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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에 안주할 때 아니다…외환 방어력 키울 골든 타임이다
[경제일보] 반도체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에 모처럼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외화 유입이 늘었고, 한동안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에 시달려 온 우리 경제에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 안정이 구조적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부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더욱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개방경제다. 수출이 성장의 버팀목인 만큼 국제 금융시장과 지정학적 변수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미·중 전략 경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도 해소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정치와 안보 논리에 따라 언제든 재편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고 해서 대외 리스크까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환율 안정기에 외환 방어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경제의 최후 안전판이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국가 신용을 지키는 버팀목이고,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다. 외화가 충분히 유입되는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적기다.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외화를 흡수하고,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보유 자산의 질도 함께 높여야 한다. 거시경제 체질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환율이 안정됐다고 가계부채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기업의 생산성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더디고,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도 지속되고 있다. 재정 건전성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기 부양에 치우친 단기 처방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이다. 노동과 연금, 규제 개혁을 비롯한 생산성 제고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외환시장의 안정은 정부 정책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재정 규율을 확립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적인 환율 수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을 붙잡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여러 차례 방심의 대가를 치렀다.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환 유동성 관리 실패가 얼마나 큰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충분한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위기는 늘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고, 준비된 나라만이 충격을 최소화했다. 반도체 호황과 환율 안정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것이 경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면허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며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경제는 호황기에 미래를 준비한 나라가 위기에서도 살아남는다. 오늘의 환율 안정을 내일의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정부와 경제 당국이 놓쳐서는 안 될 시대적 책무다.
2026-07-13 09: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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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물가는 잠잠한데 전기차 수출은 질주
[경제일보] 중국 소비자물가가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과 국제선 여객 회복이 중국 경제의 다른 축을 받치고 있다. 물가는 크게 뛰지 않았고,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수출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항공 여객도 무비자 입국 확대와 국제선 운항 회복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올랐다. 올해 상반기 평균 상승률도 1.0%였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와 서비스 가격이 완만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6월 CPI는 0.3% 낮아졌다. 식품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식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내렸고, 돼지고기 가격은 15.9% 떨어졌다. 돼지고기는 중국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인 만큼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반면 계란 가격은 16.0% 올랐다. 품목별 흐름은 엇갈렸지만 전체 물가는 안정된 범위에 머물렀다. 비식품 가격은 1.5% 상승했고, 서비스 가격은 0.8% 올랐다. 교통·통신과 의료보건 등 서비스 관련 품목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 낮은 물가, 회복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의 물가 흐름은 다른 주요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한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과 긴축을 이어갔다. 중국은 반대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소비 회복의 강도를 따지는 상황이다. 물가가 낮다는 것은 가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요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돼지고기와 일부 식품 가격 하락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생산자와 유통업체에는 수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보는 과제는 물가 억제가 아니라 수요 회복에 가깝다. 소비자가 지갑을 더 열고, 기업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아도 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물가 안정이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신에너지차, 내수 넘어 수출로 성장 자동차 시장에서는 신에너지차가 계속 비중을 키우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신에너지차 생산은 743만8000대, 판매는 744만6000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은 6.7%, 판매는 7.3% 늘었다. 6월 한 달 신에너지차 판매는 164만3000대였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가 차지한 비중은 58.5%까지 높아졌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중국 자동차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출 증가세는 더 컸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수출은 509만6000대였다. 이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은 235만5000대였다. 6월 한 달 자동차 수출은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고, 신에너지차 수출도 52만3000대를 기록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신에너지차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넓히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공급망, 다양한 차종 출시가 있다. 비야디(BYD), 지리자동차(Geely), 체리자동차(Chery) 등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아시아와 유럽, 중동,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수출 확대가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통상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서 오래 버티려면 판매량뿐 아니라 서비스망, 부품 공급, 브랜드 신뢰까지 갖춰야 한다. ◆ 다싱공항, 무비자 확대 타고 국제 여객 회복 국제 여객 이동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의 올해 출입국 이용객은 300만명을 넘어섰다. 상반기 출입국 이용객은 약 28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이용객 비중도 커졌다. 무비자 입국과 경유 무비자 정책이 확대되면서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객이 늘고 있다. 다싱공항을 이용한 외국인 가운데 무비자로 입국한 인원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선 회복은 항공사 실적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광과 호텔, 면세, 외식, 전시·회의 산업까지 연결된다. 외국인의 중국 방문이 늘면 서비스 소비가 함께 증가하고, 기업 간 교류와 투자 상담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국제 여객 회복 속도는 노선별로 차이가 있다. 항공권 가격, 비자 정책, 중국에 대한 여행 수요, 국제선 공급량이 함께 영향을 준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는지는 공항별·노선별로 따져봐야 한다. ◆ 물가 안정과 수출, 항공 회복의 온도차 최근 중국 경제 지표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물가는 안정적이지만 수요가 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에너지차는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가격 경쟁과 해외 규제가 부담이다. 국제 여객은 회복되고 있지만 항공과 관광 소비가 경제 전반을 끌어올릴 만큼 강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세 지표가 보여주는 흐름은 있다. 중국은 낮은 물가 환경에서 소비 회복을 기다리고, 제조업에서는 신에너지차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국제선 회복과 무비자 정책을 통해 사람의 이동을 늘리려 한다. 중국 경제가 힘을 받으려면 이 세 흐름이 서로 이어져야 한다. 물가 안정이 소비 여력으로 이어지고, 전기차 수출이 기업 이익과 고용을 늘리며, 국제 여객 회복이 관광과 비즈니스 교류를 키워야 한다. 지금 중국 경제는 그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2026-07-09 18: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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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복귀론 급부상…혼돈의 한국 축구, '16강 감독' 다시 부르나
[경제일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기 탈락 이후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대표팀 사령탑이 공석이 된 가운데, 벤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7일 축구계와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벤투 전 감독은 최근 대표팀에서 함께 일했던 협회 관계자를 통해 감독직 복귀에 대한 관심을 전달했다. 다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 공식 지원 서류를 낸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벤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식 감독직은 물론 상황에 따라 임시 감독 체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전력강화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9월부터 11월까지 A매치를 치러야 하고 내년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다. 정식 감독 선임이 늦어질 경우 임시 감독 체제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증된 카드 벤투…적응 기간 짧은 것이 강점 벤투 전 감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표팀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그는 2018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 4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단일 임기 기준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다. 벤투 전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2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대표팀은 우루과이와 비기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꺾으며 16강에 올랐다.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는 1-4로 패했지만 대회 전반을 놓고는 한국 축구가 수비 일변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술적으로도 벤투 전 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점유 기반 축구를 대표팀에 정착시키려 했다. 초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장기 운영을 통해 선수단 안에 전술적 일관성을 심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과 이미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강점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벤투 감독의 장점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끝까지 밀고 가면서도 선수들에게 역할을 명확히 부여했다는 점”이라며 “짧은 시간에 팀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 축구와 선수단을 잘 아는 지도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 리더십 공백 속 ‘안정형 선택지’ 부상 벤투 복귀론이 힘을 얻는 배경에는 한국 축구의 불안정한 상황도 있다. 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를 마쳤고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밀리며 조기 탈락했다. 홍명보 전 감독은 탈락 직후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적 부진의 후폭풍은 감독 책임론에 그치지 않았다. 대표팀 운영, 감독 선임 과정,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됐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 이후 차기 회장 선거 구도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리더십 공백 속에서 벤투 전 감독은 ‘안정형 카드’로 분류된다. 한국 대표팀을 이미 경험했고, 월드컵 본선 성과도 냈으며, 선수단 장악력도 검증됐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회로서는 전면적인 실험보다 검증된 지도자를 우선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축구 행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협회가 새 회장 체제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장기 프로젝트형 감독을 선임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그렇다고 대표팀을 공백 상태로 둘 수도 없어 임시 감독 또는 단기 안정형 감독 카드가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절차와 명분…‘추억의 복귀’로 끝나선 안 돼 다만 벤투 전 감독의 복귀가 곧바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공식 지원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추릴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외국인 감독과 국내 감독을 함께 검토할지, 임시 감독과 정식 감독을 분리할지에 따라 벤투 전 감독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이력도 평가 대상이다. 벤투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떠난 뒤 2023년 7월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 감독에 부임했지만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카타르 월드컵의 성공 경험과 별개로 UAE 대표팀에서의 성과와 한계도 함께 검토될 수밖에 없다. 여론도 변수다. 한국 축구 팬들은 최근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불투명성에 강한 불신을 보여왔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 논란이 불거졌고 월드컵 조기 탈락 이후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충분한 설명 없이 벤투 전 감독을 선택할 경우, 복귀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벤투 복귀론의 핵심은 이름값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운영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벤투 전 감독은 현실적인 후보가 될 수 있다. 반면 월드컵 실패 이후 대표팀 시스템과 협회 구조까지 바꾸는 전면 쇄신이 목표라면 벤투 복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6-07-07 16: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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