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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두나무 지분 4% 취득…디지털자산 동맹 본격화
[경제일보] 삼성증권과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카드가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4%를 취득한다. 증권·IT서비스·카드 계열사가 함께 투자에 나선 만큼 단순 재무투자보다 토큰증권, 블록체인 인프라,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삼성증권·삼성에스디에스·삼성카드는 28일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0%에 해당하는 주식 139만주를 총 6128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회사별 취득 지분은 삼성증권 2.0%, 삼성에스디에스 1.0%, 삼성카드 1.0%다. 이번 거래는 카카오의 두나무 지분 정리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등에 매각하며 투자 회수에 나섰다. 카카오가 두나무 지분 처분을 통해 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AI 생태계 확장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통 금융사의 두나무 지분 확보 경쟁도 이미 가시화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두나무 지분 3.90%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공시했고 인수 후 지분율은 9.84%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두나무 지분을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로 올라섰다. 삼성의 이번 투자는 계열사별 역할이 비교적 분명하다. 삼성증권은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 등 디지털자산 전반에서 두나무와 협업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증권업계는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 발행·유통 플랫폼 선점을 준비해 왔고 두나무는 비상장 주식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삼성에스디에스는 AI,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관리 역량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향후 금융권 대상 디지털자산 인프라, 블록체인 기반 인증·정산·수탁 시스템, 보안 솔루션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가 제도화될 경우 삼성금융 통합앱 ‘모니모’와 결제 생태계를 연결하는 접점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아직 제도 불확실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관련해 주요 내용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회 논의도 지연되면서 업계에서는 제도화 시점과 발행 주체, 준비자산 요건, 유통 규제 등이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나무 입장에서도 전통 금융·IT 대기업과의 자본 동맹은 의미가 있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46억원, 영업이익 8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78% 감소했다. 가상자산 거래량 둔화가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친 만큼 거래 수수료 중심 구조를 넘어 결제, 수탁, 토큰증권, 기관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필요성이 커졌다. 해외 사례도 방향성을 보여준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거래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스테이블코인, 스테이킹, 결제 인프라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거래소가 단순 매매 중개를 넘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진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번 투자로 삼성은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두나무는 삼성 계열사의 금융·IT·결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얻었다. 실제 성과는 제도화 속도와 협업 모델의 구체성에 달려 있다. 토큰증권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가 열리면 이번 지분 투자는 삼성 금융 생태계와 두나무를 잇는 디지털자산 동맹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6-05-28 08: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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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신작 드라이브 재가동…'왕좌의 게임'·'솔'로 하반기 반등 노린다
[경제일보] 넷마블이 2분기부터 대형 신작을 잇달아 선보이며 하반기 실적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흥행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넷마블이 다시 신작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차기 흥행작 확보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21일 액션 RPG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정식 출시했다. 앞서 14일 PC 버전을 넷마블 런처와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먼저 선보인 데 이어 모바일 플랫폼까지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다. 이 게임은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4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RPG다. 넷마블은 워너브러더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산하 HBO의 공식 라이선스를 확보해 게임을 제작했다. 내달 18일에는 MMORPG ‘SOL: 인챈트’ 출시도 예정돼 있다. ‘리니지M’ 개발진이 주축이 된 알트나인이 개발하고 넷마블이 퍼블리싱하는 작품으로, ‘신(神)’ 콘셉트와 자유 경제 시스템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넷마블은 배우 현빈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캐릭터명 선점 이벤트와 사전등록을 진행하며 출시 전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와 ‘SOL: 인챈트’의 성과를 넷마블 하반기 실적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517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6.8%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5~6월 출시되는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와 ‘SOL: 인챈트’ 성과가 향후 실적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넷마블의 전략은 대형 IP와 멀티플랫폼,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요약된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는 서구권 인지도가 높은 IP를 기반으로 한 만큼 북미와 유럽 이용자 반응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라인업 역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다수 포진해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북미 자회사 카밤(Kabam)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 이지스(Project Aegis)’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넷마블의 매출 구조는 이미 글로벌 중심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은 512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41%, 한국 21%, 유럽 13%, 동남아 12%, 일본 7%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을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신작의 해외 흥행력이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됐다. 넷마블은 최근 모바일 MMORPG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액션 RPG와 수집형 RPG, 캐주얼 장르, PC·콘솔 지향 신작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다만 시장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졌다. 신작 기대감만으로 주가와 실적이 움직이던 시기와 달리, 실제 매출 순위와 이용자 잔존율, 글로벌 장기 흥행 여부가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결국 넷마블의 하반기 반등 여부는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가 멀티플랫폼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SOL: 인챈트’가 국내 MMORPG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IP와 스타 마케팅, 글로벌 포트폴리오라는 무기는 이미 갖췄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신작 흥행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실적 개선 흐름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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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포럼 2026, 김광석 연구실장 "반도체 초과세수 계속 이어가야"
[경제일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초과세수가 계속 달성되는 내년, 내후년을 맞이해야 한다” 27일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에서 열린 ‘경제일보 정책 간담회 2026’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김 실장은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광석 실장은 최근 AI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출하량 증가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확대는 시장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현재 수준의 초과이익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 심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그는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CXMT(창신메모리),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 역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초격차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 그마저도 36%로 급증했다”며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품목이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크게 △재정 건전성을 위한 국가채무 상환 △양극화 완화를 위한 분배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등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그는 한국 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8년 연속 적자재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 재정운용계획’상 오는 2029년까지도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조금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세수의 10~20%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국채 상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AI 중심 산업 호황이 일부 대기업과 자산 보유층에 집중되면서 산업·자산·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5분위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율이 5.9%로 치솟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절대적인 소득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며 “어려워지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의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가장 중요한 방향으로 미래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상황에서 노동 투입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투자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김 실장은 “기술 산업에서 미래에도 영업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열매를 걷었다면 내일 농사를 위한,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과세수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것에 정답은 없다”며 “대화합, 대타협의 과정을 거쳐 이 숙제(초과세수)를 해결하는 논리를 마련할 때”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8 0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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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세수, '나눠 쓰기'보다 '국가 재투자'가 먼저다
[경제일보]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한국 재정의 새 변수가 됐다. 인공지능(AI)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D램 가격 반등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 세수에도 예상 밖의 여력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다. 빚을 갚을 것인가, 국민에게 나눌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성장에 투자할 것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겸임교수)은 27일 발표자료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에서 초과세수 활용의 세 갈래 선택지를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정 여력을 일회성 소비로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채무 관리와 미래 산업 투자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번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초과세수의 성격 때문이다. 세수가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조적 세입 증가인지, 특정 산업 호황에 따른 일시적 수입인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항구적 복지 지출이나 반복성 현금 지원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가 왔을 때 재정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의 발표자료는 이 지점을 분명히 짚는다. 2019년 이후 한국 재정은 적자 흐름을 이어왔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총수입과 총지출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졌고, 2026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제시됐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 2026년 전망 기준 1415조원, 2027년 전망 기준 1533조원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7년 56.6%까지 오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는 초과세수를 단순한 ‘쓸 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재정은 경기 좋을 때 고삐를 죄고, 경기 나쁠 때 버팀목이 돼야 한다. 호황기에 생긴 여력을 정치적 인기 지출로 먼저 쓰면 정작 위기 때 쓸 탄약이 줄어든다. 중도보수적 재정 운용의 기본은 여기에 있다. 국가는 벌 때 아껴야 하고, 빚이 늘었을 때는 갚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분배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발표자료는 경기 회복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는 현실도 함께 제시했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고소득층과 디지털 기업은 회복의 상단에 있지만, 임시·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 전통 기업은 회복의 하단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활용한 발표자료에서는 2024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소득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3.6% 감소한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5.6%, 5.9%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따라서 분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전 국민 현금성 지원이나 단기 소비 진작책을 반복하는 것은 재정 원칙에 맞지 않는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취약계층, 저소득 근로자, 한계 자영업자처럼 실제 충격이 집중된 계층에 한정해야 한다. 넓고 얕은 지원보다 좁고 두터운 지원이 재정 효율에도 맞고, 시장 질서에도 덜 해롭다. 더 중요한 선택지는 투자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문턱을 넘었다. 발표자료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고,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도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을 제시한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162020년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단순 소비로 쓰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을 현재 세대가 앞당겨 쓰는 일에 가깝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 호황도 영원하지 않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최근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고, DDR4·DDR5 가격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세수가 늘지만, 가격이 꺾이면 기업 이익과 법인세 수입도 함께 줄어든다. 특정 시점의 초과세수를 영구 재원처럼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쟁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발표자료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 아니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 확대 흐름을 제시했다. 2024년 1분기 1% 수준으로 표시된 CXMT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4%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중국의 추격은 가격 경쟁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이런 상황에서 초과세수의 최우선 사용처는 분명해진다. 첫째, 국가채무 관리다. 최소한 일정 비율은 채무 상환이나 적자 보전에 자동 배분하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 산업 투자다.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전력망, 데이터센터, 인재 양성, 소부장 국산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다. 이 순서가 바뀌면 재정은 느슨해지고 산업 정책은 흔들린다. 발표자료가 제시한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맥킨지 자료를 인용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특히 AI 워크로드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제시됐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반도체,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다. 한국이 이 흐름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세수 증가분을 소비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대적이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1분기 36.1%까지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주요 품목별 수출에서도 반도체는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 등을 크게 앞서는 핵심 품목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 역시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반도체가 흔들리면 수출, 세수, 증시, 고용, 환율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그러나 국가경제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반도체 호황은 성장의 기회지만, 동시에 편중의 위험을 키운다. 초과세수는 이 위험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반도체 초과세수로 반도체만 더 키우자는 의미가 아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AI, 로봇, 방산, 바이오,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등 다음 성장 축을 넓히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초과세수를 ‘누가 더 많이 나눠줄 것인가’의 경쟁으로 끌고 가기 쉽다. 그러나 재정은 선거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기 있는 지출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지출이다. 국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도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큰 원칙 안에서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찾아온 귀한 기회다. 하지만 기회는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비용으로 바뀐다. 초과세수를 모두 써버리는 국가는 다음 불황에 빚으로 버틴다. 초과세수를 빚 갚기와 미래 투자에 배분하는 국가는 다음 호황의 체력을 만든다. 결론은 분명하다. 반도체 초과세수는 ‘공돈’이 아니다. 국민 경제가 특정 산업의 위험을 떠안고 얻은 성과다. 따라서 그 쓰임도 신중해야 한다. 먼저 갚고,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나누며, 남은 힘은 미래 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이 재정의 상식이고, 산업국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책임 있는 길이다.
2026-05-27 22: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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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택 CPO 퇴사 수순…카카오, '카톡 개편' 후폭풍에 리더십 공백
[경제일보]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퇴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카오톡 개편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카카오톡의 친구탭을 피드형 구조로 바꾸는 대규모 개편을 주도한 핵심 임원이 물러나면서, 카카오는 이용자 민심 회복과 AI 기반 서비스 전환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홍 CPO는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퇴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CPO는 토스뱅크 대표를 지낸 뒤 지난해 카카오에 합류해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제품 전략을 총괄했다. 당시 카카오는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했다. 논란의 중심은 친구탭 개편이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카카오톡 첫 화면 성격의 친구탭을 기존 전화번호부형 목록에서 인스타그램식 피드형 구조로 바꿨다. 친구의 프로필 변경이나 게시물을 더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광고 지면도 함께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메신저 본질을 훼손했다”, “원치 않는 소식과 광고가 과도하게 노출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낮은 평점과 이전 방식으로 돌려달라는 리뷰가 이어졌고, 카카오는 결국 친구 목록을 첫 화면에서 다시 볼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홍 CPO는 당시 사내 공지를 통해 개편 방향을 ‘소셜 확장’과 ‘메신저 기능 강화’로 설명했다. 앱 다운로드 수와 트래픽 등 주요 지표는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해명 이후에도 책임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다만 카카오톡 개편은 실적 측면에서는 일정한 효과를 냈다. 카카오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9421억원, 영업이익은 2114억원이었다. 플랫폼 부문 중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6086억원을 기록했고, 톡비즈 광고 매출은 3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카카오는 금융 광고주 중심의 수요 확대, 메시지 상품 다각화, 디스플레이 광고 증가 등을 성장 배경으로 설명했다. 결국 카카오톡 개편은 ‘수익성 개선’과 ‘이용자 신뢰 훼손’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동시에 남겼다. 광고 지면 확대와 체류 시간 증대는 카카오의 숙원이던 톡비즈 성장에 기여했지만, 국민 메신저로서 쌓아온 편의성과 신뢰에는 타격을 줬다. 카카오톡은 단순 앱이 아니라 국내 이용자의 일상 인프라에 가까운 서비스다. 이 때문에 이용자 동의 없이 사용 경험을 크게 바꾸는 실험은 일반 플랫폼보다 더 큰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홍 CPO의 이탈은 카카오의 제품 리더십에도 부담이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에이전트, 맞춤형 추천, 광고·커머스 고도화 전략을 본격화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했던 핵심 임원이 물러나면서 서비스 방향성과 조직 운영의 연속성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카카오가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광고와 커머스 수익을 키우되 이용자가 카카오톡을 ‘불편한 광고판’으로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AI 기능을 붙이더라도 메신저 본연의 간결함과 사적 소통의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 설계가 필요하다. 후임 CPO 인선도 단순한 자리 채우기가 아니라, 제품 철학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 측은 후임 인선을 서둘러 경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사만으로 논란이 끝나지는 않는다. 카카오톡 개편 사태는 카카오가 성장 정체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와 어떤 방식으로 합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2026-05-27 17: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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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톤 에틸렌이 온다…한국 석유화학 재편의 'X 변수'
[경제일보] S-OIL의 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Shaheen Project)'가 막바지 공정에 들어갔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던 정유사가 석유화학 원료까지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2022년 11월 이사회에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석유화학 2단계 확장 사업이다. 총 투자비는 9조2580억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대 규모다. 완공 시 에틸렌 연산 180만톤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 기존 전체 에틸렌 생산량 176만톤을 웃도는 규모다. 4월 말 기준 EPC(설계·조달·시공) 공정률은 96.9%로, 6월 말 기계적 완공 이후 올해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다.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원천 기술로,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 기존 설비 대비 원료 수율이 3~4배 높고, 에너지 강도 지수 기준 업계 상위 25%(1분위) 수준으로 설계됐다. 파일럿 플랜트 단계부터 수년간 검증을 거쳤으며, 샤힌 프로젝트가 세계 최초 상업 적용 사례가 된다. S-OIL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정유업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정제마진 변동성이 크고, 전기차 확산으로 장기적인 석유제품 수요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조3546억원에서 2024년 4222억원, 2025년 2356억원으로 2년 만에 82% 줄었다. S-OIL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고 했다. 원가 경쟁력 앞세운 포트폴리오 전환 샤힌 완공 시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비중은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S-OIL은 "'정유사에서 화학사로의 전환'이 아닌 '정유에서 화학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원가 경쟁력의 핵심은 TC2C와 수직계열화 구조다. 기존 정유시설의 부생가스·중질유 등 저부가가치 원료를 공정에 투입하고, 아람코와의 원유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나프타 외부 구매 의존도를 줄인다. 연간 생산 에틸렌 180만톤 가운데 132만톤은 자체 폴리머 설비에서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HDPE 44만톤)으로 가공된다. 잔여 약 58만톤과 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기초유분은 울산·온산 산단 내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배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세계 첫 상업 적용에 따른 기술 리스크에 대해 S-OIL 관계자는 "FEED(기본설계)·EPC 단계를 통해 충분한 검증을 마쳤고, 수십 년간 축적한 플랜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 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 외부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미·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아시아 NCC(납사분해설비) 업체들의 가동률이 최대 20~3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S-OIL은 아람코 계열사 지위를 활용해 정유설비 가동률 90% 수준을 유지했고,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2311억원으로 반등했다. 경쟁사들이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샤힌 프로젝트의 초기 시장 진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공급 과잉·재무 부담은 변수 가장 큰 변수는 업황이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설비 감축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대산·울산 산단에서는 기업 간 설비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산 180만톤 신규 설비 진입은 부담 요인이다. 잔여 에틸렌 58만톤의 외부 공급을 두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등과의 공급 경쟁도 불가피하다. 재무 부담도 누적됐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8.7%에서 2025년 말 198.8%로 단계적으로 올랐고, 2026년 1분기 말에는 201.7%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6조660억원, 총차입금은 7조5353억원에 달한다. 아람코가 대여금 6억달러·한도대출 5억38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3년 산업시설자금대출 1조원, 2025년 샤힌 관련 회사채 6800억원도 조달했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수익을 내야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 S-OIL 관계자는 "시황의 부침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수십 년을 내다본 투자인 만큼 TC2C 기반 원가 경쟁력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샤힌은 2010년대부터 검토해온 투자로, 글로벌 최신 설비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울산 지역은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구조조정 논의가 더디다"며 "S-OIL 입장에서는 아직 가동도 하지 않은 신규 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26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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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HUG 신용등급 'AA' 상향…실적 회복에 재무 개선까지
[경제일보] 동부건설이 실적 개선과 재무 체질 변화 성과를 바탕으로 대외 신인도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 둔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와 재무 건전성 강화가 실제 신용평가에도 반영되는 흐름이다. 동부건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026년 신용평가에서 전년 대비 5단계 상승한 ‘AA’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 HUG 신용평가는 보증거래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능력, 사업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하는 지표다. 분양보증과 PF 보증, 보증한도, 보증료율 등 주요 보증 업무와 직접 연결돼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사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등급 상승 배경에는 실적 회복이 자리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조6315억원, 영업이익 605억원, 당기순이익 4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영업손실 996억원과 당기순손실 1321억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재무 안정성도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2024년 251.15%에서 지난해 195.14%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4327억원에서 5317억원으로 늘었다. 이자보상배수 역시 마이너스 7.43배에서 4.06배로 개선되며 수익 구조 안정성이 높아졌다. 이번 등급 상향은 단순한 평가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HUG 신용등급은 보증료율과 융자금 이율, 보증심사 기준, 보증한도 산정 등에 활용되는 만큼 향후 주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시공능력뿐 아니라 금융 조달 능력과 사업 안정성도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자금 조달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건설사의 신용도는 사업 추진 속도와 조합 신뢰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꼽힌다. 동부건설은 공공·관급공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민간참여 공공주택과 도시정비, 산업시설 분야로 수주 영역을 넓히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여기에 선별 수주 전략과 현장별 원가관리 강화를 병행하며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이번 HUG 신용등급 상향은 단순한 등급 개선을 넘어, 회사의 실적 회복과 재무 체질 개선이 보증기관의 평가 기준에서도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주택·도시정비사업 등에서 신용도와 보증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개선된 대외 신인도를 바탕으로 사업 안정성과 수주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
2026-05-26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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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와 '그들만의 잔치'… 도덕경에서 찾는 경제 정의
[경제일보] 대한민국 경제가 거대한 착시(錯視)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 덕에 올해 1분기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초과 세수가 7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외견상으로는 유례없는 풍요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허리는 무섭게 휘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 증가액의 80% 이상을 상위 5대 기업이 독식하는 ‘K자형 수출 양극화’가 심화하는 와중에,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활력을 잃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시적 호황이 야기한 사회적 박탈감과 갈등이다. 최근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특별성과급 합의는 불평등에 신음하던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고정해 개인 성과와 무관하게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글로벌 기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성인 남녀의 78%가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분노하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 고액 성과급 잔치는, 담장 밖 대다수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깊은 허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바야흐로 반도체가 가린 착시 속에서, 대한민국은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균열하고 있다. 『도덕경(道德經)』 제77장에는 천지도(天之道)와 인지도(人之도)를 대비하는 명언이 나온다. "하늘의 길은 남는 데서 덜어내어 부족한 데를 보태주지만, 사람의 길은 그렇지 아니하여 부족한 데서 취하여 남는 데를 더해준다(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지금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논란은 정확히 '인지도', 즉 있는 자에게 더 얹어주고 없는 자의 기회를 빼앗는 탐욕의 질서와 닮아있다.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반도체 이익은 소속 근로자들의 땀방울만으로 일궈낸 것이 아니다.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단가 희생,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지원, 그리고 온 국민이 감내한 세제 혜택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초과 이익을 특정 대기업 노사가 독점적 배타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과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당장 기업 내부에서부터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 비반도체 부문의 흑자 사업부는 성과급에서 배제된 반면, 정작 적자를 낸 반도체 사업부는 거액을 챙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노노(勞勞)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며 기업의 결속력을 해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영계의 대응이다. 노란봉투법 등 노사 리스크가 커지고 임금 압박 이 거세지자, 기업들은 단순 생산직부터 석·박사 연구직까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경영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의 성과급 잔치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 씨를 말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홀로 독주하는 구조는 고용 시장의 이중구조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고착화할 것이다. 성경 구절에도 "지혜 있는 자는 들으라, 공의를 굽게 하는 자는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있다.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고, 협력업체의 헌신을 외면한 채, 오직 힘을 가진 거대 노조의 요구에 밀려 퍼주기식 합의를 감행한 경영진 역시 '주주 충실 의무' 위반이라는 법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주는 기업이 어려울 때 자본 손실의 위험을 고스란히 짊어진다. 위험은 주주와 사회가 나누고, 이익은 대기업 노동자만 선취하는 비대칭적 이익 배분 구조는 자본주의의 기본 규칙을 왜곡하는 행위다. 반도체 특수라는 환각에 취해 우리 사회가 미래를 위한 투자와 규제 개혁,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타이밀을 놓친다면 그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착시 현상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막 시작된 대한민국 전체의 숙제다. 이번 수요일 국회에서 열리는 본지(경제일보)의 긴급간담회 ‘삼성반도체 문제, 이제 시작이다’ 역시 이러한 시대적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특정 집단의 이익 독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집중 해부해야 한다. 정부 역시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장 내년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올해 발생할 초과 세수를 철저히 추계하고, 이를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넘어 양극화 완화와 신성장동력 확충, 그리고 무너지는 민생을 돌보는 데 어떻게 쓸지 구체적인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는 "승자가 되기 위해 타인을 패자로 만들지 말라"고 가르친다. 대기업 노사는 자신들의 풍요가 타인의 허탈감과 청년들의 기회 박탈 위에 서 있지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글로벌 기준과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보상 원칙을 재정립하고, 독소적인 노동관계법을 손질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착시에서 깨어나 공존의 길을 모색할 때다.
2026-05-25 13: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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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업의 밤을 넘겼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제 시작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은 아직 완결된 상태가 아니다. 노사는 총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5월 22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투표가 가결돼야 협상은 공식 타결된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안도의 박수를 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대기업 노사관계의 새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핵심은 분명하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업 이익은 기계와 자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자의 밤샘, 생산라인의 긴장, 영업 현장의 압박, 실패를 견딘 조직의 시간이 쌓여 실적이 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눈 직원들이 호황기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상식이 어느 순간 공식이 되는 데 있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요구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기업 노조들에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달라”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뚜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월 기본급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았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규모와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파업 준비에 나섰고,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 아니다. 기업 이익을 노동, 주주, 투자 사이에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다. 여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러나 성과 배분이 미래 투자까지 잠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으로 내일의 공장을 짓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통신은 AI 데이터센터와 보안 투자, 네트워크 고도화를 피할 수 없다. 조선과 방산도 호황이 왔다고 해서 불황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들 산업에서 영업이익은 단순한 현금 보따리가 아니다. 다음 경쟁을 준비하는 종잣돈이다. 성과급을 주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더 투명하게 줘야 한다.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산식을 공개하고,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의 기준을 같은 원칙 위에 올려야 한다. 회사가 “미래 투자”를 말하려면 어디에, 왜,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와 임원 중심 보상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노동자에게만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노조도 물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성과 배분 요구가 한국 노동 전체의 정의와 맞닿아 있는가.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열려 있는가. 대기업 내부의 몫만 커지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의 승리라기보다 노동 내부 불평등의 확대일 수 있다. 삼성은 언제나 기준이었다. 임금도 기준이었고, 복지도 기준이었고, 성과급도 기준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진 관행은 삼성 안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기업 노조는 비교의 근거로 삼고, 다른 기업 경영진은 방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번 잠정 합의안은 삼성만의 문서가 아니다. 한국 기업사회 전체가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이익을 부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만 앞세워 의를 잃지 말라는 경계다. 노동도, 경영도, 주주도 이 말을 피해 갈 수 없다. 노동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되 기업의 내일을 보아야 한다. 경영은 투자를 말하되 직원의 기여를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주주는 배당과 주가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 배분 경쟁이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우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고민해야 한다. 삼성이 파업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경제가 숙제를 푼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과 배분을 정교한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마다 비율 경쟁을 벌이는 소모전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원칙 없는 보상 경쟁은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기업도, 노동도,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단단한 기준이다. 삼성의 잠정 합의가 성과급 도미노의 면허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6-05-2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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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 비용 전략 엇갈렸다… 거래 침체에 과세·규제 부담까지 겹쳐
[경제일보]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1분기 비용 전략이 엇갈렸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광고와 전산 운영, 매출 연동 비용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고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비용 통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양사 모두 거래대금 감소라는 본질적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은 1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반면 빗썸의 1분기 영업비용은 7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빗썸은 판매촉진비를 670억원에서 181억원으로 줄였고 광고선전비도 96억원에서 45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비용 흐름은 실적 부진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갈렸다. 두나무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80억원으로 78% 줄었다. 빗썸도 1분기 매출이 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95.8%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8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두나무 비용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매출연동수수료다. 1분기 매출연동수수료는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다. 원화마켓 입출금 수수료와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 등 매출과 연동되는 비용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이동 수수료는 이용자 대신 거래소가 부담하는 가스비 성격이 있어 가상자산 시세와 네트워크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 마케팅비와 달리 거래대금과 반드시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는 구조는 아니다. 전산 운영비도 양사 모두 증가했다. 두나무의 1분기 전산운영비는 약 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회사 측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운영 비용 증가 영향을 설명했다. 빗썸도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과 전산 관련 라이선스 비용 등이 포함된 지급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한 24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서 전산비 증가는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용이다. 거래소는 24시간 거래와 실시간 시세 처리, 대량 주문 대응, 지갑 관리, 보안 관제, 이상거래 탐지, 트래블룰 대응 등을 유지해야 한다. 거래대금이 줄어도 기본 인프라 비용은 쉽게 낮추기 어렵다. 시장 침체기에는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더 빠르게 압박한다. 광고비 전략은 정반대였다. 두나무의 1분기 광고선전비는 약 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시장이 위축된 국면에서도 이용자 유입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비용 집행을 이어간 셈이다. 반면 빗썸은 광고선전비를 53% 줄였고 거래대금 규모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멤버십 리워드 중심의 판매촉진비도 73% 축소했다. 문제는 거래소 비용 전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대금과 보유금액이 동시에 줄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더블록 집계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올해 1분기 누적 거래대금은 2228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56.8% 감소했다. 4월 거래대금은 550억9000만달러로 202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올해 2월 말 국내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6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주식시장 호황도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AI 기대감, 대형주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은 정책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이후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 매력이 약화됐다. 일부 시장 분석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머물던 개인투자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봤다. 과세 불확실성도 시장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 과세는 2024년 말 법 개정으로 2년 유예돼 2027년 1월1일 이후 발생분부터 적용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총 22%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식 과세와의 형평성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22%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개인투자자 디지털자산 양도차익 과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일부에서는 과세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세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투자자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세 논의 역시 시장에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확정된 제도는 거래세가 아니라 기타소득 과세지만 과거 세원 파악의 어려움 때문에 거래세를 먼저 도입한 뒤 소득세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매매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단기 매매와 시장 유동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과세 방식이 소득세든, 거래세든 제도 설계가 불명확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규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와 전산 안정성, 고객확인 절차, 이상거래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5분 주기 잔고 검증 의무화 등 이용자 자산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빗썸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통제와 전산 시스템 문제를 점검해 제재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처럼 거래소 내부통제와 전산 운영 문제가 드러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가 산업 육성보다 제재 중심으로 기울 경우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 위축될 수 있다. 거래소는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용자는 과세·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나무와 빗썸의 비용 전략 차이는 이런 환경 속에서 나온 선택이다. 두나무는 침체기에도 광고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와 이용자 접점 확대를 택했다. 반면 빗썸은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를 줄이며 손실 확대를 막는 방어적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거래대금 감소와 코인 과세 논란, 규제 강화, 주식시장 호황이라는 외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비용 전략만으로 실적 반등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 대목에서 다시 짚어야 할 부분은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가상자산을 투기 억제 대상으로만 보고 과세와 제재를 앞세울 경우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과 시장 유동성은 더 약해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활성화 정책과 세제 논의가 병행되는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과세 시행과 제재 강화 신호가 먼저 전달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 인프라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은 규제 틀을 강화하면서도 기관투자자 참여와 법인 거래,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순히 거래소를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1분기 실적 부진은 단순히 광고비를 많이 썼느냐, 리워드를 줄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거래대금 감소와 투자자 자금의 주식시장 이동, 과세·규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 전체 활력이 약해진 결과다. 정부가 내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다면 거래소의 비용 효율화만으로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6-05-22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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