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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수익, '나눠 쓰기'보다 '나라의 성장판'에 먼저 써야
[경제일보] AI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새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뛰고, 수출과 기업 이익이 늘면서 법인세 등 초과세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27일 경제일보 주최 국회정책간담회에서 던진 질문도 이 지점이다.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자료는 국가채무 증가, 소득분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중국 등 경쟁국 추격,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함께 제시하며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묻고 있다. 논쟁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더 커졌다. 김 실장은 안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며, 반도체 호황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국민배당금 방식의 환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김 실장은 특히 과거 반도체 호황기의 초과세수가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소진됐다며, 이번에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가 깔아온 전력망,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세제 지원, 산업단지, 외교·통상 전략이 모두 얽혀 있다. 산업의 과실이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생겼다면, 그 일부가 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 더구나 반도체 호황이 자산시장과 고소득층에 먼저 전달되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는 늦게 닿는다면 국민경제의 체감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이 곧바로 ‘현금 배당’이어서는 안 된다. 초과세수는 영구 재원이 아니다. 반도체는 구조적 성장 산업이지만 동시에 가격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들어온 세수를 반복 지출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에는 국채 발행과 증세 논의가 뒤따른다. 재정은 인기의 장부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판이다. ‘생긴 김에 나눠주자’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쉽지만 경제적으로는 위험하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가결된 것도 중요한 신호다. 전체 의결권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95.5%에 달했다. 반도체 초과수익의 1차 분배는 기업 내부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임금, 성과급, 협력사 단가, 연구개발 투자, 주주환원은 모두 초과수익을 배분하는 통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를 정치 구호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첫째, 초과세수의 일정 부분은 국가채무와 미래 의무지출 관리에 써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기초연금 지출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호황은 미래 세대에게 넘길 빚을 줄일 드문 기회다. 둘째, 더 큰 몫은 반도체 생태계의 재투자에 배정해야 한다. 전력망, 용수, 송전선,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 AI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 양성에 돈을 넣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가 벌어들인 세수를 단기 소비로 흩뿌리면 한 번의 온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생산 기반과 인재에 투자하면 다음 세대의 세수로 돌아온다. 셋째, 국민 환원은 보편 현금 지급보다 ‘목적 있는 배당’이어야 한다.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직업 전환 교육, 청년 과학기술 장학금, 지역 산업 전환기금처럼 생산성과 안전망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이 필요하다면, 소비 진작용 현금보다 미래 역량을 키우는 사회적 배당이 맞다. 넷째, 기업에 대한 추가 부담 논의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초과이윤을 겨냥한 별도 과세는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업 이익을 정치적 배분 대상으로 먼저 규정하면 자본과 인재는 더 예측 가능한 곳으로 움직인다. 초과세수 활용과 기업 초과이윤 과세는 다른 문제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동양 고전 <논어> 헌문편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반도체 호황이 바로 그런 시험대다. 이익을 보되, 의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그 의로움은 당장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번영이어야 한다. 반도체 초과수익은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지켜야 한다. 더 크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오래 가게 만들어야 한다. 초과세수의 원칙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빚을 줄이고, 성장에 투자하고, 약자를 두텁게 돕는 것이다. 그것이 AI 반도체 시대의 과실을 국민 모두의 미래로 바꾸는 길이다.
2026-05-27 14: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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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AI 시대 5년 계획도 다시 봐야"
[경제일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AI 미래전략회의’를 출범했다. 기존 장기 로드맵으로는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처럼 빠르게 등장하는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13일 서울 광화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열린 과학기술·AI 미래전략회의 첫 회의에서 “기존에 잡은 5년, 10년 장기 계획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고민이 된다”며 “미래 전략에 대한 논의가 지금부터 이뤄지고 반영되지 않으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회의는 과학기술과 AI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정책 의제를 정부에 제안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위원회다. 과기정통부는 첨단기술이 산업을 넘어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법률 국방 등 사회 전 영역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 전문가 17명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배 부총리는 기존 미래전략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2020년에 과기정통부가 2045년 미래전략을 수립했는데 거기에는 생성형 AI 등장에 관한 미래 로드맵이 없었다”며 “피지컬 AI도 10년 로드맵을 잡고 있었는데 벌써 전반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정부가 잡고 있는 과학기술·인공지능 로드맵이 적정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며 “각 분야별 초지능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현재 로드맵과 방향성이 글로벌 경쟁에 적절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앤트로픽의 차세대 AI 모델 ‘미토스’를 둘러싼 논의도 언급했다. 배 부총리는 “질문이 아쉬운 것이 항상 앤트로픽의 글래스윙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느냐고 한다”며 “한국도 미토스 같은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3위권 경쟁력에 도전하면서도 아직까지 우리의 인식과 준비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AI 시대 인간의 역할과 산업별 전환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주호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AI 시대 기술과 사람 사이의 과학, 보이지 않는 격차와 공존의 조건’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우리의 일을 어떻게 바라볼지, AI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의미 있게 남겨둘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응용 시대로 넘어갔을 때도 우리가 톱3에 걸맞은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1호 AI 영화감독인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는 ‘영상 콘텐츠 업계의 AI 전환 현황 및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AI가 콘텐츠 제작 방식과 산업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현장 사례가 공유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미래전략회의를 분기마다 정기 개최한다. 분야별 미래 이슈를 지속 발굴하고 자문위원도 추가로 늘려 각계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회의에서 발굴한 아젠다는 유관 연구기관과 협력해 심층 연구하고 결과를 ‘미래 아젠다 시리즈’ 형태로 순차 발표한다. 범부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은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논의해 정책 실행력을 확보한다. 이번 회의 출범은 AI 정책의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피지컬 AI처럼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거 방식의 중장기 계획만으로는 산업과 안보, 교육, 노동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향후 관건은 논의를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미래전략회의가 단순 자문기구에 머물지 않으려면 발굴된 의제가 국가 AI 전략, 연구개발 투자, 인재 양성, 규제 정비, 산업 전환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특히 AI 주권과 글로벌 톱3 경쟁력을 목표로 한다면 독자 모델 개발과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응용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등 첨단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기술혁신이 산업을 넘어 국가 시스템과 일상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며 “미래전략회의를 통해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각 분야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찬 청사진을 함께 설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5-13 18: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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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기술 투자'부터 조현범 '미래차 확장'까지…한국타이어 DNA의 변화
[경제일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기술 투자’로 자리 잡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경영 DNA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와 미래차 부품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연구개발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조현범 회장 체제에서는 고부가 타이어와 열관리 사업 중심 구조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과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과 미래차 부품 사업 안착 여부가 한국타이어의 다음 성장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품질·기술 투자 승부수…조양래 체제가 키운 한국타이어 경쟁력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성장 기반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시기 본격적으로 구축됐다. 조 명예회장은 생산량 확대보다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브랜드 체질 강화에 무게를 두고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했다. 국내 교체용 타이어 중심 업체에서 벗어나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이 시기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명예회장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글로벌 생산 체계 구축에 집중했다. 당시 국내 타이어 업계는 가격 경쟁 중심 구조가 강했지만 한국타이어는 고성능·고부가 제품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순 물량 확대보다 품질 경쟁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체급을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연구개발 인프라도 확대됐다. 한국타이어는 독일 하노버 기술센터를 포함해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을 구축했다. 고속 주행과 제동 성능, 소음·내구성 개선 기술 확보에 집중하며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시험 인프라 투자 역시 이어졌다. 충남 태안에 구축된 한국테크노링은 아시아 최대 규모 타이어 테스트 트랙으로 평가된다. 고속주행과 젖은 노면, 전기차 전용 테스트까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며 글로벌 수준 개발 체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생산 확대도 조 명예회장 시기 핵심 전략 중 하나였다. 한국타이어는 중국과 헝가리,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생산 체계를 확대했다. 특히 미국 테네시 공장은 북미 시장 공급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으며 현지 생산 전략 전환 상징으로 꼽힌다. 기술 투자 확대는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 진입으로 이어졌다. 한국타이어는 포르쉐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현대차·기아,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신차용 공급은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검증받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전략은 글로벌 시장 내 체급 확대로 이어졌다. 한국타이어는 2020년 영국 타이어 전문지 타이어프레스(Tyrepress) 기준 글로벌 타이어 기업 순위 6위에 올랐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공급 확대와 고인치 제품 비중 상승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기차·열관리 사업 확대…조현범 체제서 미래차 공급망 전환 조현범 회장 체제에서는 기술 투자 기반 위에 전기차·고부가 제품 중심 수익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 흐름에 맞춰 전기차 전용 타이어와 미래차 부품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온(iON)’을 중심으로 전동화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와 높은 토크 특성 때문에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마모와 소음 대응 기술 중요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판매 가운데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은 47.8%까지 상승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을 51%, 전기차 신차용 타이어 비중을 33% 이상으로 확대한는 목표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는 실적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타이어 부문 매출은 10조3186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타이어 부문 연간 매출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684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6.3%로 집계됐다. 사업 구조 변화는 미래차 부품 영역 확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해 자동차 열관리 업체 한온시스템을 편입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열관리와 공조 시스템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미래차 공급망 대응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매출은 10조88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718억원으로 184.6% 늘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편입 이후 추진된 운영 효율화와 수익 구조 개선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온시스템 편입은 단순 사업 다각화보다 미래차 공급망 확대 전략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배터리 열관리와 공조 시스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와 열관리 사업을 동시에 확보하며 미래차 핵심 부품 대응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쉐린과 브리지스톤, 콘티넨탈 등 글로벌 상위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제품 경쟁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원재료 가격과 환율, 미국 관세 정책 역시 수익성 변수로 꼽힌다. 전동화 전환과 미래차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 내 입지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가 다음 성장 단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와 열관리 사업을 중심으로 구축 중인 미래차 대응 체계가 실질적인 수익성과 글로벌 경쟁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26-05-12 17: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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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의 수출 개척에서 정의선의 전동화까지…현대차 성장 이끈 DNA
[경제일보] 정주영 명예회장의 ‘수출 드라이브’로 시작된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 DNA가 전동화·소프트웨어 전환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완성차 체계로 확장됐다. 포니 수출로 해외 시장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중심 체질 개선, 정의선 회장의 SDV·모빌리티 전환 전략이 세대별 핵심 경영 기조로 자리 잡았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27만3983대를 판매하며 세계 3위권 완성차 그룹 지위를 유지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관세 변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투자 중심 성장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 포니 수출에서 품질 경영까지…정주영·정몽구 체제가 만든 성장 기반 현대차의 초기 전략은 내수 확대보다 해외 시장 진입에 가까웠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0년대 독자 모델 개발을 추진했고, 1976년 국산 고유 모델 ‘포니’를 처음 수출하며 해외 판매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기술과 생산 체계가 제한적이었지만 자체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포니는 중동과 남미, 캐나다 등으로 수출되며 초기 판매 확대를 이끌었다. 현대차는 이를 기반으로 해외 판매망과 물류 체계를 구축했고, 1986년 미국 시장에 ‘엑셀’을 출시하며 북미 공략에 나섰다. 엑셀은 출시 첫해 미국 시장에서 약 16만8000대가 판매되며 당시 미국 수입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 기록을 세웠다.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가 본격화됐다. 현대차는 1997년 터키 공장을 시작으로 2005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 2008년 체코 공장과 인도 2공장 등을 구축했다.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며 환율과 물류 부담을 줄이고 주요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 중심축은 품질 개선으로 이동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 공정 개선에 집중했다. 당시 북미 시장에서는 품질 논란과 리콜 문제가 브랜드 신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10년·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섰고, 이후 글로벌 품질 평가 순위도 상승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 Power) 신차품질조사(IQS)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가격 경쟁 중심 구조에서 품질 경쟁 체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시기였다. 글로벌 판매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현대차·기아 합산 글로벌 판매량은 2000년 약 26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727만3983대로 증가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확대와 제네시스 브랜드 성장, 친환경차 비중 확대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동시에 반영됐다. ◆ 전동화·SDV로 이동한 정의선 체제…수익성·투자 부담 과제로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는 경영 DNA가 다시 한 번 바뀌고 있다. 핵심은 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체계로의 전환이다. 완성차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서비스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아이오닉5와 EV6, EV9 등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구축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투자 계획을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총 210억달러(약 28조원) 규모 투자 방침을 발표했다. 친환경차 판매도 증가했다.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약 89만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판매 확대가 전체 판매 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도 병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운영체제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반 기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차량 내 소프트웨어 비중을 높이는 개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차량을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목적이다. 사업 영역 역시 로보틱스와 도심항공교통(UAM),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구독 서비스와 커넥티드카 기반 서비스 모델 확대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완성차 판매 외 추가 수익 기반 확보 차원이다. 다만 현재 현대차그룹이 마주한 환경은 과거보다 복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공세,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투자와 신규 전기차 투자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수익성 관리 역시 주요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 매출은 45조9389억원으로 3.4% 증가했지만 미국 관세와 판매보증충당금, 투자 확대 영향 등이 반영됐다.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인하 압력과 배터리 원가, 환율 변동성도 수익성 변수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품질 논란 등 주요 위기 국면마다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 체질 개선을 병행하며 성장 기반을 유지해왔다. 글로벌 산업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기존 투자 중심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05-06 17: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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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에서 혁신신약까지…JW 성장과 진화의 역사
[경제일보]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과 병동에는 이름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반드시 필요한 제품들이 있다.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고 치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 의약품들이다. JW중외제약은 오랫동안 그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워 온 회사다. 대중 광고로 익숙한 브랜드보다 병원 현장에서 더 강한 기업. JW중외제약의 역사는 화려한 소비재보다 의료 인프라에 가까운 의약품으로 성장해 온 기록이다. 출발은 국내 제약 산업 기반이 약하던 시절과 맞닿아 있다. 치료제 상당수를 해외에 의존하던 시대, 필수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일은 산업적 의미가 컸다. JW중외제약은 기초 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생산 기반을 넓히며 병원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 갔다. 회사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수액이다. 수액은 병원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재 가운데 하나다. 탈수 환자와 수술 환자, 중증 환자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공급이 흔들리면 의료 현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품목이다. JW중외제약이 수액 분야 강자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액 사업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 규모를 넘어선다. 생산 설비와 품질 관리,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모두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입지를 지켜 왔다는 점은 JW중외제약의 기본 체력을 보여준다. 병원 시장에서의 강점도 뚜렷하다. 항생제와 순환기, 마취·진통, 영양요법 등 다양한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접점을 넓혀 왔다. 특정 제품 하나보다 여러 필수 품목이 안정적으로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는 경기 변동기에도 강한 기반이 된다. 기업 역사에서 중요한 변화는 연구개발 강화였다. 전통적인 전문의약품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자체 기술과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장기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연구 중심 회사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최근 시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이다. JW중외제약은 항암과 면역질환, 희귀질환 영역에서 후보물질 개발을 이어 가고 있다. 기존 필수 의약품 사업이 안정적인 기반 역할을 하고, 신약 개발은 미래 가치를 높이는 축이 되는 구조다. 특히 혈액암 치료제와 표적항암 분야 연구는 회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항암제 시장은 기술 장벽이 높고 개발 비용도 크지만 성공 시 파급력 역시 크다. 기존 병원 네트워크와 임상 경험이 연구개발 자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해외 시장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제약 시장은 건강보험 재정과 약가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해외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공 제품의 수익성도 높다. JW중외제약이 기술수출과 글로벌 허가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JW중외제약의 경쟁력은 여러 갈래에서 나온다. 수액을 중심으로 한 필수 의약품 생산 경험, 병원 시장 영업 기반, 폭넓은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 연구개발 투자, 그룹 차원의 헬스케어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대중에게는 덜 알려졌어도 업계 안에서는 존재감이 뚜렷한 이유다. 다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도 있다. 필수 의약품은 공공성이 큰 만큼 수익성 관리가 쉽지 않다. 신약 개발은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제약사와 경쟁해야 한다. 기존 사업의 안정성과 미래 투자 사이 균형도 계속 요구된다. 제약 산업은 겉으로 보이는 광고보다 보이지 않는 공급망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병원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끊김 없이 공급하는 능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JW중외제약이 오랜 시간 쌓아 온 자산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JW중외제약은 지금 필수 의약품 강자에서 연구개발형 제약사로 외연을 넓히는 전환기에 서 있다. 수액과 전문의약품으로 다진 기반 위에 혁신신약이라는 새 기둥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의료 현장을 지탱해 온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2026-04-29 07: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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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지키는 혈액제제에서 글로벌 백신 무대로…GC녹십자 성장과 도전의 역사
[경제일보] 국내 제약 산업에서 GC녹십자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다. 많은 제약사가 처방 시장 경쟁과 신약 개발에 집중해 온 사이 녹십자는 국가 보건 체계와 맞닿은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피가 부족한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제제, 감염병을 막는 백신,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 치료제까지. 시장 규모만으로 가치를 재기 어려운 영역에서 오랜 시간 역할을 맡아온 기업이다. GC녹십자의 역사는 한국 제약 산업 성장사이자 공공 보건 인프라 확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출발점에는 창업 정신과 오너가의 장기 투자가 있다. 녹십자는 국내 의약 산업 기반이 약하던 시절부터 단순 판매보다 생산과 기술 축적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일반 의약품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필수 의약품을 직접 만들겠다는 선택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수익성만 따지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 부담이 큰 분야였기 때문이다. GC녹십자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혈액제제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장에서 필요한 성분을 분리해 만드는 고난도 의약품이다. 생산 설비와 품질 관리 수준, 안정적인 원료 수급 체계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고 국가 보건과도 직결되는 만큼 소수 기업만 경쟁력을 갖는 시장으로 꼽힌다. 녹십자는 이 분야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독보적 입지를 다져 왔다. 혈액제제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 품목을 넘어선다. 면역결핍 환자와 중증 질환자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시절 국내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만으로도 산업적 의미가 컸다. 해외 시장 진출까지 본격화하면서 녹십자는 기술 집약형 제약사의 길을 걸어 왔다. 백신 사업 역시 GC녹십자의 또 다른 축이다. 감염병 대응에서 백신은 국가 안보와 다르지 않은 영역으로 여겨진다. 독감 백신과 각종 예방 백신 생산 경험을 쌓아 온 녹십자는 국내 백신 자급 기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팬데믹 이후 백신 주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런 역량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도 녹십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치료 수요는 절실한 영역이다. 대형 시장만 좇는 기업이라면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 녹십자가 희귀질환 분야에서 사업을 이어 온 것은 단순 수익 계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제약사의 사회적 역할과 장기 전략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업 성장의 분기점에는 허영섭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그는 녹십자를 전통 제약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선진 시장에서 통할 품질과 기술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녹십자는 연구개발 조직 강화와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냈다. 최근 GC녹십자의 핵심 과제는 글로벌 확장이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 변화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해외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공 제품의 파급력도 훨씬 크다. 특히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는 글로벌 수요가 꾸준한 만큼 해외 허가와 공급망 확대가 실적 성장의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미국 시장 공략은 대표적인 과제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성과를 내면 기업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제제 등 핵심 품목을 앞세워 북미 시장 진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허가 절차와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시간이 걸리지만, 진입에 성공하면 상징성과 수익성 모두 크다. 연구개발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전통 강점인 혈액제제와 백신을 넘어 세포·유전자 치료, 면역질환,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분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전형적인 제약사 전략이다. GC녹십자의 경쟁력은 여러 층위에서 나온다. 혈액제제와 백신 생산 경험, 높은 품질 관리 역량, 장기 투자 문화, 국내외 신뢰도, 국가 보건과 맞닿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일반 제약사와 다른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은 쉽게 따라 만들기 어려운 자산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전통 사업과 신규 사업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혈액제제와 백신 등 기존 사업은 안정적 기반 역할을 하고, 연구개발 성과와 해외 매출 확대는 미래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두 축이 함께 돌아가야 시장의 기대도 커질 수 있다. 과제도 적지 않다. 혈장 원료 수급과 생산 비용 부담, 글로벌 경쟁 심화, 까다로운 규제 환경은 꾸준히 관리해야 할 변수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단기 수익성 부담도 생긴다.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GC녹십자는 지금 전통 제약사의 안정성과 바이오 기업의 성장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필수 의약품 공급 기업이라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외연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녹십자의 초기 시대가 국내 필수 의약품 기반을 세우는 시기였다면 지금의 과제는 축적된 기술과 생산 역량을 세계 시장의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생명을 지키는 의약품으로 성장해 온 이 회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다음 장면을 만들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2026-04-24 07: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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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기업의 꿈에서 글로벌 신약 무대로…유한양행 성장과 도전의 역사
[경제일보] 대한민국 제약 산업을 말할 때 유한양행은 늘 첫머리에 놓인다. 단순히 오래된 회사여서가 아니다.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제약사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함께 추구할 수 있는지를 오랜 시간 보여준 기업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역사는 한국 제약 산업의 성장사이자 기업 윤리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출발점에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격변의 시대를 거치며 기업의 역할을 남다르게 바라봤다. 산업을 일으켜 나라를 키우고, 번 이익은 사회와 다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유한양행은 이런 철학 위에서 세워졌다. 단순히 약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결이 달랐다. 초기의 유한양행은 국내 의약품 생산 기반이 취약하던 시절 국민에게 필요한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힘을 쏟았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 기술이 부족하던 환경에서 품질 기준을 세우고 제조 역량을 키우는 일은 산업적 의미가 컸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 체계가 확대되면서 제약 산업이 본격 성장하자 유한양행도 생산 기업을 넘어 연구개발 기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한양행을 상징하는 가장 큰 자산은 창업주의 철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한 박사는 보유 지분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했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뿌리내렸다. 국내 대기업 다수가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다른 길이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라는 인식은 유한양행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국내 시장에서 유한양행은 오랜 기간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다져 왔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생활건강 제품까지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췄고 전국 단위 영업망과 브랜드 신뢰도도 확보했다. 특정 품목 하나에 기대기보다 여러 사업 축을 통해 안정성을 높여 온 전략이 돋보인다.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가정상비약과 건강 관련 제품, 생활밀착형 브랜드를 통해 유한양행은 병원 밖 소비자와도 꾸준히 접점을 넓혀 왔다. 제약사가 처방 시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 생활 가까이에서 신뢰를 쌓아 온 사례다. 최근 유한양행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축은 연구개발이다. 과거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이 생산 능력과 영업력에 있었다면 이제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기준은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술력으로 옮겨갔다. 유한양행도 이 흐름에 맞춰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 신약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 사례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다. 국산 항암 신약 가운데 상징성이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렉라자는 기술수출과 글로벌 임상,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통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유한양행은 자체 연구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외부 바이오벤처와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연구 분야가 세분화될수록 모든 역량을 내부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기술은 함께 개발하고 유망 후보물질은 과감히 도입하는 방식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 변화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공 신약의 파급력도 훨씬 크다. 유한양행이 기술수출과 해외 파트너십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한양행의 경쟁력은 여러 층위에서 나온다.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신뢰도, 전문경영인 체제의 안정성, 탄탄한 기존 사업 기반, 연구개발 투자 여력,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는 쉽게 따라 만들기 어렵다. 창업주의 정신이 기업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경영 체계에 녹아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과제도 있다. 신약 개발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해야 하는 시장에서는 자본력과 임상 경험의 격차도 존재한다. 국내 시장 성장세 둔화, 우수 연구 인력 확보 경쟁, 규제 환경 변화 역시 꾸준히 관리해야 할 변수다. 유한양행은 전통 제약사의 안정성과 연구개발 기업의 성장성을 함께 갖추려는 길을 걷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혁신 신약과 미래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 중심 회사에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일한 박사의 시대가 의약품 보급과 기업 윤리의 기초를 세운 시기였다면 지금 유한양행의 과제는 한국 제약 기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증명하는 일이다. 민족기업의 꿈에서 출발한 이 회사가 글로벌 신약 무대에서 어떤 다음 장면을 만들어낼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2026-04-22 16: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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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불빛에서 글로벌 신약 무대로…종근당 성장과 도전의 역사
[경제일보]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전쟁의 상흔이 짙던 시절 필수 의약품을 공급하던 기업에서 출발해 오늘날 연구개발형 제약사로 자리 잡은 종근당이다. 치료제가 부족하던 시대에는 공급 책임을 맡았고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는 국산 기술 축적에 힘을 보탰으며 경쟁 무대가 세계로 넓어진 지금은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의 발자취는 한국 제약 산업의 성장 과정과 함께 이어져 왔다. 출발점에는 창업주 이종근 회장이 있다. 그는 해방 직후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안정적인 의약품 생산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고 봤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 시설도 부족하던 시절 국내에서 직접 약을 만들고 기술을 쌓아야 한다는 판단은 단순한 사업 계획을 넘어 시대적 요구에 가까웠다. 종근당이라는 이름에도 사람의 건강을 받든다는 뜻이 담겼다. 초기의 종근당은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곧 경쟁력이던 시절을 지나야 했다. 원료와 설비, 기술이 모두 부족했지만 공장을 세우고 품질 기준을 높이며 국산 제약 산업의 토대를 다졌다. 국민 소득이 늘고 의료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제약 산업도 단순 제조업에서 기술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고 종근당 역시 그 변화에 맞춰 방향을 바꿨다. 전환점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였다. 복제약 중심 시장에 안주해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연구소 기능을 키우고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단기 실적만 놓고 보면 부담이 큰 결정이었지만 장기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후 종근당은 개량신약과 퍼스트제네릭, 전문의약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넓혀 갔다. 국내 시장에서 종근당의 강점은 고른 제품군에 있다. 순환기와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를 비롯해 항생제와 소화기, 면역 분야까지 폭넓은 처방 시장을 확보했다. 특정 품목 하나에 기대지 않고 여러 치료 영역에서 매출 기반을 갖춘 점은 제약 산업 특유의 정책 변수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 됐다.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도 종근당은 영업력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외형을 키웠다. 대중에게 익숙한 기업 이미지 역시 종근당의 자산이다. 오랜 기간 이어진 광고와 브랜드 마케팅은 제약사가 병원 안에서만 존재하는 기업이 아니라 생활 가까이에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넓혔다. 전문성과 친숙함을 함께 가져간 전략이었다. 물론 제약 산업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약가 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규제 강화, 특허 분쟁, 글로벌 경쟁 심화는 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임상 실패 한 번이 수년간의 투자를 흔들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종근당 역시 수익성과 연구개발 투자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종근당의 행보는 한층 적극적이다. 단순한 국내 매출 경쟁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성신약과 바이오의약품, 항체 기술, 희귀질환 치료제 등 성장성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존 전문의약품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미래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핵심은 신약 개발이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기준은 생산 규모보다 독자 기술과 파이프라인이다. 종근당은 항암·면역·대사질환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기회를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폭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바이오 분야도 중요한 축이다. 합성의약품 중심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커지면서 생산 기술과 임상 역량, 글로벌 파트너십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신약 등 중장기 과제를 통해 사업 외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의 경험에 새로운 기술 역량을 더하는 과정이다. 해외 시장 확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제약 시장은 인구 구조와 건강보험 재정 통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장 기회도 넓다. 종근당은 완제의약품 수출과 기술 이전, 현지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연구개발 성과가 해외 시장에서 평가받을수록 기업 가치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종근당의 강점은 오랜 업력에서 비롯된 신뢰도와 안정적인 전문의약품 매출 기반, 축적된 연구개발 경험, 전국 단위 영업망에 있다. 꾸준한 현금 창출력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 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품질 관리 체계와 브랜드 인지도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해야 하는 신약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고 연구개발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약가 규제와 시장 포화, 연구 인력 확보 경쟁도 부담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과거의 성공 공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종근당이 향하는 방향은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혁신 성과를 더해 글로벌 연구개발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맞춰져 있다. 단순 제조를 넘어 기술 기업으로, 국내 중심 사업에서 세계 시장형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이다. 이종근 창업주의 시대가 의약품 국산화의 문을 연 시기였다면 지금 종근당의 과제는 한국 제약 기술의 수준을 세계 시장에서 입증하는 일이다. 실험실의 작은 불빛에서 시작된 도전이 글로벌 신약 무대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6-04-21 09: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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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5% 시대'의 경고…한국 경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생존으로
[경제일보] 중국이 결국 ‘5% 성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내려놓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2026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 수준으로 제시했다. 지난 수십 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온 중국이 사실상 ‘5% 이하 성장 시대’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다. 중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양적 팽창 모델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구조적 선언이자 새로운 산업 질서를 향한 전략적 전환의 신호다. 문제는 이 변화가 한국 경제에 결코 가벼운 파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고속 성장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함께 성장해 왔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핵심 시장이었고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공급망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시절, 한국은 그 공장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였다. 그러나 지금 그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한 성장률 둔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의 성장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신질 생산력’과 ‘기술 자립’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 양자 컴퓨팅,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산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변화는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국 경제 전략은 비교적 분명했다. 첨단 부품과 장비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의 생산 능력과 거대한 시장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기술 자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러한 구조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조립 공장이 아니라 한국의 주력 산업을 직접 위협하는 경쟁자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같은 핵심 산업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중국은 이미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고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도 국가 차원의 자본을 투입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공급망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등 전략 자원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러한 자원은 첨단 산업의 필수 재료이기 때문에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한국 제조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이 경제 안보를 이유로 자원 통제를 강화한다면 그 충격 역시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의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다. 과거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은 품질과 기술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애국 소비’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가전과 화장품, 자동차 등 주요 소비재 산업이 중국 시장에서 겪는 경쟁 압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단순한 외부 변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 경쟁력의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는 일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 안정성 역시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언제든 경제적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확대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질을 만드는 과정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한 상품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콘텐츠,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경쟁력을 재구성해야 한다. 중국 소비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방식의 시장 접근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식으로 산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산업 정책과 통상 전략, 기술 개발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대응 속도와 전략적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4.5% 시대’는 단순한 경제 지표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아시아 경제 질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 경제가 과거의 성공 모델에 머물러 있다면 이러한 변화는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 전략과 경제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성장 경험에 대한 안주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양적 성장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지금, 한국 경제는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2026-03-09 13: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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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3월 주총 시즌 개막...상법 개정 영향 본격화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올해 주총에서는 상법 개정 대응, 지배구조 개편, 주주권 강화 관련 안건이 대거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 전반에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정기 주총이 잇따라 열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 흐름에 맞춰 정관 일부 변경 안건과 집중투표제 관련 조항 정비와 감사위원 선임 방식 조정 등이 핵심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수주 확대와 대규모 설비 투자 기조 속에서 이사회 구성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같은 날 유한양행도 서울 본사에서 주총을 개최한다. 유한양행은 재무제표 승인과 현금배당 결정,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최근 기술수출 성과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전략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 기조를 유지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동일 일정으로 동국제약 역시 정기 주총을 연다. 동국제약은 통상적인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임원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생활건강·일반의약품 부문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주주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월 23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사업 재편과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을 주요 안건으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회사는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감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며 필요 시 정관 일부 변경도 논의한다. 코로나19 백신 매출 감소 이후 차세대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 확대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될지가 관심이다. 3월 24일에는 셀트리온이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함께 현금배당 안건을 상정한다. 또한 자사주 소각 및 보유·처분 계획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 포함된 것으로 공시됐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 관련 안건도 상정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주총에서 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이다. 상법 개정에 따라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적용 여부 등이 주요 제약사 안건에 반영되고 있다. 동시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편 26일에는 JW중외제약을 비롯해 일동제약, 대원제약, 한독, 동아에스티, 광동제약 등 다수 제약사의 주총이 예정돼 있어 ‘슈퍼 주총데이’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약바이오 주총은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향후 경영 방향과 투자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라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수준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2-26 16: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