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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끝나나"…한은 부총재 "인상 전환 고민할 때"
[경제일보]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어져 온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되고,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 부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3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현직 금융통화위원이 공개 발언을 통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 변화가 금리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전쟁 이후에도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지 않은 반면, 물가는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2.0%, 물가상승률 2.2%를 제시했지만, 현재 흐름은 ‘성장은 방어, 물가는 상방’으로 기울고 있다는 진단이다. 유 부총재는 “반도체 사이클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개선됐고, 정부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도 살아났다”며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고, 물가는 오히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에 대해서는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상방 압력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통화정책의 초점이 경기 부양에서 물가 안정으로 다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금리 경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유 부총재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금리 인하 사이클보다는 인상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5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의 경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유 부총재는 “조건이 많이 바뀐 상황에서는 기존 점도표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확률분포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향후 금리 경로가 기존보다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환율과 대외 변수도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정세 불안 이후 1500원선을 넘나들다 최근 1470~148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 부총재는 “펀더멘털 대비 환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화 유동성 위기나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을 여전히 2% 안팎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결국 통화정책의 향방은 ‘물가와 성장의 균형’에서 ‘물가 우선’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이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성장 여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금리 인상 카드가 다시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오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실제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더라도,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매파적 신호’가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026-05-04 10: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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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서 'SUMMIT Silo' 정원 선봬 外
[경제일보] 대우건설은 서울숲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참가해 주거 브랜드 ‘써밋(SUMMIT)’의 철학을 담은 기업동행정원 ‘SUMMIT Silo’를 선보였다고 4일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Seoul, Green Culture: 자연과 도시문화가 공존하는 정원도시 서울’을 주제로 열렸다. 서울숲의 자연 생태 환경과 성수동 일대를 연계해 정원 문화를 도시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총 71만㎡ 규모에 국내외 관람객 1500만 명 방문을 목표로 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우건설이 조성한 ‘SUMMIT Silo’는 ‘고요함(Silence)’과 ‘저장고(Silo)’를 결합한 명칭으로 서울숲 내 주요 동선이 교차하는 핵심 지점에 위치한다. 정원의 원형 구조는 서울숲의 동선 흐름에서 착안한 것으로 ‘삶의 정점에서 누리는 성취의 순간’이라는 써밋의 브랜드 철학을 공간에 반영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대우건설 주요 프로젝트의 조경 설계사인 ‘GRANT ASSOCIATES(그랜트 어소시에이츠)’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정원에는 SUMMIT 브랜드 음원과 연동된 조명 연출을 적용해 시청각적 몰입감을 더했다. 지면에서 띄운 플로팅(Floating) 데크 구조를 통해 쾌적한 이용 환경을 조성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기업동행정원은 서울숲의 기존 숲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고품격 휴식 공간으로 조성했다”며 “외부의 소음과 한 걸음 멀어진 공간에서 시민들이 삶의 여유와 사색의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BS한양, 고덕국제신도시 수자인풍경채 1·2단지 견본주택 개관 예정 ㈜BS한양과 제일건설㈜은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수자인풍경채 1·2단지’의 견본주택을 개관하며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고덕국제신도시 수자인풍경채 1·2단지는 고덕국제신도시 2개 블록에 2개 단지, 총 1126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공동주택이다. 1단지는 지하 2층~지상 25층, 총 670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2단지는 지하 2층~지상 23층, 총 456가구로 조성된다. 시장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와 101㎡로 구성됐다. 타입별 일반분양 가구 수는 1단지는 △84㎡A 181가구 △84㎡B 147가구 △84㎡C 97가구 △101㎡ 245가구로 구성되며 2단지는 △84㎡A 123가구 △84㎡B 105가구 △84㎡C 61가구 △101㎡ 167가구가 공급된다. ‘고덕국제신도시 수자인풍경채 1·2단지’의 견본주택은 평택시 고덕동 일원에 오는 8일 마련된다. 분양일정은 1∙2단지 모두 11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2일 1순위, 13일 2순위 청약을 접수한다. 당첨자 발표는 1단지 19일, 2단지 20일로 달라 중복 청약이 가능하다. 당첨자 계약은 다음 달 1일부터 4일간 진행된다. 전용 84㎡ 기준 평균 분양가가 5억 원 초중반대로, 고덕국제신도시 시세 대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됐다. 최근 고덕에 분양한 공공단지와 비교해 입지와 상품 구성 면에서 한 단계 앞서 있으면서도 분양가 차이가 크지 않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크다는 평가다. 2단지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투자 수요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와 투자 수요 양쪽에서 고른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주지에 관계 없이 누구나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전국 청약지역으로 만 19세 이상 성년이라면 세대주·세대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12개월에 지역·면적별 예치금을 충족하면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부영그룹, 창신대 ‘대학 AI 지원사업’ 선정 부영그룹은 창신대학교가 올해 처음 시행되는 ‘2026년 대학 인공지능(AI) 기본교육과정 개발 지원사업’에 경남권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이번 사업은 대학생이 갖춰야 할 보편적 AI 역량을 체계적으로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규 국책 사업이다. 전국 80개 대학이 지원하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총 20개 대학이 선정됐다. 창신대는 인공지능(AI) 기본교육과정 개발·운영의 적절성, 교수자 역량 강화 전략, 교육과정 공유 및 성과 확산 계획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정에 따라 창신대학교는 향후 2년간 연차평가를 전제로 연간 최대 3억 원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이에 창신대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초 교양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인공지능의 윤리적 활용과 비판적 사고를 포함한 핵심 역량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비공학계열 전공과 연계한 ‘인공지능(AI) 활용 소단위 전공 과정’을 개발해 전공 기반 AI 융합 역량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방침이다. 나아가 창신대는 단순한 교육과정 개편을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된 실용 중심의 AI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데이터 분석 및 자동화 분야에서 요구되는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립창원대학교가 수행 중인 ‘인공지능 부트캠프 사업’과 연계해 교육과정 공동 개발 학점 교류, 비교과 프로그램 협력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기반의 연계형 AI 인재 양성 모델을 구축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부영그룹 창신대학교 관계자는 “경남 지역 유일 선정 대학이라는 성과는 창신대학교의 교육 혁신 역량을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다”라며 “전교생 AI 기본 소양 교육을 통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6-05-04 09: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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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전환 이끈 현장 전략…T1 홈그라운드, 팬 이벤트 넘어 오프라인 사업 모델로
[경제일보] "T1 홈그라운드가 진행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어디인가요" 26일 'T1 홈그라운드' 마지막 날, 중국인 남녀 커플이 번역 앱을 통해 본행사가 진행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로 가는 길을 물었다. 3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한국인 팬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팬들이 모이며 글로벌 행사로 자리잡은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엇 게임즈의 AOS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구단 T1의 오프라인 행사 'T1 홈그라운드'가 3년차를 맞아 규모와 운영 방식에서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e스포츠 구단의 오프라인 사업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발성 팬 이벤트에서 출발해 연례 브랜드 행사로 자리잡은 데 이어, 연 2회 개최까지 예정하는 등 하나의 수익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T1 홈그라운드'는 지난 2024년 6월 경기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처음 열렸다. 하루 일정으로 진행된 1년차 행사에는 약 7000명이 방문하며 팬 오프라인 이벤트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지난해 진행된 2년차 행사는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장소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로 옮기고 3일간 진행하는 행사로 확장됐다. 관람객도 약 3만명 수준으로 증가하며 단순 팬 이벤트를 넘어 대형 오프라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3년차인 올해 역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3일간 진행되며 행사 구조를 유지하되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또한 오는 8월 홈그라운드 행사 추가 개최도 예고하면서, 지난해 관람객 증가와 현장 소비 성과를 통해 상업성을 확인한 T1이 행사 자체를 하나의 사업 모델로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확장 흐름은 실제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T1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886억원으로 전년 490억원 대비 약 8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상품 판매 등 직접 소비 기반 매출이 741억원으로 전년 396억원 대비 약 8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굿즈와 현장 판매, 팬 경험형 콘텐츠가 결합된 오프라인 이벤트 확대와 맞물리며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도 성장세가 확인된다. 국내 매출은 약 90% 가까이 증가했고, 미주·아시아·유럽 등 해외 매출 역시 고르게 확대됐다. 글로벌 팬 유입이 늘어난 오프라인 행사와 IP 확장이 실제 수익 구조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행사 구성 역시 연차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변화했다. 경기 관람 중심의 팬 행사였던 1회에서 지난해 2회차에는 공연과 이벤트를 결합해 콘텐츠 요소를 강화했고, 3년차에는 경기와 공연 사이에 배치된 팬 참여형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켰다. 단순히 관람하는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머물고 소비하는 경험까지 고도화했다. 이 같은 변화는 e스포츠 구단의 수익 구조 다변화와 맞물린다. 기존 e스포츠 구단은 중계권과 스폰서십, 리그 성적에 따른 수익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이를 오프라인 이벤트로 확장해 직접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로 넓히며, 팬 경험 확대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는 접점으로 오프라인 행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e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 더욱 강화됐다. K팝 공연과 글로벌 아티스트 무대, 팬 참여형 프로그램이 경기 일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행사 전체가 하나의 종합 콘텐츠로 구성됐다. 관람 중심 스포츠 이벤트에서 체류형 엔터테인먼트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3일차 행사는 LCK CL 경기로 시작해 본 경기인 LCK 매치로 이어졌고, 경기 사이에는 전광판 이벤트가 배치돼 관람 흐름을 이어갔다. 오프닝 세리머니에서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크리시 코스탄자의 공연이 진행됐고, 마지막에는 팬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단과 팬 간 접점을 확대하는 일정이 이어졌다. 'T1 홈그라운드'는 3년간의 변화를 통해 e스포츠 구단이 단순 경기 운영 주체를 넘어 자체 IP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콘텐츠 사업자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오프라인 확장 흐름 속에서 향후 e스포츠 구단 간 오프라인 이벤트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스포츠 산업이 경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소비, 브랜드를 결합한 방향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구단 주도의 오프라인 행사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2026-04-26 20: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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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광화문을 넘어 세계로 흘렀다
[경제일보] 세종대왕 동상 너머로 봄밤 광화문이 붉게 물들었다. 21일 오후 8시, 방탄소년단(BTS) 7인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2만2000명의 함성이 세종대로를 타고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조선 왕조가 남긴 근정문(勤政門)을 나서 흥례문을 지나 광화문 월대를 밟고 무대로 걸어 들어온 일곱 청년의 발걸음 안에는, 3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압축돼 있었다. 전석 무료로 열린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 기념 컴백 공연 '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생중계됐다. 특정 가수가 광화문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쇼가 시작된다"(The show is starting!)고 속보를 타전했고, BBC는 광화문 문루(門樓)를 파리 개선문에 빗댔다. 왕의 길을 따라 무대로 공연이 남다른 인상을 남긴 것은 단순한 음악 퍼포먼스를 넘어선 공간의 연출 때문이었다. BTS는 경복궁 내부 근정문에서 출발해 흥례문, 광화문, 월대를 거쳐 무대로 향했다. 조선시대 왕과 백성이 소통하던 '왕의 길'을 그대로 밟은 셈이다. 공연 전 빅히트 뮤직이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RM은 "광화문과 무대가 서로 가리지 않도록 오픈형 구조로 설계해 한 화면에 담겼다"고 밝혔다. 공연은 신곡 '바디 투 바디'로 막을 올렸다. 한국 민요 '아리랑'을 샘플링한 이 곡의 첫 소절이 울려 퍼지자, 좌석 구역에 앉은 아미(ARMY)들이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만 명이 600년 역사의 궁궐을 배경으로 조선의 민요를 떼창하는 광경은 누가 기획해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연출을 맡은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은 런던 올림픽 개폐회식과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지휘한 인물이다. 이번 앨범 제목 '아리랑'은 130여 년 전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이 노래를 불렀던 이름 모를 이들의 이야기와, 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BTS의 서사를 하나의 실로 엮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앨범의 14곡 가운데 13곡에 RM이 작사에 참여했다. 리더인 그는 이날 다리 부상을 안고도 무대에 올랐다. 예측 빗나간 인파, 그리고 현장의 온도차 경찰과 서울시는 공연 전 최대 26만명의 인파를 예상하며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을 능가하는 경계 태세를 폈다.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은 오후 2시부터 무정차 통과로 전환됐고, 세종대로 1.2㎞ 구간은 사실상 야외 스타디움으로 봉쇄됐다. 안전요원과 경찰·소방 인력 1만5000여 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집 인파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경찰과 서울시 공식 추산으로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모인 인원이 4만~4만2000명 수준, 주변 일대를 합산해도 약 10만 명에 그쳤다. 26만 명을 상정하고 꾸린 안전·통제 체계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고, 현장에서도 "다소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철통 같은 교통 통제가 접근성 자체를 떨어뜨렸고, 공연 시간이 1시간 남짓이라는 사전 정보가 알려지면서 굳이 현장까지 오기보다 넷플릭스로 보겠다는 팬들이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광화문 방문 자제를 권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공식 좌석 2만2000석은 티켓을 받은 팬들로 빈틈없이 채워졌지만, 무대 바로 앞 구역을 벗어나면 공연장 특유의 공간 구조 탓에 대형 스크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좁고 길게 뻗은 세종대로의 특성상 무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실상 현장에서 넷플릭스 중계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공연 종료 후 팬들 사이에서 "정말 끝이야?"라는 말이 나돈 것은 이 공연이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짧게 느껴졌다는 아쉬움에 가까웠다. 인파 규모 자체보다 눈길을 끈 것은 국적의 다양함이었다. 현장 안전요원은 "체감 방문객의 6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브라질, 프랑스, 일본은 물론 체코, 루마니아, 미얀마, 우크라이나까지 각국의 언어가 뒤섞였다.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한 팬은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전쟁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줬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24세 여성은 "역사적인 장소에서 BTS를 보는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 운영을 두고는 적잖은 불만이 쏟아졌다. 입장 게이트 위치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찰에게 물어봐도 "앞으로 계속 걸으세요"라는 말만 들었다는 관람객이 여럿이었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온 관람객이 반입 제지를 당하는 등 소지품 기준도 불명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외국인 팬들은 한국어로만 공지되는 안내 방송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장을 헤맸다고 했다. 빛과 그림자, 엇갈린 반응 공연 뒤 광화문 인근 상권은 희비가 갈렸다. 공연장 주변 음식점들은 점심부터 이른 저녁까지 외국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밥집 사장은 "미국에서도 김밥 인기가 높아 아미들이 간편하게 들러 먹고 갔다"고 했고, 광화문 인근 식당 상당수는 아리랑 앨범 콘셉트에 맞춘 한식 메뉴를 내걸었다. 한 경제연구소는 이번 공연의 경제 파급 효과를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반면 공연장 외곽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3월 16일부터 시작된 광화문광장 통제로 인근 상인들은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출 손실을 봤다고 호소했다. 예상 인파에 대비해 물류를 대폭 늘렸던 편의점 업주들은 고스란히 재고 손해를 떠안았다. 공무원 차출, 직장인 강제 연차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의 행사가 과연 공공 광장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쟁도 이어졌다. 주최 측인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이 국가 인프라를 사실상 전용(專用)한 셈이라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공연이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행사 인파 관리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게이트 31곳을 통한 분산 통제와 20분 단위 순차 퇴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공연이 끝난 뒤 일부 팬들은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현장 쓰레기를 주웠다. '아리랑'이라는 선택의 무게 이번 앨범과 공연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음악적 성취보다 그 이름이 지닌 무게에서 비롯된다.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특정 누구의 소유도 아닌 채 수백 년을 이어온 노래다. BTS가 이 이름을 정규 앨범 타이틀로 전면에 내세우고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공간과 결합했을 때, 그것은 음악적 선택을 넘어 문화 정치적 행위가 된다.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이 앨범을 "군 복무 이후 가장 민족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결과적으로 이날 밤 광화문 무대가 세계에 전달한 것은 보편적 정서였다.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민요 가락에 맞춰 수십 개 나라 팬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의 개국과 일제 강점기,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었던 광화문이 K팝의 역사적 무대가 됐다는 사실은, K팝이 수십 년간 걸어온 길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앞으로 BTS는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고양·부산을 포함한 국내 투어와 유럽 브뤼셀·런던을 거치는 월드투어 'ARIRANG'을 예고했다. 오는 27일에는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BTS: The Return'이 공개된다. 완전체 복귀 이후의 BTS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그리고 이날 광화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봄밤의 광화문이 남긴 잔향은 그 질문을 품은 채 아직 서울 도심에 맴돌고 있다.
2026-03-22 1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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