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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수익, '나눠 쓰기'보다 '나라의 성장판'에 먼저 써야
[경제일보] AI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새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뛰고, 수출과 기업 이익이 늘면서 법인세 등 초과세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가 27일 경제일보 주최 국회정책간담회에서 던진 질문도 이 지점이다. “100조 반도체 초과세수, 갚을까, 나눌까, 투자할까.” 자료는 국가채무 증가, 소득분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중국 등 경쟁국 추격,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함께 제시하며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묻고 있다. 논쟁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더 커졌다. 김 실장은 안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며, 반도체 호황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국민배당금 방식의 환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김 실장은 특히 과거 반도체 호황기의 초과세수가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소진됐다며, 이번에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 AI 반도체 호황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가 깔아온 전력망,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세제 지원, 산업단지, 외교·통상 전략이 모두 얽혀 있다. 산업의 과실이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생겼다면, 그 일부가 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 더구나 반도체 호황이 자산시장과 고소득층에 먼저 전달되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는 늦게 닿는다면 국민경제의 체감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이 곧바로 ‘현금 배당’이어서는 안 된다. 초과세수는 영구 재원이 아니다. 반도체는 구조적 성장 산업이지만 동시에 가격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 들어온 세수를 반복 지출의 재원으로 삼으면, 불황기에는 국채 발행과 증세 논의가 뒤따른다. 재정은 인기의 장부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판이다. ‘생긴 김에 나눠주자’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쉽지만 경제적으로는 위험하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가결된 것도 중요한 신호다. 전체 의결권자 6만5593명 가운데 6만2616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95.5%에 달했다. 반도체 초과수익의 1차 분배는 기업 내부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임금, 성과급, 협력사 단가, 연구개발 투자, 주주환원은 모두 초과수익을 배분하는 통로다. 정부가 할 일은 이를 정치 구호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첫째, 초과세수의 일정 부분은 국가채무와 미래 의무지출 관리에 써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기초연금 지출은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호황은 미래 세대에게 넘길 빚을 줄일 드문 기회다. 둘째, 더 큰 몫은 반도체 생태계의 재투자에 배정해야 한다. 전력망, 용수, 송전선,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 AI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 양성에 돈을 넣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가 벌어들인 세수를 단기 소비로 흩뿌리면 한 번의 온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생산 기반과 인재에 투자하면 다음 세대의 세수로 돌아온다. 셋째, 국민 환원은 보편 현금 지급보다 ‘목적 있는 배당’이어야 한다.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직업 전환 교육, 청년 과학기술 장학금, 지역 산업 전환기금처럼 생산성과 안전망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이 필요하다면, 소비 진작용 현금보다 미래 역량을 키우는 사회적 배당이 맞다. 넷째, 기업에 대한 추가 부담 논의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초과이윤을 겨냥한 별도 과세는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업 이익을 정치적 배분 대상으로 먼저 규정하면 자본과 인재는 더 예측 가능한 곳으로 움직인다. 초과세수 활용과 기업 초과이윤 과세는 다른 문제다.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동양 고전 <논어> 헌문편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반도체 호황이 바로 그런 시험대다. 이익을 보되, 의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다만 그 의로움은 당장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번영이어야 한다. 반도체 초과수익은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지켜야 한다. 더 크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오래 가게 만들어야 한다. 초과세수의 원칙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빚을 줄이고, 성장에 투자하고, 약자를 두텁게 돕는 것이다. 그것이 AI 반도체 시대의 과실을 국민 모두의 미래로 바꾸는 길이다.
2026-05-27 14: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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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잔칫상, 씨종자까지 나눠 먹을 텐가
[경제일보] 올해 대한민국 제조업의 임금협상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들이 점령하고 있다. 수십 년간 협상 테이블의 주역이었던 “기본급 몇 호봉 인상”이라는 정액 중심의 담론은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영업이익의 N%”라는 서늘한 수식어다. 노동의 대가를 ‘비용’이 아닌 ‘지분’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노조의 요구는 이제 삼성전자를 넘어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경제의 기둥인 중후장대 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최근의 흐름은 가히 폭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카카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 노조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명시하라는 요구안을 던졌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에게 지급할 것”을 공식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조합원 1인당 약 75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지난해 거둔 역대급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고수하고 있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화’와 ‘성과급 상한 폐지’는 이제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기업 이익의 사후 배분 구조를 바꾸겠다는 근본적인 도전이다. 이러한 요구를 단지 ‘노조의 이기주의’나 ‘귀족 노조의 떼쓰기’로 치부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단견(短見)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실존적인 불안과 정당한 기여도가 섞여 있다. 고물가 행진 속에 실질 임금은 정체됐고, 현장의 노동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전환기에 ‘내가 만든 호황의 과실’이라도 확실히 챙겨야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나 로이터 등 외신들도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익 공유(Profit Sharing) 요구의 강화가 기술 격변기의 노동자들이 선택한 자기방어적 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론이다. 성과를 나누자는 철학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 배분’ 공식으로 고정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영속성을 뒤흔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위해 투입돼야 할 ‘미래의 종잣돈’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고전 순자(荀子) 부국(富國)편에는 “욕다이물과, 과칙필쟁(欲多而物寡, 寡則必爭)”라는 구절이 나온다. “욕망은 많은데 물건이 적으면 반드시 다툼이 생긴다”는 뜻이다. 순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分)’, 즉 합리적인 제도와 기준을 강조했다. 지금의 성과급 논쟁은 바로 이 ‘분’의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다. 영업이익이라는 한정된 그릇을 두고 노동자, 주주, 협력사, 그리고 미래 투자가 서로의 몫을 먼저 챙기려 다투는 형국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은 소위 ‘사이클 산업’이다. 오늘의 천문학적인 이익은 어제의 고통스러운 R&D(연구개발)와 설비투자가 낳은 결과다. 동시에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다운사이클을 버텨낼 맷집이자,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유일한 실탄이다. 최근 기업들이 노사 갈등으로 투자 재원을 소진할 경우, 국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과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순식간에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한 세대만 뒤처져도 수조원의 이익은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기에 투자 시기를 놓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성과급 공식이 투자의 발목을 잡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가불해서 오늘을 잔치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제 성과 배분의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첫째,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노조가 ‘정률 배분’이라는 거친 요구를 들고나온 것은 사측이 성과급 산정 기준을 ‘깜깜이’로 운영해온 탓이 크다. 기업은 사업부별 실적과 현금흐름, 향후 투자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를 진정한 경영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우니 참으라”는 식의 낡은 훈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둘째, 성과 배분의 범위를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제안한 ‘협력업체 노동자와의 성과 공유’는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다. 대기업 정규직만 성과의 과실을 독식하는 구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킨다. 1, 2차 협력사와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 아우르는 ‘상생형 성과 배분’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셋째, ‘정률 배분’ 대신 ‘유연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업이익의 30%를 고정적으로 떼어가는 방식은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완전히 박살 낸다. 대신 실적에 연동하되, 미래 투자 재원과 재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한선과 하한선을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업의 성장은 국가 발전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메시지는 무겁다. 개별 기업의 임단협 결과가 국가 수출 경쟁력과 환율, 지역 경제에 직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냉철한 숫자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따뜻한 분배의 정의로 유지된다. 성과는 나눠야 한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정의다. 그러나 미래까지 나눠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산업의 상식이다.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차, HD현대중공업의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단순한 ‘보너스 금액’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호황의 단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다음 10년이 결정될 것이다. 노사는 지금 좁은 능선 위에 서 있다. 서로를 벼랑 끝으로 밀어낼 것인가, 아니면 서로의 손을 잡고 더 높은 고지로 향할 것인가. ‘나눔’의 미덕과 ‘투자’의 책무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K-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은 증명될 수 있다. 성과는 나누되 미래의 씨앗은 남겨두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산업의 문법이다.
2026-05-15 13: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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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 던지는 '신뢰'의 청구서… 멈추는 순간, 초일류도 멈춘다
[경제일보]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미세 공정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반도체 팹(Fab)에서 ‘정지’는 단순한 일시정지가 아니다. 그것은 곧 ‘사멸’을 뜻한다. 1초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진공의 클린룸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18일간의 장기 파업’이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인 평택과 기흥 사업장에 전례 없는 정적이 예고된 것이다. 이 정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차질은 단순히 웨이퍼 몇 장을 덜 찍어내고 마는 산술적인 손실이 아니다. 이는 수만 개의 부품과 수백 개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에 가하는 거대한 충격파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삼성’이라는 이름의 ‘신뢰 자본’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는 행위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차가운 의심의 눈초리로 묻고 있다. “세계 최고의 수율과 기술력을 자랑해 온 삼성이, 과연 약속한 납기일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조직인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칼럼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내부적 노사 갈등은 경쟁국들에게 뜻밖의 호재(unexpected boon)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증명해 낸 ‘역대급 실적’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시장에 내놨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에 올라탄 DS(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전사의 94%에 육박한다. 노조의 요구는 바로 이 화려한 숫자에 근거하고 있다. 기본급 7% 인상, 성과급(OPI) 산정 기준의 투명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라는 주장은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받겠다’는 선명한 명분을 띠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끊임없이 비교되는 보상 체계는 이제 단순한 돈의 문제를 넘어 직원들의 자존심 문제로 번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익의 본질과 성격’을 차갑고 냉철하게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5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은 결코 현재 팹을 지키는 인력들만의 오롯한 성과물이 아니다. 이는 과거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은 경영진의 과감한 설비 투자, 밤을 지새운 연구원들의 피땀, 그리고 AI 사이클이라는 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빚어낸 종합적 결과물이다. 이를 오로지 현재 인력의 몫으로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급변하는 반도체 사이클의 겨울을 버텨낼 ‘기초 체력’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갉아먹는 위험한 근시안적 도박이 될 수 있다. 전체 직원의 70%에 달하는 9만명의 조합원.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노조는 한국 노동 운동사에 유례가 없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파업 찬성률 93%라는 압도적 수치는 사측의 일방통행식 소통과 보상 체계에 대한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미 임계점을 돌파했음을 방증한다. 다만, 이 거대 조직의 외양 뒤에는 ‘내부의 소외’라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 부문 노조가 최근 공동투쟁본부를 이탈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철저하게 DS 부문의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투쟁 방식과 보상 요구안은 결과적으로 같은 ‘파란 피’를 나눈 동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노조가 부르짖는 정의가 진정으로 보편적인 공감을 얻으려면, 그것은 특정 부문의 이익주의를 넘어 조직 전체의 상생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내부 구성원의 지지조차 온전히 결집하지 못하는 투쟁은 결국 ‘반쪽짜리 외침’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는 잔혹하리만치 냉정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7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삼성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인 동시에 치명적인 위기다.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삼성의 명운을 쥐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에게 납품 단가보다 수백 배 중요한 것은 바로 ‘안정성(Stability)’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AI 칩 공급망에서 단 한 번의 납기 지연은 고객사의 1년 단위 제품 출시 로드맵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듯, 한 번 멈춘 라인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면 다시 돌릴 수 있지만, 신뢰를 잃고 한 번 떠난 고객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라인이 노사 갈등으로 휘청이는 그 짧은 찰나, 대만의 TSMC나 미국의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안정적 공급망’이라는 무기를 들고 하이에나처럼 삼성의 고객을 가로챌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최근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복합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경영진 역시 ‘파업은 합법적 권리’라는 원론적이고 방어적인 태도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이 사태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 나아가 국가 경제 펀더멘털에 미칠 파급력을 직시하고 전향적인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자의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성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자유와 권리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 무게가 뒤따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단순한 일개 사기업이 아니다. 수천 개의 중소 협력업체와 연관 산업의 생존, 그리고 국가 수출의 막대한 비중을 짊어진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8일 전면 파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는 단기적인 협상의 지렛대로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자칫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구조적 침몰로 이끄는 자폭 버튼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정글에서 노사가 다투는 사이, 경쟁국들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일류 기업의 생존과 쇠락을 가르는 마지막 보루는 결국 ‘신뢰’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며, 직원과의 약속이고, 국가 경제와의 약속이다. 지금 삼성전자 노사가 벌이는 벼랑 끝 전술 속에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가치는 진리와 상식이다. ‘일한 만큼 정당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명징한 진리, 그리고 ‘기업의 둑이 무너지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터전도 흔적 없이 휩쓸려 간다’는 냉혹한 상식 말이다. 파업이 남기고 갈 가혹한 청구서는 결코 삼성전자라는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경제 전체의 문 앞을 두드릴 것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파국을 멈추고 미래를 향한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숨죽인 클린룸이 아니라, 24시간 눈부시게 회전하는 웨이퍼의 궤적 위에서만 삼성의 초격차와 대한민국 경제의 생동하는 내일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멈추는 순간, 초일류의 자격도 함께 멈춘다.
2026-05-07 16: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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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가성비'와 '프리미엄' 동시 공략…지그재그, 브랜드 페스타 개최
[경제일보]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가 브랜드 패션 카테고리의 영향력을 대폭 강화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그재그는 다음 달 4일까지 브랜드 패션 상품을 최대 92%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대규모 프로모션 ‘브랜드 페스타’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지그재그가 브랜드 패션 카테고리를 대상으로 처음 기획한 대형 프로모션으로 기존의 중저가 소호몰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나 SPA, 이너웨어, 디자이너 브랜드 등 전문 브랜드 의류의 비중을 높이고 이를 플랫폼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반영됐다. 행사에는 ‘던스트’, ‘제너럴아이디어’, ‘어반드레스’ 등 MZ세대가 열광하는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를 포함해 약 300여 개의 브랜드가 참여한다. 단순히 재고 물량을 소진하는 행사가 아니라 현재 시즌의 주력 상품인 봄·여름(SS) 신상품과 각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그재그 측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파워와 플랫폼 특유의 큐레이션 역량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최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패션 업계의 양극화 소비 경향을 반영해 고품질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합리적인 가격대의 SPA 브랜드까지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소비자 혜택 또한 역대급 규모로 마련됐다. 행사 오픈 당일인 20일에는 전 고객에게 최대 30% 할인 쿠폰팩을 제공하며 쇼핑의 포문을 열었다. 또한 ‘스파오’, ‘미쏘’, ‘에잇세컨즈’ 등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SPA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할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들 브랜드의 특가 상품은 72시간마다 변경되며 해당 기간에 맞춰 추가 할인 쿠폰을 발급해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한다.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테마 데이’도 운영된다. 매주 수요일은 ‘SPA 브랜드 데이’, 목요일은 ‘이너웨어 데이’로 지정해 10% 중복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요일별로 쇼핑의 재미를 더했다. 이 외에도 24시간 타임어택, 최저가 특가, 한정 수량 특가 등 다각적인 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이 체감하는 할인 폭을 극대화했다. 지그재그는 단순 가격 할인을 넘어 고객 참여형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매일 오전 11시에는 50% 할인 쿠폰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며 ‘비비안웨스트우드’, ‘아식스’ 등 글로벌 인기 브랜드 상품을 경품으로 내건 ‘래플(Raffle·추첨)’ 이벤트를 진행해 젊은 층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실시간 소통을 위한 라이브 커머스 일정도 빼곡하다. 21일 오후 9시 ‘슈펜’을 시작으로 ‘베리시’, ‘트위’, ‘하네’ 등 인기 브랜드들이 릴레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라이브 방송 중 구매 고객에게는 추가 혜택과 사은품이 제공되며 특정 조건을 충족한 고객에게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페이백 혜택도 주어진다. 지그재그는 이번 브랜드 페스타를 기점으로 입점 브랜드와의 상생을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타겟 마케팅을 통해 개별 브랜드들이 플랫폼 내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2026-04-20 11: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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