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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조 원의 국민연금 대체투자, 이젠 수익보다 책임을 묻는다
[경제일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가 248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로, 세계적 수준의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의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저금리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펀드,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외형의 성장에 걸맞은 책임과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대한 기금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일반 금융회사의 투자자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민이 평생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조성된 공적 자산이며, 노후를 지탱하는 사회안전망이다. 따라서 기금 운용의 목표는 단순한 수익률 경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 안정성과 공공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함께 구현될 때 비로소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가 완성된다. 단기 성과를 위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외면하는 투자는 공적 연기금이 지향해야 할 길이 아니다. 문제는 대체투자의 특성상 투자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장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사모펀드와 해외 인프라, 부동산 투자 등은 계약 내용과 투자 대상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특성은 투자 판단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책임 있는 감시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검증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사후 관리가 미흡할 경우 공적 기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이나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익만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ESG를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장기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핵심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노동권 보호, 건전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이며, 장기적으로는 투자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결국 책임 투자는 수익성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인 셈이다. 국민연금 역시 이제 대체투자 분야에 특화된 ESG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투자 이후에도 정기적인 점검과 사후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민간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에도 ESG 이행 실적과 내부 통제 수준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 운용사의 수익률뿐 아니라 책임투자 역량까지 평가하는 체계가 정착될 때 시장 전체의 건전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투자 기밀을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 외부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대체투자의 ESG 위험과 관리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적 기금일수록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설명할 수 없는 투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248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와 미래 세대의 삶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세계적인 연기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규모보다 신뢰가 먼저다. 공공성을 잃은 수익은 오래가지 못하며, 책임 없는 투자는 결국 더 큰 손실로 되돌아온다. 국민연금과 정부는 지금이야말로 대체투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투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며, 공적 연기금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6-07-09 09: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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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조 원 AI 메가프로젝트, 선언보다 실행이 국가의 운명을 가른다
[경제일보] 국가의 흥망은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을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석유가 20세기 세계 질서를 재편했다면, 21세기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기지 조성을 포함한 1600조 원 규모의 'AI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감안할 때 결코 늦지 않은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사업을 챙기며 신속한 집행을 강조한 것도 국가적 절박함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거대한 숫자가 아니다. 16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이 실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행력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국가 프로젝트를 화려하게 발표했지만, 정치 일정에 밀리고 예산 확보에 실패하거나 지역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이번 프로젝트만큼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AI와 반도체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이 아니다. 제조업은 물론 금융, 의료, 국방, 교육, 물류에 이르기까지 국가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기반이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반도체 지원 정책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으며,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AI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럽과 일본도 첨단 산업 육성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국제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머뭇거리는 순간 미래 산업의 주도권은 영원히 다른 나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방향이 옳다 해도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가 전략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먼저 검증되어야 할 것은 재원 조달 방안이다. 1600조 원이라는 규모는 정부 재정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민간 투자와 정책금융, 연기금, 해외 투자자본을 어떻게 유치하고 결합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투자 주체와 재원 조달 방식, 사업 추진 일정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장은 숫자만 거창한 계획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역시 정치적 상징성보다 경제적 실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공장을 유치했다고 첨단 산업 생태계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기반시설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며, 초순수 용수 확보는 생산라인의 생명줄과도 같다.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등 물류망은 물론 연구개발 시설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특히 전력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송전망 확충과 발전 설비 증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장만 지어 놓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용수 공급 또한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산업용수 확보 계획은 사업 초기부터 철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성공 조건은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다. 대기업 몇 곳이 공장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설계 기업, 연구기관, 대학, 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금융 지원, 인력 양성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국가 산업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있다.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성과를 과장하기 위한 정치적 홍보도 모두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여야는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재원 조달과 실행 방안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생산적 경쟁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정치에 기대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다. 국가의 미래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치밀한 계획과 흔들림 없는 추진, 그리고 초당적인 협력이 있을 때 비로소 거대한 비전은 현실이 된다. AI와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다음 50년을 책임질 산업이다. 이번 1600조 원 AI 메가프로젝트가 역사에 남을 국가 대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인지, 또 하나의 거창한 청사진으로 끝날 것인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2026-06-30 07: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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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손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감시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경제일보]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주인은 누구인가.” 상장기업의 주인은 주주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때로 오너 일가의 뜻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주인이라기보다 조용한 손님처럼 주주총회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에도 침묵했고, 일반 주주가 손해를 보는 합병이나 배당정책에도 뒤늦게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에 머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도입된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돈을 맡은 수탁자로서 투자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행동지침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도입됐다.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수백 개 기관이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참여기관은 249곳이었다.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등 일정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에 가깝다. 가입 기관은 늘었지만 실제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코드에 참여한다고 선언해도 이행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써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비교와 검증이 어려웠다. 금융위에 따르면 과거 이행보고서를 공시한 기관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책임투자’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책임의 내용을 시장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바로 그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 핵심은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매년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시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수탁자 책임 정책과 이행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왜 지키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존 국내 상장주식 중심이던 적용 대상도 채권, 인프라,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수탁자 책임 활동의 고려 요소도 지배구조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전반으로 확대된다. 방향은 옳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말하는 밸류업도 결국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누고, 경영진이 자본비용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작지 않다. 기관이 침묵하면 기업은 변하지 않는다. 기관이 원칙 있게 묻고 따지면 이사회는 긴장한다.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 직장인의 퇴직연금, 개인투자자의 펀드 자금을 맡은 관리자다. 이들이 기업의 사업모델, 재무상황, 자본배분, 지배구조를 살피는 것은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수탁자의 기본 책무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따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정상 작동에 속한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 때리기’로만 보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밝은 면만 볼 수는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칼날은 기업을 향하지만, 그 칼을 쥔 기관투자자도 감시받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감시하느냐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행점검의 실무는 한국ESG기준원이 맡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최종 검토·의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 일각에서는 이 점검 체계의 독립성을 우려한다. 발전위원회에 자산운용업계 인사가 참여하고, ESG기준원이 의결권 자문이나 의안분석 서비스 등 금융투자업계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점검 대상과 점검 주체 사이에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는 출발선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의결권 자문 등 다른 업무와 공간·인력·정보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도 내부정보 교류 차단장치를 통해 이해상충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보아도 이해상충이 없다고 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시자는 실제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독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영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류는 2010년 영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자의 무관심과 단기주의가 위기를 키웠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FRC)를 중심으로 코드의 이행력을 높여왔다. 한국도 같은 모델을 그대로 베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업계가 업계를 점검한다’는 의심을 줄일 장치는 필요하다. 자율규범이라는 이름 아래 점검이 느슨하면 시장은 냉소하고, 정부 입김이 과도하면 기업과 기관투자자는 정치적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반민반관형 독립기구, 외부 전문가 중심의 평가위원회, 이해상충 공개 의무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ESG와 공동관여 활동도 신중해야 한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지만,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책임투자는 방향을 잃는다. 여러 기관투자자가 함께 기업과 대화하는 공동관여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치면 시장의 자율성과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는 강해야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자본시장 개혁은 칼보다 저울에 가까워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에 필요한 수술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권을 정상화하며,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실질화하는 방향은 맞다.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절반 안팎에 이르는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시장은 이제 ‘착한 기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문구가 아니라 집행에 달려 있다. 보고서를 의무화해도 내용이 부실하면 또 하나의 서류 행정이 된다. ESG를 넣어도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ESG 워싱만 키운다. 점검 체계를 만들어도 감시자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기관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을 점검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10년의 과제는 분명하다. 침묵하는 기관을 깨우는 것, 그리고 그 기관을 감시하는 눈까지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이 함께 갈 때 한국 증시는 숫자의 상승을 넘어 신뢰의 상승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6-22 14: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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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 돌파 이후…'1만피'는 통과점인가, 과열의 경고인가
[경제일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의 다음 고지가 어디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8000’은 상징적 목표였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과 외국인 매수세가 겹치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미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향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8일 9063.84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9100선도 돌파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9300선까지 넘어서며 랠리의 속도를 더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이익 모멘텀, 기업 실적 전망 상향, 외국인 자금 유입을 근거로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계론도 동시에 나온다. 금리 인상 가능성, 유가와 환율 변동,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언제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 9000 돌파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인지, 유동성과 반도체 랠리가 만든 단기 과열인지에 대한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코스피…이익 전망이 지수 상단을 다시 열었다 이번 코스피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 확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 서버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8800에서 1만1500으로 올려 잡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익 모멘텀 강화와 실적 전망 상향 조정 흐름이 코스피 상승 여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꺾이기 전까지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특히 반도체 업종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6%,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까지 감안하면 향후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했다. 올해 코스피가 이미 큰 폭으로 올랐지만 기업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시장이 메모리 호황의 지속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1만1000, DB증권은 1만1700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과 IBK투자증권도 강세 시나리오에서 1만2000선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가의 공통된 논리는 명확하다. 코스피 상승의 핵심은 유동성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것이다. ◆‘1만피’ 전망의 근거…저평가 해소와 외국인 매수세 코스피 1만선 전망이 힘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거 급등장에 비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수는 급등했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반도체주의 선행 PER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코스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끌면서 한국 증시가 아시아 시장 내 핵심 투자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과거와 다른 재평가 국면이 열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 실적 개선이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력기기, 조선, 방산, 금융,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도 이익 전망 상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가 지수를 끌고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반의 이익 체력이 함께 개선된다면 코스피 1만선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코스피 9000 돌파 이후 시장의 관심은 이제 지수 레벨보다 이익 전망의 지속성에 있다”며 “반도체 이익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다면 1만선 돌파는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열 경고도 커진다…반도체 쏠림과 금리 변수는 부담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기술적 과열 부담은 커졌다. 8000선 돌파 이후 9000선 안착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특히 지수 상승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만큼 특정 업종 조정이 곧바로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변수도 부담이다. 주가 상승 속도가 실물경제 개선 속도보다 빠를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 경계감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버티거나 유가가 재차 상승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성장주와 고밸류 업종의 조정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도 변수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출기업의 이익 전망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 수입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시장이 경계하는 것은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 논란이다. 현재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가 실적 전망을 밀어올리고 있지만, 공급 증가나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 시장은 빠르게 선반영에 나설 수 있다. 코스피 랠리의 핵심 엔진이 반도체인 만큼,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지수 전망도 동시에 조정될 수 있다. ◆코스피 1만 시대의 조건…실적·제도·수급의 삼박자 필요 향후 코스피가 1만선을 넘어 1만2000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실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상향이 계속되고, 비반도체 업종으로 실적 개선이 확산돼야 한다. 지수 상승이 소수 대형주에만 의존할 경우 랠리의 지속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제도 개혁이다. 코스피가 구조적으로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적이 좋아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작다면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수급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장기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단기 테마성 매수만으로는 1만선 안착이 어렵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장기 투자자 기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코스피 9000 돌파는 끝이 아니라 시험대”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 증시를 새로운 고지로 밀어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1만피와 1만2000피가 현실이 되려면 이익 증가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돼야 하고,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 밖으로 확산돼야 하며, 자본시장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26-06-19 0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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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코스피, 4대 금융지주만큼 배당하자
[경제일보] 코스피가 7800선을 넘어서며 8000선을 눈앞에 뒀다. 한국 증시는 그동안 가보지 않은 새역사를 걷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질주, 외국인 자금 유입, 기업 밸류업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가 높아졌다고 한국 자본시장이 곧바로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의 진격만이 아니다. 배당의 진격, 주주환원의 진격이다. 그 모범은 4대 금융지주에서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보유 자사주 전량인 발행주식총수의 3.8%, 당시 주가 기준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율 상한을 없애고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나금융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점을 2027년에서 올해로 앞당기려 하고, 우리금융도 총주주환원율을 지난해 36.8%에서 올해 40%대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한때 ‘이자 장사’ 비판을 받던 금융지주들이 오히려 한국 상장사의 주주환원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은 금융권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 전체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원칙이다. 상장기업은 자본시장에서 국민의 돈을 모아 성장한다. 개인투자자, 연기금,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에 자본을 맡긴다. 그렇다면 기업이 벌어들인 성과 역시 합리적인 방식으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한다. 주주는 단순한 자금 제공자가 아니라 기업 성장의 위험을 함께 부담한 동업자다. 물론 기업이 번 돈을 모두 배당하라는 뜻은 아니다. 미래 투자는 필요하다. 설비투자, 연구개발, 인재 확보, 신사업 진출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는 배당을 미루는 만능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성장은 환원의 반대말이 아니다. 좋은 기업은 성장과 환원을 함께 설계한다. 많이 벌면 더 많이 나누고, 미래 투자가 필요하면 그에 맞춰 자본을 배분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결국 여기에서 비롯됐다. 낮은 배당, 불투명한 지배구조,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 자사주 미소각, 물적분할에 따른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이 한국 기업의 평가를 눌러왔다. 주가는 기대를 먹고 오르지만, 배당은 신뢰를 먹고 쌓인다. 기대만 있는 시장은 뜨겁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신뢰가 있는 시장만이 깊어진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원칙이 돼야 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의 신호일 수 있지만, 소각 없는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는 잠재 물량이다. 한국에서는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심도 오래됐다.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을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이 원하는 언어는 ‘사겠다’가 아니라 ‘없애겠다’가 돼야 한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배당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니다. 기업이 주주를 동업자로 인정한다는 신호다. 개인투자자는 더 이상 단기 시세만 좇는 주변부가 아니다. 개인종합관리계좌(ISA),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들에게 배당은 한국 경제가 국민에게 돌려주는 성과 배분의 통로다. 국민이 장기 보유하려면 기업은 보유할 이유를 줘야 한다. 그 가장 확실한 이유가 배당이다. 정부와 국회도 역할을 해야 한다. 배당소득 과세체계를 합리화하고 장기보유 주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과 물적분할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배당을 늘리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시장은 구호가 아니라 규칙으로 움직인다. 좋은 기업을 칭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이 유리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코스피 8000선은 한국 경제의 자랑스러운 성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주주와 일부 기관투자자만의 잔치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투자했고, 국민연금이 보유했으며, 개인투자자가 위험을 함께 감당했다면 성과도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은 반기업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자본주의의 기본을 회복하는 일이다. 진격의 코스피는 이제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국민의 자본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국민에게 나눠 더 큰 기업이 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많아질 때 코스피 8000. 900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다.
2026-05-12 1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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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MSCI 최고등급 AAA 획득…ESG 경쟁력 입증
[경제일보] 엔씨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의 리스크와 장기 성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게임 산업 진출에서도 ESG 평가가 중요 요소로 사용되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9일 엔씨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MSCI의 2026년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하며 지속 가능 경영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엔씨는 지난 2022년 AA 등급을 받은 이후 4년 연속 이를 유지해 왔다. MSCI ESG 평가는 환경, 사회, 지배 구조 등 핵심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AAA부터 CCC까지 7단계로 등급을 부여하고 엔씨는 올해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하며 한 단계 상승했다. 엔씨는 이번 평가에서 투명한 인적 자원 정보 공개, 온실가스 배출 효율 공개, 최고 경영진 차원의 윤리 이슈 감독, 반부패 정책 보유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력 중심 산업인 게임업 특성상 인적 자원 정보 공개 확대와 조직 운영 투명성 강화가 ESG 경쟁력 제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데이터센터 운영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에 따른 환경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효율 공개 등 환경 대응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엔씨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의 '2026 서스테이널리틱스 ESG 리스크' 평가에서 '산업 리더'와 '지역 리더' 배지를 동시에 획득한 바 있다. 서스테이널리틱스는 ESG 리스크 점수가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산업, 지역 등 3개 부문에서 우수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또한 엔씨는 한국 ESG 기준원 평가에서 5년 연속 종합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과 국내 평가기관에서 동시에 높은 등급을 유지하며 ESG 경영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엔씨가 ESG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점수를 유지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ESG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역량이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는 데이터센터 운영, 글로벌 서비스 확대, 이용자 보호 정책 등 ESG 요소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어 ESG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ESG 평가는 기업의 장기 리스크와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은 환경·사회·지배 구조 요소를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투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ESG 요소를 포트폴리오 구성과 리스크 관리 과정에 통합하고 있고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 투자자들도 책임투자 원칙에 따라 ESG 요소를 투자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구현범 엔씨 최고운영책임자는 "이번 글로벌 ESG 평가 결과는 엔씨의 ESG 경영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성과"라며 "앞으로도 회사의 지속가능성 전반에서 진정성 있는 노력을 이어가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2026-04-09 17: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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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본시장, 투기 억제보다 '경제 체질'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경제일보] 최근 우리 증시는 활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고점을 회복하고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중심으로 한 단기 투기성 거래가 급증하면서 자본시장이 장기 투자와 기업 성장의 장이 아니라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기판’으로 흐르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본래 기능은 분명하다. 가계와 시장에 머물러 있는 자금을 기업의 생산적 투자로 연결하고, 기업은 성장의 결실을 배당과 주가 상승을 통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이러한 선순환이 작동하기 어렵다. 투기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자본시장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주가는 결국 기업 가치의 반영이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시장도 건강하게 성장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 금융과 인프라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였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공정한 배당 정책, 책임 있는 경영 체계를 확립해야 장기 투자 자금이 시장에 머물 수 있다. 아울러 부실기업이 시장에 남아 자금을 잠식하지 않도록 상장 유지 기준과 퇴출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자본시장의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장기 보유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해 투기성 단타 거래 중심의 시장 구조를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금융 정책을 넘어 경제 전반의 투자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본시장의 진정한 경쟁력은 단기적인 지수 상승이 아니라 경제의 실력에서 나온다. 기초 체력이 약한 시장은 일시적 활황 뒤에 반드시 급락의 대가를 치른다. 정부와 시장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지수 부양이 아니라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일이다. 단단한 산업 경쟁력과 투명한 시장 질서 위에서만 K-자본시장은 투기의 장을 넘어 국민 자산을 키우는 건강한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26-03-19 0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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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 外
신한금융,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 [이코노믹데일리] 신한금융그룹은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신한펀드파트너스 전주NPS본부에서 자산운용 특화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식을 개최하고, 전북혁신도시를 연기금 연계 자산운용 특화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는 국민연금공단과의 협력사업을 보다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자산운용 관련 주요 기능을 전북으로 모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기반으로 실물경제와 직접 연결되는 '생산적 금융'을 지역에서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신한자산운용은 국내 종합자산운용사 최초로 전주에 사무소를 개소해 자본시장 비즈니스 전반이 전북에서 실질적으로 가동할 준비를 마쳤다. 이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채용을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은행·증권·자산운용·펀드파트너스 등 전주 지역에 근무하는 130여명의 인력을 단계적으로 3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향후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자본시장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 이석원 신한자산운용 사장, 김정남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등 그룹 경영진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종훈 전북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 우범기 전주시장 등이 참석했으며 신한펀드파트너스 전주NPS 본부 개소식도 함께 진행됐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될 신한금융그룹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이번 출범은 전북이 '제3금융중심지'로 도약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농생명·기후에너지 특화 금융 생태계를 완성해 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해 도정의 역량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오늘 출범식은 자본시장·자산운용 특화 금융허브 구축의 소중한 첫걸음"이라며 "전북혁신도시는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밸류체인이 집결된 곳으로, 신한금융은 직원들이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생산적 금융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국방부와 군 장기복무 간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KB국민은행은 국방부와 군 장기복무 간부의 안정적인 자산형성과 금융 지원 강화를 위한 '장기간부 도약적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한 참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은 오는 3월 3일 'KB 장기간부 도약적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상품은 장기복무중인 군 간부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상품으로 복무기간 중 1개의 금융기관을 선택해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가입자에게 최고 연 6.0%의 금리를 제공하며 납입금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방부에서 재정지원금으로 추가로 지원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양 기관은 군 간부들의 금융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IBK기업은행,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IBK 1st LAB' 7기 참여기업 선정 IBK기업은행은 혁신 기술 테스트베드인 'IBK 1st LAB(퍼스트 랩)' 7기에 총 7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7기 기업에는 △관악연구소 △사이오닉에이아이 △왓섭 △클로저랩스 △퍼포먼스바이티비더블유에이 △하이스트레인저 △한국딥러닝 등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선정됐다. 이들은 기업은행 현업 부서와 협업해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자동화, AI 가계대출 상담·심사 고도화 등 실제 금융 업무에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실험적 검증(PoC)을 수행하게 된다. 기업은행은 선정기업에 실제 금융 환경에서의 기술 검증 기회와 함께 테스트 지원금, IT 인프라, 협업 공간을 제공한다. 아울러 투자 연계, 홍보, 서울핀테크랩 입주 및 멤버십 혜택 등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2026-02-24 17:4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