게 멈춰 선 KAIST와 IBS의 시계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지 과학계의 이목이 26일 양재동으로 쏠리고 있다.
2026-02-03 16: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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