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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생존 게임, 이제 '원전'이라는 정공법으로 응답하라
[경제일보] 중동발 전쟁의 포화가 다시금 세계 에너지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유가와 가스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반복되는 “이번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늘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차량 요일제, 실내 온도 제한, 절전 캠페인. 고통 분담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를 줄이자는 구호는 요란했지만, 정작 에너지 공급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은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에너지 정책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략’이 되지 못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관리’에 머물렀던 결과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세계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고, 에너지는 더 이상 값싸고 안정적인 공공재가 아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세하며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도시 전체의 전력을 소비하고, 반도체와 전기차, 수소 산업 등 미래를 책임질 모든 전략 산업이 전력을 먹고 자란다. 이제 에너지는 경제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안보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여전히 ‘덜 쓰기’라는 소극적 태도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방치이자 직무유기다. 지난 수년간 우리 에너지 정책의 중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쏠려 있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분명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와 ‘균형’이었다.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저장 기술의 한계를 간과한 채, 기저 전원을 성급하게 줄이려 했던 시도는 전력 수급의 불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우리는 다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늘리는 선택지로 돌아왔다. 이념과 구호가 현실의 냉혹한 데이터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냉철한 ‘계산기’다. 감정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자문해 보자. 탄소 배출이 적으면서도 대량의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건설·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비용 경쟁력까지 확보된 에너지원이 우리에게 있는가. 답은 자명하다. 바로 원자력이다. 원전은 결코 과거의 산업이 아니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기술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에너지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에서 원전만큼 ‘국산 에너지’에 가까운 효율을 내는 자원은 드물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주권이다. 물론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폐기물 처리, 사회적 합의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선택을 미루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전력 부족과 산업 쇠퇴라는 더 큰 위험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 기술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와 극복의 대상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과학적 근거, 그리고 엄격한 규제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쌓아가는 정공법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天下大事 必作於細)”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여론이나 정치적 일정에 흔들리는 임시방편으로는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울 수 없다. 장기적인 수급 계획과 일관된 투자, 그리고 현장을 지키는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그 튼튼한 토대 위에서 원전을 중심으로 삼고, 재생에너지와 신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믹스(Mix)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도 이미 방향을 틀었다.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원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전 생태계 복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을 외면한 채 우리만 다른 길을 고집한다면, 그 대가는 산업 경쟁력 약화와 국부 유출이라는 고통으로 돌아올 뿐이다.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첫째,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을 통해 당장의 전력 공백을 막아야 한다. 둘째, 차세대 원전(SMR)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셋째,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 프레임에서 해방시켜 과학과 경제의 영역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에너지는 국가 경제의 혈액이다. 혈맥이 막히면 심장이 멈춘다. 중동의 포성은 우리에게 더 이상 임시방편으로는 버틸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역량을 냉정하게 신뢰하고, 가장 현실적이며 강력한 대안인 원전을 정책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이 글로벌 에너지 전쟁에서 살아남고, 미래 산업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26-04-07 1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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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독립운동가에 '파리장서운동' 이명균·장석영·유진태
국가보훈부가 '파리장서운동'에 참여했던 이명균(1968년 독립장)·장석영(1980년 독립장)·유진태(1993년 애국장) 선생을 올해 4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31일 보훈부에 따르면 파리장서운동은 1919년 3·1운동 후 프랑스 파리에서 강화회의가 열리자, 독립청원서를 전달해 한일강제병합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호소한 외교적 독립운동이다. 세 명의 선생은 파리강화회의에 제출할 장문의 독립청원서, 즉 '파리장서'를 작성하고 전국 유림 대표 137명의 서명을 받아 국제사회에 발송했다. 이 운동은 단순한 청원에 그치지 않고, 국제 여론을 활용하기 위한 외교독립운동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준비 과정에서 문서 작성, 서명자 모집, 전달 경로 확보 등 조직적 활동이 이뤄졌으며 관련 인물들은 일제 탄압으로 체포되고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명균 선생은 광흥학교 설립 후원과 조선총독 암살 시도 등 적극적인 항일운동을 했고 장서운동 이후에도 조선독립후원의용단에서 활동하며 자기 재산을 처분해 독립자금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체포돼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했다. 장석영 선생은 파리장서 초안을 작성한 핵심 인물로, 이후 체포돼 옥고를 치렀고 출옥 후에도 항일운동에 지속해 참여했다. 유진태 선생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추진되던 장서운동을 연결해 통합을 이루는 역할을 했고, 해외 독립운동가와도 연계해 문서 전달을 지원했다. 이후 계몽운동을 펼치고 신간회에도 참여했다. 보훈부는 이달의 6·25전쟁 영웅에 김현일 공군 대위(참전 당시 중위)와 제임스 파워 칸 영국 육군 중령을 선정했다.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생한 김현일 대위는 1949년 육군항공사관학교 제1기로 입교해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7월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1953년 4월 강릉 제10전투비행전대 강릉전진기지에 배속돼 전투 임무에 투입됐다. 그는 첫 전투 출격 이후 동부전선 후방 차단 작전과 고성 351고지 근접 항공지원 작전에 참여해 중동부 전선 일대에서 유엔 공군과 함께 적군을 격파, 지상군 작전을 아군에 유리하게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대위는 1953년 6월 13일 F-51D 전투기 편대 일원으로 출격했다가 전투기가 적 대공포에 피격되면서 전사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계급 특진하고 을지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제임스 파워 칸 중령은 1950년 11월 영국 제29여단 소속 글로스터 연대 제1대대장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1951년 4월 중공군이 대규모 춘계 공세를 시작했을 때 설마리에서 중공군 제63군의 공격에 맞서 치열한 방어전을 전개했다. 글로스터 대대는 수적 열세에도 사흘에 걸쳐 중공군의 파상 공세를 저지해 유엔군 주력부대의 철수를 엄호함으로써 전선 재정비 시간을 확보하고 유엔군이 서울 북방에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영국 정부는 칸 중령의 공로를 인정해 1953년 10월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수여했다. 한편 보훈부는 독립유공자 훈격 재조정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오는 4월 말께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4월 공청회에서 기준을 마련하고 공론화를 거쳐서 최소한 이의가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용 원광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1962년부터 본격적인 서훈이 이뤄졌을 당시 서훈 대상자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제한했고, 이마저도 독립운동에 관한 적극적인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원전 자료가 있어야 했다"면서 "당시 독립운동사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발굴되지 않아 참고할 자료가 충분치 않았고, 관련 연구도 미흡했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이론이 제기될 여지가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2026-03-31 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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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東進)의 깃발과 텃밭의 침식, 6.3 지방선거 엄중한 경고
[경제일보]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그러나 작금의 6.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풍경은 생동하는 생명력보다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질서'와 '혼돈'의 서사시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기득권에 안주한 세력의 몰락'과 '외연 확장을 향한 전략적 진격'이 충돌하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전초전이다. 여당의 '동진정책'과 김부겸의 상징성 집권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동진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단순히 표를 얻겠다는 계산을 넘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겠다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그 정점에는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공식화가 있다. 김 전 총리의 대구행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과거 '지역주의 타파'라는 깃발 아래 험지인 대구에서 사투를 벌여 승리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여당이 그를 다시 대구라는 상징적 전장에 세운 것은, 보수의 심장부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영남권 전체의 지형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놀라운 것은 여론의 반응이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던 60대를 넘어 이제는 70대마저 보수 정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심이 아니다. 무능한 기득권 보수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적 호소만으로는 더 이상 노년층의 냉철한 현실 감각을 붙잡아둘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당의 자중지란: 텃밭에서 시작된 '사망 선고'의 전조 반면 야당의 모습은 처참하다 못해 비극적이다. 자신들의 안방이자 텃밭이라 자부하던 지역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잡음은 이제 '몸살' 단계를 넘어 조직 전체의 '괴사'를 우려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상실이다.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단독 행보는 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진 의원이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것은 공천 시스템이 무너졌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경선 후보들 간의 진흙탕 싸움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오로지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는 데에 혈안이 된 모습은 야당이 과연 수권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텃밭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오만방자하게 굴며 서로의 살점을 뜯어먹는 행태를 목도한 민심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기본과 상식의 붕괴, 그리고 민심의 준엄한 심판 정치의 기본은 민생이며, 상식은 공정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순차적으로 공천을 진행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사이, 야당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못하고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있다. 야당이 텃밭에서 겪고 있는 내홍은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과거의 관성에 매몰된 세력의 필연적인 붕괴 과정이다. 반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소외되었던 유권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영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여당의 동진정책은 상당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야당은 텃밭을 지키기는커녕 안방마저 내어주는 사상 초유의 참패를 맛볼 수도 있다.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야당은 망각하고 있다. 유권자는 '비전'을 선택한다 6.3 지방선거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걷는 길은 너무나도 다르다. 한쪽은 확장과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다른 한쪽은 고립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승패는 '누가 더 기본에 충실했는가'에서 갈릴 것이다. 상대를 비방하는 낡은 정치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세력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 야당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자중지란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이 자랑하던 '텃밭'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여당의 동진정책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아니면 야당이 극적인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오만한 권력은 반드시 민심이라는 단두대 위에 서게 된다는 점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 준엄한 상식을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2026-03-31 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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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선거전 행정통합 어렵다"… 대전·충남 각각 후보 경선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후보를 각각 경선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김이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모 후보 전원을 경선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전시장 후보는 장철민·장종태 의원과 허태정 전 대전시장 간 3자 경선으로 치러진다. 충남지사 후보는 박수현 의원, 나소열 전 서천군수, 박정현 부여군수,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 4명이 경쟁한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통합 노력은 계속하겠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을 선출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대구·경북(TK) 지역 공천 심사에 대해서는 “가장 마지막에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늦어도 3월 중 가시적인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경북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김재원 최고위원이 승리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김 최고위원이 이철우 현 경북지사와 본경선을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선은 예비경선을 통해 비현역 후보 1명을 선발한 뒤 현역 단체장과 최종 경선을 치르는 이른바 ‘한국시리즈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경북지사 경선에는 이철우 지사를 비롯해 김재원 최고위원, 백승주 전 의원, 이강덕 전 포항시장, 임이자 의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6명이 출마했다. 공관위는 또 경북지사 예비후보들의 요청을 반영해 선거운동 기간을 4월 중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충북도지사 공천과 관련해서는 컷오프 대상자를 제외한 신청자 전원이 참여하는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수민 전 의원 ‘내정설’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충북의 지역 특성과 도정 안정성, 공정 경쟁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경선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충북지사 경선 일정도 확정됐다. 이달 23일부터 4월 9일까지 두 차례 토론회를 진행한 뒤, 4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선거운동을 실시한다. 이어 15~16일 선거인단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 본경선을 거쳐 17일 최종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선에는 컷오프된 김영환 현 지사를 제외하고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윤희근 전 경찰청장, 조길형 전 충주시장, 김수민 전 의원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다만 조 전 시장은 ‘내정설’에 반발해 예비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공관위는 이날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로 김경훈 서울시의원, 김진선 전 강서구 부구청장 직무대리, 최진혁 서울시의원 간 3자 경선을, 경기 파주에서는 고준호 경기도의원과 박용호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간 양자 경선을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2026-03-20 18: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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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롭'이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자동화 콘텐츠를 두고 요즘 흔히 ‘슬롭(slopp)’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대체로 저품질, 대량생산, 무가치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뒤섞인 말이다. 물론 무한 복제된 템플릿형 영상, 자극만 남기고 내용은 빈약한 콘텐츠,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반복물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AI를 활용한 자동화 콘텐츠 전체를 ‘슬롭’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버리는 태도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기술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무엇을 콘텐츠로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권력의 언어에 가깝다. 과거 콘텐츠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노동력 위에서 움직였다. 방송 한 편, 영화 한 편, 특집 기사 한 꼭지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투입됐다. 그렇게 탄생한 고비용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높은 가치와 권위를 부여받았다. 광고가 몰렸고, 산업이 형성됐으며, 그 질서 안에서 ‘좋은 콘텐츠’의 기준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다. 콘텐츠는 파편화됐고, 사람들의 관심 역시 파편화됐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만들고, 누구나 플랫폼에 올리며, 누구나 특정한 관심 집단 안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 이상 소수의 미디어가 정제된 정보를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구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 AI는 예외적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 흐름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에 있다. 편집 툴이 수작업을 줄였고, 포털이 편집권을 재편했고, 추천 알고리즘이 유통 권력을 바꾸었듯, 이제 AI는 제작과 배포의 비용을 다시 한 번 낮추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AI를 향해서만 “인간의 손이 덜 갔으니 가치가 낮다”는 식의 판단이 반복된다. 이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기보다, 인간 노동에 대한 익숙한 프리미엄을 지키려는 심리일 수 있다. 물론 제작 비용이 사실상 0에 가까운 자동화 콘텐츠가 무한정 쏟아질 경우, 피드는 잡음으로 가득 찰 수 있다.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가 뒤섞이고, 발견 가능성은 무너질 수 있으며, 결국 플랫폼 전체의 신뢰도도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저품질 반복물과 대량 복제형 콘텐츠를 걸러내려는 시도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 무엇이 저품질이고 무엇이 새로운 형식인지를 누가 판단하는가. 과거에도 새로운 문화 형식은 늘 저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가요가 그랬고, TV 예능이 그랬으며, 인터넷 콘텐츠와 1인 미디어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의 AI 콘텐츠 역시 그 연장선에서 평가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의 가치는 반드시 제작 과정의 고생과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콘텐츠는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 안에 대중의 감정과 여론을 움직이고, 새로운 취향과 문법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막대한 인력과 자본이 투입됐음에도 아무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콘텐츠의 가치를 인간의 노동량으로만 판단하는 태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 창작자의 진짜 경쟁력은 무엇인가. 더 많이 애쓰는 것이 아니라, 더 분명하게 서명하는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취재와 경험과 판단이 들어갔는지,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질 수 있는지, 바로 그 지점이다. 자동화된 자극과 대량 생산의 시대일수록 오히려 희소해지는 것은 ‘노력’ 그 자체가 아니라 ‘책임 있는 이름’이다. 이 점에서 신문 역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이제 사람들은 콘텐츠를 반드시 신문을 통해 소비하지 않는다. 속보와 자극, 오락과 여론은 포털과 유튜브, 검색 플랫폼을 통해 더 빠르게 퍼진다. 그렇다면 신문의 존재 이유는 과거와 같을 수 없다. 앞으로 신문은 가장 빠른 전달자가 아니라, 가장 책임 있게 확인하고 가장 분명하게 서명하는 매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신문이 담보해야 할 가치는 속도가 아니라 신뢰이며, 양이 아니라 검증이다. AI 자동화 콘텐츠를 무조건 ‘슬롭’으로 규정하는 것은 쉬운 판단이다. 그러나 쉬운 판단은 자주 틀린 판단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AI가 콘텐츠를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그것을 걸러내고, 어떤 권한으로 그것을 평가하며, 누가 가치의 이름을 독점하려 하는가에 있다. AI 시대의 콘텐츠 논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기준의 문제다. 그리고 그 기준을 둘러싼 싸움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다.
2026-03-19 14: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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