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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지자 공천, 국민의힘은 스스로 지방선거를 버리려 하는가
[경제일보]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가장 먼저 세우는 것은 원칙이다. 기준이 있어야 사람을 세울 수 있고, 절차가 있어야 조직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공천 과정을 바라보면, 이 가장 기본적인 정치의 상식이 완전히 무너진 듯하다. 혁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방향도 기준도 없는 ‘갈지자 공천’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은 과연 선거를 치르려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패배를 예약하려는 것인가. 불과 며칠 전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컷오프 방침이 하루 만에 번복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현직 광역단체장을 근거도 명분도 없이 배제하려다 여론의 반발이 일자 슬그머니 철회하는 모습은 정치라기보다 즉흥적인 권력 놀음에 가까웠다. 공천은 정당 정치의 심장이다. 그런데 심장이 이렇게 오락가락한다면 그 정당의 몸 전체가 제대로 움직일 리 없다. 이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문제의 뿌리는 지도부가 내세우는 ‘혁신’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는 계파 정치에 있다. 당 대표인 장동혁은 겉으로는 과거 권력과의 단절을 말하지만 실제 공천 현장에서는 특정 세력과 극단적 지지층이 공천 판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윤 어게인’이라는 구호가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는 장면을 보며 많은 보수 유권자들은 이미 10년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진박 감별’의 광풍은 결국 보수 정치의 참패로 끝났다. 그때도 명분은 개혁이었지만 실제로는 내부 권력 다툼이었다. 그 결과 보수 정당은 역사상 가장 큰 패배를 경험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증거다. 서울의 정치적 상징인 오세훈이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향해 경고를 던진 것도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이 극단적 정치와 단절하지 못한 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에서 울리는 구조적 경고음에 가깝다. 정치가 상식에서 멀어질수록 유권자는 등을 돌린다. 그것이 지난 수십 년 한국 정치가 반복해서 보여준 냉혹한 법칙이다. 정당의 공천은 권력의 배분이 아니라 정치의 책임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의 힘 공천 과정에서는 책임 정치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어떤 지역은 단수 공천을 하고, 어떤 지역은 무더기 컷오프를 한다. 기준도 설명도 없다. 그때그때 권력의 기류에 따라 칼이 내려가는 모습이다. 이것은 공천이 아니라 정치적 즉흥극에 가깝다. 정치의 고전은 오래전부터 같은 교훈을 반복해 왔다. 권력은 원칙 위에서만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준 없는 권력은 결국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혼란은 바로 그 전조일지도 모른다. 선거는 세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구도와 바람, 그리고 인물이다. 지금 보수 진영은 구도에서도 불리하고 민심의 바람도 차갑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것은 인물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 인물마저 계파 논리로 난도질하고 있다. 이는 전략이 아니라 자해에 가깝다. 정당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원칙을 버리고 권력만 남길 때다. 지금 국민의힘이 걷고 있는 길이 바로 그 길처럼 보인다. 정치의 역사는 오만한 권력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수없이 보여주었다. 지방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공천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정말 선거를 치를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공천의 기준을 세우고 절차를 투명하게 하며 계파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정당은 간판만 남는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권력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는 단순한 선거 결과가 아니라 보수 정치 전체의 또 한 번의 붕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2026-03-19 06:00:00
美 대법원 '관세 제동'에도 韓 산업계 "오락가락 트럼프가 더 무섭다"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통상 무기인 '상호관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국내 산업계는 안도하기보다 짙어진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10% 글로벌 보편 관세' 카드로 응수하면서 오히려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한 개별 '품목관세'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외신과 산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해 온 상호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적용받던 15%의 상호관세와 25% 추가 인상 압박은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 15%→10% 관세 인하 효과?…현장은 "오락가락 기준이 리스크" 표면적으로 한국은 이번 판결로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서명한 '10% 기본관세'가 적용될 경우 기존 15%였던 상호관세보다 수치상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가전, 배터리 등 핵심 수출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율은 확정된 바가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방향성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상호관세 부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관세 환급'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대법원 판결로 기납부한 관세를 돌려받을 길은 열렸으나, 미 세관 당국의 구체적인 환급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수개월 이상의 행정적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상호관세 구멍, '품목관세'로 메우나…자동차·철강 '초긴장' 가장 긴장하는 곳은 자동차와 철강 업계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대상은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일 뿐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기반의 품목관세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폐지로 인한 세수 감소를 만회하고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핀셋 타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줄어든 세수를 어디서 충당할지가 관건"이라며 "상호관세 무효화가 자동차 관세 폭탄으로 돌아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 실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3500억 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합의'의 향배도 안갯속이다. 한국 정부가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천문학적인 투자 약속이 그 근거가 된 상호관세 위헌 판결로 재조정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합의를 전면 백지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속도 조절이나 조건 변경 등 유리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대미 투자의 핵심인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는 미국 역시 절실히 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협상력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은 판결 직후 큰 변동성을 보였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출렁인 가운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09%까지 급등했다. 반면 대체 투자처로 금, 은 등 귀금속 현물 가격은 일제히 상승하며 불안한 시장 심리를 반영했다.
2026-02-21 12:07:09
성수4지구 하루 만에 유찰·재입찰 번복…조합 판단 오락가락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이 하루 만에 여러 차례 방향을 바꾸며 혼선에 빠졌다. 조합이 입찰 유찰과 재입찰 공고를 잇달아 발표했다가 이를 다시 철회하면서 향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4지구 재개발 조합은 지난 10일 대우건설의 입찰 서류가 지침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시공사 선정 입찰을 유찰 처리하고 재입찰을 공고했다. 조합은 대우건설이 제출해야 할 일부 핵심 자료가 빠져 있어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찰 및 재입찰 공고가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합은 재입찰 공고를 전격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조합 측에서 재입찰을 위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고가 이뤄진 점이 문제로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성동구청 역시 조합에 관련 절차와 규정을 준수하라는 행정지도를 준비하던 중 입찰 취소 소식을 접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4지구 재개발 사업은 성수동2가 일대 약 8만9828㎡ 부지에 최고 64층, 1439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는 1조3628억원에 달한다. 9일 마감된 1차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납부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조합이 대우건설의 서류 미비를 이유로 경쟁입찰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수주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우건설은 조합의 유찰 판단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조합이 법정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유찰과 재입찰을 결정했다고 주장하며 입찰지침에서 요구한 서류는 모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사업 일정이 2개월 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조합은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유찰 결정을 공식화하거나 반대로 유찰을 철회하고 중단된 입찰 절차를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합이 게시했던 재입찰 공고에는 현장 설명회를 19일에 열고 입찰 마감일을 4월 6일로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사비와 입찰 보증금 등 주요 조건은 기존과 동일했다.
2026-02-11 10:56:54
또 시작된 '흔들기'…KT 이사후보추천위 향한 정치권의 경고, '약'일까 '독'일까
[이코노믹데일리] 국가 기간통신사업자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 시계가 빨라지면서 여의도 정치권과 노조, 시민단체의 개입이 노골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낙하산 반대'와 '전문성'을 외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 진영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포석 깔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인 없는 회사 KT가 정권 교체기나 CEO 선임철마다 겪어야 했던 '외풍(外風)의 잔혹사'가 2025년 겨울에도 어김없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27일 정치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황정아, 이주희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이들은 "KT 이사후보추천위는 그들만의 카르텔을 끊어내고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할 혁신 경영진을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 野 의원들 "카르텔 끊어라" vs 업계 "정치적 훈수두기" 이들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KT의 총체적 난맥상을 거론하며 현 경영진과 이사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관리 부실로 인한 불법 펨토셀 범죄 악용 방치,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그리고 서버 43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됐음에도 '티타임 구두보고'로 넘기고 서버를 무단 폐기한 은폐 시도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의원들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수십 년간 KT를 병들게 한 '특정 학연·지연 중심의 파벌 경영'"이라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통신 본업은 물론 AI 기술과 정부 정책을 아우르는 '통신·AI·경영·정책' 4박자를 갖춘 최고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사용한 '카르텔'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이는 윤석열 정부 초기 여당이 통신업계를 압박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프레임이다. 야당 의원들이 이를 차용해 이사회를 압박하는 것은 결국 정치권이 KT CEO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 중 단 3명만이 성명에 이름을 올린 점도 이러한 '정치적 셈법'을 방증한다. ◆ 노조·시민단체 "정치권 줄 대기 멈춰라"…복잡한 내부 셈법 같은 날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KT 새노조(제2노조) 및 시민단체들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특정 인물이나 조건을 내세우기보다 '정치적 외풍 차단'에 방점을 찍었다. 이들은 "3년 전 사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가 두 차례나 후보를 확정하고도 '용산에서 격노했다'는 말 한마디에 초유의 경영 공백을 초래했다"며 "정치권 줄 대기 선임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사회는 대표 선임 기준을 투명하게 밝히고 후보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KT 최대 노조인 KT노동조합 역시 성명을 통해 "차기 CEO는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고 통신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 '주인 없는 회사'의 비극…이사회가 중심 잡아야 현재 KT를 둘러싼 외부의 목소리는 '아전인수' 격이다. 정치권은 '국민 기업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물을 심거나 최소한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고르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노조 역시 조직의 안정을 외치지만 내부 파벌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미는 후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외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KT의 경영 리스크는 증폭된다는 점이다. KT 출신 관계자의 말처럼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가 있어도 엄연히 주주와 임직원이 있는 민간 기업"이다.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훈수를 두는 것은 시장 경제 논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KT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번처럼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다가는 또다시 경영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번만큼은 '카르텔 타파'라는 정치적 구호나 '낙하산 반대'라는 노조의 구호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이라는 원칙 아래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33명의 후보군 중 누가 진정으로 위기의 KT를 구해낼 적임자인지 이사회가 외부의 소음(Noise)을 차단하고 실력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KT의 미래는 정치권의 입이 아니라 이사회의 독립적인 판단에 달려있다.
2025-11-27 15: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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