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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를 여는 두 바퀴, 지방의 자치와 내각의 협치
7월 1일,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정치적 전환점 앞에 섰다. 전국에서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일제히 출범했고, 중앙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 임명안을 재가하며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 체제가 문을 열었다. 지방정부의 출범은 권력의 공간적 분산을 뜻하고, 새 총리의 등장은 행정부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 출발점이다. 이 두 흐름은 따로 움직이는 수레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두 바퀴다. 새 출발의 순간에 가장 먼저 새겨야 할 가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이다. 《도덕경》은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도자의 권위는 높은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민선 9기 단체장들과 신임 총리가 가장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권력은 군림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받드는 책임의 자리다. 지방정부의 과제는 분명하다. 보여주기식 개발과 축제성 행정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의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지자체가 화려한 공약과 대형 사업을 앞세웠지만, 주민에게 돌아온 것은 늘어난 부채와 인구 소멸의 그림자였다. 《대학》은 “근본이 어지러운데 끝이 다스려지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의 근본은 주민의 안전, 일자리, 복지, 교육, 의료 같은 생활 행정에 있다. 도로 하나 더 놓는 것보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일이 더 절실하다. 지역 경제 역시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는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 지역이 가진 문화, 산업, 지리적 특성을 살려 스스로 먹고사는 힘을 길러야 한다. 농어촌은 미래 식품과 관광 산업으로, 산업도시는 첨단 제조와 연구개발 거점으로,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시는 콘텐츠 산업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임기 안에 치적을 남기겠다는 조급증은 경계해야 한다. 한성숙 총리 체제에 대한 기대도 작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은 환율 불안, 고물가, 고금리, 가계부채,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 있다. 이런 난제는 어느 한 정파의 힘만으로 풀 수 없다. 새 내각이 먼저 보여줘야 할 태도는 협치의 상식이다. 야당과 대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의 경고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정 각부를 조율하며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한 총리는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영업자, 청년, 취약계층, 지역 주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국정의 중심에 올려놓는 ‘민심의 총리’가 되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이나 정파적 이해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 전체의 상식과 국익을 기준으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 공자는 정치를 두고 “정자정야”, 곧 바르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바름을 잃은 정치는 권력투쟁으로 전락하고, 상식을 잃은 행정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중앙은 지방에 권한을 과감히 이양하되 책임 행정을 요구해야 하고, 지방은 자율성을 남용하지 말고 성과와 투명성으로 답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은 경쟁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함께 떠받치는 동반자다. 새로운 시작은 늘 희망과 책임을 동시에 품고 있다. 민선 9기 지방정부와 한성숙 내각이 다투지 않고 오직 민생을 이롭게 하는 정치로 국민 앞에 서기를 바란다. 《도덕경》의 마지막 구절처럼 “하늘의 도는 이롭게만 하고 해치지 않으며, 성인의 도는 행하되 다투지 않는다.” 오늘의 지도자들이 이 말을 가슴에 품고 낮은 곳에서 국민을 섬긴다면, 지방의 자치와 내각의 협치는 대한민국 새 시대를 여는 든든한 두 바퀴가 될 것이다.
2026-07-01 18: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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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은 끝나지 않았다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국민의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투표함이 닫히는 순간 민심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거는 국민이 정치권에 보내는 가장 분명한 명령이며, 정치는 그 명령을 실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 이후 여야의 모습을 보면 국민이 던진 준엄한 경고보다 당권 경쟁과 책임 공방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승자는 승리의 이유를 자화자찬으로 포장하고, 패자는 패배의 책임을 내부 갈등과 특정 인물에게 돌리기에 급급하다. 정작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정당은 국민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당권을 둘러싼 세력 다툼과 계파 갈등에 빠져들고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언론을 장식하는 것은 오직 사퇴 요구와 책임론, 내부 분란뿐이다. 국민의 삶보다 정치인의 자리가 더 중요한 것처럼 비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노자는 《도덕경》 제66장에서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다(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라고 말했다.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결국 모든 것을 품듯이, 정치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아래에서 섬겨야 한다는 뜻이다. 권력은 높이 오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을 향해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민심이라는 바다를 바라보기보다 당권이라는 작은 언덕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대통령이 “집권 여당은 진영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당은 특정 계파나 지지층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공적 기관이어야 한다.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로 국민을 바라봐야 하고,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견제 세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정치의 본령이며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유교 경전 《서경》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民惟邦本 本固邦寧)”고 가르친다. 정치의 모든 출발점은 백성이고, 모든 종착점 또한 백성이다. 선거 역시 국민이 권력을 위임하는 절차일 뿐 권력을 사유화하는 면허증이 아니다.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민을 외면한다면 그 정치의 정당성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아니다. 치솟는 물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청년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지,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계파 계산과 차기 권력 구도에만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국민의 고통은 정치 일정에 밀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의 게임이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함께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공동체의 약속이다. 여당은 책임 있는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야당은 합리적 견제와 대안 제시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정쟁보다 협력이, 권력투쟁보다 민생이 우선될 때 비로소 정치의 존재 이유가 살아난다. 역사는 민심을 거스른 권력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국민은 침묵하는 것처럼 보여도 모든 것을 기억하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가장 냉정한 심판자가 된다. 선거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뜻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합리와 실리, 갈등이 아니라 협력, 권력 다툼이 아니라 책임 정치였다. 이를 외면한다면 다음 심판은 더욱 엄중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권자는 여야가 아니라 국민이다. 이제 정치권은 당권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국민이라는 넓은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민심을 두려워하고 민생을 최우선에 두는 정치,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국가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은 아직도 정치권을 향해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자만이 미래를 얻을 수 있다.
2026-06-14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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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이라는 신기루, 민생이라는 대지
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지방선거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정치권은 또다시 당권 경쟁과 책임 공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승자는 겸허하지 않고 패자는 성찰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사퇴를 요구하고, 공천을 탓하고,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보낸 메시지를 철저히 외면한 결과다.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만 앞세우는 정치의 민낯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수십 년간 정치를 지켜본 경험으로 보더라도 선거 직후 이처럼 민심을 왜곡하고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 일자리 부족과 주거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정치권은 국민이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닌 당내 권력투쟁에 허비하고 있다. 민심은 생존을 말하는데 정치권은 자리만 말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 제66장에서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민심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만이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민심이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보다 당권이라는 성벽 안에서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싸우고 있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권력 재편이 아니라 민생 회복인데, 정치인들은 그 준엄한 명령을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게 왜곡하고 있다. 유교 경전인 《서경》에는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이 있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오직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있다. 이것이 정치의 기본이며 원칙이고 상식이다. 선거 역시 국민이 정치인에게 임시로 권한을 맡기며 평가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선거가 끝난 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승패를 떠나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야의 시선은 당 대표 선거와 계파 이해관계, 다음 총선 전략에만 머물러 있다. 국민의 고통보다 권력의 향배에 더 관심이 많은 정치가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당은 선거 결과를 야당의 발목 잡기나 내부 공천 문제로 돌리고 있고, 야당은 지도부 책임론과 계파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모두가 남 탓만 할 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책임의 정치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정치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상대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로 협치를 제안해야 하고, 야당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를 넘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쟁이 아니라 협력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다. 정치권이 외면하는 사이 민생의 현실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미래를 포기하고, 소상공인들은 늘어난 부채와 소비 침체 속에서 폐업을 고민한다. 직장인들은 치솟는 물가와 금리 부담에 허덕이고, 서민들은 주거비와 교육비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국민이 체감하는 위기는 이미 삶의 현장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정치가 바라봐야 할 곳은 국회의 당 대표실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민생의 최전선이다. 당권은 결국 한때의 권력이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도 승자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민생은 국가를 지탱하는 토대이며 국민의 삶 자체다. 토대가 무너지면 권력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민심을 외면한 권력이 오래가지 못했음을 수없이 증명해 왔다. 국민은 침묵하는 듯 보여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가장 냉정한 심판자가 된다. 이제 정치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당권 경쟁이라는 신기루를 좇는 대신 민생이라는 대지 위에 굳건히 서야 한다.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 청년과 서민의 삶을 살리는 정책을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은 누가 당권을 차지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누가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만드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이고, 원칙은 책임이며, 상식은 협력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는 순간 정치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번 선거가 정치권에 남긴 가장 큰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눈을 들어 당권이라는 신기루가 아니라 민생이라는 대지를 바라보라. 그것이 국민이 내린 명령이며, 대한민국 정치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를 또다시 외면한다면 다음 심판은 지금보다 훨씬 더 냉혹하고 준엄할 것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2026-06-12 1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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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한국경제"…e경제일보, 창간 8주년 포럼서 해법 찾는다
[경제일보] e경제일보가 창간 8주년을 맞아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전략과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치권과 산업계, 학계 인사들은 기술 혁신과 인공지능(AI), 산업 생태계 발전을 통해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e경제일보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2026년 예측불허 한국경제와 하반기 전망'을 주제로 '2026 e경제일보 창간 8주년 KEDF(Korea Economic Design Forum)'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규현 e경제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진성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황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왕치림 주한중국대사관 경제상무과 공사참사관 등 정치·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양규현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 경제가 겉으로는 증시 상승과 AI·반도체 산업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침체와 지방 경제 위축, 청년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의 상승이 반도체와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경제의 성장 구조가 특정 산업에 편중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성과가 산업 생태계 전반과 국민 경제에 충분히 확산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술 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되고, 기업의 성장이 산업 전반에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건강한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성장의 과실이 보다 폭넓게 공유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참석자들은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의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서영교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어제는 젠슨 왕이 이틀에 걸쳐서 대한민국 TV를 장식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세계를 빠르게 움직여 나가고 있다"며 "AI가 빠르게 움직여 나가는 과정 속에 (양규현 e경제일보) 대표님이 질문하셨고 그것을 저희들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성준 위원장은 경제 언론의 역할과 함께 한국 경제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 또 세계 경제가 어떻게 갈 것인지를 지금 이 시점에 냉정하게 예측할 때"라며 "오늘 포럼을 계기로 '예측 불허'가 아니라 '대체 불가' 대한민국 경제를 만들어 갈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황희 의원은 미래 산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는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포럼 주제의 방향성을 높이 평가했다. 황 의원은 "신이 당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만드는 것처럼 인간도 끊임없이 자기의 모습 그대로 미래 기술을 실현하려는 그런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피지컬 AI를 얘기하면서 자율주행차를 얘기하는 것은 대한민국 기술과 세계 기술의 방향성, 현실성을 모두 반영한 의미 있는 지적이고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송석준 의원은 현재 한국 경제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고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또 달리 보면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며 "어려운 시기지만 한국, 중국, 베트남이 떠오르는 이 새로운 시대에 서로 기술과 규모, 시장을 공유하면서 함께 협력한다면 앞으로 전 세계가 서로 선순환의 상생과 조화의 산업 생태계, 국제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왕치림 참사관은 한중 경제협력 확대와 경제 교류 플랫폼으로서 e경제일보의 역할에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연이 깊으며, 이해관계가 밀접한 우호적인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이번 포럼은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도전과 기회가 혼재하는 미래를 착실히 대비하는 데 공존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민국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는 영상을 통해 e경제일보의 창간 8주년 축사를 전했다.
2026-06-09 15: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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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트랩에 투영된 중화(中華)의 서열: 의전(儀典)으로 읽는 중국 외교의 본색
[경제일보] 국가 간 외교에서 의전은 단순한 형식이나 예법을 넘어선다. 그것은 말 없는 언어이자, 자국의 전략적 속내와 상대국에 대한 냉정한 손익계산서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특히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이라 믿으며 예의(禮義)와 서열, 그리고 체면(面子)을 극도로 중시해 온 중국 외교에서 공항 영접의 격(格)은 상대국의 전략적 가치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최근 방중한 글로벌 정상들을 맞이한 베이징 서오두(首都) 공항의 풍경은 오늘날 중국이 바라보는 세계 질서의 재편도와 그들의 속내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영접을 둘러싸고 외교가 안팎에서 ‘홀대론’과 ‘격하론’ 등 설왕설래가 분분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항 마중에 전직 상무위원을 역임한 국가부주석(정치국원)을 내보냈다. 언뜻 거물급 인사를 배치한 듯 보이지만, 실권을 쥔 현직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련되게 포장된 ‘외교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해석은 다른 정상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신으로 굳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공항 트랩 아래에서 그를 맞이한 이는 중국 외교의 총괄 수장이자 시진핑의 심복인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었다. 실질적인 대미(對美) 전선에서 동맹 이상의 밀착을 과시하는 러시아에 대해 확실한 예우를 갖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전승절 행사를 전후해 중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접에는 무려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 겸 상무위원이 직접 공항으로 나갔다. 혈맹이자 지정학적 최전방 보루인 북한에 대해 중국이 부여하는 전략적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서열의 숫자로 명백히 보여준 장면이다. 중국 외교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영접의 변천사’는 그들의 국력 신장 및 대외 전략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냉전의 장막을 걷고 베이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 체제의 2인자이자 외교 총사령관이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당시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미국의 손이 절실했던 중국으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극진한 예우이자, 생존을 위한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도광양회(韜光養晦) 시대에도 중국은 서방 강대국 정상들이 방문할 때마다 철저히 격식을 맞추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시진핑 체제 이후 대국외교(大國外交)와 분발유위(奮發有爲)를 표방하며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이제 미국을 향해 더 이상 저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영접 격은 중국이 미국을 두려워하거나 눈치 보지 않으며, 이제는 겉치레식 환대에 연연하기보다 ‘대등한 G2 관계’로서 냉정하게 국익 대 국익으로 맞서겠다는 오만함과 자신감의 발로다. 반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전통적 우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서열과 격식을 갖추며 ‘우리 편’을 챙기는 실리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역사와 사상의 뿌리인 『도덕경(道德經)』 제61장에는 대국과 소국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나온다. “대국자는 하류야(大國者 下流也), 천하교(天下之交), 천하지빈(天下之牝)”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아서 천하의 물이 모여드는 곳이자 천하의 어머니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노자(老子)는 대국일수록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아랫자리에 처해야(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진정으로 천하의 인심을 얻고 대국으로서의 위엄을 세울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현재 시진핑의 중국이 보여주는 의전 외교는 노자의 이런 현명한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공항 영접 하나에도 치밀하게 서열을 매기고, 상대국의 힘과 이용 가치에 따라 환대와 홀대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은 대국(大國)의 풍모라기보다는 지극히 계산적이고 옹졸한 패권주의의 단면을 드러낼 뿐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혈맹이라며 서열 5위를 내보내고, 견제해야 할 상대에게는 은근한 엇박자의 격을 적용하는 세태는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기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이라는 거대한 이웃에 대해 신뢰보다는 끊임없는 경계심과 피로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의전의 격을 바꾸어 상대의 기를 꺾는 방식은 일시적인 전술은 될 수 있어도 천하를 아우르는 도(道)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대국 외교란 공항 트랩에 누구를 내보내느냐는 형식적 서열 정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노자의 말대로 스스로를 낮추어 천하의 물을 품어 안는 포용력과 예측 가능한 규범을 보여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영접 인물의 서열로 아군과 적군을 가르고 대국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중국의 영접 외교 변천사는,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외교적 고립감과 조급증을 방증하는 씁쓸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2026-05-20 10: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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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환상적 무역합의" 시진핑 미국 답방 요청…미중 해빙 기대감 부각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차담에서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란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해서도 양국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차담에서 “이번 방문은 놀라운 방문이었다”며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합의들을 이뤄냈고 그것은 두 나라 모두에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 뒤 중국 측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과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 제한에 실용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한 미 당국자 발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자 “친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11년, 거의 12년간 알고 지냈다”며 “다른 사람들이라면 해결하지 못했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우리의 관계는 강하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 상황이 끝나길 원하고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군사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중국이 이란전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을 돕고,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이란전 이후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해협 개방과 긴장 완화에 역할을 하길 기대해왔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만큼 중동 에너지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이해가 일부 겹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답방도 거듭 요청했다. 그는 “시 주석은 미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상호주의 무역처럼 방문 역시 상호주의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 국빈 만찬에서도 시 주석에게 오는 9월24일 백악관 방문을 공식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차담이 이뤄진 중난하이는 자금성 서쪽에 자리한 옛 황실 정원으로,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무·거주 공간이 있는 권력의 중심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난하이에서 산책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원의 장미를 가리켜 “가장 아름다운 장미”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장미 씨앗을 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가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부장, 셰펑 주미중국대사가 자리했다. 이번 방중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다. 전날 인민대회당 정상회담에서는 무역, 이란, 대만, AI, 반도체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강조했고, 미국 측 발표에서는 호르무즈와 이란 문제가 부각되는 등 양측의 우선순위 차이도 드러났다. 국내 보도도 미국 발표에는 대만 언급이 빠지고 중국 발표에는 호르무즈가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상적 무역합의” 발언에도 구체적 합의 내용은 아직 제한적으로만 공개됐다. 희토류 공급, 관세 완화, 농산물 구매, 기업 투자 확대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문서나 공동성명 수준의 세부 결과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실질 성과는 향후 양국 실무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차담은 미중이 격한 충돌보다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과 무역 성과가 필요하고, 시 주석은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해 경제 안정과 외국 기업 신뢰 회복을 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대만, AI 반도체, 희토류, 공급망, 이란 문제는 모두 양국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이번 회담이 단기적 해빙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실제 관계 안정은 무역 합의의 구체성, 호르무즈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대만 문제에 대한 양측의 후속 발언과 조치에 달려 있다.
2026-05-15 14: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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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비되는 중국의 이란전쟁 스탠스 : 한국이 배워야 할 질문은
[경제일보] 이란 전쟁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보인 태도는 단순한 외교 기법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패권국가의 행동 방식과 문명국가를 자처하는 실용국가의 행동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미국은 힘으로 질서를 재편하려 했고, 중국은 말로 판을 관리하려 했다. 미국은 군사력과 제재, 압박과 데드라인의 언어를 앞세웠고, 중국은 휴전과 대화, 항행 안전과 지역 안정의 언어를 반복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고, 왕이 외교부장이 이란·이스라엘·러시아·걸프 국가들과 26차례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전쟁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 더 정확히 말하면 불길을 더 키우지 않는 관리자처럼 연출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도덕적 순수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냉정한 국익 계산의 산물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중요한 수요자이고,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곧바로 중국 경제의 에너지 비용과 물류 안정성, 수출 제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처럼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여 체제 변화를 노리기보다, 전쟁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멈추고 질서를 복원하는 데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다. 최근 보도들을 보면 중국은 휴전 국면에서 뒤에서 외교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동시에 호르무즈 항행 재개와 에너지 공급 안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함께 호르무즈 재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미국 주도의 군사적 해법에 제동을 걸고 자신이 선호하는 협상 틀을 지키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반면 미국의 방식은 훨씬 직선적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질서를 힘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 힘의 과시가 언제나 질서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에도 강한 압박과 폭격, 초강경 발언은 단기 충격은 주었을지 몰라도, 중동 전체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유가와 해상 운송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국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다. 스스로 총을 쏘지 않으면서도 평화를 말하고, 실제 보증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점수를 챙기는 방식이다. 서방 일각에서 “중국이 이번 국면의 조용한 승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친중적 자세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왜 중국은 전쟁을 곧바로 국익의 언어로 번역하는데, 우리는 자주 진영의 언어부터 앞세우는가. 왜 중국은 도덕과 명분을 말하면서도 에너지, 해운, 결제, 항만, 보험을 한 묶음으로 계산하는데, 우리는 외교는 외교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따로 보는가.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수입국이며 무역국가다. 이런 나라가 중동 전쟁을 볼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더 선한가”가 아니라 “우리의 원유선과 가스선, 물가와 환율, 무역금융과 선박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여야 한다. 중국의 스탠스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은 여기에 있다. 첫째, 강대국일수록 원칙보다 국익의 번역 능력이 빠르다는 점이다. 둘째, 전쟁의 승패보다 전후 질서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셋째, 말의 수위보다 공급망의 안전이 국가를 지킨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둥으로 삼되, 중국처럼 냉정하게 에너지 안보와 항행 자유, 해상보험과 결제 안전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중동의 불길 앞에서 감정으로 흔들리는 나라는 비용을 치르고, 구조로 준비한 나라는 충격을 줄인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힘의 한계를, 중국은 실용의 집요함을 보여 주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미국처럼 강할 수 없다면, 중국처럼 계산할 수는 있는가. 바로 그 질문이 지금 우리의 외교와 경제안보가 함께 답해야 할 과제다.
2026-04-10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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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크린의 도약이 시작되어야 한다
[경제일보] 영화 한 편의 흥행은 산업의 체온을 보여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관객 돌파는 그 자체로 한국 영화의 현재를 말해주는 사건이다. 개봉 31일 만에 관객 1천만 명을 넘기며 역대 국내 개봉작 34번째, 한국영화 25번째 천만 기록을 세웠다. 침체된 극장가에서 2년 만에 나온 천만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한국 영화가 여전히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낼 힘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한 상징적 장면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 산업은 깊은 침체를 겪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관람 습관은 달라졌고 OTT의 급성장은 극장 중심 유통 구조를 흔들었다. 제작비는 상승했지만 투자 환경은 위축됐고 중간 규모 영화는 설 자리를 잃었다. 스크린은 남아 있었지만 관객의 발걸음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천만 돌파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산업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호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관객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화려한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의 힘에 있다. 영화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가 강원도 영월에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유배자를 감시해야 하는 촌장 엄흥도가 신분을 넘어 단종과 교감해 가는 과정은 웃음과 눈물을 함께 안긴다. 유해진과 박지훈의 호연, 유지태와 전미도의 안정된 연기가 이 서사를 단단하게 받쳤다. 결국 관객을 움직인 것은 거대한 볼거리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였다. 특히 가족 관객까지 폭넓게 끌어들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12세 이상 관람가의 감동 서사는 설 연휴와 삼일절 연휴를 거치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삼일절 하루에만 81만7천여 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는 한국 관객이 여전히 좋은 이야기를 위해 극장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극장 산업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관객을 움직일 작품이 부족했을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흥행의 의미를 산업의 미래로 연결하는 일이다. 천만 영화 한 편이 산업 전체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다. 한국 영화는 이미 세계가 인정한 서사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이어가는 일이다. 대작 몇 편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예산 영화와 신인 감독의 작품,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 시도가 꾸준히 제작될 수 있는 토대를 복원해야 한다.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치권이 이번 성과를 한국 콘텐츠 산업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한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평가에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창작과 투자, 배급과 상영으로 이어지는 영화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세제 지원과 투자 유인, 제작 인프라 확충, 지역 촬영 지원, 독립·예술영화 유통망 강화 등 종합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극장 역시 변해야 한다. 스크린은 단순한 상영 공간이 아니라 공동의 감정을 나누는 문화 공간이다. OTT가 개인 소비를 강화했다면 극장은 집단 경험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시설 개선과 기획전 확대,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고전과 신작을 잇는 프로그램 다양화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천만 돌파는 사극 장르의 저력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에 이어 역사 서사가 다시 대중적 설득력을 입증했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공동체의 기억을 묻는 살아 있는 이야기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는 지점 역시 여기에 있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돌파는 끝이 아니라 출발이어야 한다. 흥행의 환호가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성과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 영화에 필요한 것은 우연한 대박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성공이다. 창작의 자유와 산업의 안정, 이야기의 깊이와 시장의 확장이 함께 갈 때 K스크린은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이번 천만 기록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26-03-08 10:4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